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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아무거나 시크하게 쓰기

15. 간호학과 절대! 가지 마라. (보건교사 되도록 하지 마라!)

 

1. 간호사

 

  "피를 다세요."   의사가 지시한다.

  간호사가 피를 단다. 

  혈액은 소량 포장이어서, 2-3팩이 기본이고 심하면 9팩을 바꿔 달아야 한다.  근데 혈관에 공기가 주입되면 안되기 때문에 이 소량이 들어가는 지 계속 확인했다가 바꿔 주어야 한다.  다른 환자도 있는데,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게다가 뽈대는 높아서 키가 작을 경우 까치발을 들어 이 작은 혈액을 바꿔 걸어야 한다. 이럴 경우 응급환자이므로 여타의 일도 정신이 없는데, 이 환자만 볼 수도 없다. 혼이 나간다. 

 

  자 말로 지시하는 의사가 힘들겠는가?  간호사가 힘들겠는가?  당연히 간호사가 힘들다.  그런데 보수와 근무여건은 의사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다.  의사가 학교 때 공부를 잘해서 이런 대우를 받는 게 정말 맞는가?   공정한 사회인가???

  피를 달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한다고?   간호사가 피를 뽑아서 검사실로 보낸다.  검사실에서 혈액수치를 알려준다.  그럼 수치를 보고 피를 달지 말지 결정한다.

  이 일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수많은 간호사의 역할 중 아주 최소의 부분일 뿐이다.

 

 그런 간호사들을 간호사들끼리 승진시키기 위한, 수간호사 등의 제도가 있다.  수간호사는 병동을 관리하고 간호사들을 관린하는 일이다.  병동 환자, 의사, 보호자 등의 불만과 윗선의 불만을 잠재우는 일이다. 

 

 그리하여 병원의 간호사 체계는 기능성과 내환자 전담으로 나뉜다.  서울대 병원은 내환자 전담이지만 다른 병원들은 대부분 기능성이다.  경력이 낮은 간호사가 위의 힘든 많은 일들을 혼자 시행하고, 경력이 많은 간호사는 차팅(환자에 대한 일지 비슷한 것)을 한다.  기능성은 환자수가 내가 근무할 때는 60명에 달했고, 내환자 전담은 10-15명 안팍이었다.  기능성인 병원은 의사가 지시하는 그 많은 일들을 환자가 헷갈리지 않고 60명 치를 해내야 했다.  내환자 전담은 대부분은 혼자 한 환자를 전담한다.  신규 때는 내환자 전담이 훨씬 편하다, 환자수가 적으니까.  다만 경력이 쌓여가도 똑같다.  기능성인 병원의 간호사는 경력이 쌓일수록 다소 일이 적어지지만, 내환자 전담은 신규나 경력자나 근무조건이 똑같다.  그러니 이도 저도 힘들긴 마찬가지.  절대 간호학과 가지 마라!   환자를 헷갈리지 않고 투약하고 수액 넣는 게 신의 경지다.  다 힘드니까 다른 사람을 안 갈굴 수가 없는 구조다!!!!!!!!!!!!!!!!!!!!!!!!!!!!!!!!!    남을 해치지 않으면, 내가 힘드니까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2. 보건교사

 

소심하거나 불안이 많거나 걱정이 많은 성격은 정말 힘든 일이다!!!!!!!!!!!!!!! (이건 모든 의료계통이 비슷하다.)

 

 병원마다 과가 있고, 의사는 해당 과만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병원은 각종 검사치와 엑스레이 기구 등 환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장치들이 있다.  그런 수치와 검사 결과를 보고, 자기 과 환자만 보는 게 의사다. 

 그런데 보건교사는 모든 과를 다 보고, 미아리에 돗자리 깔아야지 안 그럼 실력 없는 보건교사로 손가락질 받는다.  물론 조금 의심스럽다 싶으면, 병원에 보내면 된다.  그런데 요즘은 맞벌이가 많아서 보호자 불러 병원 보내기 쉽지 않다. 담임을 보내려고 해도 수업이 있다고 거절 당할 수 있다.  그런데 보건교사는 1학교에 1명이다.  보건교사가 따라갈 경우, 다른 응급환자에 대처가 어렵다. 

 

  2명이면 가능하냐고???    

 난 지금도 제일 싫은 일이 병원 가는 일이다.  또 젤 힘든 일이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어 가족을 데리고 병원가는 일이다.   그런데 2명이면, 이 힘들고 싫은 일을 시도때도 없이 해야 할 확률이 높겠다.   나만 싫은가?   자기 가족, 노부모 부양이 힘든 것은 아마 병원을 모시고 가는 것일 거다.  노부모가 아니라도 가족 중 누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그것처럼 힘든 일이 또 없을 거다.  가족 1-2명도 그럴진대, 다수의 환자를 데리고 병원가는 걸 강제 받는 직업이 보건교사다! 

쉬운 직업인가???

 

난 소심한 성격이라 걱정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니더라.  지식이 많다는 건 불안도를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다.   심한 결과를 많이 알기에 더 불안하기도 하고, 지식이 엄청 많아진다고 해도 보건교사는 어떤 검사를 해서 결과를 알 수 없기에 불안하다. (병원은 검사 결과가 나오면, 안심할 수 있다.)

이미 30년에 가까운 경험이 있어서, 학생들은 대부분은 큰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지만, 큰 건이 터진 날은 지금도 집에서 악몽을 꿀 때도 있다.  결과를 알지 못하니, 혹시 큰 문제가 발생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는 거다. 

 

응급상황이 없을 땐, 밴드 직접 안 붙여준다고 학부모 항의 받고, 친절 안하다고 항의 받고, 조금 큰 환자가 발생하면, 그때 병원가도 큰 문제 없는데도 다소 늦게 보냈거나 119로 안 보냈다고 항의 받는 게 보건교사다.

 

 아주 신규 때의 경험을 또 하나 얘기해보자.  한 학생이 축구를 하다가 축구공에 배를 맞았다. 아파서 1교시를 보건실에서 휴식하고 괜찮다며 올라가는데, 이 학생이 다소 어지러워 보이는거다.  너 병원가야 될 거 같다,,, 고 했더니, 굳이 괜찮다며 올라갔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담임에게 전화를 걸어, 이 학생 안 괜찮아보인다, 병원가야 한다,,, 고 했더니, 담임이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난리가 난거다.  이 학생의 콩팥이 다쳐서 한밤중에 병원가고 난리였다고.  담임말이 양호선생님이 병원 좀 가라고 했으면 좋았겠다고 부모가 양호교사에게 엄청난 불만을 호소했다는 거였다.  네에 알겠습니다... 하고 끊었지만, 한달 정도 불안했다.  이 학생은 그후 무사히 나았다.  난 분명히 담임에게 얘기했는데, 담임에게 불만을 호소하는 게 아니라, 보건교사(그때는 양호교사)인 나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친철하고 착하며 유능한 보건교사가 못되면, 매일 학부모의 원성으로 30년 이상을 지적질 당하며 살아야 하는, 늘 불안한 직업이다. 고로 절대! 보건교사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