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
영화, 나의 영화를 보는 취향은 음악에 약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적절한 음악 선정과 화면에 맞는 음악볼륨도 좋았다. 특히, 주제가 같은 <풍문으로 들었어>는 귀에 착 감겼다.
배우,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멋지다. 주연인 최민식과 하정우는 말할 필요도 없고, 김정균, 곽도원, 고모부로 나오는 무술 유단자까지 어쩌면 그렇게들 연기가 뛰어난지 감탄했다. 최민식은 귀여웠고, 하정우는 의리가 멋졌다.
그리하여 영화는 재미있었다.
★★★
<현실에 대하여>
그러나 왠지 나는 이 영화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글을 안 쓰려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치켜세우는 것에는 은근히 부아가 난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TV의 어떤 사람의 말처럼 나란 인간은 '비주류이고자 노력하는 주류'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원래 나는 영화는 영화로만 보고 비판하고자 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영화와 현실을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염려스러워서인지 자꾸 현실과 비교하게 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현실, 이 영화는 현실적인가?
나는 이 영화를 현실적인 사건에 바탕을 둔 판타지로 보고 싶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본다. 이 영화는 우리의 현실에서 벌어졌던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는듯 보인다. 사실 그당시나 지금이나(?) 검사나 깡패나 의원님들이나 비슷비슷한 나쁜놈들이다. 그리고 먼저 치는 놈이 이기는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현실성을 담보하고 있는듯 보인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 깡패두목이나 나쁜짓 저지르는 사업가(?), 돈을 받고 허가를 내주는 의원님들이 과연 영화의 인물처럼 의리가 있거나 귀엽거나 일 것인가? 나는 그것에 부정적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함께하던 사람의 뒤통수를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치는 현실 속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고 나쁜짓도 많이 할 것이라 본다.
그리하여 나는 현실적 사건을 바탕으로 그런 나쁜사람들을 어느정도 미화하여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가 상당히 위험하다, 고 비평한다. 차라리 부당거래가 훨씬, 훨씬 더 현실적이다.
다만 영화로만 본다면 그냥 재미있게 봐주겠다. 잔인한 장면을 보기 위해 티켓값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르르 끓어오르는, 영화와 현실을 동일시하는 관점에서의 여론몰이는 위험하다. 이 영화는 현실과 상응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현실속에서 그렇게 그렇게 손잡았던 사람들이 잘 먹고 살았고, 지금도 보면 그들은 그때의 생각이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듯 보인다, 세상은 변해가고 있으나...
그렇지만 영화의 인물은 약간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나쁜짓하며 살아도 그렇게 그렇게 살아갈 것이고 그런 사람이 살아남을 거라는건 어부성설이다. 이제,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편법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그런 사람들이 윗선에 많으면 세상은 엉망진창 짬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래에서 또 자기것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할 것이고, 이렇게 불공정한 방식의, 역시 비열한 놈이 살아남는 형식으로는 사회가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를, 그냥 재미있는 풍자나 환타지 영화 정도로 봐주자.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는 1987년의 민주화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불의와 더욱더 잦은 타협을 하는 우리사회의 변하지 않는 속성,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자살율 1위인 우리나라가 이대로는 그냥 굴러가지 않으리라 본다. 좀더 공정함으로의 나아감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합쳐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만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리라.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얼마나 공정하고 인간중심적 사고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뽑는냐?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인 인간성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더라. 아무리 제도를 잘만들고자 한다해도 그 제도를 입법하는 사람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이면 그건 입법되지도 않을 뿐더러 실천할 수도 없더라. 그런데 우리의 삶은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사람이 가장 인간적이고 진실되고 대의를 위해 어느정도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을 뽑자. 그것이 아마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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