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 제17강 대본 (필사)
1. 지하실 (밤)
검은 복장의 사람들, 여림과 걸오의 눈가리개를 풀어준다. 맞은편에 앉은 윤희와 선준의 눈가리개도 풀어주고 나간다.
탁자에 둘러앉은 네 명,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네 명.
나무계단을 내려와 서는 금상이다.
네 명, 일어나 다소곳이 고개 숙인다.
제17강, 자막 뜬다.
금상 ; 귀한 벗들을 거칠게 다뤘군. 과인의 무례를 용서해주겠나? 이런,,. 정박사, 자네 제자들은, 군왕의 사과도 받아주지 않을 생각인가 보군.
나와서 금상 옆에 서는 정박사.
네 명 ; (낮게) 스.. 스승님!
금상 ; 과인은 그대들에게, 밀명을 내리고자 한다.
정박사, 걸어가서 커튼을 당겨 올린다.
천막이 올라가자 벽에 걸린 큰 화성전도가 보인다.
금상 ; (지도 옆에 가서 손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과인은 이곳 화성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것이다. 장사를 하기 원하는 이에게는 상업을, 밭을 갈기를 원하는 이에게는 쟁기를, 쥐어줄 것이다. 노비도 없고 양반도 없는, 빈부는 나누고 귀천이 따로 없는, 탕평을 넘어선,, 대동세상. 하여 과인은, 화성으로, 새로이 도업을 옮기고, 새로운 조선을 열고자 한다.
긴장한 선준과 윤희의 모습.
금상 ; (탁자 위에 편지를 놓으며) 여기, 화성천도로 가는 열쇠가 있다. 선대왕 마마께서 돌아가신 뒤, 과인에게, 큰 뜻을 펼치고자 할 때, 세상에 공개하라 하신, 유훈이 있었지.
긴장한 여림과 걸오, 선준과 윤희.
정박사 ; 10년 전 오늘밤, 성균관 박사 김승헌과, 그당시 장의 문영신에게, 그 유훈이 든 상자를, 궁으로 후송하라는 어명을 내리셨다.
놀라는 윤희의 얼굴. 참담한 걸오의 표정.
정박사 ; 허나 그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유훈이 담긴 궤도, 사라지고 말았다.
놀라는 윤희의 얼굴. 생각하는 선준의 얼굴. 걸오를 보는 여림의 얼굴.
참담한 표정의 걸오 얼굴.
금상 ; 이는 김승헌이 남긴, 사직상소이자, 유서다. 이를 단서로, 그대들이 과인에게, 선대왕 마마의 사라진 유훈을.. 찾아다 주겠나? 과인의 꿈을, 과인의 열망을.. 그대들도 함께.. 품어 주겠나?
차례로 보이는 긴장한 여림, 걸오, 슬픈 윤희의 얼굴.
2. 지하실 밖 (밤)
궁궐의 지붕들 보인다.
3. 지하실 (밤)
탁자를 가운데 두고 둘러 선 네 명.
탁자 위에 놓인 편지봉투와 촛불.
윤희 ; 저.. 찾고 싶습니다. 아니, 꼭 찾아야겠습니다.
맞은 편에서 고개 약간 숙이고 있는 걸오와 윤희 보는 여림.
윤희를 보는 옆의 선준.
윤희 ;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알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유훈을 찾다보면, 그분의 마지막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지 않을까? 도와주십시오, 사형들.
여림 ; (부채 들고 있다가 양손으로 탁자를 짚으며) 하아, 걸오 자넨?
걸오 ; (탁자에 걸터앉아) 문영신, 그 한심한 인간이 그렇게도 원하던 세상이, 정말로 오는지.. 나도 그 유훈, 찾아야겠다.
윤희 ; 사형?
걸오 ; 내 형이다. 그 한심한 인간.
걸오의 어깨를 두드리는 여림.
기쁘고 놀란 표정의 윤희.
4. 금상 집무실 (밤)
서서 술을 따르고 술잔 들어 마시는 금상.
맞은편에 서 있는 영상과 정박사.
영상 ; 문재신과 김윤식은, 누구보다 이 밀명을 수행하는데.. 적합한 이들이겠지요. 하오나 전하,, 미욱한 소신은, 노론의 아들 이선준으로도 모자라, 남인도 소론도 아닌..
금상 ; 구용하.. 그 재밌는 녀석 역시, 과인이 다시 세우고 싶은, 조선의 미랩니다.
정박사 ; 아이들이, 밀지의 암호문을 쉬이 풀어 낼 것이라, 보십니까?
금상 ; 믿어보는 수 밖에.
5. 지하실 (밤)
한자가 적힌 상소문을 펼쳐 보는 윤희.
여림 ; (부채 들고 움직여, 윤희의 옆에 와서 윤희 어깨를 잡고) 그러니까.. 결국은 유서가 된 사직상소되, 우리의 밀명을 풀어줄 단서가 될, 암호문이란 말이지. (종이를 본다)
윤희 ; (상소문을 들고 보며 읽는다) 구단과 나 두사람이, 달빛 아래 실로 묶인 듯, 마음을 나누네. 책과 경전이 있어, 인재를 얻으려구, 풍속을 교화하였네. 배움이 향하는 곳, 한청헌, 나라의 시작인 이곳에, 잃어버린 마음을 둡니다.
종이에 쓰여진 한자가 쭉 보인다.
여림 ; (접은 부채로 턱을 고이다가 얼굴 돌리며) 가만 가만 가만... 하, 역시 최고야아, 어?
윤희 ; (궁금한 표정으로) 알아내셨습니까, 사형?
여림 ; 아니, 도통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이쯤되면, 최고의 암호문이라 할 만하지 않나?
윤희 ; (이런 심각한 일로 장난하시다니요? 하는 표정으로) 사형..
여림 ; 허허. 십년전 그날밤..
* 몽타주 ; - 김승헌의 손을 잡는 금상.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마주 보는 김승헌과 금상.
E (여림) ; 금상께선, 선대왕의 유훈을 가져와달라 명을 내렸고, 성균관 박사 김승헌은, 설령 신이 먼 길을 떠난다 해도, 신의 마음만은 전하 곁에 있겠노라.. 답했다.
여림 ; (상소문을 펼쳐 보며) 그래서 여기, 그 잃어버린 마음을 둔다.. 이건?
윤희 ; 아마도, 선대왕 마마의 유훈을, 이세상에 어딘가에 남겨두셨다는 뜻 같습니다.
선준 ; 허면.. 선대왕 마마의 유훈이란.. 마찬가지로.. (종이의 글자 보며) 이 첫문장, 이 첫문장에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소문의 한자, 보인다.
걸오 모습 보인다.
선준 ; 실로 묶인 마음.. (윤희와 동시에) 파자.
윤희 ; (선준과 동시에) 파자!
자막 - 파자 破字 한자의 자획을 풀어나눔
윤희 ; 아버지께서,, 파자를 이용해, 수수께끼를 내는 걸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림 ; 파자? 파자라면, 황감제에서 파자문제로 장원이 된, 우리 이선준 상유가 있질 않나?
선준 ; 파자로 만들 수 있는 문자는.. (종이의 글자를 검지로 짚으며) 여기, 이 왕 인과 월실사..
종이의 글자 보인다. (상소문 첫문장 王 二 人, 月 ? 絲 글자를 짚는 선준의 검지)
윤희 ; (검지로 화면에 글자를 쓰며) 왕, 이, 인.. 월, 실, 사.
자막 - 윤희와 걸오 얼굴 옆에 윤희의 손가락 따라 한자의 자획이 서서히 쓰여진다.
(王자 밑에 二 쓰고, 그 맨 위에 人이 쓰여져 金자가 완성된다.
月의 오른쪽에 失 그 밑에 佘자 쓰여지고, 縢자가 완성되어 쓰여진다.
6개의 한자가 모여 金縢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완성되어 쓰여진다.)
윤희 ; (손가락으로 화면의 글자 가리키며) 금등?
여림 ; 금등이라면? 쇠줄로 봉한 궤짝이란 뜻인데..
걸오 ; 서경에 나오는 문장이다.
종이 위의 많은 글자 보이고, 그 중 나머지는 희미해지고 위에 적힌 書자와 아래의 經자만 또렷해진다.
걸오 ; 주나라 때 일화. 목숨을 바쳐서라도 주군을 살리겠단, 금.등.지사.
윤희 ; 금등지사? (들떠서) 홍벽서가 늘 말해 온. 혹, 사형께서는.. 이 모든 일을 알고 계셨습니까?
놀란 표정으로 걸오 보는 여림과 선준.
그렇다는 표정으로 숙였던 고개 살짝 드는 걸오.
6. 성균관 앞 마을 넓은 마당 (밤)
횃불 들고 선 사병들과 그 가운데 마주 선 병판과 장의.
병판 ; (뒷짐 지고) 홍벽서가, 대사헌의 아들 문재신이란 말이냐?
장의 ; 홍벽서가 사라진 현장에서 주운, 녀석의 물건입니다. (손바닥에 놓인 걸오 팔찌 보인다)
병판 ; 심증도 있고, 물증도 있으나.. 확증이 없다아..?
장의 ; 내일이라도 성균관에 군사를 풀어, 녀석을 금부로 압송하시면 되질 않겠습니까?
병판 ; 성균관에 군사를 밀어넣는, 극약처방을 하란 말이냐?
장의 ; 안됩니까?
병판 ; 성마르게 굴 것 없다아. 우리 쪽에서 홍벽서를 노리고 있다는 걸 드러내, 금상에게 우리 속내를 보이고, 경계를 높일 이유가 없지. 금상이 더 이상 홍벽서를 비호하지 못하고, 제 입으로 직접 그놈을 죽여도 좋다, 명을 내리게 할 생각이다. (장의 어깨를 치고 미소 띠고 간다)
뒤를 따라가는 포졸들.
장의 ; 노친네.. 나인, 별수 없군요. 가리는게 많아 지셨어요.
포졸 대장 ; 달리, 생각이라도 있는가?
장의 ; (포졸 대장 보며) 관군을 좀 내주시겠습니까? 오늘밤 여기서 길목을 지키고 있다, 성균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놈을 잡을 생각입니다. (팔찌 든 손을 꽉 쥔다)
7. 지하실 (낮)
여림 ; (걸오 보며) 자네 금등지사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접은 부채로 탁자의 종이 위를 가리키며) 이,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이 대체 어디야? 아니 아니지, 정말 금등지사가 있긴, 있는 건가?
걸오 ; 지금부터 찾아볼 생각이다. 니말처럼. 십년전 그날밤, 그분들이 만난 사람, 지나온 길을 되짚다 보면, 사라진 금등지사의 행방도 알 수 있겠지. (탁자를 짚고 선준과 여림을 보다가 탁자의 종이를 탁탁 치며) 그러니까 너흰, 이 밀지의 암호나 제대로 풀어둬라. 난 머리골 아픈건 딱 질색이니까. (서서 나간다)
여림 ; (나가는 걸오의 등을 접은 부채로 짚고) 아이, 그럼 난?
걸오 ; (멈춰 선 채) 몰라서 물어? (여림의 어깨를 잡아 데리고 간다)
여림 ; (웃으며 걸오의 손에 밀려 나가며 고개 뒤로 돌리려 하며) 어, 이거 재밌어, 어. 누가 먼저 단서 찾는지, 수수께끼 같은 건가, 어? 허이, 잘해보라구우.
여림과 걸오, 밀리고 밀치며 나간다.
탁자 위의 종이를 슬픈 표정으로 보는 윤희와 그런 윤희를 보는 선준.
9. 운종가 (낮)
앞 서 걷는 걸오와 거의 옆에서 쫓아 걷는 여림.
여림 ; (따라가며) 무슨 생각 중인지는 좀 알면서나 따라가자.. 어? 금등지사에 대해, 너 정말 아는 게 없는 거야?
걸오 ; (걸으며) 금등지사.. 죽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는 선대왕 마마의, 혜안이 담긴 친서다.
여림 ; (걸오의 어깨 잡아 세우며) 뭐야?
걸오 ; (멈춰서) 금등지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게 끔찍하게도 겁났던 놈들.. 그래서 금등지사를 없애고, 형을 그렇게 만든 놈들.. 그 배후엔, 노론이 있다.
여림 ; 근데 너 아까는 왜 아무 것도 모른다구.. 왜, 왜 그랬지?
장의 ; (일행 뒤에 거느리고 걸어 오며) 여기서 보니, 반갑군.
장의 일행이 걸오와 여림의 앞에 와 서자, 그 뒤에 창든 포졸들이 쭉 와서 걸오와 여림을 에워싸고 창을 들이댄다.
장의 ; (뒷짐 진 채) 간밤 광통교에 말이야아.. 홍벽서가 나타났다지 뭔가?
여림 ; 하, 아이 사람 참, 그런 건 미리미리 연락을 해야지.. 그래야, 나도 구경을 갈 게 아닌가아.. 어?
장의 ; 그럼 지금부터 실컷 해 보시게.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포졸, 다가와서 용모화를 걸오 옆에서 펼쳐 보인다.
장의 ; 자세한 얘기는, 금부에 가서 하는 게 좋겠지?
포졸들, 창을 들고 걸오에게 다가온다.
여림 ; (제지하듯 손을 올리고 포졸들 멈춘다) 이 용모화만으로 홍벽서를 잡는다면.. (용모화를 뺏어 장의 얼굴 옆에 펼쳐 들고) 이녀석이랑 가장 닮은 건, 자네 같은데? (장의의 얼굴과 용모화를 번갈아 보며 감탄) 야아-.
장의 ; (용모화 든 여림의 손을 잡고 내리며) 이걸 보고도 농담이 나올 지 궁금하군. 어젯밤 광통교에 두고 간, 홍벽서의 증거품이다. (옥과 끈으로 이루어진 팔찌를 손에 들고 信이라 글자가 적힌 옥 부분을 손가락으로 들어 보이며) 이 팔찌의 주인이.. 문재신이란 것을 증명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성균관의 그 누구라도 데려다 주지.
보는 걸오.
노려보며 걸오에게 다가와, 걸오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 손목을 보는 장의.
팔찌가 없다.
포졸들, 걸오를 붙잡는다.
안 붙잡히려고 힘을 주는 걸오.
포졸들에 의해 걸오의 다른 손목이 드러나자 팔찌를 끼고 있다.
걸오 ; (장의 보며) 찾는 게, 이거냐?
여림 ; (자신의 팔을 들어 손목에 낀 같은 팔찌를 장의에게 보이며) 뭐.. 이런거? 허허허허. (손을 내린다) 아, 맞다. 우린, 유박사의, 중용강학 시간이 다돼서 말일세. 자네도 좀, 서두르는게 좋겠지, 음? (걸오에게 가자고 손짓하고 가려다 멈춰서) 아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장의의 손가락에 걸린 팔찌를 빼서 가져가며) 이제 이건, 필요없지, 어? (팔찌 보며) 우리 대물녀석이 어찌나 탐을 내던지.. (노려보는 장의 보며) 필요 없는 물건은, 나눠 써 버릇해야, 극락세계에 간다구. 뭐 자네는, 좀 부지런히 노력해야겠지만. (장의의 어깨를 툭툭 치고, 걸어가다가 빙빙돌고 간다.)
걸오, 여림 옆에서 미소 띠고 보고 섰다가 함께 걷는다. 빙 도는 여림의 어깨를 미소띠고 가볍게 민다.
화난 표정의 장의.
10. 운종가 거리 일각 (낮)
신나서 달려오는 여림과 걸오, 걸음 느려지며 하이파이브 한다.
여림 ; (앞서 걸으며) 봤지? 나 구용하다아.. (팔찌를 걸오에게 준다)
걸오 ; (팔찌 받고 멈춰 서서 팔찌 바꿔서 끼며) 찾아낼 생각이다. 사라진 금등지사를 찾다보면, 형을 그렇게 만든 놈들도 만나지겠지. 그래서 그놈들에게, 이젠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게 뭔지, 보여줄 생각이다.
여림 ; (멈춰서 심각한 표정으로)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데?
11. 지하실 (낮)
종이를 접는 윤희, 눈물이 고였다.
윤희 ; (앉아서) 금등지사가 있다는,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곳 말이오. 어딘지 찾아낼 수 있을까, 내가?
서서 돌아보는 선준.
윤희 ; 난.. 이렇게 거창한 일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 정사나 나랏일은 관심도 없구,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닌데다가.. 아버지의 꿈이나 생각 같은 건 도무지 짐작할 수도 없고 또 난,
선준 ; (와서, 의자에 앉은 윤희 앞에서 무릎 하나 꿇고, 다른 무릎 세워 그 위에 팔을 올리고 윤희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내가... 있을 거다. 이 일이, 힘에 벅차고 막막하다고 느껴질 때, 옆엔 내가 있을 거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공연히 시작했다 후회할 때도, 그 옆엔,, 내가 있을 거다. 더는 하고 싶지 않다, 두 손 들고 싶어질 때도, 한없이 부족한 내 능력 밖의 일이란 생각에, 답답해 질 때도, 그리고 또, (시선 내리고) 결국, 우리가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남아 실패한다해도, (윤희의 손을 잡고 응시하며) 김윤희.. 니 옆엔 언제나, 내가 있을 거다. (엷은 미소)
윤희의 뺨으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감동하여 환하게 웃는 윤희.
12. 서책방 (낮)
판자 위에 서서 도르래를 돌리는 선준. 한바퀴 돌던 도르래가 딱 멈추어 돌아가지 않는다. 옆에 서 있는 윤희를 보다가 체면이 말이 아니라 난감한 표정이다가 다시 도르래를 돌리려고 힘쓰는 선준. 도르래를 돌리면 우두둑 소리나다가 멈추는 도드래. 선준, 음, 헛기침하고 윤희의 눈치를 본다.
윤희, 웃으며 보다가 선준 옆으로 가서 도드래를 잡고 돌린다. 잘 돌아가는 도드래.
윤희 ; (도드래 돌리며 장난끼 어린 미소 띠고) 이런건, 늘 순돌이 그사람이 해줘 버릇 해선가? (선준 보다가 도드래 돌리며) 이게 안되나, 이게? (우두둑 소리가 나다가 멈춰 서는 도드래) 앗.
그 바람에 내려가던 판자가 멈추며 덜컹 움직여 윤희의 몸이 선준에게 안기듯 기운다.
안은 포즈로 서로를 보며 긴장하는 두 사람.
E (책방 주인) ; (똑똑똑 노크 하며) 선비님들! 괜찮소?
위를 올려다 보고 얼른 떨어져 서는 두 사람.
책방 주인 ; (위에서 문을 열고 들어와) 아이, 죄송합니다, 선비님. (두레박 기둥을 차며) 아, 이놈의 두레박. 아이, 이래서 천국제는 꼭 그.. 티가 난다니까.. (천장 등 둘러 보며) 아 기계가 고장이라.. 어디서 열이 나나? 안이, 아니 왜 이렇게 후끈해?
손 부채질 하는 윤희.
12. 새책방 밖 운종가 (낮)
손 부채질 하다가 입 가리고 먼저 걸어 나오는 윤희와 뒤따라 오는 선준.
선준 ; (멈추며) 참으로 다행이오.
멈춰서 돌아보는 윤희.
선준 ; 기계가 고장이었다니. 난 또,, 워낙에 힘이 장사인 사람이라, 일부러 두레박을 멈춘건 아닌가 해서..
윤희 ; (의아하여) 무슨.. 뜻이오?
선준 ; 왜 기억 안 나시오? 어제 존경각에서, (눈을 윤희처럼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려 흉내내며)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소? (환하게 웃는 표정)
* 몽타주 - 윤희가 발끝을 세워 선준에게 입맞춤하는 씬.
윤희 ; 기.. 기가 막혀. (역정난 표정으로) 다신 그런 일 없을 테니, 걱정마쇼. (돌아서 간다)
선준 ; (가는 윤희에게) 아니, 내 말은.. (혼잣말로) 선비가 저토록 일희일비해서야 원.
13. 성균관 뜰 (낮)
쪽문으로 들어오는 윤희, 그 뒤를 급히 따라 와 윤희의 어깨를 잡아 세우는 선준.
윤희 ; (돌아서서) 걱정 말라지 않았소? 앞으로 그런 일 절대 없을 테니.
돌담을 돌아 들어오다 윤희와 선준을 보고 멈춰서는 걸오.
선준 ; 내 전부터 꼭 말해주고 싶었소. (지나가는 유생을 곁눈질로 보며 잠시 멈췄다가 지나고 나자) 선비가 그토록 일관성이 없어서야, 어찌 큰 일을 도모하겠소?
윤희 ; 그러니.. 내 앞으론 절대! 안한단 말이오. 못 믿겠소? (주위의 지나는 유생들 보다가) 남아일언중천금이니, (선준의 어깨 밑을 손바닥으로 서너번 치며) 믿어도 좋소. (가버린다)
뒤따라 가는 선준.
씁쓸한 웃음 짓는 걸오.
14. 존경각 (낮)
선반 옆을 걸어오는 윤희.
선반 아래의 모서리에 붙은 서경이란 쪽지를 손으로 만진다.
E (윤희) ; 서경에 나오는 금등편이라.. 했던가?
윤희, 책을 펼쳐 본다. 책에 쪽지가 꽂혀있다. 의아한 표정으로 쪽지를 펼쳐 보는 윤희.
쪽지에 “一笑一小 一怒一老” 라 쓰여 있다.
E (선준) ; 일소일소, 일노일노라. 한번 웃으면, 한 살 어려지고, 한번 화내면, 주름살이 하나 더 는다 했거늘.. 농이오, 농. 그만 화를 푸는 게 어떻소?
쪽지 보고 웃다가 옆 선반에 도드라지게 나와 있는 책을 펼쳐 또 쪽지를 꺼내 보는 윤희.
쪽지에 “子曰 中道而廢 今 女 畫” 라 쓰여 있다.
E (선준) ; 자왈, 중도이폐 금여획 이라.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간만 못하다. 논어의 가르침이오. 일단 시작한 일을, 이제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선비의 도가 아님을, 내 분명히 밝혀 두겠소.
윤희 옆에 와 서서 윤희를 보다가 책 보는 선준.
윤희, 쪽지 두 개를 들고, 웃음 띠고 옆에 가서 놓인 책에서 또 쪽지를 꺼내 펼쳐 본다.
쪽지에 “知彼知己 百戰百勝” 이라 쓰여 있다.
E (선준)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겠소?
윤희, 쪽지를 고이 들어 입에 대고 약간 떨어져 선 선준을 웃으며 보다가, 옆 선반으로 가 책을 또 들려고 한다.
그때 윤희의 옆에 와 책을 들고 펼치려는 명식.
급히 명식 앞에 와, 명식이 들고 있던 책을 뺏는 선준.
명식 ; (못마땅하여 선준 보며) 뭐야 이선준, 너 지금 선진이 보는 책을.. (다시 뺏으려 하는데 뺏기지 않으려는 듯 책 잡고 있는 선준 보며) 허, 말이 말 같이 안 들려?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너 우리 소론이 그렇게 우습냐? 이게 매번..
선준 ;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사형. 이 책은 제가, 사사로이 색인을 해둔 책이라..
옆에서 웃다가 선반에서 책을 빼 드는 윤희.
명식 주위로 몰려온 유생들.
선준 ; (뒤돌아 책 한 권 빼내 명식에게 내밀며) 괜찮으시다면.. 같은 춘추인 이 책을 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명식 ; (괜찮을 듯도 하다는 어조로) 뭐어..
도현 ; (옆에서 누릉지 먹으며) 봐줘라아.. 이선준이 이렇게 꼬리를 팍 내리는데.. 봐 줘.
해원 ; (명식 보며) 이자식 사람 됐습니다, 사형.
명식 ; 너어.. 내가 봐준거다. 앞으로 똑바로 해, 이.
선준 ;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사형.
명식 ; 봤지? 이선준이 나한테 사과하는 거. (검지로 해원과 도현 가리키며) 니들, 두 눈 똑바로 뜨고 봤지이, 어? (간다)
도현 ; 니들은, 날 포함은 안된 거야.. (간다)
뒤따라가는 해원과 우탁, 유생들.
옆에서 책장 넘기며 웃다가 책을 선반에 놓는 윤희.
윤희 옆에서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을 선반에 올리고 윤희보고 미소 짓다 가는 선준.
E (선준) ; 마지막 말은, 내 말로 하지 않겠소. 그대가 직접 읽는 게 좋겠소.
윤희, 책에서 쪽지 꺼내어 본다.
분홍색 한지에 “愛” 크게 적혀 있다.
E (선준) ; 사랑해.
쪽지를 품에 안는, 행복한 표정의 윤희.
15. 지하실 (낮)
조보의 글을 훑어가는 손, 보인다.
여림 ; (조보 들고 읽으며) 천국에서 사신들이 왔었다아.. 그래서 환영행사가 크게 열렸단 말이지.. (탁자 위에 사신행신도를 펼쳐 놓고 손으로 탁 치며) 사신행차니만큼 도성치한은 경계에 또 경계를 했을테니.. 비적대가 나타났다면 조보에 안 실렸을 리가 없지. 곳곳에 통행금지령이 내렸을테니, 그날밤 월출산 도갑사에서 금등지사를 가지고 올라온, 박사 김승헌과 문영신을 궁으로 후송할 사람은? 한성부 관헌들 뿐인데... 그날밤 숙직을 선 관헌들 중에서, 근무지가 기록에 남지 않은 관헌이 다섯에다가, 못된 심부름에 돈이 오갔을 건, 당연지사겠고..
*몽타주 - 닫히는 도성의 문.
- 포졸들 창 들고 일렬로 선다.
- 걸어오는 많은 사람들, 문 앞에 선 포졸에게 호패를 내민다.
- 관복 입은 관헌들.
생각하는 여림의 얼굴.
여림, 책자 펼쳐 이름들 적힌 걸 본다.
*몽타주 - 엽전이 가득 든 상자를 건네는 여인네 손과 받아 드는 남자의 손.
16. 한성부 (낮)
옆 탁자에서 책자를 접어 들고 옆 탁자에 가서 탁자에 걸터 앉는 여림.
옆 탁자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관헌들.
여림 ; (관헌 1명의 술잔을 뺏어 들고 마시고 책자를 펼쳐 보이며) 아! 이중에 누굽니까? 지방으로 갔다거나,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거나, (과자를 들어 먹으며) 벼락부자가 됐다거나..
관헌1 ; (못마땅하게 보다가) 그건 왜, 갑자기? 너, 뭐허는 놈이야?
여림 ; 암행감찰. (품에서 마패를 흔들어 보인다)
놀라 벌떡 일어서는 관헌들.
여림 ; 자아 (술병을 들고 술잔 주며 술 따라 주면서) 나랏일에 수고들 많으십니다. 그러니까, 하던 김에 고생들 마저 하시자구요오. (다들 외면하는 관헌들 보고 술병을 탁 소리나게 놓으면 관헌들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다) 아아 나 이 양반들이 진짜 고생 좀 하셔야겠나아.. (책자 짚으며) 여기 중에 팔자 고친 사람, 있죠? (다시 마패를 높이 들고 흔들어 보인다)
17. 술집 겸 도박장 (낮)
술상이 놓인 탁자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사람들.
술병 들고 지나가는 여자.
한성부 참관 윤영구 ; (탁자에 앉아 패를 조으며) 아아, 삼육.. (패 보더니 울상되어 패를 탁자에 던지며) 아아아아아, (탁자를 치고 난 뒤, 맞은 편에 앉아 탁자 위의 돈을 쓸어가는 두 사람의 손을 잡으며) 뭐가 잘못된거야,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지 않은가? 왜들 이러는가? 한번 정도는...
약간 떨어진 의자에 앉아 그를 보고 있는 여림.
기생 ; (한 팔로 얼굴을 괴고 여림과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서 같이 보며) 도박으로 날린 집이.. 열 채라던가, 스무채라던가? 이번엔, 마누라에 딸자식까지 팔아넘길 처지라던데..
여림 ; 손모가지 자르기 전엔, 못 끊는게 도박이라더니..
기생 ; 팔자 도망을 어떻게 하나아..? 방법 있으면 좀 알려주지.. (여림의 갓끈을 만지며) 우리 이쁜 도련니임..?
여림 ; (자기 반지를 빼서 갓끈을 만지는 기생의 손가락에 끼워주며) 10년전 신축년에도.. 저치, 죽다 살아났다며?
여러 사람에게 끌려가는 윤영구.
여림 ; 그때, 저치 죽은목숨 살려준 게 누군지 궁금해서..
기생 ; 죽은 목숨.. 그거 도련님 얘기 같은데?
여림부를 보고 놀라는 여림, 달아난다.
여림 부 ; 김두부의 자식! (손가락으로 여림을 가리키다가 여림을 쫓다가 안되니까 과일을 던지면서) 저저저 망할 놈의 자식. 성균관 유생이란 놈이,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잡혀서 시달리는 관헌의 모습.
18. 여림집 대청 마루 (낮)
뒤에 병풍이며 약장 등이 놓였고, 그 앞에서 필통 등이 놓인 큰 책상을 마주하고 앉은 여림부와 여림.
엽전이 가득 담긴 상자를 책상에서 여림 쪽으로 미는 여림부.
여림 ; 아버지 저 그거 안합니다, 안해요.
여림부 ; (종이를 여림 옆으로 던지며) 안하긴. 니 자식도 반쪽 양반으로 살게 할 셈이냐? 이조 참판을 지낸 명문가 규수란다.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란 처자이니, 네놈도 이참에 마음 잡고.
여림 ; (혼잣말) 딸자식 돈보고 넘겨주는 집안이 좋은 집안이면, 이 조선땅에 명문가 집안이 아닌 집이 없겠네..
여림부 ; (도장 들어 문서에 찍으며) 너 요즘,, 좌상댁 아들이랑 어울려 다닌다며? 크크크흐! 세상 사는 법을 아는 놈이구만. 거 평생가야 빛도 못볼, 걸온지 걸인인지, 소론놈의 자식이랑만 어울려 다녀서, 이 애비의 염통을 긁더니만. 그렇다고, 그 소론놈이랑 헤지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에야 노론의 하늘이다마는, 혹시 아냐? 천지가 개벽하면 소론세상 되는 거 일도 아니니까.
여림 ;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일어서서) 왜에? 남인세상으로 뒤집어질까봐 그쪽 출신도 한 명 엮어뒀는데. 그말 전해주는 인간은 없나 부죠? (돌아서 가려 한다)
여림부 ; (앉은 채 책상보고 단호한 어조로 낮게) 한성부.. 들쑤시고 다니는 일, 그만둬라. 튀지 마. 다른 놈들은 몸살로 앓고 갈 일, 넌, 홍역이 될 수도 있어!
여림, 서서 돌아보다가 나간다.
19. 여림집 대문 앞 (낮)
대문을 나오는 여림. 배웅 나와 고개 숙이는 하인들.
힘없이 걸어가는 여림.
담벼락의 지붕 위에서 보는 고봉과 병춘.
20. 장의방 (밤)
술을 마시는 장의.
병춘 ; (장의 옆에 앉아서) 저어.. 헌데 장의, 왜 갑작스럽게,, 여림녀석 집안, 호구조사를 하라신 겁니까요?
장의 ; 하늘이 날 도우려거든.. 나도 진인사를 해야할 게 아니냐..
21. 주막 (밤)
주막집 평상에 술상 놓고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여림과 걸오.
여림 ; (술 마시고 탁 술잔 놓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금상의 별명 같은 건, 나한테 안 어울려. 뭐가 그렇게 경건하고 진지해.. 지루하게.
술병을 들어 여림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술을 마시는 걸오.
여림 ; (걸오 보며 진지하게) 내가 믿는 건, 걸오 너다. 나두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구우. 임금이 말하는, 좋은 세상.
걸오 ; 취한 거냐?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여림 ; (술잔 들고) 일 한번 내보자구우. (술을 마시려는데)
E (윤영구) ; (큰소리로) 하하하하 하하하! 이차를 사면, 두배가 행복하고, 삼차를 사면 세배가 행복하구.. 하하하하.
사람들 ; 하하하하 하하하.
윤영구와 두 사람, 주막 담 밖으로 지나간다.
여림 ; (술잔 들고) 그래, 한성부 참관 윤영구.
보는 걸오.
22. 대사헌 집무실 (밤)
쭈그려 앉아 궤짝을 뒤져 문서들을 보는 걸오.
책자 등을 보다가 찾는 것이 없다.
E (여림) ; 그날 직후, 어마어마한 도박 빚을 갚았다더군. 무슨 돈으로 그 빚을 갚았는지만 알면, 이 사건과 관련 있는 자일 수 있다. 사헌부엔 아마, 그해 관원들 감찰 기록이 있을텐데..
일어서서 탁자며 놓인 공간들을 보다가 다른 쪽에 궤짝이 놓인 곳으로 가 쭈그려 앉아 궤짝 안을 뒤진다. 물건을 궤짝에 올려 보던 중 중요한 책자를 발견하고 열어 본다.
대사헌 ; (와 서서) 이게 무슨 짓이냐?
책자 들고 일어서 대사헌을 보는 걸오, 놀라서 펼쳐보던 책자를 떨어뜨린다.
대사헌 ; (책자를 들어 올리고 걸오 보며) 흠.. 공무를 집행하는 곳이다. 아무리, 아들녀석이라 하나..
걸오 ; (대사헌 보고 목소리 떨며) 이게.. 왜 이런, 여깄는 겁니까? 대답하십시오. 왜 아버지의 개인금고에, 형의 사건기록들과 함께 좌상대감과 병판대감의 감찰기록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는 겁니까? 왜요?
대사헌 ; 그럼.. 이 아비가.. 네 형을 그렇게 만든 자들을, 진정.. 용서라도 한 줄 알았단 말이냐?
걸오 ; 그럼, 그 일에, 좌상과 병판이.. 사실입니까?
대사헌 ; 그럼 이 이제.. 니 형일은, 이 아비에게 맡겨두고, 더는 나서지 마라.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닌채로, 그들에게 되갚아줄 날만 기다리며 버텨온, 지난 세월이다. 아비의 일을, 그르치지 말거라.
입을 다물고 고개 숙이는 걸오.
23. 사헌부 앞 (밤)
횃불 들고 양쪽에 지키고 섰는 포졸.
걸오, 터덜터덜 걸으며 생각한다.
*몽타주 - 대사헌 방에 마주 앉은 대사헌과 걸오.
대사헌 ; (노여워) 죽은 네 형에게 부끄럽지도 않단 말이냐?
걸오 ; 자격, 있으십니까? 세상사람들 손가락질은 다 참아줄 수 있어도, 아버진.. 아닙니다.
- 걸오 ; (분노를 억누르는 표정으로) 언제까지, 노론의 허수아비로 사실 작정입니까?
허탈하게 걷는 걸오.
24. 동이방 (밤)
책상 사이에 두고 앉아서 책을 보는 윤희와 선준.
약간 떨어져 놓인 다른 책상 위에는 촛불과 몇 권의 책이 가득 쌓였다.
윤희 ; (책을 보며) 분명, 서경에 실려 있다 하지 않았소? 금등지사. (선준 보며) 헌데, 이 존경각에 있는 책 속엔, 왜 하나 같이 없는 건지 모르겠소. (다시 손으로 책자를 짚으며 본다)
선준 ; (책상 위에 손 올려 서서히 윤희의 손 쪽으로 가까이 가, 윤희의 손에 손가락 닿게 하며) 찬찬히 잘 좀 찾아 보시오.
윤희 ; (손을 빼서 옆의 쌓인 책들을 뒤적이며) 이 책들 속에, 있나?
선준 ; (윗몸을 움직여 윤희가 찾는 책을 같이 뒤적이며 윤희의 손에 자신의 손이 닿게 하며) 여기 있는 걸 본 것도 같은데..
윤희 ; 정말.. 이 책에 있었소? (선준 보고 웃는다)
선준 ; (잠시 멈추어 윤희를 보다가 민망하여 제자리에 가서 다시 책을 본다. 헛기침) 흠.
책을 펼치고 손 올리고 다시 책을 보는 윤희.
선준 ; (보더니.. 윤희의 손등과 그 위 소맷자락을 짚어 보며) 뭐가 묻었나? 어, 아닌가?
윤희 ; (그런 선준 어이없어 보다가 픽 웃음이 터지는) 헛.. 허허. (책상 위에서 선준의 손을 꽉 잡으며) 자아.. 됐소? 이젠.. 정말 책에 집중 좀 하시오..? (손을 빼려는데)
선준 ; (빼는 윤희의 손을 꽉 잡고 당겨 책상 위에서 잡고, 책에 시선 두며, 자기를 보는 윤희의 시선 느꼈는 지) 책에 집중 좀 하시오.
선준 보다가 헛, 웃음이 터져 웃는 윤희.
선준, 슬그머니 윤희의 얼굴 살피더니 웃는다.
다시 웃는 윤희.
책상 위로 팔을 뻗어 서로 손을 잡고 책장을 넘기는 두 사람.
25. 동이방 밖 (밤)
마루 옆 마당을 걸어 동이방 쪽에 와 서는 걸오.
불빛에 비친, 다정하게 마주한 두 사람의 얼굴 그림자 보다가 마루의 술병을 들어 마시는 걸오, 손으로 입가 훔치고 하.. 한숨 쉬고, 다시 쓸쓸히 방을 보다가.. 왔던 길로 다시 나간다.
26. 성균관 뜰 (밤)
건물의 기둥 보이다가 큰 나무가 점점 가까이 보인다.
나무 위에 걸터 앉아 쓸쓸한 표정으로 있는 걸오.
27. 동이방 (밤)
여전히 책상 위에 손을 꽉 잡고 한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윤희와 책 보는 선준.
윤희 ; (책장 넘기다가 탁 손을 책장 위에 올리며) 아무래도 내일은, 새책방에 나가봐야겠소. 혹, 그쪽에 있는 책들은, 금등에 대한 얘기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휴.. 아직 갈 길이 먼데.. 아직도 첫 번째 단서조차, 채 풀지도 못하고 있으니.. 큰 일이오.
책에 시선둔 채, 딴 생각에 빠졌는지 반응이 없는 선준.
윤희 ; (웃으며 잡은 손을 흔들며) 내 말, 듣고 있소?
윤희를 보고는 미소짓는 선준.
윤희 ; 왜, 거기 뭐라도 쓰여 있소?
선준 ; (책을 덮으며) 아니. 아무래도.. 새책방에 나가보는게 좋겠소. 존경각 서가엔, 어디에도 없는 모양이오. (미소 짓다가 윤희가 웃자 함께 웃다가 시선 아래로 내리는데)
책의 표지에 서경이라 쓰여진 부분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는 선준.
28. 좌상방 (밤)
술상을 가운데 두고 앉은 병판과 술 마시고 술잔 내리는 좌상.
병판 ; (양손 다리 위에 얹고) 아드님과 저희 여식의 혼담 말입니다, 대감? 이제 어른들이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사내와 계집이라 하지만.. 한 이불 덮고 자며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아직 모를 나이가 아닙니까, 허허허허 허허허 허허허 허허.
시선 아래로 내리는 좌상.
윤영구 ; (양손으로 방문을 활짝 열고 서서 고개 숙였다 들며) 술 한잔 올리러 왔습니다, 대에감.
병판 ; (돌아보고 놀라서 크게) 아이, 이 이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방문 닫고 들어와 서서 인사하는 윤영구.
좌상 ; (보며) 누구신가?
윤영구 ; 소인.. 신축년 섣달 초하루 그날밤에, 대감마님께 손을 빌려드렸던.. 한성부 참군 윤영굽니다요.
병판 ; (성난 얼굴로 보며) 네 이놈!
좌상 ; (병판 보며) 그만하세요, 병판. (윤영구 보며) 술.. 올리러 왔다 하지 않았나?
비웃듯 웃음 짓고 보는 윤영구.
30. 좌상방 (시간경과, 밤)
윤영구 ; (절하고 얼굴 들어 좌상 보며) 소인, 대감마님의 목숨을 구명해 드리고자 이렇게 은근슬쩍 찾아왔습니다요.
병판 ; 아니 네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그 방자한 입을..
윤영구 ; 십년전 그날밤.. 소인의 행적을 캐는 자들이 나타났습니다요. 소인이 통행금지령을 뚫고 성균관 박사 김승헌과 문영신을 대감들게 안내한, 바로 그날밤입지요, 허허허허허허허허.
병판 ; (옆의 윤영구 보며) 뭐라? 그게 사실인가?
윤영구 ; (좌상 보며) 그뿐만이 아니옵고 제게 온 땅문서 출처까지 찾는다고 하니, 혹, 대감님께 누를 끼치지 않을까 싶어, 이대로 인적이 드문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 다시는 안 나올 생각입니다요.
좌상 ; 그래서?
윤영구 ; 으음.. 작은 오두막 한 채와 밭데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웃는다)
좌상 ; 토끼는 잡은 지가 이미 오래거늘.. 이제와 사냥개가 시끄럽게 짓는다면, 주인이 어찌할 거라고 보는가?
윤영구 ; 으음.. 소인이 아는 것은.. 그 사냥개가 살길은, 끓는 물솥으로 집어 던져지기 전에, 그 주인을 황! 물어 뜯어버리는 길, 뿐이라는 겝니다. 저라며는 그 사냥개를 살살 달래 잠재우는 길을 택할거 같습니다, 대에감. (음흉한 미소 짓는다)
보는 좌상.
노려보는 병판.
31. 동이방 (아침)
여전히 손잡은 채 책상에 엎드려 자는 선준과 윤희.
잠 깨서 고개 드는 선준, 윤희의 자는 얼굴을 사랑스런 시선으로 본다.
윤희와 잡은 손을 보다가 그 손으로 윤희의 손을 만지다가 다른 한 손을 윤희 얼굴 가까이 가져 가다가 멈춘다.
32. 존경각 (아침)
서로 등지고 선반의 책을 읽고 있는 걸오와 선준.
책 덮어 선반에 놓고 걸오에게 다가가 서는 선준.
걸오, 선준에게서 몸 돌려 책 접어 선반에 놓으며 다른 책을 찾는 척 선반에 기댄다.
선준 ; 서경의 금등편 말입니다, 사형. 존경각에 있는 책들에선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감춰둔 것처럼. 억울한 죽음을 슬퍼할 때, 금등편의 가사를 빌어 표현한다, 맞습니까?
걸오 ; (여전히 선반에 기대 선준이 아닌 앞을 보며, 언짢은 어투로) 소과 장원출신 아냐? 강경엔 독보적인. 묻긴 뭘 물어.
선준 ; 선대왕에게 억울한 죽음이라면.. 그리고 금상께서 그를 찾고 있다면.. 금등지사..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사형께선, 혹 알고 계십니까?
걸오 ; (정면 응시하고 선준에게 시선 주지 않으며) 머릿골 아픈거 딱 질색이랬지. 우리 각자 맡은 일 하자. 난 나대로, 넌 너대로. (가버린다)
의아한 표정의 서 있는 선준.
33. 뜰 (아침)
쪽문을 걸어 오는 걸오.
그 뒤를 급히 뛰어 따라오는 윤희.
윤희 ; (풀쩍 뛰어 걸오의 팔을 양손으로 잡고 서며) 사형!
약간 설레는 표정으로 돌아보는 걸오.
윤희 ; (반가운 표정으로) 어젯밤에도 안 들어오시구.. 알아보기로 하신 일은, 잘 되고 계신 겁니까? (환한 표정으로) 저흰 오늘, 새책방에 가볼 생각입니다. 혹시 금서들 중에, 밀지를 풀만한 단서가 있나 해서요.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사형은 아시겠습니까?
쓸쓸한 표정으로 윤희를 한참 보고 듣다가, 말없이 윤희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돌아서 가는 걸오. 몸 안에 한숨이 꽉 찬 표정으로, 낮게 한숨 쉬며 걸어간다.
34. 운종가 (낮)
사람들이 가득찬 거리를 나란히 걷는 윤희와 선준.
윤희,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선준보며 설레는 표정이고, 선준은 뒷짐 지고 좋아서 웃으며 걷는다.
주머니 가게의 각양각색의 주머니들이 보인다.
주머니 가게 옆을 지나는 선준과 윤희.
걷던 윤희, 사탕물을 녹여 막대에 말아주는 가게를 보고, 선준의 팔을 잡아 세운다.
윤희, 손가락 두 개 올려 보이면, 상인이 사탕물 말아 붙인 막대 두 개를 윤희에게 건넨다.
윤희, 한 개를 선준에게 주지만 선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한다.
윤희, 입술 삐죽하고 먼저 걸어간다.
뒤따라와 윤희의 한 쪽 손에 잡은 막대를 가로채 먹는 선준.
먹다가 보고 웃는 윤희.
같이 환하게 웃는 선준.
둘이 마주 보고 웃다가 설탕물 막대 녹여 먹으며 걸어가는 둘.
35. 주막 겸 도박장 (낮)
탁자에 마주 앉은 기생과 여림.
여림에게 종이 봉투를 주는 기생.
여림, 기생에게 패물 상자를 건넨다.
기생, 상자를 열어보면 노리개다. 노리개를 만지작 거리는 기생.
여림 ; (종이봉투를 펼쳐 종이를 꺼내 읽어보며) 백동수.. 이자가 윤창군에게 돈을 줬다.. (기생보며) 누구야아?
기생 ; (여림의 이마를 검지로 건드렸다 떼며) 애송이잖아, 아직. 알만한 이름으로, 거래를 하겠어?
아하,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윙크하고 웃는 여림.
36. 운종가 (낮)
새책방 앞을 나란히 걷다가 멈추는 선준.
돌아보는 윤희.
선준 ; 먼저 들어가 있겠소? 난 잠깐.. 볼일이 있어서.. (웃음짓고 돌아서는 선준)
고개 끄덕이고 가는 선준 보는 윤희.
37. 새책방 (낮)
문 열고 들어서 문을 닫고 걸어오다 멈춰 서는 윤희.
두어 개의 선반 지난 곳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 효은.
놀라 보다가 고개 숙여 인사하는 윤희.
윤희를 보고, 책 선반에 놓고 인사하는 효은.
효은 ; (윤희에게 다가와서 고개 숙였다 들고) 저희 도련님께선.. 잘 지내고 계십니까?
윤희 ; (인사하고) 아, 뭐..
효은 ; 저 참 한심하지요.. 정혼녀가 돼서, 도련님 소식을 인편에 전해 듣다니요오..
윤희, 묵례하고 돌아서 가는데..
효은 ; (윤희의 등 뒤에서 절실하게) 도련님. 가장 절친한 동방생이시죠.. 절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도련님 마음이, 제게 올 수 있도록.. 집안끼리 혼약입니다아. 사사로운 마음이 변했다 해서, 깨질 수 있는 혼인이 아니니까요. 도련님께서 마음을 돌리시지 않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혼인은 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저를 좀 도와주세요오..
윤희 ; (서서 얼굴 돌려) 저.. 이보시오, 난..
효은 ; (울듯) 압니다. 제가 부족한 아이인 것도, 철이 없다는 것도.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요. 허나 제 마음만큼은,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아요오.. 진심이니까요.
어쩌나 하는 미안한 표정의 윤희.
38. 새책방 앞 (낮)
새책방 앞에 설레는 표정으로 와 서서, 손에 든 주머니를 보다가 정면을 보는 선준.
39. 새책방 안 (낮)
문 열고 기쁜 표정으로 들어서다가 효은을 보고 놀라 서고, 표정 굳어지는 선준.
효은 ; (반가워서) 도련님!
효은에게서 뒤에 서 있는 윤희 쪽으로 시선 옮기는 선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 있는 윤희.
효은 ; 도련님.. 아, 전 도련님을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될 줄은.. 이번엔, 정말 꿈에도 몰라서.. 도련님, 잠시 제게 시간을 내 주시겠습니까?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아.
윤희 ; (약간 섭섭한 표정으로) 난.. 그럼 먼저 나가 있겠소. (나가는데)
선준 ; (자신의 옆을 지나는 윤희의 팔을 잡아 세우고, 효은 보며) 미안합니다,, 제 지난 경솔함은, 평생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허나, 제 마음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겐.. 이미 제 마음을 허락한 다른 이가 있습니다.
눈물 글썽한 눈으로, 효은 보는 윤희.
너무 놀라고 언짢고 황당한 표정으로 선준 보다가 윤희 보는 효은.
선준 ; 그러니 더는 부족한 저 때문에 마음 쓰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미안합니다. (윤희에게) 그만 갑시다. (윤희의 손을 잡고 돌아나간다)
선준 손에 이끌려 따라 나가는 윤희.
황당하여 보는 효은과 뒤에 와 서는 버들.
40. 운종가 (초저녁)
손 잡고 가는 선준과 윤희의 뒷모습.
뒤에 와 서서 보고 허망한 표정으로 변하는 걸오. 한참을 보고 섰는 걸오의 뒷모습.
41. 운종가 일각 (초저녁)
운종가의 막다른 골목이 있는 구석진 곳.
윤희의 손을 당긴 채 골목에 와서 서는 선준.
선준 ; (정색하여 윤희 보며) 무슨 뜻이지? 자리를 피해 주겠다는 건?
윤희 ; (약간 슬픈 표정으로 시선 내리고) 두 사람.. 할 얘기가 있을 거 같아서. 어쨌든 두 사람.. 혼인은 하게 될테니까.. (미소 띠고) 나 때문이라면.. 날 생각해서라면, 난.. 괜찮소. 난 지금만으로도 충분해. 난.. 단 한번도, 우리 앞날 같은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소. 그건.. 과한 욕심이니까..
선준 ; (흥분하여) 지금부터 생각해! 열심히 생각해. 진지하게 생각하라구! 난 지금껏 쭉.. 머리가 터지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윤희 ; 우린, 너무 다른 사람들이라구..
선준 ; (슬픈 표정으로) 너 때문에 난,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을, 다 하게 됐어. 그런데도, 넌 여전히 니가 금 그어 놓은 세상 밖으로, 단 한발자국도 나오려 하지 않고 있잖아. 니가 지금 밀어내는 건, 욕심이 아니라, 바로 나야.
윤희 ; (눈물 글썽이며) 그럼 어떡해? 너무 겁이 나는데.. 니가 너무 좋아서, 하루하루 행복해서... 나, 이런 건, 익숙하지가 않다구. (가려한다)
선준, 윤희를 당겨 안고 한참 있다가, 입 맞추려 고개 약간 숙여 다가가려 하는데 갓이 걸린다. 반대쪽으로 고개 돌리고 다가가려 하는 선준. 눈 감는 윤희. 그러나 서로의 갓 테두리가 걸려 다가갈 수 없다.
윤희의 갓 테두리를 들다가 놓고 허, 웃는 선준.
웃는 윤희와 선준. (하하하하)
윤희 ; 이제 그만 들어가는 게 좋겠소. 사형들 기다릴 테니까. (웃으며 보는 선준을 미소띠고 보다가, 선준의 손을 잡는다)
손 잡고 넓은 거리로 걸어가는 윤희와 선준의 뒷모습.
42. 새책방 지하실 (밤)
탁자에 걸터 앉은 걸오.
여림 ; (종이를 탁자에 펼쳐 놓고 서서) 구해냈어. 10년 전 그날, 윤창군이 받아낸 땅문서 사본이야. 이 인간이 누군지만 확인하면,, 윤창군에게 사주한 자가 누군지 알 수 있어. 다 왔다구, 이제.
걸오 ; (탁자에서 일어나 돌아서서 탁자를 딱 짚으며) 접자.
여림 ; 뭐라구?
걸오 ; 어차피 우리가 받은 밀명은, 금등지사를 찾는 일이었어. 10년전 그날밤, 배후를 찾는 일이 아니라.
여림 ; 너 아는구나? 누구야, 그 범인?
43. 지하실 위 (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준과 윤희.
선준 ; (도르래 앞에 와서 도르래를 돌리려다가) 잊을 뻔 했군. (뒤의 윤희 돌아보며) 날 정신 못 차리게 하는데는.. 아무튼 타고난 재주를 지녔소.
윤희 ; (긴장하여) 왜에.. 내가 또 뭘.. 잘못했소?
선준 ; (작은 복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윤희의 손가락에 끼워 주고, 눈에 힘주어 윤희 보며) 성균관을 나가면 끝이라 했나? 끝 같은 건 없어. 내가.. 매일 매일 다시 시작할테니까. (미소 짓는다)
감동 받은 눈빛으로 선준 보는 윤희.
돌아서 도르래를 돌리는 선준.
둘이 선 판자가 아래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돌리는 선준.
갑자기 덜컹하고 멈춰 버리는 판자.
그 바람에 윤희의 몸이 기울고 선준에게 쏠려 안긴다.
윤희의 어깨를 잡고 약간 떨어뜨리고 윤희를 보는 선준.
보다가 윤희의 갓끈을 풀어 갓을 벗긴다.
긴장하여 그대로 섰는 윤희.
선준, 자신의 갓끈도 풀어 갓을 벗는다.
서서히 다가가 입맞춤 하려는 선준.
눈 감는 윤희.
눈 감고 다가가서 입맞춤하는 선준.
얼굴 마주 보다가, 커플 반지 낀 서로의 손을 잡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상대를 보는 두 사람.
E (여림) ; 뭐?
E (걸오) ; 목소리 안 낮춰?
E (여림) ; 그러니까..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좌상 대감, 이선준 아버지다, 그말이야?
놀라서 옆으로 고개 돌렸다가 윤희 보는 선준.
놀라서 선준 보는 윤희.
놀란 표정으로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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