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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대본

성스 제19강 대본 (필사)

 

         

 

 

    성스 제19강 대본 (필사)


1. 종묘 안 (밤)


윤희, 신위들을 보고 있다.  신위를 치우고 그 아래 상자를 연다.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놀라는 윤희 얼굴.


E (윤희) ; 금등지사는, 처음 여기, 선대왕께서 두신 바로 그 첫 자리야.  배움이 향하는 곳, 출사하여 나라를 일으키고, 한처음, 나라의 시작인, 조선조 열성조의 위패가 모인, 바로 여기.


2. 종묘로 가는 골목 (밤)


횃불과 창을 들고 무리지어 급히 가는 관군들.

지붕에서 뛰어내려 관군의 앞을 막는 홍벽서 차림의 걸오.

돌려차기로 관군들을 멋지게 제압하는 걸오.


3. 종묘 안 (밤)


문 열고 들어서서 윤희에게 다가오는 선준.

선준을 보고 놀라는 윤희.


선준 ; 대체 여길, 겁도 없이 어떻게..

윤희 ; 없소.  분명 여기에 있을 거라, 그리 믿었는데.


4. 골목길 (밤)


관군 대장 ; 야압!  (긴 칼로 걸오에게 덤빈다)


관군 대장과 칼싸움하는 걸오.

약간 밀리는 표정이다.


5. 종묘 안 (밤)


걱정하는 표정으로 윤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선준.

윤희가 자신이 준 반지를 줄로 연결하여 목에 걸고 있는 걸 발견하고 본다.


선준 ; (윤희를 와락 안으며, 걱정하는 표정으로 눈물 글썽하여) 니가.. 다치는 줄 알았다.


6. 골목길 (밤)


관군 대장 ; 야압! (큰 칼로 걸오의 가슴을 사선으로 긋는다)

걸오 ; (쓰러져 신음하는) 아으.


쓰러지는 걸오.


관군 대장 ; (고개 돌려 관군들 보며) 너흰 종묘로 가라!  야압!  (쓰러진 걸오를 다시 칼로 내리친다)


땅에 떨어진 칼을 급히 줍고, 관군 대장의 칼을 막는 걸오.

다시 힘겹게 관군대장과 싸우는 걸오.

관군 대장, 걸오의 가슴을 다시 칼로 내리친다.


걸오 ; (쓰러지며 신음하는) 아아, 아하, 아하.. 아하..

관군들 ; (뒤에 와서) 아무도 없습니다.  신위가 있는 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관군들과 반대쪽으로 달아나는 걸오.

걸오의 뒤를 급히 쫓는 관군들.


7. 대문 앞 (밤)

 

가슴을 움켜 쥔 손에 피범벅이 된 걸오, 문 앞에 웅크려 식은땀 흘리며 힘든 눈빛으로 앉았다.

앞에 와서 선 누군가의 다리.

올려다보는 걸오의 눈빛.


8. 골목길 (밤)


선준, 윤희의 손을 잡고 급히 달린다.

제19강 자막 뜬다.

앞의 골목길로 달려가는 관군들을 보고, 급히 담벼락 뒤로 숨는 선준과 윤희.


관군 ; 홍벽서가 도주한 건, 이쪽이다!  홍벽서를 잡아라!


손을 꼭 잡고, 담벼락 옆에 쪼그리고 앉아 관군들 얘기를 듣고 윤희를 보는 선준.

놀라서 선준 보는 윤희의 얼굴.


9. 골목길 (밤)  


여러명의 하인들, 함께 걸어간다.

한 명의 하인이 걸오를 업고 걸어간다.


여림 ; (걸오를 잡고 옆에서 따라 걸으며, 다급한 어조로) 반촌, 성균관까지만 속도를 내주게. 그때부턴 관군들도 어쩌지 못할 테니까.


10. 병판 집 마당 (밤)


병판 ; 홍벽서가 도주를 했다?  이번에도 금상의 군사였단 말이냐?


옆에 횃불 들고 서 있는 관군과 관군대장, 장의.


관군 대장 ; 그것이 이번엔, 사가의 사병들인듯 보였습니다.

병판 ; 사아병? 

장의 ; (생각하며 혼잣말로) 사병이 있었다.. (뭔가 알아내어 기쁜 표정으로 병판 보며) 있습니다.  성균관엔 안 어울리는, 그런 녀석이.


11. 성균관 뜰 (밤)

뜰에 선 선준과 윤희.


윤희 ; (두리번 거리다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아무래도 나가봐야겠소.  하, 들어올 시간이.. (나가려는데)


쪽문을 열고 등불 들고 들어오는 고장복과 함춘호.


함춘호 ; (윤희와 선준에게) 이제 곧 점홉니다.

고장복 ; 대사성 영감이 안 계셔도, 저희 의무는 다 할겁니다.


윤희 걱정되어 반대쪽 보면, 피묻은 왼손으로 가슴 움켜쥔 걸오의 오른팔을 어깨에 두르고 부축하고 오는 여림.

그쪽으로 돌아보는 선준.


12. 동이방 (밤)


걸오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는 걱정하는 표정의 여림.

그 옆에 앉아 여림 보는 선준.


13. 동이방 앞 (밤)


걱정스런 표정으로 마당에 선 윤희.


14. 성균관 문 안 (밤)


안된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는 고장복과 함춘호.

급히 문으로 들어오는 관군들.

횃불 들고 들어와 성균관 마당에 선 보는 관군대장과 관군들.

걱정되어 선 고장복과 함춘호.


고장복 ; (걱정되는 표정으로 관군 대장에게) 무슨 짓입니까?  여기는 성균관입니다, 공자를 뫼신 곳!  관군이라고는 하나, 성균관 유생들을 함부로 수색할 수 없소이다!

장의 ; (장의 일행, 뒷짐 지고 옆에 와 서서) 장의의 직권이다.  길을 내게.

고장복 ; 장의?


장의가 고개짓으로 들어가라고 신호하자, 서리들과 장의 일행 사이를 급히 걸어 들어가는 관군들.


15. 마당 (밤)


횃불 들고 정렬하여 뜰을 뛰어가는 관군들.


16. 도현방 (밤)


속바지 저고리 차림으로 자고 있던 유생들, 놀라 일어나 앉는다.


도현, 우탁, 해원 ; (일어나 앉아 눈 부비며) 아, 뭐야? 뭐야? 어?


17. 남명식방 (밤)


놀란 눈빛으로 무서워 서로 붙어 눕는 세 명의 유생들.


세 명 : 어어.

       

18. 동이방 앞 (밤)


서서 있다 놀라는 표정의 윤희.


19. 동이방 안 (밤)


놀라는 여림과 선준.


20. 존경각 앞 (밤)


존경각 안으로 들어가려는 관군들.


고장복 ; (팔 벌려 존경각 앞에서 막으며) 여기만은 안됩니다, 여기만은.


막는 고장복과 함춘호를 밀치고 존경각 안으로 들어가는 관군들.


21. 존경각 안 (밤)


존경각 선반 위의 책들을 마구 뒤적여 떨어뜨리며 뒤지는 관군들.

앞에 선 병춘을 밀치고 가서 바닥에 앉아 떨어진 책을 주워 보며, 안타까운 표정의 고봉.

그걸 쪼그려 앉아 보는 병춘.


E (장의) ; 부상당한 홍벽서를 찾는 게 제일 먼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밀하게 금등지사가 있는지를 찾으세요.  놈들이 종묘에서 찾아냈다면, 궁으로 가지않는 한, 이 성균관에 반드시, 숨겨놨을 겝니다.    


* 몽타주

   - 명륜당 문으로 횃불 들고 들어와 책상 사이를 찾는 관군들.

   - 따라 들어가는 고봉과 병춘.

   - 명륜당 밖 마당에 정렬하여 선 관군들. 

     난감한 표정으로 그 옆에 선 고장복과 함춘호.

   - 유생방 앞 ; 관군들에게 쫓겨 속바지 저고리 차림으로 방에서 마루나 마당에 나와 서는 유생들.  방을 뒤지는 몇몇 관군들.

      유생들 ; 뭐야 이거? (보면)

     더 많은 관군들 정렬하여 관군대장과 함께 유생방 앞으로 걸어온다.

     보는 강무와 고봉.

   - 어두운 유생방 안을 뒤지는 관군들.

   - 유생방 앞 ; 관군들 마당에 내려와 관군대장에게 뭔가를 보고한다.

                 마당에 서서 보는 장의.


22. 동이방 앞 (밤)

장의 일행 앞에 서고, 관군들 횃불 들고 뒤에 따라 온다.

마당에 서서 보고 놀라는 윤희.


23. 동이방 안 (밤)


선준 ; (일어서 나가려는 여림을 잡으며) 사형, 이번에도 임기웅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보십니까?

여림 ; (앉아서) 그래서 그 말, 무슨.. 뜻이지?


24. 동이방 앞 (밤)


장의 ; 부상당한 홍벽서가 숨어들었다는데.. 혹 봤나, 김윤식?


윤희 얼굴.


25. 동이방 안 (밤)


여림 ; 그래서 자네가 홍벽서라, 자백을 하겠단 말인가?

선준 ; 적어도 이나라 조선에서, 이정도 원칙이 지켜지길 바라는건, 제 포기할 수 없는 믿음입니다.  (누워 있는 걸오 보며) 무엇보다.. 이 몸을 한 걸오 사형을, 금부로 보낼 순 없습니다.

여림 ; (누워서 잠든 걸오 보며 한숨) 하아. (심오한 표정으로 선준 본다)


26. 동이방 앞 (밤)


장의 ; 홍벽서가 숨어있을지 모르니, 샅샅이 수색하라.

관군들 ; 예에. (방으로 들어가려 한다)


어쩔줄 모르는 윤희 표정.


여림 ; (방에서 마루로 나오며) 그만 둬.  (마당에 내려서 장의를 보며) 지금 유생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


장의, 곁눈질로 유생들 잠시 보다가 마루로 올라서려 한다. 


여림 ; (장의의 팔을 잡아 제지하며, 강건한 표정으로) 관군을 끌어들여, 성균관을 더럽힌, 첫 번째 장의가 될 생각인가?

장의 ; (여림 보며) 권력이 뭔지 제대로 일러준, 첫 번째 장의가 될 생각이다.  기대해도 좋다, 구용하.  (관군들에게 뒤지라는 고개짓 한다)
해원 ; (속바지저고리 차림으로 손을 소매에 끼고) 뭔 일이야?

윤희 ; (여림에게) 사형?


윤희 보는 여림.


관군 대장 ; (방에서 나와 손에 든 홍벽서의 검은 옷 보이며) 여기, 홍벽서가 있다!

유생들 ; 호..홍벽서?


결심한 듯한 표정의 여림.

웃는 장의.

관군들, 선준을 앞세우고 방에서 나와 마루에 선다.


유생들 ; 이선준?  홍벽서라고?

윤희 ; (여림 보며) 사형?


여림, 윤희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얼굴에 상처난 선준, 여림 옆에 섰다.


장의 ; (화난 표정으로 선준 보며) 무슨짓이냐?  니놈이 홍벽서라는 걸, 날더러 믿으라는 게냐?  이선준?

말없이 장의를 보는 선준.


병판, 많은 관군들과 함께 걸어온다.


병판 ; 뭣들 하는 게야?  당장 홍벽서를 잡아 들이지 않고!  (와 서서) 죄인을 의금부로 압송하라.

장의 ; 허나 아버님?

병판 ; 나서지 말거라.  지금부턴 아비 일이다.

 

잡혀서 나가는 선준.

눈물 글썽한 윤희.


27. 좌상 방 (밤)


좌상 ; (놀라서 순돌 보며) 그 아이가 홍벽서라?  (난 치던 붓을 놓친다)

순돌 ; (좌상 앞에 무릎 꿇고 약간 엎드린 채) 야아.  되련님이 하셨다는디요?

좌상 ; 그 아이가, 홍벽서!  대체 그 아이가 왜에?


28. 동이방 안 (밤)

 

자고 있는 걸오의 땀을 닦아 주는 여림과 옆에 걱정스런 표정으로 앉은 윤희.


여림 ; (걸오의 이마와 뺨의 땀 닦아 주며) 너무 걱정마라.  이선준이 안전할거라 믿음이 없었다면, 나도 보내지 않았다.  (옆의 대야에 담긴 물에서 천을 빨아 물기를 짜며) 그녀석, 좌상의 외아들이다.  아무리 병판이라지만, 함부로 못해.  내 장담하지.  하아. (다시 걸오의 땀을 닦으려 다른 손으로 소맷자락을 걷고 손을 걸오 얼굴에 가까이 하는데)

  

보는 윤희.


걸오 ; (누운 채 손으로 여림의 손을 잡으며) 지금,, 뭐라고 한거야? (일어나려 애쓰지만 잘 안된다) 으음..

여림 ; 누워 있어!  출혈이 컸다.

걸오 ; (윤희 보며) 니가 말해.  이선준이 왜?  병판이 왜에? 

윤희 ; 사형..

걸오 ; 그자식, 내 대신 자수라도 한거야?  지가 홍벽서라고?  그런거야?  (일어나려 하나 안된다) 으음..

여림 ; 그래.  너 이몸으로 옥에 갇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그러니까 제발 좀 누워 있어.


걸오, 분노하여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친다.


여림 ; 병조의 관군들이, 성균관을 밀고 들어왔다.  이건 용납 못해.  바로 잡을 거다.

윤희 ; 가능.. 할까요?

여림 ; (윤희 보며) 믿어라.  (미소 띠고) 나, 구용하다.

걸오 ; 금등지사는?


고개를 가로젓는 윤희.


29. 병판 집무실 (밤)


병판 ; (책상을 탁 치며) 금등지사가 종묘에도 없고, 성균관에도 없었다아?  아암, 그래야지.  결국 금상의 망상에 불가한 일로 나를!  좌상은 그토록 죄인 취급을 해에?

장의 ; (병판의 앞에 서서) 그래서 이선준을 압송하신 겁니까?  이선준은, 홍벽서가 아닙니다.

병판 ; 이선준을, 홍벽서로 만들면 돼에!


30. 감옥 (밤)


감옥 밖에서 선준이 갇힌 감옥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좌상.

감옥 안에서 좌상을 보고 일어서서 고름을 단정히 하는 선준.


좌상 ; (감옥 앞에 서서 선준 보며) 십년 전, 그날 밤 일로, 니가.. 속죄라도 할 생각인게냐?  그날 밤, 아빈.. 죄를 짓지 않았다.

선준 ; 그날 이후, 내내 죄를 덮어주셨습니다.

좌상 ; 아비에 대한 반항치고는 네가, 너무 많이 다치는 길을 골랐구나.

선준 ; 전 그저, 지금껏 아버님께서 제게 일러주신, 그 길대로 걸어왔을 뿐입니다.  사사로운 이익을 따르는 대신, 의를 따를 것이며,,  벗은 신의로 얻을 것이며,, 바른 도를 세우는 일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아야, 장부다.  제가 틀렸습니까?


슬픈 표정으로 선준 보다가 돌아 나가는 좌상.

그런 좌상의 뒷모습 보고 고개 숙이는 선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본다.


31. 동이방 (밤)


속저고리 차림으로 앉아 목에 걸린 반지를 만지는 윤희.


32. 성균관 뜰 (아침)


복동 ; (조보 들고 유생들에게 달려오며) 조보요, 조보!  홍벽서가 사헌부로 갔습니다.

도현 들 ; (조보를 받아 들며) 뭐어?  야이.

명식 들 ; (도현의 앞에서 걸어오다가 달려와 복동이 주는 조보를 받아 들고 본다) 뭔 소리야 이게?  뭐라고?


33. 성균관 조용한 뜰 일각 (아침)


윤희 ; (조보를 들고 보며 건물을 돌아 뜰로 나와 접은 부채 들고 생각하며 걷는 여림 옆에서) 대사헌 영감께선, 지난날, 아들을 잃었습니다.  혹, 그 오랜 은원 때문이라면..

걸오 ; (걸어 오며 단호하게) 그런 일 없다!  지난 은원으로, 이선준 다칠 일, 안 만들어.  그 어설픈 자식이 홍벽서라면, 누가 믿어?  진짜가 여기 이렇게 버젓이.. 버티고 있는데. (걸어간다)

윤희 ; (팔 벌려 걸오의 앞을 막으며, 화난 어조로) 그래서 지금, 자수라도 하러가실 생각입니까, 그 몸으로?  (눈물 글썽하여) 다친 사형을 내줄 수 없어, 그 죄를 대신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 마음을 헛되이 하는 건, 제가 용서 안할 겁니다.  왜냐면.. 사형을 위해서라면, 저도 그랬을 테니까요.

걸오 ; (미소 띠고) 그래도, 보내는 줘라.  내가 가야, 대사헌 영감께 말을 할 수가 있거든.  십년 전 그날 밤, 내 형을 그렇게 만든 건, 좌상 대감이 아니라고.  그래야 이선준 구해 내지.

윤희 ; 사..사형?

여림 ; 사실이냐, 걸오?

걸오 ; (여림 보며) 헛소리 할 일이냐?  (윤희 보며) 그러니 너도, 그 일 때문이라면 너무 맘 쓸 것 없다, 이제.  (걸어간다)


걸오 보는 여림과 생각하는 윤희.


걸오 ; (문 앞으로 걸어가다가 여림 돌아보며) 너어, 큰 소리 친 거 잊지마아.  관군들이 성균관 밀고 들어온 일, 바로 잡겠다며?

여림 ; 물론.

걸오 ; 돌아올 때까지, 제대로 준비해 놓는 거다.

여림 ; (웃으며) 나아..

걸오 ; 그래, 너 구용하다. (돌아서 간다)

여림 ; (웃음) 허.


34. 대사헌 집 마당 (아침)


걸어 나가는 대사헌과 그 뒤를 따르는 하인들.

맞은 편에서 걸어와 대사헌 앞에 서는 걸오.


걸오 ; 이선준 무죕니다.  풀어 주셔야 겠습니다. 


걸오 옆을 지나쳐 걸어가는 대사헌.


걸오 ; 홍벽서!


멈춰 서는 대사헌.


걸오 ; (대사헌 쪽으로 얼굴 돌리며) 진범이 누군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대사헌 ; 알아서 하마.

걸오 ; 형을 그렇게 만든 건, 좌상 대감이 아닙니다, 아니었어요.  윤참군의 증언, 아버지께서도 듣질 않으셨습니까?

대사헌 ; 뭐가 달라지더냐?

걸오 ; 그래서 아버지께서도, 그자들과 똑같은 수를 쓰시겠다는 겁니까?


화난 표정으로 걸오를 돌아보는 대사헌.


걸오 ; 그렇겐 안되실 겁니다.  제가 지금 자수를 하러 갈 생각이니까.  (상의를 찢어 가슴에 대각선으로 감긴 붕대에 피가 길게 난 것을 보이며) 제가 홍벽서라는 증거가, 이렇게 내 몸에 새겨져 있으니까요.  (걸어 나간다)


대사헌, 하인들 돌아본다.

하인들, 달려가 걸오를 붙잡는다.

화나서 대사헌을 돌아보는 걸오.


대사헌 ; (걸오에게 한 발 다가서서) 지난 십년 동안, 매일 아침, 이 관복을 입을 때마다,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니 넌 더 이상, 아비를 방해해선 안된다.


35. 여림 방 (낮)


유생 재임복을 비장한 표정으로 차려 입고 단추를 잠그고 허리띠를 하며, 갓끈을 매는 여림.


36. 뜰 (낮)


유생복 차림으로 뒷짐지고 걸어가다가 놀라는 장의 일행.

맞은편에서 유생들, 재임복을 입은 여림과 명식을 앞세우고 다가온다.


여림 ; (장의 앞에 서서) 장의 하인수, 우리 재임은 어제일로, 유소와 권당을 원한다.


자막 ; - 재임 齋任  성균관의 임원

       - 유소 儒疏  유생들이 연명하여 올리던 상소.

       - 권당 捲堂  성균관 유생들의 집단시위의 하나.

 

여림 ; 병조의 관군들이 함부로 성균관에 침입해, 대성전과 명륜당을 유린한 죄, 그리고, 치 외법권지역인 성균관에서, 멋대로 성균관 유생을 압송한 죄에 대해, 우리 유생들이 정당하게 분노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병조의 사과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금상의 비담 역시, 들을 생각이다.


자막 ; - 비담 비담(한자)  임금이 상소문의 말미에 적는 가부의 대답.


장의 ;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여림 보며) 그래서?

여림 ; 하인수 자네의 직권으로, 관군들이 성균관에 들어왔다.  반성하고 사과한다면, 난 유소의 우두머리로, 하인수 자넬, 삼을 것이다.  그러나 반성치 않고, 이번 일에 나서지 않겠다면..

명식 ; 우린, 이번 유소에서 장의가 될 생각이다.  해서, 병조 관원에게 함부로 문을 열어준 그대, 장의 하인수에 대한 탄핵여부도, 함께 물을 생각이다.

여림 ; 시각은 유시, 장소는 명륜당이다.


걸어가는 여림과 명식, 유생들.


장의 ; 어쩌나아...  자네에겐 선택권이 없을 텐데.  (여림 옆에 다가서) 나 역시 자네에게 신임여부를 물을 테니까.  (옆에서 귀속말로) 운종가에서 나고 자란 명문대부의 아들 구용하가, 실은 중인에 지나지 않는 시전상인, 장사치의 아들이라고 말이지. 그 화려한         옷빨로 해내는 양반 노릇, 언제까지 할 생각이지?  (다시 떨어져 서서) 시각은 유시, 장소는 명륜당이라 했나?  그 시각, 자넬 그곳에서 만나는 일은 없어야겠지?  (여림의 어깨 두어번 두드리고 간다)

병춘 ; (여림 보고 웃고 간다) 흐흐흐.


놀란 여림.


윤희 ; (여림에게 다가와) 사형, 무슨 일입니까?

명식 ; 이봐 여림, 유시에 명륜당, 변함 없는 거지?

도현 ; 우리 진짜, 하인수를 탄핵하는 건가, 어, 여림?


여림, 고개 숙인 채 말없이 간다.

여림의 뒷모습 보고 섰는 유생들.

의아하여 보는 윤희.


37. 큰 나무가 있는 뜰 (낮)

큰 나무 옆에 다가와 나무 기둥 짚고 서서 눈물 글썽한 여림.


여림 ; 하아, 구용하.  일 참 재밌게 됐다.  (나무 기둥 툭툭 치다가 짚은 채 나무를 올려다 보는 여림)


38. 장의 방 (낮)


책상 앞에 앉은 장의.

그 주위에 둘러 앉은 병춘, 고봉, 강무.


병춘 ; 여림, 아주 얼굴이 흑색이 됐던데요?  흐흐.  아마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한 모양입니다요.  (고봉 보며) 안 그냐, 꼬봉아?


고봉, 울적한 표정이다.  병춘 눈을 껌벅거린다.


장의 ; 유소나 권당으로, 금상에게 이선준을 무죄방면할 명분따윈, 내주지 않을 게다.

강무 ; (일어 서서) 허나 장의, 다음부터 관군들이 필요한 일은, 저희를 쓰십시오.  간밤에 다친 유생들도 있고.  명륜당에 관군들이 들어선 건, 보기 뭐했습니다.

고봉 ; (울먹이며) 저도, 저도 그랬습니다.  귀한 서책들이 망가진 건..  그거는...

장의 ; (고봉을 노려보며) 의견, 갖지 말라 한 걸로 안다.

병춘  ; (고봉을 치며) 에이그.

장의 ; 여림의 말처럼 재밌는 구경이 될거다.  구용하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39. 뜰 (낮)


엽전을 함춘호의 손에 쥐어 주는 굳은 표정의 여림.


함춘호 ; (기쁜 표정으로) 그럼, 또 대사헌 댁에서, 걸오 유생 소식이 오는 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인사하고 간다)

윤희 ; (함춘호가 간 반대쪽에서 건물을 돌아 여림 옆에 와서) 걸오 사형은, 아직이십니까?

여림 ; 걸온 말이다 대물..  지 방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대사헌 영감, 아무래도 생각처럼 쉽게 해결되진 않나 봐.

윤희 ; 그럼 이제 남은 건, 성균관 유생들의 유소와 권당 뿐입니까?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선준 유생의 무죄를 입증하면 방면, 될 수 있겠죠, 사형?

여림 ; (힘없이) 그것두.. 어려울 지 몰라.  (윤희의 어깨를 잡고) 난 말이다 대물..  내가 말이다.  미안하게 됐다.  유서, 난 못할 지도 몰라.

윤희 ; 사형, 무슨 일입니까?


여림, 안된 표정이다.


40. 명륜당 앞 뜰 (낮)

  

복동 ; (종을 치며) 유시오, 유시!  유시오, 유시.  유시요, 유시!


명륜당으로 가는 유생들.


41. 여림 방 (낮)


재임복을 접다가 생각에 잠기는 여림.


* 몽타주

  - 선준 ; (방에 앉아서) 적어도 이나라 조선에서, 이 정도 원칙이 지켜지길 바라는 건, 제 포기할 수 없는, 믿음입니다.

  - 걸오 ; (뜰에 서서) 돌아올 때까지, 제대로 준비해 놓는 거다.


생각하다가 일어서서 방문 열고 나가는 여림.


42. 명륜당 (낮)


유생들 뺑 둘러 책상 앞에 앉았고,

여림과 장의 맨 앞에 마주 섰다.


장의 ; (여림 보며) 난, 사과 같은 건 하지 않을 생각이다.  성균관의 장의로서 직권에 맞게 홍벽서를 끌어냈고, 홍벽서는 국법에 의해 처벌했을 뿐이다.  해서 난, 유소나 권당 따위는, 열지 않을 생각이다.

여림 ; 허면 하는 수 없지.  말한 대로, 장의직에서 물러나줘야 겠다.  우린, 성균관의 긍지를 저버린 자넬, 인정할 수 없으니까.   

장의 ; 흐흠.  자넨 그럴 자격이 없을 텐데...  중인으로 성균관에 들어올 순 있어도, 이렇게 양반들과 한 교실에서, 그것도 재임씩이나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놀라는 윤희의 표정.


유생들 ; (웅성웅성) 무슨 소리야, 이게?

병춘 ; (앉아서 종이를 유생들에게 주며) 자아, 다들 하나씩 펴 보라고.

유생 ; 받아, 하나씩 가지라고.


종이를 옆으로 돌리는 유생들.

종이를 펴 보는 윤희.

종이를 펴 보는 유생들.


명식 ; (종이를 펼쳐 든 채 여림을 올려다 보며) 양반이 아니었어?

여림 ; (앞으로 나서며) 난.. 양반이 아니다. 


고개 숙이며, 실망하여 “하이씨” 하는 유생들.


여림 ; 우리 집안은, 대대로 시전상인을 지내 온, 중인 집안이고, 형조 참의를 지낸 조부 같은 건, 난 가져본 일도 없다.  내 아버진, 아들 자식에겐, 번듯한 집안을 물려주겠다고, 족보를 사 들였고, 아니 정확히 양반의 허세를 사 들였고, 그게 바로 지금 눈 앞의, 나다.

유생들 ; (수군수군) 양반도 아닌 자식이..

여림 ; 오늘 이 자린, 무례한 병조와 이선준의 무죄를 알리기 위한, 권당을 결정짓는 자리였다.  난 오늘 내가 하려 했던 모든 소임을, 여기, 김윤식에게 맡길 생각이다.

윤희 ; 사..사형?

명식 ; 지금 책임 회피하는 거야?

여림 ; 내가 자격이 없는 건, 중인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눈물 글썽이며) 그래서 앞으론, 그렇게 안 살려고.

유생들 ; 뭐라는 거냐, 쟤?  양반도 아닌 주제에, 뭔 말이 그렇게 많언?


눈물 글썽하여 보는 윤희.


여림 ; (장의에게 다가가 단호한 표정으로 보며) 이제 나한테, 니 협박 따윈 안 통한다는 걸, 말하고 있는 거다, 하인수.  여긴, 성균관이고, 난 구용하니까.


43. 여림 방 앞 마당 (낮)


마당에 버려진 옷가지 들과 도자기 등.


여림 ; (마당에 와 섰다가 쪼그리고 앉아 옷 하나 들고) 이런 귀신들.. 천국에서 건너온 물건들은 어찌 이리 잘 아는 지.. 하하.


44. 여림 방 (낮)


옷을 접는 여림 옆에 앉은 윤희.


윤희 ; (옷 접어 주다가 멈춰서) 마음 한 켠이, 내내.. 불편.. 하셨겠습니다..

여림 ; 그럼 세상 속이고 사는 놈이, 그 정도 벌도 안 치루고 살면 돼?  (손 박수치듯 털며) 뭐어 그래서 더 찾고 싶긴 했다.  금등지사.  정말 신분 같은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오는 지, 나도 정말 구경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너한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웠다, 대물.  (윤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유소를 올리고, 권당을 이끌어내는 일, 이젠 니 몫이다.  권당.. 지금으로선 이선준을 구명할, 유일한 일인 거 알지?  해내는 거다, 대물?

윤희 ; (시선 내리고) 제게.. 그럴 자격이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전, 경험도 없고, 능력도.. (여림 보는)

여림 ; 대신 간절하잖아.  이선준을 구하고 싶은 마음, 지금 유생 중에서 너만큼 간절한 사람은 없어.  그게, 그게 자격이다.  (고게 끄덕인다)


뭔가 결심한 듯 여림 보는 윤희. 


45. 뜰 (낮)


짚으로 만든 공을 차고 있는 유생들.


유생들 ; 어 차.  명식, 명식. 최고야.  어 차.


나무 쟁반에 종이와 붓을 들고 유생들 보고 섰는 윤희.

저쪽에서 서서 윤희 보고 고개 끄덕이는 여림.

결심한 듯 고개 끄덕이고, 유생들이 차던 공을 주워 유생들에게 다가가는 윤희.


명식 ; 뭐냐?

윤희 ; 이선준 유생의 무죄방면을 위한 권당, 동참해 주십시오.

명식 ; (헛웃음) 허어.

윤희 ; 이선준은 홍벽서가 아닙니다.  그날 밤, 병조의 관군들이 압송해 간 건..

명식 ; 용하, 그 친구가 시키데?  그렇게 하라고?  그렇게 거짓말이나 치는 자식을, 누가 믿어준데..  니들 다 똑같은 놈들 아냐?  이선준이 홍벽서가 아니라는 것도, 난 이제 못 믿겠다.


보다가 실망하여 가는 여림.


유생 ; 누가 믿냐, 그런 걸?

명식 ; 얘들아 가자. (가 버린다)

유생 ; 그래. (간다)


실망한 표정으로 선 윤희.

상소문이라 적힌 종이가 보인다.


46. 뜰 일각 (낮)


앉아서 책 읽는 유생에게 나무 판자 들고 다가가는 윤희.


윤희 ; (나무 판자 내밀며) 이선준 유생의 무죄 방면과..

유생들 ; (일어서서 손 젓고 가며) 아, 됐어, 됐어.

윤희 ; (다시 달려가 다른 유생에게) 이선준 유생의 무죄 방면을 위한 권당입니다.


가버리는 유생들.


윤희 ; (실망하여) 하후.

다시 걸어가는 윤희에게 다가온 도현, 우탁, 해원.

윤희, 고마워서 웃음 짓는다.

우탁 손짓하고, 해원 가려한다.

난감한 표정으로 잡는 윤희.


47. 뜰 (낮)

   

정자에 앉아서 붓으로 서명을 하는 해원.


해원 ; (얼굴 찡그린 채 붓 놓으며) 아, 진짜 이선준이 홍벽서가 아니란 거 확실해에?  이런 거 임금께 가는 거라는데..  잘못 썼다가 패가망신 하는 거 아냐?

우탁 ; (옆에 앉아 검지 올린 채) 출길이라도 막히면, 낭패라고. (해원의 볼을 검지로 누르며)


다시 종이를 가져 가려는 해원을 막는 윤희.


윤희 ; 이선준 유생은, 확실히 홍벽서가 아니요.  난.. 진실은 언젠가 꼭 밝혀질 거라고 믿소.  그러니.. 도와주쇼, 음?


종이를 윤희에게서 뺏어가는 손.

서서 보는 윤희.

뺏은 종이를 잡은 손을 뒤로 가져가는 병춘.

서는 해원과 우탁


장의 ; (뒷짐 지고 서서) 고작 진실을 구걸이나 할 거면서, 나와 맞서 권당을 하겠다?  될 성 싶으냐?

윤희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지 않겠습니까?

장의 ; 유소와 권당에 참여한다는 것은, 나 장의 하인수에게 맞서겠다는 것이다.  (주위에 모여든 유생들 보며) 누구든지 구용하 꼴이 나고 싶다면, 나에게 맞서도 좋다.


가는 유생들.

보는 윤희.


우탁 ; (해원의 어깨를 잡고 해원에게 속삭이듯) 공자님도 이럴 땐, 빠졌을 걸세.  (가는 해원과 우탁)

장의 ; 잘 들어라, 김윤식.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게 아니라, 힘이 있는 자가, 길을 내는 거다.

윤희 ; (단호한 표정으로) 허면 그 힘, 제가 가져야겠습니다.  내일 아침 권당에 나서기 전, 이 성균관을 함부로 관군에 내 준, 장의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습니다.

 

48. 금상 집무실 (낮)

 

금상 ; (앉아서) 참.. 골치 아픈 녀석들이다.  한 녀석은 어명을 어기고 홍벽서로 나서고, 또 한 녀석은, 그 대신 잡혀 와, 과인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어.  이제.. 홍벽서의 진범이 잡히지 않는 한, 그대는 꼼짝없이.. 홍벽서가 될 수도 있고, 그 죄과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겠나?


확연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선준.


금상 ; (선준 보더니) 대단한.. 우정이다.

선준 ; 처음부터, 모든 걸 각오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면, 어려운 쪽을 택해라.  허면, 늘 성공할 수는 없다 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부친의 가르침이셨습니다.

금상 ; 과인을.. 원망했나?  그토록 남다른, 아비와 아들에게, 몹쓸 짓을 했으니..

선준 ; 원망한 적은 있었으나.. 가슴으로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핏줄을 물려주신 아비도, 뜻을 물려주신 아비도,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보는 금상과 선준.


49. 존경각 (낮)


여림과 마주 선 윤희.


윤희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사형?  어떻게, 이선준 유생이 홍벽서라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이선준 유생이랑 함께 보내놓고두..

여림 ;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고..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다 이해하나?  정말 그렇게 생각해?  함께 생활하는 동방생 마음도 모르고 사는 게, 그게 인간이라고.


E (대사성) ; 그래서 필요한 게..


대사성 ; (뒷짐 지고 앞에 와 서서) 명분과 증거 아닌가?


고개 숙여 인사하는 여림과 윤희.


대사성 ; 이선준 유생이, 홍벽서가 아니라는 증거.  전하께서 이선준을 방면할 수 밖에 없는, 명분.


윤희를 보는 여림.

보는 윤희.


50. 새책방 지하실 (밤)


여림 ; (검은 복장을 하고, 투정 부리듯) 아후 나 진짜 이건 못 참겠다구우..  이보게 대물, 내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어?  아유 난 피부가 하얘서어.. 이런 검정색은 진짜 안 받는다구우..  (갓을 쓰고) 봐 봐, (양손을 들어 손톱을 세워 보이며) 어어 어어..  저승사자 같잖아, 안 그래? 

윤희 ; (웃으며) 와아, 사형, 잘 어울리십니다아..  오늘, (검지 들어 여림의 머리에서 몸을 가리키며) 머리카락이랑 깔맞춤이시네요, 하하 하하.

여림 ; (웃고) 아이 내가 또 뭐, 도성 최고의 옷발이긴 하니까. (뺑 돈다)

순돌 ; (허리에 손 올리고) 순돌이는 맘에 들어라, 하.  (옷을 만지며) 훨씬, 이 훨씬, 날렵해 보이지라아, 이.  히히히.  되련님을 열 번도 더 구할 수 있겄소, 하.

윤희 ; (박수 치며) 자자.  그럼, 오늘.. 계획 중에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걸오 사형 사접니까? 


51. 고방 안 (밤)


갇혀서 창고의 물건들을 내팽개치고 신음하는 걸오.


걸오 ; 야아, 야아!  허이, 허이.  (힘들어 옆의 물건 잡고 울며 신음)

대사헌 ; (문을 열고 들어와) 이제 그만 포기해라.  이 몸으로, 한뎃잠을 재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걸오 ; (눈물 머금고) 이선준 무죕니다.  풀어 주세요.  이렇게 좌상 대감에게 복수한다고 해서, 죽은 형이 살아 돌아온답니까?  형을 생각했다면, 그때, 그때 그렇게 침묵하지 말았어야죠.  (이 악물고 힘주어) 아버진 끝까지 비겁한 방법을 택하고 계신 겁니다.

대사헌 ; 널 지킨 게다.  그때 침묵한 댓가로, 널 지키고 힘을 지켰다.  이제 그 힘을 쓸 차례가 된 것 뿐이다.  (돌아서 나가려 한다)

걸오 ; (울며) 잘못.. 잘못 했습니다. 


멈춰 선 대사헌.


걸오 ; 아버지보다.. 제가 더 아프다고 까불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울며) 더 형을 사랑한다 자신했습니다.  그것도,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버지!  그러니.. 이선준 풀어주세요.  그자식하고 나, (울먹이며) 우린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했단 말입니다.  (가려는 대사헌에게) 제발, 제가 다시는 아버질 증오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아아, 다시는, 다시는 그런 지옥 속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멈춰 섰다가 나가는 대사헌.         

  

걸오 ; (힘들어 주저 앉으며) 하아, 하아.


52. 대사헌 방 (밤)


혼자 술 마시며 생각하는 대사헌.


53. 고방 앞 (밤)


기둥에 숨어 보는 여림과 순돌.

고방 양 옆에 횃불 켜져 있고, 두 사람이 몽둥이 들고 서 있다.


여림 ; (두 사람 보며) 저 자들을 치워야, 고방 문을 열텐데..

순돌 ; (속삭이듯) 뭣 허시오?  머리 좀 자그작 자그작, 굴려 보시오.


여림, 순돌의 엉덩이를 발로 차서 밖으로 나가게 한다.


지키는 사람 ; 도둑이야!


순돌, 도망가고 망 보던 두 사람, 순돌을 잡으러 쫓아간다.


여림 ; (나와서 보며) 머리 쓴 건데..  자그락, 자그락.


기둥 뒤에서 나오는 윤희.


54. 고방 안 (밤)


고방 문 열리고, 들어오는 윤희와 여림.


윤희 ; (환한 표정으로) 홍벽서 잡으러 왔습니다, 사형.

여림 ; (급히 다가가 걸오의 뺨을 만지며, 감격하여 눈물 글썽하여) 걸오!

걸오 ; (싫지 않은 표정으로) 또 시작이냐?

여림 ; (걸오를 안고 눈물 글썽하여 진지하게) 자네 모를 걸세.  나한테 오늘 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

걸오 ; (윤희에게) 이자식, 왜 이러는 거냐?

윤희 ; (웃으며) 제가 아는 여림 사형이라고 하기엔, 오늘은 좀.. 지나치게 멋있었습니다. 


몸을 빼려는 걸오를 더 세게 안으며 웃는 여림.

그냥 웃는 걸오.


55. 대사헌 방 (밤)


하인 ; (방문으로 급히 들어와 엎드리고) 영감, 도련님을 데리러 온 자들이 지금..

대사헌 ; (술잔을 멈췄다 다시 술을 마시고) 놔 두게.


56. 새책방 지하실 (밤)


걸오 의자에 앉아, 붉은 종이에 뭔가를 쓰고 있다.

그 옆에 선 윤희와 여림.


E (대사성) ; 이선준은 홍벽서가 아닐세.  그건 나도 알고 전하께서도 아시는 일.  허나, 물증과 명분이 없지.  홍벽서가 감옥 안에 갇혀 있어도, 세상에는 여전히 홍벽서가 존재한다.  고로, 이선준은 홍벽서가 아니다.  이보다 명확한 명분과 증거가 또 있겠나?


* 몽타주

  - 마을의 공중에서 날리며 뿌려지는 붉은 종이들.

    그걸 줍는 마을 사람들.

    뿌려지는 벽서를 보는 관군들.

  - 숨었다가 관군가 가자 마을길에 나와 웃으며 하이파이브하고 섰는 여림과 걸오, 윤희.


57. 마을길 (밤)


걸어오는 세 명.


여림 ; 이제 남은 건, 내일 권당인가?

윤희 ; 유생들이.. 나와 줄까요?

여림 ; 그래야지이...  그럴려고.. 내가 이 어울리지도 않는 옷 입고, 낯부끄럽게 도성 바닥을 헤맸는데..  (너무 싫다는 듯 몸을 떨며) 어우우...  홍벽서가 따로 있다는 건, 증명했으니까, 하인수 때문이 아니라면, 나오겠지.

걸오 ; 이선준, 알아야 하지 않나?  여기 돌아가는 상황.

여림 ; (걸오의 어깨에 손 올리며) 안 그래도 지금 가는 길이다.  그녀석한테 보고하러.

윤희 ; 저.. 정말이십니까, 사형? (여림 보는)

여림 ; (윤희에게 고개 끄덕여준다) 단, 난 더는 이런 복색으로 못 다니겠으니깐.. 둘이 먼저 가 있으라고, 음.  (돌아서 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절대 먼저 들어가면 안돼?  난 그런 덴 처음이라.. 좀 무서우니까.  (간다)


걸오, 윤희를 본다.

윤희, 그걸 무서워하다니.. 하는 표정으로 웃는다.


58. 의금부 앞 (밤)


걸어가는 걸오와 윤희.


윤희 ; 설마, 너무 늦어서 못 보고 나오는 건, 그런 건 아니겠죠?  우리가 가는 걸 모를텐데.. 보면 깜짝 놀라겠죠?  (걸음이 빨라져 걸오의 앞서 걷게 된다) 너무 늦게 왔다고, 서운해 하거나 하진 않을까요?  네 사형?  (돌아본다)

걸오 ; (서서) 안되겠다.  아무래도 너, 혼자.. 보고 와야겠다.

윤희 ; 사형, 왜요, 갑자기?

걸오 ; 뭐 반가운 얼굴이라고.  내가, 그자식한테 좀.. 염치가 없어나서 말이지.  그러니까, 다녀 와. 


고개 끄덕여 인사하고 돌아서 가는 윤희.


걸오 ; 김윤식!  (환하게 웃으며 돌아보는 윤희에게) 내가.. 이 말 한 적 있던가?  고맙다. 

윤희 ; 뭘 말입니까, 사형?

걸오 ; 니가.. 고맙다고.

윤희 ; 사형도 참.. (웃고 인사하고 간다)


윤희 보며, 씁쓸한 웃음 짓고, 다시 의금부로 들어가는 윤희의 뒷모습, 그리운 눈빛으로 보는 걸오.


59. 마을길 (밤)


쓰개치마를 든 버들과 효은, 나란히 걸어온다.


버들 ; 애기씨 병날까봐 따라나서긴 했지만.. 큰도련님이나 대감마님 아시면, 혼나는 거 아닌 지 모르겠어요오..  깨진 접수를 붙인다고, 그게 붙나아..?

효은 ; (멈춰서서 눈물 글썽하여) 나아.. 뭘 바라고 가는 게 아냐아.  도련님 저렇게 되신 거.. 따지고 보면 다 나 때문인데.. 가만히 앉아만 있는 다는 게, 너무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서 가는 거야아.


걸어가는 두 사람.


60. 감옥 (밤)


들어서는 윤희.

감옥 안에 기대 앉아 잠든 선준.

감옥 밖에서 앉아 보는 윤희, 보다가 일어나 가려 한다.


선준 ; (눈 뜨고 보다가) 김윤식?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와 윤희 뚫어져라 보다가 웃는다)

윤희 ; (눈물 글썽하여 반지 낀 손을 감옥 안에 넣어 선준의 얼굴 만지며) 얼굴이.. 많이 상했소.


선준, 반지 낀 윤희의 손을 잡고 보다가 윤희 본다.


윤희 ; 얘기 들었소.  어리석게도.. 난, 다행이라.. 생각했소.

선준 ; 내 아버지를, 모두 용서해 줄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않소.  할 수 있다면, 나라도 대신, 용서를 구하고 싶소.

윤희 ; 그런 건 할 수 없소.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라, 내게 말했잖소.  내가 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정인.. 여인의 마음 뿐이오.  그러니 내게도, 죄인의 마음이 아닌, 정인의 마음만.. 주면 좋겠소.


사랑을 담은 눈빛으로 윤희 보는 선준.

조금 떨어져서 둘을 보고 놀라서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는 효은과 버들.

   

61. 의금부 밖 (밤)


서서 마을을 돌아 걸어가는 걸오.

그 앞에 나타나는 여림.


여림 ; 기어이 혼자 보냈냐?  잊어 버려라.  자꾸하면 습관.. 될거다. 


걸어서 가는 걸오.


여림 ; (그 옆에 걸어가며) 바라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인 걸로 해라.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


62. 명륜당 앞 뜰 (아침)


뜰의 큰 나무 옆에 탁자 두고 그 위에 종이 두고 둘둘 만 종이를 탁탁 치는 윤희.


여림 ; (윤희 뒤에 서서) 권당은, 아침 단식부터 시작된다 대물. 


돌아보는 윤희.


여림 ; 이제 곧, 유생들이 나올 거다.  믿어 보자구.

 

환하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윤희.


E (해원, 우탁) ;  김윤식이!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보는 윤희.


해원 ; (우탁과 나란히 걸어오며) 아, 홍벽서가 도성에 또 나타났다며?

우탁 ; (윤희 앞에 서서) 거 봐라, 내 뭐랬냐?  엉아의 선견지명.  난, 어제부터 이선준 믿었다, 음.

윤희 ; 고맙소.

해원 ; 아유 난 뭐 이선준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 아침 식단이 맘에 안 들어서 원.  아 같이 하지 뭐.

우탁 ; (검지 들고) 이런 말이 있어.  해라, 후회할 것이요.  하지 마라, 후회할 것이다.  이왕이면, 하고 후회하는 편이 낫질 않겠나?
윤희 ; (미소 띠고) 그것도, 공자 선생님 말씀인가?

우탁 ; (색안경 벗어 들고) 아니, 자체발광, 김우탁 선생의 말씀이네.

유생들 ; (뒤에 모여서서) 하하하하.

윤희 ; (걸어오는 명식과 두 명의 유생들) 사형께서도 와 주셨군요.

명식 ; (뒷짐지고 와서 서서) 나.. 안다.  난 때때로 비겁하고, 겁도 많아.  그래서 난 이 성균관이, 다른 어디보다 더 굳건하게 지켜지길 바란다.  성균관에 관군들이 함부로 들어온 것도, 이선준을 강제로 압송한 것도, 잘못이다.

윤희 ; 사형..

명식 ; 미안하다아..  어제는 내가, 내 의심이 좀 많아서.

유생 ; 우리 소론 삼인방도, 함께 가세! (옆의 유생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유생들 ; 가자고, 가자고.

유생들 ; 형님.

유생들 ; 구용하.

여림 ; (웃으며 다가와) 다들 모인건가?  니들 보니 알겠다.  역시 아직은, 성균관이 제일 재밌는 곳이긴 해.  그래서 난 말이다아..  앞으로, 양반 노릇, 사대부 노릇 좀 제대로 해볼까 생각중이거든.  그러니, 너무 고깝게 보지들 말라구우.. 어?

유생들 ; 하하하하하.

여림 ; 아니 근데, 이녀석은 왜 안보여?  (윤희 보며) 걸오 안 나왔어?

명식 ; 이선준을 구명하는 일인데.. 걸오가 안 나오면 돼?

여림 ; (멀리 보고 웃음 지으며) 양반은 못되는구마안..

유생들 ; 어어, 걸오, 야아.. (감탄)


걸오, 복장 정제하고 갓 쓰고 걸어와 선다.


윤희 ; 사형, 이런 모습은, 처음이십니다.

 

걸오, 윤희의 감탄이 좋으면서도 쑥스러운 표정이다.


여림 ; 궁궐 앞 임금께 가는 길이니, 반궁의 미친 말도, 말끔한 준마로 나타날 밖에.

걸오 ; (윤희에게) 뭐해?  다 왔으면, 출발해야지.

유생들 ; 가세!  우리가 간다!


종이를 챙겨 가는 윤희와 걸오, 여림.


63. 대성전 앞 뜰 (아침)

 

마주 걸어가는 윤희네와 장의 일행.


장의 ; (서서 윤희 노려보며) 경고 했을 텐데.  권당을 한다는 건, 나 하인수에게 맞서는 일이라고.

윤희 ; 말씀드렸을 텐데요.  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저흰 지금, 이선준 상유의 무죄방면과, 성균관에 난입했던 병조 관군들의 사죄를 요구하러, 금상께 가는 길입니다.  성균관의 장의로서, 앞장 서 주시겠습니까?

장의 ; (화나서) 당치 않아.

윤희 ; 하는 수 없죠.  허면, 우린.. 장의 당신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권당은, 제가 이끌겠습니다.  그럼..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간다)

장의 ; 가지 마라.  한 놈도 가지 마!  (멈춰 선 윤희 보며) 나를 모욕하고도.. 무사할 거라, 보나?     


가는 윤희.

뒤따르는 유생들.


여림 ; (장의 보며) 경고했었지.  유생들이 모두 다 지켜보고 있다구.  우리가 널 먼저 버린 게 아니다아..  자네가 이 성균관을 버린 게, 먼저였다.  잊지 마라아..  (장의 어깨 두드리고 간다)

고봉 ; (앞에 나서며) 잠깐 장의.  저도 따라 갈랍니다.

병춘 ; (고봉의 입을 막으며) 고봉이 너, 미쳤어?

고봉 ; (손을 치우며) 나도 말 좀 하자.  장의, 정말 모르겠어?  나 같은 멍청한 놈도, 지금 장의가 잘못한 걸 알고 있는데.. 정말 모르는 거야?   니 옆에 있다간, 더 멍청해 질 거 같애.  나도 내 의견 좀 내고 살자.


장의, 주먹 들어 고봉을 치려 한다.


강무 ; (장의의 손을 잡고) 더 망가지는 꼴, 못 보겠습니다. (가버린다)

  

슬픈 표정의 강무.


64. 궁궐 앞 (아침)


궁궐 관군 ; 성균관 유생들의 유소 행렬이요.  성균관 유생들의 유소 행렬이요.  성균관 유소 행렬이요.  성균관 유생의 유소 행렬이요.  성균관 유생의 유소 행렬이요.


궁궐 앞 넓은 터에 들어오는 유생들.

유생들 정렬하여 무릎 꿇고 앉아 절한다.


윤희 ; 이선준 유생을, 방면하여 주시옵소서. (고개 숙인다)

유생들 ; (고개 숙이며) 방면하여 주시옵소서.

윤희 ; 관군의 사죄를, 명하여 주시옵소서. (고개 숙인다)

유생들 ; (고개 숙이며) 명하여 주시옵소서.

윤희 ; (궁궐에서 걸어 내려오는 대신에게, 일어서 다가가 상소문을 건네며) 우리 성균관 유생들은, 옥에 갇힌 이선준 유생의 무죄 방면과, 성균관에 난입했던, 병조관군들의 사죄를 요구합니다.  금상께 올려 주시겠습니까?


상소문을 가지고 들어가는 대신.


여림 ; (앉아서 옆에 앉은 걸오에게) 대물 녀석, 제법이지 않냐?

걸오 ; (웃으며) 성균관 유생이잖아.

명식 ; 상유 유선준을 방면하여 주시옵소서.

유생들 ; (고개 숙이며) 방면하여 주시옵소서.


걸어 들어가는 윤희.

윤희에게 윙크하는 여림.

웃는 윤희.


E (윤희) ; 참.. 좋은 것이더군요, 아버지.  좋은 벗들을 만나, 함께 마음을 나누고, 뜻을 이뤄가는 일은, 책에선 만나지 못한, 희망의 얼굴에, 저는 보았습니다.


걸어가는 윤희.


65. 명륜당 (낮)


책상 앞에 앉아서 나무퍼즐 상자를 열어 만져보며 생각하는 윤희.


E (윤희) ; 세상에 뜻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할, 딸자식에게, 열망을 심어주는 일이, 옳은 일이냐? 물으셨습니까?  저 또한 여쭙고 싶습니다.  오늘 여기, 계집인 제가 품고 있는 열망은, 옳은 일이겠습니까?


나무 퍼즐 글자를 만지다가 펼쳐 놓는 윤희.


E (윤희) ; 아버지께서 꿈꾸신 새로운 조선은, 어떤 세상입니까?  그곳에서라면, 제가 가진 이 열망도, 죄가 되지 않는 것입니까?


나무퍼즐로 門 글자를 맞추는 윤희.


66. 어린 윤희 집 대청 마루 (낮, 회상)

책상을 가운데 하고 마주 앉은 어린 윤희와 윤희 부.

책상에 나무퍼즐로 글자를 만들어 놓고, 어린 윤희를 보는 윤희 부.


어린 윤희 ; (퍼즐 글자를 본 후 윤희 부를 보며) 저.. 입니까?

윤희 부 ; 또한.. 희망이다.


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부를 보는 윤희.

윤희, 퍼즐 글자를 만진다.


67. 명륜당 (낮)


門 이란 글자를 만든 퍼즐을 만지는 윤희의 손.

맞춰 보다가 눈물 글썽해지는 윤희.


68. 어린 윤희의 집 (낮, 회상)


마주 앉은 어린 윤희와 윤희 부.


69.명륜당 (낮)


눈물 글썽하여 퍼즐을 만지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달려 나가는 윤희.


70. 성균관 뜰 (낮)


넓은 뜰을 전력질주하는 윤희.


E (윤희) ;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E (걸오) ; 성균관의 문, 가장 천하다는 반촌으로 나 있다.  우리 형이 말해줬어.


71. 성균관의 후문 (낮)


작은 문 앞에 달려와서 쪼그려 앉고 문 밑 흙을 만지는 윤희.


72. 장의 집 (낮)


마루에 앉아 손으로 이마를 짚고 깊은 상념에 잠긴 장의.

문으로 나란히 얘기하며 들어오는 버들과 효은.


버들 ; 말도 안돼!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말세야, 말세.  (멈춰 서서) 아니, 성균관에 어떻게 계집이 들어올 생각을 해에?

효은 ; (멈춰서 생각에 잠겨) 김윤식 유생.. 처음부터 뭔가 남다르다고 생각했어..  

장의 ; (효은 쪽을 보며) 그게 무슨 소리냐?


장의 쪽을 보고 놀라는 효은과 버들.


73. 성균관 후문 (낮)

곡괭이로 문 밑의 바닥을 파는 윤희.

판 곳에서 나무판자가 보인다.

위에 덮인 나무판자를 떼서 옆으로 치우는 윤희.

그 밑에 직경 50센치 넓이 30센치 정도의 둥근 나무 상자가 보인다.

상자를 꺼내는 윤희.


74. 장의 집 (낮)


장의 ; (마루를 탁 치고 일어나서) 김윤식, 계집이란 말이냐?


75. 성균관 후문 (낮)


열쇠를 열고 상자 안을 보면, 여러장의 종이가 나온다.

펼쳐서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어 보는 윤희.

환한 표정의 윤희.


E (윤희) ; 금등지사.  찾았습니다, 아버지.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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