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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아무거나 시크하게 쓰기

간호학과 절대! 가지 마라! 8 (부제 : 보건교사 되도록 하지 마라!)

 

  얼마전 라디오에서 초심을 되새기라, 는 말을 들었다. 오늘은 초심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자.


  최근에 가족이 아파 병원을 갔다. 간호사들의 힘든 모습을 보고, 환자를 간병하는 사람들과 환자의 힘든 모습을 보니, 세상에 참 쉬운 일은 없구나, 나도 초심을 되새겨볼까? 열심히 공부해서 의학지식에도 박식하고, 친절하기도 한 보건교사로 거듭나 볼까? 생각을 하다가, 초심으로 돌아가기 싫다, 는 결론을 내렸다.


  신입 직장인은 아주 열심히 일하고자 한다. 간호사라는 최악의 힘든 상황을 경험한 나도 열심히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가할 때는 너무 한가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데,,,), 아픈 학생이 있어 올 때는 학생 10여명이 떼로 와서 보건실과 보건실 문을 연 채 복도에 서서 떠들어댄다. 정신이 없다. 그러면 그때는 나가라!고 크게 고함을 지른다. 학생 처치 중에 따로 방법이 없으니까. 근데 바로 옆 실이 체육부다. 나의 상사(?) 체육부장이 있는 부서 말이다. 한 체육교사는 어떤 말 끝에 "샘이 보건교사 일을 잘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한다. 그럼 주눅이 든다. '그래 맞아, 난 보건교사 일을 못하는 보건교사야, 그러니 병원에서 간호사도 못하고 그만둔 거지, 아 정말 난 못난 인간이야.,, 학생 때는 몰랐는데, 난 왜 이리 멍청하고 무식할까?'란 생각을 했다. 또, 뭔가를 해보려 교감에게 얘기를 하니, 예산 드니 하지 말라고 퇴짜를 맞고 나면, '그래 열심히 해서는 뭐해, 잘하지도 못하는 인간이 제안해 봐야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일이니까.'하고 만다. 그리고 잘하는 선배이자 상사인 교감, 교장으로부터 열심히 배워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그들이 시키는 것은 다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니 내가 신입인데, 보건교사를 해 본 적이 있나? 당연히 못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 것이다. 간호사를 해 보긴 했으나 보건교사는 간호사와 또 다른 직종인데 말이다. 지금이야 신입 보건교사 연수도 있고 하지만, 26년 전만 해도, 내 앞의 보건교사가 했던 걸 보고 그대로 베낄 수 밖에 없었다, 지식 검색도 없던 시대고.


  그리하여 적어도 동료며 선배, 상사라고 생각했던 교사들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 그러나 20년이 지나 알게 된 건, 그 사람들이 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우리 일이 아니란 점이다. 그래, 난 정교사도 아니고 승진도 안되었으니, 동료도 상사도 없다! 가 내 결론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라도 떠들게 된 것은, 나의 경험과 경력에 의해 발전한 탓이다. 나는 골절도 당해 보고 학생들이 아픈 걸 옮아서 다 아파 보니, 환자를 어떻게 분류하고 처치해야 할 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나의 상사다, 라는 생각으로 일한다. 그러니 교감이나 교장이 내게 이러저러하게 하라고 해도, 할 만하고 해야 할 일이면 하고, 아니면 못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경력의 힘인가, 싶다.  


  나는 임용을 본 공립 보건교사다. 그러니 5년마다 학교를 옮기게 된다. 내가 간 학교가 신입 보건교사들이 근무하던 학교라면, 끊임없이 먼저 보건교사와 비교 당한다. 먼저 선생님은 어떻게 해줬는데, 지금 샘은 아니라는 둥. 요즘 보건교사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오나 보다. 간호학과에서도 상위 20%만 보건교사 자격증을 주어서인지.

 발톱이 발을 파고 들어가는 것까지 다 처치해준다. 아니 왜 집에서 처치하거나 안되면 병원에 가야 할 것을 왜, 1학교에 1명 뿐인 보건교사에게 오느냐 말이다. 집에서 처치해야 할 사항까지 보건교사가 다 해 준다면, 도대체 보건교사는 몇 명이 필요한 걸까? 좌우간 난 방법을 알려주고 안 해준다. 당연히 불평이 쏟아진다. 신입 때야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열심히! 할 결심이 되어 있는데, 이 신입 보건교사에서 나란 보건교사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적응시키는데, 대략 2년이 걸린다. 신입이든 경력자든 보건교사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공립 보건교사는 이전 보건교사와 비교되는 상황을 겪게 된다. 26년이 지난 보건교사라도 초심을 갖고 일해야 될 수 있다. 그 잘하는 신입 보건교사는 보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해줘야 할 일을 학부모, 학생에게 돈 안 받고 해준 셈이니까. 고맙고 유능한 보건교사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나는 주로 나쁜 보건교사라 학생들이, 싸가지 없는 보건이다, 라고 한다. 나는 그냥 싸가지 없는 보건교사로 남겠다!


  경력이 아무리 높아도, 여전히 보건교사이므로, 보건교사는 신입 보건교사처럼 일해야 불평이 없는 직업이다!


 그러니, 보건교사 절대! 하지 말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