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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대본

성스 4강 대본 (필사)

          성스  4강 대본 (필사)

 

 

1. 존경각 (낮)

 

마주 서 있는 선준과 윤희.

 

윤희 ; 서재로 가주겠소? 약조는 꼭 지켜줄거라 믿소.

 

2. 걸오방 (낮)

술병과 튀김 등의 안주거리가 담긴 그릇을 펼쳐 놓는 걸오

 

여림 ; (무릎걸음으로 걸오 앞에 와서 걸오의 이마를 짚어 보며) 가만가만가만가만가만.. 자네 어디 아픈가 어?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법이 어딨나 어? 노론이라며는 치를 떠는 문재신이 그것도 노론영수의 아들 이선준과 한이불 아래서 뜨거운 밤을 보냈다.. 이게 말이 되나 이게? (걸오가 먹으려는 술병입구를 막으며) 왜지? 왜 이선준만 무사통관가?

 

걸오 ; 통관 무슨. (술을 한모금 마시고) 두고보는 거다.. 그 노론자식, 한방에서 얼마나 더 날 버텨낼수 있는지. 두고보는 거라고. 

 

3. 존경각 (낮)

 

윤희 ; 약조는 지켜줄것이라 믿소.  이선준 상유, 서재로 가주시오.

선준 ; 그 얘기라면.. 이미 끝나지 않았소.

윤희 ; 끝이 안날거 같아 하는 말이요.  그쪽이 서재로 옮기기 전까지는.  생각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오.. 장의 하인수.  그자와 맞서면서까지 그렇게 지켜야할만큼 대단한 원칙이 대체 뭐란 말이오. 

선준 ;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난 그저 단순하고 명료한 원칙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오. 그것이 잘못이오?  적어도 이 성균관 안에선 그누구도 당색만으로 나뉠수 없다.  내가 틀렸소?  다수라는 이유로, 강자란 이유만으로 나는 무조건 저들에게 굴복해야 옳다. 그리 믿소?

윤희 ; 장의도, 다른 유생들도, 아무도, 그쪽 진심 같은건 관심도 없소.

선준 ; 저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소, 내겐 익숙한 일이니.. 내가 궁금한건.. 상유 김윤식, 그대 생각이오.  

윤희 ; 이 성균관에선 대과급제도, 관직도 다 필요없소.    그저 있는날까지 무사히 잘 버티는 것만이 내원칙이고, 내법도고, 소원이오.  그러니.. 약조는 꼭 지켜줄거라 믿소. (나간다)

 

숨어서 보는 고봉과 명춘.

 

4. 장의 방 (낮)

 

병춘 ; 와아 정말 대단하십니다아.. 야아 어떻게 김윤식을 미끼로 이선준같은 대어를 낚으셨습니까요?  흐흐흐 우리 장의 최고.

강무 ; 헌데 오겠습니까?  이선준은 자존심이 있는 놈입니다.

장의 ; 그러니 올게다.  지가 한말엔 책임을 진다.. 이선준에게 자존심이란, 뭐.. 그런 웃기는 걸테니..

 

5. 존경각

 

존경각 사다리에 앉아서 생각하며 고개 돌리는 선준의 옆모습.

 

6. 존경각 앞 뜰

 

윤희, 걸어 나오다 존경각 쪽을 돌아본다. 

 

아동들 ; (존경각 뜰로 뛰어 들어오며) 조회요.  (윤희에게 종이를 건네며) 조보요..조보. 간밤에 홍벽서가 나타났답니다, 글쎄.

윤희 ; (종이를 받아들며) 홍벽서?

 

6. 왕의 집무실 (낮)

 

임금 ; (안경쓴 채 붉은 벽서를 보며) 금등지사라.. 선왕의 유지를 훔친자는 무도한 신하요, 피묻은 진실을 외면하는 이는 비겁한 군왕이라.. (서있는 신하들을 보며) 그대들은 혹, 금등지사를 아시오?

병판 ; 전하 그무슨..

좌의정 ; (병판을 제지하듯 힐끔 보고) 흠.. 혈족이신 전하께옵서도 모르시는 선대왕마마의 유지를.. 어찌 저희같은 한낱 신료들이 알겠사옵니까.. 받자옵기 민망한 책망.. 거두어주시옵소서, 전하.

임금 ; (안경을 벗으며) 이런.. 이런.. 진실을 외면하는 비겁한 군왕이라 손가락질받는 처지에.. 책망이라니.. 당치않습니다. .. 홍벽서를 잡아들이세요, 병판.  그자를 잡아들이면 모든 의혹이 풀리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좌상.

 

7. 저자거리 (낮)

 

벽보를 붙이는 군관들.  지나가는 사람들을 몸수색을 하는 군관들.

 

E(병판)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홍벽서를 잡아들인다!

 

병판 ; (군관들 앞에 서서) 만일 금상의 장흥행 군사에게 홍벽서를 내준다면, 니놈의 목숨을 내줄 각오도 해야 할 것이다.

포졸대장 ; 네, 대감.

병판 ; 아무래도 놈이 반촌으로 사라진게 계속 거슬린단 말이야.. 반촌과 성균관에 대한 경계 또한 허술해서는 안될 것이다.

 

8. 회상 ; 골목 (밤)

 

E(윤희) ; 금등지사?

 

쪽지를 들고 골목을 걸어가던 윤희, 그앞에 지붕에서 내려서며 나타나는 복면 쓴 걸오.

 

9. 존경각 뜰 (낮)

 

윤희 ; (종이를 보며 생각하다가) 홍벽서란 말이지..

 

10. 걸오방 (낮)

 

여림 ; (뭔가 생각난 듯 안주를 바닥에 던지고 곧추 앉으며) 맞다, 김윤식.. 자네 괜찮았나? (걸오의 옷을 만지며) 아니, 간밤에에.. (딸꾹질하는 흉내를 내며) 에흑, 괜찮았냐구?

걸오 ; 뭐 잘못 먹었냐?

여림 ; 자넨 늘 계집과 함께라면 딸국질을 멈추지 않았지, 단한번도 예외없이. 헌데 괜찮았어?

걸오 ; 미친놈. 여기 성균관이다.. 계집이라곤 버선코빼기도 보기힘든.. 성균관.

여림 ;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술을 마시려는 걸오의 술병을 잡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곧 수업이다. (다시 마시려는 걸오를 막으며) 잊었어?  이번에도 낙제면 그땐 출제야.  그건 내가 용납못해.

걸오 ; (여림의 얼굴에 가까이 얼굴을 하며) 얼굴 풀어라아.. 안 어울린다.

여림 ; (다시 웃는 표정으로) 그렇지이 어?     

 

11. 성균관 뜰 (낮)

 

아동 ; (종을 치는) 권오제! 권오제!

 

수업하러 모여드는 유생들.

배해원 : 아 구했나?

안도현 : 뭘말이냐? 

배해원 : 족보 말입니다, 족보.

김우탁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을 일궈온..

배해원 : 아 그 족보 말고.. 오늘 이 강 족보 말일세.

안도현 : 있을 턱이 있나?  논어제 강사께선 이번에 처음 부임하신분 아닌가.

배해원 : 뭐 더 아는거 없으슈?  점수가 짜다던가 출제경향이라던가..

안도현 : 글쎄.  아마 홍문관 수찬 자리에서 이렇게 답했지. 

김우탁과 배해원 : (동시에) 아니 왜? 

안도현 : 부정부패라든가, 뇌물수수라던가.. 아무튼 엄청 밝혔다던데..

 

12. 박사실 (낮)

 

유박사 ; (책을 책상에 탁 놓으며, 정박사를 보며) 지금 뭐하는 겝니까?

정박사 ; (요강을 들고 일으서며) 아, 못들으셨습니까? 수업종이 쳤습니다, 유박사님.

유박사 ; 헌데 교안은 어딜가고 그딴 요강단질 들고 나서냐 이말입니다.

정박사 ; 제 교안입니다. (씨익 웃는다)

 

13. 명륜관 앞 뜰 (낮)

 

급히 유생들 강의실로 들어선다.  윤희, 유생들 따라서 책을 안고 뛰어와서 명륜관 앞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는데..

 

서리 함춘호 ; (빗자루 든 채 유생복 입은 채 갓 끈을 매며 들어서는 걸오를 놀라서 보고) 예? 아이 어쩐 일이랍니까?  아 살다살다 처음입니다.  걸오유생께서 제발로 수업엘 다 들어오고.. 아 대사성영감께서 포기한 일을 해낸 양반이 대체 누구랍니까?

 

걸오, 함춘호를 한번 보고, 윤희를 본다.

 

윤희 ; (얼어서) 저도 같은 수업이라.. (걸오 먼저 들어가라고 손으로 문쪽을 가리킨다.)

 

걸오, 명륜관 안으로 먼저 들어가고 윤희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문을 탁 닫아버린다.        

  

14. 명륜관

 

윤희, 문에 들어서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하고 두리번거린다.  빈자리는 선준의 옆 뿐이다. 

 

정박사 ; (드러누워 있는 걸오를 보고) 아이구.. 우리 장수생께선 노구를 이끌고 왕림하시느라 고단한가 보오.  (서있는 윤희를 보며) 어이 자네, 그쪽에 앉으시게.

 

윤희, 어쩔 수 없이 선준 옆에 앉아서 선준을 곁눈질한다.

정박사 ; 이 시간은..

유생1 : 논어제 시간입니다,  스승님.

정박사 : 이번 학기동안 논어제 강의를 맡은 정약용입니다.

김우탁 : 성적처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배해원 : 첫날부터 성적은?

김우탁 : 왜? 그럼 뭐가 중요해?

정박사 ; (일어나서 요강을 한 유생의 책상 위에 놓으며) 맞는 말이다.  내수업시간에 불통이 다섯이면 낙제.  수업이든 활동이든 성균관에서 낙제가 셋이면 출제와 동시에 청금록영삭인건.. 알고들 있을테고.. 그래서 준비했다. (큰 백자 항아리를 들어 보이며) 성의껏들 채워주기 바란다. 내 성적에 적극 반영하지.

 

유생들 금반지 등 빼서 항아리에 넣고 뒤로 돌린다.

윤희, 항아리을 받고 넣을 게 없어 그냥 뒤로 돌린다.

 

15. 대사성방 (낮)

 

대사성 ; 그게 무슨 소리야?  수업시간에 촌지를 걷다니?

함춘호 ; 너무 놀라 달려오는 길입니다, 영감.

고장복 ; 지버릇 개준답니까아..  뇌물수수 부정축제로 좌천당한 양반이 한탕 제대로 할 모양이네요..

대사성 ; 아니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촌스러운 짓을 해에.. 

함춘호 ; 사헌부 감찰계에 보고해야겠습지요, 영감?

대사성 ; 미쳤어! 아니 누구 옷벗는꼴 보고 싶어서 그래?  절대 이사실을 아무도 알아서는 안돼, 알았나?

함춘호 ; 예, 영감.

대사성 ; 헌데 값나가는 물건은 좀 들어왔다던가?

 

16. 명륜관

 

정박사 ; (엽전 등을 항아리에서 꺼내 놓으며) 감동적일세.  누군가에게 이 항아리는 요강으로 보일걸세.. 누군가에게 이 항아리는 그릇으로도 보이겠지.  모자로 보는 눈은 없겠지?  내눈에 이 항아리는 화수분일세.

윤희 ; (혼잣말) 화수부운?

 

정박사, 요강에서 색색깔 천을 꺼내놓고, 콧김을 묻혀 항아리에 넣고 요강을 책으로 덮는다.  다시 책을 열고 항아리 안에 손을 넣어 과일을 꺼내 유생들에게 던진다.

유생들, 박수 친다.

 

정박사 ; (항아리에서 글이 적힌 종이를 꺼내며) 가만있자.. 다음엔 뭐가 있었더라?

이선준 ; 그만두십시오!  지금은 논어제 시간입니다.

정박사 ; 이런. 못난 스승이긴 하나 나도 그정돈 알고있네.

선준 ; 헌데 어찌 서역의 잡기로만 귀한 상유들의 시간을 탕진하십니까?

정박사 ; 재미없었나?

윤희 ; 재밌습니다, 재밌습니다.

유생들 ; 재밌습니다,, 너무나 재밌습니다.

정박사 ; 고맙네.

선준 ; 실학을 중시하는 까닭에 경학과 고전은 필요없다,,, 여기시는 겝니까?

정박사 ; 그럴 리가?  자네도 말하지 않았나.. 지금은 논어제 시간이라고. (일어나서 항아리를 깬다.)

유생 ; 내 금반지..

정박사 ; 논어위정편.  군자불기 (자막나옴)에 대해 강했네.  군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라 진리를 탐하는 군자라면 갇혀있는 그릇처럼 편견에 치우쳐선 안된다.. 강했네.  서역의 잡기에선 배울게 없다는건 무슨 고약한 편견이며, 정약용이란 놈이 서학을 좀 했다해서 고전을 싫어할거란 무지몽매함은.. 참.. 용감하기도 하군.  논어 학이편 학즉불구(자막)에 대해 강했네.  지식이 협소한 사람은 자칫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완고한 사람이 되기 쉬우니.. 학문의 진리를 갈고닦아 유연한 머리로 진리를 배우라 강했네.  왜?  너희는 더 이상 사부학당에 신동도, 사랑채 책벌레도 아닌, 국록을 받는 성균관유생들이다. 


걸오, 일어나 앉는다.


정박사 ; 백성의 고혈로 얻어낸 학문의 기회다.  부지런히 배워서 갚으라. 이따 백성들의 더나은 내일, 새로운 조선을 꿈꾸는건 제군들의 의무다.  우리 제발.. 밥값들은 좀.. 하면서 살자.

걸오 ; 꼰대.. 제법이네..

정박사 ; 오늘 수업의 성적을 발표하겠다. (앉는다) 김우탁, 불통.  배혜원, 불통.  안도현, 불통.  김윤식, 불통.  문재신, 불통.  이강식, 불통.  이선준.. 통.

유생들 ; 워어어.

윤희 ;헌데 스승님.. 어째서입니까?  수업내용에 반대하는 이선준 유생에겐 왜 통을 주신겁니까?      

정박사 ; 그래서다.  이 엉터리수업에 불만을 제기한 유일한 학생이니까.  지혜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  (깨진 조각을 들어보이며) 내가 너희들에게 보여준 세상은 사라지고 없다.. 스승이란..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존재들이다.  허나 스스로 묻는 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이선준은 통인 이유다.  논어가 뭔지 아나, 김윤식 상유?

윤희 ; 공자의 어록입니다.

정박사 ; 그래.  공구라는 고지식한 늙은이와 똘똘한 제자들이 모여서 어떠한 세상을 만들것인가 박터지게 싸운 기록들이다.  불만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한학기동안 우리도 박터지게 싸워보자.    수업 끝.  (걸어 나간다)

 

걸오, 미소짓고. 선준, 생각에 잠긴 듯.  윤희, 미소 짓는다.

 

17. 박사들 방 (대사성)

 

대사성 : (정약용의 손바닥을 이러저리 만져보고 훑어보다가) 아니 항아리는 어떡하고 맨손입니까  정박사?

정박사 : 하아 이를 어쩐다.. 이런 제가 아직 깨진 항아리를 되살리는 법까진 미처 배우질 못했습니다, 영감.

대사성 : 뭐..뭐요?

 

18. 명륜관 (낮)

 

배해원 ; (앉아있는 선준에게 다가서서) 참 대단하다.. 이선준.  너희 아버지이.. 좌상대감의 그 번쩍번쩍한 이름값.

이선준 ; (매서운 눈초리로 올려다보며) 무슨뜻이지?

김우탁 ; 오늘 일강 성적표, 설마 자네 실력이라 믿는건가?

해원 ; 정박사 뭘로 매수했냐?  아아 홍문관 복귀라도 약속한게냐?

이선준 ; (일어서서) 부친의 이름값이라했나?  썼다면 좋았을뻔했군. 허면 너희같이 비겁한놈들.. 지금처럼 나랏밥 먹고 헛소리하게는 안뒀다, 절대로.

해원 ; (선준 멱살 잡으며) 뭐야?

우탁 ; 아니 이자식이 진짜?

윤희 ; 왜들 이러시오오..

도현 ; 유생간의 상호간의 다툼은 감점5점일텐데..

해원 ; 까짓거 나만 감점인가.. 끝장을 보자고 오늘.

 

걸오, 휘파람 불며 그쪽을 본다.

해원, 걸오를 의식하고 슬쩍 멱살 잡은 손을 놓는다.

걸오, 지나가자, 해원, 다시 멱살 잡으려 하고,,, 다시 걸오 해원을 보자, 해원 슬그머니 멱살  잡은 손을 놓는다.

 

해원 ; 너이자식, 오늘 운 좋았다아..

도현 ; (미소띠고) 자자 우리 이차로 탁주 한동이씩 앞에 놓고 하는게 어떻겠나아?  노땅들은 다 빼고,, 참신한 우리 신례들끼리..?

해원 ; (반기며) 아 형님말씀이니.. 그럼..

도현 ; (선준보며) 자네 같이가겠나?

선준 ; 취미없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술기운으로 덮는건..딱 질색입니다.

(다시 제자리에 앉는다)

도현 ; 그럼 말게나아.

해원 ; 저인간 저저 저렇게 재수가 없다니까.

도현 ; 자네 대물은 (윤희의 목을 팔로 감싸서 끌고 가며) 이보게 대물, 같이 가자고.

윤희 ; 아니 저는...

해원 ; 자네도 저자식한테 불만 많았지, 저 재수없는 자식 안주삼아서 오늘 아주 진탕마셔보는거야.

 

19. 성균관 뜰

 

걸어가는 선준

 

걸오 ; (나무위에 걸터 앉아) 어이 노론.

 

선준, 올려다 본다.

 

걸오 ; (나무에서 뛰어 내려서 선준 보며) 하나만 해라. 사람처럼 굴든지, 노론처럼 굴든지, 하나만 하라고.

선준 ; 무슨 뜻입니까?

걸오 ; 신례들은 다 반촌으로 갔는데..

선준 ; 몰려다니며 잡담이나 하는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걸오 ; 너, 여기 성균관에 왜왔냐?

선준 ; 그야 응당 학문을 하기위해..

걸오 ; 그런 새빨간거짓말 자꾸하면 습관된다아.  학문?  돈있는놈이 독선생을 붙였어야지이.  머리좋은놈이 책만 팠어도 도가텄겠다.  여기 성균관.. 그러라고 있는거다.  젊은유생들 패거리지어 몰려다니라고.  천상천하 유야독존. 여긴 너같은놈 필요없어.

선준 ; 선진께서도 그같은 성균관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걸오 ; (돌아서 가다가) 허 들켰네.  나야 언제고 여길뜨면 그만이지만.  넌 다를텐데.

대가를 보려면 원점이 있어야 하고 출세하는덴 인맥이 필요하겠지.  니가 성균관에 있는 진짜 이유다.  똑똑히 자알 기억해둬라.  결국넌,, 니가 그렇게 엮이기 싫어하는 노론놈의 자식들이랑,, 아주 똑같애.  그러니까 다신 내눈앞에서 알짱거리면서, 당색을 없애니뭐니, 사람인척 개수작부리지 말라고.  나같이 머리나쁜놈.. 헷갈리니까. (걸어간다)

 

20. 효은 방 (낮)

방에 구겨진 종이들 널려 있다.

 

효은 ; (편지를 쓰며) 뵙고싶은 도련님께.. 아하.. 아니야 이건 너무 식상해 (종이를 구겨 버리고 다시 쓴다) 연모하는 도련님께.. 아아 이건 너무 없어 보이잖아아. 아이..씨(누워버린다)

버들 ; 엄마 애기씨, 눈가에 잔주름 는 것 좀 봐요오..

효은 ; (벌떡 일어나 앉으며) 뭐? 아! (손거울 보며)어머어머 나 그동안 팍 늙었네.. 나 한 스물은 넘어보여 어? 버들아.. (눈을 귀엽게 깜박깜박 거린다-효과음)  

 

21. 주점

 

도현 ; (글이 쓰여진 종이를 갓에 꽂고, 술상에 손을 짚으며) 지금 이시간..

우탁 ; 주도시간입니다.. 스승님.

도현 ; 혼돈주의 전설에 대해서 알려주겠다..

해원 ; 그만 두십시오!

도현 ; (해원의 이마를 손으로 치며) 이선준, 불통! 아하하하!

해원, 우탁 ; 아하하하!

도현 ; 재미없나?

해원, 우탁 ; 재미없습니다.

도현 ; (술항아리에서 뭔가를 꺼내는 시늉을 하다가 술병위에 손을 얹고) 혼돈주 제조의 달인.. 안도현의 필살기.. 진도 홍주.. 허어허허허허 (막걸 리가 담긴 술잔이 차곡차곡 쌓인 곳 위에서 붉은 술을 따른다.)

 

윤희, 다른 유생들, 박수 친다.

 

도현 ; (술잔을 나눠주고, 자기 술잔을 들며) 자 첫잔은 한입 털기일세.

윤희 ; 한입 털기요?

 

우탁, 술을 다 마시고 술사발을 머리 위에서 엎어 보인다.

 

도현 ; 쿵덕쿵!

유생들 ; 얼씨구

 

해원, 술을 마시고 사발을 머리 위에서 엎어 보인다.

 

도현 ; 대통!

유생들 ; 절씨구

도현 ; (윤희를 보며) 들어는 봤나? 혼돈주의 전설?

윤희 ; 네에?

도현 ; 동기생 단합대회에서 한입털기를 거절한 유생은 반드시, 성균관에서 출재를 당하고, 청금록에서 영삭당한다는 아주, 무서운 슬픈전설!

윤희 ; (눈을 감은채, 술을 다 마신 다음) 아하

도현 ; 김윤식, 통!

유생들 ; 지화자! (박수 친다)

도현 ; (낙지를 나무젓가락에 감아서 윤희에게 건네며) 사내의 보양식으론 이게 최고일세.. 그 유명한.. 흐흐흐흐흐...  독창산 세발낙지.

 

윤희, 싫은 표정으로 다른사람 먹으라고 슬쩍 고개짓을 한다.

 

해원 ; (윤희를 보고) 뭐야 이자식, 사내자식이 기집애처러엄.

윤희 ; 아하... 하하 (낙지를 받아 먹는다) 어어.. (입에 낙지를 가득 머금은 채 맛이 괜찮은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창 쪽을 보면, 밖에 황가가 보인다)

 

22. 새책방 안 (낮)

 

황가와 윤희, 새책방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윤희 ; (새책방의 안쪽에 도착하여 서서) 이렇게 시도때도없이 불러내는 법이 어딨소?

황가 ; 잊으셨소?  선금은 두둑이 드린걸로 아는데. 음..그,. 연서는 연서되 그..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고, 만나고싶은 마음은 전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또 없어보여서는 곤란하고..그..에.. 또.. (책장뒤에 숨은 효은과 버들쪽을 잠깐 본다)

윤희 ; 그러니까 사내가 좋아죽겠는데.. 들키긴싫다.. 그말아니오?  뭐.. 노력해보리다..

 

숨어있던 버들, 효은을 살짝 밀치고 책장 밖으로 나온다.

 

버들 ; 아이저.. 헌데에.. 유생분들중에 이선준 도련님은 안오셨습니까?

윤희 ; 그인간은 왜찾소?

버들 ; 저, 그야, 신언서판.. 몸 신, 말씀 언,  편지..어.. 판.. 판..(생각이 안나 더듬는다)

효은 ; (답답하여 버들의 귀에) 널빤지.. 판안.. (자신의 모습이 윤희에게 들킨걸 생각하고, 좀 민망해한다)허..음.

버들 ; 아이, 좌우지당간.. 워낙 훌륭한 분이라는 소문이 자자해서 그러죠오..

윤희 ; 신언서판.. 다갖춘.. 너무 훌륭하신 나머지..이런 자린 절대. 안올 위인이요.

 

23. 존경각 (낮)

 

선준 ; 존경각에서 책을 보다가 생각한다.

 

24. 회상 (성균관 뜰, 낮)

 

선준과 걸오, 마주 서 있다.

 

걸오 ; 너, 니가 그렇게 엮이기 싫어하는 노론놈의 자식들이랑, 아주 똑같애!

 

25. 존경각

 

책을 탁, 덮고 생각하는 선준.

 

26. 주점 안

 

해원 ; (술에 취해) 결국 우리 성균관에서도, 내내 이선준 들러리만 서주다 말거라 이거야, 에이 됀장. (술을 마신다)

우탁 ; (술에 취해) 성균관에서만?  조정에 출사해서도 이선준은 노른자위를 다 차지하겠지.

도현 ; (머리에 띠를 두른 채, 취해서) 어린놈의 자식이 위아래도 없고, 경우는 더 없어. (술을 따른다)

해원 ; 봤지봤지.. 마지막에 결국 지아버지 어쩌구저쩌구 하는거.

 

27. 주점 밖 (저녁)

 

선준, 서서 듣고 있다.

 

E (해원) ;  잘난척은.. 씨..

E (우탁) ; (선준을 흉내내는 목소리) 부친의 이름값이라 했나? 썼으면 좋았을뻔 했군. 치..

E (유생들) ; 허허..

 

28. 주점 안

 

도현 ; 너도 한마디해봐, 시원하게..

윤희 ; (술을 쫙 마시곤 술잔을 탁 놓더니, 술취한 목소리로) 비겁한 놈!

해원 ; 올커니.

윤희 ; 한심한 놈!

우탁 ; 내말이.

윤희 ; 치이사한 놈!

도현 ; (잔을 부딪치며) 동감이오.

윤희 ; 니들이 더 나빠아.. 그 재수없는 자식, 이선준도 이런 비열한 짓은 안해.  사내 자식들이 하나같이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는. 야야야.. 부끄러운줄들 알아라.  성적에 불만이면 정박사를 찾아갔어야지. 아니, 나같으면 존경각에 갔겠다. 어, 가서, 이선준이든 정박사든 어, 실력으로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지, 그게 이기는거지.

해원 ; 야, 김윤식, 너도 이선준 싫어했잖아아?

윤희 ; 싫지이,,

 

29. 주점 밖

 

선준, 서서 듣고 있다.

 

E (윤희) ; 니들은 상상도 못할만큼.. 난 그인간이, 싫어. 

 

30. 주점 안

 

윤희 ; 그래두.. 이건 아냐.  이선준은 오늘.. 잘못한게 없어.  그리고 그건, 니들이 더 잘 알아.

도현 ; (박수 치며) 자자자.. 야아, 우리 윤식이가.. 또 대물답게 배포가 크구만.. 야아.. 우리 오늘 왕창앙 술이나 퍼먹어 버리자. 자자 (술을 따른다)

우탁 ; 저 소피 좀 보고 오겠습니다. (나간다)

 

31. 주점 밖

 

우탁 ; 가께요, 계세요, 소피본다, 옹헤야, 시원하다, 옹혜야. (담벼락에 서서 옷을 내리려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있자) 보지마.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선준을 발견한다) 어, 이선준이네.. 어.. (안으로 급히 들어간다)

 

32. 주점 안

 

우탁 ; (뛰어 들어가며) 대물대물.. (숨차하며) 이선준이 이선준이 왔다고. 

해원 ; 취했구만.. 헛걸 다보고.  귀신은 안보이냐?
우탁 ; 진짜아, 진짜라니까아.

 

33. 주점 밖

 

E (윤희) ; 왔으면 들어오든가아..

윤희 ; (문을 나와 이선준쪽으로 걸어가며) 술기운으로 해결하는건,, 딱 질색이라든 사람이 누구였더라아..

선준 ; 딱질색이요.  허나, 유생자치활동엔 원하지 않아도 참석해야 한다는, 내원칙을 어길 수 없어, 온 것 뿐이오.

 

윤희, 웃는다.

 

34. 주점 안

 

유생들이 먹던 사발보다 세 배정도  큰 막걸리가 든 아주 큰 사발이 선준 앞에 놓여 있다.

 

유생들 ; (박수 치며) 마셔라, 마셔라. 

도현 ; 자네를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을 여기에 담았네.

윤희 ; 첫잔은 무조건 한입털기요, 우린 이미 다 마셨소오.  (사발을 치우려하며) 겁나면 뭐 그만둬도 좋소..

 

선준, 술잔 치우려는 윤희의 손을 막고, 장독 뚜껑 만한 사발을 들어 다 마시고, 놓는다.

 

도현 ; (그 빈 장독뚜껑을 들어 뒤집어 머리위에 쓰며) 이선준, 통!

유생들 ; (박수 치며) 와아, 그걸 다 먹었네.. 와아...

 

35. 기생방

 

장의, 화가 난 표정으로 술을 거푸 마신다.

병춘 ; (장의 눈치를 보며) 아니, 초선인 끝까지 못 나온다는 게냐?

앵앵 ; 아이, 초선형님이 고뿔이 너무 지독하게 걸리셔서요..

섬섬 ; 아이, 형님도 얼마나 안타까워하시는지 몰라요오..

강무 ; (술잔 든 장의 손목을 잡으며) 형님.

 

장의, 술잔을 던지고 일어선다.

 

36. 초선 방

초선, 거울을 보며 눈썹을 그리고 있다.

 

여림 ; 자네도 아직 멀었네. 사네 자존심 건드려서 무슨 좋은 일 있다구.. 이렇게 고집을 피워어어.  상대는 성균관 장일세, 병판대감의 아들이야아...  신방례가 끝나고 바로 자넬 찾았어.  그 맘 모른다 하진 않겠지.

초선 ; (여림을 보며) 도련님도 아직 머셨습니다.  여림도련님께선 제 맘을 아실 법도 하지 않습니까?  사내의 권력이나 돈으로 살 수 있는건 계집의 하룻밤일 뿐입니다.  게집의 맘을 사로잡는 사낸,,  단 한번의 손길만으로도 평생을 기약하게 하는 법이지요.  기생년에게도 지키고 싶은 신의라는 게 있습니다.

여림 ; 자네 혹시, 자네, 대물.. 아니지 아니지.  김윤식 때문인가?  그래서..

초선 ; (일어서서 방문을 열고, 여림을 보며) 그러니 도련님께서도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지요.  배웅은 해드리겠습니다.

 

37. 초선방 앞

초선, 방을 나오면, 장의, 노려보면 문 앞에 서 있다.

초선, 살짝 고개 인사를 하고 걸어 간다.

 

장의 ; (초선의 턱을 들어 올리며) 니가 언제까지 날 거절할 수 있는지 두고보자.  기생년의 신의가 대단한지, 이 하인수의 힘이 더 대단한지.  꽤 재미있는 승부가 되겠군. (초선의 턱을 뿌리치고 나간다)

 

38. 성균관 문 앞 (밤)

병춘, 장의 일행 성균관으로 들어온다.

 

병춘 ; 제가 초선이 그것을...

고장복 ; (문 앞에 일지를 들고 서 있다가 체크를 하며, 장의를 보고) 이제오십니까?  이제 신례유생들만 들어오면 끝입니다.

병춘 ; (일지를 보다가 장의를 보며) 장의, 김윤식 이선준 아무도 안 들어왔는데요?

장의 ; 우리 신례들께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느라 좀 늦으시나 보네.  다음부턴 실수하는 일 없도록 제대로 통금에 대해 일러줘야겠어.

 

39. 골목길

안도현 일생, 술취하여 어깨 동무하고 노래 부르며 걸어온다.

 

도현 ; 밤새도록

해원, 우탁 ; 옹헤야

도현 ; 마셔보자

해원, 우탁 ; 옹혜야

 

그 뒤를 따라 나란히 걸어오는 윤희와 선준.

윤희, 도현 일행의 노래를 듣다가 웃고, 살짝 넘어지려하자 

선준, 붙잡아준다.

 

선준 ; (뒷짐진 채 윤희와 나란히 걸어가며) 신방례 소원, 내 생각해봤소.  약조는 지켜야겠지.  서재로 가겠소.

윤희 ; 정말이시오?

선준 ; 뜻밖이었소, 아까 유생들 앞에선.

윤희 ; 왜, 내가 그쪽편을 들어줘서 놀랐소?

선준 ; 논어제 내 성적에 불만이 많은걸로 보였소만..

윤희 ; 불만이 아니라 알고 싶었소.  무엇이 참인지.  스승님께서 말씀하시는 학문이, 진리는 무엇인지.  다 너무너무 알고 싶었소.  그뿐이오.  처음이었거든, 난생 처음이었으니까.  수업이라는 것도, 스승님도, 함께 공부하는 동학들도.  논어가 그렇게 재밌는 책인지 정말 처음 알았소. (앞서 있다가 뒤쳐진 선준을 돌아보며) 머 따지고보면 다.. 그쪽, 그쪽 덕분이오. 머 오늘만큼은 좀 고마운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해본건데.. 꼭 서재로 안가도 좋소.  소원을 그런 식으로 쓰기엔 좀 아까운거 같아서.

 

선준,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윤희 ; (그런 선준을 보며) 내말이 그렇게 감동적이오?      

선준, 입 다물고 있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돌아서서 엎드려 구토를 한다.

윤희 ; (선준등을 두드리며) 어어,,, 어,,, 이 웬수우..

 

 

40. 신례방 앞 (밤)

 

장의 일행 걸어 들어온다.

 

병춘 ; (마루를 무릎으로 기어 유생방을 살펴보고 다시 장의 앞에 서서) 이 자식들 통금을 어기면 어떤벌을 받는지 아직 모르는 모양입니다요

고봉 ; 간만에 재밌는 구경 좀 하겠군요. 흐흐..

 

41. 다리위 (밤)

 

도현 일행 춤추고 노래하며 윤희를 지나쳐 앞서 가려한다.

 

윤희 ; (선준을 등에 걸쳐 업은 채) 도와 주세요.  살려 주세요.

도현 ; 야야 가자 가자

윤희 ; (도현을 보며) 좀 도와 주십시오.  이러는 법이 어딨습니까?

도현 ; (윤희를 보며) 미안하네. 어- 통금을 어겼다가는 끔찍한 얼차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거든. 이 나이에 허리라도 나가보게. (윤희를 가볍게 치며)자넨 할 수가 있어, 왜냐?  자넨 대물이니까!

윤희 ; 예? 아-

 

도현 일행 가버린다.

윤희, 엎드린채 늘어진 선준을 옆에서 부축하고 가다가 뒤에서 밀고 간다.

선준, 쓰러져 버린다.

 

42. 성균관 문 안 (밤)

 

도현 일행, 급히 문으로 뛰어 들어온다.

장의 일행과 고장복 문 앞을 지키고 있다.

 

도현 ; (뛰어 들어와 가며) 아슬아슬.

장의 ; (뒷짐지고, 단호하게) 닫지. 통금이 지나질 않았나.

서리 고장복 ; (출석기입장부와 붓을 들고) 예에?  아직 못들어온 신례유생...

장의 ; (말허리를 자르며) 내가(사이) 번복하는거 봤나?

고장복 ; 그래도 오늘은 다들 취해서 늦을거라.. 지금까지 신례유생들에 첫외출은.. (자신을 노려보는 장의를 보고는) 첫외출은 기강을 확실히 잡는게 옳습죠.. 예에.. (문을 닫으러 간다)

 

43. 성균관 문 밖 (밤)

 

윤희, 선준을 어깨부축하고 온다. 

문이 닫히려 하자, 선준을 밀치고 문으로 급히 다가가서 닫힌 문을 세게 친다.

 

윤희 ;  (문 두드리며) 문좀 열어주십시오, 사정이 있었습니다. 한번만 봐주십시오.  다시는 통금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네에.  (아무 응답이 없자 포기하고 어깨가 아픈지 치면서 선준을 본다.)

 

선준, 축늘어져 앉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자고 있다.

 

윤희 ; (기가 차서) 아.

 

44. 유생방 앞 (밤)

 

유박사 일행 마당을 걸어오고, 장의 일행 유박사를 따르며, 유생들 방 앞 마루에 모두 서 있다.

 

유박사 ; (중이방 앞이 비어있는걸 보고, 그앞에 멈춘다.) 중이방 유생들은 오지 않은겐가?

장의 ; 엄히 다스리겠습니다, 다시는 통금을 함부로 어기지 않도록.

유박사 ; 문재신, 김윤식과 이선준.  불통.

윤희 ; (방문을 열고 나와 서서 공손히) 들어왔습니다, 저희.  이선준유생은 몸이 아파 방에 누워있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병춘 ; (방문을 열어보고) 이선준. 아이 술냄새.

 

열린 방안에 선준이 누워있다.

 

45. 장의 방

 

고봉 ; 그것참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 어떻게 들어왔지?

병춘 ; (고봉을 발로 차며) 이 멍충아, 누군가 일러준게지, 우리만의 비밀통로를을.

 

46. 성균관 문 밖 (회상)

 

윤희, 문에 기대 한숨  쉬는 중.  누군가 다가온다.

웃고있는 여림이다.  서리 함춘호, 선준을 들쳐맨다.

 

47. 비밀통로 앞 (회상)

 

여림, 앉아서 담벼락 밑의 풀숲을 헤치자 비밀통로가 나온다. 

윤희, 놀라섰다.

여림, 윤희를 웃음띠고 보며, 살짝 윙크를 한다.

 

48. 여림방

 

작은탁자를 가운데두고 마주앉은 여림과 윤희. 

 

윤희 ; (고개를 푹숙여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고개를 들고) 사형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언젠가 꼭. 보은하겠습니다, 사형.

여림 ; 아이뭐, 보은이랄거까지야.  음..신방례일도 있고하니까, 결자해지쯤으로 해두지뭐.

윤희 ; (궁금하여) 결자해지요?

여림 ; 아.. 하하.  그런게있네.  아 그나저나 오늘밤은 이선준과 단둘이.  (손을 까딱까딱하여 윤희를 부른다.)

 

윤희, 여림 쪽으로 약간 숙인다.

 

여림 ; (윤희의 귀옆에서 속삭이듯) 다정하게 보내게됐군.  걸오 그녀석은, 오늘밤도 외박인모양일세.

윤희 ; (놀라)네에?  걸오사형께서 안들어오신다구요? 

 

49. 초가가 있는 마을 전경 (밤)

 

50. 도박장 (밤)

 

패를 쪼는 남자의 손. 걸오와 3명의 남자들이 모여 도박을 하고 있다.

 

남자1 ; 에이,

남자2 ; (패를 내려놓으며) 에이, 지지리운도 없네.     

걸오 ; (술병을 들고 술을 마시다 내려놓고, 자기패를 내려놓으며) 난 또 붙네.

남자3 ; (돈을 가져 가려는 걸오의 손을 잡고) 아이고..미안해서 어쩔까아.. (자기패를 내려놓는데) 자--다들..(손바닥을 펴서 돈달라는 손짓을 하다가.. 엽전뭉치들을 쓸어가려는데)

걸오 ; (그런 남자3의 한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남자3의 발목 데님에서 패를 꺼내보이며)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남자1, 2 : (남자3을 패며) 어이구..

포졸대장 ; (포졸들과 들어서며) 놈들을 당장 끌어내!

 

포졸들, 남자들을 제압하려 한다.

걸오, 포졸들과 몸싸움을 한다.

 

51. 오두막 앞 (밤)

 

걸오, 오두막에서 도망치는데 칼과 창을 들고 걸오를 포위하는 다른 무리의 포졸들.

그 앞에 포졸들과 나타나는 포도대장.

 

52. 걸오부(대사헌) 방 (밤)

 

포졸에게 양팔을 붙들려 들어오는 걸오.

걸오를 의자에 앉히는 포졸들.

 

걸오 ; (포졸의 손을 뿌리치며) 이거 안 놔.

걸오부 ; (걸오쪽으로 돌며) 한심한 놈.  언제까지 그따위로 허랑방탕하게 살 생각이냐?

죽은형에게 부끄럽지도 않단 말이냐?

걸오 ; 자격. 있으십니까?  세상사람들의 손가락질은 다 참아줄수 있어도. 하..아버진, 아닙니다.  다신 제걱정마십시오. 듣고있기 역겨우니까.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53. 걸오방 앞

 

포졸들 지키고 선 방 앞에 나와서 잠시 섰는 걸오.

 

53. 중이방 안 (밤)

 

이부자리를 깔고 다시 선준을 잘 눕히는 윤희,  선준을 보다가 선준의 버선을 벗겨주려 엄지와 검지를 모아 버선코 가까이 가져가려 한다.

선준, 갑갑한 지 계속 한숨을 몰아쉬며 누웠다가 윤희가 버선을 벗기려는 순간 발을 쭉 뻗더니 뒤척인다.

선준, 갑갑해서 안되겠는지 일어나 앉아 눈감고 잠든채 더운지 한숨을 , 상의를 벗어 던지고 속곳 상의를 벗으려 한다.

 

윤희 ; (그런 선준의 옷을 붙잡으며)아, 지금 뭐하는 거요?  소학, 단정한 옷차림은 예의 시작이다..

 

선준, 윤희의 손을 뿌리치고 속곳 상의를 벗어 버린다.

 

윤희 ; (선준에게서 얼굴을 돌리며) 오우, 소학의 가르침을 생각하시오, 오우, 이선준 상유 제발. 

 

다시 눕는 선준.  그런 선준을 안 보려 한손으로 자기눈을 가리고 다른손으로 이불을 들어 덮어주려 하는 윤희.  누운채 바지를 내리려는 선준.  눈을 가리고 있다가 깜짝놀라 밖으로 나가는 윤희.

 

54. 중이방 앞 (밤)

 

윤희 ; (방문에 기대서 숨을 몰아 쉬다가 마루기둥에 기대 앉아서) 하루하루 난중일기가 따로 없구나.. 하아..

 

55. 성균관 뜰 (아침)

 

뜰을 가로질러 걷는 유생

 

56. 중이방 안 (아침)

 

눈을 뜨는 선준.  옆을 보고 이불사이로 나온 자신의 벗은 다리를 보고는 놀란다.

 

57. 중이방 밖 (아침)

 

중이방 앞으로 걸어오는 걸오,  마루기둥에 기대앉아 잠든 윤희를 본다.  마루에 올라선다.

 

걸오 ; (윤희를 돌아보다가 발로 툭 건드리며) 야아, 야아, 안 일어나?  (다시 가려다 윤희 얼굴 가까이 얼굴을 대고) 찬데서 자면 입돌아간다.

윤희 ; (눈을 뜨고 걸오의 얼굴을 발견하며, 급히 일어나 인사를 하며) 이제 오십니까, 사형. 

 

걸오, 방으로 들어서는데, 자신의 눈을 가리는 윤희.

 

58. 중이방 안 (아침)

 

들어서는 걸오.  뒤따라 들어오는 윤희, 눈에서 손을 내린다.

 

선준 ; (단정한 옷차림으로 작은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다가 걸오를 보고) 오셨습니까?

 

가서 자리에 눕는 걸오.

 

윤희 ; (기가 차서) 와하.. 어젠 분명히.

선준 ; (그런 윤희를 무심히 보며) 어제.. 무슨 일 있었소? (다시 책을 본다.)

윤희 ; 허.  

 

걸오, 눈감고 돌아눕는다.

 

59. 성균관뜰 (아침)

 

뜰에 마주선 순돌과 선준.

 

순돌 ; (국그릇을 선준 앞에 내밀며) 되련님, 이것 좀 잡사봐요, 예.

선준 ; (그릇을 손으로 밀치며) 더는 이리 찾아오지 말라지 않았느냐.

순돌 ; 도련님이 요로코럼 나만 없으면 사고를 치는디.. 지가 어떻게 가만있으라.. 아니 평생 입에 대지도 않던 술은 왜 드셨어라?

선준 ; 그건...  어찌 안게냐?

순돌 ; 도성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나가 모르겄소?  좌상대감댁 외아들이 술먹고 멍멍이 됐다고 입있는 사람들은 다 한마디씩 하던디오.    

 

생각하는 선준 얼굴.

 

60. 몽타쥬성 (회상)

 

토하는 선준.

선준을 업고 도와달라고 애원하던 윤희.

다리에서 쓰러지는 선준.

웃옷을 벗는 선준에게 ‘이선준 상유 제발’이라던 윤희 모습.

 

61. 성균관뜰 (아침)

 

어젯밤 일이 생각나서 얼른 그릇을 들고 먹는 선준.

 

순돌 ; 쭉 드셔요 되련님

선준 ; (급히 먹다가 사래 들려 기침하다가 등을 치는 순돌에게) 됐다.. (그러다 또 기침)

순돌 ; (사래 들린 선준을 들어 치며) 되련님, 목구멍 좀 들어봐요,,

 

62. 성균관 뜰 다른 곳 (아침)

 

걸어 나오는 선준 앞에 다가오는 윤희.

 

윤희 ; 어젯밤일 나한테 지나치게 미안한 나머지 계속 모른척할 생각인가본데.. 이건 빚지고는 못사는 내성미와도 안어울릴뿐더러, 예와 법도를 제일 중요시여기는 이선준유생과도 안어울리는 일 아니오?

 

선준, 말없이 윤희를 비켜 걸어 가버린다.

 

윤희 ; (계속 선준을 쫓아가며) 아니 고마운건 고맙다.. 어, 미안한건 미안하다.. 시시비비를 가려서..

선준 ; (급히 돌아서서) 어젯밤일이라면 혹..

윤희 ; (급히 돌아선 선준탓에 움찔 섰다가 기뻐서) 생각났소?

선준 ; 성균관에 들어온 것이 다 내덕이다.. 내게 고맙다한일 말이오?

윤희 ; 아니 그 다음, 그 다음 말이오.

선준 ; (생각하는 척하다가) 그다음이라면.. 서재로는 가지말아달라, 내게 애원한 일을 말하나보오.  그일이라면 내 김윤식유생의 뜻대로 따를것이니, 아무걱정 마시오.

 

윤희, 어이가 없어 뒷목을 잡고, 선준 앞서 가며 미소 띤다.

 

63. 성균관뜰 (아침)

 

말타고 와서 내려 방을 붙이는 기수들.  모여들어 벽보를 보는 유생들.

 

E (정조) ; 성균관유생들에게 고한다.  과인은 9월20일 성균관에서 대사례를 실시할것이다.  장원에겐 원점 50점과 어사주를 부상으로 내릴것이며, 예선탈락자에겐 과락에 벌이 주어질 것이다.  덕을 숭상하는 젊은유생들에겐 기회의 장이 되길 바라노라.

 

윤희 ; (유생들 사이에 서서) 대사례..

 

64. 활쏘기장 (아침)

 

윤희 ; (어설프게 활을 당기며) 이거 이렇게 당기는거.. 어어 (잘못하여 선준 앞에 화살을 떨어뜨린다) 잘못했소.

선준 ; (다가와 윤희의 활을 들고 윤희손에 쥐어준 다음, 윤희의 허리에 손을 얹어 자세를 바로 잡아주며) 동방생 중 어느 하나의 탈락은 조번 모두의 탈락이라 했소.  누구 때문에 내가 예선에서 탈락하는 일은 없길 바라오. (윤희의 손을 잡아 활을 제대로 잡게 한다.) 

 

윤희, 활시위를 당겨보지만 힘이 부족하다.

 

선준 ; (그걸 보다가) 어젯밤 날 끌고 다니던 그 아귀힘은 대체 다 어디로 사라진거요?  (윤희의 발목을 잡아 자세를 바로 잡아주며) 힘이 들어갔소.  간밤에 문을 너무 열심히 찬 모양이오.

윤희 ; 어젯밤일 다 기억하고 있었소?

선준 ; (일어나 다시 윤희팔로 활을 당겨주며) 나역시 처음이었거든.  한스승께 배운 다 똑같은 동학이 아닌, 내편, 내편이 생긴건 김윤식, 그대가 처음이었소.     

 

활을 같이 잡은 채 선준을 보는 윤희, 선준.

 

문으로 들어오는 장의 일행.

 

병춘 ; (선준쪽을 손가락질 하며) 아니, 저것들이 지금 뭐하는거야?

고봉 ; 어라, 이선준.  서재로 안오나 본데요.  동방생끼리 한접인데 아직도 김윤식이랑 딱 붙어 있잖아요.  히히히.

병춘 ; 아이, 그러게.  금상께서 참관하시는 대사롄데.. 거짓말을 하진 않을테고.

 

65. 좌의정 집무실 (아침)

 

병판 ; (한쪽 의자에 앉았서 좌의정쪽을 보며) 대사례라니, 대사례라니요. (일어서서 좌의정 옆으로 오며) 대사례가 뭔지 몰라서 이렇듯 여유를 부리시는 겁니까, 대감.

좌의정 ; (바둑판을 보며) 사도세자가 성균관에서 즐겨하던 행사 아닙니까.  해서 사도세자 사후엔 선대왕께선 금하셨던 거구요.

병판 ; 뭔가 찜찜합니다, 대감.  홍벽서는 느닷없이 금등지사를 찾지 않나, 금상은 대사례를 들고 나오질 않나. 대감, 뭐라 말씀을 좀 해보세요.  금상은 무슨 꿍꿍이랍니까?

좌의정 ; (병판을 뚫어지게 보며) 그날밤, 금등지사를 없앴다 자신한 사람은 병판입니다, 아닙니까?

병판 ; 그그야.. 금등지사는 없긴 없지요.

좌의정 ; 지금은 말입니다, 병판.  수를 놓을 때가 아니예요.  천천히 상대의 수를 복귀하다보면 언젠가는.. 수가 보이겠지요.  (바둑알을 ‘탁‘ 놓는다.)

 

66. 임금 집무실 (회상)

  

임금, 마주 선 정약용에게 문서를 내민다.

 

정박사 ; (문서를 보더니) 전하, 이것은?

영의정 ; (옆에 서 있다가) 성균관박사 김승헌의 유품이 10년만에 궁으로 돌아왔네.  그날밤 호정하던 성균관서리가 죽자 그아들이 보내왔더군.

정박사 ; 이는 사직상소문 아닙니까?

정조 ; 김승헌.. 그 고약한인사가 이 못미더운 군왕을 위해 암호로 남긴 유언일세.

정박사 ; 이 유언대로라면 전하, 금등지사는..

정조 ; (맞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이 박사정약용, 그대를 성균관으로 보낸 진짜 이유다.

 

67. 의약품실 (낮)

 

정박사, 앉아서 그때를 회상중이다.

 

대사성 ; (들어오며) 정박사아..  (정박사 앞에 박사옷을 내려놓으며) 정박사께서는 의술에 조예가 깊으시니, 대사례를 준비하는 동안 유생들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주세요.  내말 아시겠습니까?  (앉아서 나지막하게) 정박사.. 전하께서 성균관에 오시는 일입니다.  이 늙은이가 중앙정부로 들어갈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습니다. (정박사의 손을 잡으며) 정박사.. 이렇게 부탁합니다...  (여전히 딴생각에 빠져있는 정박사를 보더니, 삐져서) 흥, (일어서서 명부책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정박사, 전하께서 보실 이명부책도 모두 정리를 해주세요, 내일까지!  (나간다)

 

여전히 생각중인 정박사.

 

68. 활쏘기장 (낮)

 

윤희, 어설프게 활쏘기 연습 중이다.

장의 일행, 그 모습을 보며, 비웃듯 웃다가 다가온다.

 

병춘 ; 어이, 대물.  다른 동방생들은 다 어디로 간겐가?

윤희 ; 지금은 저희접에 연습시간이 아닙니다.

고봉 ; 근데 넌 여기서 지금 뭐하는거야?

윤희 ; 제가 다른동방생들에게 폐를 끼치는거 같아서 연습을 좀..

병춘 ; 아아, 이선준이 시키는대로 동재에서 노론과 함께 지내겠다아?

고봉 ; 아아, 이선준이 하라는대로 우승도 해보시겠다아?

윤희 ; 이선준유생이 아닌 제생각입니다.

고봉 ; (고봉의 가슴을 치더니) 이자식들이 정말, 매운맛을 봐야 안까불지이, 응.

윤희 ; 노론이 동재에서 지내는게 잘못이라 하셨습니까?

장의 ; 그래서?

윤희 ; 장의께 맞선다면 살아남을수 없을거라 하셨지요.. 장의께선 그만한 권력도 지니고 계십니다.

장의 ; 그런데?

윤희 ; 그런데말입니다, 장의.  노론이 동재에서 머무는 것이 그토록 잘못이라면, 권력을 지닌 장의께서는 왜 그 원칙을 바꾸지 못하십니까?  유생들은 누구나 당색에 따라 동재와 서재에서 거한다.  이렇게 학령을 바꾸신다면 이선준상유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을텐데요..

병춘 ; 야, 너 미쳤어?

장의 ; 그러니 이선준은 죄가 없다?  (피식 웃고) 니말이 맞다.  내가 과했다.  생각이 짧았어.  (다가와 활쏘기단에 올라서며) 내 사과를 하고 싶은데.. (윤희의 활을 뻿어 들며) 내가 한 수 가르쳐주는게 어떻겠나?  (활을 쏘려 한다.)

 

윤희, 큰사과를 머리위에 얹고 과녁앞에 섰다.

 

장의 ; (윤희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며) 대사례에서 니가 이겨야할 첫 번째 적은 다른접의 궁사가 아니다.  니자신이다.  활을 두려워하는 니자신.  이는, 내 너에게 그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69. 유생방 앞 (낮)

 

마루에 앉아 활을 만지고 있는 선준.

 

동자2 ; (뛰어들어오며) 큰일났습니다.  대물도령이 지금 사재에서..

 

70. 활쏘기장 (낮)

 

장의, 여전히 윤희에게 활을 겨누고, 윤희, 긴장하여 서 있다.

 

 

71. 활쏘기장 옆 (낮)

 

낮은 담으로 활쏘기장이 보이는 성균관 한 쪽. 

걸오, 담벼락을 따라 걸어간다.

 

여림 ; (걸오 뒤에서 달려들어 걸오의 어깨를 감싸며) 친구, 뭐가 불만이냐?  대사례가 발표되고 난 자네가 제일 기뻐할 줄 알았는데.. (활쏘는 시늉을 하며) 문재신 반궁최고의 궁사 아니었나?  푱.

 

걸오, 여림을 지나쳐 가며, 담벼락을 넘어 활쏘기장을 본다.

 

72. 활쏘기장 (낮)

 

활을 쏘는 장의 팔을 잡는 선준.  화살은 날아가고.  걸오, 날아오는 화살을 피해 윤희를 안고 넘어진다.

 

선준 ; (화나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장의 ; 선진으로서 가르침을 주고 있었네만.. 왜? 잘못인가?

 

선준, 윤희 쪽을 보면, 걸오도 윤희를 본다.  윤희, 정신을 잃고 눈을 감고 있다.

 

73. 정박사 집무실 (낮)

 

정박사 ; (명부를 보다가 놀라) 김윤식, 허면 이아이가.. 박사 김승헌에 아들이란 말인가?

동자1 ; (문열고 뛰어들어오며, 다급히) 박사님, 박사님, 김윤식 상유가아..

 

정박사 보면, 윤희를 업고 들어서는 걸오.  걸오, 윤희를 눕힌다.

 

74. 정박사 집무실 앞 (낮)

 

유생들 모여 걱정스럽게 문을 보고 있다. 걱정하는 선준의 눈빛.

 

75. 정박사 집무실 안 (낮)

 

누워 있던 윤희, 벌떡 일어나 옷깃을 더듬는데 뭔가 없다.  탁자 밑을 보며 찾는데 정박사의 발이 보인다.

 

윤희 ; (벌떡 일어나 놀라서) 스승님.  저는 이제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인사하고 가려는데)

정박사 ; 계집이냐?  대답해라 상유김윤식, 너.. 계집이냐 물었다.

 

놀라서 돌아보는 윤희. 

 

-- 4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