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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대본

성스 5강 대본 (필사)

                                                 

                                                                        

 

 

 

                         <성스 5강>  대본



1. 활쏘기장 (낮)


활시위를 윤희를 향해 겨냥하는 장의.  긴장하고 섰는 윤희


2. 성균관 동재 앞 (낮)


마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선준.


동자 ; (뛰어 들어오며) 큰일났습니다.


3. 약방 (낮)


E (정박사) ; (장부를 보며) 김윤식, 허면 이아이가 박사 김승헌의 아들이란 말인가?


4. 활쏘기장 (낮)


윤희를 향해 화살을 쏘는 장의, 장의의 팔을 잡아서 채는 선준.  윤희를 감싸고 쓰러지는 걸오.


선준 ; (화나서) 이게 무슨짓입니까?


5. 약방 (낮)


동자 ; (문을 열고 급히 뛰어 들어오며) 박사님 김윤식 상유가아!!


그 뒤로 윤희를 업고 와서 침대(탁자)에 눕히는 유생들.


다들 나가고 윤희의 맥을 짚고 놀라는 정박사.


6. 약방 앞 (낮)


정박사가 약방에서 나오면 기다렸다는듯 앞으로 모여서는 유생들.


정박사 ; 다들 돌아가거라.

안도현 ; 에이 정박사, 사람이 그래도 인정이 있는지라 눈도장이라도..

정박사 ; (단호하게) 모두 돌아가 있으라 명했다.  안정이 필요한 병잘세. 내명이 있을때까진 그누구도 병사안으로 들여선 안돼. 내말 명심하게.

서리 고장복; (고개 숙이며) 염려마십시오.


정박사가 안으로 들어가자 걸오, 화난듯이 옆의 유생이 메고 있던 활통에서 활과화살을 꺼내든다.


선준 ; (걸오의 앞을 막아서며) 장의에게 가시는 거라면 그만두십시오.

걸오 ; 왜? 너도 같은 노론이다 이거야?

선준 ; 저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해결하는게 옳지 않겠습니까?


7. 약방 안 (낮)


윤희, 벌떡 일어나자 뭔가를 찾느라 탁자 밑을 보고 있다.  발이 보인다.  급히 일어서면 정박사다.


윤희 ; (놀라서) 스스승님. 저는 이제 그만 돌아가보겠습니다.

정박사 ; (은장도를 내보이며) 혹 이걸 찾고 있던거냐?  계집이냐?  대답해라 상유 김윤식, 계집이냐 물었다.


8. 명륜관 (낮)


여림 ; (부채를 접어 손에 들고 걸어다니며) 아무도 약방에 들이지 말라고 했다아.. 혜민서 의원한테도 보이지 않고 말이지.  왤까?  (한쪽 편에 누워있는 걸오에게 급히 다가가며) 자넨 궁금하지 않나?  대물녀석에게 무슨일이 생긴겐지이..어?

걸오 ; 대물?

여림 ; (쪼그리고 앉아 걸오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김윤식 말일세에.. 초선이가 인정한 양물 (손을 동그랗게 해보이며) 대물을 지녔다지 뭔가. 

걸오 ; 별..참..

여림 ; 내말이 그말일세.  그 곱상한 얼굴에 안어울리는 대물이라니.. 대물녀석에겐 뭔가 비밀이 있어.  남들이 알아선 안되는 아주 위험하고도 무서운 비밀.


9. 약방 (낮)


윤희 ; (무릎꿇고 앉아) 용서해주십시오.

정박사 ; 계집의 몸으로 성균관에 들고도, 감히 용서를 바란단 말이냐.  대체 이 성균관엔 무엇하러 들어온것이냐?

윤희 ; 살아야했습니다.  저는 그저 살고자 했을 뿐입니다.  어머니와 아픈동생을 위해 돈을 벌어야했습니다.  가솔들을 위해 과장에 선것이, 그만 이렇게 되었습니다.  진정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스승님.

정박사 ; 계집을 제자로 둔 적이 없다.  변명과 핑계만을 일삼는 반편일 제자로 둔적은 더더욱 없다.  군왕을 기망하고 강상의 도를 어지럽힌 네 가솔들의 죄는,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윤희 ; 가솔들에겐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죄를 물으시려면, 저에게만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 어떠한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정박사 ; 이 모든죄가 편모와 병든동생 때문이라 발고한 것은 바로 너다.  네게 이같은 패륜을 사주한 그들이 어찌 목숨을 구할까.  이제 알겠느냐?  변명과 핑계만으론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돌아가 처결을 기다리거라.  처결이 내려질때까지 아무도 이사실을 알아선 안된다.  그길만이 죄를 더하지 않는 길임을 명심하거라.


10. 약방 앞 (낮)


문을 열고 나오는 윤희.  기다리던 유생들, 윤희옆으로 다가온다.       


해원, 우탁, 도현 ; 윤식이, 윤식이, 어 괜찮은가?


윤희, 넋을 잃고 그냥 가버린다.


11. 활쏘기 연습장 (낮)


병춘 ; 김윤식 그자식, 묘하단 말이야.  아니, 다들 왜 그자식을 그렇게 감싸고 도는거야?

고봉 ; 그러게.  노론과 소론이 한마음 한뜻이라니..거참, 히히.

장의 ; 노론과 소론의 화합이라.. 금상이 그토록 바라던 탕평이 아닌가. (활시위를 당기며) 그 비리비리한 김윤식이 금상보단 낫군.

선준 ; (급히 장의 앞으로 오며 크게) 비겁했소!  그화살은 김윤식이 아니라 저를 겨누는 것이 옳았습니다.

장의 ; 마지막 경고다.  이제그만 노론들이 거하는 서재로 와라.  허면, 내 신례들의 수장인 하색장 자리를 네게 주마.

병춘 ; 어 장의, 그건 제자린데..


고봉, 병춘을 때린다.


장의 ; 원한다면 내 다음 장의로, 너를 천거할 수도 있다.

선준 ;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장의 ; 이래서 넌아직 애송이라는거다.  니놈의 그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니들접은, 노론, 소론, 남인, 탕평을 상징하는 접이 돼버렸다.

선준 ; 탕평이 잘못입니까?

장의 ; 탕평, 당색을 떠난 화합이라고?  허허, 난 그따위 역겨운 말장난은 믿질 않아.  (선준의 어깨를 꽉 잡으며) 탕평이란건 말이다.  소론과 남인을 등용해 힘을 합친다음, 우리 노론을 밀어내기 위한 임금의 현란한 거짓술책에 지나질 않는다.  만에 하나 이번 대사례에서 너희접이 우승이라도 하는 날엔, 너는 모든 조정신료들 앞에서 금상의 탕평을 지지한다,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되는거다.  (활시위를 당겨 선준에게 향하며) 노론을 향해, 아니 니아버지를 향해 활을 겨눌 생각인가?

선준 ; 장의 말씀이 옳습니다.  대사례에서 저희접이 우승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장의 ; 그래서?

선준 ; 꼭 해야겠습니다, 우승.

장의 ; 뭐라?

선준 ; 금상의 탕평책이 역겨운 말장난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장의께서 지나친 독단과 권력욕에 빠진 것인지, 해보지 않고서야 어찌 알겠습니까?

장의 ; 그래 해보시게, 몸으로 배운 것은 절대 잊을수 없는 법이니까.


12. 명륜관 (낮)


윤희, 힘없이 문을 등진 채 들어와 문을 닫는다.

힘없이 생각하며 걷는다.


ㅌ(정박사) : 계집의 몸으로 성균관에 들고도..


13. 회상 (의약방)


정박사(무릎꿇고 앉은 윤희의 앞에 서서, 엄하게) : 감히 용서를 바란단 말이냐

  

14. 명륜관


흐느끼며 주저앉는 윤희.

다리를 모아 잡고 쭈그린 자세로 다시 생각하는 윤희.


E (정박사) : 군왕을 기망하고...


15. 회상 (의약방)


정박사 : 강상을 어지럽힌 너와 네 가솔들의 죄는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16. 명륜관


윤희 ; (고개숙여 작은 소리로) 흐흑흑


책상 몇 개 건너에 누워 있는 걸오, 윤희의 모습을 보다 일어나 앉는다.

윤희, 걸오를 발견하고 눈물을 급히 닦는다.


걸오 ; 꼴에 사내라고 눈물은 들키기 싫은 모양이군. 


윤희, 급히 일어나서 나가려 한다.


걸오 ; (얼른 일어서서 윤희의 어깨를 한손으로 잡으며) 있어.  없어져줄테니까. (윤희를 등지고 걸어가다 멈춰서서) 어이, 대물. 거좀 시원하게 울어라, 사내자식이.


윤희, 손으로 입을 막고 펑펑 운다.


17. 명륜관 앞 (낮)


걸오, 걸어 나오다 명륜관을 잠시 돌아본다.


18. 정자 밑 (낮)


걸어 오는 장의 일행, 정자 위로 올라간다.


병춘 ; 미친놈, 꿈도 야무지지 (정자 위로 올라가며) 우승? 지들이 어떻게 우승을 넘봐 감히.


19. 정자 위 (낮)


장의 부터 정자 위로 올라오는 장의 일행.

    

병춘 ; 명사수, 우리 장의께서 여기 떡하니 버티고 계신데.. 헤헤

고봉 ; 걱정마십시오. 이선준이 아무리 날고긴다해도 우승은 하늘의 별따기.


걸어오던 장의 얼굴 바로 앞으로 화살이 날아와 정자의 기둥에 꽂힌다.


고봉 ; (놀라서 앉으며) 어메!


활을 던지고 장의쪽으로 걸어오는 걸오.


강무 ; (걸오를 막으려 하며) 무슨 짓이야?

걸오 ; (강무를 뿌리치고 장의 앞으로 걸어와서) 기분이 어때?

장의 ; 이게 뭐하는 짓이냐?

걸오 ; 사람목숨 가지고 함부로 장난치는거 당하는 기분이 어떤지 (장의의 이마를 툭툭 치듯 누르며) 똑똑히 잘 기억해둬라.


장의, 그런 걸오의 손목을 잡는다.


걸오 ;  아니면 다음번에 (반대손으로 장의의 가슴팍을 치듯 잡으며) 여기에 새겨주는 수가 있으니까.  (걸어서 정자를 내려간다)

병춘 ; (걸오를 가리키며)  아니 저자식 저거...


걸오를 쫓아가려는 강무를 손으로 막는 장의.


20. 존경각 (해질녘)


존경각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준, 둘러본다.  몇몇 유생들 삼삼오오 모여 존경각에서 책을 읽고 있다.  그중 한 명이 기둥에 기대 앉아 책을 읽는 뒷모습, 꼭 윤희 같다.


선준 ; (윤흰줄 알고 다가서서 헛기침) 음흠흠..


돌아보는데 윤희가 아닌 다른 유생이다.

   

겸연쩍어하며 문열고 나가는 선준.


21. 중이방 (초저녁)


문이 열리고 선준, 들어온다.  걸오 혼자 누워 콩주머니를 위로 올렸다 받았다 하고 있다.  다시 나가는 선준.


22. 성균관 마당 (저녁)


선준, 걸어 가는데, 윤희, 댓돌을 내려서 선준옆을 지나쳐 간다.


선준 ; 괜찮소?


서는 윤희.


선준 ; (돌아서 윤희의 뒷모습을 보며) 몸은 이제 괜찮은게요?


윤희, 선준을 등진 채 고개를 힘없이 끄덕끄덕 한 다음, 걸어가버린다.


23. 정박사 방 앞 (저녁)


정박사, 방에서 나와 책자를 보고 잠시 섰다.


여림 ; (기둥 뒤에서 나오며) 무슨 병일까요? 김윤식. (꾸벅 인사하고) 안정이 필요한 병자다, 병사엔 개미 한마리 얼씬 못하게 하시곤.  (들고 있던 병부를 펼쳐 보이며) 약을 처방하지도, 헤민서 의원을 부르지도 않으셨습니다.  뭐 여기까진 괜찮습니다.  약도 의원도 필요없는 가벼운 병증이다.. 넘어가 드리죠.  (병부의 어느 부분을 짚어 보이며) 허나 여기. 진맥을 짚은 기록도 남기지 않으셨네요오.. 왤까요?

정박사 ; 재밌군.  계속해보게.

여림 ; 첫째, 박사 정약용의 직무태만이거나? 둘째, 김윤식의 병증은 결코 기록을 남길 수 없는, 뭐... 성균관에선 결코 수학할 수 없는 몸이거나, 둘 중 하나라는 말인데...

정박사 ;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여림 ; 진실을 알고 싶은 학인의 순수한 열정 아니겠습니까?

정박사 ; 열정엔 책임도 따른다 라는걸 알고 있나, 구용하 상유?  성균관 약방 병부는 일개 유생이 사사로이 열람할 수 없는 의과 기밀사항일세.  이 사실이 잘못 세어나갔다간 자넨 장 열대의 처벌을 받게 될텐데...

여림 ; 아이,,저,,스승님.

정박사 ; 제자의 허물은 덮어야겠지.

  여림 ; (고개숙여 병부를 내밀며)아,, 존경합니다, 스승님.


24. 좌의정 방 (밤)


소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좌의정과 병판.


좌의정 ; 문제는 대사례가 아닙니다.  (종이를 병판에게 주며) 이조에서 나온 요며칠, 금상의 독대기록입니다.

병판 ; (문서를 보며) 정약용.. 정약용.. 정약용?

좌의정 ; 가장 총애하는 정약용을 성균관으로 보내고.. 아비를 기려 대사례를 하겠다고 공헌을 했습니다.  그리곤, 정약용에게는, 매일 밀명을 내리고 있습니다.  내가 어리석었어요.  박사 정약용은 좌천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25. 사당 안 (밤)


정박사, 지방들을 손으로 만지며 둘러보며 생각한다.


F (정박사) ; 사생취의.. 목숨을 버리고 의를 따른다 하셨습니까?  스승님을 따르기엔 전 아직 한참 부족한 모양입니다. (스승님의 유지가 적힌 지방을 만진다) 


26. 사당 앞, 마당 (밤)


정박사, 마당을 거닌다.


F (정박사) ; 금등지사도, 윤희 그아이의 일도, 제가 풀기엔 너무 어려운 주제가 아닙니까? 스승님!


27. 회상 (대갓집 마당)


눈 덮인 마당을 걸어오다 대청마루에 앉은 어린 윤희의 뒷모습을 보는 젊은 정박사.


E (윤희부) ; 맹자왈, 천장강대임의시이면..

E (어린 윤식) ; 천장강대임의시이면, 하늘이 장차 이사람에게 큰일을 내리려 할때

윤희 ; (손이 시린지 손끝에 입김을 불며, 붓글씨를 쓰며, 작게) 하늘이 장차 그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 

E (윤희부) ; 필선고기심치하여, 녹이궁궐하며 

윤희 ; 필선고기심치하며, 녹이궁궐하며, 반드시 먼저 그로 하여금 마음을 괴롭히고

E (어린 윤식) ; 필선고기심치하며, 녹이궁궐하며, 반드시 먼저 그로 하여금 마음을 괴롭히고 

정박사 ; (윤희옆 마루에 앉아) 예서 뭐하는게냐?

윤희 ; (검지를 입에 대어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며) 쉿! (한손에 입김을 불며, 다른 손으로 계속 붓글씨를 쓴다.)

E (윤희부) ; 악이체부...궁핍기신..

E (어린 윤식) ; 악이체부...궁핍기신..

정박사 ; 그렇게 추우면 글공부는 방에서 하면 될게 아니냐?

어린 윤희 ; 어머니께서 계집에게 글공분 독이라 안된다 하십니다.

정박사 ; 허면 그만두거라.  춥지도 않고 좋겠구나.

어린 윤희 ; (고개를 들어 정박사를 보며) 참으로 이상하십니다.  어찌하여 제뜻은 묻지 않으시고 어머니뜻을 따르라하십니까?  저는 어머님이 아니고 저인 것을요.

정박사 ; 힘들어보이니 하는 말이다.

어린 윤희 ; 덕분에 이동네에서 필산 제가 제일 빠른걸요.

정박사 ; 니이름이 무엇이냐?

E (윤희모) ; 아니, 윤희 너 오늘 도냐?


윤희와 정박사 돌아보면, 윤희모, 대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정박사를 보고 절을 하고 들어간다.  윤희는 정박사 뒤로 숨는다.


어린 윤희 ; (정박사 뒤에서 나오며) 김윤희! 김윤흽니다, 제이름.


28. 동이방 앞 마당 (밤)


생각에 잠겨 거닐다 동이방을 보는 정박사.


29. 동이방 안 (밤)

 

가운데 윤희 누웠고 눈뜬 채다.  양옆에서 비스듬히 바깥으로 시선두고 누운 선준과 걸오도 눈뜬 채다.  


30. 금상의 집무실 (낮)


정조 ; (장부의 김윤식 이름을 짚어보며) 정녕 녹빛홍안, 그 김윤식이 김승윤의 아들이란 말인가?

영의정 ; (옆에 섰다가 대답이 없자) 허어 이보시게 정박사.

정박사 ; 그러하옵니다, 전하.

정조 ;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배포라 했어.  어-허허허헛헛헛허.  피는 못속인다더니 아비를 닮은게로군.  내 그아이를 만나야겠다.

정박사 ; (놀라서) 예?

정조 ; 아비를 지켜낸 금등지사를 이제 그, 아들이 찾아내는 것인가.

정박사 ; 아니되옵니다, 전하.

정조 ; 아니된다?

정박사 ; 전하, 금등지사를 찾는일은, 이나라 조선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일이옵니다.  그일을 맡기기엔 김윤식은 아직 부족하고, 그저 나이어린 유생일뿐입니다. 

정조 ; 그대가 도와주면 되지 않겠나?

정박사 ; 무엇보다 김윤식은.. 아비의 일을 모르고 있사옵니다.

정조 ; (안경을 벗고 일어서서) 과인의 일에 반기를 드는일이 없던 그대다.  그런 그대의 충언이니 이번엔 내, 이유를 묻지않고 따르도록 하지.


정박사, 고개를 살짝 숙인다. 


정조 ; 쓰어-음-(미소띄며) 대사례날까지 기다리기가 점점 힘들어지는군.  허허허허허허


31. 성균관 일각 마당 (낮)


선준 ; (활을 윤희에게 주며) 대사례까지 연습시간을 대려면, 서두르는게 좋겠소.

해원 ; 야, 대물은 병자라고오.

선준 ; 정박사께서 다 낫지않은 병자를 약방에서 내보내셨을리 없네.  (윤희를 보며) 그렇지 않소?

우탁 ; 그렇게 우승이 탐나는게냐?

도현 ; 그만두게, 대물. 안색이 꼭 죽을날 받아놓은 상일세에.


32. 회상 (약방, 낮)


정박사 ; 처결이 내려질때까지 아무도 이사실을 알아선 안된다.


33. 성균관 일각 마당 (낮)

 

윤희 ; 연습, 하겠습니다.


34. 활쏘기장 (낮)


윤희, 화살을 당기다 떨어뜨린다.


선준 ; 다시.


윤희, 또 힘겹게 화살을 당기다 떨어뜨린다.


선준 ; 다시.


윤희, 당기다 또 떨어뜨린다.


선준 ; 다시.

윤희 ; (당기다 또 떨어뜨리고 손깍지가 아픈지) 아앗.

선준 ; 다시.


윤희, 다시 당기다 떨어뜨리고 손이 아픈지 입에 대는데.


선준 ; 다시.


윤희, 활시위를 당긴다.


선준 ; 다시.


윤희, 활 들고 생각한다.


35. 회상 (과거장, 낮)


정조 ; 성균관으로 가거라.


36. 회상 (윤희집앞, 낮)


윤식 ; (자신의 호패를 내밀며) 어이 김윤식, 이름값 꼭 하고 오는거다.


37. 활쏘기장 (낮)


윤희, 생각에 빠진 모습이다.


선준 ; 다시.


윤희, 화살을 집어 다시 활시위를 당긴다.


38. 회상 (성균관 앞마당, 밤)


여림 ; 김윤식을 성균관 유생에 명한다. (유생복을 내민다)


유생복을 감개무량하여 받는 윤희.


39. 활쏘기장 (낮)


생각에 잠긴 윤희 얼굴.


40. 회상 (명륜관, 낮)


정박사, 항아리에서 천들을 꺼내고 그곳에 손으로 불을 붙인다.  유생들 박수친다.


정박사 ; (웃으며) 재미없었나?

윤희 ; (밝게 웃으며) 재밌습니다.


41. 활쏘기장 (낮)


슬픈 표정의 윤희.


E (윤희) ; 재밌습니다.


42. 회상 (거리, 밤)


선준 뒤에 서 있다.


윤희 ; (선준을 등진 채 앞에 서서, 밝은 표정으로) 논어가 그렇게 재밌는 책인지 정말 처음 알았소.


43. 활쏘기장 (낮)


활을 잡고 생각중인 윤희.


선준 ; 다시.


화살을 재고 다시 활시위를 당기는 윤희.


44. 회상 (약방, 낮)


정박사 ; 계집이냐?

윤희 ; (무릎꿇고 앉으며) 용서해주십시오.

정박사 ; (냉정하게) 계집을 제자로 둔 적이 없다!  군왕을 기망하고 강상의 도를 어지럽힌 네가솔들의 죄는,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45. 활쏘기장 (낮)


활시위를 재다, 손을 다치는 윤희. (아앗)


선준 ; 다시.


다시 활을 떨어뜨리는 윤희.


선준 ; 다시.


멀리서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유생들.


해원; 아주 애를 잡는구나, 잡어.

우탁 ; 우승하고 싶겠지.  임금 앞에서 진정한 문무겸재원이라 입증하고 싶어서.

도현 ; 독한놈. 앉은 자리엔 풀도 안날 놈.

선준 ; 다시.


걸오, 나무가지위에 누워 있다.


E (선준) ; 다시.


46. 대성문 앞 마당 (낮)


마당을 쓰는 반인들의 빗자루질에 먼지가 인다.  그걸 앉아서 가리키며 지켜보는 대사성.


대사성 ; (일어서서) 전하께서 밟으실 땅이네.  먼지하나 있어선 안돼에!


의자를 들고 오던 사람들 의자를 떨어뜨리려 하는 순간, 대사성 급히 달려가서 의자를 몸으로 받친다.


대사성 ; 전하께서 앉으실 의자야. 티끌만한 흠집도 있어선 안돼!


47. 부엌 (낮)


식기를 닦는 여인들.  그사이를 걸어가는 대사성.


대사성 ; 전하께서 드실 식길세.  (그릇 하나를 검지로 훑어보며) 고추가루 하나도 묻어 있어선.. (티끌이 묻은 손가락을 여인에게 보이며) 죽을래?


48. 대사성 방 (낮)


대사성 ; (방으로 뛰어 들어와 만세 자세를 취하며) 만세!  전하께서 성균관엘 오시네.  이 최신묵이를 보고자 말일세, 허 하하하하하하.

고장복 ; (문앞에서) 헌데 영감아, (술 마시는 시늉을 하며) 주연준비는 안하십니까?

대사성 ; (놀라서) 헛.


49. 연회장 마루 (낮)


술잔을 따르는 예쁜 기생.    


대사성 ; (앞에 상을 두고 앉아 술잔을 받아 마시며) 통.

고장복 ; (마루 앞에 서서 붓글씨를 쓰며) 통.


50. 연회장 전경 (낮)


51. 연회장 마루 (낮)


가야금을 타는 못생긴 기생.


대사성 ; 불통.


다른 못생긴 기생이 앞에 앉는다.


대사성 ; (불통,, 하려다가 기생이 상위에 돈주머니를 얹자) 통.

고장복 ; (좀 의아하다는 고개짓을 하며) 통.

대사성 ; (다른 기생을 보자마자) 불통.

고장복 ; 불통

기생 1 ; (북을 치며) 그때 춘향이..

대사성 ; 불통.

고장복 ; 불통.

기생 2 ; (북을 치며 춤을 추면서) 날좀 보소..

대사성 ; 불토옹!

고장복 ; 불토옹!


초선이 나타난다.


대사성 ; 통, 대통, 특대통. (초선에게 달려 다가온다.)

초선 ; 그날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성균관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영감.

대사성 ; 서성균관을, 자네가 직접 말인가?

초선 ; 금상께서 오시는 대사례가 아닙니까.

대사성 ; 고맙네.  전하께서 각별히 당부하신 일이니, 실수없도록 하게, 응?

초선 ; 여부가 있겠습니까.


52. 초선 방 (낮)

 

여러 한복천을 서 있는 초선의 몸에 대보는 각시 둘.

초선, 비녀를 머리에 대본다.  장신구 장사치가 앞에 앉아서 여러장신구를 보인다.

초선, 분첩을 든다.


초선방문앞의 커텐 밖에선 기생2.


기생1 ; 초선형님이.. 빠져도 단단히 빠진게지.  그 고운선비한테.

기생2 ; 오기 지.  승부근성엉.  신방례때 이후로 발길 한번 한 적 없잖어.  아마 초선형님 기녀인생에 그런사내 처음일껄.


면경을 보며 분첩을 바르는 초선.


기생1 ; 음.. 오기라구.  저렇게 고운 얼굴로 오기를 부리는 계집도 다있나?


면경 속 초선의 얼굴이 웃고 있다.


53. 활쏘기장 (낮)


힘겹게 활시위를 당기는 윤희.  활시위를 놓다가 얼굴에 활이 맞는다. 


윤희 ; (두손으로 활맞은 뺨을 만지며) 아앗.  (손을 내리며) 그만, 그만두겠소.

선준 ; (팔짱을 끼고 그 옆에 서서) 아직 시작도 안했소.

윤희 ; 지쳐서, 지쳐서 더는 못해 먹겠다고.

선준 ; 지쳤다는 말이 잘도 나오는군.  김윤식. 넌 지금까지 단한번도 활을 제대로 잡은 적이 없어.  대체 언제까지 남의옷 입은듯 억지로 활을 짊어맬 생각인가?  왜 똑바로 과녘을 마주볼 생각을 하질 않지.

E (걸오) ; 어이 노론.

걸오 ; (선준과 윤희 쪽으로 다가와서, 선준을 노려보며) 니머릿속은 온통, 어떡하면 왕의 인정을 받을까? 그생각뿐이냐.  출세, 권력 뭐그딴거 말고는 아는게 없지?  영락없는 노론새끼.

선준 ; 사형.

걸오 ; 화살이 머리통을 날릴뻔 했다.  이자식 겁먹은거 안보여?  (데려가려 윤희의 팔을 잡는 걸오)

선준 ; (그런 윤희의 팔을 잡아 제어하며) 두렵다고 이대로 돌아선다면, 다시는 활을 잡을수 없을겝니다.        


멀리서 숨어 이들을 보다 키득거리는 고봉과 병춘, 간다.


선준 ; 변명과 핑계로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소.

윤희 ; (둘의 손을 뿌리치며) 변명이라고 핑계라고 쉽게 말하지마.  나한텐 너무 절실했으니까!  니가 활쏘면서 유유자적할 시간에, 난 먹고살기 바빠서 활같은건 만져보지도 못했다.  넌, 말이 필요없는 이선준이고, 난, 가문이라곤 내세울것도 없는 남인출신에다가, 아비얼굴은 기억도 안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김, 윤식이니까.

선준 ; 그러니 기회를 잡으란말이다.  대사례에서 우승한다면 출세할길도 열린다했다.

윤희 ; 그래서, 이번에도 날 위한 일이라는거야, 지금.  너때문에 내인생이 어떻게됐는지 알기나 해?  넌, 니가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다 바꿀수 있다고 생각하지?  사실은 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르는, 귀하신 도련님 주제에.  출사라고?  기회를 잡으라고?  너한테는 너무나 당연한 그기회가, 나한테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구쳐도 불가능한, 기적. 기적이란 말이야.  알아?  다시는 내앞에서 잘난척하지마. 죽여버리고 싶을테니까.       (가버린다.)


선준, 급히 윤희 뒤를 따라 간다.  누군가의 손이 세워져 있는 막대기들를 묶어놓은 줄을 칼로 자른다.  그 나무들이 선준의 어깨를 치며, 선준과 함께 넘어진다.

돌아보는 윤희.  “선준” 부르며 달려오는 유생들.      


54. 약방 (낮)


약방 밖에서 유생들, 윤희 약방 안을 근심스럽게 지켜본다.


정박사 ; (선준의 어깨에 붕대를 감아주고, 붕대 감은 어깨를 살펴보며) 뼈에는 이상없을걸세.  허나,, 아무래도 이번 대사례엔...

대사성 ; (요란스럽게 들어오며) 아니, 아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그래애.  어 저 생각같아서는 내어깨죽지라도 빌려주고 싶은 심정일세.  복위,, 식당에 일러 오늘이후에 모든탕국은 사골국으로 준비시키게! 어.  아유우 정말.

선준 ; 대사롄.. 가능하겠습니까?

대사성 ; 그거는 염려를 놓으시게.  아, 부전승이란 이럴때 쓰라고 있는게 아닌가.  준우승까지는 내 부전승으로다가 쫙...

선준 ; (정박사를 보며) 박사님이..

정박사 ; 대사롄.. 힘들걸세.

대사성 ; 아- 누구 짚이는 위인 없나? 자네를 이렇게 만들만큼 원한을 샀다던가 뭐 이런.

E (배해원); 이선준한테 원한산놈이 어디 한둘이야?


55. 동재 마당 (저녁)

마당에서 각자의 세수대야에 씻고 있는 유생들.


김우탁 ; 그러게.. 혹시 니가 범인아냐?  옛날부터 앙숙이었다며?

배해원 ; 체, 아니, 이자식이 사람을 뭘로 보고 진짜.  야, 원한산걸로만 치면 우리중에 대물이 최고지이.  아까거 지독하게 훈련시키는거 못봤어?  나라도 죽이고싶겠두만.  (옆의 윤희를 보며) 안그래 대물?


발씻던 물을 혜원에게 끼얹는 도현.


배해원 ; (질겁하며) 아, 발. (윤희의 침울한 표정 보고, 아실수했구나 하고 자기입을 손으로 막으며) 아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아, 그런데 누군지 진짜 궁금하네, 그지?    


세숫물에 얼굴을 담그는 윤희.


56. 장의방 (밤)

부채를 들고 섰는 여림.


장의 ; 흐흣흣흣흣.  그러니까 내가 아이들을 시켜 이선준의 팔을 묶어났다.. 그놈이 대사례에서 우승이라도 할까 두려워서, 이 하인수가?  그런말인가?

여림 ; 머 말하자면 다들 의심들은 할수도 있다.. 그런 말일세.

장의 ; 저녀석들은 그만 배포가 없고, 저녀석은 그런 꼼수는 모르는 놈이다.  그리고 난, 그럴만큼 어리석지 않아.  내가 이선준을 잡을생각이었다면, 지금껏 기다리지도 않았다.  난 성균관장의다.  그런 애송이가 내상대가 될것 같으냐?  청금록에서 영삭시킬수도 있고, 반병신을 만들어놓을수도 있어.

여림 ; 아유 무서워라.

장의 ; 내가 바라는건 이선준그놈이 내게와 스스로 복종하는거다.  내사람이될 기회를 주고 있는거라고.


57. 활쏘기장 (밤)

활쏘기장에 앉아서 생각하는 선준


58.유생방 마루 (낮)

기둥에 숨어서 누군가를 보는 유생들.


해원 ; 독종

우탁 ; 옹고집

도현 ; 미친놈


활을 옆에 두고 마루에 걸터앉아 신발을 신으려는 선준.


순돌 ; (방에서 나오며) 되련님이.


유생들, 선준쪽으로 온다.


해원 ; (걸어오며) 아니, 그꼴로 속사를 하겠다는거야?  오른팔은 들지도 못하면서.

도현 ; 제정신인가?

순돌 ; (속상한 얼굴로 화살과 활을 챙기며) 되련님, 댁으로 뫼셔갈라고 이순돌이가 안왔소오.


윤희, 유생들과 반대쪽에서 들어온다.


선준 ; (윤희를 발견하고 활과 화살을 들고 윤희쪽으로 가서 왼손으로 활시위를 당겨보며)  이 왼팔은 오늘처음 활을 잡는 신참이다, 김윤식 너처럼.  난 이 왼팔로 몰기를 해볼 생각이다.           

해원 ; 몰기라니?

우탁 ; 한번에 화살 다섯대가 모두 홍심을 뚫는 최고 경질세.

해원 ; 곧죽어도 잘난척은.

도현 ; 왼손으로 몰기라.. 허, 차라리 기적을 바라는게 낫겠네.

선준 ; 기적이 필요하다면 난 만들 생각이다.  만약 내가 몰기에 성공하면, 김윤식 그땐, 다시 활을 잡는거다.  난 대사례에 나가야하고 그러기위해선, 니가 필요하니까. (간다)

순돌 ; (선준을 쫓아가며) 도련님이..


59. 효은방 (낮)


효은 ; (누웠서 얘기책 읽다 놀라 벌떡 일어나며) 뭐야? 도련님께서 정말, 화살을 맞고 쓰러지셨단 말야?

효은몸종 ; 에이 아이 그건 아니구요.  활쏘기연습을 하러가셨다가 그옆에 있는 나뭇토막들이 우르르르하고 쏟아...


효은, 급히 일어나 방을 나간다.


60. 병판방 (낮)


병판 ; (서성이며) 금상이 정약용을 성균관에 보냈다.. 왜?  금상이 정약용에게 밀명을 내린다, 뭐얼?  답이 안나오네, 답이.  음음음. (돌아서다가 뒤에 서있는 효은을 발견하고 놀란다.)

효은 ; (어느새 병판뒤에 서서) 갈거야 나. 

병판 ; 어딜?

효은 ; 성균관.

병판 ; 그길 니가 왜가?

효은 ; 대사롄 어쩔거야? 이대로 가만있으면 어떡해.

병판 ; 아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효은 ; 명색이 오라버니가 성균관 장읜대.. 대사례 연습하는 유생들 간식도 좀 넣어주고 그래야하는거 아니야, 우리가?

병판 ; (손사례를 치며 앉는다) 이애비, 너아니라도 지금 머리가 아주 복잡해요.

효은 ; (따라 맞은편에 앉으며) 아버지이.. 그렇게해요, 우리.  내가 다알아서 준비할게요.

병판 ; 안돼임마.  게다가 성균관이 어디라고 함부로 계집애가 가겠다고 나서, 나서길.

효은 ; (토라져 돌아앉으며) 치이, 이.   

병판 ; 이거 언제언제 철드나 이거, 어.  성균관이 무슨 지놀이터도 아니고.

효은 ; (토라져 일어서 나가려 하며) 치이.

병판 ; 야아, 효은아.

효은 ; (볼매서) 왜요?

병판 ; (효은에게 손짓하며) 니가 다 준비하는거다.

효은 ; (기뻐 다시 다가와 앉으며) 아부지이.. 히히.

병판 ; 장의집에서 인심한번 쓰지머, 자여연스럽게, 허허허.


61. 활쏘기장 (낮)

왼손으로 활시위를 당겨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다시 당기는데 화살이 툭 바닥에 떨어진다.  그걸 지켜보고 있는 유생들.


62. 명륜관 (낮)

정박사과 수업중인 유생들.


정박사 ; 자왈, 교언영색이 선의인이니라.

유생들 ; 자왈, 교언영색이 선의인이니라..


그중에도 밑에서 왼손으로 줄을 당기고 있는 선준.  그것을 보는 윤희.


63. 활쏘기장 (낮)

활쏘기 연습하는 선준.


64. 명륜관 (낮)

수업중 손에 깍지 낀 채 책장 넘기는 선준.


65. 활쏘기장 (낮)

힘겹게 활시위 당겨 쏘는 선준.  과녁이 그려진 판자의 가장자리에 화살이 꽂힌다.

그장면을 보고 박수치는 해원, 우탁, 도현.


도현 ; 아아, 이선준.


66. 활쏘기장 (밤)

나뭇가지위에 누워 활시위 당길때 끼는 깍지를 깍고 있는 걸오.

활쏘기장에서 활시위 당겨 쏘는 선준.  화살이 과녘에 꽂힌다. 3번째로 과녘에 꽂힌 화살이다.

멀리서 그걸 보는 고봉과 병춘, 그리고 다른 한켠의 윤희.


병춘 ; (놀라서 고봉에게 속삭이는) 저자식 저거 미친거아냐?


67. 활쏘기연습장 다른곳 (밤)

장의, 화살을 쏘면 과녘의 중앙에 맞는다.


여림 ; (다가오다 그걸 보고 박수치며) 아아! 야아. 원대로 됐군.  이선준과 승부를 낼수 있게 됐어.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화살만 쏘는 장의.  화살은 계속 홍심을 뚫는다.


여림 ; (또 박수치며) 기뻐할줄 알았는데.. 뜻밖이야. (화살이 또 홍심을 뚫자 감탄하여 박수치며) 아아!  걱정말게 저실력으로 이선준은 자네상대가 못돼.  게다가 걸오도 돕질 않을테고.

장의 ; 그게 더 기분이 나빠.  왜 승산없는 싸움에 목숨을 거냔 말일세.  난 그런 미련한 종자들이 아아주 비위에 거슬리거든. (화살 쏜다.)


여림, 박수친다.


68. 활쏘기연습장 다른곳 (밤)

활시위를 당겨 쏘는 선준.


고장복 ; (다가와 애타게) 대사성 영감께서 신신당부 하셨다니까 그러시네.  불을 꺼놔야 포기하실거라고요.  그러니 오늘은 그만좀 쉬십시오.


그래도 계속 활을 쏘는 선준.


E (동재방장) ; 임금 앞에서..


69. 성균관 일각 마당 (밤)

 

동재방장 ; 꼭 활을 들어야겠다 이거지.  노론이면 노론답게 굴것이지, 왜 우리 소론들까지 지 들러리를 만들어놔.

소론유생 1 ; 아예 확 다리를 부러뜨려놨어야 하는게 아닌가 어?

걸오 ; (나무위에서 세게)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내려선다)

동재방장 ; 걸오.

걸오 ; 이선준을 저지경을 만든게 니놈들이다아?

동재방장 ; 비밀 지켜줄거라 믿네, 자네도 소론아닌가?

걸오 ; 입을 닫아달라?  (주먹으로 동재방장의 얼굴을 친다) 입을 닫아달라고?  왜? 쪽팔린줄들은 아냐?

동재방장 ; 문재신.

걸오 ; 한마디만 더해라, 다시는 그입못놀리게 해줄테니까.


70. 활쏘기 연습장 (밤)

바람부는데 여전히 연습중인 선준.  숨어서 지켜보는 윤희.  다른한켠의 걸오.

화살을 쏘는 선준.  점점 홍심에 가까워지는 화살.

그걸 보다가 생각에 잠기는 윤희.


71. 회상 (낮)


선준 ; 기적이 필요하다면 난 만들 생각이다.


72. 활쏘기 연습장 문 앞 (밤)


여림 ; (윤희의 뒤에서 보는 여림)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나 대물?

윤희 ; (돌아서 그런 여림을 발견하고) 아, 사형.  사형께서는 왜여기 성균관에 계십니까?

여림 ; (진지하게) 아, 나. 나야, 이답답한 조선사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신분질서에 저항하기 위해서지.  (표정 코믹하게 바뀌며) 아이, 어쩌겠나아... 과거를 보지않으면 첩을 둘수 없다니까, 내 하는수없이 이 생활을 견딜수밖에.


힘없이 걸어가는 윤희.  그모습 보며 허탈한 웃음짓는 여림.


73. 동이방 (밤)


도포를 입고 앞에 가지런히 개켜놓은 유생복을 보며 생각하고 앉은 윤희.


74. 박사방 (낮)

반인들, 청소중이다. 


윤희 ; (한반인에게) 정박사님을 뵈러왔네.

반인1 ; 앞방에 계신가?  예서 기다려보십시오.


책을 보고 있는 윤희.


유박사 ; (그런 윤희 뒤에 서서 손가락으로 등을 찌르며) 욕성기의자.

윤희 ; 예에?

유박사 ; 욕성기의자 다음. 

윤희 ; 선취기지.. 입니다.

유박사 ; 무슨 뜻이냐?

윤희 ; 생각과의지가 진실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식에 이르러야 한다.  격물치지의 뜻을 설명하는 글귀입니다.

유박사 ; (자신의 책장으로 걸어가며) 김윤식, 대통. 

윤희 ; 예에?

유박사 ; 이달 순두정강(자막 ; 성균관 유생들이 매달 10마다 보는 제술시험)시험에서 대통을 받았단 말이다.  강독에 막힘이 없었으니 통에, 예습한 정성이 또한 통이다.

윤희 ; 제 이름은 어찌 아셨습니까?

유박사 ; (의자에 앉으며) 주해본에 적어놓은 신민에 대한 니녀석 견해가 뭐 쓸만했다.  가져가거라.  내가 성균관에 들어오던해 내스승께서 주신 책이다.

윤희 ; (자신이 들고있던 책을 보며) 제가 갖기엔.. 너무 귀한 물건입니다아.

유박사 ; 허면 너도 훗날 똘똘한 제잘 만나, 물러주면 될게 아니냐.

E (도현, 해원, 우탁) 김윤식, 대물, 김윤식, 대물, 김윤식, 대물...

유박사 ; 나가서 전하거라.  실내정숙위반 감점 1점씩이라고 말일세.


윤희, 기쁜표정으로 숙여 절한다.


75. 박사방 앞 마당 (낮)

소나기 내리는 마당.  유생들 책을 머리위에 들고 김윤식, 대물을 부른다. 

윤희가 안에서 나오자 유생들, 윤희를 잡고 “어서 어서” 하며 데리고 간다.


76. 활소기 연습장 (낮)


연습장 문에 많은 유생들 모여서 선준이 빗속에서 활쏘기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윤희 일행 들어선다.


도현 ; 여보게들 비켜주게나.

순돌 ; (윤희를 발견하고 다가와 울듯) 선비님, 우리되련님좀 말려주쇼.  저러다 병이라도나면 이순돌이 경을칠텐데... 하여간 고집은 돼지발톱이 따로 없당게요오..

윤희 ; (선준에게 다가가서, 강하게) 지금 뭐하는거요? 이빗속에서, 그것도 성치못한 몸으로.

선준 ; 말했을텐데. 기적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만들어주겠다고.

윤희 ; 나도 분명히 말했지.  더는 내일에 아는척하지 말라고.  나한테 나한테 왜이러는거요?  대체왜에?

선준 ; 봐. 니가 비웃는 노론의 아들로 사는것도 그리 유쾌하고 신나는 일은 아냐.  이세상 그누구도 부모를 선택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나진 않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단하나뿐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그것뿐이야.  몰락한 가문의 자식이라했나?  세상이 멋대로 씌운 굴레니, 억울하기도 하겠지, 불평도 하고싶겠지, 그래서, 평생 그렇게 억울해하며 니자신을 가여워하며 살테냐?

윤희 ; 니가, 니가 나에 대해서 뭘알아?

선준 ; 그래, 굴레를 씌운건 고약한세상이지만 그걸 벗는건 김윤식, 니몫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과녘앞에 서기마련이다.  활을 다 쏠때까진 누구도 그앞을 벗어날 수 없어.  뭣보다 김윤식, 구부러진 화살로는 결코 과녘을 쏠수 없다.  (간다)


윤희, 비맞고 섰고, 선준 나가는데 걸오와 마주친다.  선준 나간다. 


걸오 ; (윤희 뒤에 와서) 어이 대물, 이렇게 맥없이 당하는거 맘에 안들어.  잘들어라, 대물.  앞으론 저자식이 됐든 누가됐든 너한테 손가락질을 하면 넌, 주먹질을 하는거다.  이렇게.  (윤희의 주먹을 쥐어준다.)

윤희 ; (손을 보면 깍지가 있다.) 이건?

걸오 ; 이젠 안 아플거다.  (윤희손을 잡고 과녘을 향해 활시위 당기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탕.


윤희, 과녘을 보면 홍심에 화살 5개가 꽂혀있다.  놀라서 보다가 어딘가로 달려 나간다.


걸오 ; 어이 대물.


77. 대성전 (낮)

달려가는 윤희.


78. 약방 (낮)

정약용 약을 저울에 달고 있다.


윤희 ; (문열고 급히 뛰어들어오며) 나갈수 없습니다.  아니 나가지 않겠습니다.

정약용 ; 뭐라?

윤희 ; 스스님께선 절대로 절, 성균관에서 내치실수 없습니다. 김윤식이란 제이름은 제것이 아니나, 전하께서 홍정을 내리신 그 시권은, 분명 제가 지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제게 성균관에서 거관수학을 명하신것도 분명, 전하이셨습니다. 헌데 어찌하여 제게만 잘못을 물으십니까?

정박사 ; 네방자함이 이제 전하를 욕보이고자 함이더냐?

윤희 ; 저는 다만 제죄가 무엇인지 여쭙고자합니다.  학문은, 백성을 위한 것이라 하셨습니다, 계집은 백성이 아닙니까?

정박사 ; 학문이 뜻이라면 사가독서만으로도 충분하다.  성균관은 출사하여 관원이 될 이를 길러내는곳이다.  계집에겐 가당치 않은 일이다.  

윤희 ; 남녀가 유별하기 때문입니까?

정박사 ; 그렇다.

윤희 ; 허면, 다르지 않다면 어찌됩니까?  계집인 제가, 다른유생들과 다르지않다면 그땐, 어찌되는 것입니까?

정박사 ; 뭐라?

윤희 ; 스승님께선 학문이란 되묻는것이다, 세상의 당연한 이치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정박사 ; 하고싶은 말이 무엇이냐?

윤희 ; (무릎꿇고 앉으며) 기회를, 기회를 주십시오.  살아 처음입니다.


79. 회상 (명륜관, 낮)


정박사 ; (깨진 항아리조각을 들어올려 보여주며) 내가 너희들에게 보여준세상은 사라지고없다.  허나, 스스로 묻는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되어있다.


80. 약방 (낮)

 

윤희 ; 학문이란 무엇인지 난생처음 질문도 갖게 되었습니다.


81. 회상 (골목길, 밤)


선준 ; (비맞으며 윤희와 마주 서서) 유생 김윤식, 그이름으로 과장에 서시오.

 

82. 약방 (낮)


윤희 ; 난생처음, 제재주를 알아봐주는 이도 만났고.


83. 회상 (활쏘기 연습장, 낮)
윤희 ; (깍지낀 손을 들어보이며) 이건?

걸오 ; 이젠 안아플거다.


84. 약방 (낮)


윤희 ; 난생처음 제편이 되어주는이도 만났습니다.  이런 제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이세상에 질문을 던질수 있게 해주십시오.  새로운 세상을 꿈꿀 기회를 저에게 허락해주십시오.

   

        -- 5강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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