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기대가 없었다. 개인의 취향이란 참 다른 것인데, 정우라는 연기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영화를 보기가 망설여졌다. 연기를 잘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왠지 주연을 맡긴다는 건 썩 내키지 않는 그런 심정이랄까?
그래서 한동안 이 영화가 땡기지 않았는데, 평점까지 낮아서 그냥 볼까말까 그러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선명탐정,,이 재밌었더라면 끝까지 안볼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조선명탐정이 대사는 약간씩 웃긴데 크라이막스가 없어 계속 그상태로 쭉 나가는 거다. 그래서 잠시 잠이 들었다 깨니, 이거 원 온통 기모노 차림 천지라, 지루하기도 하고 해서 살짝 옆칸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기대없이 본 <쎄시봉>이 재밌는거다. 마지막엔 찡한 감동까지 줘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여, 앞부분부터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다시 티켓 끊고 앞부분부터 봤다. 다시 봐도 재밌고, 마지막엔 또 눈물이 나는 거다. 허구인 줄 알지만 슬프더라. 시대가 갈라서게 만드는 그들의 우정이, 그들의 사랑이...
학생때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유일한 음악 테잎 하나, 트윈폴리오의 앨범이다. 왜 그들은 어느순간 사라져서 이 테잎 하나를 남기고 방송에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의아했는데, 영화를 보니 이해가 되더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시대를 읽게 만드는 영화, 쎄시봉... 이것을 뉘라서 신파라 하나? 그렇다면, 참 현실적인 신파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의외의 인물, 강하늘. 약간 지적인 우월감을 가진 윤형주 역을 어찌 그리 맛깔스럽게 소화하던지, 게다가 노래까지 잘한다.
쎄시봉 사장(권해효 분)이 없었다면, 그들의 노래는 없었을 것 같다. 그 사장님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 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정우라는 연기자의 연기는 약간 부족하지만 그럭저럭.
아주 매력적인 인물 한효주, 사실 악역일 수도 있는 그녀가 그렇게 아름답고 안스러워 보이는 것은 시대의 아픔 한켠에 그녀가 위치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효주 동생을 운운하는 사람들 있던데,, 지금이 연좌제 있던 시절인가? 그녀와 그녀의 동생은 엄연히 별개의 인물이다. 같은 곳에 세우고 주홍글씨를 새기면 안되지 않겠나? 만일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없건만, 작은 약점으로 그들을 조종하고 큰 죄 저지르게 할 수가 있겠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난다. "국민들이 참 웃긴기라. 자기들 아픈데만 살살 긁어주먼, 어떻게 살아온 놈인줄도 모르고 찍어주삐는 기라." 언론화되는 작은 약점에 주의를 집중할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죄를 저지르는 놈들이 누구인줄 두눈 크게 뜨고 지켜보자. 연좌제로 주홍글씨 새기지 말고.
누구는 어른역의 분량이 너무 적다고 하기도 하던데 딱 적당하고 극의 진행상 적절했다고 생각되며, 짐작보다는 분량이 제법 있더라는 것. 김윤석은 노래까지 잘하고, 잠시 나오는 그들의 연기력이 대단하니, 묵직하게 무게가 느껴지더이다.
음악이 좋은 거야, 이미 짐작하실테고.
참 잘 만든 영화더라. 근태가 실연을 하고 깜깜한 도로에서 몸을 숙이고 우는 장면의 먼 위에서의 촬영이 제일 멋지더라는. 도로의 불빛이 꺼지면 창의 불빛만 남았다가 그것도 사라지는 장면. 관객이 촬영의 변화를 느낄 수 없게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적절한 씬 구성과 편집은 이 영화가 왜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잘 만들어진 영화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알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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