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스 대본

성스 20강(동강) 대본 (필사)

 

 

 

      

 

 

 

성스 동강 대본 (필사)

 


1. 성균관 뜰 (낮)


넓은 뜰을 전력질주하는 윤희.


E (윤희) ;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2. 나무 위 (낮, 회상)


큰 나무 가지에 서 있는 윤희와 걸오.


걸오 ; 성균관의 문, 가장 천하다는..


 

3. 성균관 뜰 (낮)


넓은 뜰을 전력으로 달리는 윤희.


E (걸오) ; 반촌으로 나 있다.  우리 형이 말해 줬어.


 

4. 명륜당 (낮)


눈물 글썽하여 門이라 쓰여진 나무 퍼즐 글자를 만지는 윤희.


E (윤희) ; 나라의 시작은.. 종묘가 아니었어.  배움이 향하는 곳은 바로,,


 

5. 성균관 문 안과 밖 (낮)


달려서 성균관 문 밖으로 달려 나가는 윤희.

성균관 문 밖 반촌에서 문 쪽을 향해 돌아서서 문을 보는 윤희.


E (윤희) ; 이 곳.  조선에서 가장 천하다는 이 곳, 반촌으로 향한 문.


문 밑의 땅을 파고 판자를 들어올리는 윤희.

그 밑에 나무 상자가 보인다.

 

 


6. 장의 집 (낮)


장의 ; (마루에 걸터 앉았다가 마루를 손으로 탁 치고 일어서서) 김윤식이, 계집이란 말이냐?

 

 


7. 반촌 (낮)


성균관 문 밑에서 상자를 꺼내어 그 안에 든 글이 쓰여진 종이를 펼쳐 보는 윤희.


E (윤희) ; 금등지사.  찾았습니다, 아버지.  여기.. 조선의 가장 천한 이들을 향해, 열린 이 곳에..  당신의 뜻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뒤에 짐을 지거나 아니거나 하여 반촌 거리를 걷는 모습.

성균관 문 밑의 땅에 꿇어 앉아 종이를 펼쳐 보다가, 뒤를 돌아 그 사람들을 보는 윤희.

문 안 성균관에서 보이는 윤희의 모습.

 

 


8. 금상 집무실 (낮)


동강 이라는 자막 뜬다.


금상 ; (의자에 앉아 책상에 상소문을 쫙 펼치며, 앞에 선 영상과 좌상, 병판에게) 대사헌.. 그러니까.. 간밤에 홍벽서가 나타났다.  허니 지금, 옥에 있는 이선준은, 홍벽서가 아니란 말입니까?

대사헌 ; (손 앞에 모으고 고개 숙이며) 그러하옵니다, 전하.

금상 ; (고개 끄덕이며) 으음..  (병판 보며) 그나저나 병판께서는.. 하루라도 빨리, 유생들이 원하는대로, 사죄를 하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병판 ; 앗,, 저 전하, 그것은 좀..

금상 ; 진리의 전당인 성균관엔, 관군을 허락치 않는다는 명분마저 버리고, 무도하게, 성균관 유생들을 압수수색한 결과가, 그 모양이니..  저 혈기방장한 유생들이, 몇날며칠을 궁 앞에서, 그 사실을 떠들어대면, 온 나라의 백성들이, 그를 다 알지 않겠습니까?  이제 과인이 비답을 내릴 차례인가?

 

 


9. 궁궐 앞 대로 (낮)


징소리와 함께 유생들 앞에 나타난 대신.

대로에 정렬하여 무릎 꿇고 앉아있는 유생들.


대신 ; (유생들 둘러보며) 전하께서 비답을 내린다 하셨다.  이번 유소의 장의는.. 어디 있나?  이번 유소를 이끈, 소두 유생, 장의는 어디 있나?


자막 ; 소두 疏頭  유소를 이끈 우두머리


웅성하며 서로 둘러보는 유생들.

걸오와 여림도 둘러 본다.


대신 ; (둘러 보며 약간 화나서 크게) 장의 유생은,, 없나? 

E (윤희) ; 저 여깄습니다!


소리나는 쪽으로 뒤를 돌아보는 걸오와 여림.

뒤돌아 보는 유생들.

뒤에 서 있는 윤희.


윤희 ; (걸어서 앞으로 오다가, 앉아 있는 걸오와 여림 옆에 오자) 찾았습니다, 서형. 


걸오와 여림이 보면, 윤희의 손에 금등지사가 든 둥글고 긴 나무 상자가 들려 있다.


윤희 ; 제가.. 찾았습니다.  (상자 들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 대신 앞에 섰다가 바닥에 꿇어  앉아서) 이번 유소의 장의, 성균관 유생 김윤식, 전하의 비답을 받들고자 합니다. (뒤의 유생들을 돌아보고 웃으며 끄덕이는 여림, 걸오와 마주보며 고개 끄덕이는 윤희)

 

 


10. 금상 집무실 (낮)


금상 섰고 그 옆에 영상, 정박사 섰고, 금상의 앞에 윤희 서 있다.


금상 ; (윤희에게) 그대들, 성균관 유생들 뜻대로, 과인은, 유생 이선준을 무죄석방할 것이며, 병조의 사죄문 또한, 공표할 것이다.  이것이.. 과인의 비답이다.


고개 숙이는 윤희.

영상, 그 옆에 서 있는 신하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신하가 멋진 천으로 쌓인 상자를 들고 온다.


금상 ; 군왕이.. 젊은 벗들의 고변을 들었으니, 술 한 잔 내야 하지 않겠나?

정박사 ; (윤희에게) 유소가 끝나면, 성균관 유생들에게 어사주를 내리시는 건.. 이 나라의 전통이다.

윤희 ; 전하.. 저도.. 올릴 것이 있습니다.  밀지... 풀었습니다. 


놀라서 보는 금상과 정박사, 영상. 


윤희 ;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 곳, 조선에서 가장 천하다는, 반촌으로 나 있는 그 문에, 금등지사가 있었습니다. 


상자를 열고 문서를 꺼내 보는 금상.


금상 ; (감동한 목소리로) 이로써, 그대 아비의 꿈, 그리고.. 과인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가?  (윤희 보며) 고맙다, 김윤식.  약조하마.  그대의 노력이 헛되이 돌아가지 않도록, 과인,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이제, 그 조선에서, 그대가 새로운 꿈을 꿀, 차례다.


웃는 윤희.

문서 보며 미소 짓는 금상.

감동하여 그런 금상 보는 윤희.

 

 


11. 의금부 앞 (밤)


문으로 나오는 선준.

문 앞에 모여선 많은 유생들.


유생들 ; 야, 이선준.. (크게) 이선준!  이선준!  이선준!

도현 ; 나온다아!

유생들 ; (춤추고 얼싸 안고 돌며 크게) 라리람빠리 람빠요!  라리람빠리 람빠요!  이선준!  이선준!  이선준! ...


해원과 우탁, 신나서 어깨동무하고 위아래로 뛰며 춤추듯 흔든다.  그 옆에서 뛰는 도현.


해원 ; (우탁의 허리를 안듯 잡고 기뻐서) 이선준, 이선준이 무죄방면 됐다아!  

우탁 ; (해원의 뺨을 검지로 누르며) 이제 그만 고백해에..  넌 이선준을 싫어하는 게 아니야아.. 어, 맞지?

해원 ; 죄송없는 자식.  안보면 욕하는 놈이 없다구우..  (앞에 와서 선 선준을 보고 움찔하여) 아니, 뭐 내 말은..

선준 ; (해원 보며) 앞으로도 종종 부탁한다.  (미소 띠며) 저 안에 있을 때.. 꽤 심심했다. (간다)

도현 ; (그런 선준 돌아보고, 갓 끈을 매며)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야 돼.


선준, 걸오와 여림 앞에 와서 선다.


걸오 ; (갓까지 갖춰 쓰고 복색 갖춰 입은 채 얼굴 정색하여 굳히고) 한번만 더 니 멋대로 잘난 척 하기만 해.  다신 안 본다.

여림 ; ( 팔꿈치로 걸오를 가볍게 치며 걸오 보며, 장난끼 어린 웃음 띠고) 아이, 아이 걸오.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평생 이선준을 보고 살 거라는, 끔찍한 사랑 고백인거야?  그것도 내 앞에서? 

걸오 ; 고생했다.

선준 ; 고맙습니다, 사형.  절 위해 다들.. 애 많이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두리번거린다)

여림 ; 고생한 사람은, 따로 있지.  (고개를 두리번거려 선준 흉내내며) 자네가 아까부터, 눈으로 찾고 또 찾는, 그 사람.  이번 유소를 이끈 장의, 대물 녀석이었다.

선준 ; 김윤식.. 지금 어디 있습니까?

 

 


12. 좌상 방 (밤)


좌상과 책상을 사이에 두고 무릎 꿇고 앉아 약간 긴장한 채 살짝 고개를 드는 윤희.


좌상 ; 고마운 일이요.  동방생이라곤 하나, 그 애 아비인 나를 생각하면, 내 아들을 구해내는 일이 쉽진 않았을텐데..  이 사람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윤희 ; 벗을 구한 일이니, 제가 치하를 받을 일은, 아닌 줄 압니다.

좌상 ; (미소 띠고) 당찬 기백은, 아비를 닮았군.  (다시 표정 굳히고) 난, 자네 아비가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네.  지나친 이상주의에.. 낭만파라. 금상을 보필하기에는.  난 자네 아비를 꺽기 위해, 모든 짓을 다할 생각이었네.  자네 아비의.. 제대로 된 승복, 현실이 이상만큼 완전할 수 없다는 항복을.. 받아내고 싶었으니까.  허나.. 그런 식으로, 자네 아비의 목숨을 거둘 생각은.. 꿈에도 없었네.  하아, 그래도, 나를 향한 원망이.. 깊을테지.

윤희 ; 원망이 아니라.. 경계로 삼아야겠다, 다짐하고 있습니다.

좌상 ; 경계라?

윤희 ; 한 번 물러서게 되면, 그 다음엔, 그를 감추기 위해, 두 번 물러서게 되고.  그 다음엔, 갈짓자로 엉망이 된 자기 발자국 속에서, 처음에 어디로 가고자 했는지 조차, 잊어버리게 될테니까요. 

좌상 ; (흐뭇한 미소 띠고) 우리 아이가, 왜에, 자넬 귀히 여기는 지, 알겠군.


눈물 글썽하여 양손으로 찻잔 들어 차 마시는 윤희의 손에 있는 반지.

보다가 차를 마시는 좌상.

 

 


13. 중이방 앞 (밤)


둘러보다가 걸어오는 윤희를 발견하고 웃음 짓다가 정색하고 윤희에게 다가가는 선준.


선준 ; (화난 듯 정색하고) 내가 나오는 걸 몰랐소?  대체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하다, 이제야 들어오는 게요?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생각이나 해 봤소?

윤희 ; (픽 웃으며) 어제도 봤잖소오?  (선준 지나쳐 걸어간다)

선준 ; (윤희의 뒷모습 돌아보며) 아니, 어제 보면, 오늘은 안 봐도 되는, 우리가 그런 사이요?

윤희 ; (돌아보지 않고 재밌어서 웃으며) 그럼, 우리가 무슨 사이요?

선준 ; (황당하고 섭섭하여) 김윤식?

윤희 ; (선준 웃으며 돌아보며 ) 이런 사인가? (반지 낀 손 들어 보이고 웃다가 손 내민다) 흐흐.


선준, 윤희의 손을 잡으려 하는데,,


여림 ; (방문 열고 빼꼼히 웃음 띠고 보며) 아 왜 이렇게 안 들어와아, 어?  밖에서 둘이, 만리장성이라도 쌓는 건가?

 

 


14. 중이방 안 (밤)


거하게 차려진 술상을 사이에 두고 술잔을 부딪치는 잘금사인방.


여림 ; (술잔 부딪치며) 헤헤헤.  (술을 안 마시고 있는 선준을 보고 언짢은 듯 선준의 술잔에 세게 술잔을 부딪치며) 에헤이, 쯧. 에헤이!  (마시는 선준을 보고)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마셔, 마셔.  내 오늘은 좌상댁 멍멍이가 돼도 봐주지. (술잔 상에 놓고 술병을 들어 윤희에게 술을 따라주며) 자아!  (술을 마시는 윤희와 선준을 보고) 그래, 그래, 그래,  쭈우욱.  아유 잘한다.  (빈 잔을 여림에게 내미는 윤희에게 술을 따라 주며) 그래, 아하.  고생했다.  (술병을 상에 놓고) 이렇게 해낼 줄은, 내 처음엔 짐작도 못했는데.  유소도 이끌고, 금등지사도 찾고.  대물이야, 대물.  으음?


좋아서 실없이 웃는 윤희    

보는 선준.


여림 ; (턱 괴고 윤희를 뚫어져라 보며) 봐도 봐도 지루하지 않은 건, 김윤식 니가 처음이다.


좋아서 웃는 윤희.


선준 ; (그런 윤희를 질투하는 눈빛으로 보다가 여림을 보며 경계의 헛기침) 으흠.


그런 선준을 빙그레 웃으며 보는 여림.


윤희 ; 금등지사 말입니다아.. 음.. 전하께서.. 우리가 새로운 조선에선, 우리가 새로운 꿈을 꿀 차례라고 하셨습니다.

대물 ; (윤희 응시하며) 그래서, 니 꿈이 뭔데?

윤희 ; 이제.. 지금부터 생각해보려구요.

여림 ; 어떡하냐아..  재미없게도, 나 꿈 같은 거 다 필요 없어졌는데.  나 구용하구, 내가 누군지 다 알고도 도망 안 간 니들이 있다.  그럼 된거지 뭐, 흐흐흐.


여림 보고 미소 띠는 선준.


여림 ; (술잔을 부딪치려 내밀며) 자, 자자 자자.  (다른 세 명이 술잔을 부딪치자) 아유 그냥.. 그래, 그래, 그래. 야, 좀 마셔, 임마, 좀, 

 

 


15. 중이방 안 (밤, 시간 경과)


여림 ; (엉덩이 약간 들고 술병 들어 윤희에게 술 따라주며 취한 목소리로) 자아, 대물 대물, 야아 받어 빨리, 봐 봐, 우찌 우쭈..  (술병 든 채 무릎 걸음으로 엉거주춤 서서 몸 약간 흔들다 선준 보며) 너어 이선준 임마, 눈 이렇게 뜨지 말란 말이야, 이 자식아..

선준 ; (약간 취한 윤희를 힐끗 보고) 이제 그만, 자리를 파 하는게 좋겠습니다.

여림 ; (술병 상에 놓고) 그래?  (벌렁 팔베개하고 누우며) 아유, 나 그러면 나 오늘, 자고 가야지.  아유 너무 취해가지고 못 움직이겠다.

걸오 ; (윤희 보며) 어이, 넌 용하방 가서 자는 게 좋겠다.  여긴 너무 비좁아서.

선준 ; (활짝 웃다가 다시 표정 굳히고) 그건, 걸오 사형 말이 백번천번 옳습니다. 


눈 감은 채 웃는 여림.


선준 ; (윤희에게 눈동자를 옆으로 돌려 눈치를 주며) 안 가고 뭐하는 게요?

윤희 ; (약간 취해서) 제 방은 여긴데.. 제가 방을 놔두고 어딜 갑니까?  (옆으로 누우며) 아유 어 하, 기분이다.  우리 여기서 다 같이 자죠?  잘금 사인방끼리.  흐 흐흐.  


놀라 동그랗게 눈 뜨는 선준.


여림 ; (윤희 말 듣고 눈 뜨고 웃다가 다시 눈 감고 자는) 에휴우. 


어쩌지 하는 굳은 표정의 걸오.

눈 감고 잠든 윤희.

 

 


16. 중이방 (밤, 시간 경과)


불 꺼진 방에서 자고 있는 잘금 사인방.

벌렁 누운 채 베개를 끌어 안고 가운데로 몸을 굴리는 몸부림 치는 여림.

가운데 책상에 엎드려 잠든 선준과 걸오, 잠결에 손이 살짝 닿는다.

여림과 책상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서 누워 잠든 윤희.     

 

 


17. 병판 집 마당 (밤)


쪽문으로 걸어와 장의를 보고 마당에 서는 병판.

맞은 편에서 걸어오다가 병판 앞에 서는 장의.


병판 ; 너 대체, 일을 어찌 처리하는 게냐?  그깟 쥐방울만한 녀석 하나 못 막아, 애빌 이토록 욕 보여?

장의 ; 아주 위험한 녀석입니다.  김윤식.  김윤식 그 아이, 계집입니다.

병판 ; 뭐라?

장의 ; 계집의 몸으로 감히 지엄한 국법을 능멸하며, 지금 성균관에 있단 말입니다, 김윤식.


놀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병판.

 

 


18. 궁궐 전경 (낮)     

  

E (좌상) ; 금상께서..

 

 


19. 대신 집무실 (낮)


좌상 ; (걸어와 의자에 앉으며) 경연을 열고, 화성 천도를.. 천명하신답니다. 

병판 ; (맞은 편 의자에 앉아서) 흐훗.  금등지사를 찾은 모양이지요.  허나아.. 제 손에 더 잘 드는 칼이 있는데, 뭐가 무섭습니까? 

  

의아하여 보는 좌상.


병판 ; 금등지사를 찾으라 명을 내렸던, 그 김윤식이, (...) 계집이랍니다, 계집.


좌상, 놀라서 입이 벌어진다.

 

 


20. 성균관 뜰 (낮)


약간 화난 듯 굳은 표정으로 뒷짐 지고 쪽문을 걸어오는 선준.


윤희 ; (그 뒤를 졸졸 따라가며) 아니, 화가 났으면 화가 났다, 이유는 이러저러하다, 말을 해야 될 것 아뇨?  (입술 내밀고, 눈을 깜빡여 흉내내며) 입술만 부욱.. 내밀고, 눈만 새초롬해 가지고, 가면 다요?  칫.


계속 걸어가는 선준.


윤희 ; (선준으로 앞으로 걸어와 앞을 막고 선준 보며) 아이, 무슨 장부가 그렇게 좀스럽소?  뒷방 늙은이처럼.  (굳은 선준의 표정 보다가) 아니.. 내 말은..

선준 ; 다른 사내들 틈에서 자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화통한 정인 걱정에, 밤새 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런 말을, 내 어찌 구구절절이 입에 올리겠소?  뒷방 늙은이처럼, 좀스럽게.

윤희 ; (웃음) 풋.


윤희를 추월하여 뒷짐지고 걷는 선준.


윤희 ; (뒤따라 가며) 그럼, 원하는 대로, 그 옆으로 가서 자면.. 되겠소?

선준 ; (멈춰 서서 반쯤 얼굴 돌리고, 살짝 미소) 뭐, 그래 주던가..

윤희 ; (놀리듯 미소 띠고) 내가 그 옆으로 가서 자면, 더 잠을 못 이룰텐데..  그래도, 괜찮겠소?  (정색하여 돌아보는 선준 얼굴 보다가 민망하여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입을 손으로 막다가, 선준을 지나쳐 얼른 그 자리를 뜬다)

선준 ; (돌아 보며) 김윤식, 김윤식. 

 

 


21. 존경각 (낮)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리며 민망한 표정으로 책장 사이를 걸어가서 서는 윤희.

발소리 난다.

발소리에 난감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윤희.


선준 ; (윤희의 뒤에 와 서서 팔짱을 낀 채) 좀 알아야겠소.  대체 새책방에선, 그동안 어떤 책들을 필사해 온 거요?  혹, 야설들만 전문으로 필사를 해왔다는 그 고운 거사가 바로..

윤희 ; (돌아서서 당황하여 손사레를 치며) 아, 아니요, (손가락 세개를 세워 보이며) 난 딱 세 번 밖에 안했소.   

선준 ; (놀란 표정으로) 세 세번씩이나,, 했단 말이오?  진정?

윤희 ; (불쌍한 표정으로 작게) 그,,그게.. 돈이 좀 돼서..

선준 ; 허어.  이 성균관에 들어오기 전엔, 대체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내 알수가 없으니.

(옆의 책을 뒤적이며 약간 놀리는 표정으로) 이번 귀가일엔, 김윤식 유생 집엘 가, 확인이란 걸 해야겠으니. 그리 아시오.

윤희 ; 우리, 지 집엘.. 말이오?

선준 ; (윤희 보며) 그럼, 설마 밖에선 달리 귀거하는 집이, 따로 있소?

윤희 ; (고개 가로 저으며)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집에 온다는 게.. 어떤 의민지?

선준 ; 나이 찬 사내가 정인의 집에 가는 일이오.  그걸, 설마 몰라서 묻는 게요?

윤희 ; 정말.. 정말이오?

선준 ; 쉽지 않은 길이 될테니,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겠지.  난.. 준비 다 됐소.


눈물 글썽한 표정으로 선준을 보는 윤희.

안심하라는 듯 미소지으며 윤희를 보는 선준.

 

 


22. 금상 집무실 (낮)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금상과 좌상.

 

좌상 ; 금등지사, 묻어 두십시오.


찻잔을 들려다가 멈추고 좌상을 보는 금상.


좌상 ; 아비에 이어, 그 자식까지 너무 가혹하다,, 생각지 않으십니까?

금상 ; 무슨 뜻입니까, 좌상?

좌상 ; 전하의 개혁에 대한 열망이, 성균관 박사 김승헌을.. 희생시키고, 이제 그 딸자식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금상 ; 김승헌의.. 딸이라니?

좌상 ; 성균관 유생 김윤식, 그아이는, 계집입니다.


금상, 놀라서 찻잔을 탁자에 탁 놓는다.


좌상 ; 전하께옵선, 금등지사를 찾기 위해, 삼강오륜과 강상의 도리를 스스로 무너뜨린, 패주가 되신 겝니다.


놀라는 금상.

 

 


23. 마을 (낮)


마을길을 걸어가는 여림.

효은을 발견하고는 손가락질을 하며 효은 앞에 다가간다.


여림 ; 왜?  아직도 이선준이 포기가 안돼?  다급하게 사람을 오라가라..

효은 ; 한번 쉬운 사람이면, 내내 그렇게 쉽게 봐도 되는 거야?  난 도와주러 왔어.  예의는 갖춰줘.  오라버니께서 알아버렸다고.  (의아한 표정으로) 설마.. 당신들 모두 모르고 있었던건 아니지? 

여림 ; 예예예, 그러니까 뭘요 아가씨?

효은 ; 김윤식 유생이.. 여인이라는 걸.

  

놀라는 여림.

 

 


24. 윤희 방 (밤)


솜방망이에 분을 묻혀 거울보며 볼에 찍어 바르는 윤희.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표정이 환하다.

웃는 윤희.

 

 


25. 마을길 (밤)


양손에 든 꾸러미를 보며 미소짓다가, 걸어가는 선준.

 

 


26. 윤희 집 앞 (밤)


쓰개치마를 쓰고 집 앞에 서서 선준을 기다리는 윤희.

 

 


27. 마을길 (밤)


집의 담을 돌아 걸어오는 선준.

 

 


28. 집 앞 (밤)


담 옆에서 든 보따리를 내려놓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 윤희.

거울에 비친 누군가를 보고 놀라 돌아보며 내려놓았던 남폿불을 급히 드는 윤희.

바닥에 툭 떨어지는 남폿불.

 

 


29. 묘지 (밤)


걸오 ; (묘 앞에 앉아 묘지를 보며) 어이, 문영시인—.  내 술 한잔 받지.  (술 한잔을 묘 앞에 놓고, 술병을 들고 마신 후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E (걸오) ; 난 말이지..  형이 이놈의 세상, 끝장나게 미워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간 당신이 내내 미치게 가여웠어. 


술잔을 들어 술을 묘에 뿌리는 걸오.


E (걸오) ; 근데.. 이젠 알겠다.   문영신은 세상을 증오한 게 아니라, 사랑한 거였더군.  그래서,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거야.  내말 맞지?


걸오 ; 하아, 거 더럽게 춥네.  이 인간, 추운거 딱 질색했는데.

여림 ; 어이 걸오.  (달려와 심각한 표정으로 걸오 앞에 서서) 일 터졌다.


여림을 올려다 보는 걸오.

 


30. 윤희 집 앞 (밤)


웃는 표정으로 담 앞에 섰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선준.

달려오는 여림과 걸오.


여림 ; 어이, 이선준.


돌아보는 선준.


여림 ; (선준 앞에 멈춰서서 숨찬 소리로) 너도.. 알고 온 거냐?

선준 ; (의아하여) 무슨..?


주위를 둘러보던 여림, 깨진 손거울을 집어 들고 보여준다.  그걸 보고 놀라 선준을 보는 걸오.  보고 놀라는 선준.

 

 


31. 금상 집무실 (밤)


윗에 선 금상.

그 아래에 무릎 꿇고 앉는 윤희.

고개를 숙인 채다.


금상 ; 고개를.. 들라.  (여전히 고개를 숙인 윤희를 보며, 화나서 큰 목소리로) 김윤식은 과인의 명을 듣지 못했나?  고개를 들라!


고개를 드는 윤희.


금상 ; (윤희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과인이.. 국법을 허물고, 삼강과 오륜을 땅에 떨어뜨린, 패주가, 맞군.


금상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는 윤희.

문 열고 급히 들어서서 윤희를 보고 놀라는 정약용.

정박사를 보고 면목없어 고개 숙이는 윤희.

금상을 보는 정박사.

화난 표정으로 정박사를 보는 금상.

 

 


32. 금상 집무실 (밤)


탁자 위에 술상이 놓였다.


금상 ; (선 채 술을 술잔에 따르고 술병 탁 놓고 마신 후) 정박사.. 그대의 침묵이.. 가져온 결과다.  만족하나?

정박사 ; (앞에 서서) 전하..

금상 ; (크게) 왜 숨겼나?  과인의 신하요, 벗인 그대가, 왜, 어째서!

정박사 ; (무릎 꿇고 앉아서) 죽음으로 소신의 죄를 묻겠다 하시면, 그대로 따를 것입니다.  저 아이 허물은.. 제게만 물어주십시오.

금상 ; 그대가 믿는, 서학 때문인가?  서학에선..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들었다.

정박사 ; 소신,, 서학에서.. 빈부귀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람이면 누구나 존귀하다 배웠습니다.  허나, 이나라 관원으로서, 신은, 계집이 학문을 할 필요가 없다, 출사할 이유 또한 없다, 여겼습니다.  

금상 ; (크게) 그런데 왜에!

정박사 ; 저아이에게서 배웠습니다.  학문과,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금상 ; 그러니 용서는, 그대가 믿는, 서학의 신에게나, 가서 구하라.

정박사 ; (눈물 글썽하여) 서학은 학문일 뿐이나.. 제가 믿고 따르는 주군은.. 오직, 전하십니다.  (고개 숙인다)


그런 정박사를 보는 금상의 참담한 표정.

 

 


33. 병판의 창고 (밤)


쓰개치마를 쓰고 꿇어 앉아 있는 초선.


병판 ; (서서 초선 보며, 의미심장하게) 니가 꼭 해줘야 할 일이다.

초선 ; 대감,, 약조는 지키는 분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제 소임은 이미..

병판 ; 너도 하고 싶어질게다.  김윤식을 데려와야 겠다.

초선 ; (고개 들어 환한 표정으로 병판 보며) 도련님은 왜에?

병판 ; 김윤식은 사내가 아니다.  계집이다.

초선 ; 대감, 그 무슨 말도 안되는..

병판 ; 그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인 계집을 잡아, 내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을 것이다.  오는 그믐날까지, 김윤식을 내 앞에 대령해라. (창고를 나간다)


놀라서 쓰개치마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바닥을 짚으며 가쁜 숨을 내쉬는 초선.

 

 


34. 의약방 (밤)


나란히 서서 정박사와 마주 선 여림, 걸오, 선준.


여림 ; (정박사를 보고) 대답해주십시오.  김윤식 지금, 금상께 가있습니까?

정박사 ; 그렇다.

여림 ; 허면 스승님..  그건 김윤식을.. 보호하기 위해서겠죠?

정박사 ; (허탈한 표정으로) 밤이 늦었다.  돌아들 가거라.  (돌아서려는데)

선준 ; 경연, 오는 그믐날, 경연이 있다 들었습니다.  그 경연에서, 화성천도를 선포하실거라 들었습니다.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반대하는 노론들을 제압하기 위해, 금등지사를 꺼내드실 생각이실겁니다, 전하께서는.  맞습니까?

정박사 ; (돌아서서) 그러실게다.

선준 ; 만일 병판과 노론들이, 금등지사를 찾아낸 김윤식이 계집임을 들어, 전하께 반기를 들 계획이라면, 그땐 전하께서 어찌하실 생각인지, 듣고싶습니다.

걸오 ; (울먹이듯, 크게) 저흰 그 대답,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대답하란 말입니다.  아무 걱정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전하께서는 김윤식을 지켜주실 것이다!  그게.. 그게 금상이 말하는 희망이다...  왜 대답을 못하시는 겁니까?

여림 ; (눈물 글썽하여) 스승니임..  

선준 ; 그러니까.. 김윤식은 금등지사를 구해냈기 때문에, 바로 그때문에! 이제는.. 금상께 버림을 받는 겁니까?


슬픈 표정으로 힘없이 돌아서는 정박사.

 

 


35. 선준방 (밤)


어두운 방안에 정신을 빼놓은듯 앉은 선준.


좌상 ; (선준방에 문열고 들어서 선준 옆으로 다가와 서서, 반응없이 앉은 선준을 보고) 한심한 놈. 모자란 위인. 쯧쯧쯧.  나라의 존폐가 걸린 일도 아닌 일에, 장부가, 일생이라도 걸겠다는 말이냐?  (돌아서 간다)

선준 ; (돌아서는 좌상을 올려다보며 간절하게) 아버님.  (일어서 급히 좌상의 뒤에 서서 돌아보는 좌상하게) 도와주십시오, 아버님.  (무릎 꿇고 고개 숙여 간절하게) 구해주십시오, 그아이.  그아이를 만나 비로소, 제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서책에서 가르침을 얻은, 장부가 만들어나갈 세상이 아닌, 제가 살고 싶은 세상.  그런데.. 그 나라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울먹이며) 허나, 한심하고 모자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눈물 흘리며) 그 어디에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좌상을 간곡하게 올려다 보며) 그러니..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아버님?  

좌상 ; (선준을 돌아보며) 니가, 내 아들이냐? 


울먹이는 선준 보다가 나가는 좌상.

 

 


36. 주막 (밤)


여림 ; (술잔을 탁 내려놓으며) 내 뭐랬어?  금상은 안 믿는다고 했지?  (말없이 술잔 들어 입가에 가져가는 걸오의 손목을 잡으며) 뭐라고 말 좀 해봐아.. 답답해 죽겠다.

걸오 ; (술잔 든 채) 그자식.. 겁나겠다 지금.  혼자서.

여림 ; (술병 들어 보다가 술잔 들며) 주모,, 술.

E (주모) ; 예에,, 잠깐만 기다리시오오.

E (유림들) ; 아이 거참.

여림 ; (술잔 든 채 짜증스럽게 돌아보며) 술 달라고 술!

E (주모) : 요요쪽으로 앉으시오.

유림 1 ; (탁자 앞 의자에 앉아서) 아이구 이거 큰일이네, 방이 없어서.  도성안 주막에, 온 유림이 몰려와서, 그믐날까지 방이 없다는구만.  병판은 왜 갑자기 이렇게, 불러 올린 거지?

유림 2 ; (마주 앉아서) 모르지이..  뭐 또 금상이, 무슨 사고라도 칠런지.  아 우리 힘이 필요하다니 말이야아.

여림 ; (유림 유심히 보다가 돌아서 술잔 든 채 걸오 보며) 병판이 유림을 불러 올렸다.. 그믐날이면?

걸오 ; (여림을 뚫어지게 보며) 경연.  금상이 선포한, 경연 날이다.

 

 


37. 대궐 문 앞 (낮)


E (좌상) ; 화성으로..

 

 


38. 좌상 집무실 (낮)

  

긴 탁자를 두고 그 주위로 둘러앉은 노론 대신들.


좌상 ; (긴 탁자의 중심에 앉아서) .. 도읍을 옮기는데, 힘을 실어줍시다.

여러 대신들 ; (안될 말이라는듯) 대가암! (웅성웅성)

좌상 ; 사도세자의 묘소가 있는.. 화성으로 천도하는데, 우리 노론이, 힘을 실어준다며는, 금상 역시, 더는, 임오년의 일로, 우리 노론을 압박하는 일은, 없을 겝니다.

노론대신 1 ; 아아 대감,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좌상 ; 이사람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하는, 간청입니다.

대신2 ; 우린 북촌을 포기할 수 없소이다, 대감.

대신1 ; 우린 경연장에서, 병판을 기다리기로, 이미 뜻을 모았습니다.

대신들 ; 그렇습니다...

대신1 ; 우린 금상과 싸워, 우릴 지켜줄 영수가 필요합니다, 대감.

대신들 ; 어허허흠.  가십시다, 대감.  (일어서 나간다)


낮은 한숨 쉬는 좌상.

 

 


39. 초선 방 (낮)
   

앉아서 생각에 잠긴 초선.


*몽타주 ; -양반 한 명 옆에 저고리를 벗은 채 앉았는 초선에게 자신의 두루마기를 덮어주는 윤희.  그런 윤희를 올려다보는 초선.

          - 나들이 간 집 마당에 마주 선 윤희와 초선. 

             윤희 ; 미안하오, 초선이. 내가 잘못했소.  다 다 내잘못이오.

          

생각에 잠긴 초선.


E (윤희) ; 이렇게 곱고..


*몽타주 ; - 윤희 ; (초선 보며) 심지 곧은 그대에게, 난 참 부끄럽고, 모자란 사람이오.  미안하오, 미안합니다..  초선이.

            그런 윤희를 보는 초선.


생각에 잠긴 초선 얼굴.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는 초선.

 

 


40. 성균관 뜰 (낮)


성균관 쪽문을 나와 성균관 뜰을 나란히 걷는 여림과 걸오.


여림 ; (급히 걸으며) 유림들 숙소부터 되짚어가다 보면, 회합장소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겠지..

걸오 ; (걸으며) 유시 전에만 알아내면, 방법이 있다.

고장복 ; (반대편에서 걸어와 여림과 걸오의 앞에 서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서서 팔을 흔들며) 고운 귀녀들이, 댓바람부터 연서를 전하고, 청춘이 좋긴 좋습니다아.. 하하하하 아아.. (시선은 반대편에 두고 여림에게 손바닥을 내민다)


여림, 잘 안다는 미소 띠고, 소매깃에서 엽전 몇 닢을 꺼내어 고장복의 손바닥에 놓는다.

고장복, 소매깃에서 접힌 종이를 꺼내 여림에게 건넨다.


여림 ; (종이를 펼쳐 보고 놀라며) 이건, 초선이?


걸오, 종이를 뺏어 보며 놀란다.

 

 


41. 병판집 마당 (낮)


두 줄로 나란히 선 포졸들.

그 맨 앞에 마주선 병판과 장의.


장의 ; (병판을 보며) 유림 앞에 김윤식, 그 계집을 세운다 하셨습니까?

병판 ; 그 계집을 데려올, 내 사람이 있다.

장의 ; 지난번 홍벽서 때, 그 아입니까?

병판 ; 지금껏 내 명을 단 한번도 어긴 적 없는, 틀림없는 아이지..

초선 ; (검은 복장과 등 뒤에 긴 칼을 차고 병판에게 다가오며) 그 명령, 더이상 받들 수 없게 됐습니다.


초선을 보고 놀라는 장의.


병* ; (속삭이듯) 장의, 초선이 아닙니까?

병판 ; 너.. 너어, 흠.  그 계집은?  그 계집을 유림들 앞에 세우라 하지 않았어!

초선 ; (병판을 뚫어지게 보며) 대감께서도, 가시지 못할 겁니다.  이년이 길을 내드리지 않을 생각이니까요. (등 뒤의 칼을 뽑는다)


포졸들, 초선을 둘러싸고 창을 휘두른다.  초선, 칼로 막으며 싸운다.

기합 넣으며 초선을 공격하는 포졸.

포졸과 싸우는 초선.

병판을 보는 장의.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는 병판.

그런 병판을 보다가 싸우는 초선에게 시선 옮기는 장의.

포졸에게 공격받는 초선에게 다가가 초선을 감싸안는 장의.


병판 ; (장의 보며) 뭐하는 짓이냐?  당장 나오지 못해!

장의 ; (분노에 차서 크게) 이 아이에게 지금껏,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아!?

병판 ; 비켜.  애비가 다 알아서 하마.

장의 ; (이 악물며) 아니요.  제가 안 이상, 그렇게는 안 만들 겁니다.


장의에게 안긴 채 장의를 올려다 보는 초선.


병판 ; (포졸들 보며) 길을 내라!  유림들에게 갈 것이다.


다급한 표정으로 장의 옆에 와서 막는 병*.


걸오 ; (지붕에서 펄쩍 뛰어 내려 장의의 다른쪽을 감싸 막고 서며) 길을 내라?  싫은데.  싫은 건, 곧죽어도 못하는 성미라서.  (장의 곁눈질로 보며) 난생 처음이다.  니가 사람답게 구는 거.

병판 ; 저것들을 다 치워라!

포졸들 ; (창을 앞으로 내밀고 장의 쪽으로 달려오며) 야아!

 

 


42. 여인숙의 복도 (낮)


여러개의 방문을 옆을 지나면, 안에서 두드리는 힘에 당장이라도 문이 무서질 것 같은 한 방문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여림의 모습이 보인다.


E (유림1) ; 대감께서는 왜 안 오시는가?   

E (유림2) ; 허어, 우리가 당장 궁으로 들어가겠네.

 

 


43. 방 안 (낮)


방문에 붙어서서 방문을 두들기는 여러명의 유림들.


유림3 ; 성균관 사태의 진실을 확인해야겠네.

 

 


44. 방문 밖 (낮)


여림 ; (방문을 몸으로 막은 채, 난감한 표정으로) 아후우..  지금쯤, 기별이 가고도 남았을텐데..  아 정박사께서는, 이 정도는 막아주셔야 되는거 아냐?  (많이 덜컹이는 방문을 누르며) 아유, 책상다리하고 서책만 읽은 양반들이, 뭐 이렇게 힘이 세에..  아우 아우 (방문에서 밀려나 옆으로 돈다)


방문으로 몰려 나오는 유림들.

헛기침하며 여림 앞에 선다.


여림 ; (금새 침착하게 갓끝을 만지며) 병판대감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저, 성균관 박사, 구용합니다. (윙크한다)

유림1 ; 박사아?  허흠.

 

 


45. 금상 집무실 (낮)


의자에 앉은 금상.


영상 ; (그 옆에 서서 허리 조아리며) 전하아.. 유시가 다 됐습니다.  곧 경연장으로 납실 시각입니다.


금상, 옆에 놓인 금등지사가 든 상자를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긴다.

 

 


46. 궁궐 대신들 집무실 (낮)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는 좌상.

대신들, 들어와서 의자에 앉는다.

 

 


47. 궁궐 한 방 안 (낮)


장식장에 등을 대고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다리 오므려 세우고 그 다리에 양손을 얹은 채 앉은 윤희, 걱정스런 표정이다.

 

 


48. 금상 집무실 (낮)


등 돌리고 선 금상 뒤에 선 선준.


금상 ; (선준을 등진 채 벽에 붙은 지도를 보며) 그대 역시 과인에게, 그 아일 구명해 달라 찾아 왔는가?  (선준 쪽으로 뒷짐진 채 돌아선다)

선준 ; 김윤식, 아니.. 김윤희를 버리시라.. 청하러 왔습니다.  또한 저 역시 버리시길, 청하러 왔습니다.  전하께서 꿈꾸시는 새로운 조선은,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김윤희를 버리고자 하시는 이유, 그 아이가 국법을 기망하고 오륜을 무너뜨려, 여인의 몸으로 금녀의 공간, 성균관에 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꿈꾸시는 개혁에, 방해가 되기 때문..  아닙니까?  예와 법도에 걸맞지 않은 서얼들을 등용하신 분이, 바로 전하십니다.  전하의 개혁을 위해..

금상 ; (굳은 표정으로) 과인의 총애가,, 과했군.

선준 ; 백성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 아닌, 저들 노론을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해오신 겁니까?  전하께서 꿈꾸시는 대동세상엔, 백성이 아닌, 전하의 신념만이, 가득한 것입니까?

금상 ; 그만.. 그만하라.

선준 ; (책상 위에 뭔가를 놓고) 스스로를 경계하지 않고, 더는 흔들리지 않는 바늘이라면, 제대로 방향을 가리킬 수 없다.  전하께서 주신 경구는, 돌려 들립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금상이 책상을 보면, 나침반이 놓여 있다.  다시 선준이 나간 곳을 보는 금상.

 

 


49. 궁궐 복도 (낮)


복도를 힘없이 걸어가는 선준.

 

 


50. 여관방 안 (낮)


팔 벌리고 방문 앞을 막아선 여림을 발로 차고 하는 유림들.


유림 구창서 ; (여림에게 다가가며) 이런.


구창수를 손바닥으로 미는 여림.


구창서 ; (호통치듯) 네이노옴!  내가 감히 누군줄 알고..  난 형조참의 대감의 두째아들 구창서다!  구창서어!

여림 ; (뭔가 생각난듯) 잠깐.  명륜방 감나무길에 사신다는 그, 구효서 대감의? 

구창서 ; (응겁결에 고개 끄덕이며) 어어.  

여림 ; (구창서를 안으며) 저 구용합니다, 작은 아버지.  (구창서에게서 떨어져 서며) 아 왜 그,,,  과거에서 연거푸 미끄러지시고는, 논 한마지기에 저희 가족을 족보에 올려주셨더언..

구창서 ; (민망하여) 그그그건...  네이노옴!

여림 ; 알고 있습니다.  그게 다, 저같은 한심한 녀석에게, 공자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보이시려 했던, 살신성인의 자세였다는 걸..

유림들 ; (감탄하며) 호오오..

여림 ; (눈물을 손으로 훔치듯 손을 눈에 갖다대고) 신분이 천하여.. (훌쩍이며) 성균관 유생의 자질이 없다, 자포자기 했던 제게...  (손가락 들어 공중에 한자를 쓰며) 유, 교무류.


여림과 유림들 사이의 공중에 有敎無類 글자가 쓰여진다.    


여림 ; 가르침 앞에는, 어떤 차별도 없이 만민은 평등하다.  이건, 논어 위령공 편의 말씀인데..  기억들 하시죠?

유림들 ; (고개를 끄덕이며) 아 기억하다 말다. 하하하하.

여림 ; (구창서를 보며) 귀한 깨달음을 주지 않으셨습니까?

구창서 ; (의아하여) 내내가?  아아아,, 그랬지, 아암.

여림 ; (공중에 손가락으로 글씨 쓰며) 득, 천, 하, 영, 재, 이, 교, 육, 지..


공중에 得 天 下 英 材 而 敎 育 支가 여림의 손가락을 따라 차례로 쓰여진다.


여림 ; 똘똘한 녀석을 얻어 가르치는 기쁨이, 군자의 삼대 기쁨 중 하나다.  이건, 맹자선생의 말씀인데...

유림들 ;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핫하하하하, 아니이 하하하하.

구창서 ; 그럼, 그럼.  공맹의 가르침을 그, 솔선하기 위해서, 내가 자네를 거뒀잖는가아..

여림 ; 설마, 고친 족보의 먹물자국도 변하기 전에, 그 가르침을 잊으신 겁니까?


서로 난감하여 보는 구창서와 유림들.


구창서 ; 성균관 유생의 자질을 운운하시고자 하신다면, 가장 먼저 벌을 받아야 할 분은, 저와 작은 아버지 같은데요?

 

 


51. 방문 밖 (낮)


정박사 ; (문 앞에서 여림의 목소리를 엿듣다가 혼잣말) 이제 구경꾼 자리에서 내려온 모양이군.  구용하 상유.. 통.


E (여림) ; 어떻게 궁에 가실 건가요?

E (구창서) ; (헛기침) 어험.


복도를 지나 나가는 정박사.

 

 


52. 궁궐 마당 (낮)


병판, 포졸 대장 두 명과 함께 걸어간다.

 

 


53. 성균관 뒷산 (낮)


여림 ; (기분 좋아서 몸을 휘익 돌리며 걸어가며) 병판은?

걸오 ; (바위에 기대서서 팔짱 낀 채) 궁으로.  간신히 유림회합은 막았더니, 경연장으로 간 모양이다.

여림 ;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아 이젠 모두, 금상의 손에 달린건가?

 

 


54. 금상과 대신 집무실 (낮)


탁자 앞에 쭉 늘어선 의자에 앉은 대신들.


금상 ; (약간 위쪽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과인은 경들이, 화성천도에 반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소.

 

웅성대는 대신들.  눈감고 앉았는 영상.


금상 ; (단호한 어조로) 과인의 꺽을 수 없는 꿈이오.  그대들의 꺽을 수 없는 당론이, 한치의 타협원을 찾을 수 없어..  과인은, 그대들의 반대의견을 한번에 물리칠, 비기를 찾아냈소.  금등지사. 


웅성대는 대신들.


금상 ; 노론들의, 임오년의 일을 역모로 몰아, 단 한번에 제압하고, 과인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비기.

병판 ; (문 열고 들어와 고개 숙이며) 전하, 신 병조판서 하오규, 들겠나이다.

금상 ; (옆에 있는 금등지사가 든 상자에 손을 올리며) 바로, 여기, 이것이오.

병판 ; 전하, 그것은..

금상 (크게 호통치듯) 과인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병판!  (상자를 열려고 한다)

병판 ; (팔을 들고 막으려 다가서며) 신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 금등지사는...

금상 ; (크게) 금등지사는!  남아 있지 않았소.


놀라서 보는 대신들.


금상 ; 과인의 미욱한 바람을, 비웃듯 말입니다.  허나, 과인은 화성천도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그대들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 아니라, 나의 백성들을 위해, 시작한 싸움이기 때문이오.  과인은,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55. 집무실 앞 복도 (낮)


좌상이 맨 앞에 나가고 그 뒤로 다른 대신과 서서 나오는 병판과 대신들.


대신1 ; (걸어 나오며) 아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금등지사는 없질 않습니까?

병판 ; (멈춰서) 그러니 이제 나도.. 도무지..

대사헌 ; 대감!


멈춰서 돌아보는 병판과 대신.


대사헌 ; (병판에게 다가서 병판 보며) 지난 신축년, 선대왕 유지 찬탈 사건의 주범으로, 의금부로 압송하라는, 어명이 계셨습니다.

병판 ; (놀라서) 뭐라?

 

 


56. 금상 집무실 (낮)


화로 속에서 타는 금등지사가 쓰여진 종이들.

마주서서 화로를 보는 금상과 윤희.


금상 ; (윤희 보며) 내게도, 그리하겠다, 약조하라.  과인의 초라한 죽음이 아닌, 과인의 짧은 생애가 아닌, 과인의 꿈을, 과인이 그토록 소망하던..  이 땅의 내일을,  그대가 오래도록, 기억해 주겠는가?   나 역시, 그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윤희 ; (금상 보며) 그리.. 하겠습니다, 전하. (미소 짓는다)

 

 


57. 금상 집무실 밖 복도 (낮)


나와서 걸어오는 윤희, 맞은 편에 선 좌상을 보고 놀라 고개 숙인다.  윤희를 보며 선 좌상.

 

 


58. 좌상 집무실 (낮)


큰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은 좌상과 윤희.


좌상 ; 여인의 몸으로.. 성균관이라?  생각보다 더 당돌한 이였군.  갈짓자로 걷지 않기 위해, 나를.. 경계로 삼겠다.. 했던가?


죄송한 표정으로 고개 약간 숙이는 윤희.


좌상 ; 잘 되지 않을 걸세.  눈 뜨고도 허방을 짚는 게, 그게 인생이니까.  혼자는 쉽지 않을 것이니..  우리 아이 곁을 지켜주겠나?


놀라서 고개 들어 좌상을 보는 윤희.


좌상 ; 이 늙은이의 욕심이, 과한 것인가?

 

 


59. 성균관 뜰 (낮)


큰 나무 앞에서 마주 선 선준과 걸오.


선준 ; (고개 숙이며) 고맙습니다, 사형.

걸오 ;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의아하여 보는 선준.


걸오 ; 이제 니몫이야.  내가 더는 그녀석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게, 똑바로, 제대로,, 끝까지.. 하는 거다.

선준 ; 그동안, 사형께서 아껴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걸오 ; (피식 웃음 띠고) 그만해라..  낯간지럽니다..

여림 ; (걸오와 선준 쪽으로 빙빙 몸을 돌리면서 걸어와) 여기서 뭐해?  주인공은 아까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에.. 어?  가자구, 대물 녀석 왔다니까.  어, 가자, 가자. (선준어깨를 걸고 가려고 하는데)

걸오 ; (여림의 뒷목덜미 부분의 옷을 잡으며, 선준 보고) 가봐.

여림 ; (걸오 보며) 아이, 같이 가자구?

걸오 ; (여림 보고 고개짓하며) 니가 낄 자리냐?


가는 선준.


여림 ; (그런 선준 보다가 다시 걸오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그럼 내자린, 여긴가? 


여림의 배를 주먹으로 가볍게 치는 걸오.


여림 ; (팔 그대로 둔 채) 왜에?

걸오 ; 하하하...

여림 ; 하하하... (걸오의 몸을 반대로 돌려 데리고 가며) 가자아..

 

 


60. 존경각 (낮)


존경각 문을 열고 들어와 책장 사이로 내려서서 거닐며 살펴보는 선준.


*몽타주 

  - 존경각 책장 사이에서 달려와 서 있는 선준에게 돋음발로 서서 뽀뽀를 하고 떨어져 서는 윤희.


생각에 잠겼다가 책장 사이를 다시 걷는 선준, 책장 앞에 서서 책을 읽는 한 유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몽타주 

  - 감옥 문 밖에 서서 감옥 문 안의 선준과 마주 선 윤희 ; 내가 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정인, 여인의 마음 뿐이오.


여전히 유생의 뒷모습을 보며 다가가 유생의 뒤에 서는 선준. 

유생은 윤희다.


선준 ; (뒷짐 지고 책 읽는 윤희 뒤에 서서) 재주넘는 곰, 봤소?

윤희 ; (책 에서 얼굴들어 기뻐 미소 띠며) 왕서방?  (돌아서서 선준을 미소 띠고 본다)


마주 보고 웃는 두 사람.

 

 


61. 저자거리 (밤)


천 파는 가게에 기생과 마주하여 선 여림.


여림 ; (기생의 저고리 한쪽 끝을 열어 보고 인상 쓰며) 으음..  너한테 이 깔은 정말 아니다아.. 어?  넌 이 구용하가 만든 옷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고전적으로 생겼어.

기생 ; 성균관 유생 출신이라던데.. 이 솜씨는 대체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여림 ; 타고났지이..  나 구용하다.


하늘에서 파란 쪽지가 떨어진다.


E (사람들) ; 청벽서다!


여림 ; (떨어지는 파란 쪽지를 보다가) 이 친구, 또 시작이구만.. 또 시작..

 

 


62. 지붕 위 (밤)


지붕 위에서 떨어지는 파란 쪽지 여러장.  쪽지가 떨어진 지붕 위에서 화살통을 뒤에 차고 검은 복장을 한 괴한이 지붕 위를 달려간다.  그 옆 마당에서 괴한과 동시에 달려가는 포도대장 차림의 걸오.  어느새 지붕 위에서 괴한의 앞을 막는 걸오.


걸오 ; (괴한과 잠시 팔로 싸우다가 괴한의 복면을 벗기고 딸국질) 어헉.  (한 팔로 괴한을 잡고 글이 서툴게 쓰여진 파란 쪽지를 괴한에게 보여주며) 이런 엉터리 문자앙..  자꾸 쓰면 습관된다.  (돌아서 가며 혼잣말로) 아니 요즘 성균관에선,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제대로 된 벽서를 못보네.  어헉. (딸국질을 하다가 뒤돌아 보면 벌써 가고 없는 괴한.  피식 웃는 걸오)     

 

 


63. 성균관 뜰 (낮)


뒷짐 지고 걸어가는 박사 한 명의 뒷모습.  그 뒤를 쫓아가는 여러 유생들.


유생들 ; 박사님, 박사님, 논어제 수업에 질문 있습니다.


돌아서는 박사, 윤희의 웃는 모습이다.


유생 1 ; (윤희에게 반한듯, 함박 웃음 띠고, 종이를 보이며) 논어 위정편, 학이불사즉망에 대한, 제 의견의 점수가.. 잘못된 듯하여..

윤희 ; (유생이 든 쪽지를 신경질적으로 탁 뺏어 들고)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버린다는 뜻이다.  (유생을 보며) 자넨, 스스로 생각지 않고, 스승을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니, 그 자셀 선비라 할 수 없어, 불통.  질문을 했으면, 응당 서책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기가 차서 고개를 돌리는 윤희쪽을 보며) 감히 우러를수도 없는, 스승의 얼굴만 바라보니, 결코 학인의 자세라 할 수 없다.  자넨, 불통, 불통이다.

윤희 ; (선준을 똑바로 보며) 아는 것도 되묻는 것은, 학문의 기본이니, 이 유생은 통이요.  또한, 스승에 대한 깊은 존경의 마음을 갖는, 어여쁜 제자의 마음은 통이요, 그것도 대통입니다, 이 박사.


서로 노려보며 마주 선 윤희와 선준.


대사성 ; (서 있는 유생들은 밀치고 선준과 윤희의 가운데 서서 뒷짐 지고) 지금 뭐하는 겁니까, 이선준 박사, 김윤식 박사?  자네들이, 학문이면 학문, 유생관리면 유생관리, 매번 이렇게 쌈박질이니,, 아 내가, 부하직원 관리소홀로, 이번 인사이동에서도 또!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제발 철 좀 드세요, 철 좀.  언제까지 이렇게 싸우기만 할 겁니까?  아 그래가지고서야 어디, 이 사람이 살아생전에 중앙조정에, 발길이라도 한번 해 보겠습니까?  (머슥하여) 아 그러니까,, 이게 어디까지나 그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성균관의 평화를 위해.... 


서로 마주 노려보는 선준과 윤희, 가버린다.

가는 두 사람을 보다가 말을 멈추는 대사성.

 

 


64. 방 안 (밤)


윤희 ; (속곳 바람으로 앉아 손가락으로 병풍을 쓱 문질러 앞에 가져다 보다가 놀란 눈빛으로 손가락을 훅 불고 선준을 보며) 오늘 청소 당번은, 이선준 박사인걸로 아는데,.. 하라는 청소는 제대로 안하고, 질투만 하면, 지아비로서 통 받겠소?

선준 ; (마주보고 앉아) 날 틀렸다고 하는 건, 하는 수 없지만, 날 싫다고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소.  (윤희에게 가볍게 입맞추고) 허면, 이건 통이오? 


어이 없어 웃는 윤희.


선준 ; (마주 본 채) 통을 받을 때까지 난, 멈추지 않을 생각이시오?  (다시 입맞추려 얼굴을 윤희에게 가까이 가는데)

 

윤희, 검지로 선준의 입을 막고, 몸을 약간 움직여 옆의 촛불을 불어 끈다.

선준, 윤희를 어깨를 밀쳐 눕히며, 위에 엎드린다.


윤희 ; (웃음 웃다가) 오늘 왜 이러시오?  후후, 후후후.

선준 ; 잠깐만..  (손으로 책상 위의 책을 가져가 보며 엎드린 채) 아이, 아직 미숙해서..

윤희 ; 그 책은, 언제까지..?

선준 ; 아, 이거구나.  아, 이게 아니었소?  쓰읍.

 

 


<지금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스 대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스 원본  (0) 2015.07.09
성스 제19강 대본 (필사)  (0) 2013.01.31
성스 제18강 대본 (필사)  (0) 2013.01.26
성스 제17강 대본 (필사)  (0) 2013.01.10
성스 제16강 대본 (필사)  (0) 2013.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