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 제12강 대본 (필사)
1. 밤섬 (해질녘)
윤희 ; (화나서) 지금 여인네들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이 먼 길을 왔단 말이오?
2. 마포나루 (해질녘)
효은 ; (쓰개치마 쓴 채 걱정스럽게) 도련님께 가봐야 돼.. 도련님,, 내일 아침까지 그 섬에 꼼짝없이 갇혀 계실 거라고.. (당장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아후우..
효은 보는 걸오.
3. 밤섬 (해질녁)
윤희 ; (배가 있는 강가로 걸어가며, 혼잣말로) 한심하긴. 대체 뭘 기대한거야, 이꼴을 하구서..
선준 ; (달려와서 윤희의 어깨를 잡았다가 긴장되어 놓으며) 난.. 난 그러니까, 나는 김윤식 너도 좋아할거라 믿었다.
윤희 ; 뭐어?
선준 ; 사내라면, 여인네는 마다할 수 없는 법이라고.. 여림사형이 말했다. 그래서 난. 김윤식 너도 사내잖아.
윤희 ; 그러니까.. 그 좋아하는 여인네들 만나는 건, 너나 실컷 하라구.
(강으로 달려간다. 강물에서 뛰어가며 떠나는 배를 부른다) 이보시오, 사공!
선준 ; (첨벙첨벙 물을 밟으며 윤희를 따라가서 어깨 잡고 돌리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윤희 ; 비켜! (다시 배 쪽으로 간다)
윤희의 양팔을 잡는 선준.
4. 마포나루 (해질녁)
걸오 ; (주먹으로 여림의 얼굴을 세게 쳐서 넘어뜨리며) 너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이 나쁜자식아!
5. 밤섬 (해질녁)
윤희 ; (잡는 선준을 팔로 밀치며, 크게) 비키란 소리 안들려어! (중심을 잃고 물속으로 넘어질 거 같다)
윤희를 급히 팔로 안아 잡는 선준.
윤희 ; (주먹으로 선준을 치며) 놔아!
선준 ; 어, (그 바람에 물에 풍덩 빠져 허우적 대며 물 먹게 되는 선준)
놀라고 걱정스런 표정의 윤희.
6. 마포나루 (해질녁)
제 12 강 자막 뜬다.
여림 ; (일어서서 입술의 피를 엄지로 닦으며 웃는다) 아하! (아파서) 쓰으.. 우리사이에 뭐 이런일로, 피를 보나아.. 그래에? (웃으며) 하이, 참.
걸오 ; (정색하여 여림 보며) 웃어어? 넌 어떻게 된게 매사가 다 그렇게 장난질이야?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다 쉽고 재밌어? (이 악물고)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너, 각오해. (돌아서는데)
여림 ; 어이 걸오, 지금 너 나한테 다 들켰다구우..
돌아보는 걸오.
여림 ; 대물이 그렇게 걱정되나아? 누가 보면, 정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어..
걸오 ; (여림 멱살 잡고 주먹으로 치려 하며) 니가 덜 맞았구나아!
효은 ; (쓰개치마 어깨에 걸친 채 앉아서 울면서) 흐어, 흐어 도와주세요. 저때문에.. 흐흑 도련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흐흑 (손으로 눈물 닦으며) 아하하하, 으흐흑, 아하하하, 으흑흑 으흐...
7. 밤섬 (해질녘)
소나기 내리는 강변을 나란히 비 맞고 걸어가는 선준과 윤희.
윤희 ; (약간 미안한 목소리로) 그러길래 비키라고 했을 때 비켰으면 좋았을걸.. 이런일 없었을거 아니요오..
선준 ; (멈춰 서서 할말 있는 듯 윤희를 보는데 기침이 난다) 어푸!
윤희 ; 물에 좀 빠졌다고 엄살은.. 사내대장부가..
선준 ; (연거푸 기침 한다) 어푸, 어푸!
윤희,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늘 보며 손바닥으로 빗물을 받아 보더니, 선준 보더니, 선준 손목을 잡고 뛰어 간다.
선준, 함께 뛴다.
8. 밤섬 천막 앞 (해질녁)
손잡은 채 천막 앞에 달려오는 선준과 윤희.
천막은 한쪽 귀퉁이가 내려 앉아 있다. 보는 선준과 윤희.
윤희 ; (쓰러진 천막의 기둥을 들고 세우려다가 오히려 천막 안에 갇혀서 비명) 어어!
선준 ; (급히 달려와서 쓰러지려는 윤희를 잡고 윤희가 바로 서자 윤희가 잡고 있던 천막에 끼워진 한 쪽 나무 기둥을 잡고 바닥에 박는다. 일어서서 가운데 천막을 세우려는데 도우려고 같이 잡으려는 윤희를 팔로 막으며) 그대로 있어. 신경 쓰여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 (가운데 천막에 연결된 끈을 묶어 바로 세운 뒤, 윤희를 천막 안으로 인도하고, 자기도 안에 들어 간다)
천막 안에 들어와 의자를 바로 세우다가 윤희를 보는 선준.
어색하게 보는 윤희.
9. 주막 (밤)
술상 차려진 탁자에 마주 앉은 효은
효은 ; 차라리.. 제가 무인도에 갇혀 버리는게 낫겠어요.
여림 ; 그 뻣뻣한 자식이 그렇게 좋아? 대신 갇혀버리고 싶을만큼?
효은 ; (울먹이며) 모두 다.. 제잘못입니다.
여림, 미안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고, 효은을 곁눈질로 본다.
효은 ; 도련님마음이 너무 탐이나서.. 제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어요. 언제든, 도련님께서 제게 오실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만도 좋다, 그리 여겼었는데.. 그래서 저 벌받나봐요..
여림 ; (효은의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며-효은 앞에는 김이 나는 국밥그릇이 있다-) 뜨거운게 들어가면 좀 나아질거야. 떨고 있잖아, 지금.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른다)
10. 밤섬 (밤)
비가 그치려는지 나뭇잎에 한두 방울 떨어진다.
공주풍 침대에 놓인 베일 같은 천막 안에 쪼그리고 앉은 선준과 윤희.
윤희 ; (밖을 보다가) 봤소? 이제 비가 그쳤소! 날이 밝으면 배가 올테니, 이제 한 걱정 들었소. (선준 대답이 없자 선준을 본다)
선준, 옆 궤짝에 팔을 괴고 잠들어 있다.
윤희 ; (선준에게 다가가 다른 팔을 잡고 살짝 흔들며) 괜찮소?
선준, 궤짝에 괴고 있던 팔이 툭 떨어지며 윤희의 어깨로 몸이 기운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선준의 이마를 짚어 보는 윤희.
11. 밤섬 천막 안 (밤)
준비되어 있는 보료 위에 선준을 눕혀 놓고, 이마를 짚고 자기 이마도 짚어 열이 나나 비교해 보는 윤희.
선준의 파랗게 질린 입술을 걱정스럽게 보다가 선준의 손을 만져 보는 윤희,
자신의 두루마기를 벗어 선준을 덮어준다.
12. 밤섬 강가 (밤)
안개가 깔린 강. 달려오는 윤희.
보다가 뭔가 생각난 듯 급히 간다.
주위 풀숲에서 나뭇가지를 줍는다.
13. 천막 밖 (밤)
주운 나뭇가지를 들고 천막으로 오는 윤희.
천막 앞에 나뭇가지들을 내려 놓고, 천막 안에서 촛불을 가져와, 불이 켜져 있는 다른 양초로 다른 하나의 양초에 불 붙이는 윤희.
큰 초 두 개를 나뭇가지 앞에 놓고 그 위에 작은 나뭇가지를 놓고 불을 피우는 윤희, 연기에 기침 여러번 한다. 선준을 본다.
14. 밤섬 (밤)
산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모으고, 또 다른 나뭇가지를 칼로 꺾다가 넘어진다. “아아” 하는 윤희. 나뭇가지를 칼과 발로 더 부러뜨린다.
15. 천막 앞 (밤)
나뭇가지를 더 넣어 불을 붙이다가 잘 안되는지 입김을 분다. 불이 나뭇가지에 잘 붙자 만족스러운 듯 “허허허허” 웃다가 선준을 본다. 여전히 파란 선준의 입술을 보고 걱정스럽다.
네모난 한지 모양의 등불을 가져다 선준 옆에 놓는다. 선준 옆에 앉아서 걱정스럽게 몸과 이마를 만져 보더니, 차가운지 몸을 주물러 주다가 꽉 안아서 자기 체온으로 녹여 준다.
여전히 잠들어 있는 선준.
16. 주막 (밤)
술 마시고 있는 어부들.
걸오 ; (탁자에 엽전 꾸러미를 툭 던지며) 배 좀 씁시다.
어부1 ; 아이, 그, 저저 (술잔을 놓고 엽전 꾸러미를 걸오 손에 쥐어 주며) 이놈 목숨값을 준대도, 이밤에 못 갑니다. 에이 참.
E (어부2) ; 맞죠. 이 날씨에. 아이 형님 술이나 한잔 하쇼..
17. 집 앞 평상 (밤)
장기를 두고 있는 두 사람.
옆에 앉아 한 사람의 장기를 딱 두어 주는 걸오.
어부3 ; (장기판 보고 기쁜 표정으로) 장군! 아하하하하!
걸오 ; (어부3 보며) 밤섬에 좀 다녀옵시다, 어르신.
어부3 ; (안된다는 표정으로) 아하, 이밤엔 물도 불고, 밤도 깊고.. 임금님 어명이 있어도 못갑니다, 못가.
어부4 ; 장기나 둡시다. 이 날씨에 사람 잡을 일 있나아..
어부3 ; 아자, 어서 두라구. 아하하하하.
18. 마포나루 (밤)
화를 주체하지 못해 나무로 된 부두 기둥를 발로 툭 차는 걸오.
여림 ; (뒷짐 진 채 걸오 옆으로 와서) 어허... 뭐 별일 있겠어어? 건강한 사내놈이 둘씩이나, (걸오를 의미심장하게 곁눈질하며) 같이 있는 건데에..
놀라서 더 커진 눈으로 화나서 여림을 돌아본다.
여림 ; 아하, 실은 그게 더 걱정스러운 걸까? 걸오? 음, 십년지기를 속여먹은 니녀석은 괘씸하지만.. 이봐 걸오, 나안.. (귀에 대고) 무조건 자네 편일세. (걸오의 뺨을 손바닥으로 톡톡 치고 간다) (가다가 돌아보며) 배편은 내 알아보지. 이선준이 아닌, 자넬 위해서. (간다)
보는 걸오.
19. 천막 안 (밤)
반드시 누워 자다가 눈을 뜨는 선준. 약간 일어나 비스듬히 앉아 보면, 두루마기가 자신에게 덮여 있고, 그 옆에 윤희 쪼그리고 잔다. 주위에 모닥불 피워진 것 보다가 윤희의 얼굴을 물끄럼히 본다. 보다가 윤희의 얼굴로 손을 가져가는데.. 윤희, 깬다.
선준 ; 나..난 아무짓도 안했소.
윤희 ; (손으로 선준의 이마를 만져 보며) 하, 열이 많이 내렸소. 좀 괜찮소?
선준 ; (그런 윤희의 손목을 잡고 보면 손이 빨갛게 까져 있다) 미련하고 한심한건.. 정말 구제불능이군. 고작 모닥불 하나 피우자고 이꼴이 된거요? 아예 섬을 통째로 태워버릴 생각이라도 한 모양이요. (가득 쌓인 나뭇가지를 보고) 혼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쩔뻔 했소? 왜그렇게 생각이 없소?
윤희 ; (웃으며) 밤새 열 안내릴까 걱정했는데.. 잘됐다. 정말 다행이오.
웃는 윤희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는 선준.
20. 동이방 (밤)
방에 들어와 문 닫고 한숨 쉬며 팔베개하고 드러눕는 걸오.
벌떡 일어나 앉는 걸오.
*몽타주 - 여림; 어이 걸오, 너 지금.. 나한테 다 들켰다고오. 대물이 그렇게 걱정되나? 누가 보면 정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어?
걸오 ; 미친놈.. (다시 팔베게하고 누웠다가 다시 옆으로 쓸쓸한 표정으로 돌아눕는다)
21. 천막 (새벽)
불 앞에, 다리 세워 팔로 다리를 안은 채 앉은 선준과 양반다리로 앉은 윤희.
윤희 ; (두루마기를 어깨에 걸친 채 사과를 힘주어 반으로 잘라 선준에게 건네고) 병판댁 따님이라 했던가아? (옆에 과일이며 거하게 차려진 상을 힐끗 보며) 꽤나 정성껏 준비한 모양인데.. 얼굴도 곱던데, 마음씀씀이도 곱고.. 혼인하면, 현모양처가 될 규수 같습디다. (선준 본다)
선준 ; (멍하니 앉아 딴생각에 빠져 무관심하게) 내생각도 그렇소.
윤희 ; (화난 듯 소리내어 세게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먹으며) 어디가 그렇게 좋았소?
선준 ; 그런건.. 생각해본적이 없소.
윤희 ; (정면에 시선 두고) 왜 그런거 있잖소오? 누굴 생각하면 가슴이 막 두근거린다든가..
선준, 윤희를 본다.
윤희 ; 자꾸.. 생각이 난다든가.. 뭐.. 별일 아닌일에도, 기분이 흐렸다개었다 한다든가.. 그래도 어쨌든.. 또 보고 싶다든가..
선준 ; (윤희 응시하며) 그런 사람 있는 모양이군?
윤희 ; 뭐.. (약간 성내며) 먼저 물어본건 나요. 정혼.. 한다하지 않았소?
선준 ; (정면 보며) 단지 아버님의 생각일 뿐이오. 난 혼인같은건, 관심없소.
윤희 ; (미소 짓더니, 옆에 차려진 식탁에서 사과를 하나 더 꺼내어 쓱쓱 닦아 선준에게 건네며) 자. 하나 다 먹어도 좋소.
선준, 윤희 보다가 사과 본다.
사과 위에 귀뚜라미 한 마리 앉았다.
윤희 ; (귀뚜라미 보고 놀라, 사과를 선준에게 던지고, 갑자기 반대편으로 당겨 앉으며 고개 숙이고 비명 지른다) 아! 아! 아악! 아, 아, 어허억! 아헉!
선준 ; (그런 윤희 보다가 웃음이 터져) 어허허허. (소맷자락 안에 떨어진 귀뚜라미를 본다)
윤희 ; (선준의 반대편으로 고개 숙이고 몸 오므린 채) 갔소? 아직 안갔소? 아, 뭐하는 거요오, 얼른 치우지 않고?
선준 ; (웃으며) 대물 김윤식 맞소? 고작 귀뚜라미가 무서워, 지금 이러는거요?
윤희 ; (고개 돌리지 못하고) 내가 지금 벌레가 무서워서 이러는게 아니요. 선비라면 한낱 미물인 생명일지라도 귀히 여겨야 하는거 아니오?
선준 ; (귀뚜라미를 엄지와 검지로 잡아 윤희 쪽으로 내밀고) 이렇게 말이오?
윤희 ; (얼굴 돌려 보고 놀라서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으악!
선준 ; (재밌다는듯 웃는다) 어허어허허..
윤희 ; (선준 보며) 이런 장난도 칠 줄 알고.. 내가 알던 이선준 맞소? (웃으며 귀뚜라미를 내미는 선준의 팔을 치며) 하, 치우..
선준 ; (웃는다) 허허허허허. (다시 내밀며) 생각보다 맛있소.
윤희 ; 아, 허허허허.
선준 ; 나도 조금 무섭소. 하하핫..
윤희 ; 아하핫하..
선준 ; (내밀며) 한번 잡아 보시오.
윤희 ; 아, 하하핫.
22. 마을 (새벽)
마을길을 말 타고 급히 달려가는 여림.
23. 효은집 앞 마을 (새벽)
말 타고 달려오다가 효은과 버들 앞에서 멈추는 여림.
효은 ; (기뻐서) 배 구하셨군요오..
여림 ; 타라구. 마포나루까지 일각이라도 빨리 가고 싶잖아? (손을 내민다)
효은, 망설이다가 손을 잡는다.
여림, 손을 세게 당겨서 말에 올려 태운다.
효은, 놀라서 “아하!” 가볍게 비명 지른다.
여림 ; (말머리 돌려 급히 말을 몰고 가는) 이랴!
말 타고 달려가는 여림과 효은의 뒤를 쫓아가는 버들.
마을길 달려가다가 멈추는 여림.
놀라서 여림 허리를 안았던 손을 급히 놓는 효은.
여림 ; 꽉 잡는게 좋을텐데.. 말에서 떨어지면 그 예쁜 얼굴, 다신 못볼지도 모르니까. (다시 고삐 잡고 달리며) 이랴, 이랴!
효은 ;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여림의 허리를 꽉 안는다) 어헉, 어헉!
마을길을 말 탄 채 달려가는 여림과 효은.
24. 천막 (새벽)
나뭇가지로 불을 헤집는다.
천막이 보인다.
천막 안에 나란히 앉은 윤희와 선준.
선준 ; (불을 헤집다가 윤희 보며) 제대로 누워 눈을 좀 붙이는게 어떻소?
윤희 ; (다리를 오므려 세운 채 그 위에 손을 교차해 대고, 얼굴 숙여 기댄다. 졸린 눈, 목소리로) 너무 피곤해서, 지금 누우면 못 일어날거 같아서.
선준 ; 이럴줄 알았으면.. 같이 오자 하지 말걸 그랬소.
팔에 얼굴 기대고 잠든 듯 눈감은 윤희.
선준 ; (윤희 보더니 혼잣말로) 내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해서, 이런 내가 동방생이라서.. 고생이 많다, 김윤식.
윤희 ; (팔에 얼굴 기대고 눈 감은 채 졸린 목소리로) 난 괜찮았는데.. 나도 뭔가 해줄수 있는게 있어서, 기분.. 아주 괜찮았다구.. (잠든다)
선준, 윤희 보더니 옆에 말리려 걸쳐 둔 자기 도포를 걷어 윤희를 덮어 주다,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윤희를 본다.
선준의 시선, 윤희의 눈부터 옮겨지다가 입술에서 멈춘다.
선준의 얼굴, 서서히 윤희의 얼굴 다가간다.
선준과 윤희의 얼굴이 거의 닿을 거 같다. 그때 주먹을 쥐고 멈추는 선준.
생각에 잠겨 일어서서 천막 앞에 선 선준, 다시 윤희를 보다가 간다.
25. 강가 (새벽)
들에서 뛰어 내려와 강가에 선 선준.
선준 ; (표정 굳힌 채) 하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한지 자신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거듭 친다)
E (효은) ; 도련님이..
전경이 보이면 여림과 효은, 선준에게서 열발짝쯤 떨어져 서 있다.
효은, 치맛자락 잡고 달려가서 선준을 안는다.
26. 천막 안 (새벽)
천막 보인다.
눈 서서히 뜨는 윤희, 둘러보면 선준이 없다.
27. 강가 (새벽)
효은 ; (선준 목에 팔을 두른 채 울먹이며) 이제, 이제 살 거 같다.. 허어.. (손 떼고 선준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다행입니다.. 이렇게 아무탈없이, 무사하셔서..
윤희, 산에서 내려오다 그런 효은과 선준을 보고 멈춘다. 다시 왔던 길로 가려는데..
여림 ; (윤희를 보고) 어이 대물, 별일, 없었지?
윤희,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 간다.
여림 ; (장난끼 어린 미소 띠고) 있었다는 거야, 없었다는 거야아.. 칫. (선준 쪽 보며) 이봐 가랑, 반가운 해후가 끝났으면, 나좀 보세나..어? (다가오며) 아이구 이러언.. 자네 또 안색이 왜 이모양인가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간밤에.. 혹, 별일 있었나? 대물 녀석도 하얗게 질려 있던데..
가는 윤희를 보는 선준, 윤희 쪽으로 가려다가 멈춰서 주먹 꽉 쥔다.
28. 성균관 마당 (낮)
고장복, 마당에서 상자를 밀며 신중하게 둥근 흰 선을 긋고 있다.
E (대사성) ; 이제 곧, 장치기 대회와 입청잽니다아..
자막 ; 장치기 장(한자)치기 ㄱ자의 긴 채로 공을 상대방 진영에 넣으면 이기는 게임. 오늘날의 하키.
29. 박사 집무실 (낮)
탁자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탁자 위를 가리키며 함춘호에게 뭔가 지시하는 대사성.
그 앞에 마주 앉아 적는 함춘호.
자막 ; 입청재 入淸齋 일반인에게 기숙사를 공개하는 재계. 오늘날의 오픈 하우스.
대사성 ; 성균관에서 가장 중요하고 분주한 날이 시작되는군요오..
정박사 ; (대사성 앞으로 걸어와) 모처럼 사람사는집 같겠습니다아..
유박사 ; (들어와 내려오며) 난 반댑니다. 장치기이라뇨? 허, 글 읽는 유생이 점잖치 못하게 우루루 (의자에 앉으며) 몰려다니면서 공이나 차는 꼬락서니하며, 게다가 입청재는 또 어떻습니까? 감히 공자를 뫼신 이 성균관에, 치마를 두른 여인네들이라뇨오?
대사성 ; 난 다 참아줄수 있습니다마안.. 그 망할놈의 패싸움은 질색입니다!
유박사 ; (작게) 영감, 언행에 체통을 좀..
대사성 ; 왜요? 아, 이보다 더 심한 말도 할 수 있습니다, 난. 이번에도 동재, 서재, 노론, 소론으로 나뉘어 박터지게 싸울텐데.. 아 몇놈 머리통이라도 깨져보십시오? 학부형들이 나를 이리가라.. 저리가라 완전 동네북으로.. 아하, 치. 애비란 작자들이, 하라는 나랏일은 안하고 대궐에 모여, 패싸움 하는 모습만 제.. 보여줬으니, 아니 우리 애들이, 뭘.. 보고 배웠겠습니까?
고장복 ; (옆에 서서 고개 약간 숙이고) 덕분에.. 이 부수입이 (손가락을 동그랗게 하여 흔들며) 짭짤하다고, 좋아하셨잖습니까?
대사성 ; 아, 내가 언.. (작게) 그랬었나? 으음.. 정박사, 유박사, 이번 장치기에는 어.. 그래, 어느 기숙사가 이길거 같습니까아?
30. 성균관 마당 (낮)
마당에 흩어져 장치기 도구를 들고 장치기 연습을 하고 있는 유생들.
도현 ; 그걸 뭘 물어어! 그야 대세는 잘금 4인방이 있는 동재지이.
우탁 ; (장치기 도구를 어깨에 메고 서서) 아니 어째서?
도현 ; 전하께서 친히 궁으로 불러 하사품을 내리신 유생들이야아. 이마빡에다가 너는 내사람, 쾅 하고 홍점을 찍었다 말이지이.
해원 ; 아이, 하긴 그건 장의한테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먼서어?
도현 ; 야, 너 같으면은, 출세길이 보장되는 잘금 4인방한테 찍히고 싶겠냐아?
우탁 ; (눈에 쓴 색안경을 손 끝으로 만지며) 그러니까 이 성균관에서 잘금4인방을 대적할 자는 아무도 없다, 내 분석적인 머리로는 이렇게 말해주고 있지, 하하하하 하하하하.. (점점 웃음소리 작아지며 멈추면서 한 쪽을 본다.)
도현 ; (우탁이 왜 갑자기 멈추나 궁금하여) 왜? (본다)
이 쪽을 보며 걸어오는 장의와 고봉, 강무.
남명식 ; (문을 무리들과 들어서며) 우리 동재, 소론이 성균관 역사상 처음으로, 이번 장치기 대회에서 우승하겠네. 내 이선준을 동재에 둔건 다.. 선견지명이었네.
동재 유생 1 ; (엄지 치켜 들고) 하하하하, 올커니!
장의 일행 보고 유생1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는 명식.
여러 명의 다른 유생들, 장의가 있는 옆의 마루 옆 마당으로 걸어간다.
유생2 ; 허면, 이번엔 잘금4인방이 있는 동재가 우승을 하는건가?
유생3 ; 살다살다, 노론이 장치기에서 지는 꼴을 다 보네..
유생4 ; 아하, 그러게 말이야아..
힘없이 그 쪽을 보는 고봉과 강무.
장의, 유생들 말을 엿들으며 긴장한 표정이다.
병춘 ; 이런 싸가지 없는.. (유생들에게 다가서 유생들을 주먹으로 치며) 이것들이 이거, 안되겠구마안.. 장의어른께서 심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장치기 대회에서 뼈가 가루가 되도록, 멸사정신하겠습니다요오, 해도 모자랄 판에, 이것들이 그냥, 회의로 화악.. (발을 높이 올려 휘두른다.)
유생들, 가버린다.
장의의 웃는 표정 보는 병춘.
병춘 ; (장의 보고 웃다가 장의 쪽으로 와서 인사 하며) 다 처리했습니다요오, 장의.
장의 ; 한결 같구나.
병춘 ; 장의를 향한 제 충심이 어찌 변하겠습니까요?
장의 ; 시키지 않은짓을 하는 것도, 말귀를 못 알아먹는것도, 여전해. 여전히 넌, 아무 쓸모가 없다.
병춘 ; (바닥에 무릎 꿇고) 절, 절 뒷간의 휴지처럼 쓰십시오. 더러운 일, 냄새나는 일, 장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요오.
장의 ; 눈물 겹군. (가버린다)
강무, 고봉도 장의 따라 가버린다.
울상의 병춘.
31. 효은 집 앞 골목 (낮)
쓰개치마를 손에 걸쳐 든 효은과 나란히 걸어오는 선준, 문 앞에서 멈춰 선다.
버들, 대문 앞에 서서 엿듣는다.
효은 ; 저, 허면 도련님, 입청재때.. (깜빡했다는 듯) 아, 아닙니다아.. 성균관에는 출입하지 말라고 하셨죠오.. 도련님께서 싫어하시는 일은 저도 싫습니다.. 가지 않겠어요.
선준 ; 아닙니다. 입청재는, 성균관이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여는 날입니다.
효은 ; 그럼.. 제가 가도 되겠습니까?
선준 ; 법도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요. (고개 인사하고 돌아서 걸어간다.)
효은, 환하게 웃는 표정이 되고 선준에게 인사한다. 흐뭇한 표정으로 선준의 뒷모습을 본다.
버들 ; (효은의 바로 뒤에 와 서서) 법도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요. (헷갈린다는 표정으로) 아니, 오래는 거야, 말래는 거야아?
효은 ; 몰라 묻니? 꼭 오래시잖아아. 기다리실 거라고.
버들 ; 언제? 그렇게 말했는데요?
효은 ; (엄지를 눈 아래에 대며) 눈으로! (메롱 한다)
32. 저잣거리 (낮)
짐지고 지나는 행인 사이를 생각에 잠겨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생각에 잠긴 선준.
*몽타주 ; 밤섬에서 쪼그리고 잠든 윤희의 입술로 다가가던 선준의 입술.
생각을 떨치려는 듯, 급히 걸어가다가 행인의 팔을 치고 지나가는 선준.
돌아보는 사람들.
순돌 ; (지나는 선준의 뒤에 와 팔로 안으며 반갑게) 아, 히, 되련님. (선준 보더니 안스럽다는 표정으로) 아구우.. 안그래도 나가 되련님을 지금 구하려고, 열길 한강물속을 기냥 뛰어 들어갈 참이었다니께요오. (선준의 어깨와 옷을 털어주며) 괜찮으신게라아? 으이, 아, (선준의 생각에 빠져 멍한 얼굴을 보더니 놀라) 옴마야! 데련님, 섬에서 물귀신이라도 봤소오? 얼굴이 어째, 그모양이시오오.. 이잉?
선준 ; (순돌에게 답을 구할 듯 강한 눈빛으로 보며) 순돌아.
순돌 ; (긴장하여) 야아.
선준 ; 내가 말이다아..?
침 삼키는 순돌.
선준 ; (생각하다가 아래 보며 생각바뀐 듯) 아니, 아니다아. (상점이 늘어선 저잣거리로 가버린다)
허리에 팔을 얹고 선준 보다가 뒤따라 간다.
33. 성균관 마당 (낮)
장치기 연습을 하는 유생들 사이를 나란히 걸어오는 여림과 윤희.
여림 ; 역시 장치긴, 내취향이 아냐아.
윤희 ; 장치기요?
여림 ; 꽤나 살벌하다고오.. 동재와 서재, 아니지.. 노론과 소론 남인이 편을 갈라하는 경기니까.. 총칼만 안들었지, 전쟁이지, 전쟁. 한해에 한명씩은 팔다리가.. 끽.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한다.)
윤희 ; (무서워서 긴장하여) 입청재는요? 그것도 무서운 겁니까?
여림 ; 아니, (미소 짓고) 딱 내취향! 성균관에 내가 남아있는 이유지. 장치기 전야제쯤 되나아? 금녀의 공간인 이 반공 성균관에, 여인네들이 마음껏 들어와도 되는 날이거든.
윤희 ; 그런 날도.. 있습니까?
여림 ; 대물 자넨, 누굴 부를 생각인가아? 어? (곁눈질로 윤희를 유심히 훑어 보며) 이선준은 병판댁.. 당연히 병판댁 여식을 불렀겠지마안., 음.
윤희,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 돌린다.
여림 ; 이거, 이거, 이거 큰일났구마안.. 자넬 피가 마르도록, 기다리는 놈이 있는데 말이지?
윤희, 누구인데요? 하는 표정으로 여림을 본다.
34. 명륜당 앞 마당 (낮)
걸오, 혼자서 장치기 채로 공을 세게 친다.
*몽타주 - 윤희 ; (걸오가 만들어준 손깍지를 흔들어 보이며, 웃는 표정으로) 고맙습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과 얼굴을 하고 세게 공을 쳐서 천에 그려진 골라인에 맞추는 걸오.
다시 공을 친다.
* 몽타주 - 윤희 ; (걱정스런 표정으로) 사형, 많이 다치셨습니다아.. 괜찮으십니까?
그런 윤희 얼굴을 잊으려 세게 공을 쳐서 천을 맞추는 걸오. 다시 공을 치려고 바닥에 채를 댄다.
*몽타주 - 윤희 ; 걸오라는 별호.. 차암.. 안어울리십니다..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한 채 더 세게 공을 쳐서 천을 맞추는 걸오. 세게 여러번 공을 치는 걸오.
*몽타주 - 윤희 ; 딸국질 멈춘다. 그쵸? (손가락으로 가리키다가 허리 꺽으며 파안대소) 하핫하하, 하하하핫..
잊으려 해도 안되는지 눈을 질끈 감다가 툭 채를 던지는 걸오.
여림 ; (걸오 앞에 와서 피식 웃다가 걸오의 얼굴 보며 안스러운 듯) 밤새 잠도 못자고 기다린 모양일세 걸오? (걸오의 뺨을 손으로 만지며) 아유우.. 얼굴이 축났어어?
걸오 ; (여림을 손을 툭 쳐서 치우며 무심하게) 기다리긴. 누가?
여림 ; (한숨) 하아.. 그럼 다행이구우우. 간밤 비바람에.. 그만. (울먹이며)아무래도 일이 잘못된 모양일세에.. 흑. (주먹을 입에 넣고 흐느끼며) 섬에는 어디에서 태웠는지.. 흑흑흑..
의아한 표정으로 여림을 보던 걸오, 급히 달려간다.
장난끼 섞인 표정으로 메롱하는 여림.
윤희 ; 사형!
달려가다가 급히 멈춰서 소리나는 쪽을 보는 걸오.
윤희 ;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시는 길입니까?
놀라서 멀리 떨어진 곳의 여림을 보는 걸오.
걸오에게 놀리듯 입을 내밀고는 가버리는 여림.
윤희 ; 걱정, 많이 하셨다.. 들었습니다.
걸오 ; (윤희 보며) 걱정은 무슨.
윤희 ; 걱정끼쳐 죄송합니다, 사형. (고개 숙여 인사한다)
걸오 ; 얼굴 안좋네. 가서 쉬어.
웃다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가는 윤희.
반대편으로 걸어가던 걸오, 몇발짝 가다가 멈춰선다.
생각하다가 입을 꾹 다물고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급히 달려간다.
걸오 ; (가는 윤희의 어깨를 잡아 돌리고) 안되겠다. 너, 너 임마, 앞으로 내 눈앞에 꼭. 붙어 있어라. 어딜 가든, 뭘 하든, 내 눈앞에 꼭 붙어 있으라구. 돌아버리는줄 알았으니까.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윤희.
35. 여림방 (낮)
여림 ; (방문을 열고 들어서다 약간 놀라고 의외라 생각하여) 허어,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아.. 어? 예와 법도가 아니면 하질 않는 가랑 자네가, 주인도 없는 빈방에서? (바닥에 양반다리하고 앉는다)
선준 ; (뒷짐 지고 섰다가 급히 여림 앞에 양반다리 하고 앉아서) 결례인줄은 압니다만.. 사형이라면 이문제에, 제게 답을 주실거 같아 이렇게..
여림 ; (옷고름을 다 매고) 뭐든 말해보게. 난 보기보다 꽤 입이 무겁다네.
선준 ; 사형 말처럼.. 사내라면 누구나 다 예외없이.. 여인을 좋아하는 것이 세상의 법도겠지요?
여림 ; 아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나? 본능이지. 사내들의 끓어오르는 본능.
선준 ; 허나.. 아직은 잘 모르는 여인네보다는, 뜻이 잘 통하는 벗이 더, 편하고 정겨운 것 또한, 당연한 이치겠지요? 사형께서도 분명 그런 경험이..
여림 ; 그래서 자네 지금, 사내가 더 좋다는 말인가?
선준 ;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친동기간처럼.. 살가운 마음이 생길수 있지..
여림 ; (다가오며) 가까이 가고 싶고, 만지고 싶고? 흐흐흐, 아암, 나도 그같은 경험이 있네. 걸오오. 그럴 때마다 내 남색은 아닌가? 마음의 번뇌가 깊었네. 하, 천하의 이 여림이 말일세. (옆에 놓인 빨간 표지의 책자를 들고) 그때, 내게 늘 평안을 준, 주옥같은 책일세. 꼭 혼자 있을 때 보게나아. 지나치게 감동적이라 눈물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선준의 손에 책을 쥐어준다) 너무 고민 말게에.. 사람을 미워하는게 죄지, 좋아하는 맘이 어찌 죄가 되겠나? 그게 누가 됐든.
36. 여림 방 밖 (낮)
빨간 책을 손에 들고 걸어 나오다가 펼쳐 보다가 그림에 놀라서 탁 덮고, 보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는 선준. 다시 돌려주려 반대편으로 가다가 멈춰서 다시 책을 열어보는 선준. 여인의 그림이 그려진 책이다. 다시 옆구리에 끼고 가려던 길로 돌아서 간다.
37. 박사 집무실 (낮)
대사성 ; (의자에 앉은 채) 그게 사실인가?
유박사 ; (서서) 허나, 그는 오랜 전통일세.
장의 ; (서서) 전 이번 장치기 대회를 통해, 유생들이 화합을 배우길 바랍니다.
정박사 ; (서서, 약간 비꼬듯이) 환영할 일이군.
장의 ; (정박사를 노려보며) 장의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대사성 ; 허면, 무슨 방법이 있나?
38. 유생모임방 (낮)
E (장의) ; 그간 동재와 서재, 기숙사별 대항전으로 치러졌던 장치기 대회는, 사실 노론과, 소론 남인의 당색으로 나뉘어 성균관의 분열을 가져왔다. 하여, 이번 장치기 대회에서는 유생 저마다 심지를 뽑아, 동군과 서군으로, 결정하고자 한다. 모든 성균관 유생들은, 이번 입청재와 장치기 대회를 통해, 탕평과 대동화합의 정신으로 거듭 나길, 권한다.
양쪽으로 쭉 줄지어 앉은 유생들. 그 가운데 끝의 책상 앞에 앉은 장의.
상자를 가지고 유생들 앞에 가는 함춘호와 고장복. 그 상자에서 끈을 뽑으면 다들 파란띠 또는 빨간띠를 뽑게 된다. 여림, 뽑으면 파란띠다. 걸오, 빨간띠를 뽑는다. 윤희, 빨간띠를 뽑는다. 선준이 뽑으면 파란띠다. 선준과 윤희 띠를 상투에 두른다. 다른 유생들도 띠를 머리에 두르고, 여림은 파란띠를 공중으로 휘날린다.
39. 장의방 (낮)
여림 ; (파란띠 들고 서서 장의 주위를 왔다갔다 하며) 전부터 느낀건데.. 머리 참 좋아아.. 설마 동군, 서군 편을 나누는데.. 자넨 아무 관련이 없다,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생각은 아니지? 그러니까, 잘금사인방이 장치기대회때, 성균관에서 더 주목받는 꼴은 못보겠다. 그래서 노론이자 매제가 될 이선준은 동군에, 눈에 가시 같은 소론 걸오는 서군에? 늘 그랬던것처럼, 공 앞에선 눈이 돌아가는 사내놈들이니, (놓인 도자기를 만지며) 이선준과 문재신이 적이 되어 서로를 향해 달려들수도 있겠지이.. (도자기를 탁 치며) 결국, 노론과 소론의 싸움을 붙일 생각인거야. 그치?
장의 ; 자네 머리도 나쁘진 않군.
여림 ; (돌아서 장의 보며) 헌데 나느은? (파란끈을 펼쳐서 만지며) 나는 왜 자네 편이지?
장의 ; 자넨 내사람이니까.
여림 ; (파란끈을 들어 보다가 멈추고 장의를 쳐다보며) 누구 맘대로? 나 구용하다아. 누구 사람이 되는 짓 따윈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아..
장의 ; (째려보며) 여림.
여림 ; (장의가 들고 있는 몽둥이를 뺏으며) 날 자네 곁에 두고 싶다면, 방법은 딱 한가지야. 날 좀 재밌게 해달라구우.. 지금 자넨, 좀 지루하거든. (몽둥이를 장의 손에 쥐어 주고 나간다)
40. 성균관 마당 (낮)
곳곳에서 장치기 연습 중인 유생들.
그물망인 골대에서 연습중인 유생들에게서 좀 떨어진 곳에서 마주보고 선 걸오와 윤희.
윤희 ; (채를 들고 공을 치려고 준비자세 취하며) 이거, 꽤 재밌는데요.. (치면, 공을 벗어나 헛손질하게 된다. 민망하여 걸오를 올려다 본다)
걸오 ; (자신의 채로 윤희의 손을 치며) 오른손을 위로, 어. 왼팔 아래로.
윤희 ; (채를 쥐어 보고) 이렇게 하면 됩니까.. 사형?
걸오 ; (답답한 표정으로 채로 윤희의 채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중간에 대며) 여길 잡으라고, 여기.
윤희 ; (가리키는 곳보다 왼손으로 더 아래를 잡고 웃으며) 이렇게요?
걸오 ; (답답하여 채로 바닥을 치며 화나서) 야이, 답답한 자식아, 그거 하날 제대로 못해!
쪽문으로 들어와 계단을 내려와 채를 만지며 이쪽으로 오는 선준.
윤희 ;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사형.
보는 선준.
걸오 ; (미안하여)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내말으은.. (설명하기 어려운지 답답하여) 허어. (윤희에게 다가가 몸을 약간 숙이고, 윤희의 손을 쥐고 채에 대준다)
윤희 ; (고개 끄덕이다가 걸오 보며) 이렇게 하면 됩니까, 사형.
걸오 ; (보던 윤희 보더니 긴장하여 눈길을 외명하고 일어서며) 음, 그래, 잘하네.
진지한 표정으로 공을 치는 윤희.
공이 날아간 곳을 보는 윤희와 걸오.
윤희 ; (골대로 잘 들어간 공을 보고 기뻐서 웃는다) 하아, 허어? 허, 허허허허.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 하자고 걸오에게 내민다)
걸오, 윤희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마주 친다. 허허허허 웃는 윤희.
그 장면을 보며 좋지 않은 표정의 선준.
남명식 ; (일행과 함께 선준 쪽으로 다가와) 어이, 이선준. 잘해보자. 넌 노론, 난 소론이지만 이번 만큼은 같은 동군이니까. (악수 청하며 손을 내민다)
쳐다도 보지 않고 혼자 생각에 잠겼다가 그냥 가버리는 선준.
유생1 ; (어깨에 맨 채를 내리며) 저런 싸가지가, ... 없으시구마안..
그물망 골대에 날아와 들어가는 공. 보면 선준이다. 생각에 잠겨 공을 채로 당기는 선준.
E (윤희) ; 휴, 잘 안됩니다아.. 사형.
굳은 표정으로 공칠 준비를 하는 선준.
E (윤희) ; 도와주십시요오.. 사혀엉..
세게 공을 날리는 선준. 그물을 닿는 공.
다시 공을 치려 채를 높이 드는 선준.
E (윤희) ; 저, 잘했습니까, 사형?
화가 나서 채를 세게 바닥에 던지고 쪽문 쪽으로 가는 선준.
그 소리에 놀라 선준을 돌아보는 윤희, 약간 걱정스런 표정이다.
41. 일월문 앞 성균관 뜰 (낮)
지나치는 유생들과 반대로 일월문 쪽으로 가는 선준.
42. 일월문 안 (낮)
선준, 가다가 멈추고 생각한다.
E (윤희) ; 왜 그런거 있잖소오.. 누굴 생각하면, 가슴이 막 두근거린다든가.. 자꾸 생각이 난다든가..
*몽타주 - 웃으며 하이파이브하는 윤희와 걸오의 모습.
다시 온 길로 돌아서려는 선준.
E (여림) ; 그래서 자네 지금, 사내가 더 좋다는 말인가?
문으로 들어오는 윤희.
윤희를 보고 급히 기둥 뒤에 숨는 선준.
윤희,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기둥 뒤에 숨은 선준, 오른손바닥을 왼쪽가슴에 대고 지그시 누른다.
43. 궁궐 안 (밤)
복면하고 담을 넘고 들어 오는 홍벽서. 지키던 포졸들, 덤벼든다.
홍벽서 칼을 빼서 포졸들을 벤다. 쓰러지는 포졸들.
그리고 방에서 보따리를 메고 나간다.
44. 금상 집무실 (밤)
정박사와 영상, 금상 앞에 섰다.
금상 ; (의자에 앉아 안경 쓰고 붉은 쪽지 들고 읽으며) 이는 백성의 고혈이니.. 다시 백성에게 돌아감이 마땅하지 않으냐..? (안경을 벗고 한숨) 허, 홍벽서가 살생을 했단 말인가?
정박사 ; 전에 없었던 일이옵니다, 전하.
영상 ; 전하아.. 분명 홍벽서는 백성의 영웅이 되고자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금난전권을 폐지한 일로 민심을 얻자, 이번엔 방자하게도..
금상 ; 의적이 돼, 민심을 사로잡겠단 뜻인가?
정박사 ; 지금껏 홍벽서는, 금등지사를 말하기 위해 움직여왔습니다. 오늘 홍벽서는, 그를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상 ; (옆을 보며) 전과 다르다..? 허나, 살생은 용납할 수 없는 큰 죄. 당장 홍벽서를 잡아들이세요.
45. 기생방 (밤)
병판 ; (갓 쓴 채 좌상 앞에 앉아) 더는 홍벽서를 쫓지 않을 생각입니다. 가짜 홍벽서가, 도성 안을 휘젓고 다니다보면, 진짜 홍벽서가 나타날 것이고.. 그때를 노렸다, 이번엔 실수없이 놈을 낚아챌, 생각입니다.
좌상 ; (갓 쓴 채 앉아) 신중하세요, 병판. 무리한 사수는 언제나, 화를 불러오는 법이니까요.
병판 ; 또또.. 걱정이 늘어지십니다아.. 사돈은 돌다리를.. (술상을 손으로 툭툭 치며) 너무 두드리십니다. 저를 못믿으십니까?
좌상 ; 믿음은, 말로 쌓는 것이 아닙니다, 병판. 사돈이란 이유로, 내가 많은걸 용납할거라 기대했다며는, 이 혼담.. 없던 일로 합시다. 음. (일어나 나간다)
병판 ; (몸 돌려 좌상 보며) 어? 아니, 저.. 저저.. 사, 사돈.. (일어선다) 저저..
46. 기생방 밖 (밤)
방문을 나오는 좌상 뒤를 급히 따라오는 병판.
복도에는 기생들 몇이 서서 두 사람을 배웅한다.
병판 ; 저기, 자자..잘못했습니다, 사돈. 아니, 좌상대감. 혼담만은 부디. (계속 걸어가는 좌상을 향해 크게) 저.. 대감! (좌상이 멈추자 뒤에서 절박하게) 딸자식 앞길을 막는 애비는 되고싶지 않습니다! (돌아보는 좌상에게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대감.
좌상 ; (고개만 반쯤 돌리고)말했습니다아.. 믿음은, 말로 쌓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예요. 이 혼담, 홍벽서를 잡은 다음에, 생각해 봅시다. (간다)
47. 동이방 (낮)
걸오 ; (종이를 들고 읽으며, 혼잣말로) 홍벽서가 관군을 죽이고, 관청을 털었다아.. 하아, (문 열리는 소리에 종이 접어 품에 감추려 한다)
여림 ; (들어온 여림, 걸오 뒤에 와서) 자네 요즘.. 나한테 감추는 게 너무 많아아..음? (걸오의 어깨너머로 미처 감추지 못하고 들고 있는 종이를 보며) 그건.. 연서라도 되나? (종이 뺏어 펼쳐보며) 쓰으.. 묘한 일이구만.. 홍벽서가 사람을 살생할리가 없는데.. (종이를 손가락으로 튕기다가 급히 접고 걸오에게 중요한 일인듯 말한다) 지금 이런 칙칙한 홍벽서얘기 따위나 읽고 있을 때가 아니네에.. 어? 오늘이, 무슨 날인줄 잊었어? 입청재라구, 입청재애..
48. 성균관 앞 골목길 (낮)
치마저고리 입은 여인네들의 행렬. 가마가 쭉 늘어서 가다가 멈춘다.
가마의 창문을 열고 밖을 보는 효은. 그 뒤에 여럿 늘어선 가마에서 효은의 친구들도 창문으로 밖을 본다. 가마가 멈추었고, 각자의 가마에서 내리는 효은과 친구들, 걸어간다.
그 옆으로 쓰개치마를 쓴 여자들, 지나간다.
효은 뒤로, 베일 두른 모자를 쓴 초선과 기생들, 베일을 손으로 걷고 밝은 표정으로 주위를 보며 걸어온다.
문으로 들어가는 여인들.
효은도 그뒤를 따라 걸어오는데..
황가 ; 애기씨! 하아. (붉은 표지의 책 여러 권을 손에 들고 흔들며) 한냥, 한냥.
효은 ; (책 보며) 이게 뭔가?
황가 ; 일등신랑감, 명부요오.
친구1 ; 정말이오오?
황가 ; 그렇다니까아. 성균관 안에 들어가보슈, 발에 채는게 다아.. 명문가 고관대작 아들들인데에.. 누가, 어느 방에 있는지 모르면, 입청재 내내 여기저기 헤매기만 하다가, 제대로 된놈 하아나 못건지고, 빈손으로 나온다니까. 억울해죽어. 노론이냐, 소론이냐, 당색이면 당색, 집안이면 집안. 청재 배정표에, 성적표까지, 다아- 실려있소.
효은 ; 난 됐네. (간다)
49. 성균관 대성전 앞 (낮)
세명의 여인들, 우탁의 뒤를 따라 걸어간다.
우탁 ; (걸어가며 손가락으로 건물을 가리키며) 다음은 이, 가장 중앙에 있는 대성전이지. 우리 공자님께서 말이지, 어, 공자님의 뒤를 이을 단 한사람, (뒷걸음치다가 해원과 부딪친다) 다음, (간다)
해원 ; (네명의 여인과 함께 와서 우탁의 팔을 손으로 약간 밀치고 여인들을 따라 오라고 손짓하며 간다) 에이.
50. 성균관 뜰 (낮)
큰 나무 앞에서 고개 숙여 울고 있는 여인의 등을 도닥이며 위로하고 있는 도현.
그 옆 잔디밭에 쪼그리고 앉은 계집아이.
해원 ; (그런 도현에게 다가가) 아이, 형님. 누구?
도현 ; (귀속말로) 작은집 식구들일세. (울음 참는 듯) 쓰읍.
51. 대청마루 (낮)
작은 다과상 앞에 앉은 할머니에게 큰 절하고 일어서 고개 들면, 남명식이다.
52. 성균관 일각 (낮)
고봉, 네명의 여인네 데리고 건물 가리키며 수줍어한다.
여인들, 갑자기 다른 곳으로 달려간다.
우탁도 손짓으로 가리키다가 자기 따라오던 여인네들이 다른곳으로 가자, 뭐야? 하는 표정으로 멈춘다.
해원 옆의 두명의 여인도 한 곳으로 달려간다. 튀밥 먹던 해원, 열받은 표정으로 여인들이 간 쪽을 보면, 여림이다.
여림이 앞서 걸어가고, 그 뒤로 많은 여인들이 뒤따른다. 여러 여인들 뛰어와 행렬 뒤에 따른다. 한바퀴 도는 여림.
해원 ; (우탁에게) 아니 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
우탁 ; 마성의 유생, 구용하 선진 아닌가? 요거, 요거. (손가락 동그랗게 만들어 돌린다)
53. 성균관 뜰 (낮)
안고 있는 남녀.
병춘 ; (동생의 등을 토닥이고 안고 있다가 떨어져 보며) 어머님 병세는, 좀 차도가 있고오?
병춘 동생 ; 오라버니가 보내준 돈으로.. 약해 드시고 좋아지셨지, 많이.
병춘 ; (동생을 얼굴을 만지며 흐뭇하게 웃다가) 우리 형이, 시집가야겠다아..
병춘 동생 ; 오라버니가, 이 성균관에서 학문이 뛰어나, 매번 장학금을 받는다구.. 어머니가 얼마나 자랑이신지이..
병춘 ; (흐뭇하여) 히이.
윤희모 ; (다가와서) 저어.. 말씀 좀.. 김윤식, 유생을 찾아왔는데요오?
병춘 ; (잘 모른다는 표정으로) 김윤식.. 유생이요오.. 아아.. 어디 갔더라아..?
정박사 ; 김윤식 모친 되십니까? (보는 윤희모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윤희모,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 살짝 숙인다.
54. 의약방 (낮)
윤희모 ; (당황하여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놓다가, 찻잔받침에 탁, 찻물 엎지르며 놓고 단호하게) 하아.. 아이를 데려가야겠습니다. 계집을 성균관에 보낸죄를 물으셔야겠다면.. 그 벌은 제가 달게 받겠습니다.
정박사 ; (마주앉아) 부인..
윤희모 ; 애들 아버지를 생각하신다면, 저희 세식구, 이대로 세상을 버리고 숨어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정박사 ; 저를 설득하신다한들, 윤희 그아이의 뜻을 꺽지 못하실겁니다. 스승인 전, 그아이가, 탐이 납니다! 천주학에서는 하늘아래, 사내와 계집이 똑같다 가르치고 있습니다. 부인, 어쩌면 조선에서도 언젠가..
윤희모 ; 그길을 왜에.. 제 딸이 가야 합니까? 저는 딸애가, 세상이 반대하는, 그 모진길을 가는걸 원치 않습니다. 애들 아버지를 잃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일어서 보따리를 챙기고 가려 한다)
정박사 ; (가는 윤희모의 등 뒤에서 그대로 앉아) 윤희 때문입니다.
멈춰서는 윤희모.
정박사 ; 스승님께서 금등지사를 그토록 원하셨던 이유는, 재주 많은 딸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자 하심이었습니다.
돌아보는 윤희모.
55. 유생 식당 (낮)
작은 상이 양쪽으로 쭉 놓여 있는 넓은 식당.
한 상을 앞에 두고 마주 않은 윤희모녀.
가져온 음식을 상위에 놓는 윤희모.
윤희 ; 어머니, 왜 말씀 안해주셨어요오? 아버지께서, 성균관 박사셨다는 거. 미리 알았더라면..
윤희모 ; 다 지나간 일일뿐이다.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다.
윤희 ; 하지만..
윤희모 ; (윤희의 양손을 상 위에서 꼬옥 잡고) 윤희야.. 우리 지금은 다른생각 말고, 무사히 이곳생활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일만 하자. 나중에.. 언젠가, 옛날 얘기하듯, 그렇게 하자.
눈물 글썽하여 고개 끄덕이는 윤희.
56. 동이방 앞 마루 (낮)
섬섬 ; (책자 펼쳐 들고 중이방 팻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앗, 보십시오, 중이방. 헌데 어딜 가신게지?
초선과 두 기생, 나란히 중이방을 보며 마루 앞에 섰다.
앵앵 ; 아니, 우리형님 오실 줄 뻔히 아시는 양반이, 어디 가셨데에?
섬섬 ; 그러니까 형님, 자꾸 뜸들이지 말구우, (몸을 약간 꼬며) 오늘은 한이불 아래 기이픈.. 속정을 나누자, 한번 해보십시오오? 흐흐흐. (책을 입에 대며 수줍어 한다.)
고봉 ; (먼데서 오며) 초선이이.. (다가와서) 장의께서 찾아계시네, 초선이.. 이히히.
57. 정자 위 (낮)
다과상을 앞에 놓고 한 다리 올리고 그 위에 한 팔 올려 단아하게 앉은 초선.
장의 ; (뒷짐지고 먼 풍경을 보며) 성균관에선, 여기가 제일.. 볼만하다아. (좋아하는 표정으로 초선을 보며 ) 네게, 언젠간.. 보여주고 싶었지이..
초선 ; (단호하게) 제가 오늘 성균관에 온건, 조선땅, 어디에나 있는 하늘이나 보자고 온게 아닙니다. 허니, 이제 그만 일어나도 결례가 아닐런지요, 장의? (일어서 치맛자락 잡고 간다)
장의 ; (옆으로 가는 초선의 팔을 잡아 세우고) 노력하고 있다. 니깟, 계집의 마음 한번 가져보겠다고, 이 하인수가, 노력이란 걸 하고 있잖아.
초선 ; (장의 보며) 가여우신분입니다. 어째서 이세상 모든것들이, 다 자기뜻대로 돌아가야한다, 모든것들이 다 도련님것이다 여기십니까? 저하나쯤은.. 그대로, 나둬 주시겠습니까? (장의의 손을 잡고 스르륵 치운다)
58. 정자 아래 (낮)
정자의 나무계단을 내려오는 장의와 그 뒤에 따라오는 강무와 고봉.
강무 ;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장의. 천한 기녀아일 뿐입니다.
장의 ; (멈춰서서 뒷짐지고 정면 응시한 채 생각에 잠긴 듯) 초선이 저아이가, 우리집으로 뛰어들어오던날, 아버님 앞에 서있던 열살난 계집애가, 물빛저고리가 꽤, 잘 어울렸지. 병춘이, (약간 돌아보며) 불러야겠다.
고봉 ; (기뻐서) 예에, 장의. (함박 웃음 지으며 달려간다)
59. 존경각 (밤)
윤희 ; (선반 앞에 서서 책 들고 생각에 빠져서) 나중에.. 언젠가.. 옛날 얘기하듯, 그렇게 하자아.. (책 품에 안고 고민이다가 툭툭, 툭툭 치는 소리에 두리번거린다)
걸오 ; (선반으로 얼굴 들이밀며) 오늘같은 날 여기서 뭐하는거냐? 별호도 대물..씩이나 되는 녀석이, 이름값도 못하고.
윤희 ; (웃는다) 풋!
선반의 책 들고 가더니 서서 펼쳐보는 걸오.
윤희 ; (걸오 뒤에 와서) 와아, 사형을 존경각에서 뵙는 날이 다 있습니다아. 허, 그것도 오늘같은날에. 허허허.
걸오 ; (그대로 책에 시선둔 채) 다 읽었거든. 여기 있는 책들은. (미소 짓는다)
윤희 ; (어이없다는 듯) 풋! 사형도 차암.. (미소띤 걸오의 얼굴 보더니 진심일까? 의심이 들어 책을 펼쳐서 대여해 간 사람 쪽지를 빼서 본다. 급히 여러 책에서 쪽지 빼서 보면, 모두 문재신 이름이 적혀 있다. 감탄하여 걸오 보며) 어어! 사형!
걸오 ; (약간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보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아. (먼저 간다)
뒤따르는 윤희.
60. 마당 (밤)
여러 개의 큰 천막 아래 큰 탁자와 의자 놓였고, 사람들 모여 앉아있다.
오가는 사람들.
큰 횃불 켜진 곳에서 약간 떨어진 술상이 차려진 식탁의 의자에 와 앉는 윤희와 걸오.
윤희 ; (주위 둘러보더니 안됐다는 듯) 흐어, 참 못났습니다, 사형. 이런 날 찾아와주는 여인네 하나 없습니까? 맘속에 둔, 정인도 없으시죠, 사형?
걸오 ; (윤희를 뚫어지게 보며) 그래서어. 너랑, 밥이나 먹을려고..
윤희, 웃다가 한곳을 보고 표정 굳어지며 그곳만 본다.
걸오, 윤희의 시선 가는 곳을 보면, 술상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은 효은과 선준이다.
효은 ; (윤희 쪽을 보고) 어, 도련님.. 동방생들, 아니십니까?
보는 효은 친구들.
보는 걸오.
선준, 고개 돌려 윤희를 보고 표정이 밝아진다.
윤희, 선준을 보다가 선준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 돌려 외면한다.
걸오, 앞으로 고개 돌려 윤희를 보며, 뭔가 기분이 우울하다.
효은친구1 ; (손에 침 뱉어 책장을 넘겨 보더니, 앞을 보며) 중이방, 문재신?
효은친구2 ; (걸오 보다가, 앞 보며) 대사헌의 차남? (친구1과 마주보고 놀라다가 입가에 손을 모아서 웃는다) 하아? 아흐흐흐흐흐. (자리에서 일어난다)
친구1,2, 걸오 옆에 와서 앉는다.
그걸 보고 웃는 윤희.
걸오 ; (여자가 양쪽에 앉자 딸국질이 나려 한다. 윤희 보다가 딸국질이 난다) 흐헉, 헉. 우리, 오늘 밥은 먹은 걸로 하자 (걸오 가버린다)
친구1,2, 걸오를 따라 의자에서 일어나 급히 간다.
윤희, 웃다가 표정 굳어지며 선준 쪽을 본다.
61. 성균관 뜰 (밤)
뜰에 나와 이리저리 찾는 친구1,2.
큰 나무 가지 위에 걸터 비스듬히 기대 숨어 있는 걸오, 친구들을 곁눈질로 내려다본다.
친구들, 잔디밭에 서서 여전히 찾는다.
걸오, 갑자기 딸국질이 나는 입을 손으로 막는다.
62. 마당 (밤)
윤희 ; (일어서며) 허면, 난 그만 가보겠소.
효은 ; (술상 차려진 탁자 앞 의자에서 일어서서) 아닙니다, 도련니임.. 저희랑 같이 드세요, 예? 도련님 동방생이시면.. 제게도 소중한 분이십니다아. 게다가 오늘은, 진사식당도 문을 닫았습니다아.. 저녁은 어쩌시려구요? (앉아 있는 선준을 내려다 보며) 도련님께서 좀 청해보십시요오?
선준 ; (시선 아래에 두고) 가겠다고 하는데는, 다 사정이 있겠지요. 지나치게 청하는건, 법도가 아닙니다.
윤희 ; (섭한 표정으로) 그럼 난 가볼테니, (선준 보며) 저녁 맛나게들 드시오. 법.도.대로.
(가려고 돌아서는데)
E (초선) ; 도련니임!
앞에 서서 윤희를 보고 미소 짓는 초선.
윤희 ; (놀란 표정으로) 초..초선이!
초선 ; 혹 제가 찾아온 것이, 도련님을 곤란하게 해드린 것입니까?
윤희 ; (살짝 뒤를 돌아보더니 다시 초선 보며)하, (고개 저으며) 아니요.. 기다리고 있었소.
엷은 미소 띠는 초선.
술상 앞에 앉은 사람들 사이를 다정하게 얘기하며 지나가는 남자와 여자.
술상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윤희와 초선.
그 앞에 나란히 앉은 선준과 효은.
효은 ; 저, 섬에 가신 일은, 저 때문에 공연히,
난감한 표정의 선준과 윤희.
의아한 눈빛으로 보는 초선.
효은 ; (고개 약간 숙이며) 죄송하게 됐습니다아..
술잔 들어 마시려다 손 약간 떨리며 내려놓는 선준.
난감한 윤희.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윤희를 곁눈질하는 초선.
효은 ; 섬에 두분만 계시다는데에.. 밤새 별일이라도 생기는건 아닌가 싶어서.. 허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요.
계속 생각하며 윤희를 보다가 앞을 보는 초선.
난감한 윤희.
효은 ; 그래도 한시름낳지 뭐예요오.. 저희 도련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동방생이라 들었습니다아. (선준 보며) 그렇죠, 도련님?
표정 밝아지며 궁금하여 선준 보는 윤희.
선준 ; (시선 비껴서) 동방생은 다 똑같은 동방생일 뿐입니다. 누가 누구를 더 귀히 여긴다니, 당치않은 말입니다.
윤희 ; (숟갈로 탁자를 찍으며) 맞소. 나역시 마찬가지요. (선준 약간 째려 보며) 우리는 그저.. 동방생일 뿐이오. (숟갈 다시 한번 내려치며, 약간 삐져서 시선, 외면한다)
윤희와 선준을 의미심장하게 번갈아 보는 초선.
시선 외면하고 있는 선준.
뚫어지게 서로 노려보고 있는 윤희와 선준을 번갈아 보는 초선.
효은, 초선의 얼굴과 선준을 번갈아보다가 초선이 선준을 보는걸 보고, 초선에게 입을 내밀어 하지 말라고 표현한다.
그런 효은을 보고 웃는 초선.
효은 ;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 선준에게 주며) 흠, 자, 도련님.. 좀 드셔보세요오.. 정혼하기로 한날부터.. 요리를 배우고 있긴 한데.. 도련님 입맛에 맞으실지는 자알..
윤희를 응시하고 있다가 효은 쪽으로 시선 돌리는 선준.
기분 언짢은 표정으로 선준 보다가 효은에게 시선 돌리는 윤희.
그런 두 사람 곁눈질로 보는 초선.
효은 ; (음식 집은 젓가락을 선준 입 앞에 대고) 어서요오, 도려니임.. 내일 장치기 대회때 힘내시라고.. 영양식으로 준비했는걸요. 기력증진에 좋은 갈낙탕입니다.
기분 좋지 않아 눈길 돌리는 윤희.
효은 ; 물 좋기로 유명한 독천마을로 사람을 보내, 어렵게 구한 낙지입니다아, 어서요. (다시 선준에게 젓가락을 밀다가 팔꿈치가 술잔에 닿아 술잔이 기울어지고, 술이 쏟아진다) 어, 어어..
효은의 치마를 닦아 주는 선준.
좋아서 웃는 효은.
윤희, 그걸 보고 난감하여 시선 돌리다가 젓가락 집는다.
윤희 ; (음식 집어 초선의 그릇에 놔 주며) 내게 온 귀한 손님인데.. 대접하는 걸 잊었소. 초선이, 많이 드시오.
초선 ; (미소 띠고 윤희 보며) 도련님께 이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아.
선준 ; (윤희와 초선 보다가 시선 내리고) 그러게나 말일세. 김윤식 유생이 여인네를 싫다한 이유를, 내 오늘에야 알았소. (윤희 응시하며) 여인을 싫다한 것이 아니라.. 초선이를 좋아했기 때문, 아니오?
윤희 ; (선준 노려보며) 내가 할말이오. (효은 보며) 이선준 유생이 말이오.
효은 ; (반가워서 윤희 보며) 말씀해 주세요, 도련님.
윤희 ; (선준 응시하며) 정혼 같은건.. 부모님의 뜻일 뿐이다. 대과를 보기 전까진, 혼인따윈 하지 않겠다. (효은 보며) 내게 약조를 했지 뭐요? (선준 보며) 그것도, 사내대장부의 약조 말이오.
효은 ; (슬픈 표정으로 선준 보며) 진정이십니까, 도련님?
선준 ; (윤희 보며) 그만하시오.
윤희 ; (잠시 생각하다가 시무룩해져서) 그런데 오늘, 그쪽을 보니, 알겠소오.. (효은 보며) 이렇게 곱고 현숙한 처녀라, 아마, 그런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초선, 계속 윤희를 본다.
효은 ; (볼을 손으로 감싸고 웃으며) 하아, 흐어. 너무 감동적입니다아.. (손바닥 맞대어 턱옆에 대고) 이건, 어떤 얘기책에서도 보지 못한, 장면입니다아, 도련니임.. 하아!
초선 ; (치맛자락 잡고 일어서서) 오늘 이 자린, 이년이 있을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윤희 ; (초선 올려다 보며) 그게 무슨 말이오, 초선이?
의아한 효은과 선준.
초선 ; (윤희를 내려다 보며) 도련님께서 마음에 두고 있는 이는, 제가 아닙니다.
윤희, 긴장하여 선준을 본다.
초선 보는 선준.
초선 ; 이 자리에 계신 그 분을, 제가 맞춰봐도 될런지요?
윤희 ; (당황하여) 그게 무슨 말이오?
초선, 치맛자락 잡고 걸어가더니 효은 옆을 돌아 선준 옆에 와 선다.
그런 초선을 보는 효은과 윤희.
그 옆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선준의 볼에 입을 맞춘다.
효은 ; (놀라서 자기입을 손으로 막으며) 하아!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는 윤희.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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