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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느낌

신의, 지나치게 안일한 엔딩... 그리고 돈.

   

 

 

 

  신의, 지나치게 안일한 엔딩이다.   누구는 대본 갖고 얘기하지만 대본자체의 엔딩도 안일하다. 

 

 

  물론 엔딩을 떠나서도 감독의 촬영분이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토록 가슴 설레이며 지켜온 우리의 최영장군은 왜 그리 또 수염 난 못난 모습이어야 했는가? 

  일단 이부분은 제쳐두자, 다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우리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비에 의해 갈팡질팡하다가 끝내 멋진 역사의 엔딩으로 끝나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왜 못했는가?  이 부분에 대해 짐작한 바를 얘기하고자 한다.

 

 

  이것은  드라마가 돈과 멀리 있지 않은 탓이다.  드라마를 멋지게 만들려면 자본이 필요하다.  계속 보면서 내게 이중감정을 불러일으킨 신의, 라는 드라마. 

 

  은수와 최영의 사랑이나 공민왕과 왕후의 사랑에 집중하거나 극의 줄거리에 몰입하면 애잔하고 심장이 떨려왔다. 

 

  하지만 자꾸 왕후나 은수의 복장과 궁궐 세트에 집중하면 화가 나고 어색했다.  공주가 하고 나오는 차림새, 은수가 중간에 입고 나온 차림새를 보자,  그것은 분명 우리나라의 한복이라기보다는 일본의 기모노의상에 가깝기도 하고 중국의 복색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심정이 복잡해졌다.  궁궐도 우리의 궁궐모습이라고 보이기보다는 중국의 궁궐 양식에 가깝구나.. 하는 점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여기서 2가지로 추측된다.  일단 협찬사의 이름이 한자로 되어 있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이 아닌 거 같다.  두번째로 이 드라마는 중국이나 일본으로 수출될 것을 기대하고 찍은 거 같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그 나라들에 친근한 코드를 넣고자 한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수출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색깔을 잃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드라마를 볼 때는 대부분 그나라의 문화 같은 것을 보는 기쁨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만든 드라마인데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데,, 왠지 우리 것이 아닌 옷을 입고 있는 형색이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엔딩이 결코 가슴절절하게 멋질 수 없는 한 대목이 된다.  반원 정책을 폈던 공민왕 1년에 최영 장군은 압록강 이북 지역을 되찾는 전승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후 오랜 세월까지 전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계속 이루다가, 결국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으로 배신하고 나서 이성계에 의해 귀향을 가게 되어 그곳에서 73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역사를 바탕으로 볼 때 이 드라마의 엔딩은 원나라를 상대로 싸워 압록강 이북지역에서 승리를 거두는 최영장군의 승전보를 함께 만끽하는 것으로 끝나야 멋있어진다. 

 

  은수가 최영이 살아있음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은수는 그곳에서 최영이 사라졌다면 당연히 고려에 가서 최영을 찾았어야 맞다.  4-5년을 그곳에서 기다릴 은수가 아니다. 

 

 그러므로 은수는 고려에 가서 최영을 찾고 그들은 재회하며, 그 후 공민왕은 압록강 이북을 치라고 최영에게 명을 내리고, 은수는 불안하게 기다리다가 승전보를 울리고 고려로 돌아온 최영과 다시 재회하면서 끝나야 극이 맞게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끝을 맺게 되면 중국인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이는 중국기업이 자본을 댔거나 중국으로 수출할 것을 염두에 둔다면 불편한 엔딩인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엔딩은 허무하고 어이 없이 끝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토록 멋진 최영 장군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하고 가슴 설레이며, 은수와 최영 그리고 공민왕과 왕비의 절절한 사랑에 감동하고 그들의 멋진 연기에 몰입되었다가도, 자꾸 기모노 같은 옷을 보면서, 중국의 궁 같은 궁궐을 보면서, 나 이대로 몰입해도 되나..하는 생각과 함께 자꾸 몰입도가 깨지는 경험을 하면서,,,  영원히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생각하며 맘이 서글퍼지더라.

 

   원래 드라마 시청이라는 것이 공짜인 탓에 종종 세뇌의 도구가 되어오곤 했었다.  어리석은 나는 어려서부터 드라마를 보고 그것에 현혹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의 대리만족, 재미를 통한 카타르시스 이런 걸 느끼며 감동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예전 드라마가 그래도 숨기면서 그런 걸 표현했다면 이제 우리의 드라마는 다국적으로 그것을 천박하게 밖에 드러내어 표출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계속 드라마를 볼 수 밖에 없는 열혈 시청자로서 그것이 많이 안타깝다.

 

 

   그래도 멋진 최영 장군을 우리에게 느낄 수 있게 해준 작가, 연출, 연기자, 모든 <신의> 제작진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 드라마를 시청하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최영 장군,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했던 부친의 가르침을 평생 실천하고 살았던 최영 장군을

 

    볼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보다 멋진 최영 장군은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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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덧붙임

 

     :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음악, 다음으로 좋았던 것은 액션씬이다.  기본적으로 액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유는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액션씬은 아주 우아한 춤사위처럼 예술적이다. 

 

       특히, 최 영과 다른 한 명이 양쪽 돌담(?) 위에서 싸우는 장면이다.  양쪽에 낮은 돌담을 배치하여 그 돌담에 올랐다가 내려왔다가 하면서 싸우는 장면은 정말 멋지고 기발했다. 

       이것이 진정한 허구가 아닌가 한다.  액션씬을 찍는다고 정말 서로 싸우게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드라마인가? 의심하게 된다.  허구는 허구로 찍지만 멋.진. 그런 거 아니겠는가? 

       이명세 감독의 어떤 영화(형사 또는 M)가 생각난다.  그 영화도 칼싸움 장면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의 위 장면 또한 그것과는 다르게, 환한 태양 아래서의 멋진 무술씬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김희선을 빼고는 논할 수가 없다. 

 

 

     은수는 성격에 허점이 많아서 자칫하면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허영심에 빠져 있는 돈벌기에 혈안이 된 성형외과 의사이면서 덤벙되는 탓에 일을 툭툭 저질러 최영을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왜 최영 같은 멋진 장군이 그런 여자를 사랑하게 되겠느냐 말이다.  물론 최영은 자신이 이 여자를 미래 세계에서 데려온 책임감을 느끼다가 사랑에 빠져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주인공이지만 자칫하면 미워질 수 있고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뭐 저런 여자가 저토록 멋진 남주의 사랑을 받나? 하고 말이다.  초반의 비호감적 캐릭터가 호감으로 바뀌는데는 김희선이라는 연기자의,  비주얼이 뛰어난 데다가, 그렇게 허점을 보여도 미워할 수 없는 그녀의 개성에 있다.  

 

 

    은수를 보면, 마치 김희선이란 연기자의 본 모습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참 특이한 연기자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연기를 잘한다고 한다면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캐릭터에 혼연히 몰입했을 때 그런 느낌이 드는데, 신의에서의 김희선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연기 아주 잘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전 김희선 드라마에서 김희선을 볼 때는, 글을 읽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었는데,,,  <신의>에서의 김희선은 정말 그 캐릭터인 듯, 연기 아주 잘한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야 그녀의 매력을 여지없이 발산하는구나 싶다.

 

 

    신의에서의 은수는 김희선 외의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서 그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무척 잘한 일이다.

 

 

    물론 최영 역 이민호의 말없이 가만히 서서 하는, 미동 없는 연기도 뛰어나지만 말이다.

 

 

    이제 김희선은 연기자로서 첫발을 디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분명 그 연기자 자체로 매력적인 사람이었고, 그랬기에 그동안 다른 드라마에서의 약간 모자란 연기가 안타까웠다면, 이제 그녀 없는 <신의>라는 드라마는 상상이 가지 않으며, 그녀는 그 드라마 자체라는 느낌이다.

 

 

    "이게 안되나 이게?"하며 칼싸움하는 시늉을 하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면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브라운관에서 그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