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드라마란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없는 드라마는 아무리 전하는 내용이 멋지더라도 실패작으로 느껴진다.
여인의 향기,,,를 잼있게 보신 분들은 이 지점에서 뭐야? 그럼 막판에 지루했으므로 그 드라마가 실패작이란 말야? 라고 분개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잠시 분개함을 접어주시기 바란다.
막판에 좀 지루했으나 괜찮은 드라마로 평가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암에 걸린 등장인물 많이 봐왔지만 이 드라마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주는 환자는 처음이었다. 물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그건 말짱 황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드라마에서 집중할 것은 주인공이 암환자라는 리얼리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은 이미 전제로 깔린다. 즉, 드라마를 만든 사람과 시청자 간에 함께 암환자이다, 그러나,,, 라는 전제로 깔아준 것이므로 이 주인공이 암환자이므로 이러저러 진정한 암환자의 모습을 보여야만 개연성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전제로 깐 부분에 대해서는 시청자와 드라마 작가 간에 암묵적인 합의를 한 것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시한부 인생을 살던(우리는 그것에 대해 때로 매우 분개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던 그 차이는 얼마나 더 길게 사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알차게 몇년을 사는 것과 지지부진하고 불행하게 몇십년을 사는 것 중 당신은 어떤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만일 당신이 몇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면 그 짧은 시간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하고 싶은 것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살겠습니까? 하고 드라마는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아, 참 선택이 어렵군... 그러나 우리는 다행히도 시한부 인생을 살지 않는다. 이 드라마를 통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되고, 그것은 몇개월이 아닌 꽤 긴시간을 살게 될 우리에게 어떤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기서 누구는 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몇 개월 산다고 그런 멋진 본부장과 연애가 가능하기나 한가? 라고. 그러나 그것은 드라마상의 갈등을 키우기 위한 설정일 뿐이지 본부장이 아닌 그냥 대리, 아니 백수라고 해도 사랑의 대상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긴 여운이 남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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