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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대본

성스 제18강 대본 (필사)

 

                  

 

 

  성스 제18강 극본 (필사)


1. 새책방 지하실 위 (낮)

 

선준 ; (반지 끼워 주고, 윤희 보며) 성균관을 나가면 끝이라고 했나?  끝 같은 건 없어.  내가, 매일 매일 다시 시작할 테니까.  (윤희의 갓을 벗기고, 자신의 갓도 벗어서 옆에 둔 후 윤희에게 입맞춤 한다.)


윤희, 고개 약간 숙이고 있다가 선준 보고, 입맞춤 한다.


2. 지하실 (낮)


걸오 ; (탁자를 탁 짚으며) 접자!

여림 ; 너 아는 구나..  누구야 그 범인?  말했지.. 내가 믿는 건 금상이 아니라, 걸오 니녀석이다.  잡겠다고 했잖아..  그 배후 어떻게든 찾아서, 그 거짓말같은 새로운 조선..

걸오 ; 이 모든 일의 배후엔,, 좌상이 있다.


3. 지하실 위 (낮)


듣는 선준의 얼굴, 놀라는 표정이 된다.

놀라서 그런 선준을 보는 윤희 얼굴.

놀라 마주 보는 두 사람.


E (여림) ; 뭐어?

E (걸오) ; 목소리 안 낮춰?

E (여림) ; 그러니까..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좌상 대감, 이선준 아버지다.. 그말이야?


4. 지하실 (낮)


여림 ; 대답해.  금등지사를 없애기 위해 이 모든 사건을 꾸민 배후가, 좌상 대감이냐고 묻잖아?

걸오 ; 소리 낮추라고.


커튼 젖히고 지하실로 들어오는 윤희와 선준.

제18강 자막 뜬다.

계단을 내려서는 윤희.


윤희 ; (여림의 앞에 서서 눈물 글썽하여) 뭐라고 하셨습니까, 사형?  이 일의 배후가,, 누구라고 하신 겁니까, 지금?


걸오, 고개 숙이더니 걸어나간다.


윤희 ; 들어야겠습니다, 저.

여림 ; (자신 없는 목소리로) 미안하다, 대물.  아직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선준, 계단을 성큼 내려와 탁자 위의 종이를 들어 본다.


선준 ; (종이 보며) 이 문서의 주인만 알아내면..  그 배후,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 사실입니까?  제가.. 알아봐도 되겠습니까?


선준 보는 윤희.


여림 ; (선준 보며) 할 수 있겠나?

선준 ; (여림 보며) 제 아버님이,, 진정 이 사건의 배후라면.. 이 일의 적임자, 저 아닙니까.  (몇걸음 걸어가다가, 눈물 글썽한 윤희의 어깨를 짚고 한참 있다가.. 지하실 나무 계단을 올라 나간다)


5. 주막집 (밤)


술병의 술을 따르고 마시는 걸오.

여림, 주막 마당의 술상이 차려진 탁자 앞에 앉은 걸오의 맞은 편에 와서 앉는다.


여림 ; (술 마시고 탁 놓으며) 카하!  (걸오 보며) 대물 때문이냐?  더는 배후를 캐지 않겠다는 건.. 이선준 때문에 가슴 아파할, 김윤식 때문이었냐고?


걸오, 말없이 술잔 들어 술 마신다.


여림 ; (안되어서) 아유,, 참 자알.. 났다.  허, 그 두녀석 언제 그렇게..  아니, 넌 그걸 언제 알고?  (걸오 보다가 한숨) 아유..  (술 마시고 술잔 탁 놓고 술 따르며) 이선준 갔다.  윤창군 땅문서 확인하겠다고, 좌상대감 만나러 갔다.  


놀란 표정으로 여림 보는 걸오.


6. 좌상 방 (밤)


문서를 펼쳐 보는 좌상.


좌상 ; (책상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앉은 선준 보며) 이게 뭐냐?
선준 ; (좌상 보며) 그 답을 듣고자 왔습니다.  땅문서 주인인 백동수, 저희집 살림을 살던 집사였습니다.

좌상 ; 어어, 그렇구나..

선준 ; 허나, 그 땅의 진짜 주인은, 아버님이십니다.  왜 그 땅문서가, 십년전 도성 순찰을 돌던 관군에게 들어간 건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좌상 ; 그만 둬라.  니가 지금 하려고 하는 그 모든 일, 당장 그만 둬.

선준 ; 제가 알면 안되는 일, 제게 떳떳치 못하신 일, 때문입니까?

좌상 ; 금등지사... 찾고 있는 게냐?  임오년 사도세자의 화변을 이 아빈, 단 한번도 잘못이라고 생각한 일 없다.  사사로운 부자의 정리보다.. 이 나라의 종묘와 사직을 구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어.  정도를 세우기 위해, 아비와 아들이, 정적이 되는 일은 흔한 일이다.  또한, 승자가 있으며는, 패자 또한, 있기 마련이다.  (고개 가로로 절레절레 흔들며) 사도세자는 패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선준 ; (눈물 글썽하여) 그 길이.. 올바른 길이라면,, 왜 금등지사는, 두려워하신 겁니까?

좌상 ; 금등지사를 두려워한 것이 아니라, 천륜을 두려워한 게다.  선대왕이, 제 손으로 죽인 아들을 그리워하는 미욱한 마음을, 금상이, 어린 날 떠나보낸 아비를 애통해하는 회한을.  그런 어리석은 인간의 마음에 권력을 쥐어준다며는, 이 땅에는 또다시 피바람이 불것이 자명한 이치였다.  이 아비의 충심은, 역사가 알아줄 게다.  그러니, 너도 찾지 마라.  더는 금등지사를 찾는 일에, 나서지 마.  네 낭만적인 한때의 이상으로, 우리 진성이문이, 멸문지화를 입을 수도 있어.

선준 ; 그래서, 진성이문의 번영을 위해, 성균관 박사 김승헌과, 장의 문영신을 희생시키고, 금등지사를, 없애신 겝니까?

좌상 ; 아니다.

선준 ; 전처럼.. 아버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어드리기엔, 제 눈앞에 있는 여기 이 문서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서서 손 모아 고개 숙이고 돌아서 간다)

좌상 ; (화난 목소리로 크게) 게 서지 못할까!  감히 아비에게, 등을 보이는 거야?

선준 ; (등 보인 채) 정도를 세우기 위해, 아비와 아들이 정적이 된다 하셨습니까?  (돌아서서) 소자, 이제 아버님의,, (사이) 정적이 되고자 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좌상의 힘 빠진 서글픈 얼굴.


7. 좌상 집 앞 (밤)

         

문 앞 골목을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선준.


8. 존경각 (밤)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쌓아둔 책을 한 권씩 보는 윤희.


E (여림) ; 그러니까..


*몽타주 - 여림 ;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좌상 대감, 이선준 아버지다, 그 말이야?


고개 서서히 들며 생각에 잠긴 윤희, 자신의 손을 들어 끼고 있는 반지를 본다.

그런 윤희, 약간 떨어져 지켜보던 걸오, 한숨 쉰다. 


걸오 ; (윤희에게 다가와 책장 덮고, 책상 짚고 몸 수그린 채 놀란 윤희 보며) 늦었다.  잠 안 자고 책만 보면, 키 안 큰다.


놀라 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 숙이는 윤희.


9. 동이방 앞 뜰 (밤)


여러 권의 책을 끼고 나란히 건물을 돌아 걸어오는 윤희와 걸오.


윤희 ; 금등지사 말입니다아...  새책방에서 얻어온 책들.. 서경에 남아 있어서요.  노론들이 두려워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래서, 아버질..

걸오 ; (동이방 앞에 멈춰 서며) 천천히,,  천천히 생각하자.  한번에 하나씩만.  들어가 자라.  (미소 띠고 윤희 보며) 난 니 고약한 잠버릇 피해, 용하녀석한테 갈 생각이니까.  (책을 윤희에게 주고, 왔던 길로 돌아가는데)

윤희 ; (걸오 등 뒤에 대고) 사형!  (걸오, 멈춰 선다) 정말 일까요?  (돌아보는 걸오에게 눈물 글썽하여) 뭔가.. 잘못된 거 겠죠?  그렇죠?

걸오 ; (미소 띠고 보며) 너무, 맘 쓰지마.  그녀석 오면, 차차 알게 되겠지.  (미소 짓고 걸어 간다)


10. 거리 (낮)


새책 방 앞 거리.


11. 지하실 (낮)


여림 기대 서서 책 읽고 있고, 서성이는 윤희.


윤희 ; (멈춰서 여림 보며) 저, 아무래도 나가봐야겠어요.

여림 ; (책에 시선 두고) 시간 다 됐다.  올 거다, 이선준.  (윤희 보며) 이미 십년도 더 전에 벌어진 일이다.  나가서 기다린다고, 있던 사실이 사라지지도, 달라지지도 않아.  게다가 이선준을 마중 나간 놈은, 따로 있거든.


12. 운종가 (낮)


기둥에 기대서서 본다.

어깨 힘없이 떨어뜨리고 걸어오는 선준.

       

걸오 ; 어이!  (걸어가 선준 앞에서) 나랑 얘기 좀 하자.  (선준 지나쳐 먼저 걸어간다)


걸오를 보는 선준.


13. 골목 (낮)


막다른 골목에 선 걸오.

그 등 뒤에 선 선준.


걸오 ; 하지마.  (돌아서 선준 보며) 그 땅문서, 모르는 일이다.  니 녀석하고는 아무상관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만 말해.  밀명은, 금등지사를 찾는 일이다.  배후를 찾는 일 같은 건, 나도 그만둘 생각이다.

선준 ; 어째 섭니까?  밀지의 암호를 풀지 못한 지금으로선, 그 범인과 배후야말로, 금등지사의 행방을 알아낼 유일한 단섭니다.  그런데, 왜 그만둬야 합니까?  게다가 사형께선, 그동안 그 배후의 진실을 찾기 위해...

걸오 ; 그래!  그런 내가, 진실 앞에서 침묵하는 건 비겁한 짓이다, 끔찍히도 경멸했던 내가, 입을 닫겠다잖아.  그러니까 너도, 정직하고 당당하고 떳떳하고 싶다, 이번에도 그따위 잘난척을 할 생각이면, 당장 집어치우란 말이다.

선준 ; 사형?

걸오 ; 사람들이 비겁해지는 건, 지키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김윤식, 너한테 그런 사람 아니었나?


선준, 보더니 돌아서 가려 한다.


걸오 ; (선준의 어깨를 잡으며) 그자식이, 널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애?

선준 ; (걸오 보며) 용서를 말하기 전에, 죄를 진 사람이 진심으로 속죄하는 일이 먼저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뭣보다 사형, 제가 용서를 구해야 할 이는, 김윤식 혼자가 아니질 않습니까?  김윤식, 다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손을 내리는 걸오.  가는 선준.


14. 새책방 (낮)


윤희 ; (놀라 들고 있던 책을 탁자 위에 떨어뜨리고, 선준 보며) 지금, 뭐라고 했소? 


옆에 섰던 여림, 선준의 어깨를 만지고 나간다.


윤희 ; 그러니까..

선준 ; 한성부 관헌에게 간 땅문서는..  내 아버님의 것이, 맞다 했소.

윤희 ; (눈물 그렁하여) 그래서.. 우리 아버질, 그렇게 만든 이가, 좌상 대감이 맞다.. 지금 그 얘기요?

선준 ; 말을 하는 것이, 옳다 여겼소.

윤희 ; (아래 보며 당황하여) 난.. 지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소.  (책을 챙겨 나간다)


윤희가 선준 옆을 지나쳐 갈 때, 윤희의 손목을 잡는 선준.


윤희 ; (그대로 서서, 눈물 글썽하여 금방 떨어질 거 같다) 그만해.  나한테 더 듣고 있으라는 건, 너무 잔인하잖아.  (간다)


보는 선준.


15. 새책방 일각 (낮)


새책방의 다른 곳 탁자에 걸터앉은 걸오와 서 있는 여림.

윤희, 탁자 위에 쌓인 책 위에 자신이 들고 온 책을 놓고, 나간다.

선준, 들어와서 급히 나간다.

여림, 따라 가려는데, 걸오, 여림의 팔을 잡아 세운다.


16. 새책방 앞 (낮)   

        

나오는 윤희.

뒤따라 나와 윤희의 어깨를 잡아 세우는 선준.

보는 윤희.


선준 ;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용서를 구하고 싶다.  용서해줄 수 없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야겠지.  허나, 허락해 준다면, 내 책임은 다하고 싶어.  이 일을 바로 잡는데, 사라진 금등지사를 찾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

윤희 ; (눈물 글썽하여 시선 내린 채) 이제 와서, 뭘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거지?  (선준 보며) 금등지사,, 그걸 찾는다고,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데? (돌아서 가려는데)

선준 ; (윤희의 손목을 잡아 세우며) 난..

윤희 ; (서서) 시간이 필요해.  나한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간다)


17. 운종가 (낮)


눈물 글썽한 채 힘없이 걸어가는 윤희.


18. 새책방 앞 (낮)


어쩔 줄 몰라 서 있다가 돌아서는 선준.

나오는 여림과 걸오.


여림 ; 어이 이선준, 자네 그런 거 모르지?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친구가 필요한데 말이야아.. 


떨떠름하게 시선 내리는 선준을 보는 여림.


여림 ; 하아, (손바닥 마주 치며) 그럼 뭐 아쉬운 대로 술은 됐구.  그래도 친구는 필요하겠지?  (선준의 어깨를 팔을 두르고 걸어간다)


걸어 가는 걸오와 선준, 여림.


19. 병판 방 (낮)


엽전 꾸러미를 윤영구 앞 방바닥에 던지는 병판.

찻상의 찬잔에 차을 따르고 있는 초선.


윤영구 ; (엽전꾸러미를 양손으로 잡아 들며) 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  고깃덩어리를 입에 물었으니 소인은 이제 그만, 꼬리가 밟히지 않도록, 평-생, 사라져 드리겠습니다, 대에감.  좌상 대감께도 인사 못 드리고 간다, 좋은 날이 오며는 어서 뵙자, 꼬옥 좀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에감.

병판 ; 약조 했네.  사람들의 눈이 쫓고 있으니,, 수삼일내로 도성 밖으로 조용히 몸을 숨기는 걸, 잊지 말게.

윤영구 ; (병판을 비열한 곁눈질로 보며) 흐흐하하 하하하.


찻잔을 내리는 병판.

그 찻잔에 다시 차를 따르는 초선.


20. 윤희 방 (밤)


촛불 켜진 방.

바느질 하고 있는 윤희 모와 그 앞에 앉은 윤희.


윤희 ; 이젠.. 말씀해 주세요, 어머니.  자식이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는 일은.. 도리예요.

윤희 모 ; 나는 니가 그 일로.. 세상에 분기를 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세상은 말이다아..  저와 맞서는 자에게는,, 제가 얼마나 무서운 힘을 지녔는지, 꼭 알려주고 싶어 하는 법이다.  이 애미는,  니 아버지를 그렇게 잃었다.  하아,,, 그러니.. 애미 입에서는, 아무얘기도 듣지 못할 게야.

윤희 ; (눈물 글썽하여) 그러니까 어머니, 아버지가 세상에 분기를 품을 만큼, 억울하게 돌아가신 건, 맞다는 말씀이시죠?  처음부터 일러주셨더라면.. 차라리 그랬더라면, 좋았을 거예요.  (일어나 간다)


21. 윤희집 마루 (밤)


마루에 걸터 앉아 있는 윤희.

방문 열고 나와서 윤희의 옆에 걸터 앉는 윤식.


윤희 ; (금상에게 받은 나무퍼즐 상자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아버진.. 어떤 분이셨을까?  윤식아, 난 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마음속에 찬바람이 불었다.  아버지가.. 널 무릎에 앉혀 놓고 글을 읽어 주실 때면, 언제나 이 누이자린, 그 문 밖이었으니까.  그래서 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얼굴이 떠오르질 않았어.  언제나.. 그 문 밖에서 바라보던, 그림자가 떠올랐지.


*몽타주 - 불빛에 비친 아버지의 그림자를 마당에 서서 보는 어린 윤희.


보는 윤희의 얼굴.


윤식 ; (윤희 보며) 누나,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거야?  (앞을 아득하게 보며) 아버진... 언제나 문 앞에서.. 목청껏, 큰소리로 글을 읽고 계셨어.


보는 윤희.


E (윤희 부) ; 만장이 문 왈,,

 

22. 윤희 부의 방 (밤, 회상)


횃불 앞에서 어린 윤식을 무릎에 앉히고 책상에 책을 걸쳐 놓고 읽고 있는 윤희 부.

어린 윤식은 감자를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다.


윤희 부 ; 춘희 왕 우전하사..  (방문을 보고 다시 책을 보며) 호우 구 ... 하위기 호우기야잇고..


E (윤식) ; 어린 나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어려운 책들만 골라서. 


23. 윤희집 마루 (밤, 회상)


마루에 앉아 몸을 숙여 따라 읽는 어린 윤희.


어린 윤희 ; 하위기 호우기야잇고..


E (윤희 부) ; 맹자 왈,,


어린 윤희 ; (방문을 보고) 맹자 왈 원모양...

 

E (윤식) ; 아버진..  내내, 내가 아니라, 문밖에 서 있는 누이를 향해, 글을 읽어주고 계셨던 거야.


24. 윤희 부 방 (밤, 회상)

방문에 비치는 어린 윤희의 그림자.


윤희 부 ; 왈 창식이 문어 공명도 왈...


E (어린 윤희) ; 왈 창식이 문어 공명도 왈...


E (윤식) ; 누인, 지금껏 그걸 몰랐단 말이야?


윤희 부 ; (어린 윤희의 목소리가 끝맺으면) 춘희 왕 우전즉, 오 기득 문명의어니와..


E (어린 윤희) ; ... 오 기득 문명의어니와..


25. 마루 (밤, 회상)


마루에서 방문에 비치는 윤식을 안고 책을 들고 있는 윤희 부의 그림자.

 

E (윤희 부) ; 호부 민천과 우 부모즉, 오 불지 와로이다.

 

방문을 보고 있는 어린 윤희의 얼굴.


26. 윤희 부 방 (밤, 낮)


방문의 어린 윤희 그림자를 보는 윤희 부.


E (어린 윤희) ; 우 부모즉, 오 부지와 로이다.


윤희 부의 안스러운 걱정스런 표정.


E (윤희 부) ; 딸아이의 학문이 느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스승이라면, 아이의 재주가 탐났을 것이다. 


27. 윤희 집 마루 (밤)


책자를 넘기는 윤희의 손.


E (윤희 부) ; 허나..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없는 딸자식에게, 열망을 가르치는 일은, 옳은 일인가?  재주 많은 자식에게 기회를 줄 수 없는 못난 아비는, 딸자식의 글 읽는 소리에 숨죽여, 오늘도.. 가슴으로 울 뿐이다.


윤희 부가 읊는 내용이 한자로 적힌 책자의 글을 한자 한자 짚으며, 눈물 흘리며 보고 있는 윤희.

책자를 덮으면, 책 표지에 명륜일지 라 쓰여 있다. 

책자를 가슴에 안고 눈물 흘리는 윤희.


28. 의약방 (낮)


명륜일지를 넘기는 정박사의 손.  앉아서 명륜일지를 보는 정박사.


윤희 ; (앞에 다소곳이 서서) 한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스승님.  이렇게 밀지의 암호를 통해, 금등지사의 위치를 알려두신 건, 어쩌면..  아버진 예감하신 거 아닐까요?  누군가.. 금등지사를 빼앗기 위해 아버질,,

정박사 ; 그러셨겠지.  선대왕께서, 처음 종묘에 두셨던 금등지사를, 저들의 손을 피해, 월출산 도갑사로 옮겨놓은 것도, 스승님이셨으니까.

윤희 ; 헌데,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정박사 ; 금등지사는, 전하께서 꿈꾸신 새로운 조선을 여는 열쇠라 믿고 계셨기 때문이다.  재주 많은 자식에게 기회의 땅을 열어주기 위해, 스승님께선 이 금등지사가,, (윤희 보며) 목숨을 건, 희망이셨을 게다. 


생각하는 윤희.


29. 지하실 (낮)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네 명.


윤희 ; 금등지사는, 성균관에 있습니다. 

여림 ; 뭐?  성균관?

윤희 ; (종이를 펼쳐 탁자에 놓고 보이며) 이 밀지에 있는 말.. (한자로 적힌 문서의 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성, 인재지미취.  즉, 인재를 통해 나라를 완성하고.  균, 풍속지부제.  백성을 고르게 한다는 말은, 사직상소문이나, 신문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종이에서 다른 글자는 다 희미해지고 成 자와 均 자만 앞으로 다가온다.


여림 ; (종이를 보며) 성.. 균..  성균관 원전이었구나.  아니, 근데 갑자기 어떻게 된거야?  이 신문이, 성균관 원전이란 걸, 어떻게 안거지?

윤희 ; 성균관이, 그 이름값에 걸맞는 이 나라의 국학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사람, 박사 김승헌, 제 아버지.. 강의록에서요.

여림 ; 아하, 그러니까 말이 딱 되잖아, 어?  성균관 어딘가에, 배움이 향하는 곳, 한 처음 나라의 시작인 그곳에, 금등지사가 있단 말이지..  그럼, 성균관 배치도부터 찾아봐야 되는거 아냐, 어?


30. 존경각 (낮)


높은 선반에서 책을 꺼내려고 돋움발을 하는 윤희, 그래도 닿지 않는다.

선준, 옆에 와 둘둘 말린 종이 뭉치를 꺼내 윤희에게 건네주다가,

반지가 없는 윤희의 손을 보고 만진다.


윤희 ; (눈물 글썽하여) 아무래도.. 이렇게 해야 할 거 같아서...  나.. 내내, 아버지가 나 같은 건 봐주지 않는다고, 원망했었는데..  정작 아버지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건, 나 였어.  나.. 꼭 찾고 싶어.  왜 내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금등지사를 찾고 싶어 했는지, 알고 싶으니까.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르니까.  나아.. 너무 오랫동안, 우리 아버질 외롭게 해 드렸거든.  그래서 나.. (눈물 흐른다)       

선준 ; (눈물 닦아 주며) 됐소.  그만.. 애써도 돼.  다 알아 들었으니까.  약속해.  무슨 수를 쓰든, 금등지사 꼭 찾게 될거야. (윤희 보며 미소 짓는다)


같이 미소 짓는 윤희.

돌아서 슬픈 표정으로 섰다 나가는 선준.

  

31. 좌상 방 (낮)


난을 닦고 있는 좌상.


병판 ; 이제 윤참관 일은..  더 이상 아무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대감.  그래서 말입니다, 대감.  이제.. 일도 마무리가 됐고 하니, 혼담을...


노려보는 좌상.

움찔하여 말을 멈추는 병판.

 

좌상 ; 병판의 아들에게.. 일러두세요.

병판 ; (고개 숙이며) 예에.  예에?

좌상 ; 금등지사 말입니다.  금상이, 나 어린 성균관 유생들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병판 ; 성균관 유생들이, 금등지사를요?

좌상 ; 장의라며는, 그들을 주시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병판 ; 아니, 왜, 아드님을 두고? 


언짢은 표정으로 보다가 난으로 시선 돌려 난을 닦는 좌상.


병판 ; 허면.. 혹시 아드님이 바로 그?  그래서 제가 뭐랬습니까?  혼담을 일찍 일찍 진행시켜, 이 성균관에서 내보냈으면, 그런 일은?

좌상 ; (난을 닦다가 멈추고 화난 표정으로 병판 보며) 혼담이라 했습니까, 병판?  이 모든 화근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진정 모른단 말이오? 

병판 ; 어어.. 대감?

좌상 ; 혼담은.. 더는, 입에 담지 마시오.  병판과 일가가 되는 일은 없소.  (난으로 시선 돌린다)

병판 ; 하오나, 대감?

좌상 ; 이 사람이 뱉은 말입니다.  (화난 표정으로 단호하게 병판 보며) 더 말, 필요합니까?


32. 병판 방 (밤)


상 위에 술잔을 쾅쾅 여러 번 치는 병판.


병판 ; (술 마시고, 화나서 이 악물고) 오늘날 그 자리에 올려준 공이 누구에게 있는 지도 모르고..  감히 날?  내 딸을?  흐흐흐흐 흐흐흐.  내가 누군지.. 제대로 일러줄 때가 됐군..  이 모든 분란의 씨앗이 된,,  그놈부터 잡아야겠군.


옆에서 술을 따르고 있는 초선.


병판 ; (초선의 손목을 꽉 잡고) 너..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초선 ; (어이하여) 대감..

장의 ; (들어와 방문 앞에 서서 고개 숙이며)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초선의 손목을 놓는 병판.

고개 들고 초선 보며, 표정이 환해지는 장의.


33. 마을 길 (밤)


쪽지 들고 골목길을 걸어가는 선준.

마주 걸어오는 두 사람.


선준 ; 혹, 한성부 윤참군의 집이 여기 맞습니까?

행인1 ; (고개짓으로 가리키고) 예, 여기 맞소. (간다)


담을 지나, 문으로 내부를 보는 선준.


34. 주막 (밤)


띄엄띄엄 놓인 평상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두 패거리.

선준, 인물화를 술을 마시는 한 패에게 보인다.


선준 ; 혹, 어딨는지 아십니까?

술꾼1 ; 모르겠소.  자네도 마시게.. 


E(술꾼2) ; 주모!  여기 탁주 더 주시게.


다른 평상에 있는 술꾼2에게 가서 인물화를 보이고 뭔가를 묻는 선준.


술꾼2 ; (옆에 선 선준이 아닌, 뒤를 보며) 아, 모르겠소, 모르겠소.  주모, 아 여기 탁주 줘야지이..


선준, 평상 옆을 지나는 행인에게 인물화를 보이며 묻는다.

행인, 고개를 가로젓고 지나간다.

선준, 지나는 주모에게 인물화를 보인다.


주모 ; (바쁜 목소리로) 아, 몰라요. (지나간다)


난감하고 궁금한 표정의 선준, 돌아나간다.

 

35. 지하실 (밤)


여림 ; (걸어와서 기둥을 짚으며) 이선준, 시간을 어길 녀석이 아닌데...  역시, 아무래도 힘든 모양이군..

걸오 ; (책 선반에 기대서서) 일각만,,  더 기다려보자.  약속 어길 놈 아니잖아.


걸오 옆에 서서 귀 기울이고 여림 보는 윤희.


여림 ; 이런 약속, 어겨야 사람 아닌가?  아무리 금상의 뜻이 좋다지만..  아들이 아비의 죄를 밝혀가는 게, 쉽겠어?  난 이선준, 충분히 이해한다구.

     

생각하는 걸오.

고개 돌리며 생각하는 윤희.

그런 윤희 걱정스럽게 곁눈질하는 걸오.


36. 장의방 (밤)


손을 책상에 올리고 검지로 까닥까닥 책상 치며 생각하는 장의.


장의 ; (정면 응시하고) 이선준과 그녀석들, 성균관 배치도며 성균관 사서들을 보고 있다.. 그 말이지?

병춘 ; (그 앞에 앉아 손바닥 보이게 올리고 흔들며 생각날듯이) 장의, 뭘.. 찾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지요오..


고봉과 강무도 옆에 앉아 병춘을 본다.


37. 지하실 (밤)


성균관 배치도를 탁자 위에 펼치고 손바닥으로 탁 치는 여림.


여림 ; 배움이 향하는 곳이면,,, 공부와 관련이 있는, 우선 당장 명륜당이 있을 테고. (배치도 위의 명륜당을 접힌 부채로 짚는다)


*몽타주 - 앉아서 책 읽고 있는 유생들. (공자 왈..)


윤희 ; (배치도의 존경각 부분을 검지로 짚으며) 존경각도 있습니다.

 

*몽타주 -존경각에서 책 들고 가거나 앉아서 책 읽는 유생들.


걸오 ; 과거 보는 대성전은 왜 빼먹냐? (배치도의 대성전을 검지로 짚는다)


*몽타주 - 대성전의 모습.


여림 ; 근데에..  그 다음이 문제 아냐?  여기 명륜당, 존경각에 대성전까지.. 배움이 향하는 곳은 맞는데에...  그렇다고 우리가 여기 땅을 다 파 볼수도 없는 일 아냐?  그건 완전 삽질이지..

걸오 ; (일어나 보며) 또 하나 있잖아, 단서.  나라의.. 시작.  


걸오 보는 여림과 윤희 얼굴.


38. 명륜당 (밤)


깜깜한 명륜당의 문을 열고 들어와 둘러보는 윤희.


39. 문묘 밖 (밤)


문 열고 들어가는 윤희.


40. 문묘 안 (밤)


윤희, 들어와 방문 닫고 위패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


E (걸오) ; 나라의 시작.. 문묘.  위패가 있는 곳, 아냐?


윤희, 위패를 들어 올려 본다.

윤희, 다시 위패를 제자리에 놓다가 덜커덩 소리에 놀라 보면, 걸오다.

고개를 가로젓는 윤희.


41. 명륜당 (밤)


명륜당의 위패를 들어 올려 보는 윤희, 텅 비었다.


E (걸오) ; 명륜당에도.. 존경각에도..


42. 대성전 앞 (밤)


옆전 꾸러미를 고장복의 손바닥에 올려 주는 여림.

옆전 꾸러미를 챙기고 주위를 둘러보다 여림에게 열쇠를 내주고 가는 고장복.

여림, 올려다 보면, 대성전의 현판이 보인다.


E (여림) ; 일년 열두달, 출입이 어렵다는 대성전두, 위패는 다 있어.


43. 대성전 안 (밤)


들어와서 손 비비고 대성전 안에서 위패를 들어 올려 안을 보는 여림.


44. 새책방 지하실 (밤)


여림 ; (탁자 위에 놓인 배치도에 손을 탁 짚으며) 문제는.. 금등지사가 없다는 거지.  (탁자 주위에 선 걸오의 뒤로 걸으며)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이, 도대체 어디야아.. 어?  이대로 가다간, 성균관 안의 전각이란 모든 전각은 다 뒤지게 생겼잖아아..  (생각났다는 듯 돌아보며) 차라리, 전 유생들에게에..

걸오 ; 밀명이다.  비밀스런 명령.

여림 ; 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웃자고 던진 말에 죽자고 덤비면, 내가 무안하지이.. 자식아.   

윤희 ; 암호문.. 금등지사를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러주기 위해 낸 문제예요.  전, 경전부터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분명 이 성균관 어딘가에, 아버지가 내신 수수께끼, 암호문의 정답이 숨어있을 겁니다.


45. 성균관 뜰 (밤)

혼자 흥얼거리고 걷다가 풀쩍 뛰며 가는 여림,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장의 일행을 보고 깜짝 놀란다.   


병춘 ; 헤헤헤헤, 뭘 그렇게 놀래나, 여림?  나쁜짓이라도 하다, 들킨 것처럼.

고봉 ; (웃으며) 무슨 나쁜짓이야아?  도둑질?  계집질?  서방질!?

병춘 ; (고봉의 뺨을 때리며) 에이그.

장의 ; (뒷짐 진 채) 아직도 이선준 문재신이랑, 어울려 노는 게 재밌는 모양이다, 여림?

여림 ; (갓 끝을 만지며) 아 그게에.. 날이 갈수록 더하질... 뭔가, 어?  허허허허. (장의의 어깨를 툭툭 치고 돌아서서 가려는데)

장의 ; 성균관 배치도며, 성균관 사서류들을 헤집고 다니는데, 열심히라구?  왜?  보물찾기라도 하고 노는 모양이지?  옛정을 생각해 충고 하나 하지.  자넨, 안 어울려.  그녀석들이랑 다르잖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난 자넬..

여림 ; (가려다 멈춰서, 돌아보다가 장의의 갓 장식물을 만지며) 내가 조선 최고의 옷발인건, 자네 아나? 음?  (검지 올려 강조하듯 움직이며) 그 비결이 뭔지, 내 자네에게만 일러줌세.  안 어울리는 옷일수록, 과감하게 깔맞춤할 것.  잊지 말게나?  지금 자넨, (장의 훑어 보며) 으음,, 좀 촌스럽거든.  음.  (몸을 빙빙 돌리며 나간다)

병춘 ; (흥분하여) 저런 싸가지 없는.  장의, 제가 저녀석을 한방에!,,

장의 ; 놔둬라.  저렇게 까부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인데.  성균관 유생 구용하의, 고별무대라 생각해 두지.


46. 도박판 (밤)


인물화를 가지고 들어와, 도박하는 사람들의 탁자 위에 펼쳐 놓고 묻다가, 귀찮다는 사람들의 몸짓에 물러나 다른 탁자로 또 가는 선준.

한 탁자에서 도박하던 사람, 선준을 손으로 밀고 도박에 열중한다.

선준, 윤영구처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고 급히 가다가 다른 사람을 밀치게 된다.  가서 어깨를 잡고 돌리면, 아니다.

아까 선준이 밀치고 갔던 한 남자가, 돌아 나가는 선준을 잡고 뺨을 친다.

선준, 그 바람에 도박을 하고 있는 탁자로 쓰러진다.

탁자에 쓰러졌다가 인물화를 손으로 잡고 일어서는 선준.


남자 ; 이놈의 새끼가.. (다시 선준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려는데)


선준, 그 남자의 얼굴을 먼저 주먹으로 서너 번 때린다. 

다시 선준을 때리는 남자.  도박판의 사람들, 화가 나서 선준을 때리고, 선준은 바닥에 쓰러진 채 여러 사람의 발길질을 당한다.


47. 존경각 (밤)


존경각에서 탁자에 책을 쌓아두고 앉아 훑어보는 윤희.

걸오, 말없이 다가와 윤희가 보는 책 위에 종이에 싼 감자 한 알을 놓아두고 나가는데..

 

여림 ; (다급한 목소리로) 걸오, 걸오!  (뛰어 들어와서 서서 걸오 보며) 이선준, 사고 쳤다.


놀라서 보는 걸오.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윤희.

   

48. 도박판 (밤)


문으로 들어서는 여림과 걸오, 윤희, 주위를 둘러보며 안쪽으로 들어와서 난감한 표정으로 옆에 선 기생과 탁자에 앉은 상처투성이의 선준을 발견한다. 


여림 ; 자네...  내가 아는 이선준, 맞나?

말없이 그대로 앉았는 선준.


(시간 경과)


여림 ; (선준의 맞은 편에 앉아) 윤참군을 찾아 나선 길이란 말야?


옆에 앉는 윤희.  서 있는 걸오.


선준 ; 풀리지 않는 암호문에 기대, 내내 시간을 흘려보낼 순 없었습니다.

여림 ; 생각보다 몸이 앞서 나갔다...  이선준 답지 않은 일이군.  이 꼴이 되도록, 윤참군을 찾아 헤맨 이유,,  금등지사를 찾기 위해선가?  아니면,, 부친의 결백을 확인하고 싶어선가?

선준 ; 제가 알고 싶은 건, 십년 전 그날 밤의 진실입니다.

여림 ; (한숨) 하아, 하나만 묻지.  금등지사를 찾게 되면, 이선준 넌, 더 이상 지금처럼 좌상댁 도련님으로 살 수 없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은 거냐?

선준 ; 어떻게 산다 해도.. 마음을 준 벗들의.. 아비와 형을 뺏아아 간, 죄인의 아들로 사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일어나 나가는 윤희.

따라 나가는 선준.


49. 도박집 앞 마을 (밤)


가는 윤희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우는 애타게 보는 선준.


윤희 ; 나 때문이라면.. 이제 그만두는 게 좋겠소.  (눈물 글썽하여) 난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 그 마음을 저버린 일도, 이렇게 가슴에 사무치는데...  이선준에게 아버진, 그 이상이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해.  그만해도 된다구.  이젠, 내가 더는 못 보겠으니까. (돌아서 간다)

선준 ; (달려가 윤희를 뒤에서 안은 채) 용서..  받고 싶었다.  아비의 빈자릴 대신하려 이렇게, 사내의 복색으로 장터를 헤매며, 아픈 동생의 약값을 구하려 했던 시간들. 춥고 배고프고 외로웠던 그 시간들마다, 내가, 머리 숙여 사죄하고 싶었다.  그 시간동안 아무것도 모른 채, 따뜻한 방안에서 책이나 읽고 있었던 내가, 나 역시, 용서가 안된다구, 미안하다구...  (눈물 흐른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내가 누렸던 모든 걸, 되갚아 주고 싶다구.  그러니..  용서해 달라구..  말하고 싶었다.


눈 질끈 감으며 눈물 흘리는 윤희.


50. 도박장 (밤)


탁자 앞에 앉아 탁자에 펼쳐진 도박판의 말을 옮기는 걸오.


여림 ; (맞은 편 의자에 앉으며) 이선준... 보면 볼수록 사람 놀래키는 재주가 있어.  그 존경하던 아버지, 좌상과 등을 돌리겠단 말이지, 죽을 힘을 다해서.  (걸오 보며) 잘 알잖아아...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사는 일, 지옥이 따로 없다는 걸.


말을 헝클어 버리는 걸오.

   

51. 좌상 방 (밤)


뒤에 커다랗고 멋진 학 그림이 그려진 병풍이 쳐져 있는 방.

병풍 등지고 앉아 한 손에 책을 들고 앞에 놓인 바둑판에 바둑알을 탁 두고, 생각에 잠긴 좌상의 얼굴.


E (선준) ; 소자.. 이제 아버님의, 정적이 되고자 합니다.

좌상 ; 흐음.. (눈을 감았다 뜨며 고민하는 표정이다)

 

52. 궁궐 정자 안 (밤)


앞에 금상 서고 옆에 다소곳이 정박사 섰다.


금상 ; 그 아이들이 밀지를, 잘 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정박사 ; 아직까지 제게 손을 벌리지 않는 걸 보면, 잘 해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금상 ; 과인은 어쩐지 그 밀지가, 성균관 박사 김승헌이 남긴, 마지막 수업 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

정박사 ; 수업..  강학, 말씀이십니까?

금상 ;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는지.. 과인도, (얼굴 돌려 정박사 보며) 꽤 궁금하다, 정박사.       


53. 도성 문 앞 (밤)


짐진 채 도성문을 나오는 사람들.

그 무리에 끼어 걸어가는 윤영구.


윤영구 ; (걸어가며 기뻐서) 하하하하 하하하.  행복하게들 살어.  하하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자알들 찾아보라고!  허허허허.

 

도성문에서 나와 윤영구를 보는 선준, 그 뒤를 쫓는다.


E (여림) ; 윤참군 그 자, 대단한 물주를 잡았는지, 도박빚을 다 청산하고, 아예 시골로 낙향을 한다더군.


윤영구 ; (뒷짐 지고 콧노래 흥얼대며 좌우로 흔들며 걸어가며) 흐흠, 흐흠, 으흠, 으하하하.  

그 뒤를 따라가는 선준.


윤영구이 걸어가는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 와 박히는 짧은 독침.


윤영구 ; (놀라서 뒷걸음질 치며 비명 지르는) 어어, 어어어!  어허, 어어!


놀라는 선준.

지붕 위에서 뛰어 내려와 착지하는 복면 쓴 홍벽서 차림의 초선.

윤영구의 팔을 잡아 자신의 뒤로 서게 하는 선준.

칼을 휘두르는 초선.

그 칼을 이리저리 피하는 선준.

선준의 뒤에서 놀라 팔을 휘젓는 윤영구.

선준, 이리저리 칼을 피하다가 칼을 들고 자신을 찌르려는 초선의 팔을 잡는다.

초선, 선준을 팔꿈치로 치고 다시 칼을 선준에게 휘두르는데,,,

선준과 초선의 가운데 나타나 그 칼을 막는 걸오.

칼을 쓰는 초선을 발로 차고 손으로 막는 걸오.

칼을 찌르는 초선의 손목을 꽉 잡는 걸오.

힘이 빠지는 지 칼을 떨어뜨리는 초선.


걸오 ; (손목 잡은 채 선준 돌아 보며) 왜 이렇게 걸음이 빨라?  따라오다 죽는 줄 알았네.


그 틈을 이용하여 손을 빼서 담을 돌아 달아나는 초선.

그 뒤를 쫓아가는 걸오.

슬슬 뒤로 걸어가는 윤영구.

돌아보고 그 어깨를 잡는 선준.


윤영구 ; (선준 보며) 나는 덜미를, 잡혔다.


54. 마을 거리 일각 (밤)


뛰어 달아나는 초선 앞에, 먼저 날으듯 뛰어와 막아서는 걸오.

다시 엎치락뒤치락하며 팔과 다리로 싸우는 두 사람.

걸오, 초선의 뒤에서 목을 조르듯 잡고, 복면을 벗기면, 초선이다.

초선, 팔꿈치로 걸오를 치고 달아난다.


걸오 ; (달아나는 초선의 뒷모습 보고 서서 혼잣말) 초선이가.. 맞았군.


55. 존경각 (밤)

탁자에 놓인 책 뒤적이며 보는 윤희.


윤희 ; (생각하며)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곳이라..  그날 밤, 도갑사에서 올라오는 길은, 영인문.  (탁자에 펼쳐진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생각한다)


E (정박사) ; 선대왕께서..


*몽타주 - 의약방에 앉아 말하는 정박사 ; 처음 종묘에 두셨던 금등지사를, 저들의 손을 피해..


윤희 ; (생각하다가 지도 위의 종묘를 짚으며) 종묘?  (다시 김승헌이 쓴 문서를 펼쳐 보며) 나라의 시작인 그 곳, 종묘. 


E (윤희) ; 조선.. 조선 대왕들의 위패가 모셔진 곳, 종묘.


*몽타주 - 촛불 켜진 종묘의 내부 모습.


윤희 ; (문서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배움이 향하는 곳..


*몽타주 - 의약방에 앉아 말하는 정박사 ; 선대왕께서는 언젠가, 금상께서 강력한 왕권이 필요하실 때를 대비해, 금등지사를 종묘 신위 아래 두셨지..


F (윤희) ; (생각하며) 배움이 향하는 곳, 향청헌.  (책자들 뒤적이며) 나라의 시작인 그곳은, 성균관이, 아니다.  (생각난듯이 많은 문서들 펼쳐 보다가 종묘의 내부 지도를 보며) 종묘, 그래 종묘였어.  맨처음 금등지사가 있던, 바로 그곳. (그 지도를 접어 소맷자락에 넣고 급히 달려 나간다)


건너편 선반에 서서 윤희를 보고 있었던 듯 고봉과 병춘이 있다.


56. 성균관 뜰 (밤)


넓은 뜰을 성큼성큼 급히 달려가는 윤희.

걸어오다가 그걸 보는 장의와 강무.


병춘 ; (고봉과 함께 장의 앞에 와 서서 급한 듯) 장의, 김윤식이 존경각에서, 도성 전도를 찾아보다가, 갑자기 달려나갔습니다요!


57. 존경각 (밤)


장의 일행, 존경각의 탁자 위에 서 있다.


장의 ; (탁자 위의 쌓인 책들을 밀치며 찾아 보다가, 책 한 권을 들어 올려 쭉 훑어보다가 찢어진 부분을 발견하고 보며 뭔가 떠오른 듯) 종묘..  


58. 종묘 (밤)


종묘의 위에서 내려다 본 전경.


59. 종묘 앞 (밤)


종묘 문 앞에 급히 와 서는 윤희, 들어간다.


60. 지하실 (밤)


윤영구와 마주 선 채 걸어 들어와 서는 걸오와 선준.


윤영구 ; (뒷짐진 채 웃음) 흐흐흐흐 흐흐흐흐.

선준 ; 말해. 십년 전 그날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윤영구 ; 흐흐흐흐흐흐흐 흐흐흐.  재밌다아...

선준 ; 성균관 박사 김승헌과, 장의 문영신을, 죽이라 명을 내린 사람이 대체 누군지..

윤영구 ; (정색하고) 미안해서 어떡하지?  먹잇감을 물기 전에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 게, 이 사냥개의 오래된 습성이라서 말이야.. 흐흐..

걸오 ; (화나서 윤영구의 목덜미를 잡으며) 죽다 살아났다구!  모란각 초선이가, 왜 당신 목숨을 노리는 지, 생각해 보라구.

윤영구 ; (걸오의 손을 빼면서 뭔가를 생각하며) 모란각의 초선이?  와우, 재밌다아...


61. 주막 (밤)


여림 ; (술 마시는 탁자 앞에 서서 포졸대장에게 술을 따라주며) 윤참군이 도박빚을 갚은 돈, 출처가.. 어디냐구우? (술병 탁 놓고 앉는다)

포졸대장 ; 아, 뭐 그야아..


여림, 소맷자락에서 엽전 꾸러미를 꺼내어 탁자 위에 탁 놓는다


포졸대장 ; 으흠.  이봐.. (옆의 포졸 두 명을 보며 눈짓을 한다)


포졸들, 일어나 나간다.


포졸대장 ; (포졸들이 나가자 엽전 꾸러미 챙기고, 여림에게 속삭인다) 병판을,, 그렇게 만나긴 하더라구.  (일어나 나간다) 

여림 ; (생각하며 혼잣말) 병, 판?


62. 새책방 (밤)


윤영구 ; (서서) 나에게 길을 인도하라 명한 것은?  지금의 좌상 대감이었소.

선준 ; (마주 서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정말.. 좌상 대감이.. 그들을 살해하라 명했나?  땅문서를 댓가로?

윤영구 ; (웃음) 흐흐흐 흐흐흐..

선준 ; (화나서 멱살 잡으며) 말하라구!

윤영구 ; (멱살 잡은 선준의 손 치며) 멱살 잡히고 말하는 성격 아니니깐, 놓시고오...  좌상의 뜻과는 상관없이 죽이라고 명한 것은?  병판, 병판이요.  땅문서는, 뒤늦게 이 일이 돌아가는 꼴을 눈치챈 좌상이, 요령껏 내 입을 막기 위해서 던진 미끼요.  이제 됐소?  그런데.. 이제와서 병판이, 내 목숨을 노려?  아아, 재밌다아...


놀라 걸오 보는 선준.

놀라는 걸오.


63. 마을길 (밤)


마을길을 걸어오는 여림.


여림 ; (혼잣말) 그러니까.. 이 사건 뒤에, 병판이 있단 말이지..


횃불 들고 무리지어 뛰어가는 병조의 군사들.

그 뒤에 급히 걸어가는 장의와 병조의 군사대장.


여림 ; (보며 의문인 듯 혼잣말) 하인수와 병조의 군사들이, 종묘에?  왜에?

 

64. 존경각 (밤)


탁자 옆에 서서 윤희가 보던 책들을 뒤적이다가 얼굴 들면, 걱정하는 표정의 선준.


걸오 ; (옆에 와 책 뒤적이고 서서 책에 시선 두고) 김윤식, 아직 못 찾은 거냐?  왜에, 나가서 찾지 않고?  병판이 진짜 배후였다는 사실, 제일 먼저 알아야 하지 않아?

선준 ; (걸오 보며) 사형..
걸오 ; (선준 보며) 다행이다.  널 위해서도, 날 위해서도.  너 같은 놈을 죄인 취급하며, 일평생 증오하는 건, 아주 피곤했을 테니까.


살짝 미소 짓는 선준.


여림 ; (급히 뛰어 들어와 다급한 목소리로) 대물, 대물 녀석 여기 없어?  (급히 책자를 뒤져 보더니) 종묘?  대물 녀석 종묘로 간 건가?  (선준과 걸오 보며) 하인수, 병조의 군사들을 데리고 종묘로 갔다.

걸오 ; 그래서 뭐어?

여림 ; 하인수 그 자식 알고 있어.  그래서, 대물을 쫓고 있는 거라구.  발각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지도 몰라.


걱정하는 걸오와 선준의 얼굴.


65. 종묘 안 (밤)


문 열고 들어와 방문을 살짝 닫는 윤희.

촛불이 켜진 여러 개의 신위대 앞으로 걸어와 선다.

신위가 놓인 탁자 아래를 보는 윤희.

그 옆의 향로에서는 연기가 피어 오른다.


E (윤희) ; 금등지사는 신위 아래, 요자리에 있다.


66. 병판 집 마당 (밤)


횃불과 창 들고 열 지어 달려가는 병사들.

 

그 옆에 서 있는 병판과 장의.


장의 ; (단호하게 병판 보며) 금등지사를 없앨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병판 ; (장의에게 시선두고 크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금등지사를 없애 버려라!

대장 ; 예에!


67. 거리 (밤)


담 한 켠에서 보는 걸오와 선준.

횃불과 창 들고 걸어 지나가는 병사들.


걸오 ; (선준 보며) 약속했다, 김윤식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선준 ; 사형?

걸오 ; 관군들은, 내 어떻게든 해보지. (선준의 팔을 격려하듯 치고 간다)


68. 거리 (밤)


횃불과 창 들고 달려 오다가 화살이 날아오자 놀라 급히 멈춰서는 관군들.


관군들 ; 홍벽서다!


홍벽서 차림의 걸오, 지붕에 서서 걸어오는 관군들에게 화살을 쏜다.


병사의 대장 ; 뭣들 하는 게냐?  당장 홍벽서를 잡지 않고! 

병사들 ; 예에!

병사의 대장 ; (옆의 일부 병사들 보며) 너흰 종묘로 가라!  어서!

병사들 ; 예에.

     

69. 종묘 안 (밤)

 

신위를 옆으로 치우고 궤짝을 여는 윤희.


E (윤희) ; 금등지사는, 처음 여기, 선대왕께서 두신, 바로 그 첫 자리야.  배움이 향하는 곳, 출사하여 나라를 일으키고, 한청헌, 나라의 시작인, 조선조 열성조의 위패가 모인, 바로 여기.


열어서 보면, 아무 것도 없다. 

사람들의 발소리.

놀라서 상자를 덮는 윤희.


70. 종묘 앞 마을길 (밤)

    

달려가는 관군들 앞을 막아서는 걸오.

창을 든 포졸들과 복면한 걸오가 싸운다.


71. 종묘 안 (밤)


방문에 그림자가 비친다.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윤희.


72. 종묘 밖 (밤)


창을 들고 덤비는 관군들과 싸우는 걸오.


73. 종묘 안 (밤)


방문 열고 들어서면, 선준이다.


74. 종묘 밖 (밤)

관군들과 싸우는 걸오.

관군대장이 날렵하게 달려들어 걸오에게 칼을 휘두른다.


75. 종묘 밖 (밤)


관군들이 둘러싼 가운데 관군 대장과 걸오 가운데서 싸운다.

약간 밀리는 걸오.


76. 종묘 안 (밤)


방문 열고 들어온 선준, 안으로 들어간다.

윤희를 발견하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윤희에게 다가가는 선준.

윤희, 놀라서 선준을 본다.


77. 종묘 밖 (밤)


관군 대장 ; (걸오에게 칼을 내리치며 기압 소리) 야압!


관군 대장의 큰 칼과 걸오의 작은 칼이 맞닿아 힘겨루기를 하다가 걸오가 밀려서 칼을 놓친다.


관군 대장 ; (칼 들고 걸오에게 세게 덤비며) 야압!


78. 종묘 안 (밤)


많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윤희에게 다가와 놀란 윤희를 안는다.


79. 종묘 밖 (밤)


관군 대장 ; (강하게 칼로 걸오의 가슴을 사선으로 그으며) 야압!


걸오, 쓰러진다.


80. 종묘 안 (밤)


윤희를 안은 선준 얼굴 보인다.

안도의 한숨을 깊이 내쉬는 선준.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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