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를 가서 보건교사를 하면서의 단점은 많이 얘기한 거 같으니까, 이제 장점을 얘기해보자. 지금도 공부하는 게 내게는 제일 재밌는 취미 생활이다. 적어도 다른 직장에 비해 공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점이 교사로서 가장 좋은 장점이다. 일단 교사만큼 시간이 많은 직업은 아마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공부가 제일 재밌는데, 왜 사람들은 공부가 힘들다고 하지? 하는 의문을 가져봤다. 아 그래 내게도 재미 없는 공부가 있었다, 그게 간호학이었다. 그럼 왜 내게 간호학이 재미 없었을까?
학생 때는 간호학이 학문이라고 할 수 없어서 라고 단정지었다. 서울대학교 간호학과에서 예전에 하던 방식은 늘 의학과의 차이를 따져서 독자성을 강조하는 수업 방식이었다. 의학에서 독자성을 찾고자 하면, 간호학 분야는 좁아지고 꼭 전문적이라고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의사의 보조적 위치로 생긴 직업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의학의 보조라는 부분을 인정하고 의사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진정한 간호학의 발전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환자를 간호하는데도 전문성이 필요한 지점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 분야는 학문으로 봤을 때는 얕다고 봐야 한다. 의학의 보조적 학문이 간호학일진대, 의학에 없는 분야만 찾는다면, 진정한 간호사로서의 능력을 가지기 힘들어질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좌우간 그럼 내게 왜 간호학이 재미없었는 지를 살펴보자. 나는 중고생 때, 수학이나 과학 등 인과관계에 의해 추론이 가능하고 어떤 법칙이 있는 공부가 재밌었다. 그것은 시간만 많이 투자하면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지는 학문이었다. 그리고 정답이 있는 게 좋았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 어쩌면 문과 과목이 더 인생과 가까운 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부를 하는데는 이과 과목이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문과 과목 중에 내가 잘한 과목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독일어 였다. 독일어 선생님이 독일 유학까지 한 분이라 재미있게 잘 가르쳐서이기도 했을 테지만, 일단 독일어는 법칙이 확실한 언어다. 즉, 어미나 조사가 규칙적으로 변하는 언어다. 그러다보니, 그 규칙만 잘 외워두면, 대부분의 단어가 규칙에 맞게 변하므로 배우기가 쉽고 재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를 보자, 사실 영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어는 어떤 원칙이 적다. 그냥 그 나라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므로 외울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어떤 법칙이 없으므로, 나는 그 과목들을 내게 흥미가 없는 과목이라고 치부했던 셈이다.
하지만 영어도 재밌게 공부하는 방법이 있다. 요즘은 GNP (KBS cool FM/ 새벽 6시-7시) 라는 굿모닝팝스를 가끔 듣는데, 이걸로 재밌게 배울 수 있다.
게다가 영어영문학을 배워보니, 영어도 발음이나 문법에 기본 법칙이 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면 좋을 법한 게, 영어도 잘하면서 시각도 넓어지고 전공을 배우는 것이 바로 취직 공부가 되니, 한번에 두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되겠다 싶다.
그럼 수학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공부를 하던 시절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긴 해도, 수학은 법칙과 답이 있는 학문이므로, 그리 변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기에, 고등학교를 가도 당연히 공부를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었다. 고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반 배치 시험을 봤는데, 수학 점수가 100점 만점에 30점이 나온 것이다. 내 생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은 점수, 30점이라니,,, 너무나 창피!했다. 참 이상하다, 난 중학교 때 수학을 아주 잘했는데 왜 그런 점수가 나왔지? 라고 생각을 해 보았더니, 원인은 선행학습에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중학교 졸업할 즈음의 겨울방학에 이미 수학의 <정석>을 다 학습하고 왔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 책으로 공부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점수 30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하 2권이든 수학의 정석 책을 모두 풀었다.
그것을 풀고나자 그 다음 수학 시험에서는 다시 나의 수학 성적을 회복했다. 나는 이 책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수학의 원칙을 잘 잡아준다. 누구는 이 책이 일본책을 베낀거라는 둥 그런 얘기들을 하지만, 수학은 규칙과 원칙이 있고, 왜 그렇게 되는 지만 파악하면 못하기가 더 어렵고 그 규칙을 잘 잡아주는 게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 <수학의 정석> 2권의 책을 일단 완벽하게 해놓으라고 먼저 추천한다.
두번째로는 수학문제를 풀 때는 되도록 답을 먼저 안 보기를 추천한다. 사실 이렇게 하면, 한 문제를 푸는데 시간은 아주 많이 걸린다. 그러나 1문제를 푸는데, 2시간이나 반나절 쯤 걸려도 답을 딱 맞췄을 때, 희열이 아주 크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기쁨이 커지므로, 공부가 재밌어지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재밌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6년 이상을 하루종일 하는 공부를 재미없게 무작정 외우기만 하면, 졸음만 올 뿐이다. 비록 공부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어떤 과목이든 재밌게 하는 방법을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 영어를 재밌게 하려면 여러 권의 재밌는 책을 사야 하겠으나, 수학은 원칙이 있는 학문이므로 ,한가지 책으로도 재밌게 할 수가 있다. 물론 원칙을 일단 배웠다면, 다양한 책으로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말이다.
이제 왜 간호학이란 학문이 내게 재미가 없었는 지 알겠다. 간호학을 공부한다는 건 의학을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의학과는 6년을 공부하는데, 간호학과는 4년 내에 그것을 다 마쳐야 한다. 그러니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왜 그렇게 되는지 하는 인과관계는 대체로 생략하고 무작정 외울 수 밖에 없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의학과 책은 1권도 그림과 컬러가 많이 들어가서 아주 비싸다. 그러므로 간호학과 책은 그것을 요약하여 아주 얇고 작은 책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이유도 모르고 흑백의 작은 그림으로 배우는, 무작정 외우는 공부는 재미가 없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해부학이 그러했는데, 이 해부학은 모든 과목의 기초이므로 잘 해 두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 해부학이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동기 1명은 간호학과에서는 흑백의 얇은 책 1권으로 배우는 해부학을, 의학과에서 배우는 8권 정도되는 1질의 그림과 컬러가 생생한 해부학 책으로 공부를 했고, 이전 학기에 F학점을 받았던 그 친구는 그 다음 학기에 장학금을 받았다. 그때는 그 동기를 천재라고 칭송했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공부 방식과 여건에 있었던 것이다. 그 친구는 이걸 비밀로 하고 공부를 했지만, 그때 내가 이 정보를 알았다고 해도 그만한 책을 살 여력은 안되었을테고, 빌려달라고 할 수도 없었을 테니(난 이런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아마 공부를 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당시는 무작정 외우는 과목이라고 생각한 역사나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 국어 등의 문과 과목을 아주 싫어했는데, 이것들도 이야기식으로 공부를 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으며 공부를 했다면, 재밌었을 법하다. 외우는 과목과 모든 과목을 이렇게 공부한다는 건 아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일단 처음에 인과관계를 따지는 식으로 시간을 많이 들여 공부를 하고 나면, 그 뒤부터는 외우는 것도 재밌어지므로 그런 식으로 공부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무리 외우려 해도 그런 재미가 없다 보면, 졸음에 빠지기가 쉽고, 결국은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니, 도서관을 미리부터 가고 많은 시간을 들여 재밌게 공부를 하면, 도서관에 가는 게 즐거워질 것이다. 난 지금도 도서관에 가야 책을 읽는데, 확실히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면, 헤이해져서 많은 시간 공부가 어렵게 되더라. 그러니 어차피 해야 할 공부라면, 즐겁게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즐겁게 공부를 하고 오기를 바란다.
얼마전 뇌전문가의 얘기를 들었는데, 논리적 뇌인 좌뇌와 감정적 뇌인 우뇌를 연결해주는 뇌량의 뇌세포 성장은 잠을 잘 때만 이루어지니,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또, 잠을 잘 때, 인간의 뇌는 단기기억장치에서 장기기억장치로 정보를 옮겨놓으니, 잠을 잘 자는 것도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다. 물론 5시간 자면 붙고 6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옛말이 있지만, 모두가 일류대 일류학과를 갈 게 아니라면, 나처럼 잠 푹 자고 공부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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