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참, 순.수.하게 영화만 만들고 감상하기 어려운 시대인듯 싶다.
그것은 영화란 형식이 출발부터 '돈'과 연관되어 있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겠지 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영화를 만들자면 다양한 사고에 대비해야 하고, 많은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할게다. 그런데 지금 국내에서는 어떤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안전하게 영화 만들자면 우리나라 정부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또는 북한 아니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시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몇년만 그렇게 살자, 생각해본다.
그러나 해당 분야에 종사자는 몇년간 실업자로 있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느닷없이, 영화 <클래식>이 생각남은 기이한 현상이다.
그 영화 속에서 손예진이 고개와 몸을 앞뒤로 끄덕이며 춤추던 재밌던 장면 말이다.
왜 그 영화가 생각났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좌우간 지금 국산(국내보다 이 표현이 맞겠다) 영화는 국가에서 밀어주는 영화만 흥행된다.
그리고 1-2개의 국내 영화만 선택될 수 있다.
별로 깊이 없는 외국 영화에 개봉관을 다 내어주고, 1-2개 개봉관만 가지고 경쟁하다가 그것조차 며칠 내로 개봉관이 없어지곤 한다.
아무리 돈이 최고인 영화판이라지만, 적어도 한 개관에서는 동일한 영화만 좀 틀어주면 안되겠니?
우리나라는 분명히 체육과 영화를 분리해야 하며, 한 개봉관에서는 한 개의 영화를 적어도 2주는 상영해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대로는 보는 관객도 피해 보고, 만드는 사람들도 피해 입는다.
언제쯤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떠나 순수하게 영화만 즐길 수 있을까?
영화를 국민의 사고 조종 수단으로 사용하는 후진국스러움을 좀 버릴 수 없을까?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겨우 살아남을 사업(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할 상품이 문화 예술밖에 더 있겠나?)을 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사사건건 개입하여 질을 떨어뜨리지는 말자.
이제 <암살>에 대해 본격적으로 평을 해보자.
위의 여러 다양한 생각이 든 이유는, 많은 개봉관을 잡은 <암살>의 흥행, 어 국내영화가 왠일? 했다.
물론 최동훈 감독이라는 커리어가 불러낸 현상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 재판 장면의 판사 등의 복장이 마치 중국의 인민 재판 장면을 연상시키는, 그 툭 튀는 부자연스러움과 마지막 엔딩 스크롤에서 중국 스탭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심증을 버리지 못하겠다.
그리하여 최동훈 스러움을 잃지 않은 다양한 내용과 많은 편집컷과 재밌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최동훈 스러움의 마음을 확 뚫어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했다.
현대는 또다른 이유로 순수 영화나 예술을 하기 힘든 시대다. 마치 일제시대나 독재시대 마냥.
그리하여 볼 때는 재밌게 봤다. 그 많은 쟁쟁한 연기자며 다양한 내용에 말이다.
그런데 돌아서니, 생각나는 게 없다.
많은 돌아가신 독립군도 생각나고 했는데, 폼 잡는 하정우며 미국식 총쏘기 장면들에서 확 깨는 것이다. 예전의 독립군들이 그렇게 질 좋은 다발총으로 싸웠을까?
처음부터 그러한 향수나 얘기하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었다면 실없는 감정 놀음은 안하는게 좋았다.
즉, 심금을 울리는 우리의 예전 독립군 얘기에 미국식 총싸움 놀이 형식을 빌리고, 중국식 인민 재판 모습을 끼워 넣는것? 괜찮은가?
별거 아닌 거 같은 그 어울리지 않는 내용과 형식이 최동훈 스러움을 깍아 먹었다고 생각지 않나?
당신의 이름값 만으로도 흥행은 될텐데 중간의 재판 장면은 새로 찍어서 이어 붙여야 할 거 같다.
이정재의 벗은 몸의 노인스러움이 아깝다.
아무도 몰라도 만든 자신은 알 것이다. 양심과 돈 중 무엇을 선택할까가 참 고민스러운 현실이다.
사실 몇 백억이 왔다갔다 하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만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재밌어도, 친일파나 독립군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고 해도, 이데올로기 놀음은 관객의 뇌리에 남기 마련이다.
이 군사작전권도 없는 작은 나라에서 북한, 중국, 일본, 미국, 부패한 관료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해도, 타협하지 않는 순수한 영화장이를 보고자 함은 지나친 욕망일까?
그나마 큰 허물 있는 영화들도 많은데 작은 티끌은 넘어가야 한다 하면서도, 최동훈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어쩌지 못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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