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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아무거나 시크하게 쓰기

왜 좋은 대학을 가야 하나?

              <왜 좋은 대학을 가야 하나?>

 

  나이듬이 좋은 것은 젊어서는 보이지 않던, 지나온 날들의 장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젊어서는 학벌만 보고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전공을 한 것에 대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좋은 대학을 가면 많은 장점이 있다.

 일단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좋은 대학도 다녀봤고, 전문대도 다녀봤는데... 나의 경험이 모든 것은 아닐 것이나, 

 

 

1.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도서관이다.

 

우리에게는 짜투리 시간이 나기 마련이다.  특히, 대학 강의는 중간에 비는 시간이 많다.  그때 가장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가 도서관이다.

 

요즘은 다양한 기기들이 많으니, 아닐 수도 있겠으나, 일단 대학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도 도서관에 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그 큰 개가식 도서관의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 아무 때나 꺼내볼 수 있는 그 모든 책이 내 것인 거 같아서 가슴이 벅차 오르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도서관에 들어서면 아래에서 천장까지 빽빽히 꽂혀 있는 책들로 인해 풍기던 은은하고 포근한 책냄새를 잊을 수 없다.

 

물론 우리의 대학이 그러하듯이 도서관에서 실제로 시간을 보낸 것은 시험 때가 대부분이고, 그 책들을 빼서 읽어 본 기억은 시험 준비할 참고 도서 외엔 별로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도서관을 상상하고 다시 들어간 야간 전문대에서 내가 대할 수 있었던 것은, 개가식도 아니고, 책 읽을 장소도 없고, 쪽지에 책 이름을 써서 유리 창구 안의 사서에게 주면, 사서가 책을 찾아주던 도서관이다.  시립 도서관보다 못한 수준이라니,,, 

 

야간 전문대이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간에는 직장을 다니고, 야간에 학교에 오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기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고, 학생들이 책에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일찍 도착하여 책이라도 읽고자 하면 빌려볼 책도, 읽을 장소도 딱히 부족했던 기억이 난다.

 

하다 못해 학교 과제물의 참고 도서도 야간 학생이면, 다른데서 빌려볼 시간이 없건만... 책은 몇 권 안 되는지 늘 없었다.

 

 

 2. 그리고 또 다른 기억은, 기껏해봐야 1년 밖에 있지 않았던 캠퍼스에서 들었던 두 과목의 교양시간이다. 

 

 그곳에서 4년을 있었다면 내 인생은 또 바뀌지 않았을까?

  

그것은 <논리학> <근대문학의 이해>라는 과목이다.  아마도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들었기에 좋았던 거 같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점을 잘 주지 않거나 고학년과 함께 듣는 과목이라고, 또 고리타분하다고 듣지 않던 과목이다.

 

나는 왜 그런 과목에 관심이 갔는지... 아마 튀고 싶다는 욕망도 약간 있었겠으나 그게 다는 아니고 아마 깊은 무의식 속에 관심이 있었나 싶다. 

 

지금도 지루하기도 했던 <논리학>에서 배운 두 가지가 기억에 남고, 생각을 할 때 그런 식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A는 B다, B는 C다, 그러므로 A=C."  "구체적 사실들을 모아서 결론에 이르는 것이 귀납법,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뒤에 그 구체적 예를 찾아가는 것이 연역법."

 

고등학교 때도 배운 내용이지만, 왜 그러한가가 보다 깊게 이해되고 뇌리에 박힌다.

 

그리고 <근대문학의 이해>라는 과목의, 그 큰 강의실이 빽빽하게 그것도 취업을 준비할 대학4학년 선배 학생들까지 꽉 차 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떨린다.

 

2시간이 어떻게 갔는 지 모르게 작가들의 사생활의 에피소드와 그 작품을 연결시켜 학생들을 웃게 하고 집중하게 하며 쥐락펴락하던 수업도 잊지를 못하겠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환경이 다르니까.

 

 

3. 그러나 그렇다고 전문대를 가지 말아야 하나?  그것은 또 아니다.

 

좋은 대학의 대부분 수업에서 내가 느낀 것은 지루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실생활에 밀착되어 있기보다는 고루한 공부만 한 학자들이기에

 

지루하게 늘어지는 오래된 내용 하나를 가지고 한참 설명한다.

 

그런데 전문대 강의를 들어보니, 대부분 젊은 강사가 많아서인지 수업이 실제적이고, 확실하며, 기억에 남는다.

 

다닐 당시는 이전 대학과 비교되어 많은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시간강사가 자주 바뀌는 그 체제가 강사들에게는 싫겠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수업방식을 경험하게 하고, 최근 정보와 밀접한 신선하고 구체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어 좋았던 거 같다.

 

 

 4.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공부 같다.  아, 재수없다, 하는 사람 있겠으나,,,  공부도 공부 나름이겠으나,,, 

 

일단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공부한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 틀림없다. 

 

매슬로우라는 학자는 참 똑똑한 사람이다.  그 학자가 욕구 단계설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가장 상위에 있는 욕구가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말이다.  물론 최하층의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랑이나 존경의 욕구가 만족되고 난 뒤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이 이론도 그토록 내가 싫어하던 전공 공부에서 배운 것이고 보면, 세상에 다 나쁜 일은 없는 거 같다.)

 

희망, 목표가 있을 때 사람은 즐거워진다.  그 희망과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내가 알고 싶은 것이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부해가는 과정 조차 행복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생각이다.

 

공자의 말씀처럼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예에.  정말 맞는 말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