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 제10강 대본 (필사)
1. 몽타주 (전편 줄거리)
1) 시전행수방 안 (밤)
장의 ; (병판의 귀에 대고 은밀하게) 관군들을 불러주시겠습니까?
2) 골목길 (밤)
횃불 들고 걸어가는 포졸들.
걸오 ; (그 행렬을 보고 윤희에게 고개 돌려) 안되겠다, 대물. 관군들은 내가 잡아둘테니, 넌 가서 알려줘야겠다.
긴장하여 걸오를 보는 윤희.
3) 행수집 마당 (밤)
포졸 대장 ; (대문에서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수장고 안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행수집 하인 ; 아니, 아니 무슨?
마당 멍석에 앉아 걱정스럽게 돌아보는 여림.
장의 ; (마당에 서서) 내가 불렀소. (여림을 보며) 집안에 도둑놈이 든 것 같아서. (수장고 쪽으로 얼굴 돌리며) 저쪽 수장고 쪽이든가..
4) 수장고 안 (밤)
찾은 장부를 펼쳐 보며 미소 짓는 선준.
E (행수) ; 꼭 잡아야 합니다, 그 도둑놈. 대감,
5) 행수방 안 (밤)
병판 ; (화난 표정으로) 병조의 관군들을 믿지 못하겠다는건가, 지금?
행수 ; 저희집 수장고는 단지 수장고가 아닙니다. 수장고가 털리면 다치는건 저희놈들이 아니라, 대감들일실겝니다.
2. 수장고 안 (밤)
문 열리는 소리에 문 쪽을 보는 선준.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고 옆에 있는 몽둥이를 집어든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베일 단 모자에 기녀복 차림의 여자.
여자를 보고 몽둥이 든 손을 내리는 선준.
급히 선준에게 다가가서 안는 여자.
안는 여자를 떼려는 선준.
더 꽉 안는 여자.
선준 ; 누구..?
윤희 ; 나요, 왕서방. 곰, 재주넘는 곰.
선준 ; 김윤식? (한 손으로 윤희의 팔을 잡아 한 팔 너비로 떼고 본다. 여자로 분장한 기생 차림의 윤희를 보고 놀라서,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린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포졸들.
3. 행수집 마당 (밤)
정면을 응시하며 서 있는 장의.
자막 ; 제10강
여림 ; (장의 옆에 와 서며) 잡혔나? 도둑은?
장의 ; 걱정말게, 독안에든쥐란, 이럴때 하는 말이니까.
긴장한 표정의 여림.
4. 수장고 안 (밤)
관군들, 들어와 보면 바닥에 남자와 여자, 겹쳐서 누워 있다.
베일 단 모자를 쓴 채 선준 위에 엎드린 윤희, 관군 쪽으로 돌아보며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옆에 있는 물건들을 마구 잡고 던진다.
포졸1 ; (넋을 잃고 보다가 얼떨결에 물건들을 팔로 막으며) 어,, (급히 돌아 나간다.)
포졸들, 당황하여 급히 수장고 밖으로 나간다.
누운 채 팔을 뻣뻣하게 펼쳐 들고, 눈이 동그래져 보는 선준.
5. 수장고 밖 (밤)
포졸 대장 ; 가자!
횃불 들고 정렬하여 가는 관군들.
6. 수장고 안 (밤)
얼빠진 사람처럼 동그란 눈을 하고 누운 선준.
윤희 ; (돌아 보면 누운 채 놀란 표정의 선준이 있다. 민망하여 황급히 일어서며) 관군들이 온다고 해서... 시전상인이 아니면 안된다기에, 그래서.. 하는수 없이..
선준 ; (일어서서) 정말.. (윤희를 다시 위아래로 욽어보다가) 재주를 넘긴, 넘는군. (고개 약간 돌려 외면하며) 덕분에 어렵게 찾은 난전의 장부는, 어디로 갔는지 알수 없게 됐지만.. (장부를 찾는 척하며 윤희를 등 뒤에 둔 채 돌아서서, 가슴에 한 손을 얹는다.)
윤희 ; (옆에서 장부를 찾아 손에 들고 보이며) 그 장부.. 이거 맞소?
선준, 윤희의 장부 든 손에서 시선을 이동하여 윤희의 눈과 연지를 바른 입술에 시선이 집중된다. 장부를 받아 들려고 내민 선준의 손이 덜덜 떨린다.
윤희 ; (걱정스럽게) 그손, 혹시 아까 어디 다치기라도 했소? (장부를 받아든 선준의 손을 잡으려 한다.)
선준, 윤희의 손에 잡히지 않으려 급히 팔을 빼다가 비밀문에 부딪친다. 그 바람에 수장고 안의 비밀 창고 문이 열린다.
두 사람, 문이 열린 쪽을 보면 장부가 가득 쌓여 있다.
다시 마주 보는 윤희와 선준.
E (시전행수) 그 장부엔 그간 모든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7. 행수방 안 (밤)
병판 ; 기록이라니?
시전행수 ; 대감들께 바친, 저희놈들의 충성의 기록 말입니다.
병판 ; (화난 목소리로, 크게) 뭐야?
8. 수장고 안 (밤)
장부를 뒤져 보는 선준과 윤희.
윤희 ; 이건.. (장부를 펼쳐 보더니 가져가려 한다.)
선준 ; (그런 윤희의 손을 잡으며) 그건, 너무 위험해.
윤희 ; 어차피 잡히면 위험한건 마찬가지 아닌가?
선준 ; 여기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땐 금상께서 나선다해도 널 구할수 없을지도 몰라. 모르겠어?
9. 행수집 마당 (밤)
장의 ; (노려보며) 수장고에, 아무도 없었다는 말이냐?
포졸대장 ; (고개 숙인 채 앞에 서서) 예에. 기녈끼고 뒹굴던 놈밖엔..
여림 ; (접힌 부채를 손바닥에 치며 생각하는 듯) 기녀아이를 끼고 뒹굴었다아?
여림을 보는 장의.
슬쩍 미소 짓는 여림.
초선 ; (옆에 다른 기녀들과 함께 섰다가) 수장고의 기년, 저희아이가 아닙니다. 저희 모란각 기녀들은, 여기 있는 이 아이들이 전붑니다.
장의 ; 수장고안을 다시 수색해라. 이번엔 사내놈뿐만아니라 그 계집까지, 잡아들여라.
포졸 대장 ; 예에.
펼쳐서 얼굴 가리고 있던 부채를 접으면, 걱정스런 눈빛의 여림이다.
돌아서 가는 포졸들.
10. 행수집 바깥채 앞 (밤)
급히 걸어가는 병판과 그 뒤를 따르는 관군들.
장의 ; (쪽문으로 나와 병판을 쫓아 가며) 아버님,
병판 ; (다급한 목소리로 급히 걸어가며) 얘긴, 나중에 하자.
11. 행수집 뜰 (밤)
뜰을 걸어가는 기녀들.
섬섬 ; (걸어가며) 장안의 돈 있는 장사치들은 다 모인다기에, 두둑한 전두나 좀 만져보나 했더니, 으이.. 이렇게 파장이 나네.
앵앵 ; (울상으로) 누가 아니래에.. (초선을 보며) 정인이라도 만난 우리 초선형님만 운수대-통했네.
초선 ; (멈춰서서) 정인을 만나다니?
섬섬 ; 김윤식도려엉.. 못만났수?
앵앵 ; 어어 이상하네? 나 분명 문밖에서 그분뵀는데.. 하도 안보이시길, 난또 형님이랑 좋은시간 보내고 계신줄 알았지. 아니었수?
의아한 눈빛의 초선, 뒤를 돌아본다.
여림 ; (기생들의 뒤를 따라오다가 얘기를 듣고) 대물녀석이 왔단 말이지. (접힌 부채로 손바닥을 친다.)
12. 수장고 (밤)
행수 ; (수장고로 급히 들어오며,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아아하하아아 아니 안돼, 안돼에. (비밀 창고로 들어가며) 흐흐흐흐, 아이구.
포졸 대장 ; 놈들은 벌써 도주한 모양입니다.
행수 ; (절박하게) 이이수장고에서 도주를 했다면, 뒷문입니다, 뒷문입니다, 대감.
병판 ; 어서 후원으로 가 놈을 잡아들여라, 어서.
포졸 대장 ; 예에. (인사하고 간다)
장의 ; 아버님?
병판 ; 가서 놈을 잡아들여! 만일 이 일이 잘못되면, 우리 노론에게 내일은 없다.
13. 행수집 뜰 (밤)
치맛자락을 들고 달려오는 윤희와 선준, 급히 담벼락 뒤에 앉아 숨는다.
장의 ; (가다가 돌아서서) 잠깐! (급히 숨느라 담벼락 옆으로 나온 윤희의 분홍 치맛자락 끝부분을 보고, 그 쪽으로 걸어간다)
포졸들, 장의를 따른다.
기생들과 남자들 서로 엉켜서 장의 쪽으로 걸어온다.
장의와 포졸들, 기생과 남자들 무리를 지나 담벼락 옆을 본다.
장의 ; (그곳에 아무도 없자 화난 듯) 놈과 계집을 찾아내라, 어서!
포졸 대장 ; 예에!
포졸들과 장의, 남자들과 기생들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본다.
장의, 한 남자의 어깨를 잡고 돌려보면, 여림이다.
여림 ; (갓 끝을 손으로 잡고) 어 이런, 왜또 이렇게 화가 나셨나아?
가려는 장의.
여림 ; 독안에든쥐가 달아나기라도 한 모양이지?
매우 화난 표정으로 노려보는 장의.
E (선준) ; 재주 넘는 곰은 어디갔소?
14. 행수집 바깥 담 (밤)
담벼락 위에 앉아 있는 윤희.
담 밑에 서 있는 선준, 내려오라고 손가락을 자기 쪽으로 까딱인다.
윤희 ; (선준 쪽으로 내려가려다가, 무서워서 멈추며) 어어어, 어어, 어어, 어어.
선준, 웃으며 잡아주려고 손을 내민다.
윤희, 반기듯 웃으며 손을 잡으려 한다.
선준 ; (윤희의 웃는 얼굴을 보고 긴장하여, 내밀었던 손을 거두며) 빠 빨리.. (시선을 내리며) 빨리 내려오시오.
E (발자국 소리)
E (포졸대장) ; 멀리는 못 갔을 것이다. 기집과 사내놈을 반드시 잡아라!
선준, 다급해지자 윤희에게 양손을 내민다.
선준의 손을 잡고 담 위에서 내려오는 윤희.
위에서 내려오다보니 살짝 안기는 포즈가 된다.
잠시 긴장한 듯 멈춘 둘.
E (포졸) ; 저쪽이다!
윤희의 손을 잡고 뛰어 달아나는 선준,
손을 잡힌 채 뒤에서 따라 뛰어가는 윤희.
15. 골목길 (밤)
손잡고 뛰어가는 선준과 윤희.
포졸들 ; (뒤에서 횃불 들고 쫓아오며) 멈춰라, 저놈이다, 저놈이다...와아, 와아!
달려가서 급히 물레방앗간에 몸을 숨기는 선준과 윤희.
뛰어서 물레방앗간을 지나치는 관원들.
16. 물레방앗간 안 (밤)
선준 ; (관군들이 가버리자 긴장이 풀린 듯) 허어, 허어. (좀 여유가 생기는지 웃으며 윤희를 본다)
마주보고 웃는 윤희.
윤희와 선준, 웃다가 손잡고 있는 걸 동시에 보고, 화들짝 놀라 동시에 손을 뗀다.
선준 ; (갑자기 정색하고) 날.. 동정한건가? 이밤중에,, 게다가 그런꼴로,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준건, 내가 힘없고 어리석은데다.. 나혼자선 절대로, 해내지 못할것같아, 그러니까,. (윤희의 얼굴을 응시하며) 불쌍해서 손을 내밀어준건가? 누구든지 손만 내밀어주면, 덥썩, 감지덕지 잡을거라 여겨서?
윤희 ; 이선준.. 너, 정말? (주먹을 올려 선준을 치려 한다)
선준 ; (그런 윤희의 주먹을 잡고) 널 동정한게 아니다. (잡힌 주먹을 빼려는 윤희의 주먹을 더 세게 잡으며) 니가 아닌 것처럼. 처음엔.. 아까웠다, 그재주가. 그다음엔, 니가 필요했지. 벗이 생긴다면.. 그건 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난, 방법을 몰랐던 거야, 처음이었으니까.. 미안하다. 미안하다, 김윤식.
윤희, 눈물이 고여 그걸 감추려, 앞으로 한발짝 나아가 선준에게 등을 보이며 선다.
선준 ; 김윤식..
윤희 ; 나쁜자식.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흐흐아흑 내가 마음을 다잡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하, 너 정말.. 흐흑 너정말..(주르륵 눈물 흘리며) 흐흑흑
선준 ; (윤희 뒤에서 손을 올리려다 멈춘 채) 무조건 내가 다 잘못했다. 그러니까, 그만.. 울면 좋겠다. (뒤에서 한 손으로 떨리는 윤희의 어깨를 꽉 잡는다.)
17. 성균관 뜰 (밤)
걸오, 돌난간에 앉아서 조바심이 나는 듯 얼굴을 훔친다. 일어서서 돌아가려다 걸어오는 여림을 발견한다.
여림 ; (걸어오며 걸오를 발견하고) 어어? (다가와서 걸오의 다친 입술과 얼굴을 손으로 훔친다)
걸오 ; 왜, 왜 너혼자야?
여림 ; (걸오얼굴 보고 찡그리며) 어휴, 내 이럴줄 알았지. 걸오 자넨, 길을 막고, 대물은 몸을 던지고.
걸오 ; (흥분하여) 대물이 몸을 던지다니? 그자식 어딨어 지금? (급히 가려한다)
여림 ; (걸오의 어깨를 잡아 막으며) 어허이 친구, 나 구용하다아.. 그런 위험천만한 곳에, 내가 그렇게 예쁜 녀석을 남겨두고 왔을 거 같애?
걸오, 무슨 말이야? 하는 표정으로 본다.
18. 행수집 뜰 (밤, 회상)
선준과 윤희가 숨어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장의와 포졸들.
담벼락에 숨어 앉았는 선준과 윤희.
여림, 그 뒤에 와 앉아서 선준의 어깨를 잡는다.
선준 ; (여림 쪽으로 돌아보며 놀라서, 나직하게) 사형!
여림 ; (돌아보는 여장 차림의 윤희를 보고) 대대물?
윤희 ; (고개 약간 숙이며) 그렇게 됐습니다.
여림 ; (선준에게) 흠, 긴얘긴 나중에 하고, 여긴, 나랑 이아이들이 맞지. 어서 가라고. (자신의 뒤 쪽을 엄지로 가리킨다.)
몸을 낮춘 채 급히 가는 선준과 윤희.
씌익 미소 짓고 일어서는 여림.
E (여림) ; 대물 그 녀석, 기대 이상이었어,
19. 성균관 뜰 (밤)
여림 ; 흐흠. (회상에 젖었다가 걸오를 돌아보며) 곱상한 녀석이란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차려 입히고 나니, 야하.. 간만에 내가슴이 다 설렜지 뭔가?
걸오 ; (흥분하여) 한심한놈. 어쩌자고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해?
여림 ; 위험해? 뭐가아? 송행수집으로 밀어넣은건 자네구. 그런 상황에서 대물은, 이선준을 구하기 위해,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하질 않았나.. 뭐가 위험하다는거지, 걸오?
걸오 ; 에이 이자식들, 왜안오는거야? (간다)
그런 걸오의 모습을 보고 재밌다는 듯 미소 짓는 여림.
20. 마을의 뜰 (밤)
정렬하여 걸어오는 초선과 기생들.
그 앞에 서는 장의와 장의 뒤의 포졸들.
치맛자락을 잡은 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지나가려는 초선 일행.
장의 ; (기생들의 앞에서 걷는 초선의 팔을 잡아 세우고) 말해, 이선준과 함께 들어온 계집, 누구지?
초선 ; 그를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장의 ; 여림과 네년의 합동작전이라는걸, 내 모를것 같으냐?
초선 ; 저희같이 천한 기녀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실수 있는 분들이셨습니까? 양반님들께서. (팔을 들어 장의의 손을 치우며) 이년에게 더 하실말씀 있으시면, 모란각으로 오시지오. 전두를 든 손님으로. (고개 살짝 숙이고 지나간다)
21. 수장고 안 (밤)
시전행수 ; (선반에 쌓인 장부 위에 몇 권의 장부를 더 올리며, 숨차서) 하아, 아하. (병판 보며) 다 있습니다. 장부는 손대지 않은것 같습니다.
병판 ; 가져가!
포졸들 ; 예에! (장부들을 들고 나간다)
시전행수 ; 대감?
병판 ; 이따위 기록들을 남겨둔 이유가 뭔가?
송행수 ; 아, 대대감? 저흰 자장사치가 아닙니까? 돈이 오고간 기록을..
병판 ; (크게) 천한 장사치주제에 감히! 이따위 기록들로 우릴 쥐락펴락, 니놈손에 넣을수있다 본게냐?
송행수 ; (고개 푹 숙이며) 용서하십시요, 대감.
병판 ; 모조리 가져가 태워버려라. 단한권도 남아 있어서 안될것이다!
포졸들 ; 예에!
22. 송행수 마당 (밤)
마당에서 불에 타는 장부들.
장부를 불에 더 넣는 포졸들.
그 옆에서 지켜보는 행수와 병판 그리고 장의.
23. 성균관 긴 골목 (밤)
다시 남자 두루마기로 갈아입은 윤희와 선준, 나란히 걸어간다.
선준 ; 난전에 물건을 내다판 이를 찾으려면.. 내일은 아침부터 바쁘겠군.
윤희 ; 장부에 적힌건 반인이라는 말뿐인데, 찾을수 있겠소? 그것도 내일 단 하루만에?
자막 ; 반인 泮人 성균관 앞 반촌에 사는 사람들을 낮춰 부르던 말.
선준 ; (윤희를 보다가) 거기.. 아직..
윤희 ; (서서 선준을 보며 의아하여) 으음?
선준 ;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가리키며) 남아있다구, 아직.
윤희 ; (알았다는듯) 아하. (손으로 입술을 닦고 선준에게 얼굴을 보이며) 됐소?
선준 ; 아니, (윤희의 입술을 보다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며) 여기.
윤희 ; (입술을 혀로 훔치며) 여기? (다시 훔치며) 됐소? 여기?
선준, 윤희의 입술만 확대되어 보이다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선준 ; 허, (급히 앞서서 걸어가며 혼잣말로) 한심하긴.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하고 쩔쩔맬거면서, 대체 그런 쓸데없는짓은 왜 시작을 했는지?
윤희 ; (선준의 앞에 와서 입을 손으로 닦으며 선준 보면서 뒷걸음치며) 됐소? 아 좀 봐주시오오.. 아직도 묻어있소?
24. 성균관 뜰 (밤)
계속 빙빙도는 걸오.
여림 ; (그런 걸오의 모습을 보며 지친다는듯) 아후, 그만좀해라아.. 어지럽지도 않냐아? 하아.
걸오 ; (돌다가 서서) 하아, 너, 확실한거야?
여림 ; 음?
걸오 ; 그자식들.. 분명히 안전하게 빠져나온거 맞냐구?
여림 ; 백문이 불여일견. (부채로 걸오의 턱을 받쳐서 선준과 윤희가 오는 방향으로 돌리며) 봐라 저기?
윤희 ; (조금 떨어져서 걸어가는 선준의 얼굴에 얼굴을 갖다대면서 뒷걸음질치며) 이제 안묻어있소?
여림 ; (걸오의 어깨에 한손을 올리고) 이제 노심초사 그 걱정보따리는 좀 내려놓으시지?
걸오 ; (여림의 팔에서 몸을 빼며) 걱정은. 누가 걱정을 했다 그래? 왔으면 됐다. 가자고. (선준과 윤희 쪽의 반대방향으로 몸을 돌려 가려 한다)
윤희 ; 사형! (걸오에게 뛰어와서 선다) 어? 사형, 많이 다치셨습니다아.. 괜찮으십니까? (손으로 걸오의 뺨을 만지려 하며) 의원에게 보여야되는거 아닙니까?
걸오, 손으로 윤희의 손을 잡으며, 막는다. 그랬다가 손 잡은 것이 신경쓰이는듯 손을 급히 놓는다.
약간 떨어져서 굳은 표정으로 보는 선준.
걸오 ; 사내자식이, 호들갑은..
윤희 ; 사형..
여림 ; 아, (걸오와 윤희의 어깨를 팔을 올리고 선준 쪽으로 돌려 세우며) 자자자자, 그 못다푼 회포는 기나긴밤 차차 풀기로 하고. 어 대물, (자신의 팔을 치우려는 걸오를 못하게 하며) 에이, 성공은 한거야?
윤희, 함박 웃음띠고 소매깃에서 장부를 꺼내 보인다.
여림 ; 어? 허허.
25. 성균관 서재 앞 (밤)
장의 ; (긴 마루 앞을 뒷짐지고 걸어가며, 굳은 표정으로) 이율 알아야겠다. 왜, 송행수의 집에 이선준이 몰래 잠입했는지?
병춘 ; (장의를 따라 걸으며) 아, 진범을 잡을 단서가, 그집에 있단말이군요, 장의.
장의 ; (멈춰 서서) 허면, 다음순서도 잘 알고 있겠군.
병춘 ; (멈춰서) 흐흐흐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진범을 찾는일, 방해하겠습니다요, 장의. 히히히히.
장의 ; (병춘을 노려보며) 그건 정답이 아니다. 방해론 부족해.
고봉 ; (병춘 뒤에 서서) 진범따윈, 관심도 갖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전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장의, 흐흐흐흐.
고봉을 못마땅하여 노려보는 장의.
고봉 ; (그런 장의를 보더니, 힘없이) 제가또, 그 남의다릴 긁은모양입니다, 장의.
병춘 ; (고봉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긁어 내리며) 그래에, 아주 박박 긁어라, 피난다, 이자식아, 쯧.
장의 ; 진범은 우리가 먼저 찾아낸다.
병춘과 고봉 ; 예에?
장의 ; 김윤식이 결코 진범을 찾을수없도록, 미리 손을 쓰란 말이다.
26. 동이방 (밤)
여림 ; (앉아서) 찾았다. (장부를 바닥에 던지며) 더 볼것도 없으이. 진범을 찾았으니까.
둘러 앉은 네 명.
윤희 ; 정말입니까? 그게, 누굽니까?
여림 ; 반인, 반촌에 사는 놈이란말 아닌가? 답 나왔잖아.
걸오 ; 이자식 허풍은.. 반촌사는놈이 어디 한두명이냐?
여림 ; 반촌사는놈중에.. 성균관을 제집처럼 드나들어도, 티가 안나는놈.
선준 ; 재직아이의.. 가솔이란 말씀입니까?
여림 ; 두말하면 입아프지.
윤희 ; 그렇다고 함부로 의심하는건 옳지않습니다.. 저를 보십시오.
여림 ; 함부로 아닌데에.. (방문을 휙 연다)
27. 동이방 밖 (밤)
여림이 문을 열어 밖을 보면, 기둥 뒤에 서서 이곳을 엿보던 복동이가 달아난다.
28. 동이방 (밤)
여림 ; (문을 닫고 다른이들을 보며) 봤지? 그래도 핏줄이라고.. 범인이 드러날까봐 내내 마음 졸이고 있던 모양이야. 일찍들 자두게. (일어서며) 내일 아침엔 반촌을 이잡듯 뒤져서, 내자금성 훔쳐간 그놈, 꼭 잡고 말테니까.
29. 성균관 뜰 (밤)
장의 일행, 중이방으로 가는 쪽문 방향으로 걸어간다.
병춘 ; 이번엔 제가, 확실히 잡겠습니다요, 장의.
복동이, 중이방에서 뛰어와 쪽문으로 뛰어 들어오다가 걸어오는 장의에게 부딪쳐 넘어진다.
병춘 ; (장의뒤에 서서) 허허, 이놈이 미쳤나, 이밤중에?
놀라서 보다가 뛰어 달아나는 복동이.
병춘 ; (달아나는 복동이를 보고) 저저저, 저저저저 저저.. 뭘 훔쳐먹다가 들키기라도 한 놈처럼 사색이 돼선..
장의 ; 중이방이라..
30. 중이방 (밤)
방문 옆에 잠들어 있던 윤희, 잠결에 가운데로 돌아눕는다.
걸오, 가운데서 이불 끝을 양손으로 잡고 얼굴로 당기면서 윤희에게서 떨어져 누운채 몸을 선준 쪽으로 이동하다가 안되겠는지 선준등을 향해 돌아 눕는다.
선준 ; (걸오가 자기 등뒤에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사형, 원래 이자리가.. 아니신걸로 압니다아..
걸오 ; 원래 내자린, 이방 전체다. 그러니 곱게 자라, 자.
선준, 자려고 눈을 감는다.
윤희, 잠결에 몇 번 뒹굴어서 걸오 곁으로 가까이 온다.
걸오, 놀라서 선준의 등에 바짝 붙으며 선준의 허리를 꽉 잡는다.
선준 ; (놀라서 눈을 뜨며 주먹을 살짝 든채) 노론옆은, 싫다고하신분.. 맞습니까?
걸오, 그대로 선준에게 딱 붙어 눈감고 자는 척한다.
31. 큰 방 (아침)
큰방에 각자 상 하나씩을 앞에 두고 정렬한채 앉아 있는 유생들.
함춘호와 고장복 ; (나란히 서서 팔을 올린채 있다가 고개 숙이면서 팔을 편채 내리며) 권반아!
밥을 먹기 시작하는 유생들.
여림 ; (수저를 국에 풍덩 놓으며,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서 못마땅한 어투로) 아이.. 정말, 이건 아니지이... 아이 고작 잔전푼에, 절대미각 구용하를 속이려드나아? 아이 국물을 낼때는 감칠맛나는 구림말쇠고기가 최고라고, 내,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아이, 형님 드세요, 아이 나 진짜 안먹어, 정말. (국을 옆으로 밀어주며) 형님 이거 다 드세요.
선준, 맞은 편의 여림 옆에서 밥 먹는 윤희의 입술만 보인다.
윤희 ; (수저 놓고 일어서서) 저 먼저, 반촌으로 가보겠습니다, 찾아야겠어요.
걸오와 선준 ; (나란히 옆에 앉아 수전든채 동시에) 앉어!
걸오 ; (수저든채 윤희를 보며) 마저 먹어어.. 배고프다고 낑낑대면, 반촌바닥에 던져버린다.
윤희 ; 그아이.. 반촌집에서 나가면 낭패 아닙니까아.. 가뜩이나 어제일때문에 운종가엔 나타나지도 않을텐데.. 서둘러야겠습니다. (고개 인사하고 돌아 나가려 한다)
E (정박사) ; 이런이런, 결국 도둑이 되겠다는 겐가?
나가려던 윤희, 발을 멈추고 돌아본다.
정박사 ; (상에 시선 두고 수저든채) 식당에 들어와 밥은 먹지않고 원점만 챙겼으니, 원점도둑에. 양현고에서 자네한테 내리는 한끼식대면, 혜민서에선 두사람이 이틀간 미음으로 연명을 할수있는 큰돈이니.. 세금도둑이 아닌가? (상만 보며 밥을 먹는다)
윤희, 다시 자리에 앉아 밥을 여러번 먹는다.
여림 ; (윤희 보며) 반촌 간다며?
윤희 ; (입에 밥 가득 있는채 불만있는 표정으로) 이밥 다아- 먹고 갈겁니다.
정박사 ; (무심하게 밥 먹으며) 아아.
병춘, 방문을 열고 얼굴만 내밀고 보다가 나간다.
32. 장의방 안 (아침)
병춘 ; (장의 앞에 앉아) 반촌입니다요, 반촌. 그놈들이 얻은 단서로는, 진범은 반촌에 살고, 어제 놈들과 진범은, 운종가에서 뭔가 사건이 있었습니다요.
장의 ; (마시던 차가 든 찻잔을 내려놓고 뭔가 생각하는듯) 반촌에.. 운종가..
강무 ; 반촌이라면 재직아이가 관련된게 아니겠습니까?
장의 ; 그렇겠지.
병춘 ; 헌데.. 성균관 재직 애녀석들이 어디 한두명도 아니고오..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습니까요, 장의?
33. 도박장 (낮)
심지를 통에 넣고 흔들어 뽑아 들고 자기패를 보는 사람들.
들어오는 걸오, 복수의 용모화를 보인다.
모여서 보던 사람들, 모르는 사람인듯 고개를 젓는다.
걸오, 화난듯이 용모화를 확 빼어들고, 심지를 던지고 나온다.
34. 저잣거리 (낮)
거리를 걸어가는 여림에게 다가와서 팔짱을 끼며 아는체 하는 기생들.
기생1 ; 도련니임..
용모화를 펼쳐서 보여주는 여림.
모른다고 머리를 젓는 기생들.
용모화를 접어들고 ‘에휴’하고 가려는 여림을 에워싸는 기생들.
35. 저잣거리 (낮)
도마 위에 고깃덩어리를 놓고 칼로 자르는 백정.
그 앞에서 용모화를 펼쳐 보이는 윤희.
외면하고 계속 고기를 자르는 백정.
36. 저잣거리 (낮)
용모화를 펼쳐들고 거리를 걷는 선준.
대각선에서 와서 선준과 만나 선준을 보고 고개를 젓는다.
걸어서 반대 방향의 서로 다른 사람에게 용모화를 보여주는 두 사람.
윤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선준.
윤희, 돌아서서 가려다가 오는 선준과 소매가 스친다.
잠시 멈칫하여 보는 두 사람.
용모화를 들고 앞서 걸으며, 뒤따라 걷는 윤희를 의식하는 선준.
37. 서책방 지하 (낮)
여림 ; (용모화를 손가락을 치더니, 펼쳐 들고 왔다갔다 하며) 아주 똘똘뭉쳤어, 똘똘.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자세한 용모화를 보고도 모를수가 있지이? 이웃이라면, 옆집마누라 달거리날까지 기억하는 인간들이..
걸오 ; (걸터 앉은채) 나둬라. 없는놈들끼리 서로 울타리라도 돼 주겠다는데.
윤희 ; (서서) 반촌뒷골목이, 그렇게 가난한 동네일거라곤 생각못했습니다.
걸오 ; 반은 백정이나 다름없이 푸줏간으로 밥벌어먹는이들. 반은 성균관노비들이니, 돈없고 천대받기론 사대문안에서 으뜸이지.
윤희 ; 그래서.. 훔친물건들을 내다팔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선준 ; (정면 응시하고 서서 단호하게) 범죄는 범죄일뿐, 그어떤 핑계나 이유도, 면죄부는 될수 없습니다.
보는 윤희와 웃는 여림.
걸오 ; 자알.. 났다.
선준 ; 순두정강까진, 이제 반나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김윤식의누명을 벗길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윤희 ; 흐으.. (한숨 쉰다)
선준 ; 이제, 다른 방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여림 ; 다른방법?
38. 성균관 일각 집무실 (낮)
문서가 든 봉투를 은밀히 장의에게 건네는 고장복.
장의 ; (봉투를 받아서 속지를 펼쳐 보는 장의) 어미 아비는 없고, 형과 단둘이 산다아?
병춘, 소매깃에서 엽전꾸러미를 꺼내어 고장복에게 건넨다.
받고 주위를 둘러보는 고장복.
*몽타주 ; 장의에게 부딪쳐 넘어지는 복동의 모습.
고장복 ; 근데, 복동이놈 사는덴 왜에?
장의 ; (의미심장한 미소 띠고) 하늘이 나를 돕고 있으니, 나도 착한일을 좀 해야하지 않겠나? (고장복의 어깨를 격려하듯 두드린다)
39. 존경각 (낮)
장부를 들고 읽으며 선반 사이를 걷는 윤희.
E (윤희) ; 난전에서 가져온 장부에, 반인, 반촌사람이 나온건, 이번 딱 한번입니다.
책을 펼쳐 보는 여림.
E (여림) ; 성균관에서 도난사건이 난 것도.. 근자엔 처음인데..
책을 선반에 꽂는 여림. 보면 성균관 일지다.
40. 존경각의 책상이 있는 곳 (낮)
걸오 ; (의자에 걸터 앉아 다리에 팔을 걸치고, 책상위에 용모화를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튕겨 용모화를 가리키며) 이자식 상습범은 아니란 말이군. 갑자기 돈이 필요했나?
여림, 손가락을 턱에 대고 왔다갔다 한다.
선준 ; (똑바로 서서) 집안에 일이 있어, 사정이 절박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림 ; (여전히 왔다갔다 하며) 결혼, 이사, 장례, 제사,, 이중에 뭐지?
윤희 ; (기둥옆에 서서) 시전상인들 물품중에, 갑자기 가격이 폭등해서.. 서민들은 살수없는 품목이 있었을 겁니다.
여림 ; 난전에서 물물교환을 했어야만 구할수 있는 품목이다아..?
41. 존경각 (낮)
선반에서 조보를 꺼내 읽는 선준.
E (선준) ; 지난 보름간 가장 가격이 폭등한 품목은?
42. 저잣거리 (낮)
여림, 뒷짐 지고 걷다가 소금가게에서 소금을 손으로 짚어 비벼본다.
그리고 걷다가 삼베집에 멈춰섯 삼베를 만져본다.
E (여림) ; 소금.. 그리고 삼베.
43. 성균관 건물 담 옆 (낮)
고장복 ; 재직아이 가솔 중에 최근에 세상을 떠난이라면? 그건 복동이 에민데.. 근데, 갑자기 그건 왜?
고장복의 앞에서 갓 끝을 만지며 듣는 여림.
꺽인 담벼락에서 그 장면을 엿보고 안절부절하는 복동이.
44. 거리 (낮)
거리를 함께 걷다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윤희, 선준, 여림, 걸오.
45. 복동이집 앞 (낮)
자루를 들고 힘없이 집으로 걸어오는 복수.
그 앞에 나타나는 장의, 병춘, 고봉.
그들을 보고 놀라 자루를 떨어뜨리는 복수.
바닥에 떨어져 터진 자루에서 쌀이 흩어진다.
병춘 ; (고개짓으로 장의를 가리키며) 인사드려라, 성균관 장의 어르신이다.
돌아서서 반대편으로 도망가려는 복수.
반대편에 나타나 복수의 앞을 막아서며 칼자루를 복수의 얼굴에 대는 강무.
장의 ; (복수에게 다가와 복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음부턴 이러지 마라. 도망부터 치는건.. 죄를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어.
복수 ; (고개를 저으며) 난 아니야, 아니라구!
장의 ; 아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구말구.
46. 장의 방 안 (낮)
음식이 놓인 상을 가운데 두고 둘러 앉은 복수와 장의 일행들.
병춘, 상위에서 엽전꾸러미를 복수쪽으로 밀어준다.
장의 ; (복수를 보며) 넌 성균관에서 물건을 훔친적이 없다, 그렇지? 이 비밀만 지켜주면 돼. 그돈은 니몫이다.
복수 ; (의아하여)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줍니까?
장의 ; 거래. 너한텐 돈이 필요하고, 나한텐 니 침묵이 필요하니까.
복수, 엽전꾸러미를 손으로 잡고 가져가려 한다.
병춘, 그런 복수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젓는다.
복수, 장의를 본다.
장의 ; (복수를 똑바로 보며) 얌전히 입만 다물고 있어. 이틀뒤엔, 정말 니차지가 될게다.
47. 복수 집 앞 골목 (낮)
여림 ; (골목어귀의 집 담벼락을 돌아 앞서 걸어오며 기지개를 편다) 하아, 아유우아!
뒤를 따라 골목 어귀를 돌아 나오는 선준과 걸오, 윤희.
반대편에서 개울이 흐르는 옆길로 천천히 걸어오는 복수.
여림 ; (개울초입에서 먼저 복수를 보고 팔을 펴서 손가락짓하며) 아이, 저기.
선준, 복수를 보고 용모화를 펼쳐서 비교해보고 놀란다.
놀라보는 걸오와 윤희.
복동 ; (다른길에서 달려오며) 도망쳐, 혀엉!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도망쳐. 형잡으러왔어, 빨리 도망쳐!
달려와서 넘어진 복동을 안아 일으키고 윤희네를 보는 복수.
48. 복수집 마당 (낮)
의아하게 보는 윤희, 그 옆에 나란히 선 여림, 걸오, 선준.
복수 ; (어이없는듯) 하, 뭐? 그래서, 나더러 임금앞에서 자백을 하라고? 하! 내가 왜? 내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어?
윤희 ; (장부를 내보이며) 그리고 니동생 복동이. 더 필요해?
복동을 안고 마루에 앉았는 여림.
평상에 누운채 보는 걸오.
윤희 옆에 섰는 선준.
복수 ;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허, 못하겠다면? 날 잡아다 의금부에라도 넘길건가? 고작해야 우리 성균관 유생나리들 주제에?
여림 ; (복동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복수 앞에 와) 아이, 근데 이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복수, 여림을 노려본다.
여림 ; (복수의 눈빛을 보고 약간 주눅든듯) 음, 하, 보다 보니까,,, (손가락질 하며) 눈빛 좋네에.. (다시 마루에 가서 앉아 복동을 안는다)
복수 ; (윤희를 보며) 니깟놈들이, 내몸에 손하나 까딱할수 있을거같애에? 여기이.. 반촌이야, 성균관이 있는 반촌. 관군들도 아무나 잡아갈수 없다는 것쯤은, 댁들도 자알.. 알텐데?
윤희 ; 너, 뭐가 그렇게 당당해?
복수 ; 내가 뭘 잘못했는데? 니들도 나중에 다, 백성들 등쳐먹는 고관대작, 될거잖아? 아니, 지금도 너희 성균관유생들 다, 백성들 혈세로 밥먹고 공자님 말씀외우고 있는거 아냐? 그래서, 내가 내몫좀 나눠쓰자는데.. 뭐가 그렇게 잘못이야?
선준 ; (약간 앞으로 나서며) 그렇다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함부로 내다판 니녀석의 죄가, 가벼워지지 않아.
복수 ; (흥분하여 크게) 그럼 나더러 어떡하라고! (울먹이며) 흐윽. 엄마 장례는 치러야돼잖아. 흑, 살아생전 죽는날까지, 약한번 제대로 못쓰고, 의원한번 못보이고 보낸것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지게 억울한데.. 스읍, 새옷한번 못입어보고 고생만 했는데.. 으흑.. 흐읍, 하아.. 마지막에 베옷한번 해입혀도 되는거잖아? 스읍, 살수가 없는데,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힘으론 아무리해도.. 시전에서 제값 치르고 살수가 없는데..(크게) 어쩌라구! 돈없고 힘없는놈은, 그럼 사람노릇좀하면 안되는거냐? (이 악물고 혼잣말로) 무슨 세상이 이따위야. 아흐.
울고 있는 복동.
복수 ; (다시 선준과 윤희 보며) 날더러 니들을 도와달라구? 꺼져. 니들처럼 부잣집양반네로 태어난것들은.. 고생좀 해도돼.
선준 ; 하지만 이건..
윤희 ; 됐소! 이제 그만둡시다. (나간다)
평상에 누운 걸오와 마루에 앉은 여림의 짠한 표정.
뒤따라 나가는 선준.
49. 마을길 옆 (낮)
걸어가는 윤희의 어깨를 잡아 세우는 선준.
선준 ; 이대로 가겠다는 건가?
윤희 ; (멈춰서 선준 보며) 무슨말이 더 필요합니까? 저녀석말이.. 다 맞는데.
선준 ; 김윤시익?
윤희 ; 저녀석, 닮았다구, 예전에나랑. 그때 난 운좋게도 이선준을 만났고, 여기 이렇게 있을 기회를 얻은것 뿐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가 그자리에 있을지도 모르지.
50. 복수집 (낮)
나가는 여림.
평상에서 일어나 나가는 걸오.
울먹이는 표정으로 복수를 보는 복동.
바닥에 털석 주저앉아 자신에게 불만스러운듯 다리를 쭉 펴는 복수.
나가다가 울타리 너머로 그런 복수를 보는 걸오.
반대쪽 울타리 너머 그상황을 엿보다 웃는 병춘과 고봉.
51. 장의방 안 (낮)
긴 검을 흰천으로 닦고 앉았는 장의.
병춘 ; (장의 앞에 앉아 양손을 비비며) 히히히, 어린놈이 돈맛은 알아가지구, 히히히히.
고봉 ; 내일까진.. 입을 꾹다물고 있을거같습니다, 장의, 히이..
장의 ; (여전히 검을 닦으며) 그럼 이제, 금상의손으로 직접, 김윤식을 출재시키는일만 남았군.. (씌익 웃는다)
52. 좌상방 안 (낮)
책상 앞에 엄한 표정으로 앉은 좌상에게 다소곳이 큰절하는 효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 옆에 앉은 병판.
큰절 후 묵례하고 다시 다소곳이 자리에 앉는 효은.
병판 ; 대감께 인사 올려야 한다고, 녀석이 어찌나.. 졸라대던지.. 허헛 허허허.
효은 ; 일전에 범한.. 소녀의 결례에 용서를 구하고자, 두분 아버님께서 함께 자리하신다기에,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아버니임.. 용서해주십시요.
좌상 ; (굳은 표정으로) 지난날의 결례를.. 오늘의 무례로 갚는다아?
효은 ; (작게) 앗.. (당황하여 병판을 곁눈질로 본다)
효은에게 곁눈질하며 다리 옆에 검지를 펼쳐 효은에게 보여주는 병판.
효은 ; (알았다는듯 살짝 끄덕이고, 아주 공손하게) 송구하옵니다, 대감. 부족한 소녀이오나.. 이댁가풍에 누가되지 않도록, 배우고.. 또 따를것입니다아..
다리옆에서 효은에게만 보이게 엄지를 올려 보이는 병판.
그걸보고 미소 지으며 병판에게 살짝 고개 끄덕이는 효은.
좌상 ; (약간 부드러워진 굳은 표정으로) 책이나 읽을줄 알았지.. 여인네의 마음을 헤아리는데는 도통.. 소질이 없을게다. 여인네라고는 누이도, 소꼽친구도, 가까이 둬본 일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효은 ; (기뻐 들떠서 목소리 높여) 정말..
효은 옆에서 검지 손가락을 힘주어 거듭 보이는 병판.
효은 ; (그걸 보고 다시 다소곳하게, 귀 옆의 머리카락을 넘기듯 만지며) 하, 정말.. 명심하겠습니다아.. 아버니임..
굳은 표정의 좌상.
E (효은) ; 완전 무서워, 완전 무서워, 하.
53. 좌상집 밖 마을길 (낮)
효은 ; (대문으로 급히 나오며 버들에게) 버들아, 너 천국말선생님 좀 대령해야겠다.
버들 ; (한팔에 효은의 쓰개치마를 걸치고 효은을 따라 급히 걸으며) 천국말은 갑자기 왜요, 애기씨? 지금 배울게 어디 한두개예요, (손가락을 꼽아보며) 바느질에, 요리에, 내훈까지..
효은 ; 됐거든. 도련님 과거보시면, 바로 천국으로 유학갈거야. 그집에서 그분과 함께 살다가 난, 어, 아, 하루만에 신사임당으로 등극했다가, 다음날 바로 산송장으로 직행할걸. 으으.. 끔찍해, 끔찍해.
버들 ; 누가 말리겄어요, 애기씨를..
효은 ; (갑자기 멈추어 웃는 표정으로) 근데 버들아, 있지이..
버들 ; 왜유 애기씨이.. 어디 아픈 사람처럼 오락가락, 사람 겁나게, 씨이..
효은 ; (검지와 엄지를 약간 벌려 눈앞에 대고) 도련님이랑.. 속눈썹이 닮았어. 어! (양팔꿈치를 접어 몸에 붙인채 좌우로 흔들며) 완전 귀여워, 완전 귀여워, 아아! (눈을 깜빡깜빡 해본다)
E (효과음) ; 푱푱푱푱
54. 좌상방 안 (낮)
병판 ; (좌상 앞에 앉아) 이번일로 시전상단 행수를.. 포목점 정한모 도방으로 갈아엎었습니다.
좌상 ; (차를 마시고 찻잔을 놓고) 송행수, 사람이 참 어리석어요.. 불앞에서 입김을 내뿜어봐야, 불똥이 튀는곳은 제눈쪽이라는걸, 왜 몰랐을까요?
병판 ; 장사치들 그릇이.. 고작 거기까지인걸, 어쩌겠습니까?
좌상 ; (병판을 응시하며) 으음.. 그릇이 고작 거기까지인 인사들과, 나랏일을 함께 도모하고자, 손을 잡아 왔단말입니까아? 지금껏? 병판께서는?
병판 ; 으음.. 소송구하옵니다, 대감.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일이 없을겁니다. (사이) 헌데.. 대감아드님을.. 송행수집에서 봤다는이가 있었습니다. 예에., 고지식한줄만 알았더니.. 그래도.. 세상이치는 잘 아는것도 같아, 제마음이 다 흡족했습니다.
좌상 ; (얼굴 붉어지며) 허허허허 허허헛. 이거 아비가 돼서, 자식놈 소식을 전해듣기나 하고. 이사람이이.. 이렇게, 형편이 없습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병판 ; 우리가 어디 남인가요, 이제?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아. 아무튼, 그장부들은 제가, 모-두 남김없이 수거해서, 제눈앞에서 모두 불태워버렸으니, 염려마십시오. 허허허허, 사둔. 하하하하하.
보는 좌상.
55. 동이방 안 (밤)
둘러앉은 네 명.
윤희, 책상 위에 큰 책자 하나를 올려서 살짝 밀어준다.
선준, 의아하여 윤희를 본다.
여림 ; (책자를 들어 펼쳐 보더니 놀라서) 아이?
걸오 ; (걸오 책자를 뺏어 보며) 뭐냐, 이건?
56. 수장고 안 (밤, 회상)
선준 먼저 나가면, 윤희, 큰 장부 하나를 치마 속에 감춘다.
57. 동이방 안 (밤)
윤희 ; 시전상인들이, 뒷배를 봐준 관원들에게.. 바친 돈의 내역입니다.
여림 ; 대물 너, 사고쳤구나!
윤희 ; 그리고 이것이, 제가 그아일 순두정강에 나오라, 더는 설득할수 없는 이윱니다.
걸오 ; (장부를 던지듯 놓으며) 그게 무슨 개소리야?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출재를 당해도좋다, 그런말이냐, 지금? (장부를 들어 세게 던진다)
윤희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나, 한가지 분명한건, 이런장부들이 만들어지는한 복수같은 아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장부를 보는 선준.
윤희 ; (혼란스러운듯 고개를 약간 갸웃하며) 그런데 제가 제누명을 벗기위해.. 그아일, 죄인이라 손가락질하는 일이, 도대체 무슨의미가 있는지, 또, 그럴자격이 저에게 있는지, 전.. 허어(한숨) 잘 모르겠습니다. (일어서서 나간다)
여림 ; (손가락을 아랫입술에 대고) 하이, 역시 대물저녀석, 사람 헷갈리게하는데 묘하게 재주 있다니까..
걸오, 나간다.
여림 ; 아이구..
선준, 장부를 넘겨본다.
58. 동이방 밖 (밤)
걸어가는 윤희.
걸오 ; (달려가서 윤희의 어깨를 세게 잡고 돌려 세우며, 이 악물고) 너어.. 고작 이럴거였어? 너 이렇게 쉽게 포기할거면.. 여기 성균관,, 뭐하러 들어온건데?
윤희 ; 사형..
걸오 ; 너 대체 뭐야?
윤희 ; 못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사형. (고개 숙이고 돌아 간다)
걸오 ; (답답한듯) 하아..
59. 동이방 안 (밤)
책상에 장부를 펼치고 계속 넘겨 보는 선준.
여림 ; (그런 선준 보다가 일어서서 나가려다가) 어휴.. (돌아보고) 어이 가랑, 에이 너무 신경쓸거 없다구우.. 대물저녀석, 지가 지금 무슨짓을 저지른건지도 몰라아.. (다시 선준 앞의 책상에 바짝 다가앉으며) 아이, 그냥 열받아서 들고 나왔대잖아.. 아이, 하여간에 배포하난 정말 대물이라니까.. 자식..
선준 ; (시선을 장부에 고정한채) 그렇게까지 애쓰실 필요 없습니다. 전 괜찮습니다.
여림 ; 하후우..
60. 명륜당 밖 뜰 (밤)
건물의 밖에 둘러진 돌바닥에 팔베개하고 걸터 누워 있는 걸오.
여림 ; (걸오 옆의 돌바닥에 와서 앉으며) 아이고오.. 이선준, 마음고생 좀 하겠는데.. 장부에 적힌 노론관원들 어디에도.. 좌상은 없겠지이.. 허나, 그모든이가 가리키는건, 좌상 아니겠어? 어쩔생각일까? 그 장부.
걸오 ; (눈감은채) 뭘어째? 아무리 엿같은짓을 했어도 아버진, 아버지고.. 아들은 또 아들인거지, 그게,, 더러운거지.
61. 동이방 안 (밤)
여전히 장부를 보다가 생각에 잠긴 선준.
*몽타주 ; “저녀석, 닮았다구.. 예전의 나랑.” 선준을 보는 윤희.
생각에 잠긴 선준.
*몽타주 ; “그럼 나더러 어떡하라구! 살수가 없는데.. 내힘으론 아무리해도, 시전에서 제값 치르곤 살수가 없는데.. 어쩌라고! ” 울먹이며 말하는 복수.
장부를 보는 선준.
*몽타주 ; 저잣거리에서 노전상인들의 물건을 부수고 상인을 때리는 포졸들의 모습.
E (여림) “시전상인들 뒷배를 봐주고 벌어들이는돈이, 고스란히 노론벌열들의 정치자금이 되고 있다는 거지.”
생각에 잠긴 선준.
*몽타주 ; “무슨 세상이, 이,따,위,야..” 악물고 말하는 복수.
생각에 잠긴 선준.
*몽타주 ; “ 난, 조선이 그렇게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 안해!” 빗속에서 힘주어 말하던 윤희의 모습.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장부를 넘겨보는 선준.
* 몽타주 ; “이런 장부들이 만들어지는한, 복수같은 아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윤희의 모습.
슬픈 표정의 선준.
62. 존경각 안 (밤)
정박사 ; (책을 들고 보면서 걸으며) 순두정강이 내일인데.. 진범이 존경각안 책갈피속에 숨어있나보구만. 아니면 설마, (돌아서 윤희를 보며) 유죄를 인정하겠다는 뜻인가?
윤희 ; 전 무죕니다. 만일 진범을 찾지 못한다해도, 제가 결백하다는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정박사 ; 아니 김윤식넌.. 유죄다. 제아무리 백성의 고통을 가슴아프게 여긴다해도, 그문젤 해결해줄 능력이 없다면. 그관원은 유죄다. 자신의 결백마저 증명해낼수없는, 무능한 한성부권지 김윤식은, 응당 유죄다. 출재당해 마땅한.
윤희 ; (정박사에게 인사하고 나가려다가 서서 돌아보며) 계집에겐, 관원의 자격이 없다 하셨습니다아.. 헌데 스승님,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나라 조선은.. 왜 이모양일까요? 관원의 자격을 지닌 사내들이, 쭈욱.. 만들어왔는데 말입니다.
정박사 ; 뭐라아?
윤희,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63. 동이방 안 (밤)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윤희.
책상 앞에 앉아 책상에 놓인 장부를 보고 생각에 잠긴 윤희.
64. 활쏘기장 (밤)
횃불이 켜진 활쏘기장에서 화살을 쏘는 선준. 다시 화살을 하나 재우려 한다.
윤희 ; (선준 옆에 와서 서서) 내가 맞았네.. 어쩐지 여기 있을 거 같았거든.
선준 ; (윤희에게 시선 주지 않고) 해, 하고 싶은말..
윤희 ; 난 내일, 순두정강에 진범을 세울 생각이오.
선준 ; (윤희 보며) 그야 물론, 처음부터 어명이었으니까.
윤희 ; 내가 생각한 진범은.. 바로 이들이오. (장부를 들어 선준에게 건넨다) 허나.. 이장부로 뭔가를 시작할수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이선준 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소. (돌아서 가려한다)
선준 ; 내 아버님 때문인가?
멈춰서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윤희.
선준 ; 때문에 난, 어쩌면 다른선택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실망시킬 수도 있어.
윤희 ; (선준을 돌아보며) 하는 수 없지. 난,, 이선준을 믿어. 나보다 더. 늘 애쓰고 있잖아. 까칠한 얼굴로, 그렇게 매번, 예와 법도를 들먹이는 거, 사실은 애쓰고 있는 거잖아. 좋은 사람이 되려고. 이번에도 그럴 거니까. 그런 이선준이 한 선택이라면, 아마 그게 맞는답일거라고 생각해. 그길이.. 내가 생각한 답이 아니라해도.
장부를 보는 선준.
65. 복수네 집 마당 (밤)
중천에 뜬 보름달.
걸오 ; (평상에 앉은 복동의 발을 세수대야에서 씻어주며) 그 비리비리하고 곱상하게 생긴 그 녀석, 억울하게 누명 쓴거다.
걸오의 뒤에서 집으로 들어오던 복수, 도로 나가려 한다.
걸오 ; (여전히 복동의 발에 시선둔채) 억울하기로 따지자면, 너도 알만큼은 알텐데.. 아닌가?
멈춰서는 복수.
걸오 ; 엿듣는거.. 자꾸하면 습관된다아.
나가는 복수.
걸오 ; 도망치는 것도.. 자꾸하면 습관될텐데.
다시 돌아서는 복수.
걸오 ; 나한테 늘 이렇게 말해주던 인간이 있었다. 아무때나 울지마라, 자꾸하면 습관된다. 거짓말해 버릇하지 마라, 자꾸하면 습관된다. 도망치지 마라.. 자꾸하면 습관된다.
복동 ; 그게 누군데요?
걸오 ; 형. 나도 있었거든. 아주 고약스런 형이 하나. 그인간말이 맞았다. 형의 말을 자꾸 따라하다보니까, 어느새 나도 습관이 돼버렸지.
복수 ; (걸오를 보고 서서) 그개소리,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돼?
걸오 ; (일어서서) 어어.. 동생이란 놈들은 말이다아.. 그렇게 형의 뒷모습을 따라 사는 놈들이야. (복동의 머리를 만지며) 너 이녀석이 나중에 어떻게 되길 바래? 좀도둑, 아니면 비겁한 도망자?
복수 ; (생각에 잠겼다가 달려와서 걸오의 멱살을 잡고) 씨이.. 꺼져! 안꺼져? 니가 뭔데 이난리야?
걸오 ; (복수의 손을 잡으며) 너한텐 아직 기회가 있어. 제법 쓸만한 형으로 모양 빠지지 않게 살수 있는, 기회. (복수의 팔을 치우고, 품안에서 엽전이 든 주머니를 꺼내 평상에 던지며-엽전 쨍그랑 소리-) 빌려주는거다. 훔친 물건들 갚을 만큼은 될거다.
복수 ; 돈만 들고 튈수도 있다구, 나.
걸오 ; 설마아.. (복동 이마 위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해주며) 이녀석이 이렇게 보고 있는데?
걸오를 보는 복수.
66. 좌상방 안 (밤)
좌상 ; (난을 치면서) 무슨 일이길래.. 너같이 단정한 아이가, 학규를 어기고, 날 다 찾아온게냐?
선준 ; (좌상 앞에 무릎꿇고 단정히 앉아) 여쭙고 싶은것이 있습니다, 아버님. 세상에 뜻을 품은 선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념이다. 만일 그 길에 방해가 된다면, 가솔도 눈감을수 있어야.. 진정한 선비다. 아버님께서는 제게, 늘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붓을 멈추는 좌상.
선준 ; 지금도, 그리 믿고 계십니까?
선준을 보는 좌상.
선준 ; 저 또한 그런 아버님을 따르려, 부족하지만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좌상 ; 고마운 일이다.
선준 ; 아버님, 앞으로도 그렇게, 아버님의 뜻을 따라 살아도, 좋은것이겠습니까?
좌상 ; (굳은 표정으로) 공연한 걸음을 했구나아.. 너는 내 아들이다. 지금껏, 단한번도, 내눈밖에 난일이 없는 아이지. 앞으로도 그러리라는것을, 이 아빈, 단한번도 의심해본일이 없다. (종이에 시선 집중하여 난을 계속 그리는 좌상)
의문스런 표정의 선준.
67. 효은방 안 (낮)
누워서 팩을 하고 있는 효은과 친구 2명, 책상에 발을 올린다.
친구1 ; 너 몰라? 남의집 효자아들.. 구경하긴 좋아도, 내남편감으로는 젬병인거.
친구2 ; 천국유학을 가겠니이? 그 소문난 효자, 이선준이?
버들 ; (누워서 이야기책 들고 있는 효은의 얼굴에 오이를 놔주며) 사내가아.. 계집을 마다하고 부모을 챙기면, 아이 그건, 그여자한테도 문제가 있는거 아니겠어요오?
효은 ; (이야기책을 탁 덮으며 기분 나쁜듯) 버들이 너, 말 참 웃기게 한다아?
버들 ; 아이 츠, 시시비비가 다 그렇다 그거죠, 뭐어..
효은 ; (벌떡 일어나 앉아며)내가 한방에 도련님을 (손을 크게 휘둘러 잡으며)확, 말아버리겠어.
친구들과 버들 ; (앉아서 효은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어떻게에?
효은 ; 도련님과.. 흐으(웃으며) 하룻밤을 같이 보낼거야아. (위를 보며 설렌 표정으로) 하아.
68. 선준방 안 (밤)
책장을 넘기면서 생각에 잠겨 눈을 책장에서 떼는 선준.
69. 동이방 안 (밤)
이불 위에 다리 모아 잡고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는 윤희.
70. 동이방 앞 마루 (밤)
기둥에 기대 서서 방에 앉았는 윤희의 그림자를 본다. 난감한듯 턱을 손으로 만지다가 마루에 털석 팔베개하고 눕는 걸오.
71. 동이방 앞 (낮)
재직 아이 1 ; (종을 치며) 정간, 정간, 정간, 정간, 정간..
72. 성균관 뜰 (낮)
유생복 입고 걸어가는 대물.
뒤쫓아 따라오는 유생복 입은 해원, 도현, 우탁.
해원 ; (윤희 옆에서 걸어가며) 이보게 대물, 진범은 찾았나?
윤희 ; 그게.. (머리를 긁적인다)
도현 ; (윤희의 다른 쪽에 서서 걸으며) 아아,, 우리가 힘이 못돼서 미안하네에. 그러나 우리도 한성부권지 나가서, 운종가판에서 어엄청.. 굴렀다고오.. 자네 사건에 신경쓸 여가가..
우탁 ; (윤희의 뒤에서 연필을 들고) 공자어록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되지. 군자부당. 군자는 사사로운 친구의 편을 들지 않는다. 고로 나는..
자막 ; 君子不黨 (군자부당)
윤희 ; (멀리 있는 여림을 발견하고 쪽문으로 뛰어가며) 사형!
우탁 ; 저저런.. 벗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끝까지 경청을 해야하는 것이 예의인 것을.
해원 ; (우탁 얼굴 쪽으로 크게) 군자!
도현 ; (우탁 얼굴에 대고 크게) 부당!
73. 성균관 다른 뜰 (낮)
유생차림으로 부채를 펴서 들고 도는 여림.
윤희 ; (그런 여림 옆에서) 혹시..
여림 ; 어?
윤희 ; 이선준 상유, 못 보셨습니까?
여림 ; 아니.
걸오 ; (유생차림으로 어느새 옆에 와서) 혹시 그녀석 못봤어? 반촌 그녀석?
여림 ; 아니. (먼저 간다)
고개숙이는 윤희.
걱정스런 표정의 걸오.
E (금상) ; 진범을.. 찾지 못했나?
74. 명륜당 (낮)
유생들 각자 책상 앞에 정렬해 앉았고, 그 앞에 큰 책상 앞의 의자에 앉은 금상.
그 주위에 박사들 서 있다.
금상 ; 김윤식에게 묻겠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윤희.
금상 ; 성균관에서, 물건을 훔쳐 내다 판, 진범을 찾지 못한겐가?
윤희 ; (옆의 비어있는 선준의 자리를 본다) 진범을 찾지 못했..
걸오 ; (자리에서 일어서서) 올겁니다, 그녀석.
금상 ; 진범을 찾았다는 말인가?
걸오 ; 시간을.. 좀 주십시오. 그녀석 반드시, 자백하러 올겁니다.
장의 ; (자리에서 일어나서) 외람되오나 전하, 순두정강의 시한은, 어제까지 유효한 걸로 압니다. 지금까지 진범을 찾지 못한 것은, 순두정강에서 탈락을 의미하는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금상 ; 그는, 장의 말이 맞다. 상유 김윤식은, 과인이 내린 시한 안에 진범을 찾지 못했다, 그렇지 않나?
윤희 ; (고개 약간 숙이며) 송구하옵니다.. 전하.
E (선준) ; 진범, 여기 있습니다.
다들 소리나는 쪽을 본다.
선준 ; (장부를 옆에 끼고 대청마루로 올라온다. 금상 앞에 서서 반절하고) 이번도난사건의 진범은, 여기, 이 장부 안에 있습니다, 전하.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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