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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느낌

<베테랑>과 <부당거래> 그리고 권력, 게다가 유아인의 연기

 

                                           

                                  

 

 

 

   <베테랑>과 <부당거래> 그리고 권력, 게다가 유아인의 연기

 

 

  <베테랑>이 개인 버전이라면, <부당거래>는 사회 버전이다.

둘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면에서 아주 흡사하다.

 

 

  헌데 <베테랑>이 한 망나니 재벌집 아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 <부당거래>는 현실 속 비리로 점철된 권력가들의 모습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베테랑>이 1명의 망나니를 적으로 가질 뿐이라면, <부당거래>는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돌린다.

그것이 그리 잘 만든 것 같지 않은 그저 개인사에 불과한 <베테랑>이, 웰메이드 영화인 <부당거래>에 비해 띄워지는 이유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도로들이 노면이 편평하지 않다.  그것이 잦은 교통사고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이리라.  평지에서조차 노면이 고르지 않고 경사가 심해, 코너길에서는 정말 위험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평지에서조차 위험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평지인 도로가 그렇게 노면이 경사져 있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정적인 일들을 볼 때, 대부분의 일들이 저가 경쟁으로 이루어진다.  즉, 한 물건을 구입할 때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것을 선택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을 따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격이 약간 싼 데 질이 엉망이라서 폐기처분해야 할 물건과 가격이 약간 비싸지만 질이 우수한 상품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말이다.  당연히 후자다.  

   하지만 상품의 질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나라에서 무조건 같은 물건일 때 싼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노면이 편평하지 못한 그런 도로가 깔리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서해안 도로와 경부 고속도로를 가격만 놓고 입찰한다고 하자, 그럼 산 속 도로에서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다.

 

 

  살아보니, 비리 저지르는 인간은 개버릇 남 못준다.  즉, 저지르는 놈은 계속 저지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 저지르던 놈도 그 물에 발을 담그고 딱히 감사가 없으면 그 습성을 따르게 된다. 

 요즘 한국(?)도로공사에 대해 생각 중인데, 아주 개판인 거 같다.  짐작컨대, 뒷 돈 받던 습성은 못버리는데, 그래도 요즘은 투명해져서 대놓고 뒷돈을 못 받는다.  가격은 가장 싼 걸로 선택해야 하고.  그러니 눈에 보이는 싼 가격을 제시한 업주를 밀어서 수주를 주는 형식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다.  예전에 자유롭게 뒷 돈 받던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 영화와 무슨 관계이냐?  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늘 도로를 달리면서 도대체 도로공사엔 어떤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지? 하고 궁금했다.  그런데 <부당거래>란 영화를 보면서 아마 그 영화 주인공 같은 사람이 근무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은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을 당해 '그 나물에 그 비빔밥' 인 것이다. 

  가격은 눈에 보인다.  허나 제품의 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제품의 질을 따지는 것이 조금 싼 가격만 따지는 것보다 더욱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갑과 을을 양극화 시켜 놓고, 갑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린다.  그러나 <베테랑>에 나오는 망나니 같은 갑은 오래 못간다.  그렇게 망나니 짓 해서는 위로 올라가기도 어렵고, 적이 많아지기 때문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허나 <부당거래>에 나오는 비리 권력자는 곳곳에 널려 있고 오래 간다.  왜냐하면, 개인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아주 사회적이고 겉으로는 친절하기 때문이다.

 

  일반 관객은 매우 현실적인 영화를 볼 때 '꽤 현실적이군', 하고 말겠지만, 실제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뜨끔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그 영화의 흥행을 막는다.  게다가 이들은 출세한 다수의 사람들이다.  망나니 재벌보다는 수적으로 많단 얘기다.  그것이 <부당거래>에 비해 사소한 <베테랑>이 회자되는 이유일 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둘 중 무엇을 더 경계해야 할까? 

 

 

  더불어 망나니 재벌집 자식을 욕한다고 해도 해꼬지 받을 확률은 낮다.  왜냐하면 이미 그 사람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고 대중이 욕하기에 그 중 한 명인 내게로 올 부당함은 적다.  그러나 대부분의 겉과 속이 다른 출세한 사람들의 비리를 지적하게 되면, 권력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며 핵심 권력층과 그 권력층에 아부하는 상사로부터 해꼬지 당할 확률도 아주 많아진다.  그래서 진정한 권력의 비리에는 눈 감고 귀 막으면서,  1명의 지탄의 대상이 된 망나니에게 분노를 돌리는 것이다.

 

 

  예전에는 참 영화는 영화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영화의 흥행이 순수하지 않으니, 자꾸 현실에 눈이 간다.  그것이 <부당거래>에 감동했지만,  <베테랑>에 그저 '뭐 재밌네'  하게 된 이유이다.  물론 영화의 완성도도 그러하다. 

  그래서 <베테랑>을 <부당거래>의 아류작이며 '발꿈치때'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 유아인의 연기에 대해 얘기해보자.  

  <베테랑>에서 유아인의 연기를 보며, 계속 유아인의 눈빛에서 '나는 연기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상류층이 아니야.  난 가난한 집의 하류층 자손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것은 아마 유아인의 연기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평상시 유아인이란 배우를 몰랐던 사람들은 "아 저배우 누군데 저렇게 연기를 잘해?"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유아인의 연기를 보아온 사람이라면 기존의 연기보다 못한다, 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물론 영화에서 연기란 액션도 해야 하고, 그 배우가 잘하는 연기가 꼭 살아있는 컷이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으므로 반드시 순수하게 유아인의 연기만 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관객은 그 영화에서 보여지는 배우의 연기를 가지고 논하게 된다.  

 어쩌면 나라는 인간이 상류층(여기서 정의 : 돈 많은 사람, 오랫동안 재벌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태어나면서부터 재벌이어서 아랫사람을 부렸던 사람이라면, 그 눈빛에서 도도함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베테랑>에서의 유아인의 눈빛은, 나 지금 상류층을 연기하고 있어, 하지만 사실 나는 동대문에서 옷가게(이건 그저 비유일 뿐이다.) 하던 사람이거나 <밀회>에서의 그 돈없고 힘없지만 착한 선재야, 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영화에서 힘 주지 않았던 부분의 연기는 어느정도 인정하지만, 기존 유아인의 연기에 비해 약간 뒤쳐진다고 느껴 완전히 손을 들어주진 못하겠다.

 

 

  그러면서 소수의 관객이 보고 열광하며 인정한 연기보다, 흥행몰이 된 다수가 본 영화에서의 연기의 인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번 <베테랑>이란 영화를 보며 느끼게 되어 씁쓸해진다.  그래서 대중적 인기, 권력이 밀어주는 것이 중요한가 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러한 것들이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닌, 기존 그가 쌓아 온 연기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나 연기하고 있소, 하고 어깨에 힘 주다 보면, 이러한 인기는 금방 날아가 버릴 지도 모른다. 

 

 

  자꾸 <베테랑>의 유아인에게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눈빛이 읽힌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랫사람을 부려온 재벌집 자식이라면, 안하무인, 아주 도도한, 아랫사람을 내려다 보는 눈빛이어야 할 거 같다.   

  그런데 그 눈빛에서 계속 <베테랑>의 조태오가 아닌, 유아인이 읽힘은 나만의 감정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