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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아무거나 시크하게 쓰기

정신병원, 어디를 선택할까?

 

 

  내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어딘가에 내 맘을 털어놓을 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딱히 그런 곳을 찾기가 어렵다. 

 

  정말 바람직하고 화목한 가족이라면 그런 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가족은 그런 존재가 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일단 나의 심리에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하고, 가장 큰 맘의 근심은 늘 가까운 사람에게서 비롯될 확률도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에도 나는 그런 병원을 찾았던 것 같다.  그래서 강남의 한 외래 정신과를 찾았다.  병원을 찾은 기록이 남을까봐 보험처리는 안해야지, 그래도 기록이 남으므로 누군가 내가 정신과를 찾았다는 걸 알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면서 말이다.  비교적 깨끗하고 소파도 편안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던 그 병원은 환자가 없었다.  그리고 마주 한 의사에게서 왠지 나를 돈으로 보는 한 영업인을 만난 것 같은 느낌에 그곳을 나오고 말았다. 

  그래, 역시 정신은 상담이 중요해.  인텔리적 삶을 살아오고 좌절이라곤 겪은 적 없는 의사들이 타인의 심리를 어찌 이해할 것인가? (그러나 땅 값 비싼 곳에서 임대료를 내는 데 환자-손님-은 들지 않는 장사꾼의 심정이어서 아마 그래 보였던 것이리라) 하고 심리상담소를 찾았다.  그곳의 첫 방문에서 1시간여를 울면서 내 얘기를 했던 것 같다.  20년 전 가격으로 3만원이 나왔다.  다음번에는 6만원 정도를 내야 할 거 같다는 얘기를 듣고, 왠지 나오는 발걸음이 찝찝했다.  상담사는 느낌이 괜찮았지만 의료보험 처리를 안하는 비용으로는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고, 1시간이나 내 얘기를 떠들고 나니 왠지 내 치부를 모두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역시 정신적 문제는 나 자신 스스로가 극복할 수 밖에 없어.  라는 맘으로 15년 이상을 살았다.  그러다가 3개월이상 불면에 시달리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신병원을 찾았다.  정신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개인을 급습한다.  그러므로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면 비교적 정신적 문제가 생겨도 쉽게 극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극복이 쉽지 않다.  그대로 삶을 지속할 수도 없고, 경제적인 여건도 여유롭지 않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의료보험 처리를 하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신과 기록이 꽤 문제가 될 거 같지만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어떤 직장 취직시에도 그런 서류를 요구하지는 않고, 요구할 수도 없다.  다만 문제가 된다면 사보험에 가입시 몇년(3년?)동안은 가입이 안된다는 것이 있다.  그러나 사보험에 꼭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것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더 사회적으로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신병원을 택할까?  대학병원, 그것도 되도록 국립 대학병원의 정신과 외래를 권유한다.  그리고 의료보험 처리를 꼭 하기 바란다.  물론 이 권유는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감에 치중한 것이지만 나는 큰 도움을 받았다. 

 

  1. 일단 1차병원부터 들러라고 얘기하고 그것이 올바른 진료 순서이긴 하다.  그러나 내게는 내가 제일 소중하다.  그런 면에서 의사가 약처방을 할 때 개인병원과 준종합병원 그리고 대학병원으로 갈수록 처방할 수 있는 약에 아마 약간의 제한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맞을 것이다.  그러므로 3차 병원인 대학병원급으로 갈수록 좋은 약을 처방받을 확률이 높다.  요즘 정신과 약은 부작용도 비교적 적고, 그중에서 좋은 약을 처방받는다면 정신적 문제가 있을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그리고 실제로 정신과를 방문하면 의사와 상담하는 시간은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길어야 채 15분 정도이다.  그러므로 그 10분 안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하도록 준비하고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꽤 도움이 된다.  경험상 상담시간이 길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긴 상담시간은 지나치게 발가벗겨진 기분이라 후유증도 있기 때문이다.  10분이 시간상으로는 짧아도 가까운 지인에게는 여러가지 이유로 말할 수 없는 맘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기가 힘들다.  의료보험 처리를 하게 되면 한번에 2만원 정도이므로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고, 같은 대학병원급이라도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립인 경우 아주 비용이 적다.  예를 들면, 서울대학교 병원이나 보라매 병원 정도 되겠다.  국립의료원은 비용은 싸겠으나 아마 치료의 질이 약간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짐작이 든다.

 

 4. 게다가 좋은 병원의 다른 과 진료는 예약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정신과는 다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진료가 가능하다.  2주나 한달에 한번 방문하여 잠시의 상담과 약 처방을 받으면 된다.  또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기타 분노나 스트레스 검사를 통해 나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꽤 비용이 나가지만 그래도 한번에 목돈이 드는 것은 아니고, 치료를 받고 나면 그만큼 값어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몸이 건강하지 못할 때 병원을 찾듯이, 정신이 건강하지 못할 때도 우리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므로, 하나가 다른 하나에 영향을 주어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마음이 괴로울 때 그것으로 인해 몸에도 이상이 올 때, 올바른 정신병원을 찾아서 도움을 받으면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