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서, 할 일이 없어 갑자기 두려워진다.
출근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는 게 힘들구나, 라고 느끼는데, 또, 휴일이 되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할 일이 없는 게 힘들구나, 생각하니,
나란 인간은 이래도 저래도, 아니 어쩌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원래 힘든 거구나, 이렇게 결론 내려본다.
그러나 그 예전, 사회생활 초창기에 느꼈던, 삶을 견딜 수 없었던 그 정도는 아니라서 그래서 살만 한거야, 이렇게 생각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때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1년 정도하던 그 일을 그만두고(살아가려면 결코 죽기 전에는 그만두면 안된다고 생각했었던 일을), 걸어가며 느꼈던 눈이 부시던 햇살이 얼마나 감사한건지, 집에서 누워 음악을 들으면서도 많이 행복하고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 )처럼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데 왜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던 걸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고정된 사회이기에, 또 인간의 경험이란 게 사회와 나이와 주관성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경험할 여지도 여건도 없는 탓에, 지금 자신이 경험한 직업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 50년 이상을 살고도, 간접 경험은 한계가 있기에 나란 인간은 이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나란 인간의 경험, 이외에는 정확히 잘 모른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은 여건 자체에 한계가 많다. 위에서는 북한이 누르지, 아래에서는 일본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자체적으로는 미국에 군사작전권으로 인한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나마 나았던 것이, 문호가 개방되어 있지 않았기에 더 위협적인 외국인 들로부터는 안전했는데, 이제는 다문화 정책으로 인해 외국인에 의한 위협에도 크게 시달리는 편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정치에 큰 영향을 받지만, 일상을 살 때 개인들은 큰 관심도 없고, 있다 해봤자 단체가 아니고서는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없다. 아무리 내가 외쳐봐야 큰 영향이 없으니 무관심해지고, 무관심해지니, 또 정치를 제대로 바꾸기도 어려운거다.
아니, 영화 <백두산> 얘기 한다고 하더니, 사설이 왜이리 길어? 라고 할 것이다. 이유는 <백두산>이 그런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느 영화에서도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던, 우리 사회의 결정적 모순에 관한 얘기 말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러갈 때, 제목 때문에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는 백두산에 별 관심이 없어서다. 멋지다는 얘기도 들어봤지만, 개인적으로 보고 싶지도 않은 경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거였다.
뭐 별 거 있겠어? 조금 삭막한 산일 뿐이겠지. 라는 나의 짐작이 틀렸다는 걸, 영화는 첫 장면에서 보여준다. 그 장대하고 멋진 분화구, 그건 졸업여행 때 딱 한번 본, 한라산 백록담보다 분명 더 멋졌다. 분화구에 클로즈업 되었던 첫 화면은 점점 확대되면서, 푸른 산과 그 산허리 사이에 걸려있는 구름 등을 보여주며, 북한의 모습으로 확대된다. 여기서 아, 잘 보러 왔구나! 꼭 영화로 봐야하는 거였네, 탄성이 나온다.
그 뒤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화면은 더욱 멋있어 지고, 야 이제 한국 영화, 헐리우드 못지 않네, 라는 감탄이 보는 내내 절로 우러나온다.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하정우의 캐릭터는 다소 겁 많은, 소심한 시민이다. 그저 폭탄해체를 직업으로 가지고, 임신한 수지를 배우자로 지닌, 평범한 직업 군인일 뿐이다. 영웅 따위와는 거리가 먼 하정우의 캐릭터는 웃음을 선사한다. 게다가 이 허당끼 많은 남자(집단)가 완벽한 실력을 가진 리정혁(이병헌, <사랑의 불시착>의 현빈 이름과 같다. 이건 우연일까?)과 만날 때, 두 캐릭터가 대비되면서 더욱 큰 웃음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게다가 교수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마동석이, 아주 그 역할에 어울린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이러한 요소들로 영화 보는 내내 웃음지을 수 있다.
우리는 사소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다. 그런 소시민들이 영웅이 되는 과정, 그건 가족을 지키기 위함에 있다. 아무리 가족이란 단어가 희석되는 현실이더라도, 여전히 우리의 유전자는 가족과 더불어 이타적이 되라고 강력하게 인간을 인도하는 것이다. 그 인도가 나쁘지 않았다.
이 영화는 그 거대한 스케일로 인해 반드시 큰 화면으로 봐야 한다. 강력 추천!!!
별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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