이 새벽에 심심해서 왜 나는 그토록 간호학과나 보건교사 하기가 짜증나는가? 하고 생각해봤다. 이유는 일의 특성에 있다. 간호사는 떠난지 오래되어 잘 모른다. 하지만 보건교사의 일은 오랜 경험으로 자알 안다. 자, 그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직업의 특성 4가지>에 중요점이 있다.
1. 업무 자체가 사람(그것도 성인이 아닌 미성년 때로 아픈 미성년) 상대하는 일이다.
스트레스 제일 많은 직업군을 보면, 대체로 사람 상대하는 일을 가진 직업이다. 사람은 천차만별 별별 희한한 사람이 다 있다. 그들을 상대로 화가 나도 참고 표현하지 않고 돈을 버는 직업이 대체로 제일 힘들다. 이걸 요즘은 감정노동이라고 부른다.
보건교사는 미성년인 학생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들은 집안에서 대체로 귀하게 돌보아지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부모는 자기자식이 제일 소중하다. 그러니, 내자식이 제일 소중한데 왜 귀하게 대해주지 않느냐는 각 부모의 원성을 듣게 되며, 왜 부모만큼 나를 잘 보살펴주지 않느냐는 학생의 원성을 듣게 되는 직업이다. 원성을 안 들으려면, 잘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내자식 하나도 보살피고 잘해 주려면 힘들다. 하지만 또다른 이유는 2에 있다.
2. 자꾸 일을 못하고 싶어지는 직업이다.
잘하면 잘할수록 일이 늘어나는 직업이다. 사람 상대하는 장사를 하면, 잘하면 잘할수록 손님이 늘고,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될 수 있지만, 보건교사는 잘하면 잘할수록 일만 늘어나는 직업이다. 그러니 잘하고 싶지 않고, 자꾸 일을 못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잘하고 싶다. 그래서 잘했다. 그러면 집이나 병원에서 처치해야 할 아픈 부분도 보건실에 와서 치료받고자 하는 환자가 는다. 1학교에 1명인 보건교사의 특성에 이들은 관심이 없다. 학부모는 보건실 가서 치료해라, 하니, 학생은 나을 때까지 와서 내부모처럼의 처치를 바랄 수 있다.(물론 난 이런 거 예전엔 혼자 짜증만 났지만, 요즘은 단칼에 자른다, 집에서 처치하거나 병원 가라고.)
그래도 일을 잘하고 싶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내게 인사도 잘하고 교사들도 좋아하면, 기분이 좋으니까. 그래서 평상시 보건실을 방문하는 학생이 엄청 늘어났다. 아주 즐겁다, 인간은 기분의 동물이기도 하기에. 그런데 그런 와중에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그럼 감당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불친절해도 평상시 환자를 적은 수로 유지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그러니 불친절해도 할 수 없겠다. 그러면, 불만을 가진 학생과 교사들이 마구 환자를 보건실로 일부러 밀어넣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3. 항상 감염병에 시달린다. 학생이 앓는 감염병은 다 앓아봤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반복해서 앓게 된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며, 아픈 사람을 상대하므로, 항상 감염병에 시달린다. 감염병에 시달리면서, 감염병 담당자이므로, 감염병 예방에 대해 힘써야 한다, 그런 직업이다.
아픈 학생을 조퇴 안시키겠다는 부모와 담임에, 조퇴 안하겠다는 학생으로 인해, 코로나를 내게 옮겨줄 가능성이 큰 환자를 어떤 방어복도 없이 보건실에 눕혀 놓아야만 하는 그런 직업이다. 차마 내가 옮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고 말하지는 못하니까.
4. 함께 불만을 토로할 동료가 없다.
정교사들이 업무를 방만히 하면, 보건교사는 하루종일 다친 학생이나 들락거리는 학생들에게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정교사들이 계속 긴장하고 일을 하면, 보건실에 오는 학생은 줄어든다.
반면, 또 체육교사가 아주 열심히 하여 운동하는 상황을 많이 만들면, 응급환자가 확 늘어나기도 한다.
즉, 정교사와 보건교사의 일은 반비례한다. 그러니 절대 동료가 될 수 없고, 홀로 일해야 하면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데, 열심히 해도 댓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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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보다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자.
직업을 선택할 때, 현재 상황의 인지도가 높다고 그 직업을 선택하면, 다소 위험하다. 왜냐하면, 세월이 변하면, 직업의 인지도 및 조건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나라는 기득권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하므로, 그 조건이 쭈욱 지속되기도 한다. 즉, 사농공상처럼 넘을 수 없는 직업 울타리를 공고히 쳐 놓기 때문이다.
정교사도 미성년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근데 왜 인기가 있을까? 단순히 숫자만 비교해보자.
그들의 직업조건은 예전 한 반에 60명 이든 시대에서 25명을 상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보건교사는 예전에 하루 10-20명 안팍으로 오던 숫자에서 지금은 거뜬히 평균 40명은 쉽게 찍는다.
학생들의 특성이 요구도가 높은 쪽으로 변했다쳐도 그 조건은 피차 마찬가지, 혹은 보건교사가 권위가 더 없고, 환자나 말썽꾼을 상대하니까 더 힘들다.
15년 전 보건교사가 보건수업을 하도록 법이 바뀌어 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그러니 보건실에 오는 환자도 확 늘어났다. 친분이 있으니까, 수업을 잘하니까, 이 선생님은 잘해주려니 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제 보건교사는 하루종일 미성년인 사람에게 치이게 되었다. 수업하느라 치이고, 보건실에서는 응급처치에 치이고!
잘하든 못하든 우리는 승진이 안된다.
아주 소수 된다 하더라도, 응급처치와 크게 상관은 없는, 사실 주어지지도 않는 부장이나 담임한 경력이라거나 서류 작업을 잘해야 하는 것들이 심사조건으로 붙는다.
그러니, 평생 하고 살아야 할 업무, 잘하면 잘할수록 어떤 댓가도 없이 평생 일만 늘어나는 직업이다!
못하면, 일이 좀 준다? 그것도 아니다, 불만을 가진 한 학생이 서너번은 오게 된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짜증만 난다.
그래도 최근은 좀 할만하다. 그건 나자신이 오랜 경력으로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첨엔 이들을 내학생 때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똑같이 대했더니, 이들은 내학생 때처럼의 모범생은 드물다. 그러니, 말썽꾼 대하듯 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그걸 파악하기까지 무지 어려웠다. 하지만 가끔 들르는 아픈 모범생이 섭섭할 수 있다.
이래야 할지 저래야 할지,,, 적당선을 타는 게, 외줄타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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