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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아무거나 시크하게 쓰기

보건교사 되도록 하지 마라! 9 (보건교사 : 교사의 떡고물을 먹는 직업)


  보건교사 절대 하지 마라!


 1. 보건교사는 정교사가 아니다. (=교사와 인력수급이 다르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탓에, 학생을 병원 보내는 일이 수월치 않다. 하지만 체육이나 스포츠 시간이 늘고 학생들도 병이 많아져서 병원에 보내야 할 건수는 더 늘어났다. 그러니, 학생을 병원에 보내려면, 일하는 부모를 부르든지, 누군가 따라가야 한다. 사실 119를 부르면, 119직원도 많아서 굳이 안 따라가도 되는데도, 만일 보호자 연락이 안되어 학생만 보내면, ㅈㄹ하는 학부모로부터 엄청난 감정적 폭언을 당해야 한다. 학부모와 연락이 안될 때, 누가 따라가야 하나?

  긴 세월을 난 보건교사니까 또 대부분의 교사들이 내가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내가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건교사는 정교사가 아니니까, 1학교에 1명 뿐이다. 그러므로 보건교사인 내가 따라가면, 그런날은 꼭 학교에서 다른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언제 오냐며 전화가 빗발친다. 따라서 양쪽으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리하여 나쁜 보건교사고 경력도 되는 나는, 담임을 보낸다. 그래도 결코 맘이 편치는 않다. 담임은 수업을 해야 하는데, 다른 교사가 그 수업을 대신하게 하고 담임을 보내야 하니까 말이다. 담임이 연수 등으로 출장을 갈 때는 부담임을 보내야 하는데, 이건 절대 보내기가 쉽지 않다. 일단 내 생각에, 119 직원 따라가고 부모가 올텐데, 굳이 부담임까지 중학생을 따라가야 할까? 란 의문이 든다. 하지만 학생만 보낼 경우, 학부모의 심한 다그침으로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러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코 맘이 편할 수 없는 자리다. 왜? 우리는 정교사가 아니어서, 오로지 1학교에 1명이니까.


 2. 보건교사는 교장->교감->부장->체육교사->보건교사로 위치된다.

따라서, 교사의 조건에 따라 맨 마지막의 대우를 받고 교사의 떡고물을 어쩔 수 없이 받아먹는 자리다, 아무리 보건교사들이 부정한다 해도. 세상이 변함에 따라 교사의 조건도 변한다. 그러니 그 떡고물을 먹는 보건교사 입장에서는 교사의 아주 바닥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즉, 교사들이 현재 학생에게 폭력과 성폭력을 당하고, 학부모의 시달림을 받는다면, 보건교사인 나는 이미 교사들이 그렇게 되기 이전 시대에 그걸 다 당했다.


  그리하여 나란 인간은 보건실 청소하는 학생에게 신발 주머니로 뒤통수를 맞고도,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정서적 폭력을 했다고 고소를 당할 위험에 처했었으며, 학생에게 수업하다가 성희롱을 당했고, 학부모로부터 여러번 감정적 모멸감을 느꼈다. 물론 내가 잘하지 못하는 보건교사여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건 보건교사의 여건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친절하고 착한 보건교사로 하루에 학생이 80명 이상 보건실에 오는데도, 동시에 보건 수업도 아주 잘하는 착한 보건교사로 살도록 강제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경력이 많아서 나 스스로가 나를 승진시켰으므로 그런 일을 겪지 않고자 한다.


 아울러 보건교사가 수업을 하면 정교사를 시켜줄 것처럼 속여서 수업까지 하게 하면서 여전히 자격은 정교사가 아닌데 좌절한 많은 보건교사들이 명예퇴직을 했다. 하지만 나란 인간은 같이 버는 남편도 없고, 가족을 여전히 부양해야 하므로 150만원 정도 그것도 5년 후에나 주는 연금으로는 생활할 수 없으므로, 나쁜 보건교사로 버틴다. 학생들은 보건샘 바뀌었으면 좋겠다, 보건은 관둬라, 라고 하지만 나란 보건교사가 이 직업을 관둘 수는 없다. 그러니 나쁜 보건교사로 버티는 게 아주 힘들지만, 내게는 좋은 보건교사로 사는 게 더더 힘드니까, 그냥 나쁜 보건교사로 버틴다.


  그럼 내가 9급 공무원 시험과 보건교사 임용 시험을 두고 고민하다가 왜 보건교사 임용 시험을 보게 되었는 지 살펴보자.


  일단 1) 나는 교사면 교사지, 보건교사가 정교사가 아니란 사실을 몰랐다. 2) 또, 임용시험엔 교육학을 보는데, 아주 재밌었다. 3) 교사인 아버지 직업이 꽤 괜찮게 생각되었다. 4) 고등학교때 머리가 아파서 찾아간 보건샘이 꽤 멋져 보였다. 물론 학생 때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5) 공무원 시험은 아주 자잘하게 외우는 과목이 많다. 학생 때도 싫어한 외우는 공부를 하기 싫었다. 물론 중고생 때라면, 모두 배우던 과목이라 조금만 외우면 되겠으나 나는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해가 지났는데 그 과목들을 모두 외운다는 게 교육학 공부보다 싫었다. (그러니 공무원 시험을 보려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하는 게 유리하다. 그 합격이 학벌이나 이런 것에 좌우된다면 모르겠지만 단지 필기성적으로만 뽑는다는 게 확실하면 말이다.)   


  하지만 임용 시험을 볼 때, 보건교사는 정교사가 아니라서 정교사 밑이며, 교사 중 가장 낮은 대접을 받고, 정교사가 아니니, 승진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의 선택은 달라졌을 것이다. 아무리 교육학이 재밌고 공무원 시험이 외우기 싫은 과목들이라 해도 말이다. 아마 공무원 시험으로 바꿔서 지원했을 것이다. 왜? 나란 인간은 간호학에 그렇게 뜻이 없었으므로 굳이 잘하는 보건교사가 될 의미도 못 느꼈을 것이므로. 어느 직업이든 급여와 복지만 괜찮다면 별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수없게 적성에도 안 맞는 간호학과를 갔다면, 그 과와 연관된 직업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그만큼 적성이 중요한 직업이니까. 간호학과를 나온단 건 늘 응급상황이나 기타 질병에 감염될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러니 혹시 재수없게 간호학과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간호와 연관되는 직업을 갖지 말길 정말 강하게 충고한다. 어떤 직업이든 늘 간호학과와 연관된 자격을 요구하고, 의사 밑인 것처럼 어느 직업에 가든지 누구의 밑이 되는 대우를 받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