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이 차리는 시골 밥상>
글 양희은, 사진 이보영, 반찬가게, 2011년 출판--10쇄 발행, 20,000원
음식 얘기 한번 해볼까?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절약정신과는 거리가 먼 집이었다.
어쩌다 한번 오신 친할머니께서는 "야야 참기름을 그렇게 넣으면 어쩌냐? 살짝 앗아서 조금씩 애껴 넣어야지... 아이구.."한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말이다.
유달리 집에서 추구한 것이 잘 먹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공부하려면 일단 잘 먹어야 된다고 늘 말씀하셨고, 어머니는 음식을 못하지는 않고 먹거리 구입에 돈을 아끼진 않으신다. 못 먹고 살던 시대였는데 '좀 절약해서 독서실도 끊어주면 좀 좋았을까?'라는 불만으로 가득했던 어린시절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옷 잘 입고 보이는 것에 쓰는 것보다는 잘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여겨진다. 가난한 집은 엥겔지수(전체 생활비에서 먹거리에 드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가 높다는데,,, 우리집은 많이 가난한가보다, 라고 예전에는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먹고 살 만 해도 여전히 엥겔지수가 높은 걸 보면, 분명 먹는 걸 좋아하는 가풍이 있다.
그런데 잘 먹는 것이 참 중요하다. 긴 세월보면 그것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을 지키는 비결인 거 같다. 다만 요즘은 비만이 문제라서 그렇지만, 물론 비만하면 건강하지 못하다. 그러나 수입은 동일한데 옷에 많은 돈을 소비하는 집과 먹는 것에 많은 돈을 소비하는 집의 건강을 추적 조사한다면, 분명 먹는 것에 많은 돈을 소비하는 집이 건강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암에도 덜 걸리고...
먹어야 공부한다. 왜냐하면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하는 시간동안 살은 좀 찔 것이다. 그리고 그 살은 쉽게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성인이 되어도 뚱뚱하면 문제지만, 어느정도 먹어야 성장하고 건강한 것은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먹는 걸 참지 못하고 주로 비빔밥을 많이 먹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단백질 섭취는 적었던 셈이다. 그러니 키가 안 컸는지 그건 모르겠으나 좌우간 지나치게 과식하거나 쓸데없이 외식을 많이 하는 것 등은 좋지 못하지만, 잘 먹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요즘 쇼핑몰 등에 가보면 젊은 친구들이 유달리 줄을 선 곳이 있다. 그런 곳은 대부분 치즈스틱이나 아이스크림, 와플 등 디저트를 파는 곳이다. 얼마전 유명 맛집 앱을 하나 다운 받았는데, 주로 커피, 스테이크, 스파게티, 디저트류 등 주로 서양 음식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조차도 몇개월 전 그런 신세계를 경험하고 외국 디저트 참 맛있고 놀랍구나, 하긴 했다. 콜드스톤이란 비벼주는 아이스크림집이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철수하고 없어서 좀 서운하긴 하다. 나라는 인간도 그렇고보면, 다 집에서 한식을 먹기에 밖에서는 디저트에 열광하고 먹겠지? 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해본다. 안 그러면 조만간 우리 음식은 사라지지 않겠는가?
'<시골밥상>은 서양식 입맛은 안 따라간다. 못 따라간다. 이 조리법과 입맛은 우리 핏속에 흐르는 맛이다. 그걸 잊거나 남에게 내어주면 안 된다. 또는 서양 사람들 먹기 좋아라고 먹기 쉽게 그들의 양념 맛을 따라가서도 안 된다. 장사는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지 몰라도 집에서 차려먹는 밥상은 그들 식을 따라가면 재미없다.'
이 책에 씌어있는 것처럼, 공을 들인 밥상, 판다면 많은 돈을 받고 팔아야 할 거 같은 그런 수공 밥상들이다. 그런데 또 그 많은 돈을 들여 사 먹으라면 망설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레시피는 최소 경력이 50년은 되는 전문 셰프의 레시피다. 우리 어머님들이 음식 해온 세월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가끔 어디 장국집이 맛있다던데 하는 tv프로그램의 소개로 가서 먹어보면 느끼함을 어쩌지 못하겠다. 그것은 담백함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달려 있지만, 장국의 기름을 공들여 걷어야 하는 정성이 부족한 탓이다. 돈이 아니면 폐기되는 세상에서 대부분 가족에게 아주 정성껏 만들어 주는 음식을 팔지는 못할 것이다. 그정도 노동과 정성으로 대량,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참 힘들기 때문이다. 내 나이 50이지만, 요리 좀 한다는 친구들의 음식을 먹어도 뭔가 엄마가 해주는 손맛만큼 진한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가사노동을 싫어해서 음식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먹는데는 일가견한다는 내 생각으로 말이다.
게다가 뱅쇼라는 걸 먹어봤는데 내 입맛엔 별로였다. 방송에서 외국인 친구가 '감기에 걸렸을 때 엄마가 해준 뱅쇼가 그렇게 그리웠다.'고 하는데 뭐 그리 정성 들어간 음식은 아니군,,,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역시 음식은 내나라 내엄마의 손맛을 입맛이 따라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다른 나라 사람이 아주 맛있다는 음식도 한국사람인 내게는 별로구나,, 한다.
늘 한식은 먹는데 너무 많은 노동력이 투자되어 불만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양희은의 글을 보니, 우리의 음식을 잃어서는 안되겠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나도 음식 한번 해볼까? 하게 된다. 의외로 조리법은 간단해서 해볼만하다. 다만 해서 먹진 않았으므로, 맛을 장담할 순 없다^^;;
보통 출판이 많이 된 책은 읽을만하다. 이 책은 10쇄 발행이다. 방송을 통해 홍보가 되더라도 책의 내용이 부실하면 여러쇄 인쇄하거나 판매는 안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책의 괜찮은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10년 전 쯤 어느날 여행을 하다가 초가집에 반해서, 언젠가 나는 초가집을 찍는 사진사가 되어야지, 아직은 초가집도 많고 사진기도 없고 사진에 대해서도 모르니까 언젠가는 초가집을 찍어야지, 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인데, 그 흔하던 초가집이 없다. 아하, 그러니 생각이 났을 때 바로 실천했어야 한다, 는 후회가 드는 것이다.
이 책은 훈훈한 연기를 머금은 초가집과 그 뜰의 사진으로 독자의 첫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내용은 양희은이 기록한 메모를 중심으로 한 그 집과 집주인에 대한 인상과 음식 만드는 방법이 결합되어 적혀져 있다. 글 내용이나 어법을 보면 양희은씨가 직접 집필했음을 알 수 있다. 다소 정확하게 안 잡히는 조리법을 다시 한번 순서대로 정리해 두고 있다. 이만한 내용과 사진 수준에 2만원은 참 싸다. 요리에 관심있는 사람은 50년 이상씩 요리를 한 장인의 요리법을 배울 수 있고, 자연이나 시골을 좋아하는 더불어 먹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어린 날 우리가 외갓집에서 얻어먹던 그 음식의 맛을, 지금 어린 사람들이 그대로 배우고, 그대로 맛을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야 자손대대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지금 시중에 왜 디저트 집들이 성행하겠는가? 쉽게 만들 수 있고, 단맛으로 맛있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맛있지만 칼로리가 아주 높을 것이고, 대체로 우리네 집밥보다는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따라간다면 언젠가 우리는 건강도 전통도 행복도 모두 잃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제대로 된 한식에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든지, 요리법을 제대로 배워서 그대로 만들어 먹든지 해야 할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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