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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대본

성스 3강 대본 (필사)

 

 

 

 

 

성스 3강 대본 (필사)

 

 

 

1. 성균관 뜰 (밤)

 

밀지를 열어보는 윤희.

 

장의 ; 신뢰들은 밀지에 적힌 명을 수행한다.  명을 가장 잘 수행한 자는 장의 하인수의 이름을 걸고 큰 상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만일 명을 수행치 못한다면 그잔 웃통을 벗겨 반수교 아래로 집어 던질 것이다. 

 

걱정스럽게 자신의 저고리 깃을 누르는 윤희, 그것을 의심스럽게 보는 여림.

 

장의 ; 또한 나 하인수와 그대 신례들 모두는 이 성균관의 전통을 지킬 의무가.. 있다.

 

 2. 성균관 밖 골목

 

성균관 문에서 나와 골목을 걸어가는 선준, 윤희, 신례들.

 

E (여림) ; 듣거라 너희 새 귀신들은 밀지의 명을 잘 수행하여 부디 성균관 유생으로 거듭나도록 하라.

E (선배유생들 함성); 올커니!

 

윤희 ; (걸어가며, 밀지를 열어 읽어 보는) 여포가 사랑하는 여인은 화중왕이 지킨다.. 그 여인의 비단속곳에 정을 담아오라.. (생각하는) 여포가 사랑하는 여인이면 초선이.. 화중왕이면 모란인데.. 모란각 기녀 초선이의 비단속곳?

 

3. 주점 방안

 

장의 ; 꼭 초선이여야 했나?

여림 ; (들고 있는 술잔을 보며) 기대되지 않나?  그 계집애 같은 녀석이 지금쯤 어떤 꼴일지?

 

4. 기방

 

6명의 기녀들 윤희를 둘러싸고 있다.

 

기생 삼선 ; (윤희의 갓을 벗기며) 자아.. 벗으시구..

 

기생들의 웃음소리.. 앉아서 뒤로 피하는 윤희에게 다가가는 기생들.

 

윤희 ; (방문에 닿아 더 이상 물러날 때가 없다) 초..초선이를 불러주시오.

섬섬 ; 참암..용하도련님께서 도련님 잘 뫼시라고 신신당부 하셨습니다.  도련님 가슴팍에 입술자국 내는 년한텐 순금 거북이도 주신다구요. (윤희의 두루마기를 잡으며)

윤희 ; 난 초선이를 만나러 왔소, 초선이.

 

섬섬 ; (웃으며) 백날열흘을 기다려 보십시오.. 초선형님이 도련님 차지가 되나.  

 

윤희의 옷을 벗기려 윤희에게 다가가는 기생들.

 

5. 기방의 다른방

 

초선의 옷고름을 푸는 병판.

 

초선 ; (그런 옷고름을 잡으며) 대감, 혹 제가 여기 있는 이유를 잊으신 겝니까?

 

6. 다른방

 

두루마기가 반쯤 벗겨진 채 기생들에게 시달리며 탁자를 잡고 겨우 고개를 드는 윤희.

그런 윤희의 뒤에서 따라붙는 기생들.

 

섬섬 ; (윤희의 어깨를 뒤에서 잡으며) 아으..도련니임...

 

섬섬에게서 밀려 바닥에 엎드려지는 윤희. 

 

앵앵 ; (그런 윤희 앞에서 자신의 치마를 들추며, 웃으며) 도련님 이리 오시어요.. 제 속곳 한번 보시렵니까?

 

반대쪽으로 고개 돌리는 윤희.

 

섬섬 ; (그런 윤희 눈앞에서 치마를 들어올리고) 이년 속곳도 있습니다..하하

(윤희의 손목을 당겨 눕힌다.)

 

기생들, 윤희를 들어 보료에 눕히고, 윤희의 속저고리 고름을 풀려 한다.

 

섬섬 ; (웃으며) 가만 좀 계시어요...      

윤희 ; (다급하게) 이러지 마시오.. (결사적으로 얼굴을 들어 촛불을 불어 끈다)

(그리고 기생들 헤치고 달아나는 윤희)

 

7. 기생집 다른방

 

초선의 저고리를 벗기는 병판.

 

8. 기생집 복도

 

두루마기를 들고 뛰어 달아나는 윤희, 그 뒤를 쫓아오는 기생들.

달려가던 윤희, 앞에 오는 손님과 부딪혀 넘어지며 방문을 부수고 방안으로 넘어진다.

그 뒤를 쫓던 기생들, 함께 넘어진다.

 

9.기생방

 

윤희가 넘어지면서 들어온 방은 병판이 있던 방이며 그바람에 중간 방문이 부서져 그 옆 방의 손님방과 병판이 있던 방이 트인다.

 

손님1 ; 초초선이 아냐?

손님2 ; 저 병판 아냐? 병판 대감?

손님3 ; 아 그러게 둘이 무슨 사이야?

병판 ; (윤희의 얼굴을 보더니) 네이놈 이게 무슨 짓이냐! (윤희의 옆모습을 유심히 보더니)아니 넌,,넌?

앵앵 ; 송구합니다, 대감.  오늘이 성균관 신방례라..

섬섬 ; 성균관 유생나리십니다.

병판 ; 성균관유생? 네이놈, 내 당장 대사성을 불러 니놈에게 풍기문란으로 출재령을 내릴 것이다!

윤희 ; (일어나 인사하며) 송구하옵니다. 소생의 결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손님들..(병판과 초선에 대해) 수군거린다.

 

윤희 ; (수군거리는 소리 듣다가 잠시 초선 벗은 몸을 보더니, 가서 자신의 두루마기로 벗겨진 저고리 대신 덮어준다. 다시 무릎 꿇고 앉으며, 병판에게) 뉘신지 모르오나 초면에 결례가 많습니다, 어르신. 허나 이아이.. 제가 좀 데려가야겠습니다.

병판 ; 뭐야?

윤희 ; 성균관 장의라는 자가 병판의 아들이라는데.. 어찌나 제아비의 권력만 믿고 전행을 일삼는지.. 글쎄 이아이를 데려오지 않으면 성균관출재는 물론이거니와 멍석말이를 하겠다 협박을 하지 뭡니까. 이러나저러나 쫓겨날건 뻔한 이친데.. 멍석말이라도 피해야겠습니다.  몸이라도 보존해야 금상께 신방례 폐습에 대한 연명상소라도 올릴게 아니겠습니까?       

허면 소생은 이만. (초선의 어깨를 감싸고 데리고 나간다)

병판 ; (일어서서 삿대질하며)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내..

손님1 ; 하하 참으시지요 병판, 성균관 신방례가 아니랍니까..

손님2 ; 아드님이 장의라는데 아 그 체면도 생각하셔야지요..

병판 ; 음흐음

기생 ; 이리로 오셔서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 대감..

손님들 ;  흐흐하하하

 

10. 기생집 복도

 

앵앵 ; (초선에게로 쪼르르 달려오며) 형님임.. 형님임..

섬섬 ; (초선에게) 괜찮수?

초선 ; (윤희를 보며) 초면에 큰 신세를 진듯 합니다. 존함이라도?

윤희 ; 나쁜자식! 저런 파렴치한 인간이 조정에 앉아 있으니 이나라가 이모양 이꼴이지.  저런 놈들은 죄 쓸어다 한강물에다 그냥.  (초선을 보며) 왜? 내말이 틀렸소?

앵앵 ; 헌데 그렇게 오매불망 찾던 초선형님과 만나셨는데 여기서 밤을 다 보내실 생각입니까?

윤희 ; (놀라며, 반가워서) 예? 초초선이?

 

11. 기생집 문 앞 (밤)

 

기생들 ; (문을 나오는 병판을 쫓아 나오며, 다급하게) 대감, 대감.

병판 ; (쳐다보지 않고, 가마?에 앉으며) 분명 낯이 익은 놈인데.. 어디서 봤더라...

 

12. 골목길 (밤)

 

F (선준) ; (걸어가며, 밀지 보면서) 화중군자는 연꽃이요.. 그중 가장 만개한 부용화를 꺽어라..

선준 ; 부용화도 분명 연꽃을 이르는 말인데.. 연꽃 중에 연꽃..?

순돌 ; (뒤에서 선준을 안으며) 히히히히 되련님.

선준 ; 어쩐 일이냐?

순돌 ; (밀지를 뺏어 보며) 쯔쯔쯔쯔 쯔쯔쯔쯔 나가 이럴줄 알고 되련님을 기다리고 있어지라아.. 요러코럼 답답하게 굴다가 신방례에서 떡하고 떨어져보시요오.. 나가 얼굴을 들고 나니겄소?

선준 ; (밀지를 빼으려 하며) 빈소리 할 시간 없..

순돌 ; (선준을 말허리를 자르며) 공맹에 도는 되련님이 깨쳤는지 몰라도, 이 뭐시냐.. 이 음양의 이치는 이 순돌이가 꽉 잡고 있당께요오.  시방 때가 어느땐데 연꽃이 펴라? 그라고 연꽃이 만개혔다 이말인즉슨..  혼기 꽉 찬 과년한 딸년이 있다는 건디.. 어미.. 와버렸소, 와버렸소.. 사내가 꽃을 꺽는다는 게 무슨 뜻이겄소?  어하하하핫 (손으로 여인의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잠자는 시늉을 한다)

 

13. 부용화의 방 앞 큰 마루

 

부용화 ; (마루에 앉아) 무엄하다아.. 규중 아녀자를 농락하고도 네 어찌 공맹의 도를 깨친 사대부라 하리오,.  이렇게만 하면 된단 말씀이시지요?

병춘 ; (마루옆에 서서, 군침 삼키며, 감탄하여 박수치며) 타고 나셨습니다요.. 연희판의 어떤 사당보다도 연기가 뛰어나시..

부용화 ; 어머.. 사..당..이요?

병춘 ; 지체높은 아가씨를 천것에 비유하다니.. 이 주둥이가 문젭니다요..(자신의 입을 손으로 치며)

부용화 ; (눈을 귀엽게 깜박거리며-효과음) 오라버니께서 참 재밌는 벗을 곁에 두셨습니다..
병춘 ; (반해서 같이 눈을 깜박거리며-효과음) 버엇? (좋아서) 하핫핫

고봉 ; (뛰어들어오며, 다급히) 온다,,,온다구.. 이이선준이 온다구..

 

수를 놓기 시작하는 부용화.

 

14. 병판댁 담장 옆

 

 

선준 ; 병판의 여식일리 없다!

순돌 ; 아따참 아따 참말로.. 병판댁 딸래미 맞당게요오.

선준 ; 하인수.. 그 자가 제 여동생과 연을 맺게 할 리가 없어. 이는 필시 내가 풀지 못한 뭔가가 있다.

 

순돌, 바닥에 엎드린다.

 

선준 ; (그런 순돌을 보고) 무슨 짓이냐?

순돌 ; 이리오너라.. 하면 되련님 같으면 오겄소? 이밤중에?

선준 ; 군자의 길이 아니다.

순돌 ; 아따 날새겄소오오.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밟아요, 에. 아 얼른.

 

15. 부용화 마당

 

부용화 ; 이 인간은 왜 안와, 삼경이 코앞인데. (마당에서 신발 벗고 마루로 올라서며 방으로 들어간다)

 

16. 부용화 방

 

부용화 ; (치마 저고리를 벗어 던지고 발로 차며 걸어가 앉으며) 에이씨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건지.. 오기만 해봐라 아주, 지가 좌상댁 아들이면 다야? 아주 혼꾸녕을 내줄테야

몸종 ; (방문을 닫고 부용화 옆에 와 앉으며) 아이 저 그래도 애기씨.. 저 밖에 도련님들 기다리시는데..

부용화 ; (버선을 벗어 던지며) 걔들은 벌 좀 서라고 해에..으이

몸종 ; 예에?

부용화 ; (이야기책을 들고 보며) 흐유 사내라곤 죄 하나같이 억울하게 생긴 인간들 뿐이지이.. 얘기책에 나온 이런 인간들은 다 어디서 자빠져 자고 있는 거야..아유 (엎드려 책을 읽으며) 크흐흐흐 (책읽으며 돌아보지 않고 발로 몸종을 건드리며) 가서 일각만 쉬고 나간다고 해.

몸종 ; (난감하여) 아이..애기씨.. 큰도련님이 꼭 마루에 좌정해 계시라고..

부용화 ; (엎드린 채 돌아보며) 빨리, 그치들이 날 찾으러 오게 만들지 말고. 어서어. (일어나 앉으며) 안그럼 내가 이꼴로 확 나가 버린다아.

몸종 ; 예에? 아이.. (급히 나간다)

 

17. 병판댁 다른 곳 

 

숨어서 선준 보고 있다.

 

병춘 ; (고봉에게) 가만 있어, 이쪽으로 나올라나?

몸종 ; (나와서) 우리 애기씨께서 일각만 쉬다 나오신다고..

병춘 ; 일각이나?

몸종 ; 예에..

병춘 ;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아유.. 뒷깐이 어디냐?

몸종 ; 예에? 이쪽..

 

18. 부용화 방 앞

 

선준 ; (걸어오며, 혼잣말로) 부용화, 부용화라.. (불빛이 켜진 부용화의 방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19. 부용화 방 안

 

부용화 ; (책 읽으며) 히히히히 (밖에서 소리가 나자 방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며) 이이

(방문을 확 열며) 버들이 너 빨리 안가고 뭐하는 거야?

 

20. 부용화 방 밖

 

부용화, 문을 세게 열면 선준이 서 있다. 

선준, 속치마, 저고리 차림의 부용화를 보고 놀라서 자신이 방문을 닫는다. 

부용화, 방문을 다시 열고 선준과 얼굴을 마주보게 된다.

 

선준 ; 저..

 

부용화 ; (반한 눈빛으로 선준의 입을 자신의 검지로 막으며) 쉿!

 

21. 술집 (밤)

 

여림 ; (술을 장의의 잔에 따르며) 초선이 때문이라면.. 너무 걱정 마시게

장의 ; 내가 초선이 그아일 걱정한다?

여림 ; 내내 일각이 지날 때마다 김윤식 소식을 물어대고 있잖아아.  모란각에서 행여 소식이 올까 안절부절 못하는 자네모습, 정인을 질투하는 사내 얼굴이거든.

장의 ; 초선이 그아이 제마음이 움직이지 않고서야 사내가 목숨을 내놓는다 해도 눈하나 깜짝 안 할 독한 계집이다.  그건 내가 제일 잘알지.

여림 ; 아암, 그래서 내가 김윤식을 초선이에게 보낸 게 아닌가.  신방례 벌칙,, 김윤식 그녀석.. 오늘밤 그녀석의 웃통을 확실하게 벗겨보고 싶었거든.

 

22. 초선 방

 

초선 ; (술을 따르고) 자, 이제 말씀해 보시지요.. 이년이 뭘 도와드려야 할지.

윤희 ; 아.. 저.. 그것이 사실은..

초선 ; 제 비단속곳에 정을 담아오라.. 아닙니까?

윤희 ; 맞소.

초선 ; 허면 제게 청을 하시는 일이 남았군요. (윤희에게 다가가 윤희의 얼굴에 입바람을 분다.)

윤희 ; (일어서며)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

초선 ; 혹 제가 도련님께 무슨 잘못이라도?

윤희 ; 그대의 잘못이 아니오. (초선쪽으로 돌아보며) 나역시 병판 그자와 별다를 것이 없소. 자네의 하룻밤을 구걸하러 온 처지에 무엇이 다르겠소. 하아..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소. 결례를 범했다면 용서하시오.

초선 ; 제 속곳이 없다면 신방례를 통과하지 못하실텐데 괜찮으십니까?

윤희 ; 그렇다해도 그건 내몫이오. 나를 위해 여인을 부끄럽게하는건 사내답지 못하니까.

초선 ; 정은 제게 맡겨두신 걸로 하지요.  도련님께선 속곳만 가져가십시오. (서랍장에서 속곳을 꺼내어 방바닥에 놓고 윤희 쪽으로 밀어주며) 마음을 준 사내에게 이년이 정표로 드리는 것입니다.

윤희 ; (붓으로 속곳에 난을 그리며) 이는 여인의 부끄러운 속곳이 아니오.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겠소.

초선 ; 허면 이년은 화답시를 지어야겠지요.

 

23. 병판댁의 마당 (밤)

병춘 일당 마루옆 마당을 걸어가며

병춘 ; (바지춤을 추스르며) 근데 이선준 이자식 대체 어디서 놀고 있는 거야아, 어.  꼬봉이 너 확실해?  분명히 선준이었어?

꼬봉 ; 그러엄.  달댕이같이 동네가 환해지는 그런 인물이 어디 흔해?  허허.

병춘 ; 근데 왜 안와? 주구장창 이 자리만 지키고... (뭔가 떠오른듯 놀라며) 허, 젠장! (급히 어딘가로 달려간다)

 

24. 부용당 방 앞 마당 (밤)

 

선준 ; (마당에 서서) 초면에 결례가 많았습니다. 허면 이만. (걸어 나가려 한다)

효은 ; (방에 앉아 방문을 열고 선준을 보며) 이이대로 보내드릴 수는 없습니다.

 

25. 효은 방과 방 앞

 

병춘 일행 뛰어 오며, 효은 방문에 선준이 서 있는 그림자 보인다.

 

병춘 ; (그림자 보고 화가 나서 방문쪽으로 손으로 가리키며) 저새끼가!  애기씨 이 병춘이가 갑니다요. (몽둥이 들고 마루로 뛰어올라 효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 한다.)

효은, 방문이 열리면 효은 속치맛바람으로 엎드려 책 읽고 있다가 병춘을 보고 깜짝놀라 앉는다.

병춘 ; (몽둥이로 치려다 효은 모습 보고 놀라) 어어허허!

버들 ; (난감하여) 애기씨이..

효은 ; (이불로 앞섶을 가리며, 놀라) 이게 뭐하는 짓이랍니까? 

병춘 ; (몽둥이를 자기 얼굴 앞에 대고) 그게 이쪽으로..

효은 ; (가벼운 물건 여러개 던진 후 병춘 뺨에 베개를 던져 맞추며) 좋은 분인 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입니다.

병춘 ; (맞은 뺨을 잡고) 오오해십니다요.

효은 ; 버들이너 뭐하는 게야!

버들, 방문을 급히 닫는다.

 

26. 효은 방 앞

병춘 ; 난 분명 그자식이 방에. 아, 거참 내가 봤단 말일세.

꼬봉 ; 봤겠지, 애기씨 속살을.. 어허허.

 

27. 효은 방 안

효은, 치마를 입고 허리끈을 묶는다. 

E (병춘) ; 분명 사내 그림자를 봤다니까아..

E (버들) ; 사내요?

효은 ; 내 오늘일은

 

28. 효은 방 앞

E (효은) ; 오라버니께 다 말씀드리겠습니다아..

병춘 ; (목소리 굵직하게) 그럼 애기씨 저희는 장희께서 명하신대로 다시 나가보겠습니다요.

꼬봉 ; 전 애기씨 속살은 하나도 못봤습니다만요, 믿어주십시오.

 

병춘,  버선발로 꼬봉의 얼굴을 민다.

버들 ; 아구 가요,, 아구 가요오..

 

병춘 일행 서둘러 간다.

 

29. 효은 방 안

효은, 저고리도 완전히 갖춰 입은 채 병풍을 열면, 선준, 나온다.

효은, 선준 ; (동시에) 무례를 용서..

효은 ; (병풍을 더 열어주며)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도련님. 도련님께 어울리지 않는 봉변을 겪게 해드렸습니다.  허나 집에 오신 손님을 무도한 저들 손에 내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차림새는 예가 아니었으나 마음만큼은 예를 다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오늘의 저는 잊어주십시오.  저 또한 오늘의 도련님 모습은 기억에 담지 않겠습니다.

 

30. 부용당 마당

병춘 일행, 걸어간다. 병춘, 자신의 뺨에 손을 대고 걷는다.

꼬봉 ; (병춘이 손을 내리자 병춘의 뺨에 손을 대며) 아아퍼?

병춘 ; (꼬봉의 팔을 치며) 이자식이 어딜 함부로 만져어, 세수도 안할 생각인데에.  내놔. (꼬봉의 손을 자신의 뺨에 재차 문댄후 자신의 뺨에 손을 대며) 내 여자의 베개가 닿았던 이 얼굴을.. 아깝게시리. 이자식이 그래도 (다른뺨에 꼬봉의 손을 문댄다)

 

31. 병판 댁 문 앞 (밤)

집사, 한무리의 병사 데리고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다.

 

32. 병판 댁 뒤뜰

효은, 선준 함께 빠르게 걸어온다.

 

효은 ; 도성 제일가는 왈자패들입니다. 병조의 관원보다 더 뛰어나지요.  초행길인 도련님보다는 그래도 제가 나을 것입니다.

선준 ; 초면에 결례가 많았습니다. 허나 전,, 고마웠던 오늘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효은 ; (반한 눈빛으로) 그럼 이쪽으로.. (발이 꼬여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한다) 어어..

선준, 그런 효은의 몸을 한팔로 받치며 받아준다.

효은 ; 허.. (일어나서 손을 모으고 선준을 보며) 있군요.. 이런일이. 이야기책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33. 마을길 (밤)

병판 일행, 걸어온다.

병판 부하 ; 비켜라 병판대감 행차시다.

병판 ; (손을 들어 가마?를 멈추게 한다) 그녀석.. 아무래도 낯이 익어. 모란각으로 가자.  그녀석을 족쳐야지, 이대로 도저히 안되겠다.

병판 부하 ; 예. (밑의 부하보고) 돌려라. (지붕위를 나는 걸오를 발견하고) 저길 보십시오.

병판 ; (같이 보고) 아니 저건?

 

홍벽서, 칼차고 복면을 하고, 지붕위를 나는 듯 옮겨 다닌다.  그러다 붉은 쪽지를 하늘에 뿌리고.  걸오, 병판이 가는 방향으로 활을 쏘면, 병판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대문에 화살이 박힌다.

병판 ; 저저런 발칙한 놈을, 저놈을 당장 잡아들여라.

병판 부하 ; 저기다, 잡아라. 

부하들, 홍벽서를 쫓아가며, (저놈을 절대로 놓치지 마라, 저기 있다.)  쫓아간다.

홍벽서, 하늘을 날듯 이 지붕에서 저 지붕으로 옮겨간다.

병판 부하들 ; (달려오다가) 홍벽서가 저기 있다, 쏴라. (앉아서 장총을 쏜다)

지붕을 달리는 홍벽서.

 

34. 마을길 다른 곳

 

윤희 ; (쪽지를 주워 읽으며) 금등지사?

홍벽서, 지붕에서 갑자기 윤희 앞에 내려온다.  윤희, 놀라서 쪽지를 떨어뜨리고.

쫓아라..하며 병판 부하들 달려오면,  홍벽서,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간다.

병판 부하 ; (윤희를 보고) 수상한 자를 보지 못했나?

윤희 ; 보지..못했소.

병판 부하 ; 가자! (다른 쪽으로 뛰어간다)

 

홍벽서, 다시 지붕에서 내려와 손으로 윤희에게 고맙단 표시하고, 한쪽으로 사라진다.

 

 

35. 반촌 앞 길

 

홍벽서, 달아나서 반촌으로 들어간다.

병판 부하들, 홍벽서를 쫓아와서 반촌으로 들어가려 하면, 반촌에 있는 사람들, 병판 부하를 막아선다.

 

반촌인들 ; 여기는 성균관이 있는 반촌이요.  관군은 결코 발을 들일수 없소.

 

관군들, 돌아서 가고, 홍벽서, 숨어서 그걸 본다.

 

36. 병판 집 마당

 

병판 ; 그놈을 놓쳤단 말이냐!  관군 수십명이 그놈 한명을 잡지 못한다는게 이게이게 무슨 개망신이냐?

관군대장 ; 그것이 그자가 바로 반촌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병판 ; 반촌?

관군대장 ; 예.

 

37. 궁궐의 정조 방

정조 ; (담배를 싸며) 반촌이라면.. 홍벽서가 성균관과 관련이 있는 자란 말인가?

영의정 ; (정조 옆에 서서)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반촌은 관군들이 함부로 통제할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입니다.  어쩌면 홍벽서는 관군들을 피해...

정조 ; 으음.. 그저 은신처로 삼았을 수도 있겠군요. (영의정을 보며) 점점 일이 재밌어집니다, 영상.  금등지사를 찾는 홍벽서라.. (말은 담배를 코앞에 대본다)

 

38. 좌상 방 안 (밤)

 

좌상 ; (서서 왔다갔다 하다가 돌아보며) 금등지사라니!  대체 일을 어찌 처리한 게요. 이제와 금등지사라니.

병판 ; 금등지사는 없소이다. 그는 대감께서 더 잘 아시잖습니까?

좌상 ; 홍벽서를 잡게,  금상이 나서기 전에 반드시 우리 쪽에서 먼저 홍벽서를 손에 넣어야 하네.  이일이 잘못되는 날에는 우리 노론 백년역사가 수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39. 골목길 한 켠 (밤)

 

걸어가는 윤희, 선준, 그 뒤를 따라 걸어가다가 윤희의 등에 손을 얹는다.

 

윤희 ; (깜짝놀라 주저앉는다) 어어..

선준 ; 귀신이라도 본 모양이요. 

윤희 ; 내겐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요.

선준 ; (윤희에게 손을 내밀며) 삼경이 코앞인데 그렇게 여유자작인걸 보면 제발로 걸어 나갈 생각인가 보군.

윤희 ; (선준의 손을 잡고 일어서서) 북촌에 다녀오는 길인가 보오.  밀명을 풀긴 푼 모양입니다.

선준 ; (윤희가 들고 있는 속곳을 보며) 서두르시오.  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그 애지중지 구해온 밀명도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  (먼저 걸어가 버린다.)

 

윤희, 속곳의 먼지를 턴다.

 

40. 성균관 마당 (밤)

 

불이 밝혀져 있고, 선진들과 신례들 쭉 서 있다.

 

여림 ; 신례들은 모두 명을 수행했는가?

김우탁 ; (접시의 물을 내밀며) 새 귀신, 김우탁 어정수를 구해오라 명 받았기에 선진께 바치옵니다.

여림 ; 정말 임금께서 드시는 물을 구해 온 게냐?  이 밤중에, 궁에서?

김우탁 ; 뒷산에서 구했습니다.  석재때 전하께서 진상하는 물 아닙니까?

여림 ; 장하다, 기지를 발휘한 너를 성균관 유생으로 명한다.  다음!

윤희 ; (앞으로 나와 속곳을 내밀며) 신례 김윤식.

여림 ; (속곳을 받고 놀라며) 이이것이 초선이의 속곳인가?

병춘 ; 저거 앵앵이꺼 아냐?

꼬봉 ; 섬섬이꺼 같은데..

여림 ; (속곳에 수놓아진 모란을 보며 미소띤다.) 모란 다섯 개.. 초선이의 것이 맞네.

병춘 ; (속곳을 받아 펼쳐보며 읽는다) 뉘라서 짧은 밤이 긴밤보다 부족하다 하리까.  황홀했던 짧은 밤, 기나긴 어느 밤과도 바꾸지 않으리.

장의 ; 다시 묻겠다, 김윤식.  진정이냐?  초선이를 만나 초선이가 네게 직접 준 것이냐?

윤희 ; 그렇습니다, 장의.

여림 ; 허허.. 오늘 거리의 최고상은 더 볼것도 없스이.  난공불락 초선이와 만리장성을 쌓은 이녀석이 아니면 누굴 주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선진들 ; (박수치며) 옳소! 

여림 ; 김윤식을 성균관 유생에.. 명한다.

 

윤희, 장의가 내민 유생복을 받고 들어가 선준옆에 선다.

 

여림 ; 다음.

선준 ; 신례 이선준, 밀명을.. 풀지 못했습니다.

여림 ; 풀지 못한 것인가, 수행치 않은 것인가아?  화중군자가 연꽃을 가르킴을 모르지는 않을터.  북촌 병판대감댁에도 가지 않았나? 

선준 ; 그렇습니다.

병춘 ; (꼬봉을 보고) 봤다며, 분명 이선준이었다며, 이 멍충아 (꼬봉을 쥐어박는다)

꼬봉 ; (자기 눈을 비비며) 도깨비한테 홀렸나?

윤희 ; (선준에게) 분명 북촌에서 오는 길이었잖소.

장의 ; 어떤 벌칙이 기다리고 있는 지는 잘 알고 있겠지?

 

41. 반수교 (밤)

반수교에 유생들 횃불 들고 모여 있고, 어린 반인들 반수교에서 강으로 소변을 보고 있다.유생들, 함성소리. 

 

여림 ; (소변 보는 반인들 보며 장난끼 가득한 눈매로 손을 돌리며 돋구듯) 그렇지 그렇지.

 

반인들 소변을 다 보고 한쪽으로 나간다.  선준, 반수교 위에 서 있다.

 

장의 ; 금상이 인정한 이선준이 오줌발 세례를 받는다아...  그 대단한 자존심으로 어디 한 번 즐겨 보시지.

강무 ; 얘들아!

 

강무 수하들 횃불 들고 선준 뒤에 에워싼다.

 

42. 반수교 아래 강물 옆

강물 한켠에 대나무 몸침을 든 대사성과 서리 고장복 쭈그리고 앉았다.

 

대사성 ; 이런 망할 놈에 자식 같으니라고..

고장복 ; 누구 말씀이십니까요?

대사성 ; 누구긴 누구야, 이선준이지.  귀하게 큰 놈들은 그래서 안돼.  그걸 다 지가 해결을 못해 가지고 이 늙은이가 달밤에 체조를 하게 만드나 그래.

 

43. 반수교 위

강무 ; 시작해라.

 

선준, 유생들이 밀면 반수교에서 앞쪽으로 더 나가서 갓끈을 풀고, 윤희, 놀라서 본다.

 

42. 반수교 아래 강물 옆

 

대사성 ; (몸침을 다독거리면서) 니가 구해야 되는 거는 저 융통성 없는 이선준이 아니라, 바로 나 최신묵이다.  그러니까 어, 자알 해야 된다. (몸침에 묶은 끈을 휘둘러 몸침을 강으로 던지려 한다.)

E (윤희) ; 잠깐!

 

대사성, 윤희 소리에 놀라 헛손질하면,  몸침의 끈이 그의 목을 둘러 조은다.

 

43. 반수교 위

 

윤희 ; 소원.. 들어 주십시오. (앞으로 나선다)  신방례 장원에겐 그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 주는 것이 성균관 전통이다 하셨습니다.  그 소원, 상유 이선준을 위해 쓰겠습니다.  상유 이선준에게 오늘일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묻지 말아 주십시오.

장의 ; 신방례 장원의 소원을 이선준에게 쓰겠다?  나에게 관직 천거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나?

윤희 ; 네에?  네에..

장의 ; 니가 소원이라 한다면 내 너에게 관직도 내릴 수 있다.  그래도 이선준을 위해 소원을 쓸텐가?

윤희 ; 그리.. 하겠습니다.

장의 ; 그만둬라.

 

수하들, 이선준에게서 뒤로 한 발 물러 선다.

윤희, 선준을 보면 선준 윤희를 보고 있다.  여림, 미소띤다.

 

44. 성균관 마당 (밤)

유생들, 문을 통해 걸어와서 지나간다.

윤희, 유생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고,

선준, 뒤따르다 윤희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윤희 ; (뒤돌아 선준이 뭔가를 말하려 하는 것을 보고) 뭐 고맙다는 말이면 필요 없소.  뭐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내 원칙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오.  난 빚지고는 못 사는 성미라서 말이오.

선준 ; 차라리 나서지 않는 편이 좋았소.  무리한 신방례는 다음부터 바로잡는 것이 좋다 할 생각이었으니까..  나 역시 빚지고는 못사는 성미요.  소원이 있거든 언제든 말하시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오. (먼저 간다)

윤희 ; (혼잣말) 뭐,, 그러시든가.

 

45.  성균관 마당 다른 곳

선준, 한쪽 문으로 걸어 들어온다.

여림, 손에 부채 들고 문 옆 기둥에 기대 있다.

 

여림 ; 그래서였나?  이렇게 쓸데없고 무모한 신방례 규칙 같은 건 지킬 필요가 없다.. 그래서 병판대감댁엘 다녀오고도.. 가지 않았다 한 겐가?  (손에 부채 접어든 채 선준 쪽으로 걸어 오며) 차라리 오줌물에 빠질 망정 너희들의 유치한 놀음엔 놀아나지 않겠다?  뭐 그런 자존심, 아니면 오기, 아니면.. 반항?  (돌아보는 선준을 정면으로 노려보며) 너같은 놈들 때문이다, 이 신방례.  너처럼 귀한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그 누구에게도 고개 숙여 본 적 없는 뻣뻣하기 그지 없는 녀석들.  그런 놈들 기 좀 꺽어 놀 요량으로 생긴 거거든.  왜냐? 여긴 성균관이니까.  애비가 누구든 집이 몇칸이든 여기선 모두 똑같은 신출내기일 뿐이다.  콧바람 그만 내뿜고 잘난척 그만 거덜먹 대라는 선진들의 하해와 같은 가르침이야. 흠, 그러니, 너무 고깝게 생각하진 말라구우.. (부채로 가볍게 선준의 가슴을 두드리고 걸어서 간다)

선준 ; 허면 선진께선 신방례를 거치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유생들 그 누구도 선진처럼 화려한 복색으로 다니는 이가 없거늘... 유독 비단 옷차림으로 부친의 재력을 과시하고 계시질 않습니까?

여림 ; 하아 (돌아보며) 아이, 똑똑해, 똑똑해.  (부채를 펼쳐 부채질 하며)  역시 우리 금상께서 사람 보실 줄 안다니까.

선준 ; 부용화., 정숙한 여인이었습니다.  사내들 앞에 한낱 우스개로 만드는 것은 예가 아니라 여겼습니다.  선진들이 우스워서가 아니니.. 노여워 마십시오.

여림 ; (미소띠고 잠시 보더니) 입학을.. 축하한다, 이선준.

 

46. 동이방 앞 (밤) 

유생들, 각자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윤희, 댓돌에 놓인 신발을 보고 방으로 들어가기가 겁나는 듯 멈칫 하다가, 굳은 결심을 한듯 마루로 올라선다.

 

47. 장의방 안 (밤)

 

병춘 ; (장의의 옷끈을 묶어주며) 김윤식, 이 시건방진 놈, 그자식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이선준은 오줌통에서 겔겔대고 있을텐데,, 지가 왜 나서 지가.

고봉 ; 둘이 죽고 못사는 사이던데.. 이선준이랑 김윤식, 이선준 말입니다.  김윤식이랑 붙어살겠다고 동재방으로 갔지 뭡니까요.

병춘 ; (고봉의 갓끈을 당기며) 뭐라고? 그게 사실이야?

장의 ; 이선준이 동재에 머문다아..

 

48. 동재방

 

소론 선진1 ;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말도 안돼에.  노론은 서재에, 소론과 남인은 동재에 머문다.. 지금껏 우리 성균관 유생들은 모두 이렇게 살아왔다고.

동재 색장 (남명식) ; 이선준이 우리 소론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감히 소론이 머무는 동재에 함부로 들어와, 우리 허락도 없이..!

 

49. 대사성 방 (밤)

 

대사성 ; (목을 다쳤는지 목에 흰 천을 두르고 있다) 허락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난.  내일 날이 밝는대로 이선준을 불러 서재로 보낼 생각이예요. 아 (목이 아파서)  이러다가 패싸움이라도 나보세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정약용 ; 아마.. 잘은 안되실 겁니다, 영감.

박사 유창익 ; 무슨 뜻인가?

정약용 ; 이선준 그녀석.. 한창때 아닙니까?  옳다고 믿는 신념 하나만으로 거칠게 없는 나이지요, 영감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50. 여림방 (밤)

 

여림 ; 너무 걱정 말게나.. 얼마 못 버틸테니까.  이선준이든, 김윤식이든 그방에서 지내는건 어차피 길어야아.. 하루? 아니면 이틀?

병춘 ; 용하 자네, 영 약발이 떨어졌어. 아니 도대체 제대로 아는게 없어.

여림 ; 아이..그러게.. 이번엔 내가 하는 거 아니니까 믿어도 돼.

고봉 ; 그럼 누구?

여림 ; 우리에겐 비밀 병기가 있잖아.. (차를 마신다)

 

51. 동재 앞 마당 (밤)

 

걸오의 그림자, 걸어간다. 

유생들, 걸오 보고 놀라서 어어- 고함치며 도망쳐 자기 방으로 몰려 들어간다.

 

52. 여림 방

 

여림 ; (찻잔 들고) 반궁의 미친말.. 걸오.

병춘 ; 정말 걸오가 이선준을 정리할 수 있을까?

여림 ; (찻잔 든 채 보며) 걸오가 단한번이라도 동방생들을 내쫓지 않은걸 본적있나?  걸오가 그것도 노론유생과 정겹게 지내는걸 본적있나?  오늘이 첫날밤이자 마지막밤이 될걸세, 이선준과 김윤식이 한이불 덮고자는.

병춘 ; 하아하하

여림 ; (차를 마신다) 아음..아, 뜨거.

 

53. 동재 선준네 방 (밤)

 

선준 ; (속저고리로 갈아입고 옷고름을 매며, 옷고름에 시선둔 채) 옷 벗으시오.

윤희 ; (선준을 등지고 앉은 채  옷보따리 품에 안고 있다가 놀라서 돌아보며) 뭐요?

(선준과 눈이 마주친다) 내가 옷을 벗건말건 그쪽이 무슨 상관이오.

선준 ; (이부자리에 비스듬히 앉은 채)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워야 내 불을 끌게 아니오.

윤희 ; 난 내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끄고 자면 되겠소.

선준 ; 아, 불을 끄지 않고 어찌 잠을 잔단 말이오.

윤희 ; (두루마기 입은채 이부자리에 가서 누우며) 자, 됐소?

선준 ; (일어나 똑바로 앉으며) 대체 반가의 자식이 맞소?  단정한 옷차림이 예의 첫걸음이다, 소학의 가르침을 잊었소?  청재는 예의 기본을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오.  유생들에게 거관수학을 명하는 이유 또한 그때문이외다, 그러니..

윤희 ; (일어나 앉으며) 됐소, 알았소, 그만하시오.  (보퉁이 들고 일어서 나가려 방문을 열려는데)

 

방문 열리며, 걸오, 들어온다.  걸오와 마주 선 윤희. 

걸오, 방안으로 더 걸어 들어오고,  윤희, 뒷걸음쳐서 선준 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걸오, 윤희와 선준을 번갈아 신기한 동물 보듯이 또렷이 본다.

 

E (병춘) ; 이선준은 오늘밤 짐을 싼다.

 

54. 동재 선준네 방 앞 마루 (밤)

여림, 병춘, 서리 고장복과 선진들 마루로 다가와 선준네 방을 보고 있다가, 둥글게 모여 앉아 복주머니에 돈을 담고, 서리는 붓들고 쓴다.

 

병춘 ; (엽전을 내밀며) 난 열냥 걸지.

고장복 ; (붓들고 쓰려다) 임병춘 상유 열냥. 가만가만 다들 나간다에 거시는 겁니까요?

여림 ; 아이..성급하긴.  (돈을 다른 주머니에 넣으며) 이선준은 근성이 있는 놈일세, 내일아침까진 버텨줄걸세.

 

55. 선준네 방 안

걸오, 선준과 윤희의 얼굴 앞에 얼굴을 디밀며 번갈아 본다.

 

선준 ; (걸오보며) 뉘신지요?

걸오 ; (기차다는 듯이 미소띠며) 내말이.  (선준과 윤희의 옷들 발로 차며) 뭐야, 이물건들은. (크게) 다 안꺼져!

 

56. 선준네 방 앞 마루

모여있던 선진들 놀라 뒤로 물러나 기대하는 대로 되어서 좋아서 웃으며, 조용히 하라는듯 다들 입에 손가락을 대고 있다.

 

여림 ; (마루에 앉아 부채질 하며) 역시 걸오는 날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지.

 

57. 선준네 방 안

걸오, 걸려있는 옷들을 한쪽으로 던지고 발로 차 구석으로 모으더니, 요에 누워 눈을 감는다.

걸오 ; 아흐..

선준 ; 초면에 이렇듯 결례를 서슴치 않는걸 보니.. 걸오사형 이십니까?  인사드리지요.

걸오 ; (눈감은채) 일없다, 앞으로 그낯짝 볼일 없으니까.

 

윤희, 걸오 얼굴보고 고개 돌린 채 놀라는 표정이다.

 

58. 저자거리 (회상, 밤)

 

걸오 ; (윤희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발차기로 병판댁 하인을 발로 차며, 기합 넣는다) 야아!

 

59. 동이방 안

윤희, 걸오가 자신을 구해주던 그 장면 생각하고 놀란 표정이다.

 

선준 ; 중이방에 배속받은 이선준입니다.

 

윤희, 짐들고 몸구부린 채 걸어서 나가려 한다.

 

걸오 ; 어이, 거기너!  니가 왜 여깄냐? 

 

윤희, 선준앞에서 놀라서 보퉁이를 떨어뜨린다.

 

걸오 ; (일어나 앉아서 노려보며) 이게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윤희 ; (나가다 선준앞에서 놀라 멈춘 채) 저기 그게 제가..

걸오 ; (일어나서 선준앞에  멈춘 윤희를 밀치고) 어이, 노론 니가 여기 왜 있는거냐?

선준, 옷을 집으려 한다.

 

걸오 ; (그런 선준의 팔을 차며) 묻잖아, 노론새끼가 이방에 왜 기어들어왔냐고 냄새나게시리.

선준 ; (걸오를 똑바로 보며) 진사는 동재에 거하는 것이 규정, 중이방에 배속된 것 또한 규정, 당색이 아닌 원칙을 따랐을 뿐입니다. 

걸오 ; (선준 보며) 그러니까.. 성균관,, 아니 조선팔도를 당색으로 갈기갈기 찢어 놓은게 바로 니 노론놈들 아냐?

선준 ; 지금, 이방을 당색으로 나누고 계신분은 사형이십니다.  허면 사형께서도 노론이십니까?

걸오 ;   뭐야?

선준 ; 허면 전 원칙대로 취침하겠습니다. (가서 이부자리에 똑바로 눕는다) 

 

걸오, 화나서 웃옷을 벗어 던진다.

 

60. 동이방 앞

 

가랑 ; (눈감고 부채질 하며) 하나

병춘네들 ; 두울 세엣 (방앞으로 점점 다가가며)

여림 ; (부채로 손바닥을 치며) 나온다.

 

61. 동이방 안

 

걸오 ; (누우며) 하하하하 뭐?  날보고 노론이라고?  미친놈. 내평생 그렇게 재수없는 욕은 처음이다. (눈감고 옆으로 누우며) 불꺼라. 이몸 피곤하시다.

윤희 ; (뭄앞에 서서) 예엣?  아..안나가십니까?  제가 나가겠습니다.  저는 옷을 좀 갈아입으러. (보퉁이를 집으려 둘의 가운데 서서 몸을 구부린다)

걸오 ;  (윤희의 엉덩이를 발로 차서 둘의 중간에 엎어지게 만들고, 보며)  나보고 노론새끼랑 붙어자란 말이냐, 지금.  에이.  앞으로.. 니자린 여기다, 영원히.   

 

윤희, 엎드린 채 표정 우울하다.

 

62. 동이방 앞

다들, 동이방 불 꺼지는 것 보다가 돌아서며 얼굴 표정 어둡다.

 

병춘 ; 뭐야, 뭐냐구? 

 

집사가 돈주머니를 고봉에게 건네고, 고봉은 또 병춘에게 건넨다.

 

병춘 ; (돈주머니 꽉 쥐고, 울듯) 내 열냥.

 

여림이 돈주머니 뺏으려 한다. 안내놓자 병춘의 손을 부채로 살짝 친다.

 

병춘 ; (돈주머니, 어쩔 수 없이 주며) 알았네.. 

여림 ; (돈주머니 받아들고 달을 보며) 앞으로의 성균관이 더 흥미진진해 지겠구만.

 

63. 장의방 안 (밤)

 

장의 ; 소론의 아들 걸오, 그리고 노론의 아들 이선준이 한이불을 덮는다..?

병춘 ; 거기에 그기집애 같은 놈까지, 쿡 그방은 지옥이 따로 없을걸요.

고봉 ; 똥은똥끼리, 오줌은 오줌끼리. 히히

장의 ; (닦던 칼을 앞으로 겨누며) 노론인 이선준이 동재에 거한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기존질서에 반기를 들겠다는거다..  이 하인수의 성균관을 향해 정면도전을 하겠다 이런 말이다.  (칼을 탁자에 꽂는다)

 

64. 동이방 (밤)

선준은 반듯하게 누워자고, 걸오는 윗옷도 거의 벗겨진 채 대자로 잠들었고,  윤희, 가운데 끼어 손을 모으고 누웠다.

걸오, 잠결에 윤희 쪽으로 돌아 누우며, 윤희의 몸에 한쪽 팔을 얹는다.

윤희, 놀라서 걸오의 손을 슬며시 치우고, 선준 쪽인 옆으로 돌아누우면 선준의 옷깃 사이로 속살이 눈에 들어오고, 다시 똑바로 누우면 걸오의 배에 있는 흉터 보여, 은장도를 손에 꽉 쥔다.

걸오,  한쪽 다리를 윤희의 몸에 걸친다.  윤희, 놀란 표정.

 

65. 윤희집 마당 (밤)

윤희모, 달을 보며 빌고 있다.

 

윤식 ; (옆에 서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누이, 잘하고 있을 겝니다.

 

66. 동이방 (밤)

윤희, 걸오의 발을 던지듯 치운다.  그리고 어느새 스르르 눈감고 잠든다.

 

67. 성균관 마당 (아침)

어린 반인들 여러명 동재 쪽으로 달려온다.  동재앞 마루에 도착하자 한 아이가 등을 대고 엎드리면 아이1이 그 등에 올라 북을 치려고 북을 잡는다.

 

68. 동이방

선준, 속저고리바지 차림으로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아이1 ; (북치며) 기침, 기침, 일어나십시오.  기침, 기침, 일어나십시오.  기침, 기침, 일어나십시오.

선준,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윤희가 방 위쪽을 차지하고 누웠고, 걸오가 아래쪽에 누워 있어 나갈 수가 없다.  윤희의 몸을 넘어 지나 가려다가 예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무릎을 꿇고 앉아 윤희의 머리를 안고 들어 올린다.

윤희, 바로 그때 깨서 선준과 눈이 마주치자 놀라서 급히 일어나려다 선준의 이마와 자기 이마가 부딪친다.

선준, 걸오의 몸위로 넘어진다.

 

윤희 ; (아파서 이마 잡으며) 아!

 

걸오, 그바람에 깨서 앉는다.

 

걸오 ; (노려보더니) 이것들이 미쳤나.  (이불을 집어 던지며) 다 안꺼져!

 

69. 동재방 앞

유생들, 방에서 나와 마루 앞에 선다.

서리들 마당의 유생들 앞에 놓인 세수대야에 물을 붓는다.

유생들, 담긴 물에 일렬로 얼굴을 씻는다. 윤희, 선준도 그 행렬 가운데 쯤에서 시원하게 얼굴을 씻는다. 

여림, 물을 튕기며 장난치고.

 

70. 장의 방

장의에게 옷을 입혀주는 강무와 병춘, 신발을 닦는 고봉.

 

71. 동재방 앞

얼굴 씻은 물에 발 담그고 씻는 유생들의 발. 무릎까지 옷들을 걷었다.

윤희, 선준의 다리를 보면 털이 많다.  다른 유생들 다리도 털이 많다.  자신의 털 없는 다리와 비교된다.  다리 씻기를 그만두고 옷을 내린다.

유생들, 마루에 서거나 앉아 선준과 윤희 쪽을 노려보다가 수군거린다.

 

유생1 ; 이선준 아냐?

유생2 ; 그래, 좌상 아들 아닌가.  노론이, 왜 동재에 온 것이야? 

유생1 ; 노론 티내는 것도 아니고,, 여기 왜 온거야?

유생3 ; 그러게 말이야.  저잔 서재로 가야 되는거 아냐?

 

72. 성균관 내 마당

유생들, 유생복 차려 입고 이렬로 걸어간다. 

 

늦깍이 유생 안도현 ; (박사 복장으로 회초리 들고 유생들 옆을 지도하듯이 따라 걸어가며) 복장불량, 5점 감점.  단정한 용모는 또한 수련의 일환,  모든 유생들은 각별히 신경써주기 바란다.  (회초리로 윤희의 유생복 끈을 건드리며) 에!  다음!

선준 ; (윤희를 보며 속삭인다) 내뭐라 했소.

윤희 ; 네 네 어련하시겠오.

안도현 ; (계속 걸어가며) 집에 다녀올수있는 날은 매월 8일과 23일, 딱 두 번.  시험은 매일 1일에 구술시험이, 월말에는 전하께서 직접 하문하시는 강독시험이,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다.  성균관내에서 말을 타는 자는 감점 15점,  통금을 어기는 자는 감점 10점, 이유없이 무단결석하는 자는 감점 5점에 처한다. 

김우탁 ; (그걸 걸어가면서 받아 적으며) 감점 5점

안도현 ; (유생들 맨 앞에서 멈추어 돌아서서 유생들을 보며, 크게) 무엇보다도 삼강오륜에 위배되는 범죄를 저지를시에는 무조건 성균관출제와 청금록영삭 (지문 ; 유생들의 명부에서 제외되는일)이다. 

유박사 ; 교관행세를 한 성균관유생의 감점은 몇점인가?

안도현 ; (유박사쪽을 보며) 어이 유창익

유박사 ; 상유 안도현, 제자리로 가지 못할까!  교관행세로 유생들을 현혹한 자는,, 10점 감점일세!

안도현 ; 이봐 자네, 같은 사부학당 동기생끼리 무에 그리 깐깐하게 구시나?

유박사 ; 여긴 성균관이다.  넌 제자고, 난 스승이야!

윤희 ; (옆에 온 안도현을 보고) 유생이셨소?

안도현 ; 내 그간, 학문을 깊-이 닦느라 좀 늦었네.

 

73. 식당

유생들 각자 앞에 차려진 상을 둔채 앉았다.

여인네들, 덜 차려진 상에 그릇을 놓는다.

한쪽에 줄지어 서리들 서 있다.

 

장의 ; (마지막으로 자신의 상에 그릇이 놓이자) 권반

서리들 ; (팔들고 크게) 건반

 

윤희, 좋아서 표정 밝게 선준과 나란히 앉아 먹기 시작한다.

 

여림 ; (윤희의 밥상 앞에 와서 앉으며) 짠밥이 살로 안가긴 한다지만... 밥이 아니라 원점,, 아닌가?

윤희 ; 원점..이라뇨?

여림 ; 대과를 보기위한 내신점수 말일세.  아침저녁 다먹으면 일점, 300점이면 대과를 볼 자격이 되네.

윤희 ; 그렇군요, 대과, 자격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을 넣는다.)

여림 ; 아암, 대괄 봐야지..  자네가 어디 보통사람인가?  금상께서 인정하신 인재에다, 초선이가 인정한 양물을 지닌 (크게) 대물, 김윤식 선생이 아닌가!

 

윤희, 입을 막고 참다가 밥알을 여림 얼굴에 뿌리고 만다.

유생들, 박장대소 한다.

 

74. 동재

걸오, 문을 열고 방에서 마루로 나와 신을 신는다.

숨어서 걸오를 보고 있던 동재 선진들.

 

선진1 ; 그래도 우리가 믿을건 걸오뿐일세, 소론 아닌가.

선진2 ; 걸오라면 이선준을 서재로 내칠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 앞장서게, 자네가 우리 동재 색장 (지문 ; 성균관 자치회장, 상급생 부학생회장) 아닌가.

 

선진들, 걸어서 걸오에게 간다.

 

선진1 ; 걸오, 할말있네.

남명식 ; (걸오가 노려보자 주눅들어) 오오랜만일세.

 

걸오, 노려보고 간다. 

 

선진1 ; (못마땅하여) 으음.

남명식 ; 내 다음엔.. 꼭 말하지.

 

75. 성균관 한쪽 마당

유생들, 몰려 걸어간다.

 

배해원 ; (윤희 옆으로 걸어가며) 같이 좀 가세나.. 아, 대체, 초선이를 사로잡은 그 비법좀 배워 보자고.

김우탁 ; 아암, 배워야지, 대.물.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지문 ;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배우고 또 때로 익히면..

안도현 ; 어허.. (김우탁에게 손가락질 하며) 서로 아끼고 위해야할 동기생끼리, 희롱을 일삼다니,, 이런 이런 고얀놈들,  (윤희 얼굴 보며) 그렇지 않나? 대물.  (웃으며 가버린다)

선준 ; (윤희 뒤에서) 참으로 대단한 별호를 얻었습니다.

윤희 ; (돌아서서 뾰루퉁하게) 별호라 하지 마시오.  난 절대로 인정할 수 없으니. (앞서 걸어간다)

여림 ; (뒤에 오면서) 이보게 대물.

윤희 ; (돌아서 여림을 보며) 네, 사형.

여림 ;  내 뭐랬나, 곧 익술해질거라 하지않았나. (자기 얼굴에 묻은 밥알을 떼서 윤희의 코에 붙여주며) 대.물.

선준 ; 내가 보기엔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 걸로 보입니다. 대물. (간다)

 

윤희, 얼굴을 손으로 감싼다.

 

76. 명륜당 앞

책상 놓고 두 명의 유생 앉아서 이선준 이름 밑에 출석했음을 기록하고 있다.  선준 그 앞에 섰고.  장의와 병춘, 책상 옆에 서 있다.

 

장의 ; 재미있었나?  난재밌더군.. 자네, 가면놀이..

선준 ; 무슨..

장의 ; 초시에선 이름을 알리고, 복시에선 금상의 눈길을 받고, 그리고 입학첫날밤엔 유생들에게 깊은인상을 남겼지,  노론영수의아들이나 당색으로 편을가르지않는 썩괜찮은놈이다..

동재생들.. 소론과 남인유생들의 마음을 얻었다싶은가?  허나 이선준넌, 나와여기 서재노론 유생들의 신망을 잃었다.

 

유생들, 장의와 선준 쪽으로 모인다.

 

병춘 ; 아니, 노론이 왜 동재야?  잘난척하기는.

선준 ; 누구의 맘을 얻기위해 벌인일이 아닙니다.

장의 ;  그래, 이왕시작한 잘난척, 끝까지 해야겠지.  허나 얼마못가 후회하고 제발로 기어들어오게될거다.  언제든 대환영일세.  복종하는 놈에게 난 너그러운 편이거든.

선준 ; 헛된기대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장의. (많은 유생들 모인 사이를 뚫고 간다)

병춘 ; 이자식.

 

77. 성균관 문 앞

문으로 걸어나오는 윤희.

 

병춘 ; 어이 김윤식! 

 

병춘네 무리들, 윤희쪽으로 걸어와 앞을 막아선다.

 

병춘 ; 햐아!  생긴것답지않게 영악한구석이 있어어.. 너이선준한테 빌붙어서 관직끄트머리나 앉아볼생각이지?  그래서 오줌물에 빠질뻔한 그자식 구해준거 아냐아..

윤희 ; 아닙니다, 전 그저..

병춘 ; 성균관에서 내쫓기는 것도.. 그나마 관직에 천거해 주는것도.. (엄지를 올리며) 요 장의, 장의 끝발인거나 (손가락으로 윤희의 머리를 찌르며) 알고나 잔머리 굴리라고오.. 이선배님들이 충고해주는거다.

고봉 ; 줄을 잡으려면 제대로 잡아야지, 나처럼, 흐흐흐.

윤희 ; 줄같은거 필요없습니다.

병춘 ; 그래?  넌 뭐가그렇게 대단해서, 뭐가 그렇게 잘나고 (머리 찌르며) 자신있는데? 어?  아하, 하하하 초선이가 인정한 대무울?

고봉 ; 대물, 김윤식?

병춘 ; 어디 초선이가 인정한 대물한번 구경해볼까?  (윤희의 두루마기를 벗기려한다)

고봉 ; 좋지이.. 히히 (달려들어 같이 벗기려 한다)

윤희 ; (난감하여) 왜이러십니까? 하지 마십시오. 아, 왜이러십니까?

 

고봉, 하던 동작을 갑자기 멈춘다

 

병춘 ; (고봉의 이마를 때리며) 뭐하는 거야 이자식아아,, 안벗기고. (돌아본다)

 

장의 일행, 이쪽으로 걸어온다.  병춘, 장의 앞에 가서 선다.

 

장의 ; 무슨짓이냐?

병춘 ; 장의

장의 ; 무슨짓들인지 물었다.

병춘 ; 장의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신방례때 이자식이 나서지만 않았어도, 이선준이 시건방떠는 일은 없었을거 아닙니까요..

고봉 ; 암요..

장의 ; (윤희 쪽으로 다가와서) 미안하게 됐다 김윤식, 내대신 사과하지. 

병춘 ; 장의

장의 ; 허나 서운히 여길건 없네, 이모두가 후배에게 큰 가르침을 주기위한 선배들에 따뜻한 마음이니까.  (윤희의 턱을 손으로 잡고 노려보며) 니놈하기에 따라 이성균관은, 극락이 될수도, 지옥이 될수도 있다, 김윤식.  이제 어느날개밑에서 비를 피할지좋을지, 한번쯤 잘 생각해볼때도 됐지.  파격을 좋아하는 금상이,  법도와 절차를 무시하고 직접 꽂아놓은 유생답게, (손가락으로 윤희의 이마를 밀며) 이 좋은 머리로.  언제어디서든 널 지켜보마. (다시 윤희의 턱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하고)  니놈목소리, 니놈발걸음, 니놈숨소리까지.  그러니 김윤식, 더는, 날 화나게 하지마라.  이하인수가 누구인지를 가르쳐주기위해 니계집애같은 작은몸에 상처를 내는 일은 나도 하고싶지 않으니 말이다. (잡고있던 윤희턱을 팽개친다)

 

78. 존경각 (낮)

선준,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보고 섰다.  윤희, 문으로 들어와 그런 선준을 지켜보다가 선준쪽으로 간다.

 

선준 ; (윤희를 발견하고) 보기보다 성실한 유생이군.  첫수업 준빌하러 존경각에 온걸보니 말이오.

윤희 ; 그약조, 유효합니까?  내게 빚진 신방례소원...  무엇이든 들어준다, 약조하지 않았소.

선준 ; (윤희쪽을 보며) 내가 한 약조는 지키리다, 무엇이든.

윤희 ; 서재로 가주겠소? (사이)  약조는 꼭 지켜줄거라 믿소.  이선준 상유, 서재로 가주시오.

                                    -3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