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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대본

성스 제13강 대본 (필사)

 

                        

 

 

   성스 제13강 (필사)


1. 성균관 마당에 임시로 차려진 주막 (밤)


초선 ; (자리에 서서) 도련님께서 연모하는 이는 제가 아니었습니다. 

윤희 ; (앉은 채 초선 올려다 보며) 그게.. 무슨 말이오, 초선이?

초선 ; 도련님께서 마음에 두고 있는 이는, 제가 아닙니다.  이자리에 계신 그분을 제가 맞춰봐도 될런지요?

윤희 ; 그게 무슨 말이오?


초선, 걸어서 효은과 선준 뒤를 돌아, 선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선준의 볼에 입맞춘다.


효은 ; (놀라서 손으로 자기입 막으며) 하아!

윤희 ; (놀라 일어서는 초선 보며) 초선이?

효은 ; (벌떡 일어서서) 너 이게 진짜..  (선준이 자기를 올려다보자, 아차 싶다.  어지러워서 쓰러지듯 선준의 어깨에 기대 앉아 눈감는다) 아아..

초선 ; (그런 효은의 연기 보며) 그만두십시오, 아가씨.  전 이렇게 반듯하기만 한 사내에겐, 어떤 설렘도 느낄 수 없으니까요.  (윤희 보며) 제가 연모하는 도련님께서.. 제겐 단 한번도 안주시던 눈빛으로 애기씨를 바라보시기에, 저도 도련님 애좀 태우느라.. 장난 한번 쳐본것 뿐이니까요.

효은 ; (한쪽 이마를 손으로 짚으면서 선준에게서 떨어져 바로 앉으며) 아어..

초선 ; (선준 보며) 오늘은 결례가 과했습니다, 도련님.  언제고 모란각에 오시면 벌주 한잔 올리터이니.. (고개 숙여 인사하며)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지요.  (윤희에게 고개 숙이고 간다)


윤희, 일어나 급히 초선을 쫓아간다.

그런 윤희를 보는 선준.


2. 마당 일각 (밤)


제13강 자막 뜬다.


초선, 치맛자락 잡고 천천히 걷는다.


윤희 ; (급히 뛰어와 초선 옆에 서서) 미안하오, 초선이.  내가 잘못했소.  다 다.. 내 잘못이오.

초선 ; (부드러운 표정으로) 마음이 시켜 하는일에, 어찌 잘잘못이 있으며.. 누가 누구에게 죄를 묻겠습니까?  저를 돌아봐주시지 않는다하여, 도련님을 원망할 철부지는 아니니.. 너무 염려마십시오. 

윤희 ; 초선이..

초선 ; (걱정스런 눈빛으로) 저는 ... 도련님이 걱정입니다아..  내사람이 될수없는 이를 원하다, 상처입고.. 상처입히고, 그래도 쉬이 그마음이 접어지질 않아, 날마다 무간지옥을 헤매지요.  첫정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인사하고 간다)

윤희 ; (초선 뒷모습보다 생각하며 혼잣말로) 첫.. 정?


3. 주막이 있는 마당 (밤)


초선이 입맞춤한 선준의 볼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효은.

그 효은의 손을 멈추게 하려고 잡는 선준.

오다가 그 장면을 뒤에서 보고 고개를 돌리는 윤희.

손수건을 받아 자기가 닦는 선준.

   

윤희 ; (다시 와서 효편에 맞은편에 서서) 초선이 일은 결례가 과했습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니, 마음에 담지 말고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고개 숙인다)

효은 ; 음, 결레인건 아십니까?  고운 여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이야.. (고개 살짝 기울이며) 죄라 할 수 없겠지요오..  허나, 전.. (선준 보며) 이분의 사람입니다아..  정작 사과를 해야 할 분은, 저희 도련님께가 아닐런지요?

윤희 ; (선준 보며) 미안하게 됐소.  허나, 실은..

선준 ; (윤희 안보고 정면 응시한 채 생각에 빠진 얼굴로) 됐소.  그만 돌아가시오.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가는 윤희.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잔 들어 술을 모두 마시는 선준.


4. 주막 일각 (밤)


윤희, 슬픈 표정으로 힘없이 걸어가는 윤희.

도현 일행 약간 취해 웃으며 (아하, 하하하하) 걸어오다가 윤희 본다.


도현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야아, 저저..

우탁 ; (색안경을 한손으로 올리듯 만지며) 대물 아닙니까?


5. 마당의 주막 (밤)


탁자에 앉아 한입에 다 마시고 다시 술잔을 내미는 윤희.

앞에 앉은 도현 일행.


도현 ; (윤희 술잔에 술 채워주며) 괜찮겠나?  그래 뭐 이거, 쭈욱.


한입에 다 먹고 또 술잔을 내려놓는 윤희.

이게 뭔 일인가 긴장하여 우탁에게 술병을 건네는 도현.

우탁,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술병을 받아 윤희에게 따라준다.

술을 먹고 잔을 내려놓는 선준, 옆 탁자에서 술에 취해 웃는 윤희의 모습을 본다.


도현 ; (술을 계속 마시는 윤희에게 걱정되어) 어, 아유, 너무 한입 털지마아..

우탁 ; 천천히 마시래니까..

윤희 ; (취해서 잔을 내밀며 웃는다) 허헛..

도현 ; 야, 그거.. 아니 왜..

효은 ; (윤희 쪽을 보고 혀를 차며) 아허, 사내 인물 뜯어먹고 사는거 아니라더니.. 쯧쯧쯧쯧..


효은을 보는 선준.


효은 ; (선준보더니 아차 싶어 자기입을 손으로 막으며 놀란다) 앗! 아 아 아니.. 제말은.. 김윤식 도련님.. 말입니다아..  곱상하게 생기신 분이, 기생아일 옆에 앉혀두고도, 어찌 제게 그런 눈길을 주신답니까아.. 


약간 화난 듯 술을 한입에 마시는 선준.


효은 ; 허나.. 염려마십시요오..  제겐 오직, 도련님 뿐입니다아.. 흐흣.


윤희, 취해서 의자 뒤로 몸이 많이 젖혀진다.

윤희를 보고 있던 선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도현 ; (윤희 잡아주어 제대로 의자에 앉히며) 아이 대물, 왜그래에.. 아아, 나이..


놀라서 따라 일어서 윤희 쪽을 보는 효은. 


선준 ; (다른 이들이 윤희를 잡아주는 걸 보고 안심하며 시선 윤희에게 둔 채) 시간이 늦었습니다.  모셔다 드리지요..


술에 취해서 또 술잔을 들고 술 마신 후 턱 괴는 윤희.

탁자에 엎드리는 윤희.

그런 윤희를 두고, 감당 안되는지 서로 손짓하여 가는 도현, 해원, 우탁.

 

6.  성균관 뜰 일각 (밤)


취해서 어깨동무하고 가는 도현 일행.


해원 ; 앞으로 김윤식이 별호는, 진상이다.. 진상.  아후.

우탁 ; 대물은 어쩌고?

해원 ; 아 초선이한테 채였는데, 대물이 무슨 상관이야, 대물이..

도현 ; (크게) 자식이 너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매정하냐아?  아까 못 봤냐?  초선이 이선준한테 뺏기고, 어찌나 억울한지.. 아주 술독에 빠져서 울더라, 울어!  어허흑흑..  (간다)

걸오 ; (도현 일행 뜰에서 가고 없자 나무 위에 팔짱 끼고 서서 혼잣말로 미소 띠고) 김윤식이, 초선이를 좋아한다고?  흐흐 재밌군.  하하.


7. 주막 (밤)


취한 채 여전히 탁자에서 술병의 술을 잔에 따라 마시는 윤희.  


걸오 ; (윤희 앞에 서서 술잔을 뺏으며) 그만 해.

윤희 ; (술병을 흔들고 헤롱대며) 헤, 아직 술이 남았습니다, 헤, 아 아깝잖아요오?


걸오 ; (술병을 뺏어 다 마시고 내려놓으며) 됐냐?

윤희 ; (걸오 보며) 어어..  사형, 그건.. 건 제 술입니다아.. 아아.. (비틀대고 일어서서 걸오에게 다가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앞에 서 있는 걸오에게로 넘어진다.)  


그런 윤희를 잡아서 바로 세우는 걸오.

윤희, 눈이 스르륵 감기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또다시 걸오의 가슴팍으로 푹 머리를 기대며 쓰러진다.

그런 윤희를 업고 가는 걸오.

몇 걸음 떨어져 그 장면을 보고 섰는 선준.

  

8. 성균관 뜰 (밤)


윤희 ; (걸오 등에 업혀서 눈 감은 채 약간 울먹이며) 나쁜자식.

걸오 ; (윤희 업고 걸어가며) 뭐라고?

윤희 ; 남들은 다 나쁜 놈이라고 다 욕해도, 나한텐 너무 고마운게 많은데..  난 늘 받기만 했는데.. (울먹이면서) 이런 내마음도 몰라주고..  나한테 어떻게.. 어떻게..

걸오 ; (기뻐서 약간 미소 띠고 잠시 멈추어) 설마 너어.. 지금 하늘같은 선배한테, 나쁜자식이라는 거냐?  허허. (다시 간다)

 

9. 학습실 (밤)


중앙에 큰 탁자가 있고 주위에 촛불이 켜져 걸렸고, 붓들이 걸려 있다.


병춘 ; (탁자 위의 작은 빨간 표식 깃대 세 개를 고봉 앞에 세우고 고봉의 손을 덥석 잡으며) 나한텐 너밖에 없다아.  우리 엄마 좀 살려주라, 고봉아.  이번에 또, 장의 눈밖에 나면.., 난 그냥... (손바닥을 자기목에 댄다)

고봉 ; (약간 울먹이며) 내가, 내가 어떻게 하먼 되는데에?

병춘 ; 김윤식을 잡으려면, 먼저 잡아야 될 말이 두 개나 있어! (손가락 두 개 세워 내민다)

고봉 ; 그게 뭔데?

병춘 ; (빨간 표식 한 개씩을 양손에 들고) 에이씨이.. 이선준, 문재신.

고봉 ; 좌상대감 아들이랑, 대사헌 아들을?  우리가?

병춘 ; 야임마, 우리가 왜 그 비실비실한 김윤식한테 매번 당했는지 몰라?  (빨간 표식을 다시 탁자에 놓여 있던 표식 한 개 옆에 갖다 놓으며) 이자식들이, 어, 딱 옆에서 붙어있어서 그런거야아.  (가운데 빨간 말 한 개를 다시 들고) 이자식만 없으면, 이 김윤식은 아--무것도 못할걸, 알겠어?      


고개 끄덕이는 고봉.


10. 중이방 (밤)


윤희의 머리를 한손으로 받치고 이부자리에 눕히는 걸오.

베게를 가져와 윤희를 눕히다가 윤희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이 지나치게 가깝게 있게 된다.

긴장하여 딸국질이 나서 밖으로 급히 나가는 걸오.


11. 유생방 앞 (밤)


선준, 뒷짐 지고 걸어 오고 있다.

걸오, 기둥 잡으며 기역자 모양의 유생방 모퉁이를 돌아들다 오는 선준을 보고 선준이 앞에 올 때까지 기다리고 섰다.


걸오 ; (선준이 앞에 오자) 너 뭐하는 자식이야?  애가 저지경이 될때까지 옆에서 넌, 뭘하고 있었냐고?


선준, 무시하고 가려는데..


걸오 ; 저 여리여리한 자식이,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몸이 망가지도록 먹고 있는데.. 넌 걱정도 안되냐?

선준 ; 제가. (사이) 왜 그런 걸 걱정해야 됩니까?  

걸오 ; (어이 없어) 뭐?

선준 ; 그렇게 걱정되시면, 사형께서 직접 챙기시면 될게 아닙니까?

걸오 ; 근데 이자식이? (선준 멱살 잡는다)

선준 ; (멱살 잡은 걸오 손목 세게 잡고 내려놓으며, 약간 이 악문 채) 다시는, 김윤식 그이름. 사형 입으론 듣고 싶지, 않습니다. (가버린다)


어이 없어 선준 돌아 보고 선 걸오.


12. 금상 집무실 (낮)


병판 ; (영상과 함께 탁자 앞에 서서) 홍벽서에게 엄벌을 내리시기를 청하는 상소문이옵니다.. 전하.

금상 ; (의자에 앉아 안경 쓴 채 상소문을 쭉 펴 보며) 홍벽서의 약탈과 살생이 끊이질 않고 있다아..        

병판 ; 관공서와 거상의 집을 털던 의적흉내에서 벗어나, 이제 백성들의 살림과 목숨을 도륙하며 나라의 기강을 문란케하고 있습니다.  홍벽서를 잡아들여, 죽음으로 그 죄를 다스리시고, 국법의 지엄함을 바로 세우시옵소서.


*몽타주 ; 홍벽서가 방에서 나와 물건들을 훔치고 관군과 칼싸움하는 장면.


금상 ; (안경 벗고) 아래로는 백성의 원성이 자자한 천인공로할, 도적이요.  위로는 나라의 기강을 문란케한 역도가 됐다?  금등지사의 진실을 말하던, 홍벽서가 말입니다.

영상 ; (붉은 쪽지를 금상에게 건네며) 홍벽서가 다음목표로, 운종가에 나타날 것이야, 스스로 밝혔다 하옵니다.

금상 ; 단 한번도 자신의 행보를 예고한 일이 없었거늘..  안 그렇습니까, 병판?

병판 ; 백성들의 영웅이 되었다 믿는, 방자한 소행이 아니겠는지요?

금상 ; 이렇듯 예고까지 했으니.. 이를 잡지 못한다면 병조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병판?

병판 ; 소신 목숨을 바쳐, 홍벽서를 잡아들이겠습니다.

금상 ; 그리하세요.  과인은 이자의 배후를 알아내, 그 죄를 엄히 다스릴 생각입니다.


13. 창고 (밤)


병판 ; (창고에 들어와 문을 닫고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수고가 많-았다..  이제 운종가에서, 그놈 홍벽서를 잡으면, 내 너에게 한 약조는 지켜주마.


검은 옷과 복면을 하고 뒤돌아서있는 사람, 빨간띠와 칼을 내려놓는다.

   

14. 성균관 마당 (낮)


동군 유생들 ; (동군 복장하고 양옆으로 길을 내고 그 사이로 동군 복장의 선수들이 나올때마다 깃발을 흔들며 함성) 와아!  동군, 동군, 동군!

고장복 ; (북을 치고) 동군선수 입장!

서군 복장의 유생들 : 서군, 서군, 서군, 서군!

고장복 ; 서군선수 입장!

병판 ; (앉아서 옆에 부부동반하여 앉은 좌상에게) 기대해 주십시오, 대감.  오늘밤이면 이들 중 누군가, 제 발로 홍벽서임을 자백하려고, (주먹 쥐고) 스스로 이 손아귀 안에 걸어들어올 것입니다.  허면, 더이상 금등지사를 들먹이며, 대감의 숨통을 죄는 일도, 없을 겝니다.  믿으세요.

좌상 ; (정면 응시하고) 오늘의 호언장담이, 내일아침에 부끄럽지 않길 바랍니다, 병판.


북소리와 유생들의 함성소리.

양쪽의 응원단들 양쪽으로 쫙 물러나면, 양팀 선수들만 서로 마주보며 남아있다.

선준과 여림, 장의는 동군 복장이고,

걸오와 윤희는 서군 복장이다.


섬섬 ; 어머 웬일이니, 웬일이니.  잘금 4인방이, 이번엔 찢어졌잖아.

앵앵 ; 그럼, 우린 누구 편을 들어야돼? 동군, 서군?

대사성 ; (뒤에 병풍 놓인 곳의 앞 쪽에 서서) 하하하하 하하하, 동군도 좋고, 서군도 좋습니다.  이제 장치기 대회에서는 더이상의 패싸움은 없을테니까요.  (옆 탁자에 놓인 상자를 치며) 이런 고급 약상자도 안녕입니다, 정박사..  노론이 이겼네, 소론이 뒤집었네, 아 죽자고 덤벼들 놈이 없으니, 아 이 유쾌한 경기장에서 우린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아. 허허허허.

유박사 ; 해마다 노론이 승리를 해온터라, 노론유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장의가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정박사 ; 성균관 장의가 아닙니까, 유생들 손으로 직접 뽑은.  그정도 덕성은 갖춰야, 마땅한 일이지요.         


서군 복장의 병춘에게 곁눈질을 하며, 뭔가를 지시하고 걸어가는 장의.

마주 선 선준과 윤희.  그 사이를 지나가는 장의.

윤희, 선준을 보고 섰고, 선준은 딴 생각에 빠져 있다가 매려던 팔토시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서로 주우려고 엎드린 선준과 윤희. 

먼저 주워서 윤희의 손에 있는 토시를 뺏듯이 가져가는 선준.

고개 들고 마주 보게 된 윤희를 외면하고 가는 선준.

  

윤희 ; (선준의 표정이 안 좋은 걸 보고 선준의 앞에 가 서서) 혹, 아직도 어제일 때문에, 마음이 상해 있소?  난 정말, 병판댁 따님에겐 아무 관심없소.  믿어 주시오.


여전히 표정 굳은 채 외면하고 가는 선준.


윤희 ; (그런 선준 앞에 또 가서, 강하게) 정말이오.  난 오직 초선이, 일편단심, 초선이밖에 없소.

선준 ; 관심없소.  그 마음이 어디로 향하든, 누굴 바라보든, 난 아무 관심도 없으니, 구차한 변명 따윈.. 그만두시오.  (가버린다)


섭섭한 표정으로 선준의 뒷모습을 보는 윤희.

걸어가다 돌아보는 선준.

걸오, 윤희 옆으로 온다.


윤희 ; (팔의 끈을 묶다가 옆에 온 걸오에게) 사형, 저 오늘, 정말.. 정말, 열심히 할겁니다.

걸오 ; 왜에?  (선준을 얼굴로 가리키며) 저 노론자식이 뭐래?

윤희 ; 지금까진, (선준 쪽에 시선 두고)늘 같은 편이었지만, 앞으로는 아마 그럴수 없을테니까요.  저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겁니다.  (소매끈을 묶는다)

걸오 ; (윤희의 소매끈을 묶어주며) 니가 왜에.. 혼자야?


북소리.

15. 성균관 마당 (낮)


대사성 ; (깃발 올려 들고) 지금부터, 성균관 유생들과 온 백성이 함께하는, 경술년 장치기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유생들, 북 치며, 응원의 함성과 노래 부른다.

유생들 앞에 서서 망토를 걸치고 춤추며, 응원단장 노릇을 하는 도현.

앉아서 박수 치며 보고 있는 섬섬과 앵앵, 미소 띄며 보는 초선.

장치기 채를 내리고 준비하는 서군 복장의 윤희, 그 뒤에 보이는 걸오.

동군 복장의 장의 보이고, 그 뒤로 같은 복장의 선준 보인다.


정박사 ; (올려다 보며) 동군 선수가 아닌가? 구용하 유생.

여림 ; (소맷자락을 올려 팔에 작은 천 붙어 있는 것 보이며) 부상 선숩니다.  진맥 좀... (살짝 미소띤 채) 어제 입청재 때 무리를 좀 해가지구요..


북치는 함춘호.


고장복 ; (함춘호 옆에서 양손에 든 깃발을 앞으로 내밀며) 전반전, 시작이요!


유박사, 동군과 서군 대표 사이에 그려진 선 위에 주먹만한 공을 놓고, 서서 양손의 깃발 올린다.

동군과 서군(병춘) 대표, 바닥에 댄 채로 공을 서로 치려고 채 사이에 있는 공을 채로 밀면서 버틴다.  그러다가 그 힘에 공이 공중으로 솟구친다.

서군 응원군들 북치며, “쾌지나 칭칭나네”를 후렴구로 외친다.


해원 ; (응원군 앞에서 망토 두르고 선창 한다) 우리 걸오, 동군 박멸! (유생들 ; 쾌지나 칭칭나네)  대물 한번 힘좀 써라!


도현,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앞에서 춤춘다.  


동군 응원단 ; 라리람빠람빠, 리라리람빠요, 동군, 동군, 동군, 동군!

서군 응원단 ; 서군, 서군, 서군, 서군...

동군 응원단 ;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동군, 동군, 동군, 동군...


E (병춘) ; 다른놈들은, 다 공문을 향해 공을 던지겠지만, 장의는 무조건 공을, 김윤식을 향해 던질거야. 


장의, 공을 쳐서 윤희에게 준다.  윤희, 기뻐서 급히 채로 공을 밀며 간다.  그걸 보며 웃는 장의.  걸오가 윤희 옆으로 뛰어온다.


E (병춘) ; 그럼, 걸오 그자식은 니가 맡아.


걸오, 윤희의 옆에 와서 채끝을 바닥에 대고 윤희의 공을 기다린다.

이때, 고봉이 걸오의 채를 자기 채로 막고 걸오의 몸을 자기 몸으로 막는다.


E (병춘) ; 난, 김윤식에게 다가가, 공을 치는 척, 그자식 머리통을 날려줄테니까.


공을 채로 몰고 공문 가까이로 가는 서군 윤희.

서군 복장의 병춘, 동군 한 명을 밀고 공문 앞에 섰다가 채를 들어, 공을 몰고 자기에게 다가오는 윤희의 머리를 치려는데...

동군 복장의 선준, 병춘과 윤희의 사이에 뛰어 들어와 공을 낚아채 간다.

그쪽으로 속상한 표정으로 달려가는 윤희와 병춘.

기뻐서 웃는 효은.

선준, 반대편 공문 쪽으로 공을 채로 밀며 달려간다.  여러 명의 동군에게 부딪치며 달려가다가 공을 놓친다.

그 공을 다시 잡아서 채로 밀며 공문 쪽으로 가는 윤희.

공문 앞에서 윤희를 마주 보며 채를 위로 올려 치려고 기다리는 병춘.

또 와서 윤희의 앞을 가로막고 채로 공을 뺏으려는 선준.

그 바람에 넘어지는 병춘.

윤희와 선준, 바닥의 공을 사이에 두고 서로 채로 공을 뺏으려다가 어깨끼리 밀게 된다.

윤희, 선준의 어깨에 밀려 바닥에 넘어진다.

그걸 보고 달려가는 걸오.

선준은 공을 채로 치며 급히 달려가서 반대편 공문에 날려 넣는다.

사람들, 일어서서 박수치고 함성 지른다.

기쁜 표정으로 앉아서 박수치는 선준모.


병판 ; (기뻐서 박수치며) 어이구! 아하하하. 

효은 ; (기뻐서 일어설듯하여 박수치며) 아, 하하하!

서동 ; (뒤의 넓은 나무판자가 반으로 나뉘어 동군, 서군으로 쓰여 있는 곳에 선 두 명의 서동.  동군 판 앞에 선 서동, 오른팔에 든 깃발을 올리며) 동군선수, 1점!


동군 유생들, 함성 지른다.

서군 유생들, 속상해하는 모습.

선준, 공문 앞에 서서 넘어진 윤희 쪽을 본다.

걸오, 윤희에게 다가와 손 내밀어 넘어진 윤희를 일으켜 준다.

그걸 보는 선준.

선준 쪽을 보는 윤희와 걸오.

선준, 걸어온다.

걸오도 화나서 선준 쪽으로 걸어간다.

선준, 걸오 옆을 화난 듯 급히 지나가다가 걸오의 채를 떨어뜨린다.

선준의 팔을 잡아 돌려 세우는 걸오.

노려보는 두 사람. 

효은, 양손바닥을 대고 긴장하여 본다.

좌상과 선준모도 긴장하여 그 쪽을 본다.


대사성 ;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니, 저 저 저런..

여림 ; (혼잣말로) 야아,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데..


걸오, 선준의 멱살을 잡는다.     

그런 걸오의 팔을 손으로 잡는 선준.


유박사 ; (다가와서 둘 사이에 손을 넣어 떼려 하며) 뭐하는 짓인가?  빨리 떨어져, 어서.  (미는 걸오의 힘에 의해 떨어져서 넘어진다)

걸오 ; (멱살 놓고) 너 이자식, 지금 뭐하는 짓이야? 

선준 ; (노려 보며) 경기 중입니다.  이만한 몸싸움이야, 무례라 볼 수 없습니다.

걸오 ; (노려 보며, 세게) 몸싸움도, 상댈 봐가면서 해야지!  한번만 더 건드려봐, 그땐 내가..

선준 ; (아주 크게) 김윤식 일에 나서지 말랬잖아! (주먹을 들어 치려 한다)


놀라는 병판과 효은.


윤희 ; (선준의 손목을 잡고 정색하고)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우탁 ; (어안이 벙벙하여 보며) 왜저래?

병춘 ; (고봉의 옆에 서서 윤희 쪽을 보고 미소 띠며) 얼라리여?

윤희 ; 경기 중에 주먹질이라니, 부끄럽지도 않소?  (걸오 보며) 신경 쓰지 마십시오.  상대할 가치도 없습니다. (간다)


윤희의 뒤를 따라 가는 걸오.

선준, 자신의 주먹을 보고, 주먹 쥐었던 손을 편다.

깃발 올라간다.

선준과 걸오, 서로 노려보며 채를 움직여 공을 뺏으려 한다.

동군과 서군, 서로의 팀을 응원한다.


여림 ; (앉아 있는 대사성과 정박사 뒤에 허리 약간 굽히고 서서 대사성의 귀 옆에 대고) 아.. 이거, 이거, 이거.. 칼만 안 들었지, 전쟁인데요, 전쟁.

대사성 ; (일어서 팔로 경기하는 곳을 가리키며) 아니, 저저저 대체 왜들 저런답니까? 에?  노론, 소론 당색으로 나눈 것도 아닌데.. 싸울일이 뭐가 있어서, 저렇게 죽자고 덤벼드는지... (다시 앉으며) 나 이거야, 원, 정말.  

여림 ; 놔 두십시요오..  아직은 한창, 싸우면서 클 나이 아닙니까?  저녀석들, 피가 뜨거운 사내놈들이니까.

정박사 ; (앞을 보며) 그러는 자네는 매번 구경만 하고 있군.  대사례때도, 오늘도.  어느쪽이지?  싸우는 게 두려운건가.. 아니면 지는 게 두려운 쪽인가?

여림 ; 아하, 글쎄요오..  아마.. (정박사 보며) 둘 다?


16. 경기장 (낮)


선준 달려가면, 와서 강하게 어깨 부딪쳐 막는 걸오.  둘의 몸싸움이 심하다.

베일달린 모자 쓴 채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는 초선.

걱정스런 효은.

둘의 몸싸움 중에 둘 사이의 바닥에 놓인 공을 채로 슬슬 끌어내는 서군 복장의 고봉, 공을 같은 복장의 장의에게 준다.

장의, 받은 공을 채로 쳐서 동군 복장의 윤희에게 보낸다.

윤희, 신나서 채로 공을 몰고 간다.

기쁜 표정의 초선과 기생들.


여림 ; (부채를 쫙 펴서 걸으며) 장의가 좀 이상한데..  저렇게 실수가 잦은 친구가 아닌데..


걱정스런 눈빛의 정박사.

동군 유생들, 응원한다.

공문 앞으로 공을 몰고 가는 윤희.

윤희의 앞에서 같은 복장으로 채를 위로 들고 서서 윤희를 치려 하는 병춘.

걸오, 선준과 몸싸움 중에 그걸 보고 급히 달려와서 병춘을 몸으로 막는 동군 복장의 걸오.

서군 복장의 고봉, 와서 걸오를 몸으로 막는다.

세 명이 얽혀 있는 가운데 다시 공을 몰고 가는 윤희.

보는 장의.

윤희를 보는 선준.

윤희를 보며 기뻐서 웃고 있는 초선.

그 모습을 노려 보는 장의.

윤희가 공문 가까이 공을 몰고 가자 공문 앞에서 채를 들고 윤희를 내려치려는 장의.

무서워서 눈을 감는 윤희.

그걸 본 걸오, 고봉과 병춘에게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그때 선준, 윤희 앞을 막아 선다.

장의가 내려친 채가 선준의 등을 때리게 되고, 선준은 윤희를 안고 넘어진다.

놀라는 초선, 걸오, 선준모의 얼굴 차례로 보인다.

놀라서 일어서는 좌상, 병판, 효은.

놀란 정박사, 여림과 병춘, 고봉의 얼굴.

선준이 넘어진 곳을 굳은 표정으로 보는 장의.

일어서는 윤희.

눈 감은 채 의식 잃고 쓰러져 있는 선준.

걸오, 와서 앉아 윤희를 본다.

대사성도 앞에서 와서 그런 선준을 보고 어쩔 줄 모른다.

윤희, 놀란 표정으로 선준을 본다.


병판 ; (난감하여 좌상 보며) 대감..  이일이 어쩌다보니까...  (고개 숙이며) 소.. 송구합니다, 대감.

좌상 ; (정면 응시하고) 경기중에 일어난 겁니다.  마음쓰지 마세요.  (휑하니 간다) 


뒤를 따르는 선준모.


병판 ; (그 모습 보더니 효은 돌아보고) 이 혼담.. 물건너갔다, 효은아.


약간 슬픈 표정의 효은.

종을 치는 함춘호.


고장복 ; (빨간, 파란 깃발을 양손에 들고) 전반전 종.  일각, 휴정이요!


17. 마당 (낮)


여림 ; (서 있는 장의 앞에 와 서서 정색하여) 안 어울리는 짓을 했군.   난 알아.  넌 처음부터 김윤식을 노렸어.  너 답지 않았다.  이렇게 직접 손을 더럽히는건, 말이 안돼.

장의 ; (눈에 힘주어 여림을 보며, 세게) 말이 안되는 건, 그자식들이다.  (앞을 보며 생각에 잠겨)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지?  도대체 김윤식이, 김윤식 따위가 뭐길래.. 김윤식을 위해 좌상의 아들이 직접 몸을 던지냐 말이다.


18. 대사성 집무실 (낮)


좌상, 문을 보고 뒷짐진 채 섰다.


대사성 ; (그 뒤에 서서 손을 앞에 모은 채 연신 몸을 숙이며) 저저.. 소송구하옵니다, 대감.  이번 장치기 대회에서만큼은, 그 망할놈의 쌈질.. (아차 하여 입을 손으로 가렸다 떼며) 유생들의 분란이 없을거라 여겨, 그만 방심을..

좌상 ; (얼굴 옆으로 조금 돌려 보며) 김윤식, 어떤 아입니까?


19. 마당 일각 (낮)


돌난간에 앉아 있는 윤희. 

그 옆에 다가와 윤희에게 나무 물통을 내미는 걸오.


윤희 ; (정면 응시하고) 저 때문입니다.  이선준 유생.  분명, 절 위해서.. (걱정스럽게 한숨)아아.. (걸오 보며 다급한 어조로) 아무래도 이대론 안되겠어요, 저 가봐야겠습니다, 사형.  (급히 달려간다)


시무룩하게 물통을 내려다 보는 걸오.


20. 성균관 쪽문 일각 (낮)


쪽문에서 달려 나와 어딘가로 달려가는 윤희.


21. 의약방 (낮)


아직 멍하게 게슴츠레하게 눈을 반쯤 뜬 채 누워 있는 선준.


*몽타주 ;  - 선비 복장으로 선준을 올려다보고 웃는 윤희.

           - 비 속에서 윤희의 입을 손으로 막고 안다시피 하고 있는 선준.

           - 창고 속의 기생복 차림의 윤희, 돌아보며 선준에게 달려와 안긴다.

           - 밤섬에서 쪼그려 앉아 자는 윤희에게 다가가는 선준의 얼굴.


여전히 게슴츠레하게 반쯤 눈뜬 채 멍한 눈빛의 선준, 옆을 본다.

광각렌즈 촬영처럼 정박사 와서 책을 가져가고, 함춘호, 등을 보이고 서서 책상을 치운다.

광각렌즈 촬영처럼 윤희가 다가와서 웃으며 선준을 본다.

눈을 감았다 뜨면 함춘호며 일하던 사람들 나간다.

다시 윤희가 웃으며 선준 옆에서 몸을 약간 숙여 선준을 내려다 본다.

선준, 게슴츠레 눈을 뜨고 약간 미소짓고 윤희를 본다.

다시 눈을 감는 선준.


효은 ; (옆에서 선준의 손을 잡고) 도련님!


선준, 효은의 목소리에 깨어 눈을 뜨고, 효은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뺀다.

선준, 서서히 일어나 앉고, 현실과 꿈이 구분하려고 주위를 둘러본다.

   

효은 ; 도련님 깨어나신 걸 뵀으니 됐습니다.  전 이만.. (돌아서 가려다가 멈추어 다시 선준을 보며) 혼담 말입니다, 도련님..  더는 도련님께, 저희 쪽에서 부담을 드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디 몸조리 잘하십시오.  (고개 숙여 인사한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윤희.

효은을 보고 놀랐다가 다시 깨어난 선준을 보고 표정 환해지는데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런 윤희를 보고 생각에 빠진 선준.

효은, 간다.


선준 ;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결연히 일어서 효은에게 다가가 효은의 팔을 잡아 세우고 시선은 윤희를 보고 있다) 나와, 청혼해 주시겠습니까?  나와, 청혼해 주십시오. 


효은, 감격한 표정으로 선준을 돌아본다.


선준 ; (효은 보며) 지금껏 단 한번도,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일이 없습니다.  하고자 한 바를, 해내지 못한 일 역시, 없습니다.

효은 ; (기쁨의 눈물 지으며) 도련님..

선준 ; (시선 아래로 내린 채 비장하게) 약속한 바를 지키지 못한 일 역시, 제겐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효은 보며) 늘 노력하겠습니다.


윤희, 눈물 그렁하여 나가고 문 닫는다.


선준 ; (약간 목메여)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날 좀.. 붙잡아 주시겠습니까?


22. 의약방 문 앞 (낮)


문 앞에서 한 손을 가슴에 얹고 눈물 흘리다가 달려 가버리는 윤희.

문 옆의 기둥 뒤에 서서 그런 윤희를 보고 의약방으로 가는 걸오.

열린 문 틈으로 안을 보면, 선준의 앞모습과 마주선 효은의 뒷모습이 보인다.


*몽타주 ; 술 취해 걸오의 등에 엎혀 가며 “나쁜 자식”이라고 혼잣말 하는 윤희.


걸오 ; (문에서 고개 돌리며 허탈한 표정으로) 헛, 저자식.. 나쁜 자식이었군.


23. 성균관 마당 일각 (낮)


돌난간에 앉아 우는 윤희.

걸오, 걸어가다가 그런 윤희를 발견한다.  다가간다.


걸오 ; (앞에 서서) 가자.


윤희, 민망하여 얼른 걸오를 등지고 서서 눈물 훔친다.


걸오 ; (윤희 손목 잡고) 이제 곧 후반전이야.  서군 최고 선수가 이러고 있으면 돼?


손을 빼고 기운없이 서서, 반대쪽으로 고개 돌리고 있는 윤희.


걸오 ; 그런거.. 있다.  누가 어떤 말을 해도, 달래지지 않는, 뭐.. 그런 거.  달래지진 않아도 잊어버릴순 있어.  몸을 죽게 괴롭히는 건데.. 꽤 쓸만하다구.


윤희, 걸오 쪽으로 고개 돌린다.


걸오 ; (몸 풀면서) 나도 간만에 한번 해볼까아.. 하는데.  (미소 지으며) 속는셈 치고 한번 해보던가.     

윤희 ; (약간 미소 지으며 한숨) 하아.


24. 장치기 대회 마당 (낮)


열심히 달려가서 몸싸움하고 공치는 윤희.  고봉과의 어깨싸움에서도 안 진다.

 

여림 ; (정박사 옆에 서서 접은 부채를 잡고) 피가 뜨거운 녀석, 한 명 더 추가해야겠는데요.


보다가 미소 짓는 정박사.


윤희, 고봉과의 몸싸움 중이다.

걸오, 그들을 보다가 달려가서 고봉을 넘어뜨리고 공을 뺏는다.  공을 채로 치고 가서 공문에 넣는다. 

신나서 웃는 걸오.

보고 웃는 윤희.


동군 서동 아이 ; (서군 서동 아이 옆에서 동군 붉은 깃발 들어 올리며) 동군 선수 일 점.  (깃발 한번 더 올리고) 동군 선수 이 점. 


동군 서동 아이 뒤의 판에는 한자로 이 점이 적혀 있다.

기뻐서 얼싸안고 뛰는 동군 유생들.

아쉬워하는 서군 응원 유생들.

윤희, 공을 몰고 간다.

걸오, 윤희의 옆에서 달려 가며 다른 서군들을 물리쳐 준다.

윤희, 공을 공문에 넣는다.

기뻐서 약간 뛰는 윤희.

기뻐하는 동군 응원 유생들.


동군 서동 아이 ; (동군 깃발 올리고) 동군 선수, 삼 점.


윤희와 다른 서군 유생, 공을 채로 치려는데 마치는 종 울린다.

큰 깃발 올라간다.

윤희, 약간 떨어져 선 걸오 보고 웃는다. 

걸오, 윤희보며 웃다가 윤희가 자신을 보자 약간 겸연쩍어 시선 내린다.

여림, 웃고, 정박사도 웃는다.

장의, 화난 표정으로 채를 던지고 간다.

좋아하는 동군 유생들 뒤에서 걸어와 서는 금상과 수행신하들.


동군 유생들 ; (윤희를 헹가레 치며) 대물, 대물, 대물! 대물! 대물!


문 쪽으로 순돌과 나란히 들어서서 아련하게 윤희를 본다. 


순돌 ; 되련님, 다친건 되련님인데.. 뭘 그렇게 아련하게 봐 샀소?  저.. 꽃도령 선비님 말이어라.  되련님이 몸을 날려 구해줘버린.  핫, 참말로 어떻게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다했소?  요즘 들어 나가 알던 우리 되련님이, 우리 되련님이 맞나.. 싶당게요오..  술먹고 멍멍이가 되질 않나, 탈탈털고 깔끔시럽기만 하던 양반이, 허벌나게 사람 같아졌소.  히히, 앞으론 얼마나 더 변할라나, 어?

선준 ; (체념한 듯) 다.. 지난 일이다.


25. 좌상댁 마당 (낮)


뒷짐지고 앞서 걷는 좌상.

쓰개치마 손에 걸치고 그 뒤를 걷는 선준모.


선준모 ; 재미없는 책상물림 인줄만 알았더니, 오늘 보니,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예요..

좌상 ; 그게 걱정입니다, 부인.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예요.  우리애 답지가 않아요오, 쯧쯧, 음.


26. 문 앞 (낮)


서 있는 선준에게 다가오는 윤희.

윤희를 피해 옆으로 시선 외면하고 섰는 선준.


윤희 ; 몸은 좀 괜찮소?  아깐 경황이 없어서.  나 없으면 경기가 또 안된다기에,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  고마웠소, 공연히 나 때문에.         

선준 ; (무표정하게) 누구였어도 마찬가지였을거요.  그일 때문이라면 고마워할 것도, 미안해할 것도 없소. (간다)

윤희 ; (정면 응시한 채) 두사람.. 참, 잘 어울려 보였소.  축하한다는 말, 해주고 싶어서.


선준, 잠시 멈추었다가 울듯한 표정으로 섰다가 간다. 

쓸쓸하게 선준이 간 자리를 돌아 보는 윤희.

    

27. 마당 수돗가 (낮)


수돗가 옆에서 등목하고 등목 시켜주는 유생들.

웃옷 벗고 엎드린 해원의 등에 바가지로 물을 끼얹는 도현.


해원 ; (차가운 지 벌떡 일어서 도현을 원망어린 눈빛으로 보며) 엇, 차!

도현 ; (해원의 등을 손바닥으로 치고 다시 엎드리게 하고 바가지로 옆의 큰 고무통에서 물을 푸며) 엄살 부리지 마아.

유생들 ; (차가운지 곳곳에서 비명) 엇, 차. 어어!


그 옆에 난 길로 기운 없이 딴생각에 빠져 걸어가는 윤희.

  

여림 ; (윤희의 맞은 편에서 걸어와 윤희의 팔을 잡으며 반갑게) 어이, 대물.  이리오게, 이리오게, 이리오게.  일정에 약속했던 등목 말일세에..  내 오늘에서야 그약속을 지킬수있게 됐구마안.. 음.  내 시원하니.. 물한바가지 끼얹어줄테니까.  (윤희가 놀란 눈으로 보자) 설마 그렇게 땀흘려놓고 씻지도 않겠다는 건 아니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의 윤희.

누군가 던진 하얀 천이 날아와 여림의 얼굴을 덮는다.


걸오 ; (여림 앞에 와 서서 옆의 윤희 보며) 넌 경기장 가서, 내 채랑 공 좀 가져와야겠다.  (얼이 빠져 잠시 섰는 윤희에게, 세게) 이게 빠져 가지고.  당장 안 갔다 와?

윤희 ; (고개 숙여 인사하며) 그럼..  (간다)


의미심장한 웃음 띈 채 걸오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대는 여림.


걸오 ; (시선은 윤희에게 가다가 다시 정면 응시한 채, 여림의 뺨을 손으로 밀며 힘없이) 같이 웃어줄 기분, 아니다아..


28. 경기장 (낮)


아직 천막이며 탁자, 의자 등 치워지지 않은 장치기 경기장.


윤희, 멍하게 힘없이 걸어와서 바닥에 쪼그리고 털석 앉고, 오므려 세운 다리를 팔로 감싸 잡는다.


29. 의약방 (낮)


앞에 섰는 금상.


정박사 ; (손을 모은 채 금상의 뒤에서 다가서 살짝 고개 숙이며) 전하께옵서 거동하신다는 기별은 받지 못했습니다.

금상 ; 기별을 하면, 그를 암행이라 하겠나?  (돌아서 정박사 마주보며) 내가 성균관에 온 것을, 그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소매깃에서 붉은 쪽지를 꺼내 정박사에게 준다)

정박사 ; (쪽지 받아 눈으로 읽으며, 놀란 눈빛으로) 이는.. 홍벽서가 오늘밤, 운종가에 나타난다는..  (금상 본다) 

금상 ; 이건 덫이야.  금등지사의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홍벽서를 잡아야만 하는 자들의.. 술책이겠지. 

정박사 ; (고개 숙이며, 한숨) 허..

금상 ; 홍벽서는.. 성균관의 유생이라, 나 역시 믿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자를 보호할 생각이다, 정박사. 

정박사 ; (어떻게 라고 질문하는 어조로) 전하?

금상 ; 오늘밤, 운종가에 홍벽서가 나타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  병판의 덫에 걸린다면, 이 한심한 군왕이, 손써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정박사 ;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는 어조로) 전하.

금상 ; 할 수만 있다면, 그자를 내게 데리고 오게.  그자는 분명, 금등지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자다.


30. 은행나무 위 (낮)


큰 은행나무 가지 위에 서서 종이 펴서 들고 읽는 걸오.


걸오 ; (결연한 웃음 띠고 혼잣말로) 그러니까 오늘밤, 운종가로 나와라? 허.

 

31. 병판 방 (낮)


병판 ; (앉은 채) 오늘밤이다.  오늘밤 놈은 분명, 운종가에 나타날 게다.

장의 ; (책상 사이에 두고 병판과 마주앉은 채) 이것이 위험한 덫이란 걸, 알지 않겠습니까?  머리가 있는 놈이니까요.

병판 ; 운종가에서 홍벽서를 잡지 못해도, 그놈 몸에 치명적인 흠집은 낼 수 있을 거다.  허면, 다음은 니몫이다.

장의 ; 홍벽서 행세를 하는 살수는? 

병판 ; 믿고 맡길 수 있는 자다.


32. 유생 식당 (낮)


앞에 상 놓고 양쪽에서 밥 먹는 유생들.

      

도현 ; (한 손에 젓가락, 한 손에는 조보 들고 보며) 홍벽서.  야아.. 이놈은 난 놈은 난 놈일세에..  관군한테 선전포고를 한 셈이잖아.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아--.

해원 ; (옆에서) 아이, 그래봤자, 어?  지가 도둑놈에 방화범에, 살인마 밖에 더 되겠어?

우탁 ; (해원 옆에서 입에 밥 먹은 채 색안경을 손으로 잡고, 크게) 난 오늘밤 그 놈이 꼭 잡혔으면 하지.  그놈이 성균관 유생입네 돌아다니는건, 우리 모두의 수치야, 수치!  (밥알이 사방으로 튄다)

걸오 ; (우탁의 옆에서 우탁을 입을 손으로 치며) 입 닫아라, 침 튄다. 


선준, 걸오와 윤희 쪽을 본다.


걸오 ; (숟가락 든 채 옆의 윤희에게)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홍벽서가 백성을 죽이고 도둑질을 했다고?  (국을 떠 먹는다)

윤희 ; 성균관 유생인건, 확실합니다.


걱정된 눈빛으로 보는 여림.

  

윤희 ; 그동안 홍벽서가 쓴 벽서.. 하나같이 명문장이었거든요. 


밥상에 시선 두고 밥 먹다가.. 미소 짓는 걸오.


윤희 ; 쯧쯧쯧쯧.  그인간도 차암.. 한심한 인간이죠?   

    

밥 먹다가 멈추고 긴장된 표정의 걸오.

맞은편에서 숟갈 들고 멈추며 듣는 선준.

선준 옆에서 숟가락으로 국을 퍼올리다 다시 국그릇에 담으며 듣는 여림.


윤희 ; 아니 그렇게 멋드러진 문장을 죄 어려운 한문으로 써붙이면, 글을 모르는 저자의 백성들이나.. 언문이나 쓰고사는 아녀자들은 보라는건지, 말라는건지..  생각이 없어, 생각이.  아니 누구를 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건지, 그런 정신머리로, 세상은 또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밥 먹는다)


걸오, 가만히 멈추어 생각한다.


걸오 ; (윤희를 보다가 웃는다) 흐핫 하하하하 하하하.  그래 맞다.  홍벽서.. 그 한심한 자식.  흐핫 하하하하하 흐흐하하하하 흐흐하하하 흐흐하하하.


마주 보며 웃는 윤희.

둘을 보다가 화나서 숟가락을 소리나게 탁 놓고 나가는 선준.

밥먹다가 걱정스럽게 선준을 보는 여림.


33. 존경각 (낮)


책장 사이를 걷다가 책을 보는 선준.


여림 ; (선준의 바로 뒤 책장에 팔을 걸치고 서서 책을 뒤적이며 선반의 큰 틈새로 선준을 보며) 식음을 전폐하고 책 속으로 파고든다.  그건.. 정혼을 앞둔 사내가 아니라, 실연을 당한 사내에게나 어울리는 행동 아닌가?  (책을 놓고 선반처럼 생긴 책장을 돌아 선준 옆에 와서) 자네 정혼녀 부용하, 인편에 전해주더군.  일전에 자네 일로, 내게 신세를 진 일이 있거든.


선준, 책을 탁 덮는다.


여림 ; 왜에?  자네.. 질투라도 하는건가?

선준 ; (여림을 보며) 사형.

여림 ; 알았네, 알았네.  꼿꼿하기 그지없는 선비중에 선비, 이선준 상유에게 질투라니, 그무슨 어울리지 않는 일이냐?  이 말인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이에게 마음이 있다면.. 공자께서도 아마, 시기 노여움 분노 질투, 이런 마음 때문에 괴로우셨을걸세.  그게 사람이니까아..


선준, 무시하고 돌아서 간다.

        

여림 ; 그렇게 자신을 속이는 건, 그건 이선준 다운 건가?


멈춰서 여림을 보는 선준.


여림 ; 문득, 궁금해져서 말이지.


생각하는 눈빛의 선준.


34. 성균관 쪽문 있는 마당 (낮)


뒷짐 지고 걸어가는 장의와 그 뒤를 따르는 장의 일행.


장의 ; 홍벽서가 반촌을 넘어, 성균관의 담장을 넘는다면, 그땐, 우리 노론 유생들을 다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병춘 ; 예에, 장의.


쪽문을 지나 앞으로 걸어가는 장의 일행.


고장복 ; (쪽문으로 뛰어오며 다급하게) 장의!  장의!


돌아보는 장의 일행.


고장복 ; 대사성 영감께서 찾으십니다.


35. 대사성 방 (낮)


장의 ; (대사성 앞에 서서)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영감?

대사성 ; (앉아서) 장치기 장에서 있었던 폭력사태의 책임을 물어, 장의 하인수 자네에겐.. 앞으로 보름간, 장의 권한을 정지시키기로 했다.

장의 ; 장치기 대회에선, 매년 해마다 부상자가 있어 왔습니다.  오늘 일도, 그런 일들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대사성 ; 해마다 그 유생들에겐, 제재가 가해졌지, 바로 성균관 장의의 이름으로.  

장의 ; 제가, 병판의 아들이라섭니까?  일개 병판의 아들이, 만인지상 좌상의 아들을 건드렸기 때문에?  그래섭니까?


대사성, 헷갈려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박사 ; (이쪽으로 걸어오며) 그렇다.  (장의 옆에 서서) 이나라 군대를 움직이는 병판의 아들이라 해도, 또한 장의라 해도..  성균관 유생이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잘못한 일은 처벌을 받게 된다는 걸, 만백성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잊지 마라.  하인수 자네들을 성균관에서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건, 자네 부모가 아니라, 이나라 백성들이다.  자넨 오늘 그 백성들 앞에서 이 성균관의 명예를 더럽혔다.  그것이, 니가 오늘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다.


허리 옆의 자기 주먹을 꽉 쥐는 장의. 


36. 마당 (낮)


벽보에 붙은 글.

그걸 보는 유생들.


해원 ; (벽보 앞에 서서 벽보 보며) 아이 장의가 정지를 먹었어?

도현 ; (해원 옆에 우탁과 나란히 서서 벽보 보며) 하늘에서 벌을 내리셨구나, 쓰업.  (코를 만진다)

우탁 ;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하다가 옆을 보면 장의 일행이 걸어온다)


길을 비켜주는 유생들.

유생들 옆에서 겁주며 지나가는 장의 일행.


37. 장의 방 (밤)


책상 앞에 화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았는 장의.

 

38. 저자 거리 (밤)


포졸대장과 관군, 와서 멈춘다.

포졸대장, 고개짓으로 이쪽 저쪽 가리킨다.

포졸들, 창든 채 각자 이쪽 저쪽으로 달려간다.


39. 성균관 문 밖 (밤)


성균관 문 안에 정박사 서 있다.

성균관 문이 안에서 닫힌다.


40. 성균관 문 안 (밤)


문 닫히고 문에 걸쇠를 거는 고장복과 함춘호.

결연한 표정의 정박사.


E (금상) ; 홍벽서를 보호해야만 한다, 정박사.


돌아서 가는 정박사.


41. 금상 집무실 (밤)


금상, 안경쓴 채 붉은 쪽지 들고 본다.


42. 집 여러 채 있는 마당 (밤)


모닥불 피워진 곳에 섰는 포졸대장.


포졸 대장 ; 약속한 자시가 다 되어갑니다, 대감.  대감, 홍벽서가 오겠습니까?


모닥불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병판.

   

43. 성균관 뜰 (밤)


정박사 앞에 걸어가고, 그 뒤를 등불 들고 따르는 함춘호.

정박사 뒤를 따르는 서리들.


정박사 ; 아무도 나가선 안된다.  오늘밤 성균관 유생, 그 누구에게도 외출이 허락되지 않았다.  혹, 무단으로 외출하는 이가 발각된다면, 그 즉시, 나에게 데리고 오도록.


걸어가는 사람들.


44. 성균관 쪽문 앞 (밤)


담을 넘는 걸오.  담을 넘어 숨으면,

문 앞에 횃불 들고 서서 지키는 고장복과 함춘호.

그걸 숨어서 지켜보는 걸오. 

담을 넘는 걸오.


45. 성균관 문 앞 (밤)


담을 뛰어 넘어 바닥에 앉은 걸오.

그 앞에 나타나 걸오를 내려다보며 웃는 여림.

일어서는 걸오.

 

여림 ; 어디 가게, 걸오?  투전이면 내가 상대가 돼주고, 술이라면.. 내방에도 많을텐데?

걸오 ;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넌 내 상대가 안돼.  (무시하고 가려 한다)

여림 ; (걸오의 어깨를 잡으며 심각한 어투로) 홍벽서는 미끼다.  저들이 원하는건 너야.  몰라? 

걸오 ; (여림 보며 놀라서) 너어?

여림 ; 그럼, 모를 거라고 생각했냐?  세상에 하나뿐인 십년지기 문체 하나 몰라볼, 멍청이로 안거야?  날?

걸오 ; (웃는다) 허어. (몸 돌려 가려 한다)

여림 ; (다시 걸오의 어깨 강하게 잡으며) 가지 마라.  겁 안나?  죽을 수도 있어.

걸오 ; (옆의 여림이 아닌 아래 보며 고개 약간 숙인 채) 거업..  겁이 왜 나?  사는 게 다 재밌는 것도 아닌데.

여림 ; (주먹으로 걸오의 얼굴을 세게 치며 기압) 허업!  (울음 참듯) 사는게 죽는것보다 못하면, 그럼, 니 옆에 있는 난 뭐냐?  가라.  가서.. 니 맘 내키는 대로 살다가, 꺼져버려.

걸오 ; 그럼.. 형이 목숨 받쳐 밝혀내고 싶어했던 진실이, 도둑질이나 살인처럼 똑같이 손가락질 받고 잊혀져 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거냐?  (얼굴 돌려 여림 보며) 바로 내 눈앞에서, 그것도 나 때문에, 그렇게.. 사는 건, 사는 거냐?  걱정마라, 구용하.  털끝 하나 안 다치고, 곱게 돌아와 줄테니까..  (달려간다)

여림 ; (눈물 흘리다 헛웃음) 헛.


46. 집 들이 있는 마당 (밤)


모닥불 앞의 마당.

복면을 한 가짜 홍벽서, 훔친 짐을 들고 나온다.

앞을 막아서는 포졸 2명, 가짜 홍벽서 앞에 창을 들이댄다.


포졸1 ; 웬놈이냐?


가짜 홍벽서, 짐을 바닥에 놓고 등에 있는 칼을 빼서 관군을 공격한다.

걸오, 복면한 검은 홍벽서 복장으로 나타나, 관군 사이로 들어가 가짜 홍벽서의 칼을 칼로 막는다.

칼 싸움하는 둘.

모닥불을 발로 차 걸오에게 튀게 하고 달아나는 가짜 홍벽서.

그 뒤를 쫓는 걸오.


47. 다른 마당 일각 (밤)


모닥불 앞에 선 병판.


포졸 대장 ; (그 뒤에 와 서서) 대감, 놈이 계획대로, 덫에 걸려들었다 합니다.

병판 ; 가자.  내가 직접, 그놈의 죄를 물을 것이다.

    

48. 창고 안 (밤)


칼을 바닥에 던지고 앉은 채 피묻은 어깨를 만지는 가짜 홍벽서, 아픈지 신음소리를 낸다.

검은 복면을 벗는 가짜 홍벽서.

가짜 홍벽서가 복면을 벗자, 초선의 얼굴이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초선.


49. 마을 (밤)


많은 관군들, 양쪽에서 걸오의 뒤를 쫓아와 걸오를 둘러 싼다.

창 든 관군과 칼 든 걸오가 싸운다.

걸오를 창으로 공격하던 여러 명의 관군 중 한 명의 창이 걸오의 몸을 스친다.

걸어와서 멈추고 그것을 미소띄고 보는 병판과 포졸대장, 그리고 포졸들.

부상 당한 걸오는 포졸에 의해 구석에 몰린다.

그때, 지붕에서 내려오는 삿갓 쓴 무리 2명.

내려와서 걸오를 보호하며 관군을 공격한다.


포졸대장 ; 아니, 저들은?


뛰어난 칼솜씨로 관군들을 대적하는 삿갓 쓴 사람들.


병판 ; (포졸대장을 보며 화나서) 뭐하는 놈들이냐?

포졸 대장 ; (난감하여) 그것이 잘..

병판 ; 뭐야?


계속 싸우는 삿갓 쓴 사람들과 관군들.

그 틈에 부상당한 배를 손으로 누르고 달아나 숨는 걸오.


50. 금상 집무실 (밤)


금상,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서 담배를 말고 있다.


영상 ; (앞에 손 모으고 서서) 홍벽서를, 병판 손에 넘겨주진 않았다 합니다..  헌데 그 자, 꽤 심한 자상을 입었나 봅니다.

금상 ; (미소띠고 여전히 담배 말며) 미련한 친구군.


51. 존경각 (밤)


조용히 걸어 들어오는 윤희.  선준이 섰는 선반 옆으로 다가오는 윤희.


윤희 ; 아아, 여기 있는 줄 몰랐소.  방에 있다 여겼는데.  이런 우연이, 하하.


선준, 보던 책을 탁 접어 선반에 탁 소리 나게 놓고 가려 한다.


윤희 ; (그런 선준의 앞을 막아서며) 혹, 나 때문이요?  나를 피해서, 방에서 존경각으로..  이번엔, 존경각에서 다시 어디로 갈 생각이지?

선준 ; (윤희 보며) 놀라운 착각이군.  내가 일부러 피해야 할 만큼, 김윤식이.. 나한테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다는 건가?

윤희 ; (화난 표정으로) 설마? 아직도 입청잿날밤, 그 일 때문이오?


무시하고 그냥 걸어간다.


윤희 ; (선준 가는 쪽으로 돌아서서 섭섭한 표정으로)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거였어?  이선준한테 우리 지난 시간, 그렇게 사소한 오해 한번에 무너질만큼, 그렇게.. 하찮고 보잘것없는 시간들이었나?  그래?  아니면, 그 여인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도 대단한 건가?

선준 ; (가다가 멈추고 윤희에게 등 돌린 채) 그 얘기라면, 더 하고 싶지 않다..

윤희 ; 아니, 난 해야겠어.  내가 말했지.  우린 어차피 성균관을 나가면 다신 볼 일 없는 사람들이라구.  (눈물 글썽이며) 그때까지, 그래, 그렇게 딱 잘라 말하는 동방생으로, 예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고 싶다는 것도, 나한텐, 허락 안 되는 건가?  그게 그렇게 난 감히 꿈도 못 꿀 만큼, 큰 욕심인건가?  대답, 하라구.

선준 ; (여전히 등돌린 채) 잘 들어, 김윤식.  (돌아서 윤희 보며, 목 메이는 것 참으며, 단호하게) 난, 예전처럼 돌아갈 생각이, 없다.


눈물 떨구다가 가는 윤희.

슬픈 표정의 선준.


52, 존경각 밖 (밤)


문 닫고 눈물 흘리다가 가는 윤희.


53. 존경각 안 (밤)


선준, 걱정되는 표정으로 섰다.


54. 성균관 뜰 (밤)


선준, 급히 나와 건물의 문들을 열고 윤희를 찾아 본다.


55. 성균관 넓은 뜰 (밤)


뜰을 절력질주하는 윤희.

윤희 앞에 담에서 떨어져 바닥에 넘어진 홍벽서.


윤희 ; (놀라 서서) 어?

홍벽서 ; (몸 숙인 채 신음소리) 아이, 아, 아아.. 아하.. 아.. 하..


홍벽서의 몸을 조심스럽게 건드리는 윤희.

홍벽서, 피묻은 손으로 윤희의 어깨를 잡고 윤희에게 몸을 기댄다.


윤희 ; (놀라서) 어어..


56. 장의 방 (밤)


정좌한 장의 앞에 서리 한 명이 앉았다가 간다.


장의 ; (혼잣말) 부상당한 홍벽서가, 성균관 담장을 넘었다.


57. 성균관 뜰 (밤)


걸오 ; (여전히 윤희의 어깨를 잡고 힘주어 일어서려 하며 신음소리) 어어..  살아있길.. 잘했군.


윤희, 난감하여 홍벽서의 손을 치우려 하다가 제풀에 넘어지면서 떨어진 홍벽서의 얼굴을 본다.  놀라는 윤희.

홍벽서, 자기 손으로 복면을 내리고 힘겨워하며 웃는다. 걸오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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