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로 갈수록 긴장도 떨어지는 내용 전개 때문에, 가끔... 보다가 잠이 들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타드라마의 마지막회에 비해 지루한,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 전반부를 보면서 왜 이렇게 막판에 힘이 떨어지나? 하고 불만이 생겼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탄탄한 전개가 이어져서 시청자를 집중하게 한다. 결국,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는 열린 결말이 맘에 든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끝까지 드라마의 극적 완성도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 탄탄한 스토리에 반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에 조금 지지부진하기도 하고 갈등의 골이 약간 떨어지기도 하고, 좀 말이 안되는 전개도 있었으나... 장미리 라는 인물의 일관성과 그 인물이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었겠다는 개연성이 유지된다는 면에서 괜찮은 드라마로 인정하고 싶다.
소품,,, 뒤로 갈수록 참 단촐하다. 만일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시청자의 눈을 잡아두지 못했다면 엄청 지루할 뻔 했다. 그러나 최명길, 이다해, 김승우 라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소품을 위주로 하는 전체적인 화면에서 시청자를 끌어당겨 버리기 때문에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런데 이것은 바꿔 말하면 연출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인물에 집중시키기 위한 소품의 단순화... 의도된 연출이라면 연출자의 뛰어난 힘을 느끼게 된다. 또하나 연출의 힘을 꼽자면 화면과 음악의 적절한 어울림이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그러나 그 뮤비가 지나쳐서 극의 완성도를 망쳐버리지는 않는 연출.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연출자라는 것을 기억해보자. 역시!!! 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박유천에 대해 말해보기로 하자. 그의 연기력? 다소 실망스럽다. 여기서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를 느꼈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역할의 개연성이 부족하더라도 상대배역의 개연성까지 내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박유천이 맡은 역할은 평면적임에 틀림없다. 같은 주인공의 상대 남자배우이지만 김승우가 연기한 캐릭터는 인생과 성격까지 살아 있는 입체적 인물임에 비해, 박유천이 연기한 캐릭터는 어려서 엄마를 잃고 곱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것, 좀 부드러운 성격이라는 것 외에는 행동이며 반응이 평면적이고, 주인공을 설명해주기 위한 역할이다. 남자주인공이라기엔 비중이 작은 조연이 되어 버린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유천이라는 연기자가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눈빛이 그렇게 아무 감정도 없을 수 없다. 여자주인공이 어려서 잃어버린 엄마를 만나 원망에 오열하고 있는데 옆에 서서 그걸 보는 여자주인공의 애인이라면 그렇게 아무 표정없이 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도 의도된 연출의 힘이라고 설명한다면 말이 될런지 모르겠다. 그 장면에서의 주인공은 여자주인공과 여주의 엄마이니까 촛점을 흐리지 않도록 박유천은 평면적 인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설정이라면.
그러나 그 모든 걸 감안해도 박유천은 표정연기에 사랑하는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목소리에서는 그런 감정이 좀 묻어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졌단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얼버무리는 발음 (그가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면 발음을 좀더 또렷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할 거 같다) 때문에 가끔 짜증이 난다.
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박유천이란 카드는 놓칠 수 없는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가졌다. 일단 비쥬얼이다. 그가 화면에 등장하는 자체로 내용의 어설픔, 인물의 평면성을 잊게 만드는 어떤 마력이 있다. 그저 단순한 한 장면인데도 뮤비를 보는 듯한 깔끔함과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하여 한 회사를 이끌어가는 오너의 중후함이 묻어나지 않는 애송이같은 연기자를 캐스팅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타고난 비쥬얼의 소유자다. 비쥬얼과 연기력이 공존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다. 비쥬얼이 뛰어난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인생의 깊이, 아픔에서만 우러나는 연기력의 담보,,, 그것이 박유천이라는 연기자의 앞으로의 과제다.
그외 연기자의 연기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뛰어나다. 하다못해 잠시 등장하는 강혜정의 연기력 조차 나무랄데 없다. 이다해 연기의 뛰어남은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엄마가 섬그늘에...'라는 노래의 유치함까지도 섬뜩한 연기력으로 괜찮아보이게 만들고 마는 씬에서 확연히 엿볼 수 있다. 김승우의 초반부터 묵직하게 이어지는 연기 또한 매력 있었고, 최명길의 카리스마있는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참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16회라는 짧은 횟수로 떠나보냄이 아쉽다. 그러나 그보다 길어지면 내용의 단순성이 드러나게 될거 같으니, 딱 좋은 횟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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