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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느낌

<허삼관>, 웃긴 영환가 했더니 뭉클한 영화다.

 

 

  <허삼관>, 웃긴 영환가 했더니 뭉클한 영화다. 

 

 영화적 문법을 얘기하라면 조금 어설프다.  풀샷인지 바스트샷인지 모르게 컷을 구성하고, 뒤의 한 장면은 튀기도 하고, 하정우의 연기는 초입에는 연기라는 것이 드러날 정도로 어색하기도 하다.  물론 뒤로 갈수록 나아지지만 말이다.

 홍보에 필요하니 하정우를 감독으로 영입 했겠지만, 하정우 감독이 앞으로 배우와 감독을 겸하는 일은 안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배우면 배우, 감독이면 감독, 입지를 확실히 구축했으면 한다.  아직 그는 감독과 배우를 겸해도 괜찮은 작품을 뽑아낼 수 있을 만한 연륜있는 감독이 아닌 새내기 감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독으로서의 입지는 초짜 감독으로서의 발걸음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얻어야 할 것이다.  하정우라는 배우의 덕을 등에 업지 말고.

 

 

 그러나 이 영화, 크게 칭찬해줄 부분은 시나리오다.  개연성이 꽉 차게 확보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딱 들어맞는다, 그럴만하다 는 점 때문에 감동을 크게 느끼게 한다. 

 

 

  처음엔 코믹하게 시작한다.  허삼관이 "내가 이러저러하게 돈을 썼으니 당신은 나와 결혼해 주시오" 하자, 옥란이 "당신이 그걸 사주면서 처음부터 당신과 결혼해야 한다고 했으면 나는 그것을 먹지 않았을 것"이라든지, 둘이 결혼을 하게 되는 요소가 아주 단순한 성씨가 같다는 점 때문임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핏줄의 끈끈함, 중요성을 은연 중에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핏줄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정이거나 휴머니즘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번째 장점으로 꼽고 싶은 것은, 따뜻한 색감과 초가집 등 시골 할머니댁을 떠올리게 하는 화면이다.  그리하여 약간 부족한 연출을 이 정감가는 화면이 다 만회해 준다.  등장하는 조연들의 화려함도 그렇고.  처음에 피 뽑으러 가며 코믹한 장면을 연출했던 성동일이 앞부분에만 나오고 안나오는 것만 봐도 그 화려한 조연진을 짐작할 수 있다.  <범죄와의 전쟁>에 나왔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와 감칠맛과 개성 있는 캐릭터를 고스란히 경험하게 한다.

 

 

    세번째, 여기서 중심 주연인 일락이다.  일락의 외모며 캐릭터는 어린아이지만 아주 매력적인 한 남성을 보는 듯하다.  만두를 먹고 싶은 아이의 심성과 아버지의 고충을 이해하는 어른 심성을 오가는 일락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네번째로 내가 주목하는 것은, 부(모)성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왜 나는 국제시장에서 감동을 느낄 수 없었는지 확실히 알았다. 

허삼관이나 국제시장의 남주인 윤덕수의 차이는, 가족의 어.떤.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아버지가 고생을 하느냐에 포커스가 있다. 

 

  국제시장에서 덕수가 독일탄광에서 고생하다가 돌아와 다시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꽃분이네]란 가게를 지키고자 하고 자기 누이동생의 화려한 결혼식을 위해서다.  [꽃분이네]는 원래 자기 고모의 것이었으므로 자기 것으로 우길 필요는 없는 것이며, 물 한 컵 떠놓고 해도 되는 결혼을 화려하게 하고 싶으니, 오빠는 베트남에서 고생해라 는 논리.  그 논리에 따라서 다른 가족들의 호의호식을 위해 혼자만 베트남이란 전장에 고생하러 가는 덕수는 과연 진정으로 가족을 위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  그렇게 잘못된 사고방식의 가족이라면 제대로 혼을 내고 함께 고생하여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바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덕수의 "내 고생했지예.."란 감정에 몰입하거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즉, 개연성이 비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공감할 수 없는 고생이 관객의 눈물을 자아낼 수는 없었던 것. 

 

 

   그러나 <허삼관>의 피를 뽑는 처절한 행위에는 눈물이 흐른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화려한 결혼을 하고 싶다거나 한 것이 아닌, 가족의 목숨을 살리고자 하는 절실함이다.  피로 맺어진 가족이 비록 아닐지라도.  가슴이 뭉클하게 아파오면서 눈물이 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니 만두와 붕어찜이 먹고 싶어졌다.  오늘은 그 만두와 붕어찜을 한번 먹어 봐야겠다.  이 영화, 어쩌면 먹방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