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스 대본

성스 6강 대본 (필사)

 

 

 

제6강  성스 대본


1. 의약방 (낮)


윤희 ; (서 있는 정박사 앞에 무릎꿇고 앉아서)  기회를 기회를 주십시오.  살아 처음입니다.  학문이란 무엇인지 난생처음 질문도 갖게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제 재주를 알아봐 주는 이도 만났고, 난생처음 제편이 되어주는 이도 만났습니다.  이런제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이세상에 질문을 던질수 있게 해주십시오.  새로운 세상을 꿈꿀 기회를 저에게 허락해 주십시오.


2. 활쏘기장 (낮)


비내리는 활쏘기장의 과녘의 정중에 꽂힌 화살 5개.  그것을 만져보는 걸오.


3. 동이방 (낮)


앉아서 붕대를 감고 있는 선준.


4. 의약방 (낮)


정박사 ; 좋다.  니가 계집임을 발고하진 않겠다.  허나 이는, 하잘것 없는 내목숨을 구하고자함이 아니다.  이 성균관의 명예를 더럽힐수 없는 까닭이며, 또한 지엄하신 어명에 누를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너를 이 성균관에 두지도 않을 생각이다.  (목소리 커지며) 남녀가 다르지 않다 했느냐?

윤희 ; 그렇습니다.

정박사 ; 계집의 몸으로 감히 사내와 똑같이 겨룰수 있다 보느냐?  활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계집의 몸으로, 사내들과 겨뤄 장원도 해낼수 있다, 이말이냐?

윤희 ; 해내면, 제게, 기회를 주십니까?

정박사 ; 실패한다면 그즉시 출제령을 내려 너의 그 오만함을 엄히 벌할것이다.  또한 네아우 김윤식은, 청금록에서 영삭하여, 국법의 지엄함을 세울 것이며, 국왕을 기망하고 강상의 도를 가볍게 여긴 너는, 죽음으로 다스려 이나라 조선의 기강을 바로잡을 것이며, 넌 네오만함을 후회하며, 남녀유별의 지엄한 가르침을 뼛속깊이 되새기게 될 것이다.  이 성균관에서 너는 계집이 아니다.  또한 그누구도 니가 여인임을 알아선 안된다.  그것만이 너를 살리고 가족을 구하는 길임을 한시도 잊지 말거라.  (은장도를 윤희에게 준다.)

윤희 ; (은장도 받으며) 명심, 하겠습니다.


5. 의약방 앞 (낮)


의약방에서 나오는 윤희, 비오는 마당에 선다.  기쁜 표정으로 빗물을 손에 받아본다.  어느새 비가 멈춘다.


6. 존경각 앞 (낮)

책을 옆에 끼고 존경각에서 나오는 선준.  걸어와 나오는 선준 앞에 서는 윤희.


윤희 ; 날 좀 가르쳐야겠소.  대사례장원, 꼭해야겠거든.

선준 ; 무슨일 있소?

윤희 ; 기적이라는거 나한테도 그 기적이라는게 필요해졌으니까.


7. 동이방 (낮)


옷을 갖춰입고 거울을 본 후, 깍지를 끼고 활을 드는 윤희.


8. 활쏘기장 (낮)


활을 쏘고 있는 유생들.  한쪽에서 선준과 윤희도 연습중이다.  도현, 우탁, 혜원도 나란히 서서 활을 당기고 있다.


안도현 ; (활을 쏘고나선 한쪽어깨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아쉽다는듯) 따아 나아.  오십견만 아니었어도 내 주몽이 따로 없었을텐데... 

배혜원 ; 아 난 포기.  어차피 장원이야 장의나 이선준네가 다 차지할텐데 뭐,

김우탁 ; (활시위를 당기며)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사자, 남자지사야 (자막 : 射者 男子之事也) 활쏘기는 무릇 사내의 일이라 (활시위를 당기지만 힘이 딸려 잘 당겨지지 않는다.) 사내의 일이라, (안당겨지는 활시위를 내려놓으며) 사내의 일이라 하는건 좀, 공자께서 단순하셨네, (윤희쪽을 보며) 그렇지 않나, 대물?  

윤희 ; (진지하게 화살을 재워 활을 당긴다. 힘이 딸려 안당겨지는 활시위에 휘청 발이 움직인다.) 하아.  (다시 활시위를 당겨 쏘면 화살 바로 앞에 떨어진다.) 하아. (다시 활시위를 당긴다.)


선준, 윤희 옆에 서서 본다.

멀리 활쏘기장 한켠에서 윤희를 지켜보는 정박사.


도현과 혜원, 우탁 ; (윤희를 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허 포기해라, 포기해.


활시위를 당기는 윤희 얼굴. 

E (정박사) ; 활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계집의 몸으로, 사내들과 겨뤄 장원도 해낼 수 있다, 이말이냐? 

활시위를 놓으면 바로 앞에 떨어지는 화살.  그것을 보는 윤희 얼굴.

E (정박사); 군왕을 기망하고 강상의 도를 가벼이 여긴 너는, 죽음으로 다스려 이나라 조선의 기강을 바로잡을것이다.

    

선준 ; (옆에 서서 보고 있다가 안되는데 계속 활시위를 당기는 윤희의 팔을 잡으며) 그만 됐소.


윤희, 선준의 팔을 뿌리치고 다시 활을 쏘지만 바로 앞에 떨어지는 화살. 활을 바닥에 던져 버리고 가는 윤희.


9. 활쏘기장 문 (낮)


윤희, 급히 걸어오다가 활쏘기장으로 들어오는 장의네 병훈과 부딪쳐 병훈의 화살통을 떨어뜨린다.  뒤따라오는 선준.


고봉 ; (앉아서 떨어진 화살을 보며) 어어 화살이 작살이 났네에.

병훈 ; 사내자식이 부실하기는.. 왜에 더는 안되겠던?  대사례는 포기라도 하게? 

장의 ; 포길하면 쓰나.  김윤식, 분발해야겠다.  임금과 조정신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꼭 무릎꿇리고 싶은 상대가 있거든.  탕평이란 허울아래 당색도, 가문도 출신도 모를, 이따위 오합지졸들로 이성균관을 더럽히는 금상.  (선준을 보며) 그리고 금상과 아주 닮은, 어떤 녀석.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결승전까진 올라와줘야겠다.  너 때문에 내계획이 무너지는일은 없어야겠지.  아 원한다면 내 지난번 못다한 가르침을 줄수도 있지. (손으로 윤희의 머리를 만지려한다.)

선준 ; (그런 장의의 팔을 잡아서 치우며) 그만두십시오, 장의.


어느새 그 주위로 유생들 많이 모여들어 지켜보고 있다.


윤희 ;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결승전에서.  일전에 장의께서 주신 가르침, 이번엔 제가 답할차롑니다.

장의 ; 그래에?

윤희 ; 대사례장원이면, 그답이 되겠습니까?

장의 ; 장원?

병춘 ; 장원이래.. 미친거아냐?

유생들  ; 하참, 장원이래..

윤희 ; 그땐, 사과하십시오.  가문도 출신도 모를 오합지졸이라 하셨습니까?  제 가솔들을 비웃고 저를 비웃은 이 모든일,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전하께서 직접 뽑아세운 성균관유생이라는 것도 인정하셔야 할겁니다.

장의 ; 그놈의 시건방은 중이방유생들의 돌림병인가?  내 그병은 꼭 고쳐줘야겠어.  기다리겠어, 결승전에서. (가버린다.)

               

뒤를 따라가는 장의 일행.  선준, 윤희를 본다.


10. 활쏘기장 (낮)


굳은 표정으로 활을 쏘는 장의.


11. 성균관 일각 마당 (낮)

윤희 걸어가고 있다.  선준, 성큼 걸어서 윤희앞에 선다.


선준 ; 화살을 재우지도 못하는 장원이라.. 인정해주지, 그 무모한 자신감 하난 장원감이오.

윤희 ; 내가, 이런 내가 할 수 있겠소?

선준 ; 글쎄.. 힘들겠지.  활을 내는 어깨는 부실하고, 시위를 당기는 팔의 힘은 미약한데다 호흡은 불안정하지.  게다가 다린 몸을 지탱해주지도 못하고,, 허나 장부가 뜻을 품은 마당에, 죽기를 각오한다면야, 길이 없기야 하겠소? 


12. 뒷산 (낮)


윤희 ; (큰 나뭇가지에 한 팔이 묶인 채 매달려서 버둥거리며) 어어 어어 이게 뭐하는 짓이오?  내려주시오 어서!

선준 ; 활대를 버티는 힘, 시위를 당기는 힘, 모두 팔의 완력이 기본이오.  기본도 안된 (윤희의 안묶인 손목을 잡으며) 이 팔로 활을 잡아봐야 내내 활에게 무시만 당할 뿐이오.

윤희 ;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버둥거리며) 내려놓란 말야, 내려줘어! 

선준 ; (윤희의 양다리를 감싸잡으며) 서른번만 해.  그땐 날아가고 싶어도 땅에 꼭 붙여놓을테니까.


  나뭇가지와 양 손목을 묶은 천을 잡고 턱걸이하듯이 기를 쓰고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윤희.  나무에 기대어 그런 윤희를 보았다 딴곳을 보는 척하는 선준.


13. 활쏘기장 (낮)


아동 ; (쟁반에 나란히 놓인 빙수를 한숟갈 먹으며, 시원하고 좋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으아아. (숟가락이 꽂힌 빙수그릇 하나를 들고 가서 대사헌에게 전달한다) 

대사헌 ; (아동이 여러번 갖다주는 빙수그릇을 받아 줄지어 선 유생들에게 순서대로 나누어준며) 오, 자.

병춘 ; (빙수그릇을 받으며, 감격하여) 아니, 빙수?  이 귀한걸 어떻게?

대사헌 ; 내마음일세, 얼음이 아무리 귀하다한들, 자네들이 대사례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에 비하겠는가?  (손을 펴서 올리며) 자, 쭉 들이키시고... 부디 전하께 가감없이 보여드리세, 이나라 조선을 위해 땀흘리고 있는 성균관유생들의 나날을!  하하하. (빙수그릇 하나를 받아들고 두리번거리며) 헌데 우리 이선준 상유는 어디.. 갔는가?

고봉 ; (계속 대사헌 손에 든 빙수를 받으러 이러저리 손을 내밀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까부터 통 안보입니다, 대물녀석이랑.

대사헌 ; (빙수그릇을 당기는 고봉에게 안주고 힘겨루기를 하며) 사실인가? 이런! 아니 연습도 안하고 놀러나갔단 말인가?

고봉 ; 그랬을걸요.

대사헌 ; (검지로 그릇을 가리키며) 허며는 내가 이런 특식을 준비한 것도 전혀 모르고 말이지?     

고봉 ; (애가 타서 그릇을 받으려하며) 허나 전 압니다요, 히히히히.

대사헌 ; (고봉을 주려던 빙수그릇을 한쪽으로 싹 빼서 화나서 한숟갈 먹으며) 철수!


14. 뒷산 (낮)


  산을 달리다가 넘어지는 윤희, 그뒤를 따라 뛰어가던 선준을 보고 다시 달린다.

윤희, 또 달려가다가 힘든지 나뭇가지를 잡고 선다.


선준 ; (그런 윤희를 보고) 출발!


산을 달려가는 윤희의 모습에.

E (선준) ; 활을 쏘는건 팔이지만, 활이 날아가는힘은 하체에서 나오는 법이오.


15. 산꼭대기 바위 (낮)


 큰바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팔을 옆으로 쭉 펼치며 심호흡을 하는 윤희.

 

선준 ; (윤희 옆에 서서) 단전의 힘을 기르는 호흡법이오.  시위를 당기는 그찰나의 호흡에 홍심을 뚫기도, 비껴가기도 하니, 결코 소홀히 할 수...

윤희 ; 잠깐! (일어나 선준을 똑바로 보며) 숨쉬는 훈련이라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하루도 빠짐없이 했소.  내게 지금 필요한건 활을잡는법, 홍심을 뚫는법, 그리고 장원이 되는법이오.  모르겠소?

선준 ; 천자문도 떼지 않은 애녀석이 논어로 과거급제를 하겠다, 조르는 꼴이군.  화살을 쏘는 것이 활이라 여기시오?

윤희 ; 그럼?

선준 ; (윤희를 가리키며) 사람이오.  활을 내기에 가장 좋은몸으로 만들어두지 않고선, 활잡는법을 백날 잡아봐야 아무소용이 없단 말이오.

윤희 ; 펴엉생, 틀린말같은건 해본적이 없소?  (장난치듯 두손으로 선준의 가슴을 살짝 민다.  그런데 선준이 오히려 윤희의 팔을 잡고 끌어당기자 그쪽으로 오히려 끌려간다.) 어 어어. 수련을 너무 열심히 한 모양이요.  (선준이 자기쪽으로 팔을 당기자 선준에게 안기듯 끌려간다.) 어 어어.

선준 ; 마지막 훈련은 장력, 손아귀힘을 기를것!


16. 활쏘기장 (낮)


걸오, 사과를 먹으며 활쏘기장 문으로 걸어와 누군가를 찾듯 활쏘기 연습중인 유생들 사이를 둘러본다.


장의 ; 대사례엔 나올 생각인가 보군. (걸오쪽으로 걸어오는 장의 일행)  잘생각했다, 걸오.

걸오 ; 신경꺼라, 황송하게 칭찬은.

장의 ; 오래기다려온 승부다.  니방랑벽 때문에 싸워보지도 못하는건, 너무 억울하잖아, 나한테도, 니 금쪽같은 동방생들한테도.

걸오 ; 애쓰지마라, 니세치혀에 놀아날 내가 아니니까. (가려는데)

장의 ; 알고보면 문재신은, 정면승부란건 모르는놈인가?  그저 눈에 힘만 잔뜩 주고다니는, 왈자패같은 족속.  가끔은 정말 헷갈려서 말이지.  그기집애같은 김윤식도, 날상대로 장원을 하겠다거든.

걸오 ; 흠, 바쁘겠다, 연습할려면.  그기집애같은 녀석한테 지면 안되잖아?  성균관 장의씩이나 하면서.  (돌아서 가다가 사과 한입 베어물고 멈춰서서 혼잣말로) 장원?  대물 그녀석이?


17. 산 일각 (낮)


  나뭇가지에 천을 매달아 잡아당기며 턱걸이를 하는 윤희,  나무에 기대 앉아 책을 읽다가 나무로된 시계(?)를 보는 선준.  턱걸이를 곧잘 하는 윤희, 거의 자유자재로 위까지 올라간다.

  산을 달려가는 윤희와 뒤따라 달려가는 선준.


18. 성균관 마당 (낮)


  종이 울리고, 유생들, 수업 들으러 가는데, 늦어서 달려가는 윤희.


유박사 ; (앞에 서 있다 달리는 윤희에게 경고하듯) 상유 김윤식!


앞에 죄송한 표정으로 섰는 윤희.  벌점책을 보여주는 유박사.


19. 활쏘기장 (낮)


활시위를 당겨 자신만만하게 한눈을 감고 쏘는 윤희.  화살이 꽂힌 짚가마를 들고 더 멀리 옮겨놓는 선준.  윤희, 활을 쏘면 또 짚가마에 꽂힌다.  선준, 짚가마에서 뒷걸음질치면, 또 활시위를 당겨 쏘아 짚가마를 맞추는 윤희.  더멀리 짚가마를 갖다놓는 선준.  쏘아서 맞추는 윤희, 더멀리 짚가마를 놓는 선준.  꽤 먼데 제대로 맞추고 웃으며 하-하고 선준을 보면, 선준도 미소띠고 본다.  병춘, 고봉 보고 놀란다.  한쪽에 서서 윤희가 맞추는걸 보고 놀라며 웃는 걸오.


20. 중이방 (아침)


  선준, 속저고리 바람으로 자다가 깨서 옆을 보면 윤희 자리가 비었다.  일어나 앉는 선준, 누워서 옆을 보는 걸오.

 

21. 활쏘기장 (아침)


  윤희, 혼자 활쏘기 연습중이다.  선준, 윤희를 보다가 와서 윤희의 발을 잡고 발사이의 거리를 잡아준다.  윤희, 놀라 보다가 다시 활시위를 당겨 쏜다.  한쪽에 돌에 걸터앉아 그걸 보는 걸오.


22. 식당 (아침)


  유생들, 나란히 정렬하여 밥을 먹고 있다.  윤희, 미역국을 볼이 터져라 먹는다.  들어오다가 윤희를 보고 섰는 여림,  걸어오며 윤희자리에 사과 하나를 던져주고 가는 걸오.  그걸 보다가 어이없다는 웃음 짓는 여림.  볼이 빵빵한 채 사과를 한입 베어무는 윤희.


23. 성균관 뜰 (낮)


  나무에 나란히 기대앉아 책을 읽는 선준과 윤희.  윤희의 한쪽팔은 나뭇가지와 천으로 묶여있다.  그팔을 올렸다내렸다하며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윤희.  선준 보다가 윤희, 옆으로 더 다가가 책을 치우려는데,  꾸벅거리던 윤희의 고개가 선준의 어깨에 떨구어진다.  잠시놀라 윤희얼굴을 보다가 그대로 가만히 있는 선준.


24. 활쏘기장 (낮)


  활쏘기 연습중인 윤희.  활시위를 당겨 쏘면 과녘의 가장자리에 꽂히는 화살들.  걸오, 한쪽옆에 앉아 윤희를 보며 활시위를 당겼다 놓는 걸오.


E (걸오) ; 한심한 놈.

윤희 ; (돌아보며) 사형.

걸오 ; (윤희쪽으로 걸어오며) 미련한 자식, 반촌에 송아지한테 활을 쥐어줘도 너보단 낫겠다.

윤희 ; (섭섭한듯) 사형?

걸오 ; 너처럼 해도해도 안되는 놈들한테 약은 딱 하나다.

윤희 ; 뭡니까, 그게.


윤희를 들어서 어깨에 들쳐메고 가는 걸오.


윤희 ; 아하, 아하.


25. 성균관 마당 (낮)


윤희를 내려놓는 걸오.  바위에 작은독 하나를 올리고, 멍하니 보고 있는 윤희의 손목을 잡고 그 독안에 넣는 걸오.  독안의 물에 상처난 윤희의 손이 보인다.



윤희 ; (아파서) 아허, 아아. 아.

걸오 ; 이럴땐 술이 약이다.  쪼는맛.  모르지 너?

윤희 ; (걸오를 보며) 쪼는맛이요?  

걸오 ; 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거다.  마지막, 됐다 싶은 그순간까지.  그걸 쪼는 맛이라고 하지.

윤희 ; 쪼는 마앗..

걸오 ; 손이 이따윈데 어떻게 끝까지 기다려.  그러니 매번 홍심을 비껴가지.  (일어서며) 어흐.  넌 뭐냐?  출세, 자존심..

윤희 ; (따라 일어서서) 예에?

걸오 ; (보며) 대사례, 장원은 해서 뭐할건데?

윤희 ; 보여주고 싶어서요, 내가 해낼 수 있다는걸, 나를 믿어도 된다는걸.  내자신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  이세상에서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명쯤은 필요하니까.

걸오 ; 그런건 이선준한테서 배웠냐?  잘한다, 말.

윤희 ; (주먹을 쥐어보이며) 이런건 사형께 배웠습니다.  그러니, 안나오시면 후회하실겁니다.

걸오 ; 뭐?

윤희 ; 혹, 장원할..자신이 없으신 겁니까?  허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사형께서는 그냥 머리수만 채워주십시오.

걸오 ; (어이가 없어) 허.

윤희 ; 대사례, 꼭 나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사형.  (고개숙여 인사하고 나가다가 돌아보며) 사형, 제가 말한적 있습니까?  (나무로 깍은 깍지를 꺼내 흔들어 보이며) 고맙습니다.


걸오, 윤희가 가버리자마자 갑자기 딸꾹질을 연거푸 한다.  그런 걸오를 기둥 옆에서 지켜보며 빙긋 웃는 여림.


26. 활쏘기장 (낮)


활을 만지다가 생각에 잠겨 미소짓는 선준.


E (장의) ; 제법이다.


선준, 보면, 장의일행 선준쪽으로 다가온다.


장의 ; 칭찬해주지, 활을 들지도 못했던 김윤식을, 사람은 만들었더군.  노력은 가상하다만, 내화살은 연민을 모르는 놈이니 어쩐다아..  그사정을 봐줄리는 없고.  각오는 해두는게 좋을거다.

선준 ; 그화살, 패배에 승복하는 법을 아는 녀석이면 좋겠군요.

E (효은) ; 오라버니..


다들 보면, 효은이 하녀와 함께 걸어온다.


병춘 ; (기뻐서) 애기씨이.

효은 ; (선준을 보고) 어머나, 도련님께서도 함께 계실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장의 ; 니가 여긴 왠일이냐?  (효은이 선준을 어찌 알지? 의문을 갖고 선준을 노려본다.)


효은, 활짝 웃는다.


27. 성균관 일각 정자 (낮)


장의 ; (뒷짐지고 거닐며) 분명 지난 신방례때 이선준은 북촌 본가에 간 일이 없다 말했다..

병춘 ; (장의 뒤를 따라 걸으며) 그건 사실입니다요, 장의, 분명 저희가 두눈 시퍼렇게 뜨고도 놓쳤을리가 없습니다요.

장의 ; (멈춰 서서) 누군가 이선준을 도왔다면 가능한 일일수도 있지.

고봉 ; 헌데 장의, 더 이상한 일은 이선준입니다.  왜 밀명을 풀지 못했다 거짓을 고했답니까?  오줌범벅이 될뻔 하질 않았습니까?


28. 마당 일각 (낮)


윤희, 활쏘는 시늉을 하며 한쪽 문으로 들어오다가 선준과 효은이 마주서서 있는걸 발견하고 표정이 침울해진다.

걸오, 다른 한편에서 걸어가며 딸꾹질한다.


여림 ; (걸오의 뒤를 따라와서 걸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에.. 자네가 딸꾹질 하는거 보면 분명히 근방에 계집이 있다는게 틀림이 없는데,, 금녀의 공간인 이 성균관에 대체 계집이 어디 있을까?

걸오 ; 아.. 저기 (힘들어하며 손가락으로 유생들 옆을 지나다니며 음식을 나르는 효은을 가리킨다.)

여림 ; (효은을 보며) 어,


29. 마당


E (여림) ; 저 여인 때문이었군..

윤희 ; (마당의 잔디에 앉아 있다가 올려다 보며) 저 여인이 왜요?

여림 ; (윤희의 옆에 앉으며) 신방례때 말일세.. 이선준이 병판댁엘 다녀오지 않았다, 거짓을 말한 이유.  말많은 사내놈들입에 오르내리는걸 보호해주고 싶었던게지.


윤희, 하녀와 함께 유생들에게 인사하는 효은을 본다.


30. 회상 (서책방)


나무 책꽂이 사이에 저고리로 얼굴을 가린 효은의 모습이 보인다.

 

E (책방 주인) ; 거 연서는 연서돼, 거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고..거..


31. 다시 마당 (낮)


여림 ; 과연 반수계의 오줌통에 빠져도 좋을 미모긴 한데... (박수를 치며) 아하, 오늘에서야 이선준에게 딱 어울리는 별호를 찾았군, 가랑.  오늘부터 이선준의 별호는 가랑일세. 

윤희 ; 가랑?

여림 ; 아름다울 가를 넣어 최고의 신랑감이란 뜻을 담은, 가랑.  병판의 여식에게 이선준은 최고의 신랑감이 아닌가.

윤희 ; (떨떠름하게) 참, 잘 어울립니다, 가랑.  (옆에 놓인 사과를 하나 짚어 먹는다.)

     

32. 성균관 내 청마루. (낮)


근사하게 차려진 음식이 들어있는 찬합들을 여어 그릇에 음식을 차리는 효은.


효은 ; (웃는 표정으로 그중 전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선준에게 주며) 저..


선준, 보다가 살짝 받아 먹는다. 


고봉 ; (병춘 등 다른유생들과 마루기둥에 숨어 보며) 떡갈비에 죽통밥에, 임금께만 올린다는 귀한 어란까지.  그것도 최고급 영암산 어란..


병춘, 화가 나서 자신의 보잘것없는 찬합을 덮어 버린다.


33. 성균관내 마당 일각 (낮)


나란히 잔디밭을 걷는 선준과 효은.


효은 ; 편찬으시다 들었는데 괜찮으십니까?

선준 ; 어떻게 아셨습니까?

효은 ; 그야, 아, 오오라버니께 들었습니다.  오라버니께서 도련님 걱정을 어찌나하시는지,, 저더러 꼭 성균관에 와야 한다시기에.. 저는 정말 하는수 없이..

선준 ; (의아하여) 장의께서 말씀이십니까?

효은 ; 으음..

선준 ; 다음부턴 오시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효은 ; (의아해서) 예에?

선준 ; 여인의 성균관 출입은 국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반가의 자제가 이토록 나랏법을 쉬이 여긴다면 백성들에게 어찌 모범이 되겠습니까?  그럼 살펴가십시오. (묵례하고 돌아서 간다.)

효은 ; (울먹이며) 다시는.. 다시는 이 성균관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다음엔, 도련님께서 저를 만나러 와주시겠습니까?


선준, 효은을 돌아본다.


34. 성균관 마당 일각 (밤)


윤희, 활을 당기며 걸어간다.

정박사, 윤희 앞에 서 있다. 

윤희, 정박사를 발견하고 묵례한다.


정박사 ; (윤희의 앞에 서서) 내일이 대사례다.  넌 장원을 해내겠다, 약조했었다. 

윤희 ;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박사 ; 체 홍심도 뚫지 못한 국력으로 말이냐?  아직은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네 죄를 반성하고 포기한다면, 너와 가솔들의 목숨만은 구명해주마.

윤희 ; 전.. 이제야 제 과녘앞에 섰습니다.  제게 주어진 화살을 다 쏠때까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생각입니다 (묵례후 간다.)


보는 정박사.  비가 내린다.


35. 활쏘기 연습장 (밤)


윤희, 화살을 과녘을 향해 쏘며 연습한다.  과녘의 바깥쪽에 꽂히는 화살들.

점점 홍심에 근접하는 화살. 

윤희, 신중히 활을 당겨 화살을 쏜다.  정확히 홍심을 뚫는 화살.


윤희 ; (기뻐서 입을 손으로 가린 채) 하아, 아하, 하하.. (폴짝폴짝 그자리에서 뛴다.)


선준, 윤희의 뒤에 서 있다.


윤희 ; (뒤를 보다가 선준을 발견하고 과녘을 손으로 가리키며) 봤소?  봤소?  내가, 내가 뚫었소,  내가 해냈소.

선준 ; 그럼 못할줄 알았소?

윤희 ; 내가 해낼거라는걸, 알고 있었소?

선준 ; 당연하지.  이 이선준이 나서서 안되는 일이 어디 있었소?  장안 제일의 거벽꾼을 잡아다 성균관 유생으로 만든 나요.  벌써 잊은게요?  재주넘는 곰?

윤희 ; 그럼, 그렇지.  가랑은 무슨.  왕서방이 딱이요, 딱. (돌아서 가려한다.)

선준 ; 장하다 김윤식.


윤희, 돌아보면.


선준 ; 장해. 잘했다고.


마주보며 웃는 두 사람.


36. 장의 방 (밤)


장의와 병춘들 앉아 있다.


고봉 ; (방에 들어서며) 뚫었소오.

병춘 ; 뭘 뚫어?

고봉 ; (앉으며) 홍심.  대물 그자식이 관중시켰소.

병춘 ; 장의, 뚫었답니다요.

장의 ; 제법이군.  그렇다고한들 달라질게 뭐있겠느냐?  (병춘을 보며) 나에게 자네가 있는데.      

병춘 ; 하하하하, 예에.. 물론입니다요, 허허허어.


37. 초선집 앞 (밤)


많은 기생들 나와 서서 선준부를 맞이한다.

선준부, 나무 가마에서 내린다.


초선 ; (인사하며) 오셨습니까? 대감.


홍벽서, 지붕 위에서 화살을 쏜다.

걸어가는 선준부 옆으로 화살이 비껴 날아가서 문에 꽂힌다.


포졸1 : 홍벽서다, 홍벽서 잡아라.

대사헌 ; 아니, 저런 망할 자식을 봤나, 당장 잡아들여라, 당장.


포졸들, 횃불을 들고 홍벽서를 잡으러 담벼락 옆을 뛰어간다. 

홍벽서, 지붕을 걸어서 도망간다.


38. 초선의 집 마당 (밤)


대사헌 ; 괜찮으십니까?  대감.

선준부 ; 대사헌의 책무가 이사람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랍니까?  시정감찰의 책무를 다하셨다며는, 저 홍벽서가 도성에 나부끼는 참담한 일은.. 아마 없었겠지요?

대사헌 ; (고개 조아리며) 용서하십시오, 대감.


홍벽서, 지붕위에서 이를 지켜본다.


E (포졸) ; 저쪽이다. 


도망가는 홍벽서


39. 골목길 (밤)


포졸들, 홍벽서를 쫓아간다.


지붕위를 달리던 홍벽서, 기와가 깨지면서 아래로 떨어진다.


포졸대장 ; 쫓아라.


포졸과 홍벽서 사이에 칼싸움이 있다.  그러다가 홍벽서 다시 지붕위로 달아난다.

포졸대장, 화살을 쏘아 홍벽서를 맞춘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홍벽서.  쫓는 포졸들.


40. 집 안 (밤)


달려온 포졸들.  홍벽서가 없다.


포졸대장 ; (핏자국을 발견하고) 멀리가진 못했을 것이다.  놈을 쫓아라.


홍벽서, 집의 다른쪽에서 도망간다.


E (포졸대장) ; 놈은 부상을 입었다, 속도내기 힘들 것이다.  놈이 반촌으로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잡아야 한다.


화살을 빼려하는 홍벽서 앞에 포졸들 나타나고 다시 칼싸움을 한다.  다시 지붕을 넘어서 달아나는 홍벽서.


포졸대장 ; 잡아라, 쫓아라.


홍벽서를 쫓아가는 포졸들.  그앞에 서는 반인들.


반인 1 ; 여기는 성균관이 있는 반촌이요, 관군은 한발작도 들일수 없소.

포졸대장 ; 가자.


41. 반촌 (밤)


담벼락에 기대앉아 복면을 여는 홍벽서.  걸오다.


42. 선준부 방 (밤)


양반들 쭉 늘어서 앉아 있다.


선준부 ; (홍벽서를 작은책상 위에 올리며) 홍벽서는 성균관 유생입니다.

병판 ; (홍벽서를 집어서 읽는다) 이나라 조선은 노론, 그들만의 세상이라.  이제 피묻은 금등지사의 진실이 스스로 입을 열지니..  그대들의 자리는 권좌가 아니라, 죄인의 형틀이라.

양반들 ; (못마땅해서) 으흠..

병판 ; (한손으로 홍벽서를 구기며) 어떤 자식인지.. 겁도 없이.

선준부 ; 이세상을 단죄할 수 있다 믿는 순진함.  고작, 이따위 화살하나로 세상을 바꾸겠다 나선 치기..  이친구,, 청춘이예요.  게다가 이정도 문장이라며는 성균관 유생이 틀림없습니다.

병판 ; 성균관 유생이라면?

선준부 ; 내일 대사례에서 홍벽서를 잡아들이세요.  대사례는, 내가 병판께 주는, 마지막 기횝니다.

병판 ; 으음.


대사헌, 긴장한 표정이다.


43. 성균관 일각 (밤)


걸오, 부상당한 몸으로 힘겹게 성균관 지붕을 넘어온다.  아픈듯 표정을 찡그리다가 저녁순시를 도는 반인들을 발견하고 몸을 낮춘다.

반인들, 등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살피다가 걸어오는 유박사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인다.


유박사 ; 홍벽서가 오늘도 반촌으로 숨어들었다니.. 유생들의 동요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게.

반인1 ; 좌포청 종사관 말로는 화살을 맞아 피를 꽤 흘렸다는뎁쇼오.

반인2 ; 홍벽서가 피를 흘렸다고?


걸오, 지붕을 넘어 다시 성균관을 나간다.  소리에 반인들 살펴본다.


반인2 ; 도성에 쥐새끼들이 판치더니 이번엔 도둑고양이들 차례구만. (돌아서 간다.)


44. 유생방 앞 (밤)


유박사 ; 문재신 상유, 문재신 오늘도 외박인가? 


앞에 서 있는 유생들, 대답이 없다.


유박사 ; 문재신, 원점 감점 5점.

반인1 ; 감점 5점.

병춘 ; 질문있습니다요.  만일 문재신 유생이, 내일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그땐, 그땐 어찌됩니까?

유박사 ; 대사례는 동방생끼리 한접을 이루며, 단한명의 불참도 용인될 수 없다.  문재신 유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선준, 김윤식 유생도 내일 대사례엔 참례할 수 없다.

윤희 ; 올겁니다.  문재신 유생은 분명, 내일 대사례엔 참례할겁니다.  기다려주십시오, 스승님.    


45. 중이방 안 (밤)


누워서 계속 걸오의 빈자리를 보는 윤희.


선준 ; (누워서) 그만 눈을 좀 붙이는게 어떻소?  내가 아는 걸오사형은, 이 성균관에 어울리지 않는 이요.  예와 법도따윈 한낮 거칠것없는 그런.  허나.. 누군가 소망하는 이를 위해 오래도록 떠밀린 시간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만큼, 그런 무책임한 이는 아니라고 봤소.

윤희 ; 그래서..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46. 성균관의 제사물건 보관 창고 안 (밤)


찬장 위의 그릇들 사이로 뭔가를 찾다가 뭔가 담긴 그릇 하나를 가져가는 피묻은 손.  걸오다.

걸오, 아픈듯 신음소리를 내며 배에 꽂힌 화살을 빼내고 심한 통증에 쓰러진다.


47. 의금부 병판 집무실 (밤)


병판 ;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초상화 하나를 내밀며) 홍벽서의 용모파악이다. 


포졸1, 앞으로 나와 그림을 접어 들고 제자리로 간다.


병판 ; 놈의 얼굴과 습사동작을 잘 기억해둬라.  홍벽서가 만약 성균관유생이라면, 내일 대사례는 놈을 잡을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포졸대장 ; (고개 조아리며) 예, 대감.

병판 ; 관군이 들어갈 수 없는 성균관.  너희들은 모두 관복차림으로 은밀히 이놈을 찾아 나선다.  알았나?

포졸대장 ; 예.

병판 ; 금상보다 빨리 이놈을 우리손에 넣어야한다.  만일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자리에서 처리해도 좋다.


48. 활쏘기 대회장 (낮)


유생들 열을 맞추어 무리지어 대회장 안으로 이동하고, 음식 차리기에 손들이 분주하다.  기생들도 무리지어 대회장으로 들어온다.  유생들의 함성소리.  반갑게 인사하는 다른 기생들에 비해 냉랭한 표정의 초선.


49. 거리 (낮)


괭과리와 장고를 치며 마당 한 가운데 들어오는 놀이패.  그맨앞에 책방주인이 괭과리를 치며 들어온다. 


책방주인 ;  (쪽지를 나눠주며) 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성균관대사례가 아닙니다.  첩첩산중에 호호할머니부터, 구중궁궐에 상감마마까지, 손에 땀을 쥐고 구경하는 성균관 대사례.  (괭과리를 친다)  서푼이요, 서푼.  성균관 대사례 생중계가 서푼.

놀이패들 ; 서푼!

책방주인 ; 갑시다아! (괭과리를 치며 간다.)


50. 궁궐 마당 (낮)

   

늘어선 대신들 신하를 거느리고 문으로 들어서는 임금.


임금 ; (대신앞에 서서) 활을 내기에 아주 좋은 날씨 아닙니까?  간밤에 변고가 있었다 들었습니다, 좌상?

선준부 ; 송구하옵니다, 전하.

임금 ; 오히려 면구스러운 이는 과인이에요.  군왕이 오죽이나 변변치 못했으면, 나라의 실정을 꾸짖는 홍벽서가, 좌상의 사저를 찾았겠습니까?    

대사헌 ; 황망하신 말씀, 거두어주십시오, 전하.

임금 ; 병판, 홍벽서 잡는 일을 서둘러 주세요.  과인이 좌상 앞에서 고개를 못들겠습니다, 고개를.    

병판 ; 소신, 신명을 다하여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전하.

임금 ; 단, 오늘만큼은 허락치 않을 것입니다.     

병판 ; 예에?  아니 그게 무슨..

임금 ; 과인은 복잡한 정살랑은 이 궁에 다 두고 갈 생각입니다.  경들도 오늘만큼은 그리하시는겝니다..


51. 성균관 (낮)


유생들 줄지어 섰다.


정박사 ; 이제곧 전하께서 오실 것이다.  만일 그때까지 상유 문재신이 참석치 않으면 중이방 이선준과 김윤식은 예선탈락이다.  응당 약조한대로 너흰 이대사례에서.. 불통을 받게 될 것이다.


52. 제례물건 창고 (낮)


쓰러져서 눈을 뜨는 걸오.


걸오 : (혼잣말) 허어, 대사롄 물건너 갔군.


52. 궁궐 (낮)


임금행렬 줄지어 궁궐을 나선다.


53. 성균관 활쏘기장 (낮)


유생들 활을 메고 이름표를 다는 등몸단장을 준비한다. 


장의 일행, 선준과 윤희 앞에 온다.


병춘 ; 동방생 마음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주제에, 탕평은 얼어죽을..에이그..

고봉 ; 걸오 그친군 오지 않을테니, 니네들은 이제 예선탈락이다아.  흐흐흐

윤희 ; 아직 대사례까진 시간이 남았습니다.

E (신하1) : 주상전하 납시오!


54. 성균관 앞 (낮)


성균관 앞으로 들어오는 임금 일행. 


대사성 ; (고개를 푹 수그리며) 전하, 신의 이 누추한 성균관까지 걸음을 해주시니, 신은 이제죽어도 더이상의 여한이 없겠나이다아..

임금 ; 그대의 성균관이었소?  과인은 지금까지 과인의 성균관이라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대사성 ; (바닥에 무릎꿇고) 전하!  소인의 불충을 죽음으로..

임금 ; 하하하하 하하핫. 농입니다, 대사성.  성균관의 주인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대사성 ; (의아하여) 예에?  누구..?


55. 활쏘기장 (낮)


정박사 ; 이제 곧 대사례가 시작될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인원점검이다.  지금 호명하여 참석치 않는 유생과 그 유생의 접원들은 이번 대사례에 참석할 수 없다.  상일저 하인수, 임병춘, 강무.(예 왔습니다. 대답한다)  상이저 백체철, 김종민, 이종수(예 왔습니다).  하이저 김우탁, 배혜원, 안도현(예 왔습니다, 다--요.).  중일접, 김수철, 이제식, 김유정.  (예, 왔습니다.)  다음은 중이접이다..


56. 제수용품 두는 곳 (낮)


걸오, 힘겹게 붕대로 상처를 싸맨다.


57. 성균관 일각 (낮)


걸어오는 임금 일행.

병판, 포졸대장을 본다.


58. 성균관 일각 (낮)


관군들 두어명씩 흩어져 성균관의 곳곳을 둘러본다.


E (병판) ; 홍벽서는 은밀히 수색한다.  장우명군사들도, 다른관헌들도 알아서는 안된다.  금상의 손에 홍벽서를 내줘서는 안된다.  만일 사태가 여의치 않으면 그즉시,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하는것 또한 잊지말라!


59. 활쏘기장 (낮)


정박사 ; (장부를 보며) 중이접 이선준, (예, 대답한다.) 김윤식(예), 문재신.. 문재신?  중이방 문재신 상유는 불참인가?


60. 성균관 뜰 (낮)


걸오, 지붕을 넘어가려하나 실패한다. 

누군가 걸오의 어깨를 잡는다.


61. 활쏘기장 (낮)


정박사 ; 약조는 약조다.  문재신 상유의 불참으로 중이접은 (붓으로 장부를 긋는다.)  중이접은 이번 대사례에 참석할 수 없다.


62. 성균관 뜰 (낮)


포졸에게 잡힌 문재신.  포졸1이 문재신의 목에 칼을 대고 포졸대장은 초상화와 얼굴을 비교해본다.


63. 활쏘기장 (낮)


정박사 ; 문재신 유생의 불참으로, 중이접의 이선준과 김윤식은 모두 불통이다.

여림 ; (안타까운 표정으로) 걸오.. 걸오오..

장의 ; (선준과 윤희 앞에 와서) 이런 실망이 큰 모양이군.  나도 너희들 못지않게 실망이다.  금상앞에서 보란듯이 니놈들의 탕평접을 깨주고 싶었다.  금상이 탕평이네 대동이네 더는 헛된 망상을 꾸지 않도록.  내목표는 너희가 아니라 금상이니까. 


64. 성균관 일각 (낮)


대사성이 앞에서 금상 일행을 이끈다.


65. 활쏘기장 (낮)


장의 ; 이제 다시는 탕평이니, 화합이니, 그런 역겨운 말따윈 하지 않는게 좋겠다.  그게 불가능하단걸 보여준건 바로 니놈들이니까.

걸오 ; (멀리서 걸어오며) 누가 그래 불가능하다고.

윤희 ; (반가워서) 사형!

걸오 ; (윤희앞으로 다가와서) 어이 대물, 머릿수, 채우러 왔다. 


--다음편에 계속--   

  

 

 

'성스 대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스 제8강 대본 (필사)  (0) 2012.10.29
성스 7강 대본 (필사)  (0) 2012.08.25
성스 5강 대본 (필사)  (0) 2011.11.03
성스 4강 대본 (필사)  (0) 2011.03.31
성스 3강 대본 (필사)  (0) 201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