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영화 [일포스티노]의 장면들이다.
"시는 은유다." 라는 그 영화의 대사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넘어가는데 바다가 낭떠러지 한 쪽으로 보이는 장면.
<책 [내가 만난 시와 시인] 이문재 지음 문학동네>
왜 이 책을 말하는데 위 사진일까? 의아해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이 났다는 그 이유.
시는 은유이어야 시 답다. 하지만 시가 100% 은유이기만 하다면 좀 심심하다... 그것에 직선적 진정성을 때로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아주 유명한 시인들에 대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시인들의 이름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내용은 저자가 각 시인을 만나서 인터뷰한, 시인이 되기까지의 또는 되고나서의 그의 삶과 시에 대한 것이다. 다들 기구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어느정도 굴곡진 삶을 통하여 시인이 되는 길에 이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가볍게 읽히며, 타인의 삶을 잠시 엿보는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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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예술가는 종종 자신의 작품의 폐쇄된 공간 안에 소심하게 '웅크리고서' 그 세계 안에서 군주처럼 이야기하며, 자신이 이 사회에서 맛본 폐배에 복수를 꾀하는 나약한 존재 같은 인상을 준다.
-- 보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 중에서
다시, 그러나 '생활'. 그것은 어려운 것이다. 추방당한 시인을 찬미하기는 쉬워도 추방당하기는 쉽지 않다. 추방당한 시인과 추방당한 시인의 시와 삶을 칭송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생존과 생활이 다른 것처럼.
'아, 언제 텅 빈 '나'의 내부에 진흙이 고여, 그 안으로 돌 하나 비집고 들어와, 거기서 연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인가, 피어날 수 있을 것인가.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 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울바위
도종환
작약꽃 옆에서 발을 씻는다
송홧가루 날려와 물가에 쌓인다
세상근심에 여럿이 밤을 지샌 아침에도
울바위 아래 어여쁜 물 무심히 흘러라
-성자는 존재하려고 애쓰는 사람이고, 속인은 소유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사랑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빈자일기 중
강은교
보아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하여라, 보이는 것들의 얼굴을
들어라, 들리지 않는 것들의 소리를
들리지 않게 하여라, 들리는 것들의 소리를
-성( 聖 성인성 )과 일상(俗) 은 혈연을 이룬다. 성을 위해 속을 버릴 수도 없고, 속을 위해 성을 외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 곧 시가 서 있는 가파른 경계이다.
-시쓰기는 자기 존재의 영역을 넓혀가는 자기 수련의 과정--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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