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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과 심리학, 철학 등

최종. 29. 보건교사 하지 마라. : 핵심은 인간관계다!

   사람이 사는 밑바탕에는 모두 인간관계가 깔려 있다.  직업이든 성공이든 사랑이든 행복이든 기저에는 인간관계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자라면서 저절로 터득해야 하며, 어디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행히 인간관계가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행운인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배우지도 못하고 덜컥 사회에 안착하여 헤매게 되는 셈이다.

 

  나란 인간은 혼자 있는 게 좋아서 공부가 좋았고, 마땅히 인간관계를 연습할 계기도 없었다.  그리하여 인간관계는 잼병인데, 다행히 혼자 있는 보건교사를 하게 되어 그것이 내 적성에 맞나보다, 그렇게 착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고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왜 그토록 보건교사를 하는 것이 힘들었는 지 말이다.

 

  가장 넓은 인간관계가 필요한 직업이 바로 보건교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기에, 인간관계를 개선할 어떤 상황은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무지 힘들었던 셈이다.

 

  난 희한하게도 30여년 동안의 학생, 교직원들의 얼굴과 이름이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난 그들과 업무적으로 만날 뿐, 인간관계를 할 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태까지는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엔 보건실에 자주 방문하는 대부분 학생 이름이 생각나서 신기해졌다.  사실 기억력은 완전 더 떨어진 상태인데 말이다.  그리고 일이 많이 쉬워졌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테클 거는 사람이 없어져서 였다.

 

  학생도, 교직원도 모두 사물이 아닌 각자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러하기에 이들에 대한 나의 호의가 어떠하냐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감정이란 표현하지 않아도 저절로 전달되는 법, 나라는 보건교사가 호의를 가지고 있으면, 그 감정은 표현 안해도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학생/교직원 대부분 나에 대해 어느정도 호의적이 되며, 사람은 호의를 가진 사람에게 테클 걸지 않는다.  서로 되도록이면 도움을 주려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보건 업무가 덜 짜증나고, 쉬워지는 것이다!

 

  아---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30여년을 고통 받으며 힘들어 하면서 업무를 했구나,,,하고 피식 웃음이 난다.

 

  성공에 대해 생각해봐도, 사람들의 욕구를 잘 알고, 그 부분에 적절한 해소를 잘 하는 사람이 당연히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여기서도 인간관계가 밑바탕이 된다고 봐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마광수 교수의 글을 읽었는데, 그는 결혼 상대를 결정할 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선택하라고 했다.  결혼이란 평생을 배우자와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러하다고 했다.  비단 결혼 상대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이 성욕 +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잘 푸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사랑을 잘 하기도 쉬운 셈이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가장 큰 것은 인간관계가 잘 풀릴 때인 거 같다.  인간이 없는 모든 행위를 상상해보라.  행복하겠는가?  혼자서 여행이든 뭐든 한다고 하더라도 하다못해 여행지의 누군가와의 인간관계라도 있어야 아마 행복할 거 같다는 그런 생각해본다.

  

 

  나의 경험을 하나 얘기하자면, 나란 인간은 인간관계에 잼병인 사람이었던지라, 공감, 배려 이런 거 잘 못하고, 나의 감정을 숨기지를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민원이 심해지는 상황이 되면서, 할 수 없이 나의 감정을 숨겼다.  자주 와서는 나를 귀찮게 하고 많은 처치를 요구하면서 속 긁는 소리를 하는 학생이 몇 명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른말 바로 하고 오지마라 했겠으나,,, 그래봐야 더 귀찮게 할 거 같아 말 안 하고 그냥 요구하는 처치를 빨리 빨리 해주고 보내는 편이 나을 거 같아서, 그렇게 했었다. 

  근데 최근엔 갑자기 그 학생들이 더 고분고분해지고 말을 잘 듣고 나를 도와주게 되고, 나 자신의 감정도 더 호의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관계란 뭘까?  의문이 들고, 나의 인간관계 능력이 많이 개선되는 걸 깨달았다.

 

  보건교사는 그런 직업이었던 것이다.  어떤 직업보다 더 많은 인간관계가 필요한 직업 말이다.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보건교사 스스로 호의적인 감정을 장착하면, 분명 업무가 아주 쉬워질 것이다!

 

 

   다만 그래도 보건교사는 하지 말 길...  원래부터 인간관계를 잘 하는, 좋아하는 사람은 외로운/ 때로 넘 일이 많아지는 그런 직업이든지(이건 난 잘 모르지만, 아마도),  원래 인간관계를 못 하는 사람은 힘든 그런 직업이니까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