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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대본

성스 제8강 대본 (필사)

 

 

 

   

   <성스 제8강 대본> (필사)

 


1. 향관청 (밤)


 김이 올라오는 둥근 목욕통 앞에 서서, 손에 든 양초로 사방을 비추며 신중히 살펴보는 윤희.

 


2. 성균관 뜰 (밤)


  윤희를 찾느라 두리번 거리면서 급히 걸어오는 선준.

 


3. 향관청 (밤)


  목욕을 하려고 옷을 벗고 있는 윤희.

 


4. 여림 방 (밤)


  여림 ; (부채를 펴서 조급히 부채질을 하면서 왔다갔다 하며) 후우, 이건 계집의 벗은몸을 보고픈

사내의 마음이 아냐아-- 참과거짓을 확인하고픈 학인의 마음일 뿐이지, (부채를 착 접으며) 아암. 


5. 향관청 (밤)


  통 안에서 조심스레 손을 씻는 등 목욕을 하고 있는 윤희.

 


6. 성균관 뜰 (밤)


  달려오던 선준, 향관청 창의 불빛을 본다.

 


7. 성균관 뜰 다른 곳 (밤)


  급히 걸어 오는 여림.

 


8. 향관청 (밤)


  즐거운듯 미소짓다가 좀더 과감하게 목욕통에 얼굴째 담궜다가 목욕통을 잡고 다시 나오는 윤희.  반복한다.


9. 향관청 밖 (밤)


  걸어오는 남자의 발.  문으로 다가가는 손.  그러다가 빛이 새어 나오는 향관청 문 틈으로 안을 보는 남자의 뒷모습.

 


 

10. 향관청 안 (밤) 

       

  향관청 문에서부터 선반에 놓인 제기들이 쭉 보인다.  문에서 더 안쪽의 목욕통 안에서 목욕하는 윤희의 모습.  그곳에서 다시 문쪽으로 장면 이동하면,  향관청 문 틈에 보이는 눈.

 

 


11. 향관청 밖 (밤)

  

  문에서 눈을 떼고 놀란 표정으로 돌아서는 걸오.  문을 잡던 손을 놓으며, 다리에 힘이 풀린듯 힘들게 서서, 두 번 딸꾹질하는 입을 손으로 막는다.  황급히 문에서 떨어져 돌아서 걸어가는 걸오. 


걸오 ; (문쪽에서 돌아 나가다가 돌아 들어오는 선준과 부딪쳐 놀라서) 헉

선준 ; 사형?

걸오 ; 왜, 

선준 ; 여긴, 어쩐일이십니까?

걸오 ; 그러는 넌?

선준 ; 혹 김윤식,, 못보셨습니까?

걸오 ; (약간 더듬으며) 김윤시익,, 대대물이 왜에?

선준 ; 내내 보이질 않아서.. (걸오의 옆을 지나 향관청으로 가려 한다.)

걸오 ; (선준의 앞을 벽에 팔을 짚어 막으며, 당황한듯 숨을 헐떡이며) 여긴, 여긴 향관청이다, 제관, 뭐냐, 문명의 제를 지내는 제관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구.  그런데 그자식이 여길 왜와! 

E (여림) ; 올 수도 있지이.


소리나는 쪽으로 돌아보는 선준.


여림 ; (걸어와서 선준과 걸오 앞에 서며, 펴서 들고 있던 부채를 접으며) 제관들에게만 허락된 은밀하고도 비밀스런 곳이니 (걸어다니며) 대물그녀석, 혼자만의 은밀하고도 비밀스런 사연이 있다면 (한바퀴 돌아 다시 걸오 앞에 서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걸오 얼굴을 응시하며) 안그래? 어흠. (향관청 문 쪽으로 걸어가며) 백문이불여일견이라지 않았나.. 보면 알겠지, 과연 이안에 대물이 있는지, 없는지.  (문고리를 잡으려 한다.)

걸오 ; (여림을 밀치고 문을 막아서며, 큰소리로) 안돼! (그바람에 자신의 몸이 문에 쾅 부딪친다.)


12. 향관청 안 (밤)


 문소리가 나자 목욕하던 윤희, 놀라서 문 쪽을 본다.

            

13. 향관청 밖 (밤)


  긴장을 하여 문을 등지고 막아선 걸오.  놀란 선준.


여림 ; (어이없어서 걸오 보며) 허어.


14. 향관청 안 (밤)


목욕통 안에서 놀라 두리번 거리는 윤희.


E (여림) ; 아이 뭐가 그렇게 겁나아?


15. 향관청 밖 (밤)


걸오 ; (힘없이) 겁은 무슨?

여림 ; 반궁의 미친 말, 문재신은 어디가구우,, 피죽도 못먹은 당나귀 한마리가 바들바들 떨고있질 않나.  (앉아서 접혀진 부채로 걸오의 후들거리는 다리를 살짝 치며) 이렇게..

혹 이안에 우리가 봐서는 안되는 뭔가를 숨겨두기라도 한겐가?

걸오 ; 뭐어?

여림 ; (일어서며) 그래서 우린 안되고, 걸오 자네만 숨어서 몰래 보겠다는게 아닌가해서어.. (선준을 보며) 그렇지않나, 가랑?  (접은 부채를 걸오의 목에 대며) 말해보게에, 친구우..음?
걸오 ; 미친놈, (등 뒤에 있는 문고리를 잡고, 그것으로 문을 세게 두드리며) 여긴 향관청이다, 향관청!


16. 향관청 안 (밤)

 

문소리가 세게 나자 목욕통 안에서 걱정된 표정으로 문 쪽을 보는 윤희.

 

 


17. 향관청 밖 (밤)


걸오 ; 고작 이따위 향관청에 보물이 있어봐야 향로 뚝배기밖에 더있어?  (계속 뒤에 있는 문을 손으로 세게 두드리며) 그러니까 꺼져, 꺼지라구! 

 

 

18. 향관청 안 (밤)


 그 충격에 문에 걸쳐 있던 걸쇠가 빠져서 바닥에 떨어진다.  옷을 입은 윤희, 놀라서 숨는다.

 

 


19. 향관청 밖 (밤)


  걸쇠가 빠져 약간 열리는 등 뒤의 문을 빨리 손으로 닫는 걸오.

 

여림 ; (미소띠며) 향로뚝배기밖에 없는 향관청이라.. 옳은말일세.  그럼 방금 문틈으로 새어나오던 불빛은.. 아무래도 지난 제례때 썼던 향로에, 불씨가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군.  내 학관과 서리들에게 일러, 온 성균관유생들이 다보는 앞에서 확인하는 편이 낫겠네, 어.  (돌아서서 가며) 짜아안.

걸오 ; (그런 여림의 앞을 급히 막아서며) 안돼!

여림 ; 역시 안되겠지?  차라리 이 여림이 확인하는 편이 낫겠지?  (향관청 문 쪽으로 간다.)


걸오, 가는 여림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여림을 눕혀서 막는 걸오.  여림, 걸오를 밀치고 가려 한다.  누워서 업치락뒤치락하는 둘.  그사이에 선준, 향관청 문을 연다.

 

 

20. 향관청 안 (밤)


 안으로 들어서는 선준.  급히 선준의 뒤를 따라 향관청 안으로 들어온 여림과 걸오.  여림, 급히 이곳 저곳을 뒤져본다.  아무것도 없자 실망하여 ‘아이’ 한다. 


걸오 ; (향관청 안을 둘러보다가 여림을 보며) 있긴 뭐가 있다는 거냐?

선준 ; 다행히, 불씨 흔적은 없어 보입니다.

걸오 ; (느긋하게 기지개를 펴며) 아하, 간만에 취침점호나 참석해볼까?  (나가려다가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발견하고 잠시 멈춘다.  다시 가려 한다.)


걸오의 위 선반에 길게 엎드려 있는 윤희.


여림 ; 잠깐, (걸오의 앞 선반기둥에 팔을 걸치며, 아쉬운 표정으로) 분명히 밖에서 불빛을 봤는데에.. 

E (유박사) ; 뭣하는 짓들이냐?


놀라서 저절로 벌어지려는 입을 손으로 막는 윤희.  그바람에 팔꿈치에 맞아 떨어지는 촛대.  다른 손으로 급히 잡는 윤희.


유박사 ; (유생들 앞으로 와서) 이시각에, 그것도 감히, 향관청에서 소란을 떨다니.  어서 말하지 못할까?

선준 ; 지나던 길에 불빛을 봤습니다, 그래서.

유박사 ; 불빛? (향관청을 둘러본다.)


잡고있는 촛대에 꽂혀있던 초가 떨어지자 급히 손으로 받는 윤희.


유박사 ; (불빛이 안보이자 유생들 돌아보며) 신성한 향관청에서 장난질이라니,  이런 불경한 일이 있나..  너흰 모두 감점 5점씩이다.

여림 ; (불만스러운듯) 아이, 스승님, 아아. (나간다.)


나가는 선준.


E (유박사) ; 어서 나오지 못해.


나가는 걸오.

 


21. 동이방 앞 (밤)


여림 ; (불꺼진 동이방을 보며) 아직인 모양이냐아, 우리 대물은. (마루에 앉아 손가락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향관청도 아니라면 대체 어디간걸까?   이 성균관에  숨을 데가 어디 있다고 머리카락도 안보이냔말이지..  (서있는 걸오를 보며) 안그런가 걸오?


걸어 나가는 선준.


걸오 ; (그런 선준을 보며 다급하게) 너 어디가?

선준 ; 찾아봐야겠습니다.

걸오 ; (다급히)  거기 안서!   다큰 사내자식이 어련히 알아서 기어 들어올까봐,  걱정도 팔자다.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 걸오의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듯 휘파람을 부는 여림.

 

 


22. 성균관 뜰 (밤)


 바지저고리차림으로 두루마기를 말아 들고 급히 뛰어 가는 윤희, 한 발로 뛰면서 미처 못신은 신발 한 짝을 신다가 급히 멈춘다.

앞에 정박사, 섰다.   정박사를 보고 놀라는 윤희.

 

 


23. 의약방 (밤)


윤희의 모습.


정박사 ; 향관청이 소란했다 들었다.  너때문이냐?

윤희 ; (고개를 숙이며) 송구합니다..

정박사 ; 성균관유생으로 사는일이 규중처자의 한가한 나들이쯤이라.. 그리 여기고있는게냐?

윤희 ; 그런건.. 그런건 결코 아닙니다, 스승니임..

정박사 ; 명심하거라.  이 성균관에서 넌, 계집의몸이나.. 계집이어서는 안된다.  또한 모두가 널 사내로 여긴다하여, 스스로 계집임을 잊고, 경계를 게을리해서도 안될 것이다.  계집인 니가 성균관에 남겠다고한 그때부터, 넌 매순간순간, 목숨을 건 외줄타기를 하고있음을 잊지말거라.  이토록 위험천만한일을 선택한건, 김윤희, 바로 너다.

 

 


24. 장의방 (밤)


장의 ; (책상 앞에 앉아 책상위에 손을 올리고 검지로 책상을 탁. 탁. 치며) 김윤식이 그랬던가?  대사례장원을 하면 성균관 유생으로 인정을 해달라, 사과를 하라고도 했었지.


앞에 강무, 고봉, 병춘이 둘러 앉아 있다.


병춘 ; 저어.. (코피가 나는 코에 꽂았던 솜 두 개를 꺼내며) 그 말같지도않은말은 잊어버리십시오, 장의.

장의 ; 하는 수 있나?  금상이 인정한 탕평접이라는데.  장부가 약조를 했으면 지켜야지.

병춘 ; 잘못했습니다요.. 이모두가 다 제잘못..

강무 ; 명하신다면 제가 녀석들을?

병춘 ; 아닙니다요, 저제가,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딱 한번만.. (간절하게 손가락 하나를 세우고 애원한다.)

장의 ; 흠흠흠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아하하하 겁먹은 꼬락서니들 하고는.  (얼굴 굳은 채) 나서지마라.  아무도 나서지마.  재밌는구경이 될게다.  금상이 직접 놈들을 성균관에서 내치는 쪽이 날까?  아니면 탕평접이니 떠들던 놈들이 서로 등을 돌리게 만드는 편이 날까?  이거.. 고민되는데.

 

 


25. 중이방 (밤)


가운데 이부자리를 비워두고, 서로 등을 돌린 채 누운 선준과 걸오.  눈뜬 채 있는 선준.


걸오, 눈뜨고 옆으로 누워 생각중인듯. 

 

*몽타주 ; 목욕통에서 위로 솟구쳤다 내려가는 윤희.

 

 

선준도 눈뜨고 누운 채 생각하는듯.


*몽타주 ; 윤희, 붕대 감은 자기손을 잡고 있는 선준의 손을 뿌리치며 “무슨상관이오.” 한다.

 

 


 가운데를 보며 돌아눕는 선준과 걸오.  윤희가 없는 이부자리를 보다가 서로 잠깐 노려본후 다시 등돌리고 눕는다.

 

 


26. 중이방 앞 (밤)


윤희, 방 앞에서 옷을 들고 망설이다가 심호흡을 하고, 마루에 올라선다.

 

 


27. 중이방 안 (밤)


 윤희,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 겉옷을 선반에 두고,  잠시 선준과 걸오의 모습을 보더니 가운데 빈자리에 눕는다.

딸국질 하는 걸오.  다시 딸꾹질이 나는지 입을 막고 급히 밖으로 나간다.

의아한 선준의 표정.

 

 

28. 중이방 밖 (밤)


마루에 나와 기둥에 기대 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다시 딸꾹질을 하는 걸오.


여림 ; (옆에 서서) 넌 봤어, 아까 향관청에서, 그치?

 

 


29. 중이방 안 (밤)


선준 ; (윤희에게 등을 돌리고 누운채) 지금껏 어디서 뭘하다 이제야 들어오는거요?  게다가, 안하던 싸움도 했다 들었소.  대체 오늘 왜그러는게요?  점호불참에 싸움질까지, 그새 걸오사형을 닮기라도 했소?  (돌아누워 윤희를 보면, 윤희 잠들었다.  일어나 앉는다.  윤희의 입에 묻은 침을 닦아주고 이불을 덮어주려다가, 윤희의 얼굴(입)을 유심히 본다.)


E (여림) ; 계집이지?

 

 

30. 중이방 밖 (밤)  


여림 ; 김윤시익?

걸오 ; 미친놈, 무슨말이냐, 그게?

여림 ; 귀신을속여라, 나 구용하야아.. 계집이라면 분냄새만 맡고도 속곳색깔을 맞추는 구용하.  그리고 자네 십년지기 구.용.하. 

걸오 ; 장하다.  (용하 쪽으로 얼굴 돌리며) 그래서 뭐?

여림 ; 딸국지일.  넌 계집이랑은 도저히 한방에 있을 수 없어서 도망친거야.  그렇다면 저방에 있는 누군간 분명 계집이란 말인데에..  이선준은 우리랑 같이 있었고오.  그럼 답은 하나. (걸오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대물 김윤식.

걸오 ; (손등으로 여림의 이마를 툭툭 가볍게 치며) 자라, 자라.  (일어나서) 눈뜨고 잠꼬대하는거.. 그거 자꾸하면 습관된다아.

여림 ; 두고보면 알겠지, 계집이랑 한방에서 얼마나 버티는지.


방으로 들어가는 걸오.

 

 


31. 중이방 안 (밤)


방에 들어와 방문을 등진채 서서 방문을 닫는 걸오.   이불 덮고 자는 윤희를 본다.  그러고는 또 딸국질을 하기 시작한다.  얼른 옷을 뒤지는 걸오.  옷에서 툭 떨어지는 손수건을 집어서 본다.


*몽타주 ; 골목길에서 치마저고리 차림의 윤희, 손수건을 걸오에게 건네며 “보은할 수 있게 해주세요”한다.  그 손수건을 받으며 “보은?”하던 걸오.

 

걸오, 다시 윤희의 얼굴을 보다가 딸국질한다.


E (여림) ; 김윤식, 용케도 빠져나갔겠다아..

 

 


 

32. 여림방 안 (밤)

  

여림 ; 에휴 (속상한 지 속바지저고리 차림으로 이불에서 이리뒹굴 저리뒹굴하며) 아아.  (베개를 신경질적으로 베고 반듯이 누우며) 계집의몸으로 성균관에들어와 감히 군왕을능멸하고 국법을 기망해?  (잠시 생각하다가) 뭐어 그럴수도 있지.  (일어나 앉으며) 허나 이여림 구용하를 속여넘겨보시겠다아?  그건 내자존심이 허락을 않는단 말이지, 아암.   어허, 걸오 그자식만 아니었어도, 내오늘 끝장을 보는건데.

 

 


33. 중이방 안 (밤)


걸오, 손수건을 입에 물고, 나오는 딸국질을 참는 중이다.  그러다 얼떨결에 윤희 쪽으로 몸을 돌린다.  윤희가 선준의 등 뒤에 가까이 붙어 자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34. 성균관 기와집 전경 (새벽)


기와집 보이다가 하늘이 보인다.  밤이었다가 동이 터온다.

 


35. 성균관 유생방 앞 (아침)


 

어린 서리 ; (북을 치며) 일어나십시오, 기침, 기침.  일어나십시오, 기침. 기침.

 

 


36. 동이방 안 (아침)


선준, 자다가 눈을 뜨면, 걸오가 거의 자기에게 뒤에서 안기다시피하여 자는 걸 발견하고, 일어나 앉는다.  멀리 떨어져 문 앞 한귀퉁이에 윤희가 자고 있다.

 

선준 ; (검지로 걸오를 찔러 조심스럽게 깨운다) 어 사형, 사형.

걸오 ; (벌떡 일어나며 큰소리로) 꺼져!

윤희 ; (걸오 말소리에 깨어) 사형, 왜 거기 계십니까?  (앉은 걸음으로 걸오에게 다가오며) 왠일이십니까?  안 입던 옷이랑 이불이랑.

걸오 ; (윤희에게서 물러나 앉으며, 놀라서) 저리 안가!

윤희 ; (의아하여) 사형?

걸오 ; 학질,  아무래도 내가 학질에 걸린 모양이다.

윤희 ; 학질이요? (손을 걸오의 이마에 대보려 한다.)

걸오 ; (얼굴을 치우며) 그래, 그러니,, 가까이 오지 말란 말이다. (딸국질을 한다.)


선준, 앉은채 걸오에게서 뒤로 떨어져 앉으면서, 헛기침을 하고, 자신의 이마에 손바닥을 얹어, 자기도 옮았나 하는 표정으로, 열이 나는지 본다.

 

 


37. 변소 (아침)


여림 ; (하품을 하며, 변소로 들어오다가 변소칸에 섰는 윤희를 발견하고, 옆 변소칸에 서서) 간밤에 목욕은 잘하고?

윤희 ; 웬걸요오, 사형덕분에 무진장 고생좀 했죠.

여림 ; 허어 아니왜에?  (소변을 보는듯 눈을 지그시 감고) 향관청에서 무슨일이라도 있었나?

윤희 ; 향관청 근처엔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여림 ; (놀라서, 변소칸에서 나오는 윤희 쪽을 보며) 향관청에 안갔다고? 왜?

윤희 ; (여림이 서 있는 변소칸 앞에 서서) 처녀귀신 얘길 들으니 갈수가 있어야죠.  그계집말입니다아.. 사내가 들어오길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텐데.. 제가 또 보통사내도 아닌 (양허리에 손을 올리고 아랫배를 앞으로 내밀며) 대물 아닙니까?  대에물.  해서 사형께, 함께 등목이나하자.. 찾아헤맸더니 안계시더군요오.  사형께서는 절대로 향관청 근처엔 가지 마십시오.   또 압니까아?   버림받은 계집의 한은 사형도 만만치않을테니까요.. (몸을 돌려 나간다.)
여림 ; 자, 자자자자자 잠깐 잠깐. (급히 옷을 추스리고 나와 윤희 앞에 서서, 자신없는 목소리로) 정말 향관청엔 가지 않았나?  어제 분명히,, 향관청에서 불빛을 봤는데..

윤희 ; 간밤에 향관청에 가셨습니까?   거 보십시오.   (여림의 귀에 대고) 그 불빛.. 처녀귀신이 사형을 불러들인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좀, (여림의 어깨를 살짝 치며) 착하게 사십시오.  (돌아서 웃으며 나간다.)


여림, 약간 놀라고 겁나는 표정이다.

 

 


38. 유생방 앞 (낮)


유생들, 한꺼번에 사복 차림으로 방문 열고 나온다.


도현 ; (방문 열고 나오면서 즐거운듯) 집에 가는구나!  (같이 나오던 우탁과 혜원을 보며) 좋냐 들?    

혜원과 우탁 ; 예에, 형님.


마당에 줄 서있는 유생들. 

서리 고장복은 앉아서 기록을 하고, 그 옆에 서 있는 서리 함춘호, 줄 서 있는 유생 앞에서 유생들에게 복주머니를 나눠 준다.


도현 ; (노래 흥얼거리며 복주머니를 받아간다) 라리람빠람빠 리라리람빠요, 왔노라 왔노라 내가 왔노라.


서리 옆에 서서 유생들 보는 유박사.


E (유박사) ; 오늘은 매달 8일과 23일에 있는 귀갓날이다.. 모든 유생들은 본가로 돌아가있는 동안 사냥이나 낚시, 노름, 잡기를 즐겨 유생의 품위를 떨어뜨려선 안되며, 성균관으로 복귀할때는 사가의 금품이나 사치품, 그리고 반입이 금지된 각종 물품들을 가지고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또한, 귀관 뒤에 있을, 전하의 순두정강을 준비하기위해 학업에도 열중해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늘 지급되는 용돈은, 백성의 고혈이니, 함부로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이상.   


몽타주 ; 한지에 붓글씨로 써지는 유생들의 이름. 

           짐보따리를 맨채 경쾌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행복한 표정의 윤희와 유생들.

        유박사가 지시를 하면 유생들의 방을 뒤져서 이불보따리 밑에서 각종 물품을 찾아내는 서리들. 

          각종 책자며 술 등 물품을 찾아내어 맛보거나 읽어 보는 서리들.

         존경각에서 책을 뒤적이거나 읽고 있는 유생들의 모습 (자막 : 순두정강-성균관유생들이 매 달 10일마다 보는 제술시험). 

         

서리에게 용돈을 받고 좋아하는 윤희의 모습과 그 모습을 보고 미소 띠는 유박사.

 


39. 성균관 일각 마당 (낮)


윤희, 용돈 주머니를 입가에 대보며 웃으면서, 걸어온다.


도현 ; (우탁, 해원과 함께 나란히 윤희 앞에 서서) 어이 대물, 너 솔직히 말해봐라.  집에 가는게 좋은거냐?   (돈주머니를 흔들며) 이돈이 좋은거냐?

해원 ; (누룽지를 손에 들고 먹다가) 아 말해 뭐해, 집구석에 처자식이 있는것도 아니고,, 돈이 좋지.

우탁 ; 공자께선 이렇게...


도현, 주머니를 우탁의 입에 넣어 말을 막는다.


윤희 ; (웃으며) 전..


도현, 해원, 우탁 모두 윤희 쪽으로 가까이 가며 집중한다.


윤희 ; (웃으며) 이 돈을 들고 집에 가는게 너무너무 좋습니다.

도현 ; (윤희를 간지럽히며) 예예예이 대물 요거.. 하하하 아유..


해원과 우탁도 윤희를 간지럽히며 장난치며 걸어나간다.


걸오 ; (마루에 앉아 그모습을 지켜보다가) 뭐하는 물건이야, 저거?  (일어서 가려는데)

여림 ; (나타나 그런 걸오의 앞을 막아서며 흥분하여) 말해봐, 어제 향관청에 정말, 진짜로, 단연코, 아무도 없었어?


걸오, 그냥 가려 한다.


여림 ; (쫓아가 그런 걸오의 목덜미를 잡으며) 말좀 해보라고, 이자식아아!

걸오 ; 왜이래, 아침부터.  귀신본 사람처럼 얼굴은 허얘져가지고. (여림의 손을 떼내고 가버린다.)


여림, 정말 귀신이 있을까 하고 겁에 질린 표정이다.

 

 


40. 박사집무실 (낮)


필요한 물품이 든 상자를 들고 들어오는 유박사. 


대사성 ; (유박사의 뒤를 따라오며) 난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박사. 


이미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직무를 보고 있는 정박사.

유박사, 정박사 옆 의자에 앉아 책상에 짐을 놓고, 뒤져본다.  


대사성 ; (유박사 옆에 몸을 약간 숙이고 서서) 유생들이 본가에서 가져오고싶은게 있다면, 그게 제아무리 값진물건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꼭 금지까지 해야하느냐 뭐 이런?


불만스런 표정으로 대사성을 올려다 보는 유박사.


대사성 ; (유박사의 눈을 보고 약간 주눅들어) 아니 내말은.. 흠, 그그 아 그러니까, 유생들이 집에서 청자화병 하나를 가져왔다 칩시다.

유박사 ; (여전히 불만스러운듯) 그래서요?

대사성 ; 그거를 보면서 (자리를 정박사와 유박사 사이로 옮기려 걸으며) 부모님을 떠올리며 그리움을 달래다가, 부모님처럼 저희들을 돌봐주고있는 우리 학관들에게, 솟구치는 감사의마음을 주체할수가없어, 받아주십사 건넬수도 있고, 아, 난또 그거를 내 어버이신 전하께,


유박사, 대사성을 아주 못마땅한듯 올려다본다.


대사성 ; (주눅들어) 아니 내말이 뭐 틀린게 있습니까?  정박사는 내심정을 이해할겝니다. (정박사쪽을 보고 깜짝놀란다.) 아아!


한쪽 눈에 대나무로 된 돋보기를 실에 끼워 귀에 걸면서, 대사성을 올려다본다.


대사성 ; 아 그 해괴한 꼴은 또 뭔가?

정박사 ; (돋보기를 눈에서 빼며) 아이쿠야, 놀라셨습니까?  이번 순두정강에 전하께 드릴려고 만들고 있습니다.

대사성 ; (그 기구를 받아서 눈에 쓰며) 아니 뭡니까, 이게? (기구를 쓴채 가까이 다가와 보이는 정박사의 큰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며) 아아아-- (급히 돋보기를 눈에서 뗀다.)

정박사 ; 멀리서 부정행위를 하는 유생들도 잡아낼수 있는 일종의 천리안입니다.

대사성 ; 캬아! 역시 정박사는 나보다 한수위라니까.  조만간에 있을 인사이동때 미리 약을 치겠다아.  아하하하!  (정박사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속삭이듯) 비싼거요?

유박사 ; (정박사를 보며) 혹 알고있소?  이번 순두정강에서 전하께서 내실 문제 말이오.

정박사 ; 그 낯도깨비같은양반 하시는일을 누군들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돋보기를 다시 써 본다.)

 

 


41. 금상 집무실 (낮)


나무낱말맞추기판을 책상위에 딱 놓고 펼치는 금상.


영의정 ; (금상 옆에 서서) 전하, 이건?

금상 ;  문젭니다.

영의정 ; 예에?

금상 ; 흐흐흐흐.  놀라지마세요.. 문제를 풀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영의정 ; 아아아..

금상 ; 이번 성균관 순두정강에, 과인이 내릴 문젭니다.  이번에, 과인의 시험을 통과하는 자라면, 설령 그것이 노론의아들 이선준이라해도, (영의정을 보며) 경들은 과인의뜻을 말릴수가 없을겝니다.

 


42. 성균관 뜰 문 앞 (낮)


선준,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윤희, 돈이든 주머니를 기분좋게 보며 걸어오다, 선준을 보고 멈춘다.


선준 ; (표정 굳히고) 성균관유생이 돼서도, 달라진건 하나도 없군.  돈봉투에 정신이팔려, 정작 중요한걸 셈하지 못하는건 여전해.

윤희 ; 난 그쪽과 할말없..

선준 ; (약뭉치를 내밀며) 아픈 동생이 있다하질 않았소.

윤희 ; 뭘... 그런걸,, 다 기억하고 있소.  (사이) 뭐 이왕 가져왔으니, 내 가져는 가겠소.  (약뭉치 받아들고 가며, 등 뒤에 선준이 있어 자기표정을 못볼 때, 미소 짓는다.)


장의 ; (자기 패거리들과 반대 쪽 뜰에서 윤희 쪽으로 걸어오며) 이러언.. 내가 한발 늦었군.  받아라, 김윤식.

병춘 ; (약뭉치를 윤희 앞 바닥에 던지며) 자. (고봉이 자신에게 짐을 주자 고봉의 뺨을 치며) 이걸왜 날줘, 이자식아.


고봉, 병춘에게 건네려든 보자기로 싼 상자 등을 윤희의 앞에 던진다.


윤희 ; (의아하여) 이게 다 뭡니까, 장의?

장의 ; (뒷짐 지고 선채) 내 선물.


여림 ; (뜰 한 쪽에서 걸오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걸어오면서) 말 좀 해봐아.. (장의, 윤희 일행을 발견하고 본다.)


걸오, 장의와 윤희 일행과 그새 모인 유생들을 본다.


장의 ; 생각을 좀 했다아.  우리가 이 성균관을 비우고 나면, 식당에 남는 반찬들은 어차피 다 쉬어터져버리겠지..  그럼 저 반촌에 내다버려 소여물이나 되고말텐데..  김윤식, 너도잘알다시피, 이는 다 백성의 혈세가 아니냐.  백성의 혈세를 소돼지의여물로 버릴수는없겠지..  언젠간 출사하여 관원이 될, 우리들이, 말이다. 

선준 ;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장의 ; 급하긴..  그래서 내 생각을 좀 했단 말이지.  이 남은반찬을 처리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놈이 누굴까?


유생들, 수군수군 거린다.


장의 ; 찢어지게 가난해서 살림에 보탬이 될 것.  뭣보다 없는 주제에 자존심이니뭐니 피곤하게 굴지않을만큼은 영리할 것.  그게 너였다.  김윤식.

선준 ; 이는 김윤식을 위한 게 아닙니다.

장의 ; 왜?  너는 되고, 나는 왜.. 안된다는거냐? 


윤희, 자신의 손에 든, 선준이 준 약뭉치를 내려다 본다.


장의 ; 대사례장원을 하면 성균관유생으로 인정을 해달라고했나?   이게 내대답이다.  성균관유생이면.. 이정도 호사는 누려야지.   (뒤를 돌아보고) 안그런가?

병춘 ; 암요, 히히히히히

유생들 ;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

걸오 ; (급히 장의 앞으로 걸어와 장의의 목덜미를 잡고) 그입 닥치지못해!

병춘 ; 오호라.. 이선준에 문재신까지, 아주 김윤식근위대 총출동이구마안..

고봉 ; 탕평접이라나 뭐라나..

윤희 ; 그만하십시오, 사형.  전.. 괜찮습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장의.

걸오 ; (화난 표정으로 윤희를 돌아보며) 너지금 뭐래는거야?


윤희, 바닥의 물건들을 집어든다.


걸오 ; 너 그거 당장 내려놓지못해!

윤희 ; 싫습니다.  전 가져갈겁니다.  저희집에 큰 보탬이 될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나머지 물건도 집어들고 간다.)


선준, 윤희의 뒤를 쫓아가 어깨를 잡고 윤희를 돌려 세운다. 

윤희, 선준을 잠시 보더니 그냥 간다.


장의 ; 이봐 문재신, 이선준.  당색을 떠나 하나가 되겠다했나?   (단호하게) 너흰 김윤식따위와 하나가 될수 없다.  노론이든 소론이든, 태어나 단한번도, 끼니걱정같은건 해본적없는, 고관대작의 귀한아드님이니까.


걸오, 주먹으로 장의를 치려 한다. 

강무, 그런 걸오의 손목을 잡는다.


장의 ; 앞으로 잘좀 지내보는게 어떤가?  비슷한 출신끼리.

걸오 ; 그입 다물어라. 냄새난다. (강무의 손을 치고 걸어간다.)

 

 

43. 저잣거리 (낮)


힘없이 걸어가는 윤희.  약간 떨어져서 그 뒤를 따라가는 걸오.


 

44. 선준집 마당 (낮)

 

 짐을 들고 대문으로 들어오는 선준.


순돌 ; (선준에게 다가와 인사하며) 데련니임..  이제 오셨어라아?

선준 ; 웬 화분들이냐?

순돌 ; 예?  어따 참말로, 자식키워봤자 수운.. 헛꺼네헛꺼여.  오늘이 뭔날인지 모르시오?

선준 ; 아버님 생신인걸 모르는게 아니다.

순돌 ; 예?  근디요?

선준 ; 들어온 난이며 화분을 돌려보내시지 않은건 오늘이 처음이라 하는말이다.

선준모 ; (안에서 앞치마를 만지작거리며 나오면서) 그러게나 말이다아.  니아버님도 나이드시나보다.  글쎄, 저녁땐 하례객도 청하셨다지 뭐냐?  저녁상준비에 이에미만 동동걸음이다.

선준 ; 아버님께서요?

선준모 ; 어디보자아.. (선준의 팔을 양손으로 잡고, 애정어린 눈빛으로 선준 얼굴을 살피며) 우리아드님, 뉘댁도련님인지, 참 자알도 생기셨지이..허허허허

선준 ; (미소 띠고) 아버님은 어디계십니까?

 

 

45. 선준부 방안 (낮)


혼자 바둑을 두고 있는 선준부.


E (순돌) ; 저어 대감마니임.. 되련님 오셨어라아..  저 되련님 오셨어라아..

선준부 ; (흔들림 없이 한손에 책자를 들고 한손으로 여전히 바둑알을 놓으며) 안다.  기다리고 있질 않느냐.


방에 들어와 섰는 선준.  바둑알 놓는 선준부의 손.


 

46. 선준부 방안 (낮)


 바둑알 놓는 선준부의 손. 

전경이 보이면 선준부와 선준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선준 ; 생신년을 하신다기에 조금 놀랐습니다.  전에 없던 일이라.

선준부 ; (여전히 바둑알을 두며) 년은 무슨.. 지난해 담근 과실주가 잘익었길래, 나누려는 게다...  

활을 내는 솜씨가 제법 많이 늘었더구나아.

선준 ; 아버님을 따르기엔 아직 부족합니다.

선준부 ; (바둑알을 놓으며) 탕평접이라.. 금상께서 무척이나 흡족해하는걸로 보였다.  잘했다.  아직은 금상을 적으로돌려 네게.. 좋을것이 없지.

선준 ; 언젠가는 전하와 적이 되어야한단 말씀이십니까?

선준부 ; 두려우냐?

선준 ; 그길이 그릇된 길일까.. 그것이 두렵습니다.

선준부 ; (바둑알을 탁 소리나게 만지며, 단호하게) 이나라 조선은 사내부의 나라다.  임진년과 병자년.. 두번의 전란속에서, 이나라 왕조가 한일이라곤, 백성을버리고 몽진을가거나, 오랑캐앞에 엎드린일 뿐.  그때마다, 백성을 일으키고, 사직을 지킨건 우리사대부였다.  그런사대부를, 붕당의무리라 단죄하고, 모든 권력은 군왕이 갖겠다는것이, 탕평책의 실체다.  아빈, 니가 그런 허울좋은 명분에, 현혹될, 얼치긴, 아니라고 믿는다.  허나, 세상의오해를 살만한행동은 하지않는게 좋겠지.

선준 ; 세상의 오해라.. 하셨습니까?

선준부 ; 근본모를 남인아이나 소론출신과 동방생이라 어울리는일 말이다.

선준 ; 제겐.. 그런 동방생이 없습니다, 아버님. 


선준부, 의아하여 본다.

 

선준 ; 가난하지만 배움을 게을리하지않고, 제 자존심보다는 가족을먼저생각하는 상유김윤식, 그리고 의를 행함에 언제나 주저함이 없는 상유문재신.. 소자, 그들에게 더많이 배우고있습니다.

선준부 ; 아비의명이다.   긴말.. 필요하더냐.

 

 


47. 저잣거리 (낮)


각종 장사꾼이 있는 저잣거리.


윤희 ; (인절미 가게 앞에서 인절미를 썰어 고물을 묻히는 상인에게) 이거랑, 이거 다 주세요.

상인 ; (기름에 튀기다 건져낸 유과를 꿀과 버무린다.  그중 얼마간을 봉투에 담으며) 많이 드리는 겁니다아.  (윤희에게 종이봉투를 건네며) 자아 여깃습니다.


윤희, 봉투를 건네 받고, 복주머니에서 엽전을 꺼내 상인에게 준다.


상인 ; (돈을 받으며) 아예예에, 감사합니다.


윤희, 가려다가 인절미집 앞에 서서 입맛을 다시는 남매를 본다.  봉투에서 인절미를 꺼내 남매에게 건넨다.

누나는 먹으려던 인절미를, 자기것은 입에 넣고 아쉬운듯 누나를 보는 동생에게 준다. 

윤희, 봉투에서 인절미를 더 꺼내 누나에게 건네고,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저잣거리를 다시 걸어가는 윤희. 

멀찌감치 뒤따라가는 걸오.

 

다양한 색깔의 댕기와 은비녀가 놓인 상점 앞에 멈추는 윤희.

걸오, 윤희와 약간 떨어져서 다른 상점에 멈춘다.  물건을 만지는 척하며, 윤희 쪽을 살핀다.

윤희, 은비녀를 만지다가 돈을 상점주인에게 건넨다.  그러다가 효은 일행이 옆에 서서 하하호호 하며 댕기를 서로 대보고 ‘아-이쁘다’ 하는 모습을 본다. 

윤희, 앞에 놓인 분홍댕기를 만져본다. 

  

댕기상점주인 ; 아구우.. 어쩜그리 여인네맘을 잘아시오, 그건 닷푼. 


그바람에 효은, 윤희가 만지던 댕기를 본다. 

윤희, 효은이 자신을 돌아보자 재빠르게 얼굴을 돌리고, 댕기를 놓는다.


댕기상점주인 ; 댕기도 하시지이.. 왜에?

윤희 ; 됐소.  (얼른 자리를 뜬다.)


걸오, 댕기상점에 다가와 윤희가 만졌던 분홍댕기를 들고 본다. 

효은, 그런 걸오의 모습을 본다.

걸오, 거울 속에 자신을 미행하는 듯한 한 사내의 모습을 발견하고, 얼른 댕기를 놓고 간다.


효은 ; (냉큼 걸오가 있던 자리에 와서 그 분홍댕기를 들고) 사내들 취향인가?  (분홍댕기를 주인에게 내밀며) 난, 이거.      

 


48. 저잣거리 다른 쪽 (낮)


저잣거리를 걸어가던 걸오.  가다가 한쪽으로 숨는다.  미행하던 4명의 사람들 달려온다. 


걸오 ; (숨은 곳에서 급히 나와, 그들 중 갓 쓴 사람의 목을 조으며) 누구야?  이따위짓을 시킨게, 누구냐고?

갓 쓴 사람 (사복 입은 포졸대장) ; (숨찬 목소리로) 병파안...

걸오 ; (더 세게 조으며) 병판이 왜 내뒤를 밟아?  왜?

포졸대장 ; (힘들게) 나리가 아닙니다요..

걸오 ; 그럼 누구냐?  대답해라, 어서!

포졸대장 ; (더욱 힘든 목소리로) 그계집애처럼 생긴 곱상한.. 선비님..아.

 

 


49. 저잣거리 다른 곳(낮)


걸오 ; (사람들이 오가는 저잣거리를 급히 걸어와, 사람들을 둘러보며 윤희를 찾다가, 혼잣말로) 하아, 김윤식 이놈의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50. 병판의 방 안 (낮)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은 병판과 포졸대장.


병판 ; (책상을 손으로 탁 치며, 짜증스럽게) 뭐야아?  그계집애 같은놈하나 못 따라잡고 놓쳐?

포졸대장 ; (무릎 굽히고 고개 숙여 앉은채) 허나, 김윤식그자는 분명 홍벽서가 아닙니다.  습삽법도 그렇거니와, 체구가 홍벽서랑은 달라보였습니다..

병판 ; (손짓으로 포졸대장을 불러 포졸대장의 얼굴이 가까이 오자, 목침으로 포졸대장의 목을 때리며, 크게) 누가 너더러 그따위를 분석하래에!   잡으라면, 잡아.  홍벽선지, 청벽선지, 잡으라고오!

장의 ; (방에 들어와 서서 인사하며) 저 왔습니다, 아버님.


장의 쪽을 보는 병판과 포졸대장.  병판, 고개짓으로 포졸대장을 나가라고 지시하자, 포졸대장, 나간다.


장의 ; (보따리를 들고 와 책상 위에 놓고 맞은편에 앉아서) 좌상대감댁 생신년에 가신다고요? (사이) 구림 도깁니다.

병판 ; (보따리를 풀면서) 그깐깐한 인간이, 무슨바람이 분겐지 주연을 다열고.

장의 ; 세를 보여주겠다는거 아닙니까.  

병판 ; 왜에?  누구한테?

장의 ; 금상이 어린유생들을 선동한다해도, 조선을움직이는 이문은, 전주이씨왕족이 아니다,   좌상의 진성이문이다.

병판 ; 으음.  쓰으.. 그.. 성균관유생가운데에.. 김윤식이란 놈이 있던데.. 어떤놈이냐?

장의 ; 그를 하문하시는이유를, 먼저 알아야겠습니다, 아버님.

병판 ; 그 자식, 깐깐하게 구네, 거.  아, 그냥 넘어가, 좀.

장의 ; 성균관에선 제가 모르는일이.. 벌어져선 안됩니다.

병판 ; 그놈애비한테 진 빚이 좀있다, 됐냐?

장의 ; 그래서, 아비의빚을 놈이대신 받아내겠다할까봐 그를 걱정하십니까?

병판 ; 뭐 비슷해.

장의 ; 염려마십시오, 그럴주제가 못되는 놈이니.

병판 ; 그럼 다행이다만.. 금상께선 눈여겨보고 계신것 같던데..  동방생들과 그뭐냐아.. 탕평접 어쩌구..

장의 ; 그것도 이젠 끝입니다.   이선준을 제사람으로 만들생각이니까요.

병판 ; 어떻게?

장의 ; 모르셨습니까?  효은이.

병판 ; 아니, 우리딸래미가 왜?

 

 


51. 점집 (낮)

 

 그림패를 뒤집는 효은.  효은이 뒤집은 그림패와 옆의 그림패들을 뒤집어보고 구슬을 만지는 점쟁이.


효은 ; (점쟁이 앞에서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하여 지켜보다가) 언제쯤.. 도련님께서 우리집으로 매파를 보내실까?

점쟁이 ; (빨간 깃틀을 얼굴 앞에 펼쳐들고) 꿈깨, 이년아.  그런일 없으니까.       

효은 ; 하, 뭐?  에이 치.  (화가 나 벌떡 일어서며) 뭐이런게 다있어, 내가 누군줄 알구우?

몸쫑 ; (효은의 팔을 잡으며) 아이, 참으세요, 애기씨이.  (귀에다 속삭이듯) 저박수, 양기가 다 입으로 몰려서, 욕을하면할수록, 신빨받는다니깐요.

친구1 ; 그래에.. 우리언니 10년불공으로 못낳은아들, 저박수가 다 점지했어어.

친구2 ; 우리아버지, 씨앗들이는것도.. 귀신같이 맞쳤다니까.

효은 ; 흠 (다시 슬며시 앉으며) 그럼, 어떻게 해야되는데?

 

 


52. 기생방안 (낮)


여림 ; (찻잔을 놓으며) 아니, 순진한거야, 멍청한거야아.. 그림패 몇장으로 사람맘을 바꿀수있다고 진짜 믿는건가?

섬섬 ; 아이 왜요오?  얼마나 용한데요..  저이때문에 문닫은 찻집이, 한두개가 아니예요오..

여림 ; 그래?

앵앵 ; 수다도 떨고 박수무당이 점까지 봐주고..  와안전 대박이죠? 

여림 ; 아하, 그래서 이집이름이 수다박수우..


수다박수라 적힌 간판이 보인다.


여림 ; (일어서려 하며) 어디그렇다면, 나도한번 봐볼까아..

앵앵 ; (여림을 팔을 잡아 당겨 앉히며) 도련님이요? 

섬섬 ; 그게 누군데요?

앵앵 ; 아이, 누구맘을 바꿔놓고 싶은건데요오?

여림 ; 나,  내마음.


실망한 표정의 기생들.


여림 ; (팔로 턱을 괴며, 찻잔을 들고) 여인네라는게 말이야아.. 다좋은데 꼭 지루해진단 말이지.  따분해지지만 않으면 좋잖아..  작업비용도 안들테고, 안그래?  (찻잔을 탁자에 내려 놓는다.)

초선 ; (여림이 내려 놓는 찻잔 옆의 책자를 덮으며, 여림 앞에 앉아) 언젠가 그런 인연을 만나면, 제게도 꼭 소개시켜주십시오, 그대단한 여인네가 누군지, 궁금하니까요.

여림 ; 흐 (미소 띤다.)

 

 

53. 박수무당집 안 (낮)


박수무당 ; (곰이 펼쳐진 그림패가 보이고 다른 그림패는 엎어져 있다.  그 그림패들 위에 빨간깃털을 이리저리 젓다가 깃털을 얼굴 옆에 대고 눈을 감은채) 사내는 곰이다, 곰.  이런..머저리같은놈.. 지눈앞에서 기집이 알짱알짱대는데도 그걸 모르네.  아, 눈은 가죽이모자라서찢은놓은줄아나, 이런 쯧쯧쯧쯧쯧쯧..

효은 ; (눈물 글썽이며) 그래서 내가 안보이신다는거야아?  이이(울먹이며)..

박수무당 ; 얼씨구절씨구.. 그림패는 어디서 이따우로 뽑아놓고, 뭘 잘했다고 눈물질이야 눈물질이,, 뚝.  (다시 그림패 하나를 뒤집으면 호랑이 그림이 나온다.)

효은 ; 호랑이는 뭔데?

박수무당 ; 호랑이가 아가리를 쫘아악 벌리고 있는 위험천만한 운세라고,, 이년아아..(입을 벌리고 효은을 보며) 하.

효은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되는건데?... 요?

박수무당 ; (효은의 손가락 잡고 패위를 쭉 지나가게 한다.  효은이 패를 하나 지목하면 그 패를 뒤집는다.  쑥과마늘이 그려진 그림패다.) 쑥과 마늘, 계집이 돼야지.  그둔한사내놈한테 니가 계집이란것을 알려줘, 그럼 끝나.

효은 ; 계집을 어떻게.. 요?


박수무당이 오라고 손짓으로 부르자, 효은 박수무당 앞에 얼굴을 가까이 한다.  박수무당이 효은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닥거린다.


효은 ; 어 (놀라더니 벌떡 일어서며) 이씨..  안해!  못해!  절대로 못해.

몸종 ; 왜요오?

친구1 ; 뭐라는데?

친구2 ; 들어보기나 하자아?

효은 ; 알필요없어.  어차피 안할거니까.

 


54. 서책방 (낮)


책방주인 ; (탁 치고 일어나며 흥분한 목소리로) 안하긴.   돈이면 뭐든지 다하시는 양반 아니셨소오?

윤희 ; (약간 떨어져 비스듬히 서서 미안한 목소리로) 연서말고.. 다른일거리를 주게.  (엷은 미소 띠고) 내 성균관으로 돌아가기전에 다 해주고 갈테니..

책방주인 ; (책장을 사이에 두고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가 윤희 쪽으로 급히 뛰어오며) 하, 누구죽는꼴 보고싶소오?  그집애기씨성깔이 보통이 아닌..데에. 

윤희 ; 어쩌나, 낸들.  안써지는데.   연서같은걸 써보기를했나.. 받아보길했나..

책방주인 ; 난들 하고싶어서 하는줄 아시오?   이문 하나아(강조) 안남는 장살, 그나마 거.. 선비님 사정 봐주느라 내가..

윤희 ; 이문이 왜 안남나?   연서 한통에 석냥씩이라 들은거 같은데? 

책방주인 ; 하, 어디 그게 한푼이라도 내주머니에 들어오는줄아시오?   죄다 좌상댁아드님한테 가는돈이니, 내답답해서 하는말아니오오.   왜?  기억 안나시오?  성균관입학할때 드렸던 성금 오십냥아!

윤희 ; 좌상댁아들이라니.. 그게 무슨말인가?  (책상주인을 보다가, 뭔가를 안 표정으로, 쌩하게 급히 책방을 나간다.)


책방주인, “하아“ 놀라서 자기 입을 손으로 막고 가볍게 때리고 한다.  그러다가 내려다보면 윤희가 두고 간 짐이 보인다.         

   

55. 저잣거리 (낮)


  저잣거리를 화가 나서 급히 걸어가는 윤희. 

초선, 기생들과 옷감가게에서 옷감을 고르다가 윤희를 발견하고, 물건 놓고 반갑게 인사하러 다가서려 하는데.. 윤희, 모르고 지나친다.   초선, 섭섭한 표정으로 얼굴이 굳는다.


섬섬 ; (초선을 보며) 형니임..?

앵앵 ; 어?  안색이 왜그래요?   (웃으며 농으로) 귀신이라도 봤수우? 으응?

여림 ; (그런 앵앵의 어깨를 툭 치며) 귀신이라니, 귀신이라니..  대명천지에 귀신은.

초선 ; 그만 모란각으로 돌아가야겠다.

섬섬 ; 아니 왜요오?   새옷 산다하지 않았소?

초선 ; (여전히 윤희가 지나간 거리에 시선을 두고) 곱고화려한 새옷을 입었는데.. 그때도 나를 돌아봐주지 않으면.. (울적하게) 그땐 내가 핑계댈게 없어지잖니이..

 

 


56. 선준방 안 (낮)


앉아서 생각에 잠긴 표정의 선준.


몽타주 ; 약봉지를 윤희에게 건네는 선준.

         “왜?  너는 되고.. 나는 왜 안된다는 거냐?” 하며 올려다보는 장의.

         가려는 윤희의 어깨를 잡아 돌리는 선준, 표정 굳은채 무시하고 가는 윤희.


생각에 잠긴 선준.  책장을 넘기는 선준.


순돌 ; (방문을 열고) 도련니임.. 손님이여라, 손님.

 

 


57. 선준방 앞 마당 (낮)


선준, 신발을 신고 보면, 갓 쓰고 도포 입은 윤희의 뒷모습이다.  반갑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돌린다.


선준 ; (반가워서 들뜬 목소리로) 여기까진 어쩐일이오?

효은 ; (갓 쓰고 남자 두루마기를 입은 차림으로 돌아보며) 도련니임..

선준 ; (윤희가 아닌 효은인 것을 보고 놀라서, 실망한 표정으로) 뜨 뜻밖입니다.  이런차림으로.

효은 ; (밝게) 제가 그래도 반가의 여식입니다.  사람들 눈도 있고,, 제겐 이댁문턱이 성균관보다 더 높은걸요.. 흐흐.

 


58. 좌상댁 별채 큰 마루 (낮)


술상을 놓고 사면으로 빼곡히 둘러앉은 사람들.  한 손에 술잔을 들었다.

    

병판 ; (술잔을 든채) 자 좌상대감, 생신을 감축드립니다.

대신들 ; 하하하 감축드립니다.

좌상 ; 자 드시지요.  하하하하하하하.  (술잔을 내려놓고 영상을 보며) 전하께.. 전해주시겠습니까?  전하께서 내려주신 술과 음식으로, 이자리에 모인 모든이가, 넉넉히 마시고 흡족했다고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병판 ; 영상대감께서 보신대로, (팔을 들어 전체 사람들을 가리키며) 얼마나 많은이들이 좌상대감의 생신년에와 축하드렸는지.. 하나도 남김없이, 전해주셔야 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대신들 ; 하하하하하하하..

영상 ; (정색하고) 난 그럴생각이 없소오, 병판.


술잔을 들다가 멈추고 굳은 표정이 되는 좌상. 


병판 ; (못마땅하여) 으음..

영상 ; 남의말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좌상의이잔치를 두고 말들이 많을겝니다.  전하께 좌상의세를 보여주자는자리가 될게다.. 구구한 말들 말입니다.  이런 천박한 세상인심이나 전하는것은, 좌상대감을 흠집내는것과 같질 않겠습니까?  흐하하하하하하하.

좌상 ; 흐허.. 이런.. 영상께서는 전하께서, 그런추문에 흔들리실분이라.. 그리 여기고 계십니까?   전하께서는 누구보다 잘알고 계실 겁니다,  이나라 조선을 향한.. 이사람의 충심을.  흐흐흐흐..

 

 


 

59. 선준방 앞 마당 (낮)


선준 ; (정색하여) 더이상 이런식은 곤란합니다.  이렇게 불쑥불쑥 아무때나 찾아오시는건, 남녀유별의 법도에도 어긋나거니와, 저에대한 예의도 아닙니다.  앞으론 전할말씀 있으시면, 가복들을 통해 서찰을..


남자 두루마기가 아닌 치마저고리 차림의 효은, 양손으로 선준의 뒷목을 감싸듯 잡는다. 

선준, 그 손을 잡아 뿌리친다.

효은의 손에, 접힌 부적이 들려 있다.

선준, 쪽지를 뺏으려 한다.


효은 ; (뺏기지 않으려 부적을 꽉 잡고) 안돼, 안돼.  앗. (선준에게 부적을 뺏기고 울먹이듯) 어떻게 해에.  딱 일각이면, 일각만 도련님께서 지니고 계시면 된다고.. 아하..진짜..

선준 ; 혹.. 제게 마음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그만두십시오.  저는 이따위 부적으로 사람맘이 움직일거라..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이렇듯 요행이나 부리는 어리석은 짓은 딱, 질색입니다.  그런이완 정인으로도, 마음을 나누는 벗으로도 교유하고싶지 않습니다.  그만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더는, 마주치는일이 없길 바랍니다.  (돌아서서 간다.)

효은 ; (눈물 흘리며) 그럼 전, 어찌해야합니까?  저도 화가 납니다, 이런제가 너무싫어서 오지않으려고했습니다.  이런바보같은짓같은건, 꿈도 꾸어본적이 없습니다..  헌데 어느새..전여기이렇게, 도련님앞에 한심한꼴로 서있을수밖에 없는걸요.. (사이) 이야기책에서만 나오던일이 제게도 일어난거같아 기뻤습니다, 매일매일 설레기만했습니다..  그래도 어느새 알아졌습니다, 알게되더군요..  도련님은, 저와같은 마음이 아니시라는걸..  그래도 괜찮습니다아.. 저는 도련님이 좋으니까요, 너무 좋으니까요..


선준, 돌아서서 효은에게 다가선다.

효은, 선준이 다가오자 놀라서 급히 돌아서서 나온다.

 

 

60. 좌상의 별채 대청마루 앞 마당.


울면서 급히 나오던 효은, 상을 들고 들어오던 하녀와 부딪쳐 상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바람에 그릇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하녀 ; 아유 아가씨, 아구 죄송합니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던 대신들, 모두 효은 쪽을 본다.


대신들 ; 병판집 따님..

병판 ; (놀라서 손으로 효은을 가리키며) 효은이 너!


넋을 잃고 효은 서 있고, 하녀는 효은의 치마를 닦아주고 있다. 

선준, 걸어와서 효은의 팔을 잡다가, 이쪽을 보고있는 대신들 쪽을 본다.  잠시 생각하다가 효은을 안아 데려간다.


놀라는 좌상과 병판.

 


61. 선준방 앞 마당 (낮)


선준 ; (안고 온 효은을 내려놓고) 별일은 없을겁니다.  너무 걱정..

효은 ; (선준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한 후) 이런 도련님을,, 저더러 어떻게 포기하란.. 말씀이십니까아?


 

62. 좌상집 별채 대청마루 (낮)


굳은 표정으로 술을 마시는 좌상.


병판 ; (좌상의 눈치를 보며, 술을 마시며) 좌상대감께서도 모르고계셨나봅니다아.. 음.  하긴 저도 안지는 얼마안됩니다, 대감.  거요즘애들이 워낙 우리때와달라서, 마냥 탓할수도 없질 않겠습니까? 

좌상 ; (굳은 표정으로)  허허.. 다.. 젊어.. 한때, 아닙니까,  하하하하.  (술을 마신다.)


 

63. 선준집 대문 앞 (낮)


선준 ; (효은, 순돌, 하녀와 걸어 나오며) 순돌이가 댁까지 잘 뫼셔다 드릴 것입니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순돌 ; (걸어오는 윤희를 발견하고 손짓하며) 어? 어라?  저기 꽃도령 선비님 아니어라?


돌아보는 선준.  의아하여 보는 효은.


선준 ; (윤희 쪽으로 얼굴 돌린채 효은을 등 뒤에 두고) 순돌이 너, 아가씨 댁까지 잘 모셔라.

순돌 ; 야.


효은 일행을 발견하고는 돌아서서 가버리는 윤희.

윤희를 쫓아가는 선준.   

 

 

64. 골목길 (낮) 


선준 ; (급한 걸음의 윤희를 급하게 쫓아가며) 날 찾아온게 아니었소?  (윤희의 팔을 잡아 돌려 세우며) 김윤식?

윤희 ; (돌아서서 눈물글썽한 눈으로) 그동안 재밌었소?  아무것도 모르고 성균관유생입네 신나서 다니는꼴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냐 그말이오. 

선준 ; 그게 무슨말이오?

윤희 ; 오십냥.   새책방 황가에게 다 듣고 오는 길이오.   다신,, 그얼굴, 안보고 싶소.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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