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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느낌

<연모>와 <옷소매 붉은 끝동> (상상과 현실 사이)

 

 

  <연모>가 상상이라면, <옷소매 붉은 끝동>은 현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극을 좋아하지만, 역사를 그대로 쓴다면, 사극에서 여자는 주인공이 되기 어렵고 곁다리 인물이 될 수 밖에 없겠다. 

그것이 <태종 이방원> 등의 정통 사극물이 재미 없는 이유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16, 17(최종)회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둘 중 <옷소매 붉은 끝동>에 손을 들어주려 했었다. 

그런데 그 두 회를 보니, 이전 회들과 확 튀면서, 내용이 우울해서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없었다.

  이 두 회는 방송사의 요청에 의해 연장된 회차로 알고 있는데,,,  드라마는 연장하면 좋은 결과물을 보기가 어렵다.  작가가 글을 쓸 때는 스스로 보여주고자 하는 결말이 있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연장하면 억지 결말로 이어지게 되고, 재미 없어지는 법이다.

 

  이 우울한 두 회를 보고나서 의빈 성덕임에 대해 찾아보니, 이는 사실일 확률이 높다.  의빈은 궁녀로 있으면서, 정조의 승은을 2번이나 거절한 인물이다.  즉, 후궁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후궁이 되었고, 그후 자식도 잃고 그 자신도 임신중독증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확실히 반영한 2회이지만, 드라마 시청자인 나는 이 마지막 두 회를 최악으로 평가한다.  모름지기 드라마는 사실이 아니다.  실제 사실을 다소 반영하더라도 결국은 상상에 의한 변조일 수 밖에 없다.  만일 드라마가 사실 그대로를 보여준다면, 시청자는 흥미를 잃게 된다.

 

  그리하여 <옷소매 붉은 끝동>이라는 다소 실제적인 궁녀의 삶에 흥미를 가졌던 나란 시청자는, 그 어이 없는 결말, 시청자의 행복에 반하는 결말에 화가 나는 것이다.

 

 

  좌우간 각설하고,,,  <연모>가 왕이 될 수 없는 여자 주인공을 왕으로 만든 상상이라면, <옷소매 붉은끝동>은 비교적 궁녀의 실제 삶을 반영한 사실적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궁녀 밑에는 궁녀보다 더 열악한 일들을 하는 무수리가 있다.  실제 극중에서 덕임이 하는 빨래는 무수리들의 일이다.

  그렇다면 궁녀는 왕족 옆에서 시중을 드는 무수리보다는 다소 편한 일을 한다.  결국 후궁이 되어 권력을 잡기 위해 다른 빈이나 후궁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궁녀로 계속 있는 편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현명한 성덕임은 후궁이 되기를 그토록 싫어했던 것이다.

 

  하지만 궁녀의 삶이 후궁이나 빈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으므로, 왕의 총애를 받는 성덕임의 궁녀로서의 삶은 피폐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결국 덕임은 후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평범한 궁녀의 삶을 지속할 수 없었기에 다른 선택이 없었던 셈이다. 

 

  이 계절, 두 편의 드라마를 보고, 예전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먹먹해지는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