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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 읽어볼 만하다.

 

 

 

  대체로 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여행한 그곳이 맘에 들면,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꾼다.  제주는 그것이 가능한 곳이다.  한달 살아보기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고 하니 말이다.  제주는 1월 중순부터 2월초까지 이사를 하는 풍습이 있다.  그리고 전월세보다는 1년 사는 연세가 많다고 한다.  대체로 5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를 선인세로 넣고 년세로 500만원을 내면, 1년간 내집에서 살아볼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과감히(?)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제주에서 1년 살기를 시도한다.  얼마전 현대미술관을 가서 월간도예라는 잡지를 구입했는데 그곳에 이런 글이 나오더라. 

 

  "예술은 인간이 노동하는 가운데 느끼는 기쁨의 표현이다." (윌리엄 모리스)  

  "자율적 활동이란 어떤 행위의 대가로 돈을 받지 않는 활동, 혹은 돈을 받기 위해서 하지 않는 활동을 말한다.  반면 그의 표현에 따른, '타율적 활동은 내가 그 일을 하지 않을 경우 돈을 받지 못하거나, 돈을 받지 않을 경우 그 일을 하지 않는 활동'을 일컫는다."  (이반 일리치)

 

 

 그곳에는 아주 색다른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는데, 노트며 연필, 볼펜을 좋은 걸 구입하니 (디자인과 품질에서 좋고, 당연 비싸다.) 왠지 그림이 잘 그려지고 글이 잘 써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예술도 돈이 된다, 참 다행한 일일까?  즉, 자율적 활동으로도 돈이 벌린단 얘기다.  꽃잎 모양의 볼펜도 사고, 도자기도 세라믹 도자기라 그런지 아기자기 이쁘더라.  그럼 나도 한번 예술로 돈버는 세상을 살아볼까?  하다가 요즘 아이들의 뛰어난 그림 솜씨에 절대 따를 수 없지,,, 하며 접게 된다.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하자면, 아버지 말씀, '한참 다락방에서 소설책을 신나게 재밌게 읽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올라오셔서 보시고 "야야, 공부 좀 그만해라, 그러다 몸 상할라."라고 얘기하셨단다, 글을 못 읽는 할머니는 아버지가 소설책을 읽는데 공부를 하는 걸로 아시고 하루종일 글만 읽는 아들이 걱정되어 하신 얘기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소설책을 끊고 공부만 하셨단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나도 부모를 배신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굳혔던 것 같다.  즉, 도서관을 가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걸로 아실텐데, 내가 공부를 안하고 옆길로 새는 것은 부모를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전 읽은 한승원(유명한 소설가임을 아실터)의 소설 작법책에서 보니, 위와 같이 사고하는 것은 수직적 사고다.  작가는 위아래로만 사고하지 말고 그 가운데를 그어 수평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고 그는 얘기하고 있다.  법관이 되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하여 작가가 되고자 했던 작가의 경험담.  그래서 그는 그 순간 어머니가 수직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참 맞는 말이다.

 

  지금도 나의 사고는 그 때 아버지의 생각처럼 작가란 놀고 먹는 사람, 소설을 읽는 건 노는 것이라는 사고가 팽배하다.  예전에는 그 놀고 먹는 직업으론 돈이 안 되었기에 많은 작가들이 이른 나이에 건강이 나빠져 작고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또 그런 예술, 창작이 돈이 된다.  그런데 너도나도 예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며, 배우를 하기 땜에 이러다가 우리나라는 노동하는 사람은 없어서 망하는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참 행복은 돈을 안 받고도 계속 할 수 있는 일,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다 그러하다면 결국 그 예술판에서도 살아남는 건,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부일 것이다.  그 일부에는 돈을 투자하여 얻는 기구의 유효성과 경험, 재료를 다양하게 다룰 수 있는 투자, 그런 것들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물론 그것에서도 한정된 돈을 어디에 투자할까는 관건이 있겠으나 지금 외국 기업에 잠식당하는 우리나라를 보면, 그러면서도 결국 인간은 각자도생이며 의식주가 가장 중요하기에 지방자치제로 분화된 우리나라 국민들이 뭉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제라도 나도 영어를 하여 나라 따위 잊고 나의 이익을 위해 외국으로 떠야 하는 것 아닌가? 란 생각도 든다.  물론 외국으로 뜨는 게 진정한 나의 이익은 아니기에 여기에 이렇게 있지만, 일단 영어를 해서 외국계 회사라도 취직하여 나의 이익을 따르는 편이 좋겠다 싶다. 뭐 지금까지 나의 이익을 안 따른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역시 글로벌 시대에는 국제적으로 나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거 아닐까? 말이다.

 

 

  좌우간 옆길로 많이 샜는데, 직장을 관두고 놀기 시작하는 작가의 초라한 모습을 뒤로 갈수록 엿볼 수 있다.  그 본인은 행복했을 지 모르지만 글로벌시대로 발전하는 치열한 대도시의 인간들이 봤을 때는 초라한 노숙인에서 약간 벗어난 비주얼일 뿐이다.  그래, 모든 인간은 타율적 노동(직업)을 관두고 자율적 노동에 몰입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 조건이 안되는 흙수저가 그걸 시작하면, 건강 말아먹고 회의만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책이라도 내었다.  중간 중간 삽입된 저자의 그림, 꽤 괜찮다.  하지만 드는 생각이 요즘 아이들의 그림에 비하면 아주 못미친다.  색감이 명도가 짙다고 해야 할까?  결국 악기도 비싼 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좌우간 저자의 인생에 새빛이 들지도 모르겠다.  행운을 빈다.  직설적인 표현들을 보면, 나와 뭔가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은, 또는 자연인으로 한달이라도 살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제주에 가보지 않아도 1달은 살아본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