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랜덤 워크.. 출판사 링거스. 2010년 5월 초판 발행.. 4쇄 발행까지.
1-2년 전 쯤 연애전문가 연 하면서 정작 자신은 솔로를 고집하는 그의 모습이 지겨워졌다.
처음엔 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면서 말빨이 되는군.. 했는데
어느새 그의 얕아 보이는 생각의 가벼움과
정체성이 모호한, 다양한 부분에서 관심을 표하는 그의 취향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jyj 콘서트에서 사회를 보는 그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이제는 제법 자신의 위치를 찾아 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점을 배회하다 그의 책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사설이 길었는데... 책은 일단 술술 읽히고.. 읽을만 하다.
표지의 표현처럼 '그의 솔직 유쾌한 다이어리'이다.
그렇게 깊지는 않지만 비슷한 세대에 비슷한 영화를 관람하며
영웅본색이란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반가울 것이다.
"오래해라, 그러면 다 해결된다."
그가 몇년 전 사람들에게 비난 받고 있을 때, 배철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자 배철수씨가 해준 말처럼...
그도 모호한 존재로 오래 하니까.. 나라는 존재에게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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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수잔 손택은 자신의 저서 <사진에 관하여>에 적고 있다.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과거의 영광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다.... 펠레
과거의 무엇도 현재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없다. 추억을 뜯어 먹으며 사는 남루한 이야꾼을 꿈꾸지 않는다면.
세상엔 그리 화낼 일도 그리 안타까운 일도 없다고, 그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를 떠올려보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고..
인간의 가치란 그가 속한 시대와 역사 속에서 평가될 테니..
<짱구는 못말려> ; 좌충우돌하지만 결코 자신은 골탕 먹지 않는, 만화 역사상 가장 독특한 장난꾸러기 캐릭터는 상식과 엄숙의 지겨움을 통렬히 날려버린다.
빚을 받으러 온 채권자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만화를 그리는 것이니, 돈을 받으려면 만화를 그릴 수 있도록 돌아가 달라'고 했다는 <아톰>의 원작자 데스카 오사무.
... 만화방은 행복한 놀이터로써 유효하다. 강요된 어덜트 라이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상상의 세계를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사라진 순간, 인간은 끝난 것이다.
야생동물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D. H. 로렌스
혼자 사는 노총각에게 취미란 필수다. ... 취미를 가져보면 안다.
핑계를 찾다 보면, 새로운 기술이 생기는 법이다.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네 돈이 아니다. 네가 쓴 돈이 네 돈이지.
취미라는 것은 또 하나의 삶이다.
<붉은 돼지> 친구들을 모두 잃어버린 채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되어버린 포르코의 애수에 찬 표정은 나이가 조금씩 들어 갈수록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무엇이다.
... 밥 먹고 싶을 때 밥을 먹어야 하듯,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하는 법이다.
영화나 음악이란 극히 개인적인 경험의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에겐 최악의 영화가 어떤 이에겐 최고의 영화가 될 수 있으니까.
우는 것도 일종의 쾌락이다. --몽테뉴
고등학교란 배움보단 투쟁이 필요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두 번의 정학을 받고 '음, 저 녀석 좀 노는 놈이군,이라는 꼬리표를 단 후에야 그 모든 투쟁으로부터 간신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놀던 놈들은 나를 동료로 받아줬고, 선생들은 포기해줬으니까.
제니스 이안의 곡 <At Seventeen>
'열일곱에 진실을 알았어요. 사랑은 예쁜 아이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을....'로 시작되는 이 곡은 십대 시절 이미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린 한 소녀의 슬픈 독백이 담겨 있는 곡이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정의내리기 대단히 어렵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묘사된 사물 이상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죽음이 없었다면 인간은 누구도 철학을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쇼펜하우어
15세 관람가의 영화들이 선보였던 세상이 실재 삶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인생은 비극이 된다.
<8마일> 지미는 랩배틀에서 당연히 우승을 차지한다. ... 지미에게 새로운 희망은 주어지지 않는다. 다시 야근을 위해 공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남루한 일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마치 애써 잊으려 했던 골치 아픈 어떤 사실이, 방심한 순간 갑자기 수면 위로 고개를 들고 튀어나온 듯한 기분이었다고 할까?
두 시간의 아편 같은 영화 속에서 만큼은 적어도 행복한 결말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삶에 지쳐 잠시 쉬러 들어간 극장에서까지 악몽에 시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원숙함이란 천재성보다도 아름답다.
많이 아프다는 것은 그 만큼 좋은 추억이 많기 때문이니까요..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발타자르 그라시안
<리벤지> "먼저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게."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앤소니 퀸의 절절한 상처와 고독이 느껴지던 명대사.
어쩌면 그 많은 친구들과 소원해지고 연락이 되지 않으며, 이제 이름조차 잊어가고 있는 것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말로써 실수를, 행동으로써 실망을 주었기 때문은 아닐까?
친구를 잃어간다는 것은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다. 함께 했던 시간을, 그 시간의 증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잃어가는 것이다.
맛있지? 죽은 사람은 못 먹는 거야--<하얀거탑> 장준혁의 대사
아프다는 건 인생에 있어 최악이다.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거나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갔을 때도 비비안 리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는 명대사를 인용해 허세를 부리곤 했지만, 몸 아픈 데는 대책이 없다.
살아 있을 때 부지런히 보고 들어야 할 것들이 많을 테니까.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찾아온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는가이다.
방송을 녹음하면서 모든 음악을 듣고 멘트를 따는 배철수 선배에게 "멘트만 녹음하시면 녹음 시간이 절반으로 줄 텐데 왜 음악을 다 듣고 계세요? 더구나 다 아시는 노래들을요?"하고 물었다.
"DJ가 듣지도 않은 음악을 누구에게 들려준다는 거냐?" 라고 그는 대답했다.
그곳엔 순수한 쾌락이 있었다. 밥 먹고 살기와는 전혀 무관했기에 행복할 수 있었고, 행복했기에 보이고 들리고 기억되었던 것이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논어> 공자
"모두가 심심한가 보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지독히도 저지르니."
<오메가 맨> 인류가 멸망해버린 뉴욕에서 고독과 마주한 채 좀비들과 싸우는 네빌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밤이면 문 밖에서 "나와라, 네빌!"을 외쳐대는 좀비들의 압박 속에서도 그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끔찍한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네빌의 안간힘이라고 봐야 할까?
절대 고독의 네빌과 내가 바라는 위로가 똑같이 몇 권의 책과 음악이라는 것에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명 조연들이 꿈꾸는 것은 어설플지라도 주연이다"--시사회에서 만난 모 영화감독
<인터프리터>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니콜 키드먼에게 숀 펜이 남기는 한마디. "누군가가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칼럼니스트는 자신이 소재로 삼은 대상과 사랑에 빠져 연애를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선택한 대상을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안달이 나야만 하는 사람이다.
흐르는 물에 두 번 발을 씻을 수는 없다.--아우구스티누스
인생이란 일방통행로를 달리는 것 같다. 되돌아갈 수 없는 한방향으로의 달림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때로 돌아오지 않는 것과 돌아갈 수 없는 곳에 슬퍼지곤 한다.
한순간만이라도 지나온 날을 거꾸로 돌려 다시 한 번 그 자리, 그 시간에 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카사블랑카> "그녀가 견딜 수 있다면, 나도 견딜 수 있다네.."
배우의 매력은 관객들을 얼마나 빠른 순간에 압도할 수 있느냐이다.
"외롭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받아들입니다."--배우 존 론
판단이 서지 않거나 관심이 가지 않는데 강요된 직업적 사명 때문에 글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사담 ; 이 저자가 맘에 드는 이유 )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조금은 있어줘서 너무도 고맙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니 말이다.
영화를 우아하게 만드는 존재, 음악.
내 영화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뿐이다. 그들을 눈물 흘리게 만드는 것은 존 윌리암스의 음악이다.--스티븐 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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