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스 대본

성스 제9강 대본 (필사)

 

 

 

                                                     

 

 

 

      <성스 제9장 대본>  (필사)

 


1. 몽타주


 

1) 새책방 (낮)

 

책방주인 ; 왜 기억 안나시오?  성균관 입학할때 드렸던, 성금 오십냥!

윤희 ; 좌상댁 아들이라니?  그게 무슨말인가?


 

2) 선준방 마당 (낮)


선준 ; (남자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효은의 뒷모습만 보고 윤희라 생각하여 반갑게) 여기까진 어쩐일이오.

효은 ; (반가운 표정으로 돌아보며) 도려니임..

 

3) 저잣거리 (낮)


윤희, 표정 굳은채 상점이 늘어선 거리를 걸어간다.

초선, 윤희를 발견하고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가나, 윤희가 그냥 지나치자 섭섭한 표정이다.

 

4) 선준방 마당 (낮)


선준 ; 제게 마음 있으십니까?   이렇듯 요행이나 부리는, 어리석은 짓은 딱, 질색입니다.  그만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더는, 마주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효은, 서운하여 눈물 그렁한 눈이다.

 

 


5) 사랑채 대청마루 앞 (낮)


 

효은, 급히 걸어오다 하녀가 들고 오는 상에 부딪친다.  상이 바닥에 떨어져 그릇들이 깨진다.

 


하녀 ; (90도로 연거푸 고개 숙이며) 아이구 아가씨, 아구 죄송합니다.

 


대청마루에 앉았던 대신들, 효은 쪽을 본다.

 


병판 ; (손으로 가리키며 효은 쪽을 가리키며, 놀라서 크게) 효은이, 너!

 


굳은 표정으로 보는 좌상.

선준, 걸어와서 효은 앞에 선다.  마루 쪽을 보면, 모두 이곳을 보고 있다.  효은을 안고 그 자리를 모면한다.

 


6) 선준방 앞 마당 (낮)


선준 ; (효은을 내려놓고 마주서서) 별일은 없을 겁니다..  너무 걱정..

효은 ; (감동하여 선준의 볼에 가볍게 뽀뽀하고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런 도련님을, 저더러 어떻게 포기하란 말씀이십니까?

 

 

7) 선준집 대문 밖 (낮)


골목에서 선준집으로 오다가 효은과 함께 있는 선준을 보고, 다시 오던 길로 가버리는 윤희.


선준 ; (윤희를 발견하고 효은과 등진 채 윤희쪽에 시선을 둔 채) 순돌이 너, 아가씨 댁까지 잘 뫼셔라.

순돌 ; 야.


효은, 쓰개치마를 쓰고 의아한 표정으로 입모양으로 선준을 붙잡는 말을 하려 한다.

 


2. 골목길 (낮)


윤희, 앞서 걸어간다. 

제9강, 자막 뜬다.

 

선준 ; (윤희를 뒤쫓으며) 날 찾아온게 아니었소?  (달려가서 윤희의 한쪽 어깨를 잡아 돌리며) 김윤식..

윤희 ; (선준을 똑바로 보며) 그동아안.. 재밌었소?  (글썽한 눈빛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성균관유생입네 신나서 다니는 꼴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냐 이말이오.

선준 ; 그게 무슨 말이오?

윤희 ; 오십냥.  새책방 황가에게 다 듣고 오는 길이오.   다신.. 그얼굴, 안보고 싶소.  (돌아서 가려한다)

선준 ; (윤희의 어깨를 잡고 자기 쪽으로 돌리며) 내 말부터 들어!

윤희 ; (더 글썽해진 눈으로) 그렇게 큰 빚을 지고 은혜를 입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고분고분 말이라도 잘들었을텐데..

선준 ; 어린애처럼 굴지마.  넌 그때 돈이 필요했고, 나한텐 있었어.  지금부터 차곡차곡 갚으면 돼.  뭐가 문제지?

윤희 ; 말했어야지, 나한테.. 말, 했어야지.

선준 ; 말했으면?

윤희 ; 안받았겠지!  또다시 고리채를 쓰던, 장례빚을 지던, 안받았겠지. 

선준 ; 그게 무슨 어리석은 짓이야..

윤희 ;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사람들은 자존심이라고 불러.  알아?  넌 곧죽어도 지키고 싶은 그 대단한 자존심이, 왜 나같은건, 없어도 된다고 믿는거지?  (눈물을 애써 참으며) 하, 그러니까.. 날 동정한건가?   지금까지 너한테 난, 그저 힘없고 가난해서, 늘 불쌍한 인간이었군.  그래서 누구든지 손만 내밀면, 감지덕지 받는게 당연한.  그렇지?  너언.. 장의 하인수를 비난할 자격이 없어.  아니, 더 나빠.  최소한 그인간은, 지가 나쁜 놈인줄은 알거든.  (가버린다)   

 


3. 골목길 일각 (낮)


힘없이 걸어가는 윤희.

 


4. 선준방 안 (낮)

 


이마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겨 앉았는 선준.

 


순돌 ; (문 열고 들어 오려고 한발 디디다가) 되련니임.. 저어 (조심스레 선준의 심기를 살핀다) 되련..

 

 

 


5. 새책방 안 (낮)

 


힘없이 의자에 앉았는 윤희.


 

책방주인 ; (앞에 서서 윤희의 책상에 끈으로 묶어 말아진 종이 꾸러미를 하나씩 내려놓으며, 주눅든 작은 목소리로) 이거 사사주단자 쓰는일 서푼, 그리고 이건 또, 제사축문 닷푼, 에 그리고 이건또 연서대필, (놓다가) 아차차차차, 내정신좀봐, 아 이건 우리 능력자 선비님도 못하신다는...

윤희 ; (연서대필 뭉치를 손으로 잡으며, 넋빠진 사람처럼 눈을 정면에 고정한 채, 힘없이) 돈되는일에, 못할일이 어딨소.

책방주인 ; 아흐흐 진작 이렇게 나오셨어야지..  그럼 내 그비밀은 무덤까지. 헤헤힛힛..  (다시 윤희의 눈치를 보며 작게) 그리고 이건 주해본 필사,,

 


6. 윤희집 앞 (초저녁)


윤희,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보따리를 여러 개 들고 집앞에 섰다. 

집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윤희 모.

윤희, 집마당으로 들어서 짐을 바닥에 놓고 윤희모를 뒤에서 안는다.


윤희모 ; (빨래를 널려고 든 채 의아하여) 왔으면 들어가지, 왜 이러고 있어어.  (윤희의 손을 잡다가 다친걸 발견하고 급히 윤희 쪽으로 돌며) 너 무슨일 있었니?

윤희 ; (눈물 흘리며) 일은 무슨...  좋아서.  오랜만에 집에 오니까.. 너무 좋아서.  (윤희모에게 안겨 소리없이 눈물만 흘린다)


윤희모, 그런 윤희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는다.

 


7. 윤희집 방 안 (밤)

 

푸짐하게 한상 차려진 둥근상을 사이에 두고 윤희모, 윤식, 윤희 앉았다.

 

윤희 ; (흡족하여 환하게 웃으며 고기 한 점을 윤희모의 밥 위에 놓고) 드세요, 어머니. 

 

 


천천히 수저 들고, 먹는 세 명.

 

 


8. 걸오의 방 안 (밤)


옷을 벌려 상처에 붕대를 싸매는 걸오.  부가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고 얼른 상의를 덮고 일어선다.


걸오부 ; (기척도 없이 문 열고, 약이 든 네모난 나무쟁반을 들고 들어와, 걸오 앞에 서서) 한심한 녀석.. 상처를 처매기만 해서야, 어디 낫는다더냐.  (책상 위에 쟁반을 놓고) 의원에게 대사례 때 좀 다친것 같다 했더니, 지어주더구나.  김윤식이란 아이, 가까이 지내지 않는것이 좋겠다.

걸오 ; (비웃는 표정으로) 왜에, 출생에 도움될게 하나없는, 남인이라섭니까?

걸오부 ; (약간 언성 높여) 언제까지 아비에게, 엇나가기만 할 생각이냐?

걸오 ; 언제까지, 노론의 허수아비로 살 작정이십니까?  그날전, 형과함께 죽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형의 죽음을 침묵한 댓가로 노론들에게서 관직을 지켜냈을때, 아버진 두아들을 모두 버리신겁니다. (부 옆을 지나 나가려 한다)

걸오부 ;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서서) 그힘으로 아빈, 널 지켜낼것이다.  김윤식과 어울리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병판이 김윤식을 홍벽서라.. 의심하고 있다.

걸오 ; 무슨뜻입니까아?

걸오부 ; 김승헌.. 니형과 금등지사를 호송하다 희생된 그자가, 바로 김윤식, 그아이의 아비다.


걸오, 놀란 표정으로 돌아본다.

 


9. 윤희집 방 안 (낮)


윤희모가 앞에 앉았고 윤희가 뒤에서 비녀를 꽂아주는 모습, 거울에 비친다.


윤희 ; (비녀를 꽂아주며) 어머니, 아버지.. 어디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은비녀하나 사주지도않던 아버지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외갓집하고도 등지시고..

윤희모 ; 실없기는...

윤희 ; 가족들 대신.. 아버지를 선택한거, 후회한적.. 없으세요?

윤희모 ; 후회한다, 매일같이.  (단호하게) 너를 성균관에 보내놓고.. 매일같이 후회해.  

그때 외가하고 등지지만 않았아도, 이렇게 못난 어미로 살진 않았을텐데.. 후회..해. 

 

윤희, 윤희모의 어깨를 감싸고 기댄다.

 

 


10. 선준부의 방 (낮)


선준 ; (책상을 두고 부와 마주 앉은 채) 혼인이라.. 하셨습니까?  아버님 전 아직,,

선준부 ; 그럼, 장부가 돼서, 오늘 그같은 행동을 하고도, 책무를 마다할 생각이었더냐?

잘된 일이다.  대과는 혼인한 다음, 성균관을 나와, 준비하는게 좋겠다.

 

 


11. 효은방 안 (밤)


효은 ; (열린 창문에 양팔을 괴고 앉아 밖을 올려다 보며) 버들아,

버들 ; (효은 옆에 앉아) 예에, 애기씨이.

효은 ; (함박 웃음짓고 기뻐서)달 말이야아.. 원래 저렇게 예쁘게 생긴거였니? 

버들 ; (무슨말인가 의아한듯) 예에?

효은 ; (여전히 밖을 홀린눈빛으로 보면서 피식 웃는다) 흐..


*몽타주 : 하늘에 뜬 보름달 (밤)


효과음.. (푱푱푱)


효은 ; 흐흐흐흥..



12. 윤희집 마당 (밤)


 마당에 앉아 약탕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윤희, 옆에 놓인 약뭉치를 보다가, 윤식이 방문을 열고 나와 마루에 앉자, 윤식을 보고 웃는다.


윤식 ; (걱정되어) 정말.. 지낼만 한거지?

윤희 ; 하아, 그러엄.  윤식아, 누나.. 앞으로 더 열심히 살거다.. 니말대로, 이름값 해야지.  김윤식. (부채질을 계속 한다.)

 

 


13. 유생 식당 (낮)


넓은 유생방.  유생들 서너명씩 작은 상을 앞에 두고 이곳 저곳에 둘러앉아 있다.

우탁, 도현과 상을 사이에 놓고 둘러 앉았다. 

그 옆에서 다른 유생과 앉아 색색의 천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림.

 

해원 ; (소맷자락에서 연적을 꺼내 손에 들고) 아 우리노친네에.. 글쎄 내가 나오는데 이걸 꼬옥.. 쥐어주는거야, 보..석이 박혔다나어쨌다나?


해원 쪽을 보는 여림.


도현 ; 야 이건, 금상께서 사치품으로 금하셨다던 그, 귀한 청화연적!

우탁 ; (안경줄을 한 안경을 쓴 채)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네.  빈,이락 이라. (자막 : 貧而락(한자)-빈이락)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할줄 알라고 말이지. 음.. (손가락을 턱에 괸다.) 

도현 ; (동그란 과자 하나를 들고 눈 앞에 대며) 자넨, 연수정으로 안경줄이 생겼구만.. 

우탁 ; (안경줄을 만지작거리며) 우리모친께서 이 비싼 안경을 혹여 잃어버릴까봐, 어찌나 걱정을 하시는지, 좀.. 달았습니다, 형님..

도현 ; (여림을 보며) 헌데 용하,, 자넨 뭐.. 들고 온거 없나?

여림 ; 아유, 나야뭐, 작년 여름에 주문했던 장난감이 이제야 들어와서, 그걸 가져온거밖엔 뭐..

우탁과 해원 ; (여림을 보며, 동시에) 장난감?

여림 ; (보자기를 풀며) 내가 작년 여름에, 연암 박지원 선생과 청국 연경에 갔을때 말야아.. 황제의 성 하나를 구경했거든.  수공으로 만드느라 좀 걸렸지.  아하 (보자기를 다 풀어 금장으로 만들어진 기와집 하나를 책상에 딱 놓는다)

도현 ; (과자 먹다가 놀라며) 흠!

걸오 ; (방문 열고 걸쳐 서서 유생들을 향해) 언니들!  대물 못봤어?  (대답이 없자 도로 나간다)

여림, 황제의 성을 들고 훅 불어 먼지를 턴다.



14. 동이방 앞 (낮)


걸오 ; (마루에 올라서 동이방 문을 열어보더니) 대체 어딜 간거야? 이자식.

 


15. 성균관 뜰 (낮)


유생들과 걸어오는 윤희.

선준, 반대 쪽에서 윤희에게 다가선다.

윤희, 선준 옆을 지나쳐 가려 한다.


선준 ; (윤희의 팔을 잡아 세우며 단호하게) 할말 있소.  들을말도 있고..

윤희 ; (웃는 표정으로) 지난번엔.. 내가 좀 과했소.  이젠.. 신경쓰지 않아도 되오.  난 괜찮으니까.  돈은.. 천천히.. 하지만 꼭 다 갚겠소.

선준 ; (화를 참으며) 그런말이 아니란걸 잘 알잖소?

윤희 ;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치며) 아아, 내정신좀봐.  인살 잊었네, 지금껏 고마웠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지나간다.)

장의 ; (일행과 함께 걸어오며) 어이 매제.. 여깃었나?


윤희, 잠깐 멈춰섰다가 돌아보려다가 그냥 간다.


병춘 ; 매제라니?  장의?

장의 ; 혼담이 오간다고?

선준 ; 오해가 좀 있었을뿐입니다.  바로잡을것이니, 장의께선 너무 심려치마십시오.

장의 ; 오해?  이런.. 아들인 자네가, 어찌 나보다 좌상대감을 더 모르는가?  (선준의 어깨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잊지말게, 자네 아버님께서 한번뜻하신일은, 금상도 못꺽는다는걸.  (지나쳐 간다.)


병춘, 의아하고 불만스런 표정으로 장의를 따라간다.



16. 성균관 뜰 일각 (낮)


좁은 뜰을 걸어가는 장의 일행.


병춘 ;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장의, 저, 그러니까 이선준 저자식이랑, 효은아씨랑 정말로 혼인을?

장의 ; (날카롭게 돌아보며) 오르지못할 나무를 쳐다보는 놈들에겐, 그저 매가 약이지.  꼭 반병신이 되고나서야 정신을 차리거든.  (병춘의 어깨에 손을 치듯이 툭 올려놓으며) 나는 내수하를 그렇게 잃고싶지않다.  그래도 아직은 니놈이 꽤 쓸만한 놈이니까.  그러니, 시키는 일이나 잘해.  난.. 두번실수는 봐주질 않지.  (돌아서 간다)         



17. 명륜당 (낮)


책상 앞에 앉아 종이에 “연모하는 도련님께 (고어)”라고 붓글씨를 쓰는 윤희.  그러다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가, 도련님께 라는 글을 다시 보고 “하아” 한숨 쉰다.



18. 성균관 뜰 일각 (낮)


걸오 ; (서너명 서 있는 유생앞에 서서) 대물 못봤어? 

유생들 ; 모르겠는데..

걸오 ; (걸어가다 다가오는 유생2명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대물 못봤어?

유생2명 ; (동시에) 아니, 못봤는데..


걸오, 저멀리 열린 문너머 뜰을 걷는 윤희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걸오 ; (긴장하여) 너,

윤희 ; (다가온 걸오를 발견하고 의아하여) 사형?

걸오 ; 그러니까, 너, 후우, 너, 여기온 이유.. 그래서냐?  너, 다 알고 있었던거냐?

함춘호와 서리2명 ; (급히 걸오와 윤희 앞에 다가와서) 큰일났습니다, 큰일.



19. 동재방 앞 (해질녘)


방문을 열고 와르르 마루로 나와서 버선발로 마당에 서는 유생들.


유생들 ; 야, 도둑이야, 도둑이다, 도둑.

해원 ; 도둑이 내 청화연적도 들고 튀었다구!

우탁 ; 잠깐 벗어둔 내 애채도, 애채줄도 없어졌네.

동재방 장 ; (방에서 나와 마루에 서서, 다급한 목소리로) 내 용채도 모조리 가져갔다네!

도현 ; (모두 자기를 보자 강하게) 난 아냐, 이자식들아!



20. 여림방 안 (해질녘)


여림 ; (들어와 앉아서, 색깔이 다른 옷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이런, 촌스런 양상군자 같으니라구, 아니, 옷을 가져갈거면, 깔별로 맞춰서 가져가든지.  (갑자기 생각난듯 농과 서랍을 급히 뒤지더니 놀라) 하아, 하아, 내, 자금성. 하아. (주저앉아) 1년이나 기다려 받은 수공예 명품을 가져가?  이런 도둑놈의새끼.



21. 성균관 넓은 뜰 (해질녘)


박사들 급히 나란히 걸어온다.


대사성 ; 아니 도도둑이라뇨?  성균관의 다른 비품들은 이상이 없습니까?

정박사 ; 제부주읩니다.  약방에서 약첩이 없어졌습니다.

대사성 ; 아니, 이런, 고얀놈같으니.  아 대체 어떤녀석이랍니까, 그 간큰 도둑놈이?

유박사 ; 지금 장터에, 서리 고장복이 다니러갔습니다.  (멈춰 서서) 성균관 약첩을 팔러온 유생이 있었다해서, 보냈습니다.

대사성 ; (같이 서서) 오늘밤안으로 잡으세요.  내일은 전하의 순두정강입니다.  (양팔을 펴 넓게 좌우로 움직이며, 큰소리로) 전하께서 오실때, 이성균관은, 순결무구한 진리의 전당이어야만 합니다, 내말 아시겠습니까?



22. 명륜당 앞 뜰 (밤)


유생들 정렬하고, 그 앞에 박사들과 서리들 있다.


도현 ; 누구보다 절 아시잖습니까?  전 급체때문에, 한발자국도 못움직였습니다아.

해원 ; 전 그때, 존경각에서 순두정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우탁이랑.


유, 정박사 유생들 앞을 걸어가고, 서리 함춘호 뒤를 따르며 받아쓴다.


동재의 장 ; 식당에서 간식을 먹던중이었습니다, 식당 비복들이 확인해줄겁니다.      


눈에 힘을 주고 심혈을 기울여 보는 대사성의 얼굴.


윤희 ; (힘없이) 명륜당에.. 있었습니다.

유박사 ; (멈춰서서) 뭘하고 있었지?

윤희 ; 그건..(잠시 생각하다가) 저도 내일 있을, 순두정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유박사 ; 누가 봤나?

윤희 ; 그건..

병춘 ; 야아 이상하다아... 아까 걸오가 김윤식을, 여기저기 찾고다녔는데에..  그때, 어디에도 없다하지 않았나?  아니, 안그래들?  그랬잖아?


뚫어지게 보는 대사성.  의아한 유박사.


유생들 ; 어어, 맞어, 맞어.

걸오 ; 그건.. 제가, 여기 명륜당엔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박사 ; 사실인가?

윤희 ;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고장복 ; (급히 뛰어와 유박사 앞에 서서) 찾았습니다, 범인!

대사성 ; 그게 무슨 소리야?

고장복 ; 시전약방에 약첩을 팔러나온자가, 성균관내부의 물건들을 함께 내다팔았다고 합니다.

유박사 ; 뭐야?

고장복 ; (호패를 꺼내보이며) 여기, 이 호..패를 떨어뜨리고 갔다고 합니다.

유박사 ; (호패를 받아들고, 유생들은 자신의 도포를 열어 호패를 확인한다.) 김.. 김..윤식.  

(윤희를 본다)

대사성 ; 허?


정박사 및 유생들, 윤희를 본다.  장의, 씩 미소짓는다.


윤희 ; 아닙니다.. 전.  (좀더 단호하게) 전 아닙니다, 스승님.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의 걸오와 선준.


장의 ; (앞으로 나와 윤희 앞에 서서) 성균관유생으로, 부끄럽지도 않나?  비단 도둑질만이 잘못이 아니다.  성균관의 약첩은 혜민서에서 온다는것쯤은 잘알고있을터.  이는곧 백성의 혈세란말이오, 또한 가난한백성들에게 돌아가는몫이란말이다.  근데넌 감히, 그약첩을팔아 돈을벌생각을 했단말이냐?

선준 ; 함부로 단죄하지 마십시오.  (약간 앞으로 나와) 김윤식에겐 아픈동생이 있습니다.  약첩은 분명 그를 위해 썼을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인편을 보내, 그를 확인해보시는게 어떻습니까?

장의 ; 김윤식의 호패만큼, 더큰물증이 있단말인가?

유박사 ; 잠깐.  그는 이선준의말이 옳다.  김윤식, 집에 인편을 보내 확인케하면 되겠나?

윤희 ; 그건 좀.. 그건 안됩니다.

유생들 ; (불만스럽게) 아아 나정말..

걸오 ; (혼잣말로) 더럽게 꼬이는군.      

여림 ; 이 와중에도 집을공개할수없는, 필연적인이유가 있단 말인데..

장의 ; 성균관유생을 처벌하는일입니다.  금부를 불러 도둑을 잡을수는 없는일.  재회에 맡겨주시겠습니까?


자막 ; 재회 (재회-한자-)

         성균관 유생들의 자치회.  오늘날의 학생회로 유생들을 제재하고 처벌하는 권력기구


대사성 ; 재회?

장의 ; 유생, 김윤식의 죄를 취재하고, 엄정히 처벌하여 성균관유생의명예를 지키겠습니다, 영감.

금상 ; (신하들 거느리고 나타나서 큰소리로) 허면.. 그의 장은 과인이 하지. (유생들 쪽으로 걸어온다.)


박사들, 그 쪽을 보고, 박사들과 유생들, 90도 각도로 인사한다.


대사성 ; 저전하!  아니 여길..

금상 ;  (유생 앞에 서서) 이를 과인의 순두정강으로 삼겠다. 


23. 좌상의 집무실 안 (밤)


병판 ; (서서 왔다갔다 하며) 순두정강이라니.. 아니, 성균관좀도둑하나잡는일로, 군왕의진시인 순두정강을 삼다니요?  이렇게 즉흥적인데다가, 이렇게 개념없는데다, 법도어기기를 밥먹듯이하니, 일국의군왕이 권위가 없는겁니다, 권위가.

좌상 ; (큰 탁자 앞 의자에 앉아서) 즉흥적이다..?   세손시절부터 금상은, 아무런 계산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던 위인이예요.  잊었습니까?

병판 ; 아 어찌 그걸 잊겠습니까?

좌상 ; 아무래도 이번 순두정강은.. 유생들보다 우리에게 더 큰 시험문제가.. 될듯 싶군요. (신중히 차를 마신다.) 

병판 ; (의자에 앉아 신중히) 허면.. 혹, 김윤식을 비호하기위해, 금상이 직접나섰단 말입니까?


좌상, 찻잔을 든 채 신중히 고개를 끄덕인다.

 

 

 

24. 명륜관 앞 뜰 (밤)


금상 ; 김윤식.  넌, 출제다. 

병춘 ; (장의에게 작게) 뜻을 이루셨습니다요, 장의.

금상 ; 김윤식이 도난 사건의 진범이라면 말이다.  약첩을 판 자가, 성균관의 물건을 내다팔았다 했다, 그리고 약방에선 김윤식의 호패가 발견됐다고 했나?  허나 김윤식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군.  김윤식이, 무죄라 여기는 유생들과, 유죄라 여기는 유생들은, 각자 접을 이뤄 과인에게, 그를 증명하도록.  이것이 과인이 내리는 이번 순두정강의, 시제다.

대사성 ; 아, 하오나 전하, 순두정강은 본디, 경전에 대한 강경과 제술로써 치뤄지는 것이 옳은 법돕니다. 어찌..


자막 ; 강경(講經) 경서의 대목을 외우는 시험.

         제술(製述) 시나 작문을 짓는 시험.   

 

금상 ; (화난듯 대사성을 보고 큰소리로) 지금! 이자리에 있는 유생들에게, 홍맹의 가르침을 운운할, 자격이 있다 보는가?

대사성 ; 예에? 그무슨?

금상 ; 만일 김윤식이 진범이라면, 이 성균관에서 도둑을 길러낸셈이니, 대사성이하 모든학관들, 그리고 유생모두는, 예와법도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대사성 ; 죽여주시옵소서, 전--하!

금상 ; 허나 만일 김윤식이 진범이 아니라면, 무고의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니, 그런 유생들 역시, 성현의 가르침은 과-분할뿐.  이것이 과인이 이번 일을 순두정강의 시제로 삼는 이유다.  장의!

장의 ; 예, 전하.

금상 ;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는 곳이 어딘가?

장의 ; 한성붑니다.

금상 ; (유생들 보며) 그대들 모두에게, 이 사건을 수사할수있는, 권한을 주지.  시제를 내린 뒤 이틀의기한을 주는, 순두정강의 전례에 따라 과인은, 성균관유생 모두를, 이틀동안 한성부권지에 명한다.   


자막 ; 권지(權知)  조선시대 임시 관직.  오늘날의 인턴직.


씨익 미소띄는 여림과 걸오, 선준의 모습, 차례로 보인다.

 


25. 박사 집무실 (밤)


대사성 ; (서서 팔 벌려 왔다갔다 하며) 한성부권지라니요!  아니, 일개유생들이 대체 뭘 할수있단말입니까?

고장복 ; (서서) 헌데.. 전하께선 왜에?

대사성 ; 직접 뽑아올리신, 김윤식이 불명예 출재를 당하는게 싫으신게지..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 넌지시 귀띔만 해줬어도, 아 내가 누굽니까아.. 바로 해결해 드렸을것을.

함춘호 ; 근데.. 진짜 김윤식유생이, 도둑이 아닐수도 있는 겁니까?

유박사 ; 설령 김윤식이 무죄라 한들.. 진범을 밝혀내긴 힘들겠지.  이미 물건들은 다 팔고, 놈들은 꼬리를 감췄을테니까..



26. 명륜당 뜰 (밤)


유생들 모여 섰고, 그 앞에 장의 일행 서 있다.


장의 ; (윤희 보며 단호하게) 달라질 건 없다.  넌 단지, 출재까지 이틀의 시간을 더 벌었을 뿐이다.  (전체 유생들에게 큰소리로) 나는 김윤식의 명명백백한 유죄를 입증하여, 금상앞에 실추된, 우리 성균관유생의 명예를 되찾을 생각이다.  나와 뜻을 함께 하겠는가?

병춘 ; (팔 올려 박수 치며) 옳소 옳소!

유생들 ; 옳소 옳소. (가버린다)


여림, 걸오, 선준 한쪽에 섰고,

조금 떨어져 윤희와 도현, 우탁, 해원이 둘러 서 있다.


도현 ; (윤희의 손을 잡으며) 윤식이, 내 자네 결백은 믿네.  허나 어쩌겠나?  마음은 마음, 성적은 성적인 것을.

우탁 ; (한손을 윤희의 어깨에 놓고) 이 완벽한 정황에서, 무죄를 증명한다는 건, 불통을 받겠다는건데.. (절대 안된다는 눈빛으로 얼굴을 저으며) 아우, 성적지상주의인 이 조선사회를 원망하게나.

해원 ; (뒷머리를  긁적이며) 난 뭐 시험이라면, 평생 찍기만 해봐서 말이야.  아무래도 쪽수 많은쪽이 유리하지 않겠나?

도현 ; (윤희의 양어깨를 잡고 흔들며) 힘내게, 대물!

해원 ; 힘내 윤식이.

우탁 ; 힘내 대물.


도현, 해원, 우탁 가버린다.

윤희에게 다가온 여림, 걸오, 선준.


선준 ; (취조하듯이) 묻고 싶은게 있소.  낮시간동안, 명륜당 안에 있었던걸 본이가 있소? 

윤희 ; (고개 저으며) 없소.

선준 ; 호패는 어찌된 거요?

윤희 ; (약간 기분 나쁜듯 쳐다보며) 지금 날, 의심한다는 말이요?

선준 ; 집에는 왜, 인편을 보내지 않았지?  결백하다면, 그편이 가장 손쉬운 해결이란걸, 몰랐소?

걸오 ; (다가와 선준의 어깨를 잡고) 뭐하는거야, 너! 

선준 ; (걸오를 보며 단호하게) 확인해야겠습니다. 

걸오 ; 확인 안하면, 몰라?  (크게) 이자식 지금 함정에 빠진거라구!

선준 ; (걸오의 팔을 팔로 쳐서 치우며) 그래서?  사형의 그 굳센믿음으로 뭐가 바뀝니까?  

여전히 김윤식은 성균관물건을 내다 판 파렴치범에, 그자리에 호패를 떨어뜨린, 부주의한 인사일뿐입니다.

걸오 ; 왜에?..  이것도 임금의 친시니까, 불확실한 김윤식을 믿었다가 불통을 받을순 없다, 이거냐?

선준 ; 물론입니다.

걸오 ; 뭐야?   이 재수없는 뼛속까지 노론새끼!  (선준을 주먹으로 치려 한다.  여림이 그손을 잡자) 넌 빠져.

여림 ; 왜빠져, 어떻게 빠져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게 싸움 구경인데에.  (걸오와 윤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나마 김윤식을 믿어주는건 우리뿐이니, 살살들 하라구, 살살.

윤희 ; 다들 그만두십시오.  전 훔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선준 ; (따지듯이) 알아서 뭘, 어떻게 할 생각이지?  (걸오를 보고) 함정에 빠졌다, 하셨습니까?   절 믿게 만드시려면, 말보다 물증이 필요하실 겁니다.  (가버린다)

여림 ; 허..

 

가는 걸오.


여림 ; (걸오를 보고) 이봐 걸오, 어디 가?

걸오 ; (돌아보지 않고 멈춰서서) 만들어야지, 물증. (간다)

 

 


27. 성균관 일각 뜰 (정자 앞) (밤)


장의가 앞에 걸어가고, 병춘 일행 뒤에 따라간다.


병춘 ; (장의 뒤를 허리 숙인채 급히 따라가며) 히히히, 김윤식 이놈, 출재를 앞둔맘이 어떨까요? 아하하하.


장의 앞에 돌멩이 하나 떨어진다.


병춘 ; 윽, 돌멩이.  (앞을 보며) 너 이자식, 너 마.  뭐하는 짓이야. (걸오가 앞으로 걸어오자 무서워서 다시 장의 뒤로 가며) 으음..

걸오 ; (병춘이 나아가는 방향에서 걸어와 장의 앞에 서서) 잊은 듯 싶어서.  (주먹을 맞잡으며) 내가 말보단 주먹이 빠른 놈이라는거.

장의 ; (뒷짐진채) 그래, 그 하고싶은말이 뭐냐?

걸오 ; (주먹 쥐고 마디를 누르며, 낮게 힘주어) 넌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다.  그래서 그날 선심쓰는척, 대물녀석한테 약첩을 쥐어준 것도, ... 다 니놈 함정이었어, 그렇지?

장의 ; 상상력이 풍부한데, 걸오?   내 이래서 없는놈들한텐 마음껏 베풀지를 못해.  선심으로 베푼일을, 꼭 뒤통수를 치거든.  어쩌겠나?  은혤 원수로 갚는건, 그 천박한 품성탓인걸.  그 천박한 품성, 천금닷냥을 주워입는다고 고쳐지는게 아니더군.   그러니 걸오, 자네도 조심하라고.


걸오, 장의의 멱살을 쥐고 주먹으로 치려고 한다.


장의 ; 왜?  징벌방이라도 갈 생각인가?

걸오 ; (크게) 얼마든지!

장의 ; 나쁠 것 없지.  니놈이 징벌방에서 나올 때 쯤이면.. 김윤식은 출재당한 다음일테니까.

걸오 ; (들었던 주먹을 내리며) 기다려라.  내가 꼭 밝혀 낼테니까.  출잰, 니놈들이 준비하는게 좋을거다.  (멱살을 밀면서 놓고 간다.)     

병춘 ; 저자식이 저거..   (장의보고 웃으며) 걱정마십시오.  이번엔 제가, 말끔하게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다들 김윤식이 범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요, 히히히.

장의 ; 그 입, 조심하는게 좋을 게다. 

  

28. 존경각 (밤)


윤희, 책을 뒤적이다 몇 권(경국대전)의 책을 들고 나가다가 존경각에서 책을 읽는 선준을 본다.


윤희 ; (선준 앞에 서서) 날 동정해서라면, 그렇게 애쓸 필요 없소.

선준 ; 무슨 뜻이지?

윤희 ; 날 무죄라 여기는 유생이 아무도 없어서, 그런 내가 불쌍해서, 날 돕겠다 마음먹었다면, 난.. 이선준 유생이.. 필요없단 말이오.  그러니 혹 불통을 받을까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선준 ; 내가, 불통을 받을까봐 불안해한다 했소?

윤희 ; 꼬치꼬치 날 의심했던건, 그때문이잖소?

선준 ; (책을 덮으며)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였나?  내도움 같은건 받을수 없다는 이유?  김윤식너한테 난, 지금껏 고작 성적에나 연연해 하는, 노론의아들이었나?  처음부터 의심같은건 하지도 않았어!  니말처럼 난, 불통받을 일따윈 시작하지도 않으니까.  고작 내 몇마디 질문에 이렇게 상처입을 거라면, 앞으로 한성부에서, 또 전하앞에선 혼자힘으로 뭘 어떻게할 생각이지?  똑똑히 잘들어라, 김윤식.  한성부에 간다해도, 니편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면, 단단히 각오해 두는게 좋겠다.  (가버린다)


29. 존경각 밖 복도 (밤)


존경각을 돌아나오다가 잠시 멈추는 선준.  그러다 다시 간다.

 

30. 의약방 (밤)


정박사 ;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공손히 서서) 아이들이 감당할수있다 보십니까?     

금상 ; (정박사에게 다가가며) 이런 변변치 못한 스승을 봤나?  제자들을 믿지 못하는겐가?  한성부권지로, 고작 이틀일하는걸 못한데서야, 출사할 자격이 없지. (탁자 위의 찻잔을 든다.)

정박사 ; 전하께서 원하시는 건, 성균관에 도둑을 잡는일이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금상 ; (차를 마시려다 멈추고) 들켰군.

정박사 ; 운종가에서 오시는 길입니까?

금상 ; (웃음 띄고) 자넨 못 당하겠어.  어찌 알았나?    

정박사 ; 암행차림이십니다.  조보에 보니, 운종가 주변으로 도둑들이 들끓고있다 하여, 저 또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금상 ; 작은 도둑의 뒤를 쫓다보면, 반드시, 큰 도둑의 실체와 만나게 돼있다.  난 그리 믿네.  그를 알아볼만큼 눈이 밝은 자라면, 그를 마주할.. 용기가 있는 자라면, 과인은 그 자에게 금등지사를 찾는 과업을 맡길 생각이다. (차를 마신다.)

 

 


31. 저잣거리 (낮)


권지 차림의 윤희, 선준, 걸오 거리를 걷고 있다.  걸오는 갓을 벗어 손에 걸고 돌린다.

 

여림 ; 어이 한성부권지들, 나좀보지. (권지 차림이 아닌, 다른 비단 옷을 입고 와서 앞에서 휙 한바퀴 돈다.)

윤희 ; 사형, 그 차림은?

여림 ; 아아 이거?  이나라 조선이 왜 이모양 이꼴인줄 아나?  (셋의 옷을 손으로 죽 훑으며) 나랏일을 하는 관원들에게 죄다 똑같은 옷을 입혀놓고 있으니.. 개성이 존중되길 하나, 취향이 반영되길 하나?  그 딱딱한머리에서, 무슨 훌륭한 정책들이 나오겠어?

걸오 ; 미친노옴.. 말이나 못하면..

윤희 ; (미소 띄고) 참.. 사형다우십니다..

여림 ; 그래서 우리동네에는 이런말이 있지.  한성부 권지를 믿는니, 뒷집 멍첨지를 믿어라, 멍멍.

선준 ; 허나 사형, 한성부 권지일을 하시려면, 아무래도 관복을 입는 편이..

여림 ; 자네들이 있지 않나아..  아하, 내입에서 또 전문용어 나와야되나?  (선준 어깨에 팔을 두르고) 대출, 대리출석 말일세.  (윙크하고 선준을 어깨를 가볍게 치고 간다.)

윤희 ; 사형, 한성부 권지는, 순두정강 전하의 어명입니다.

여림 ; (돌아보며) 너무 염려마시게.  나도 진범은 꼭 잡을 생각이니까.  자네의 결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금성을 위해서.  (간다)

걸오 ; (윤희보며) 걱정마라, 구용하다.  운종가에서 나고 자란놈이니 믿어보자고.

윤희 ; 한성부에 가면, 우선 제 호패를 주웠다는 그 시전약방부터 수색할 생각입니다.  (걸어가며) 그다음에 그약첩을 판자가 다른물건들도.. (앞에 걸어오며 슬쩍 소금을 한줌 쥐어 들고있는 자루에 넣고, 짚신과 다른 물건을 슬쩍 훔치는 복수를 보고 멈춘다.)


복수, 목에 파란 목걸이 건채 침을 탁 뱉더니 자루에 배도 담는다.


아낙 ; 도도둑이야!  도둑이야,  저사람, 잡아요!


도망치는 복수, 자루를 던져 버리고 윤희 쪽으로 달려온다.

선준, 윤희를 보호하려고 뛴다. 

걸오, 윤희를 보호하려고 가장자리로 안아서 이동시킨다. 

복수, 그런 걸오와 선준 사이를 급히 뛰어간다.

그 뒤를 포졸들 급히 따라 가며 뛴다.

선준, 걸오와 윤희가 안은 모습을 보며 이건 뭔가 하는 표정이다.

걸오, 윤희의 등에 있던 손을 놓으며 딸국질을 한다. 


윤희 ; 봤습니다, 저.  아까 저아이, 저아이목에, 김우탁유생이 쓰던 애채줄이 걸려있었습니다. 

걸오 ; 뭐?

윤희 ;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걸오 ; (허리띠는 선준에게 주고 관복을 벗어 윤희에게 주며 선준에게) 너, 이녀석 흘리지 말고 잘 데리고 들어가라.

윤희 ; (관복을 받아 들며) 사형 어디가십니까?

걸오 ; 그놈 잡으러. (급히 뛰어간다.)


선준, 들고 있는 걸오의 허리띠를 보다가 불쾌한 표정으로 윤희를 본다.

 


32. 박사 집무실 (낮)


조보를 들고 읽으며 걸어가는 정박사.


대사성 ; (다른걸 보고 있다가 정박사를 힐끔 살피다가, 급히 와서 정박사의 뒤에 서며) 정박사, 간밤에 전하께, 무슨 언질이라도 받았소?  그 조보, 조정으로 돌아갈날만을 손꼽으며, 조정소식에 귀를 기울이는게 아닌가.. 해서요.

정박사 ; (조보에서 눈을 떼지않고) 저런.. 간밤에 운종가에서만 도난사건이 여덟번, 무뢰배들의폭력사건만 네건.  아이구이런몹쓸, 살인사건도 일어났답니다.

대사성 ; 사람 싱겁긴.  아 운종가주변에 좀도둑이 창궐한게, 어제오늘의 일이랍니까?

정박사 ; (대사성을 돌아보며) 제말이 그말입니다!  어째서, 운종가주변엔 늘 그렇게, 도난사건이 많이 일어나는지, 영감께선 혹 아십니까?

대사성 ; 아, 그야.. (그걸 내가 어찌 알아 하는 표정으로 바뀌며) 아니, 내가 무슨 한성부의관원도 아니고?          

정박사 ; 권지를 나간 아이들이 물어오면 어찌답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품계야 미관말직이라 하나.. 이자리, 스승의 자리가 아닙니까.

대사성 ; (감탄한듯) 하아.

 

 


33. 한성부 집무실 앞 (낮)


윤희와 선준, 걸어와서 문 앞에 섰다.  문고리를 잡다가 손이 닿는다.  서로 본다.

 


34. 한성부 집무실 안 (낮)


선준 ; 성균관에서 온, 한성부 권지들입니다.


한성부 관원의 장인 참군은 서서 탁자에 펼쳐놓은 종이를 보고 있고, 관원들 의자에 앉아 그 종이에 집중하고 선준과 윤희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선준 ; (한걸음 앞으로 가며) 저흰..

참군 ; (입에 검지를 대며 조용히 하라는듯이) 쉬잇


자막 ; 참구(參軍) 수도의 행정과 치안을 담당하던 한성부 관원 정7품.


참군 ; 으음.. (지도를 손으로 짚으며) 자넨 여길 막고

관원1 ; (고개 끄덕이며) 예에.

참군 ; (진지하게) 자넨 여길, 막고.  자넨, 이 길목에서 지키고 있으란 말일세.  난 이번 작전에 내모든것을 걸었네.  (팔의 옷자락을 걷으며) 자 가세! (종이에 줄을 긋는다.) 아니, 이럴수가 이럴수가. (탁자를 치며 운다.) 아니, 아흑흑흑..


보면 사다리타기 그림에서 참군의 無이다.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윤희와 선준.


관원들 ; (팔꿈치를 접어 흔들며 승리의 함성) 야야야!


윤희 ; 우린, 성균관도난사건의 범인을찾으라는 어명을, 받고왔습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참군 ; 조선팔도에 도둑놈 드나드는데가 어디 성균관뿐이냐?  유난떨기는.  왜에?  니놈들거시기라도 떼일까봐 무서워서 그래?  젖좀더먹어야 되겠다.  아쉬운대로 내젖이라도 주랴, 어?

권지들 ; 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선준 ; (앞으로 한발 나서며) 비록, 임시직인 권지이긴 하나, 우린 한성부관원입니다.  지금이시각부터 동료의예를 갖춰주시겠습니까?

참군 ; 예에?  예예예예.  동료의예라.. 예 갖춰야지요.  예예예예, 예예예예에.  하하하하.  나으-리이!  하하하하하하 하하하..

 

 


35. 저잣거리 (낮)


병춘 ; (저잣거리를 걷는 장의 옆에서 걸어가며) 이선준 김윤식, 그놈들 말입니다요?  혹 한성부권지랍시고, 약방주인을 막 취조하고 그럼 어쩝니까요?  김윤식 그자식 지호패를 제가..

(장의가 째려보자 자기 입을 손으로 막는다)

장의 ; 한성부에 조치해뒀다.  약방은커녕, 김윤식은 결백을증명할 어떤노력도 할수 없을게다.  아주 바빠질테니까.

고봉 ; (옆의 상인들에게) 장사 잘돼?  히히, 열심히 해.  히히.

 

 


36. 한성부 집무실 (낮)

종이 다섯번을 치자 각자 자리에서 자던 관원들 일어난다. 

선준과 윤희는 그옆에 서있다.


참군 ; (깨어 탁자에 올렸던 다리를 바닥에 놓으며) 아함, 맛있게 잤다.  (일어나서 선준과  윤희를 보며) 자네들도 좀자지이? 이소중한 잠을.  그래 그럼 어디 실력 좀 볼까?  우리 나으으리들.

 


37. 주점 안 (밤)


여림 ; (앞에 앉은 친구의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를 툭 치며) 뒷골목에서 작물사들이는 버릇은 여전해에.  골라도 어디서 십년이나 묵은걸..

친구 ; (반지 보이며) 아니거든, 이거어 3년밖에 안구른거라, 비싸게 줬거든.

여림 ; 어디서 샀는데?

E (상점주인) ; 여어 기밀이야아..

            

 

38. 잡화 가게 앞 (낮)


여림 ; (큰구슬 하나를 던졌다 받았다 하며) 정말, 말못해? 

상점주인 ; (구슬이 깨질까 안절부절하며 손을 떤다) 어, 어이구,, 어어  

여림 ; 알지?  나 구용하야아, 가게 뺄레?

상점주인 ; (다급한 목소리로) 있어, 있어.  꼬맹이 녀석.  

 

    

39. 초가집 앞 (낮)


초가집 안에서 손짓을 하여 여림을 부르는 큰 소년들.


여림 ; (무서워하며 혼잣말로) 이인간 가게 빼야지, 정말.  저게 무슨 꼬맹이야아?

소년1 ; (화나서) 빨리 안타아?


여림, 초가 안으로 들어간다.


소년1 ; (여림의 갓을 툭 건드리며) 뭐살래?

여림 ; (엽전 뭉치를 건네며) 니들한테 물건넘기는놈, 누구야?

 


40. 저잣거리 (낮)


국밥 파는 곳과 사과 파는 난전을 지나 걷는 여림.  자신의 자금성이 한 물건 파는 사람의 난전에 놓여 있는 걸 발견한다.

여림 쪽으로 달려오는 도둑1.

뒤에 뛰어오는 걸오.


여림 ; (걸오의 팔을 잡고) 어이 이보게 걸오, 헤이, 여기서 자네를 다 만나고, (박수친다) 우린 역시 천생연분일세.  (걸오를 안으며) 야아.

걸오 ; (여림의 등을 쳐서 떼어내며) 이 웬수.  니놈때문에 놓쳤단 말이다아.  (안타까운 표정으로) 진범일수도 있었는데.

여림 ;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어어.


막대기로 난전을 깨부수며 나오는 건달들.  상인들 맞아서 넘어진다.


걸오 ; (가서 그런 건달의 팔을 잡고) 함부로 주먹질하는거, 자꾸하면 습관될텐데.. (발로 차고 넘어진 건달에게) 나쁜버릇엔 매가 약이거든.  (넘어진 건달을 때리려 한다) 

여림 ; (그런 걸오의 팔을 잡으며) 그만 됐네.  관군들 있어.


포졸과 관군들, 오히려 난전 상인들과 손님들을 팬다.


참군 ; (크게) 거칠게 다뤄, 거칠게.  속도는 빠르게, 느낌은 거칠게, 어.


놀란 눈으로 서서 보고 있는 선준과 윤희.

의아한 걸오와 여림.


참군 ; 어, 거칠게 끌고가. 


포졸들, 난전 상인들과 손님을 끌고 간다.

     

윤희 ; (자기앞에서 포졸에 의해 맞아 넘어진 상인을 보고, 포졸의 앞을 팔을 벌려 막으며) 지금 뭐하는겁니까?  힘없는 백성을 보호하는게 관군의 임무 아닙니까?

참군 ; (윤희의 앞에 나서서 비꼬는 표정으로) 나랏법을 지키는것도, 관군의 임무라서요, 나으으리.

윤희 ; 함부로 백성을 짓밟아도된다는 나랏법이, 세상에 어딨소?

참군 ; (윤희의 한쪽어깨죽지를 잡으며) 금란전권도 모르시나?  시전상인이 아닌, 그누구도 도성안에서는 물건을 팔수가 없다.. 나으으리.  (잡았던 옷을 놓으며) 관군의 임무, 계속 수행해! (걸어간다)

포졸들 ; 예에!

윤희 ; 말도 안돼..

참군 ; 끌고가.  백성이 아니라 나랏법을 어긴 죄인들이다.  다 처넣어버려!


끌려가는 상인들.  어이없어 보는 유생들. 

선준과 윤희의 뒤쪽에 와서 서는 금상과 정박사.


정박사 ; 뜻하신대로 아이들은, 큰도둑의 실체에 다가서고 있는듯 보입니다, 전하.

금상 ; 과인이 과민한탓인가?  어쩐지 그대는 원치 않았다는 얼굴이로군.

정박사 ; 결국 지금의 저아이들로선 아무것도 할수있는게 없을것입니다.  저들이 무엇을 배우리라 보십니까?

금상 ;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  이 부정한 세상에서, 혼자선 아무것도 할수없는, 무력한스스로에 대한 분노.

 


41. 병판방 안 (낮)


병판, 장의, 시전행수가 거하게 차려진 한 상에 둘러앉아 있다.


시전행수 ; 아니이.. 금상께서는 그렇게 포기가 안되신답니까?  암행감찰인지뭔지를 다니면서 물가를 잡겠다느니, 자유로운 상거래를 허용할 방도를 찾겠다느니, 잔뜩 바람을 넣고 갔다지 뭡니까.

장의 ; 말로야 이조선땅에 극락인들 못만들겠나?

시전행수  ; 벅 하며는 금란전권을 폐지하느니마느니, 왜 우리 시전상인들만 못살게구느냐 말입니다.  이거 불안해서 장사가 안됩니다, 장사가.

병판 ; 거..사람 죽는소리하기는.  아, 자네들뒤에는 우리노론들이 떡- 하니 버티고 있질 않나?

시전행수 ; 지금 그말씀, 저희 모두 앞에서 해 주시겠습니까?  (작은 자개 상자를 슬쩍 병판 앞으로 내밀며) 오늘밤, 저희 시전상인들이 조촐..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병판 ; (수염을 쓸어 내리며) 으음.

 


42. 술집 안 (밤)


윤희 ; (술잔을 탁 놓으며 취한 목소리로) 왜 갑자기 도성안에 도둑이 들끓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시전상인들만 장사를 하게 두니까.. 아, 배고픈 백성들은 훔쳐서라도 먹고살수밖에 없는거 아닙니까?  아이구..(인상 찌푸리며 술을 마시고 놓으며) 아아-(술잔을 들려는 선준의 손을 손으로 눌러 막으며) 말씀좀 해보십시오, 사형.  관원들이 혼내줘야할거언.. 백성들이 아니라, 그 시전상인들 아니냐구요, 아후우.. (술잔들고 술을 마시려 한다)

여림 ; (윤희의 술잔을 뺏어 들며) 웬줄아나?  그 관원들 돈줄이, 바로 시전상인들이거든. (술 한모금 마시고) 카아. 저희밥그릇에 밥술부어주는 사람한테 짓는개 봤어?  시전상인들의 뒷배를 봐주고 벌어들이는돈이, 고스란히 노론벌열들의 정치자금이 되고 있다는 거지.


선준, 언짢은 표정으로 술잔을 들려고 한다.

윤희, 또 손으로 술잔을 드는 선준의 손을 잡는다.


선준 ; (언짢은 표정으로) 왜 자꾸 이러시오?

윤희 ; 내가 왜이러는지, 몰라서 묻는거요?


여림 웃고, 걸오, 기분나쁜 표정이다.


포졸1 ; (취한채 비틀거리며 방안에 들어와 크게) 주모, 여기 술가져와, 술 술.

포졸2 ; 술 가져와 술!


4명의 포졸이 둘러 앉아 있는 곳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마주보고 웃는 윤희와 여림.  웃는 걸오. 


포졸들 잠든채 코를 골며 함께 줄에 묶여 있다.

그앞에 있는 4명.

 

선준 ; (정색하고) 이는 글을 아는 선비가 할짓이 아니오.


붓을 들고 포졸의 얼굴에 도적이란 글자를 쓰는 손.  보면 선준의 손이다.

      

윤희 ; (선준옆에서) 도적?

여림 ; (윤희 옆에서 앞으로 얼굴 내밀고 크게) 불이야!


달아나는 4명.

불이야 소리에 깨어 도망치려다 서로 묶여 있어 넘어지는 포졸들.

 


43. 저잣거리 (낮)


빠르게 뒤를 보며 걸어오다가, 웃으며 서로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4명.


섬섬 ; (옷감상점에서 옷감을 고르다가 4명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손짓하며) 어! 어머, 잘금 4인방이다.

앵앵 ; (4명이 지나간 쪽을 보며 턱을 괴고 요염하게) 잘금 4인방.

기생과 사람들 ; (죽 늘어서 붙어 앉거나 서서 4명이 걸어간 쪽을 보며 차례대로) 잘금 4인방.

포졸들 ; (넷의 뒤를 쫓아오며) 저놈 잡아라, 저놈 잡아라!  저놈 잡아라.

책방주인 ; (책방의 약간 위로 난 창가에 앉아 밖을 보며) 새로운 감이 떠올랐다.  신작 패설집의 이름.  (크게) 잘금4인방의, 은밀한 외추울!

 


44. 책방 지하 (낮)


종이가 놓인 탁자를 가운데 두고 둘러서 있는 네명의 유생들.

 

여림 ; (접힌 지도를 펼쳐 그위에 손바닥을 탁 올리며) 여기, 이번사건의 진범이 숨어 있다.

윤희 ; 진범이요?  여기가 어딥니까?

여림 ; 시전행수, 송영태의 집.

걸오 ; 진범이 시전행수의집에 숨어있단 말이지이.. 

여림 ; 관원들이 깨부신 난전의 물건들, 어디로 갔을거 같애?

윤희 ; 그야.. 한성부, 아닙니까?

선준 ; (뒷짐진채) 시전상인의 수장고군요.  난전은 걷어내고, 그물건들은.. 다시 시전을통해 백성들에게 비싼값으로 되팔아, 폭리를 취하는겁니다.

여림 ; 정답.  (접힌 부채로 지도를 짚으며) 지금 이 수장고안에 있다구.


몽타주 ; 건달들과 포졸들이 길에서 백성들에게 난동을 부릴 때 바닥에서 낡은 장부 하나를 들어올려 보다가 뺏기는 여림.

 

여림 ; 내 자금성도, 난전의 거래내역이 담긴 장부도 같이.

윤희 ; 장부요?

여림 ; 그래, 성균관에서 내자금성을 훔쳐다 팔아치운놈의 이름이 적힌, 거래 장부.
걸오 ; 그럼 그 장부만 찾으면 진범, 찾는건가?

여림 ; 물론.

선준 ; 허나.. 시전상인들에겐 필요치않은 물건입니다.  이미 버렸을수도 있고, 이수장고안에 있다고, 확신할순 없습니다.

여림 ; 아직은 있어.  송행수가 보지않은 물건은 내다버릴수가 없고.  그인간은 여기에 신경쓸여가가 없었지, 왜냐?  아주 큰연회가 열리거든.  바로 오늘밤에.

 


44. 행수집 마당 (낮)

 

장의와 병판이 걸어오고, ‘어이구. 자, 드시지요.‘하며 반겨 맞이하는 송행수.

 


45. 책방 지하 (낮)


여림 ; 시전행수집 수장고는 모두 여덟개.  (부채로 지도의 여러곳을 짚으며) 분명 이중 어딘가에 장부가 있다.  오늘밤, 우리중 누군가 장부를 가져오기만 하면돼.

윤희 ; 제가 가겠습니다.

선준 ; 그건 안됩니다.     

윤희 ; (선준을 보며) 왜에?  이일도 예와법도에 어긋난다, 이거요?  그법이 얼마나 우스운지, 아직도 모르겠소?  시전상인들의 힘으로..

선준 ; 그래서 하는말이오.  거긴 너무 위험해.  (여림을 보며)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걸오 ; 시끄러, 둘다.  내가 간다.

윤희 ; 아니요, 제가 해요.  제가 하게 해주세요.

여림 ; (답답한지) 아니지금, 다들 뭐착각하고있는거 아냐?  연희라고 해도.. 우린가서 술한잔, 기녀손목한번 잡아볼수가없다구.  운수가 사나워서 걸리기라도하면, 쥐도새도모르게 사라질수도 있어.

윤희 ; (간절하게) 그러니 제가 한다구요.  저때문에 벌어진일입니다.  제가 끝맺고싶어요.  이해해주십시오.    

걸오 ; (탁자를 치며) 안돼.  절대 안돼.  대물넌, 꼼짝말고 여기있어.  내가 다녀올테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윤희를 보는 선준.


여림 ; 아이, (부채를 탁자에 놓으며)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그냥 우리, 아예 다같이 가자, 어. 손에손 꼭붙잡고.  됐냐?  해시에 여기서 다시 모이는거다. 


윤희, 고개를 끄덕이고, 여림, 응답의 고개를 끄덕인다.  걸오, 할수없다는 표정.

 

 


46. 송행수방 (저녁)


거하게 차려진 큰상이 가운데 놓이고 병판과 장의, 송행수와 손님, 기생들 둘러 앉아 있다.  그옆에서 초선, 가야금을 탄다.


병판 ; (술마신후 술잔을 놓고 오른손으로 옆의 장의를 가리키며) 그리고 여기는, 내아들이외다.

사람들 ; 어이구, 대단하십니다.

병판 ; 성균관 장의를 맡고 있소이다.

사람들 ; 으하하하하.


초선을 보는 장의.  무표정하게 있는 초선.  술 마시는 송행수.

 

        

47. 책방 지하 (저녁)


윤희, 도드래를 돌려 내려와서 천막을 걷고 들어가, 탁자에 놓인 종이를 보고 놀란다.

뒤따라온 걸오, 종이를 들고 펼친다.  종이에 글씨가 쓰여 있다.


E (여림); 장부는 우리가 데려오마, 아무 걱정말고 기다리고 있길.

     

 

48. 송행수집 대문 앞 마당 (저녁)


마당에 사람들 삼삼오오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대문 앞에 와서 서는 선준과 여림.


여림 ; (접힌 부채로 갓끝을 올리며) 아우, 내 자네말을 따르긴했네만.. 여기서 살아돌아간다고해도, 대물과 그인간들한테 살아남을수있을진, 모르겠군.

선준 ; 수장고엔.. 한명이 들어가는편이 더 안전합니다.  그러기엔, 김윤식은 순발력이 떨어지고,

여림 ; 하, 냉정하군.  

선준 ; 걸오사형은, 그 불같은 성미때문에..

여림 ; 암, 우리중에 제일 위험한, 놈이지.

 

 


48. 책방 지하 (저녁)


걸오, 탁자를 손바닥으로 탁 친다.


윤희 ; (굳은 결심을 한듯) 전 이대로 기다릴수만은 없습니다, 사형.  저때문에 일어난일입니다.  이번에도, 빚진기분으로 살고싶진 않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49. 송행수집 마당 (저녁)


장의, 마당 앞에 와서 선다.  마당에 깔린 멍석에서 상을 앞에 두고 주거니받거니 “한잔하지”하며 취해서 기생과 얽혀 있는 사람들과 언뜻 멀리 선준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멍석에 앉아 있는 여림에게 다가가 서는 장의.


장의 ; 어쩐일이냐?

여림 ; 술과 여자가 있는곳에, 여림 구용하가 있는거야 뭐, 당연한거 아닌가?

장의 ; 시전상인들에게만 엄격히 출입을 통제한걸로 아는데?

여림 ; (술잔을 상에 놓고) 나야 시전상인들에게 가겔세논 주인댁도련님이시지만, 그러는넌?  아하 그렇지이.. 시전상인들과 노론명문가집안은, 한식구였지이..

장의 ; (여전히 의아하여) 자네.. 혼잔가?

여림 ; 그럼 혼자지.  이런 구역질나는 연회를 좋아할사람이, 나밖에 더있어?  (고개 돌린다)

 


50. 송행수 방 안 (저녁)


흐흐 하하하, 사람들의 웃음소리.  술잔을 드는 병판 옆에 와 앉는 장의.  보는 초선.


장의 ; (귀에 대고 조용히) 은밀히.. 관군들을 불러주시겠습니까?  사윗감 길좀들이셔야겠습니다.

 

 


51. 송행수집 수장고 안 (밤)


들어와서 선반에 얹힌 장부와 물건들을 뒤져보는 선준.   

 

 

52. 골목길 (밤)


앞에 걸어가는 윤희.


걸오 ; (뒤따라와 윤희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우며) 고집좀 그만부려!  다들 너 걱정해서 이러는거 모르겠어?  이럴땐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거다.

윤희 ; 저도 걱정됩니다.  사형들이 저를 걱정해주시는만큼, 저도 사형들이 걱정된다구요.

걸오 ; 가도 내가 가.  그러니까..

포졸1 ; (포졸들 횃불들고 걸어오며) 모처럼 비번이라 좋아했더니.. 어떤 간큰놈때문에 우리만 좋다말았잖아. 

포졸2 ; 간큰놈?

포졸1 ; 응.  하긴 어떤미친놈이, 시전행수네 수장고를 털겠나? 


포졸들, 골목을 돌아가버린다.


걸오 ; (포졸들이 지나간 쪽을 보다가 윤희에게 얼굴을 돌리며) 안되겠다, 대물.  관군들은 내가 잡아둘테니, 넌 가서 알려줘야겠다.  (어깨에 손올리고 걱정스러운듯) 잘할수있지?  조심하는거다.


고개 끄덕이는 윤희.  관군쪽으로 뛰어가는 걸오.

 


53. 골목길 일각(밤) 

     

횃불 들고 걸어 오는 포졸들. 앞을 막아 서는 걸오.


걸오 ; (포졸에게 다가가며 혼잣말로) 조금만 버텨보자, 문재신.  (걸어오는 포졸 앞에 다가서서 앞을 막고) 어쩌지?  이길론 지나갈수가 없는데..

포졸대장 ; 미친놈 아냐.  (뒤를 보고 고개짓으로 공격지시를 한다.)


포졸 한 명이 먼저 걸오에게 덤빈다.


걸오 ; (그 포졸을 때려 눕히고) 천천히, 천천히 하자.


여러명의 포졸들, 횃불을 휘두르며 걸오를 공격한다.

 


54. 송행수 집 대문 앞 (밤)


집사 ; (들어가려는 윤희를 막으며) 안됩니다, 이자리는.. 시전상인들만 들어갈수있는 자리요오.

윤희 ; 안에 계신분께 전할말이 있소.  그러니..

집사 ; (윤희를 밀치며) 썩, 물러가시오!  (먼곳을 보고 미소띈다)


윤희, 집사의 눈길을 따라 돌아보면, 기생들이 무리지어 걸어온다. 

 


55. 송행수 수장고 (밤)


여전히 찾고 있는 선준, 장부를 찾아 들고 읽어본 후 미소띤다.

 


56. 송행수집 마당 (밤)


횃불든 포졸들, 포졸대장을 필두로 대문에서 마당으로 뛰어들어온다.


포졸대장 ; 수장고안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시전상인 ; 아니 무슨도둑?  그게 뭔소리여?

장의 ; 내가 불렀수, 집안에 도둑놈이 든것 같아서요.  저쪽.. 수장고쪽이든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마당에 앉아 있는 여림.

 

 


57. 골목 (밤)


벽에 기대어 아파하는 걸오.


걸오 ; (피나는 입술을 만지며) 문재신 다됐구만, 이거. 허.

 


58. 송행수방 안 (밤)


송행수 ; (주먹을 쥐고 올린채) 꼭! 잡아야합니다, 그도둑놈.  대감.

병판 ; 병조의 관군들을 믿지못하겠다는건가?  지금.

송행수 ; 저희집 수장고는 단지 수장고가 아닙니다.  수장고가 털리면, 다치는건 저희놈들이 아니라, 대감들이실겝니다.

 

 


59. 송행수집 마당 (밤)


횃불들고 수장고의 문을 여기 저기 뒤지고 열어보는 포졸들.

 


60. 선준이 있는 수장고 안 (밤)


장부를 읽다가 문소리가 나자 문쪽을 보는 놀라는 선준.

 

   

61. 송행수집 마당 (밤)


문으로 들어와 여러 창고문을 열어보는 포졸들.

 


52. 선준이 있는 수장고 안 (밤)


문열리는 곳에 몽둥이를 휘두르려 들고 있는 선준. 

기생들이 쓰는 안이 보이는 흰 천이 달린 쓰개에 기생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자다.  얼굴 보이면 윤희다.  몽둥이를 든 손을 내리는 선준. 

달려와 선준을 안는 윤희. 

놀라는 선준의 표정.

 


<다음회에 계속...>

'성스 대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스 제11강 대본 (필사)  (0) 2012.11.28
성스 제10강 대본 (필사)  (0) 2012.11.21
성스 제8강 대본 (필사)  (0) 2012.10.29
성스 7강 대본 (필사)  (0) 2012.08.25
성스 6강 대본 (필사)  (0) 201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