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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대본

성스 제16강 대본 (필사)

      

                    

            

 

 

       

 

      

 

  

    성스 16강 대본 (필사) 


1. 계곡 일각 (낮)


달려가서 윤희를 안는 선준.

놀란 윤희, 기뻐서 눈물 글썽해진다.


선준 ; (한참 안고 있다가 떨어져서 눈물 가득 고인 채) 안되겠다, 김윤식.  아무리 애를 써도, 난 이렇게 널 찾아 헤맬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제 네 차례다.  나한테서 도망가라 김윤식. (돌아서 가려 한다)

윤희 ; 기다려!


멈춰 서는 선준.


윤희 ; 내 대답, 듣고 가야지.


돌아보는 선준.

선준을 향해 달려가다가 버선이 바위에서 미끄러져 ‘아아’ 비명 지르며 물에 빠지는 윤희.

물에 뛰어 드는 선준.

한동안 안 보이다가 물에서 윤희를 구해 안고 나오는 선준.


선준 ; (윤희의 머리를 손으로 받치며 바위에 눕히고 어깨를 흔들며) 김윤식, 김윤식.  정신 차려 김윤식.  하아.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다가, 윤희의 도포의 단추를 풀고 저고리를 연다.  열고 보면, 가슴의 윗부분이 봉긋하게 보인다.  놀라는 선준.)


2. 계곡 일각 (낮)

 

병춘과 고봉, 고여 있는 계곡물 위에서 머리를 아래로 하고 비명(으아아) 지른다.


걸오 ; (계곡 위에서 병춘과 고봉을 붙잡아 계곡물에 빠뜨릴듯 거꾸로 들고) 뭐하는 짓이냐?  내 뒤꽁무니에서.

병춘 ; (겁에 질려) 아니 그냥..  우린 물놀이나 같이 할까 해서.

고봉 ; 사이좋게..  모꼬지잖아..

걸오 ; 그 물놀이, 나랑 같이 하자구.  (둘의 뺨을 잡으며) 사이 좋오케.


3. 계곡 일각 (낮)


기침하며 깨어나는 윤희, 자신을 보고 있는 선준을 보다가 자신의 상의 앞섭이 열린 걸 보고 놀라, 여미며 일어나 앉는다.


선준 ; (윤희의 등을 보고 앉아서) 김윤식 너.. 여인이었소?

도현 ; (크게 노래 부르며 일행과 함께 산을 올라 이쪽으로 오는 중이다) 신고산이 우르르르..

명식 ; 아이 그게 뭡니까아..  라리람빠람빠 리라리람빠요 

유생들 ; 라리람빠람빠 리라리람빠요


급히 옷을 추스르는 윤희, 여러겹의 옷이 잘 추슬러지지 않는다.


명식 ; (멈춰서) 자아 그만 가고, 여기가 어떤가?

유생들 ; (걸어가며) 라리람빠람빠 리라리람빠요


안되겠다 싶은지 선준, 윤희의 손목을 잡고, 바위 아래에 숨는다.

선준과 윤희가 숨은 넓은 바위 위에 멈춰서는 유생들.


도현 ; (술병 들고 취한 목소리로) 아이 그만.  더 이상 힘들어.  그만 가자아..

해원 ; 형님, 좀만 더 가요오..

우탁 ; 그래서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윤희, 선준에게 얼굴을 더 파묻는다. 

윤희 보던 선준, 윤희를 안으려다가 멈칫 팔을 멈춘다.

다시 가는 유생들.   

한시름 놓는 윤희.


4. 계곡 일각 (낮)


계곡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병춘과 고봉.


걸오 ; (바위에 서서 긴 나무장대로 둘이 물에서 나오지 못하게 밀어 넣으며) 좋아하는 물놀이.. 여기서 실컷, 하는 거다.

병춘 ; (숨찬 목소리로) 이제 놀만큼 다 놀았는데..

고봉 ; (애절하게) 그만 나가면, 안되까요?

걸오 ; (장대로 더 밀어 넣으며) 내가 돌아올때까지, 물밖으로 한발짝이라도 나오기만 해봐?  (장대로 더 밀며) 그땐 이녀석이.. 온몸으로 놀아줄테니까.


5. 계곡 일각 (낮)


물 가운데 약간 떨어져 서 있는 윤희와 걸오.


윤희 ; (선준 쪽으로 돌아보며) 난, 이제 그만 가봐야겠소.  (선준을 지나쳐 가려 한다)

선준 ; (앞을 지나쳐 가려는 윤희의 어깨를 잡아 세우며) 나더러, 이대로 널 보내라고?  난, 너 못 보내.


멈춰서 보는 윤희.


6. 계곡 일각 (낮)


걸오 ; (장대 메고 계곡물 쪽을 보며) 어이 김윤식!  이제 그만 내려가자!  (바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다) 김윤식!  김윤식?  이자식 어딨는거야?  김윤식?  (걱정되는 표정으로 장대를 바닥에 던지고 급히 뛰어간다)


7. 계곡 일각 (낮)


걸오, 달려와서 숲을 둘러보다가, 계곡 옆 바위에서 행장을 챙기는 유생들에게 달려온다.


걸오 ; (앉아있는 우탁의 어깨를 잡고) 김윤식 여기 안 왔어?


우탁, 고개를 젓는다.


걸오 ; (서 있는 명식의 팔을 잡으며) 김윤식 못 봤어?

명식 ; 모르겠는데.

걸오 ; (많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혼잣말) 대체 어딜 간 거야, 이자식.

여림 ; (부채로 걸오의 어깨를 치며) 너무 걱정말라구우.. 잘 있으니까.

걸오 ; 확실해?  그자식, 지금 어딨어?

여림 ; 어허이, 하나씩 차근차근 물어봐야지, 친구야아..  내가 본 건 아니지만, 확실해에.  지금 동방생이 머무는 서원에, 안전하게 가 있다구.  이선준이랑 같이 있다구우, 대물 녀석.

그렇게 걱정되면 같이 가보던가?  가서 두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던가아.  (접은 부채를 위아래로 흔들며) 안전하게 자알.. 있는지?

걸오 ; (부채를 손으로 탁 치고 허망한 표정으로) 됐다.  잘 있으면 된거지 뭐. (간다)


8. 서원 선준방 (밤)


윤희 ; (서서 도포의 옷고름을 여민 후) 다아.. 갈아 입었소.

선준 ; (들어와 방문을 닫고 윤희 앞에 와 서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피곤할테니 그만 쉬는게 좋겠소.

윤희 ; 이,,이방에서 말이오?

선준 ; 난 밖에서 잘테니, (얼굴 외면하고) 그건 걱정 마시오.  (방문으로 걸어 간다)

순돌 ; (방문 열고 얼굴만 빼꼼 내밀며) 나오긴 어딜 나온다고 그란디요, 데련님은?  꽃도령 선비님, 오늘밤 안에 무조건 우리 되련님 꼬드겨 가지고, 성균관으로 데불고 가랑께요.  방구석에 혼자 있다가는 사람 베리겄소.  나가 대신 죽는한이 있어도, 우리 데련님 시름시름 앓는 꼴은 더는 안본당게요오.

윤희 ; 어디.. 아팠었소?

순돌 ; (힘주어) 아따, 상사병이라고라아.  밥을 먹길 하나, 책을 읽길 하나, 잠을 자길..하나?

선준 ; (그만하라는 표정으로) 순..순돌아..

순돌 ; 오메불망.. 그리운님 생각에.. 넋이 나간건지 원.

선준 ; (윤희를 보면 윤희, 선준의 얼굴을 외면한다.  윤희 얼굴 외면하며) 순돌이 너, 그만두지 못할까?


순돌, 급히 나가서 방문을 닫는다.


9. 방문 밖 (밤)


순돌, 숟가락으로 걸어 방문을 잠근다.         


10.방 안 (밤)


선준, 다급한 표정으로 방문을 흔들지만 열리지 않는다.

윤희, 당황한다.


11. 방 밖 (밤)


순돌 ; (방문 앞에 서서) 꽃도령 선비님.. 우리 되련님 좀, 꼬옥 좀, 설득 좀 시켜주시요오, 이이?


12. 방 안 (밤)


선준 ; (은밀히 사정하는 어조로) 여여긴.. 이불도 한 채란, 말이다.


정말? 하는 표정으로 둘러보는 윤희.

방에 이불 한 채가 놓였다.


13. 방 밖 (밤)


순돌 ; 아따 되련님 참, 깔끔시럽기는.  그럼 이 밤중에, 이불 어디서 구한디요, 이이?  사내들끼리 내외하는 것도 아니고.  (손바닥쳐서 털고 가버린다)

  

14. 방 안 (밤)


어쩌지..하고 윤희를 돌아보나 정면으로 못보는 선준.

윤희도 선준을 보다가 시선, 외면한다.


15. 유생 숙소 마당 (밤)


모닥불 주위에 얇은 이불 깔아놓고 둘러 앉아 노는 유생들.

팔을 들어 양옆으로 접었다 폈다 하는 유생들.


유생들 ;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유생1 ; 성균관

도현 ; (섰다 앉으며) 관악산.

해원 ; (박수 맞추고) 산기슭.

우탁 ; 스.. 슭?  공자께선 슭이란 글씨를 좋아하지 않으셨네..

유생들 ;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평상에 누워 있는 걸오.


여림 ; (평상에 앉아 걸오의 몸을 치며) 에휴, 이렇게 껍데기만 누워 있을 거면서, 왜 뻗대, 뻗대기를.. 음?  알맹인 저 아래, 대물 옆에 가 있잖아아, 음.  봐봐?  (걸오의 머리를 주먹으로 여러 번 가볍게 치며) 댕댕, 이렇게 빈소리 나는 거.

걸오 ; (여림의 손목을 잡고) 넘겨 짚는거.. 자꾸하다 습관되면 이 팔목 부러진다. (팔베개하고 약간 고개 돌려 눕는다)

여림 ; (손을 빼고) 좋아하잖아아.. 대물.

걸오 ; (시선 멀리 두고) 그런 넌, 아냐?

여림 ; 하긴.. 누가 그 똘망똘망한 녀석을, 싫어하겠냐마는.

걸오 ; 잔다.  (일어선다)

여림 ; 너무 멋진 척 하느라, 힘빼지 말라고, 걸오오..  (일어서서) 욕심 나지 않는 척, 질투하지 않는 척, 그리고, ... 이런 사사로운 마음 따위에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센 척.  (걸오 돌아보며) 내가 자네라면, 이런 쓸데없는데 진 빼는 대신, 내사람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할거야.  아직은, 이선준보다 자네가 더 유리하잖아.  (걸오에게 다가가 걸오 귀에 대고) 이선준은 대물녀석의 비밀을, 상상도 못할 테니까.


허망한 표정으로 여림의 어깨를 툭, 치고 간다.

    

16. 뜰 일각 (밤)


산 밑 잔디밭으로 쓸쓸히 걸어 오르는 걸오의 뒷모습.

한 팔 베고 잔디에 눕는 쓸쓸한 걸오의 표정.


17. 선준방 (밤)


이부자리에 앉아서 이불 끝을 잡고 안절부절하는 윤희.

선준, 약간 떨어져 책상에 책을 펼치고 읽고 있다.


윤희 ; (선준 보며) 불을 꺼야.. 잠을 잘게 아니오?

선준 ; (책에 시선 둔 채) 난 오늘, 읽어야 할 책을, 다 읽지 못했소.  그러니, 난 상관 말고, 자면 되겠오.

윤희 ; (이불 덮고 누웠다 다시 일어나 앉으며) 나도, 차라리 책이나 읽는 편이, 낫겠소.  (일어나 책을 가지러 가서 선반에서 책을 하나 펼쳐 든다)

선준 ; 아까.. 계곡에서 말이오?  그러니까.. 물에 빠지기 전에 말이오..


윤희, 펼쳐 본 책에 야한 그림이 있다.  선준을 째려보는 윤희.


선준 ;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질 않았소?  아니, 난 뭐 중요한 말인듯 싶어서.  잊기 전에 해두는 게 좋을거 같아서 말이오.

윤희 ; 이선준 상유, 주로 이런 책을 읽나 보오? (빨간 표지의 책을 들고 보인다)

선준 ; (앉아서 윤희를 보다가 당황하여) 그그건.. 용하 사형이 준.. 그게 왜 거기?  (일어나 책을 뺏으려 한다)

윤희 ; (팔을 위로 올려 안 뺏기려 하며) 난 또 무슨 대단한 책을 읽는가 했네.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열심히 읽는 책이 뭔가 했더니.. (책을 등뒤로 돌리고 방에서 움직이며 안 뺏기려 하다가 방바닥에 넘어진다) 아아. (넘어져 이불에 앉아서도 책을 뺏기지 않으려 한다)

선준 ; (무릎 꿇고 윤희 앞에 앉아 책을 뺏으려 하며) 내가 그 책을 누구 때문에..


책을 뺏으려 하고 안 뺏기려 하다가 보니, 윤희가 바닥에 눕게 되고 선준이 그 위에 엎드리게 된다.  서로 멈춰서 얼굴 보다가 민망하여 얼른 일어서 떨어져 앉는 선준.


선준 ; (민망하여 헛기침) 흠.

윤희 ; (일어나서) 그러게.. 내가 얼른 불끄구, 자자고 했잖소.


민망하여 가만히 있는 선준.

     

18. 선준방 (밤)


불 꺼진 방 안.

이불 깔고 덮고 누운 윤희와 그 옆에서 약간 떨어져 이불 없이 방바닥에서 윤희를 등지고 누운 선준.

선준 보다가 일어나 윗 이불을 선준에게 덮어주는 윤희.


선준 ; (누운 채) 난, 괜찮소.  (일어나 앉아 윤희를 보며) 그래도, 난 장부의 몸이나, 그쪽은 여인의 몸이오.  게다가 오늘은 물속에도..

윤희 ; (옆에 앉아서 장난끼 어린 미소띠고) 지난번 섬에서, 물에 살짝만 담궜다가, 밤새 열감기를 앓았던 장부가.. 누구였더라?  난 괜찮소.  (가서 이불에 누워 둘둘 말고 선준을 보며) 이렇게 말고 자면 되니까.

선준 ; (그런 윤희를 보고 웃는다) 허허허.  (진지한 표정되며) 언제부터 였소?  그렇게 고운 얼굴을.. 사내의 복색으로 가리고 다닌 건?  힘들면.. 대답 안해도..

윤희 ; 아픈 동생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약값이 없어서.. 병부를 필사해 드렸더니.. 의원이 .. 새책방 황가에게서 일감을 얻어다 주셨소.  그때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이탠가 뒤니까.. 열두살.. 쯤이었나?

선준 ; 김윤식은.. 동생의 이름을 빌린 건가?

윤희 ; 그렇게 됐소.

선준 ; 그럼.. 진짜 이름은?

윤희 ; 김윤희.. 김윤희요, 내이름.

선준 ; 김.. 윤희.


마주 보는 두 사람.     

  

19. 효은방 (밤)


찻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효은과 장의.


장의 ; (차 마시고 내려 놓으며) 이선준은.. 너보다 내가 더 잘 알지.  두사람.. 무슨 일 있다.  말해.  사실대로 말을 해야 내가 도울 수가 있어.

효은 ; 나 알아..  오라버니가 도련님 맘에 들어 하지 않는 거.  그러니까 그냥 모른척 해줄래?  (울음 터질 거 같은 표정이다)

장의 ; 효은이 너?

효은 ; 나는 그냥 노력하면서 기다릴거야.. 도련님은 단정한 분이고, 반듯한 분이니까.. 내가 파혼얘기만 안 꺼내면, 괜찮아.  그러니까..

장의 ; 우리집에서 파혼하는 걸로 하라.  거기까진 예를 갖추겠다더냐?

효은 ; 오오라버니..  도련님 잘못이 아니야.  내가 부족하니까..


장의, 일어나 간다.


20. 효은방 앞 (밤)


비오는 마당에 뒷짐 지고 선 장의, 분노에 찬 표정이다.


21. 서원 마당 (아침)


새소리.  서원의 건물 보이는 마당.


22. 선준방 (아침)


갓까지 갖춰 쓰고 마주보고 선 선준과 윤희.


윤희 ; 지금 뭐라고 했소?  나더러, 성균관을 그만두란 말이오?

선준 ; 당연한 일 아니오?

윤희 ; 뭐가 당연한단 말이오?

선준 ; 국법이 금한 일이오.

윤희 ; 남녀가 유별하고, 강상의 법도가 지엄하기 때문에?

선준 ;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잘 알면서..  왜?

윤희 ; 있을 수 없는 일을 꿈꾸게 하고, 기적을 만들어준 게 누군지, 그것도 벌써 잊었소?

선준 ; 그건..

윤희 ; 내가 여인이기 때문이오? ... 가난한 이도, 핍박 받는 남인 출신도, 모두가 기적을 꿈꿀 수 있지만, 계집에겐, 허락 안된다는 건가?  그 역시, 내가 선택할 수 없었다는 건, 똑같은 일인데... ... (힘없이) 국법도, 어명도, 무서울 것 없는 나요. (돌아서 간다)

 

23. 서원 마당 (아침)

 

마당을 걸어가는 윤희.

급히 달려와서 윤희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우는 선준.


선준 ; 내가 뭘 걱정하는지.. 그렇게도 모르겠어?  이건 위험천만한 일이야.  니가 다칠 수도,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구.

윤희 ; 아직 닥치지도 않은 내일일까지 걱정하면서 살고 싶진 않아!  성균관을 나간다해도 난, 여전히 이렇게 사내의 갓 도포를 두르고, 필사일을 하기 위해 운종가를 누벼야 할테고..  그것도 안되면, 없는집 살림에 부담을 덜기 위해, 누구라도 상관없이,, 혼인을 하게 되겠지.  그러니까.. 나한텐 그렇게 애를 써가며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내일 같은건.. 없다구.  난.. 지금 이순간,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  마음껏, 악착 같이.  다시는, 내 인생에 허락되지 않을 시간들이니까.  (간다)


생각하는 선준.


24. 유생 숙소방 (아침)


둘러 앉아 짐 싸고 있는 유생들.

방문 열고 들어서서 문 닫는 윤희.

    

도현 ; (보자기를 묶으며) 어 대물, 너 아침 일찍부터, 어딜 갔다 와았냐?

해원 ; 에휴 형님도 참.. 아 이자식, 간밤에도 안보였다구.

우탁 ; (일어서서 윤희 얼굴 보며 검지 치켜 올리고) 대물 너, 눈이 푸욱.. 꺼진게,.. 수상해?  이건 분명, 간밤에 정인이라도 만난 기색인데...

유생들 ; (웃는다) 어어어허.

윤희 ; 어, 아니 정인은 무슨 정인... (민망하여 숨 고르고, 저쪽으로 가는 윤희)


방문 열리고 걸오와 여림 들어선다.


윤희 ; (방구석으로 가려다가 걸오의 앞으로 돌아서서) 사형!  (힘없이) 사형, 어 어제는 일이 그렇게 됐습니다.


무시하고 방 안으로 걸어가는 걸오.

  

윤희 ; (걸오의 등 뒤에서) 사형!

걸오 ; (돌아보지 않고 정색하여) 너 이자식, 뭐가 그렇게 제멋대로야?  걱정하는 사람도 좀 생각하면서 행동해. (간다)

여림 ; (윤희 옆에 와서) 이선준은 잘 만났나?

윤희 ; 어떻게 아셨습니까?

여림 ; 나 구용하다.


25. 선준방 (낮)


양반다리하고 반듯이 앉아 생각하는 선준.


*몽타주 

   - 23씬 <마주 선 윤희와 선준>

           윤희 ; 성균관을 나간다 해도 난, 여전히 이렇게 사내의 갓 도포를 두르고, 필사일을 하기 위해 운종가를 누벼야 할테고..  그것도 안되면, 없는집 살림에.. 부담을 덜기 위해, 누구라도 상관없이,, 혼인을 하게 되겠지. 

           말문이 막히고 안되었다는 표정의 선준, 보인다.

           윤희 ; 난.. 지금 이순간,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

  

굳은 결심을 하는 듯 보이는 선준.


26. 운종가 (낮)


생각에 빠져 걷는 윤희.


*몽타주 

   -23씬 선준 ; 이건 위험천만한 일이야.  니가 다칠 수도,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구.


생각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윤희.

옆에서 걷던 걸오, 멍한 윤희를 보더니 윤희가 들고 있는 짐을 들어주려 한다.

앞에 나타난 초선과 기생 일행. 

그 앞에 모여든 유생들.


도현 ; 야아!  대물, 초선이가 왔다아..

유생들 ; 대물!  대물!  대물!

초선 ; 꼭 드릴 말씀이 있어,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도련님께선 절 찾지 않으시니, 이렇듯 돌아오시는 길이 아니시면, 뵈올 방도가 없어서..


보는 옆의 여림과 걸오.


윤희 ; 잘 왔소.  나도 오늘쯤은.. 그대를 보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미소짓는 초선


유생들 ; 야아! 

도현 ; 자자 이쯤되면 우리는 비켜주자고, 쓰으. (간다)

유생들 ; 쓰으. (함께 옆으로 가버린다)     


가는 여림과 걸오

걸오, 가다가 초선 옆에서 잠시 멈춰 선다.

초선과 윤희, 가버린다.


여림 ; (멈춰서) 야아.. 빠져도 단단히 빠졌구마안.  천하일색 초선이가, 일편단심 초선이가 되다니.. 허!

걸오 ; 이 향, 이건, 기녀라면 누구나 다 쓰는 거냐? 

여림 ; 그럴 리가..  아아.. 이건 오직, 초선이만 쓰는 향이지.  서씨가 쓰던 향이라는데, 향이 독해서, 초선이나 되는 미모니까 어울리지.  웬만한 기녀는 쓰지도 못해. 


생각하는 걸오.


27. 초선방 (낮)


보료 위에 앉았는 윤희.

그 옆에 앉은 앵앵과 섬섬.


섬섬 ; 우리 대물 도련님은.. 계집을 몰라도 너무! 모르신다니까..

앵앵 ; 아아, 이렇게 무심한 양반이 뭐가 좋다고, 우리 초선 형님은 기적에서 이름까지 빼고 싶어하는지 몰라아..

윤희 ; 그게 무슨 소리요?  기적에서 이름을 빼다니..

앵앵 ; 모르셨수?

초선 ; 쓸데없는 소리들이구나. (술상 들고 들어온다)


일어나 나가는 앵앵과 섬섬.

술상을 윤희 앞에 내려놓고 다소곳이 앉는 초선.


윤희 ; 사실이오?

초선 ; 이년을...  받아주시렵니까?


난감한 윤희.


28. 모란각 앞 (낮)

  

모란각 안으로 들어가는 기생 두 명.

그 건너편 건물 처마 밑에 선 걸오, 생각에 잠겼다.


*몽타주 

   - 걸어가던 초선의 모습.

   - 칼싸움하는 복면한 홍벽서 둘.

   - 운종가에서 걸오 옆을 지나는 초선과 돌아보는 걸오.

      

생각에 잠긴 걸오.


E (여림) ; 그럴리가아..  이건, 오직 초선이만 쓰는 향이지.


29. 초선방 (낮)


술상을 가운데 두고 앉은 윤희와 초선.


초선 ; (세운 무릎 위에 손을 가지런히 올리고) 천한 계집이니, 도련님의 베필이 되고자 하는 욕심은, 부리지 않을 것입니다.  어린 날 화초를 올린 뒤로 오늘까지, 이년, 제법 화려한 기녀로 살았습니다.  허나 이년의 천한 몸을, 사내들의 노리개감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아는, 여인네의 몸이다.. 감싸주신 분은, 도련님이 처음이셨습니다.

윤희 ; 초선이..

초선 ; 그렇게 도련님 곁이면.. 정인이 됐든, 첩실이 됐든, 저도 여인인 저를, 아끼며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  도련님께서 저를 돌아봐주실..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도 좋다, 허락해 주십시오..

윤희 ; (시선 외면하며) 아니, 허락할 수 없소.   이렇게 곱고, 심지 곧은 그대에게, 난 참 부끄럽고, 모자란 사람이오.  그러니..  더는 내게 마음 주지 마시오.  난,, 자격이 없소.  (일어선다)

초선 ; (마주 일어서서) 그렇게 고운 말로, 퇴짜를 놓으시면, 이년이 어찌 도련님을 놓아드린답니까?

윤희 ; 미안하오.  미안합니다, 초선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초선, 마주 고개 숙여 인사한다.


30. 모란각 앞 (낮) 

  

대문을 나오는 윤희, 걸오를 발견하고 선다.


걸오 ; (대문 옆에 서 있다가 윤희를 보고) 백주대낮부터, 기방이나 출입하고.. 커서 뭐될래?   초선이.. 말이다.  거리를 좀 두는 게 좋겠다.

윤희 ; 좋은 사람입니다.  제겐, 너무 아까운.

걸오 ; (답답하여) 말하면 좀 들어라.   호패에 먹물 자국도 안 마른 놈이, 기방 출입이나 하며 시간 낭비 하는 거, 영 재수가 없다구.

윤희 ; 사형, 아직도 제게 화나셨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대물입니다, 대물.

걸오 ; 그래서.. 너니까, 걱정하는 거라구. (윤희의 짐을 뺏어 들고 먼저 걸어간다)


31. 성균관 대문 안 (낮)


유생1 ; (큰 짐을 힘들게 들고 들어오며 옆의 명식에게) 야, 명식아, 이거 좀 들어라 니가.  아 아유.. 아이구 (문을 들어와서 마당에 짐을 내려놓는다)

도현 ; (붙은 벽보를 손으로 가리키며 보더니) 황감제다.  황감.,제.


자막 ; 황감제 黃柑製 부상으로 당시로선 진상품으로만 쓰이던 귀한 과일 귤을 내리는 시험.


우탁 ; 황감제?

도현 ; 니들, 귤.. 먹어봤냐?  탐라에서 진상품으로만 올린다는 바로 그 규울.  (유생들 둘러보고 아무도 말이 없자) 안 먹어봤으면, 말을 아예 하지 말어.  새콤달콤 아주 천상의 맛이 따로 없다니까.  황감제에서 장원을 하며는, 귤을 상으로 내린다는 전설.


우탁, 손으로 입가의 침을 닦는다.


32. 궁궐 복도 (낮)


걸어오는 금상과 그 뒤 내시 및 궁녀들.

금상의 옆에서 바구니에 가득 담긴 귤을 들고 걷는 대사성.


금상 ; 올핸 귤이 풍작이라.. 좀 더 넉넉히 유생들에게 내렸습니다, 대사성.

대사성 ; 조선팔도에서 귤을 맛볼 수 있는 백성은, 성균관 유생들이 유일할 겁니다, 하하하하하하.  다시 유생시절로 돌아가는 건 끔찍하지만, 이 황감제를 생각하면, 한번쯤 그 시절로 돌아가 귤을 맛보는 것도 좋겠다.. 뭐 이런.. 하하하.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병판과 좌상.


금상 ; 좌상이 아닙니까?


병판과 좌상, 금상 앞에 와 멈추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좌상 ; 벌써.. 올해 황감제를 치를 때가 다 됐습니다, 전하.

금상 ; 그러게나 말입니다, 좌상.  좌상께선, 올해 황감제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겠습니다.

대사성 ;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전하.  시부면 시부, 제술이면 제술, 이선준 유생이 장원을 안한다면, 해가 서쪽에서 뜰..

병판 ; 가만.. 좌상의 아드님은 서원에 가 있는 걸로 압니다만..


표정이 굳는 좌상.


대사성 ; 모르셨습니까?  오늘 성균관에 복귀했습니다.

좌상 ; (몰랐던 표정이더니, 헛기침하고 금상 보며) 흠흠.  제가, 불러 올렸습니다.  아들 녀석이.. 고지식하기만 해, 책만 파고든다기에, 정사를 고민하기에는, 도성 가까이 성균관이 낫다 싶어서 말입니다.  (약간 고개 숙이고 화난 표정으로 있다)


보고 웃는 금상.


33. 존경각 (낮)


존경각에 붙어 있는 벽보를 보는 윤희.


윤희 ; 황감제?  (나무 계단을 서너 개 내려와서, 선반을 보고 서 있는 유생의 등을 손으로 살짝 치며) 저.. 잠깐만..

선준 ; (돌아서서 책을 들어 보이며) 찾는 책이 이거요?

윤희 ; (선준인 걸 알고 놀라서) 돌아왔소?  성균관으로?      

선준 ; 황감제 준비라면 할 필요 없소.  (윤희를 지나쳐 걸어가 윤희에게 등을 보이고 선 채) 그 말이 맞더군.  김윤.. (잠시 멈춘다) 음, 아무튼.  그댈, 성균관 유생으로 만든 장본인이 나인만큼, 책임은 내가 지지.

윤희 ; 책임을 진다구?

선준 ; (돌아서서 윤희 보며) 아무도 이 사실을 알기 전에, 조용히 성균관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소.  내가 하는 일이오.  실수없이 하지. 

윤희 ; 그러니까.. 날 내쫓기 위해, 돌아왔단 말이오?

선준 ; 그럼, 마음에 둔 여인을, 사내들만 가득한 이 성균관에 내버려 둘, 모자란 놈으로 봤단 말이오?  날?  (간다)

윤희 ; (선준의 앞을 막으며) 무슨 자격으로?

선준 ; 난.. 니가 다치지 않길 바래.  그리고 지켜줄 의무가 있다.  더 무슨 자격이 필요하지?

윤희 ; 도와주면 되잖아.  내가 끝까지 잘해낼 수 있도록.  내가.. 이 성균관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유생이라는 걸,, 보여주면 되겠소?     

선준 ; 그걸.. 어떻게 보여주겠단 말이오.

윤희 ; 그건.. (둘러보다가 벽보를 가리키며) 저거, 황감제.  황감제 장원이면 어떻소?

선준 ; (생각하다가) 황감제.  제술과 강경, 모두 보는 시험이란 건, 알고 있소? 

윤희 ; (잘 모르는 표정으로) 뭐..

선준 ; 제술로는 부 한편과, 표 전 논 중에 하날, 강경으론 사서삼경 중에 하날, 전문 모두 외워보는 시험이란 것도, 알고 있소?

윤희 ; 남들 안하는 것도 아닌데.. 해보지 뭐.

선준 ; 또 있소.

윤희 ; 이번엔 또 뭐요?

선준 ; 뭣보다, 날 이겨야 될텐데..

윤희 ; 난 또 뭐라고.

선준 ; 난 사부학당 시절부터, 단 한번도 장원을 놓쳐본 일이 없소.

윤희 ; 그러니.. 내가 이기면, 그땐 더 말하기 없기요.

선준 ; 좋소. 해 봅시다.


34. 성균관 마당 (낮)


문으로 뒷짐 지고 들어오는 선준.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는 유생들.


유생1 ; 아니.. 이렇게 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해원 ; 이선준이 돌아왔다며?

유생2 ; 어, 이선준이다.


유생들 옆을 스쳐 지나 가버리는 선준.


우탁 ; (검지 세우고)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라. 


자막 ; 有朋自遠訪來不亦樂乎 (점차적으로 쓰여진다)


우탁 ;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하하하하, 즐겁지가 않군. (뺨을 양손으로 감싸 누르며) 즐겁지가 않다구!  (울듯) 황감제 장원은 저녀석 몫이 아닌가..


35. 뜰 일각 (낮)


큰 나무 쪽으로 뒷짐 지고 걸어와서 여림 뒤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선준.

큰 나무 옆에 선 걸오와 그 옆에서 걸오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장난치고 있는 여림.

걸오, 장난이 싫은 지 주먹으로 여림의 배를 때린다.

 

여림 ; (선준을 돌아보며) 왔군.  역시 김윤식, 약발인건가?

선준 ; 음.

걸오 ; 어이 노론, (걸어서 선준 옆에 서서 시선을 앞에 둔 채) 내가 사람 헷갈리게 하지말랬지?  왔다갔다 오락가락 하지 말라구, 정신 사나우니까.  (가버린다)

여림 ; 하아, 십년만에 처음일세, 걸오 저 친구.  대단한 환영인산데.


걸오가 간 쪽을 돌아보고 웃는 선준. 


36. 동이방 (낮)


선반 앞에 나란히 서서 베개를 꺼내 드는 선준과 윗옷을 들고 놓는 걸오.


선준 ; (베개를 들고) 그럼, 저 먼저 잠자리에 들겠습니다 사형.  (베개를 툭툭 쳐서 이부자리의 가운데 놓고 반드시 눕는다)

걸오 ; (서서 선준을 보며) 어이 노론,


선준, 눈 감은 채 옆으로 눕는다.


걸오 ; 거기 내자리다아..

선준 ; (눈 감은 채) 니자리 내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누우면 다 제자리라 말씀하신 분은, 사형이십니다.

걸오 ; 저리 안꺼져?


선준, 눈 떴다가 다시 눈 감아 버린다.

걸오, 베개를 이부자리의 가운데인 선준의 옆에 던지면서 선준의 목에 베개를 맞춘다.

그리고 베개를 베고 누우면서 엉덩이로 선준을 밀치는 걸오.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 버티면서 걸오를 엉덩이로 미는 선준.

서로 돌아보는 선준과 걸오.


걸오 ; (화난 표정으로 일어나 앉으며) 야아, 너 오늘 왜 이러냐?

선준 ; (앉아서 걸오 노려보며) 사형께선 정말 왜 이러십니까?

윤희 ;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방문열고 들어와서 둘을 보고 의아하여) 두분, 뭐하십니까?

걸오 ; (자신의 옆을 손바닥으로 두들기며) 너두, 빨리 와서, 자라.

선준 ; (크게) 아니 김윤식 유생자린, 여깁니다! (자기 옆의 이불을 탁 친다)


놀라서 선준을 보는 윤희와 선준을 돌아보는 걸오.


선준 ; 김윤식 유생은 잠버릇이 험하니, 벽쪽에서 자는 편이..

걸오 ; 됐다!  그냥 자던대로 자.

선준 ; 아닙니다, 사형.

윤희 ; 잠깐.  제 잠자린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윤희를 보는 둘.

선준, 눈동자를 자신의 옆으로 돌리며 윤희를 설득한다.

문 열고 급히 들어오는 여림.


여림 ; (검지 올려 겁난다는 듯 떨며) 소리, 저 소리 못 들었나? 어?  으으.. (걸오와 선준의 가운데 누우며 베개를 껴안고) 구미홀세, 구미호, 으.  난 오늘 이방에서 잘 생각이니, 그렇게들 알게.

걸오 ; 야?

선준 ; 사형?   


몸 오므려 눈 감는 여림.


윤희 ; (미소짓고) 그럼 제자린.. 여림 사형방으로 하겠습니다. 흠.. (웃으며 인사하고 나간다)

 

37. 여림방 (밤)


잠 든 윤희.


38. 동이방 (밤)


잠 든 세 명.  이쪽저쪽으로 돌아눕는 여림.


39. 명륜당 앞 뜰 (낮)


귤이 가득 든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위로 들고 걸어가는 대사성.

대사성의 옆을 졸졸 따라가며 귤 바구니를 보는 서동들.


서동1 ; 이상하다.. 이건 뭐지?


마당에 모여섰다가 귤을 보는 유생들.

명륜당 마루에서 누워 있거나 놀고 있던 유생들.

대사성, 들고 온 귤을 명륜당 마루에 놓는다.

그것을 보던 유생들, 갑자기 열심히 책을 읽는다.

귤 바구니 옆에 얼굴 바짝 붙이고 있던 대사성, 유생들을 둘러보고 흐뭇한 표정이 된다.


39. 박사 집무실 (낮)


둘러놓인 각자의 탁자 앞에 앉은 대사성, 정박사, 유박사.


대사성 ; 다들 참, 열심입니다, 하하하. 아마.. 과거급제시험이 낼모래라 해도, 이보다 더 열심일순 없을 겁니다.

정박사 ; 학관들이 아무리 목소릴 높여도 안되던 일이, 귤 한바구니에 해결이 되다니.. 이거야 원, 부끄러워서 말입니다, 영감.

대사성 ; 음.. 이번 황감제 장원은.. 누가 차지할 것 같습니까? 

 

말이 없는 유박사와 정박사.


대사성 ; 아무래도.. 이선준이겠지요?  아, 매사에 말로는 지는 법이 없으니.. 주관식 강경 문제에 독보적일 겝니다.

유박사 ; 김윤식도, 무시할 수 없는 후봅니다.  경전을 외우는 속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요.

정박사 ; 김윤식과 이선준의 대결이라.. 재밌는 일전이 되겠군요.  (차를 마신다)

   

40. 존경각 (낮)


넓은 책상에 마주앉아 공부하는 선준과 윤희.

윤희,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책을 읽는다.

선준, 윤희의 그런 입술만 뚫어지게 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시선 외면한다.  그래도 다시 윤희의 입술만 보게 되어, 윤희 앞에 책을 잔뜩 쌓아올린다.

그런 선준을 보다가 다시 책을 읽는 윤희.

선준, 그래도 윤희의 입술만 보이는데, 발을 펴다 보니, 윤희의 발에 닿게 된다.  일어서 옆의 의자로 옮겨 앉는다.  그래도 윤희의 얼굴만 보여 한숨 쉰다.  책들을 앞으로 당겨서 놓고, 윤희의 얼굴이 안 보이도록 더 높이 쌓인 책 위에 책을 쌓는다.

윤희, 선준의 얼굴이 안보이자 보려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더 길게 목을 위로 뺀다.


41. 존경각 (낮)


서로 등지고 서서 선반에서 책을 보는 선준과 윤희.


윤희 ; (책 보며) 이제 성균관으로 돌아왔으니.. 대과도 곧 볼테고.. 정혼한 그 처자와.. 혼인도 곧 하겠소?

선준 ; (시선 책에 둔 채) 그런 일은 없소.  그날.. 정혼하지 않았으니까.


선준 쪽으로 급히 고개 돌리는 윤희.


선준 ; 말했잖소, 날 속이는 일은 더는 하지 않겠다고.  (책 들고 걸어 나간다)     


윤희, 그 자리에서 기뻐서 소리없이 웃는다.

   

42. 방 안 (낮)


찻상을 가운데 놓고 앉은 여림과 효은.


효은 ; 도련님 마음.. 되돌리고 싶어요.  여림 유생께선.. 어쩌면 그 방법을 아실거 같아, 결례를 무릅쓰고.. 청을 넣었습니다.

여림 ; (찻잔에 차를 따르고) 마음을 돌리는 방법이라..

효은 ; 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다할 거여요.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어려워도, 저..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절 좀 도와주세요.

여림 ; (찻잔 내려 놓으며) 야아.. 감동적이야아.. 음?  이선준 마음에 드는 여자가 되고 싶다아?  우선 이렇게, 외관 남자 앞에 불쑥불쑥 뛰어드는 일, 하지 마시고.. 책이라곤 패설책 밖에 안 읽는, 그 저렴한 취향도, 좀 끊어 주시구.. 만만한 상대한테 못되게 구는 그 버르장머리도, 깨끗하게 정리 좀 해 주시고.

효은 ; (약간 못마땅한 표정으로) 흠, 노력.. 할게요.  그리고 또요?

여림 ; 노력해서 누구나 다 정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받아들이라구우..  이번 이야기책에서 그대가 맡은 역할은,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니까.  그럼 편해질거야아.  더는 울 일도, 나같은 녀석한테, 이렇게 비참한 충고를 들을 일도, 없을 거라구.

효은 ; 나쁜자식..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못되게구니?

여림 ; (찻잔 탁 놓고) 곱게만 자란 공주님.. 누구라도 한 명쯤, 바른 말해줄 사람이 필요할테니까.


약간 노려보다가 일어서 나가는 효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는 여림.

 

43. 운종가 (낮)


패물 가게로 걷는 초선 옆에서 팔짱끼고 나란히 패물 가게 앞으로 다가서는 섬섬과 앵앵.


앵앵 ; (패물을 손짓하며 가게 앞으로 걸어가며) 저거 저거.. (두어 걸음 걸어 가게 앞에 닿아 아주 좋다는 표정으로 팔꿈치를 굽혀서 떨며) 아아.  (칠보로 뒷부분이 장식된 작은 거울을 집어 옆의 섬섬에게 흔들어 보인다)

섬섬 ; (환한 표정으로 다른 물건을 집어 들며) 아아.


그들 옆에서 멈추어 서는 도포 차림의 발걸음.

초선,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가게를 나와 걸어간다.

초선의 뒤를 쫓는 도포 차림의 걸오.


44. 운종가 (낮)


운종가를 치맛자락 잡고 급히 걸어가는 초선.

미행하는 걸오.

급히 가는 초선을 따라 운종가를 지나고 집들이 있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걸오, 보면 초선이 사라지고 없다.

초선이 없자 천천히 걸어 다시 운종가로 나오는 걸오.

그 앞에 붉은 쪽지를 끼운 홍벽서의 화살이 걸오의 옆을 지나 기둥에 박힌다.

화살을 빼서 보고 급히 달려가는 걸오.

그 앞에 와서 멈추는 관군들. 


대장 ; (맨 앞에서 걸오에게 인사 하며) 뫼시러 왔습니다, 도련님.


멈춰서 보는 걸오.


45. 대사헌방 (낮)


술상을 사이에 두고 앉은 대사헌과 걸오.

대사헌이 술병을 들고 자기 술잔에 술을 따르려 하자,

걸오, 그 술병을 뺏어 들고 술을 따라준다.


대사헌 ; (똑바로 걸오 보며) 더는.. 나서지 마라.  홍벽서...  네놈짓인거, 모를줄 알았느냐?


걸오, 술 병째 들고 마시고 놓는다.


대사헌 ; 지난번, 신해통공 때 네가 홍벽서를 날려 민심을 산 이후, 좌상과 병판이 홍벽서를 잡기 위해 애가 달았어, 인석아!


시선 내리고 있는 걸오.


대사헌 ; 가짜 홍벽서, 그들이 놓은 덫이란 건, 애비도 안다.  허나, 가짜가 잡히기 전까지, 넌 꼼짝없이 그 모든 죄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어.  그러니 제발, 자중자애 하거라!

걸오 ; 그럼 아버지께서 제 대신 임금께, 상소를 좀 올려주시겠습니까?  내 아들이 금등지사를 호송하다 죽었다, 비적대가 아닌 노론들의 손에.

대사헌 ; 재신아.

걸오 ; 그럼 그날로, 깨끗이 접어 드리겠습니다.  (일어나 나간다)


대서헌의 굳은 표정.


46. 걸오방 (낮)


방에 들어와 보료에 털석 눕는 걸오.  품에서 붉은 쪽지를 꺼내 읽는다.


걸오 ; (입술 약간 올리고 냉소적인 표정으로) 어이, 이번엔 광통교냐?


47. 중이방 (낮)


이부자리 가운데 둘둘 만 이불을 놓고 다독이다가 그 위에 베개 하나를 더 올리는 선준.  그 말아서 놓은 이불 너머에 앉은 윤희.


선준 ; 금, 넘지 마시오.

윤희 ; 넘어오라고 사정을 해도 안 넘어 갈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선준 ; 본인의 잠버릇이 어떤지는,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모르나보군.  걸오사형은 하필 오늘 같은 날, 자리를 비운 겐지..

윤희 ; 그러게 말이오.  걸오 사형이 없으니.. (방을 둘러보고) 방이 참, 휑하네.

선준 ; (언짢은 표정으로 방바닥을 손으로 탁 치며) 이래서 내가 더는 성균관에 둘 수 없다는 얘기요.

윤희 ; 그 잔소리도 오늘이 마지막이니, 내 즐겁게, 들어주겠소.


윤희를 보는 선준.


윤희 ; (웃는 표정으로) 내일은 황감제고, 난 이선준 유생을 아주 아주 가볍게 제치고 장원을 할테니, 성균관을 나가라는 말, 더는 못할게 아니오. 

선준 ; 잡시다, 자.


각자의 이불을 덮고 등 돌리고 눕는 둘.


선준 ; (돌아 누운 채) 그런데.. 지난번 계곡에서 말이오.  나한테.. 분명 할 말 있다 하지 않았소?


윤희, 돌아누운 채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눈뜨고 듣는다.


선준 ; 내가 뭐 꼭 궁금해서라기보단.. 아니 진실을 알고자 하는건, 모든 선비의 마음 아니겠소?  (사이) 내말.. 듣고 있소?  자는 거요?  (일어나 앉아 윤희를 보면, 눈 감고 잠들었다.  다시 누워 자는 선준)


윤희, 미안한 표정으로 선준 쪽으로 얼굴 돌려 보다가 이불을 끌어올려 덮고 잔다.   


48. 명륜당 (낮)


마루 끝에 서서 큰 북을 치는 고장복.


고장복 ; 황-- 감-- 제--.


49. 명륜당 (낮)


대청 마루의 자기 책상에 앉은 유생들.

맨 앞에 책상을 놓고 앉은 유박사.


유박사 ; 신인작남문주가 무슨 뜻이냐?

우탁 ; (유박사 바로 앞 책상에 앉아)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걸어가며 작은 나무 막대기 합격 패를 윤희, 한 유생, 우탁에게 나눠주는 유박사.

두 손으로 받는 윤희와 유생들.

손바닥에 쓰여진 글을 보는 도현.

합격패로 도현의 손바닥을 치는 유박사.


윤희 ; (앞에 앉아)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커다란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매사에 경건하여 백성의 신뢰를 쌓고..


50. 존경각 (낮)


문제가 적힌 벽보를 아래로 쫙 펼치는 정박사.

앉아서 답을 쓰고 있는 유생들.

서서 걸어오며 여림의 답지 곳곳에 붉은 점을 찍어 주는 정박사.

종이를 들고 보며 기뻐하는 여림.


51. 다른 건물 일각 (낮)


각자 책상에 가지런히 앉아 붓으로 답을 적는 유생들과 걸오, 선준.

그 뒤에 와서 흐뭇한 표정으로 뒷짐 지고 보는 대사성.


52. 명륜당 (낮)


책상 놓고 앉은 유생들.

학생들 앞에 책상 놓고 앉은 유박사.

귤을 가득 들고 유생들 책상 옆에 선 2명의 서동.

맨 앞줄에 앉은 걸오(귤 1개), 윤희(가득), 여림(1개)의 책상 위에 귤이 놓여 있다.

그 뒷줄에 앉은 선준의 책상에 귤이 가득 놓여 있다.

선준과 윤희의 책상 위 귤 양이 거의 비슷하다.

하얀 팻말을 드는 유생들.

유박사, 손짓으로 선준을 가리킨다.

선준이 뭔가를 답한다.


유박사 ; 통.


서동 1명, 선준의 책상 위에 귤을 놓는다.

하얀 팻말을 동시에 드는 윤희와 선준.

팻말을 놓으며 뭔가를 말하는 윤희.

윤희의 책상 위에 귤을 가져다 놓는 서동.


유박사 ; 이선악..


팻말 드는 선준.


유박사 ; 통.


귤을 받으며 윤희를 힐끔 보는 선준.

흰 팻말 드는 선준.


유박사 ; 이선준 유생.


팻말 드는 유생들.


유박사 ; 이선준 유생.


선준을 돌아보는 윤희, 표정이 밝다.


53. 대사성 집무실 (낮)


두 개의 책상 위에 큰 나무쟁반이 있고, 그 쟁반 안에 정사각형의 글자들이 적힌 작은 나무 퍼즐들이 여러 개 놓여 있다.

문에 붙어서서 안을 보고 있는 도현, 해원, 우탁.

맨 앞에 놓인 탁자 앞에 앉은 대사성.  책상 위에 귤이 가득 쌓여 있다.

대사성의 옆에 선, 3명의 박사들.

대사성과 마주보게 약간 떨어져 놓인 각자의 책상 앞 의자에 앉은 선준과 윤희.

정박사, 말아진 큰 종이를 들고 대사성의 앞에 와, 대사성을 등지고 선준과 윤희를 보고 선다.


정박사 ; 이번 황감제 결승전 문제는, 전하께서 직접 하사하신 문제다. (말린 종이를 펼치면, 한자가 쭉 쓰여져 있다.)


E (금상) ; 이 나라 관원의 백성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54. 금상 집무실 (낮)


벽에 걸린 큰 지도를 보고 있는 금상.


E (금상) ; 그대들은, 이 파자를 통해 밝히라. 


자막 ; 파자 跛者 한자의 자획을 풀어나눔


E (금상) ; 단, 파자의 원조는, 예기 42편의 주의 해석본을 따른다.


55. 대사성 집무실 (낮)


글자가 새겨진 작은 나무판들이 담긴 네모난 나무쟁반 옆에 빈 나무쟁반이 놓였다. 

그 빈 쟁반에 글자판 하나를 뒤집어 놓는 선준의 손.  뒤집으면 民 자다.

빈 나무 쟁반에 글자판 하나를 뒤집는 윤희의 손, 뒤집으면 民 자다.


대사성 ; 전하께서는 늘 이렇게, 문제를 꼬아 내시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유박사 ; (옆에 서서) 그러게나 말입니다.  예기를 완벽하게 외우지 않았다면, 주의 해석본을 읽지 않았다면, 게다가, 나름 자신의 생각이 없다면, 맞출 수 없는 문제들이 아닙니까?

대사성 ; 누구든지 이 문제를 맞추는 자에게는, 난 이 귤을 모두 내줘도, 아깝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박사아.. (귤 바구니를 보며 군침을 삼킨다)


쭉 놓인 글자판들.

생각하는 윤희의 얼굴.


E (윤희) ; 예기 42편이면 대학인데.. 


*몽타주 ; - 대학이라 쓰여진 책.

             - 펼쳐진 책에 쓰여진 글자를 따라 쭉 내려가는 손.


E (윤희) ; 대학이면.. 백성의 덕을 밝히는 관원인데.. (立이라 쓰여진 글자판을 들어 옆의 쟁반에 놓는다)  생각이 잘.. (옆의 선준을 본다)


글자판들 보인다.


E (선준) ; 주의 해석본이면..


立 자와 또 다른 글자판 한 개를 집어와 놓는 선준, 윤희를 본다.

마주 보는 윤희와 선준. 

문에서 빼꼼히 보고 있는 우탁과 도현, 해원의 세로로 보이는 얼굴들.


정박사 ; (앞에 서서) 시각은 이제 일각 남았다.


자신의 글자판을 보는 두 사람.


정박사 ; (다시 앞에 와 서서) 상유 이선준과 김윤식은, 모두 답을 펼치라.

 

처음에 빈 쟁반이었던 쟁반에 덮어 놓았던 얇은 종이를 걷는 선준과 윤희.

선준이 종이를 걷자 立자, 木자와 斤자가 합쳐진 新 자. 그 아래에 民자가 있다.

윤희가 종이를 걷자 立자, 木자와 見자가 합쳐진 親 자, 그 아래에 民자가 있다.

서로를 보는 선준과 윤희.

보는 정박사.


대사성 ; (보더니) 비슷하긴 하나, 전혀 다른 답이로군.

선준 ; 소생, 대학의 신민덕.   날마다 백성의 덕을 새롭게 한다는 구절을 가져와,  신민이라 답했습니다.   사대부는, 백성을 교화하고, 새롭게 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의, 주의 해석본을 빌어 왔습니다.

 

고개 끄덕이는 유박사.


윤희 ; 소생, 읽은 경전이 잘 기억나지는 않았으나..  대학의 한 구절,  현자는, 백성들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바를 싫어한다는 구절을 떠올려, 친민,  백성과 화친하는 것이 관원의 덕목이라..  그리 답했습니다.

정박사 ; 그럼 정답을 공개하겠다.  이 정답과 같은 답을 적은 유생이, 이 황감제의 장원이다.


서로 보는 선준과 윤희.

엿보는 우탁, 해원, 도현.


56. 뜰 (낮)


뒷짐 지고 선 걸오의 손을 당겨 푸는 여림과 그걸 싫은 몸짓을 하는 걸오.

복동 달려와 여림을 손짓으로 부르면 옆으로 가 쪼그려 앉는 여림.

여림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는 복동, 간다.

다른 1명의 서동, 또 와서 여림에게 뭔가를 속삭인다.

그걸 보고 서 있는 걸오.


여림 ; (서서) 새로울 신을 쓴 신민에, 친할 친을 넣은 친민이라.  신민은 이선준, 친민은 김윤식이란 말이지.

걸오 ; 햐, 장원은 결정났군.  대물녀석하고 이선준.. 고생했다고 전해줘라. (간다)


맞은 편에서 뒷짐 지고 걷는 장의와 뒤의 장의 일행, 걸오의 앞을 막아선다.


장의 ; 어쩐 일인가? 


장의를 돌아보는 여림과 걸오.

걸오, 팔찌 낀 오른손으로 귀를 후비다가 팔을 옆에 놓는다.


장의 ; (걸오 보며) 잘금 4인방께서, 황감제를 휩쓸 줄 알았는데.. 이선준, 김윤식에게, 장원은 양보하기로 한 모양이지?

걸오 ; 그러는 넌?

장의 ; 젖비린내 나는 시험 따위보다.. 더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말이지. (걸오의 손목에 걸린 끈과 옥으로 된 팔찌를 유심히 본다)


보는 걸오.

의아하여 보는 여림.


57. 대사성 집무실 (낮)


보는 선준.

펼쳐지는 종이.

안타깝게 보다가 선준을 보는 윤희.


정박사 ; 이번 경술년 황감제의 장원은, 이선준 상유다.


대사성 ; (귤 바구니를 들고 선준에게 걸어가 내밀며) 축하하네, 이선준 상유.


일어나 바구니를 받는 선준.

일어나 힘없이 나가는 윤희.


58. 존경각 (밤)


급히 들어와 선반의 책을 펼쳐 보는 윤희.


윤희 ; (급히 책장을 넘기다가 한 곳에 멈추어 보고) 하아, 머저리 바보, 헛똑똑이.  (자기 머리를 손으로 치며) 거기서 그게 왜, 생각이 안나냐구, 아아. (책을 놓는다)

선준 ; (선반을 짚고 보면서 윤희에게 다가오며) 여기서 이렇게 한가롭게, 때늦은 후회나 하고 있을 시간이 있나 모르겠군.  (윤희 보며 뒷짐 지고) 성균관 자태 수속을 밟는 일도, 그간 불어난 짐을 챙기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릴텐데.

윤희 ; (애절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안되겠소?   (얼굴 앞에 양손 모아 검지 올리고, 선준에게 두어 걸음 다가서며, 간절하게) 이선준 상유,  한번만.  

선준 ; (놀라, 윤희에게서 급히 떨어지려 두어 걸음 뒷걸음질 한 뒤, 시선 외면하고) 난.. 아직도 여인이 성균관에 있는걸, 납득할 수가 없소.  국법을 쉬이 여기는 자와는, 상대도 해본 일이 없소.  허나.. 하는 수 없지.  (윤희 보며) 백성을 지도하기 보다, 그들과 친교하겠다는 관원이라면, 나라도 만나보고 싶으니까, 이 성균관에 둘 수 밖에.  게다가, 국법도 어명도 가벼이 여기는, 이 대범하고 간 큰 여인네를, 바깥 세상에 홀로 뒀다간, 어떤 대형사고를 칠 지, 상상할 수도 없으니까.

윤희 ; 그러니까.. 지금, 성균관에 있어도 좋다는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한 거요?  (양손을 목밑에 대고 고개 숙이고 숨 쉬며) 휴우, 간 떨려 죽을뻔 했네, 후우.  (선준 옆을 지나 선반 위의 책을 본다)

선준 ; (돌아보며) 저.. 잠깐, 김윤식.  나도 듣고 싶은 말이 있소.  그러니까.. 이젠 정말 말해주면 좋겠소.  그날.. 계곡에서..


답답한 지 책장을 소리나게 넘기는 윤희.


선준 ; 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던 거요?  정말 아무 기억이 안나는 게요?  아니면..

윤희 ; (약간 짜증섞인 목소리로) 뭘 말이오?

선준 ; (간절하게) 분명 내게,, 대답을 듣고 가라 하지 않았소?

윤희 ; (딴 데 보며) 글쎄.. 뭐,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걸어서 다음줄의 선반으로 간다)

선준 ; (답답한 표정으로 윤희의 뒤를 쫓아가서) 잘 생각해 보시오.  좀 성의껏.

윤희 ; (서서 돌아보며) 그걸, 꼭 말로 해야지 알겠소?

선준 ; (답답한 표정으로) 말로 하지 않고, 내가 그걸 어찌 안단 말이오?

윤희 ; (그걸 왜 모르지 하는 표정으로) 정말.. 모르겠소?

선준 ; (너무 답답하여) 이젠 정말 답답해 죽을거..


윤희, 발끝을 세워서 선준에게 입맞추고, 다시 바로 선다.

놀라서 멍한 표정으로 선 선준.  

민망하여 급히 나가는 윤희.


59. 존경각 앞 뜰 (밤) 


달려 나와서 경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뺨을 손으로 감싸다가 입술을 만지는 윤희.

윤희 앞에 나타나 선 검은 옷 입은 사람의 뒷모습.


60. 존경각 (밤)


선반을 돌아나오는 선준 앞에 서는 검은 복장의 사람.


61. 마을 (밤)


홍벽서 복장의 걸오, 지붕 위에서 화살을 쏘려다가 보면, 아래에 몰려드는 사병이다.

지붕에서 마당으로 풀쩍 내려 선 걸오, 사병들과 싸운다.

싸우다가 달아나는 걸오와 그 뒤를 쫓는 사병들.


62. 집 안 (밤)


풀쩍 뛰어 들어와 담 뒤에 숨어 앉았는 걸오.

앞에 나타나는 사람의 발걸음.

놀라 일어서는 걸오.


여림 ; (걸오 앞에 나타나) 에유, 놀라기는.  그러니까 나쁜짓 하지 말고 살라고오.  광통교에서 운종가까지, 사병들이 쫙 깔렸네.  오늘은, 우리집에서 하루 묵고 가자고.

걸오 ; (자신의 손목을 잡다가 놀란 눈빛으로) 팔찌.


놀라서 보는 여림과 걸오.


63. 성균관 (밤)

  

횃불 들고 선 사병들 앞에 선 장의. 


*몽타주 ; - 걸오의 손목에 걸린 팔찌.

             - 서 있는 걸오의 모습.


손바닥에 있는 걸오의 팔찌.

주먹을 꽉 쥐는 손.


장의 ; (팔찌 든 손을 꽉 쥔 채 눈 부릅뜨며) 홍벽서.  당장 잡아와라.  나를 모욕하고 우리 가문을 우습게 여긴, 그놈들을 당장 잡아와! 

사병들 ; 예에!  (급히 간다)


64. 집 안 (밤)


나가려는 걸오.

그 어깨를 잡아 세우는 여림.


여림 ; 지금 가는 건, 위험해.

걸오 ; 하나 남겨진 유품이다, 우리형.  (담을 뛰어 넘어 달려간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는 여림.


65. 마을길 (밤)


달려가는 걸오 앞에 나타나는 검은 옷의 사람.


66. 집 안 (밤)


돌아서는 여림 앞에 나타나는 검은 옷의 사람.


67. 지하실 (밤)


모여서 위를 보는 선준과 윤희.

여림과 걸오.

나무계단을 내려오는 사람.

보면 금상이다.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하는 네 사람.


금상 ; (앞에 서서 보며) 귀한 벗들을, 거칠게 다뤘군.


정박사, 금상 옆에 와 선다.


네 명 ; 스.. 스승님.

금상 ; 과인은 그대들에게 밀명을 내리고자 한다.  그대들은, 과인의 명을 따라, 새로운 조선을 열라.


긴장한 표정의 네 명의 얼굴 차례로 보여진다.

긴장한 금상과 정박사.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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