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처럼 글쓰기]
랄프 플레처 지음 / 최지현 옮김 / 보물 창고
서문. 작가노트란 무엇인가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작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일상적인 감정을 느낀다.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주변의 냄새도 맡는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모든 생각과 감정, 느낌, 의견은 그들이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처럼 그냥 스쳐갈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렇지 않다. 작가는 반응을 한다. 그래서 그 반응을 기록해 두는 곳이 필요하다. 그런것을 적어 두는 곳이 바로 작가 노트다.
나만의 노트를 마련해 정기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작가노트1-- 산 날짜 적고 이런식으로 표기할 것. 무늬없는 것 그리고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은 것을 살 것.)
1.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텔레비전 광고는 ‘잊지 못할’ 휴가와 ‘혀끝에서 살살 녹는’ 초콜릿 바와 ‘기립 박수를 보낼’ 영화를 약속한다. 하지만 결국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 나를 감동시킬 때는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나를 건드린 것이다. 그것은 거짓으로 꾸며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르다. 한 사람에게는 놀라운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이 여러분을 감동시키는가?
작가라면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주목해야 한다. 나는 내 안의 무엇인가를 자극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작가 노트를 꺼낸다.
나는 내게 영감을 주는 이런 이야기를 찾는다. 내 마음을 사로잡거나 나를 놀라게 하는 이야기, 나를 화나게 하거나 혐오스럽게 하는 이야기, 혹은 큰소리로 웃게 만드는 이야기 말이다.
여러분이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해도 마음 속에 계속 떠오르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 그 이야기를 작가 노트에 적어라. 이야기를 자세히 쓸 필요는 없다. 다음에 다시 찾아 제대로 쓰게 될 때까지 마음 속에 새겨 두는 의미로 핵심 문구만 써 둬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이렇게 쓰는 것이다.
LA 폭동 -- 백인 선생님을 에워싼 흑인 아이들
작가는 쉽게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속에 쉽게 잊고 만다.
이야기가 마음 속에서 달아나기 전에 작가 노트에 적어 두라.
2. 참을 수 없는 궁금증
여러분은 무엇이 궁금한가?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생각을 하는가? 점심 시간이나 버스 안에서는 어떤 공상을 하는가? 의식이 쓰러지고 잠들기 전 마지막 순간,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을 괴롭히는 질문은 무엇인가?
작가로서 여러분은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왜냐 하면 그것이 훌륭한 글을 쓸 수 있게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3. 구체적으로 쓰기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다. 보고 들은 것, 깨달은 것,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적는데 작가 노트를 활용해 보자. 구체적인 이야기는 글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그것을 적어 두지 않으면 곧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끔은 단 한 가지의 구체적인 사실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바라보는 창문이 되기도 한다.
세상은 사소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 노트에 그 사소한 일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두라. 그리고 그 중에 정말 중요한 것들을 골라 적어 보자.
여러분은 주변의 사소한 일들을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야 한다. 쓸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말이다.
작가 노트를 들춰 보면, 나도 모르게 ‘좋다’, ‘훌륭하다’ 같은 일반적인 낱말을 너무 많이 쓴 것을 보게 된다. 이런 낱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묘사하지 못한다. 나는 이런 낱말들을 쓰려고 할 때마다 잠시 멈추고 구체적인 예를 사용해 이 낱말을 소리내어 표현해 보려 애쓴다.
자신의 작가 노트를 다시 읽어 보면서 ‘재미있다’, ‘멋지다’ 같은 모호하고 일반적인 낱말을 찾아 동그라미를 쳐 보자. 그리고 그 낱말 속에 숨겨진 사소한 일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는 것이다.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을 활기 넘치게 만들만한 구체적인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사소하고 구체적인 것들을 작가 노트에 보태라.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좋고, 목록도 괜찮다.
구체적으로 쓰라. 그러면 달라질 것이다. 손, 몸짓, 소품, 일화 같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라.
4. 생각의 씨앗
작가 노트는 부화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직 자라지 않은 생각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켜 주고, 제 힘으로 생존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생각이 자랄 수 있는 장소 말이다. 어린 생각을 가다듬고 잘 키우면 더 좋은 생각으로 발전할 것이다.
시, 단편소설, 희곡, 장편소설... 작품의 아이디어들이 갓 태어났을 때 안전하게 보관해 두는 편리한 장소인 것이다.
아이디어를 적을 때는 적절한 낱말을 고른다거나 철자가 맞는지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빠르게 적어 내려간다. 처음에는 그 아이디어가 ‘따끈따끈’할 때 적어 두는 게 중요하다. 가끔은 작가 노트에 적어 둔 생각의 씨앗 주변에 여백을 좀더 남겨 놓거나 한두 쪽을 통째로 비워 두기도 한다. 나중에 다시 찾아서 좀더 덧붙여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모아두는 수집상자로 작가 노트를 활용해 보는 것이다. 낯설고, 놀랍고, 억지스러운 생각까지도 말이다. 이 아이디어들을 검열하거나 또는 ‘씨앗’들이 곧바로 싹트기를 기대하면 안된다. 기다려야 한다. 작가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많은 작가들은 생각의 씨앗이 상상 속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오랜 시간, 심지어 몇 해 동안은 작가 노트 안에 묵혀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폴 플라이쉬만의 작가 노트>
줄거리, 캐릭터, 묘사, 배경, 제목, 주인공 이름에 대한 아이디어뿐 아니라 언젠가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사실들을 책이나 신문에서 뽑아 분야별로 작가 노트에 정리해 두고 있다. 그리고 내용을 계속 추가해 나간다.
나는 학생들에게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작은 수첩 하나와 펜이나 연필뿐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나는 컴퓨터보다 그것들이 더 좋다. 갖고 다닐 수 있고, 비싸지 않고, 건방져 보이지도 않고, 부딪혀 깨질 염려도 없으니 말이다.
5. 마음 속 이미지
나를 둘러싼 세상에 주의를 기울여라. 어디에 있든, 매 순간, 작가로서 대단히 중요한 도구인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음미하라. 그리고 간직하고 싶은 무언가가 떠오르면 작가 노트에 간단히라도 적어라.
먼저 세상 속에 서서, 주변의 것들을 한껏 들이마실 수 있도록 정신적인 쓰레기(걱정거리 등)을 비워 버려라. 작가의 목표는 물을 쭉쭉 빨아들이는 스펀지가 되는 것이다.
패트리샤 허벨은 청소년을 위한 시집 다섯 권을 출간한 시인이다. 승마장을 방문했을 때, 패트리샤는 말에 관한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백마가 언덕을 느리게 달리는 듯한 산들바람
하지만 바람은 검은 말의 울음소리
산들바람은 발걸음이 우아한 망아지
하지만 바람은 울고 있는 종마
홍수가 난 강처럼
근육이 붙은 말
하얀 양말을 신은 것 같은 밤색 말
긴 등
알찬 근육
탄탄한 엉덩이
결코 물지 않는
가족 같은 말
우리는 어디에서든지 이미지를 모을 수 있다. 도시의 길가, 교회, 기차역, 애완동물 가게...... 당신의 모든 감각을 이용하라. 그리고 가능한 꼼꼼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꿈의 파편들이나 장면들을 담고 잠에서 깬다. 그 꿈들이 머릿속에서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적어 두는 습관을 가져라.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별 뜻 없이 살아간다. 작가 노트는 내부나 외부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깨어 있을 수 있도록 자명종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6. 대화를 듣는 귀
어디에 있든 낯선 이들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우고 떠오르는 생각들에 주의를 기울여라. 모든 대화를 다 적을 필요는 없다. 구절이나 단순한 문장만 적어도 괜찮다.
작가 노트에 글을 쓰는 것은 연료를 공급받는 것이다. 최고급 연료를 공짜로 말이다.
우리는 ‘기억해 둬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작가 노트에 자세히 적어 두지 않았다면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작품을 시작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 생각에서 시구를 얻어내려 애쓴다. 그런데 우리가 들었던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것이 작품으로 가는 초대장이 될 것이다.
작가 노트를 다시 읽는 것은 인생을 다시 사는 것과 같다.
작가 노트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기지개를 켜거나 운동선수가 날마다 조깅을 하는 것과 같다.
몇 년 동안 나는 핀란드에서 산, 표지가 나무로 된 노트에 내 모든 꿈을 담았다. 그것은 스웨터를 개어 넣어 둔 삼나무 서랍장처럼 꿈결 같은 냄새가 났다. 나는 노트에 펜을 꽂아 침대 곁에 놓아두었다.
나는 들고 다니기 좋은 작은 노트를 정말 좋아한다. 누구나 종이를 접어서 쉽게 만들 수도 있다. 얼마나 저렴한가!
7. 목록 만들기
작가 노트에 좋아하거나 새로 알게 된 낱말의 목록을 만들어 보자.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새해 소망 목록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그 목록을 작가 노트에 붙여 두고 이듬해 마지막 날 어떤 소망들이 이루어졌는지 되돌아보면, 그 중에 어떤 것들은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작가 노트는 스스로 지켜야 할 마감일을 정해 주기도 한다.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여러 사실들을 이렇게 목록으로 만들어 두는 것은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브레인스토밍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얼마 전 나는 꼬박 다섯 시간동안 채마밭에서 잡초를 뽑았다. 그러는 동안 잡초에 대해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는 작가 노트의 맨 위에 ‘잡초’라고 써 놓고는 이 주제와 관련된 생각들을 자유롭게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는 내 상상력을 검열하지 않고 그저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는 대로 내버려 두려고 애썼다.
만들고 싶은 어떤 종류의 목록이든 브레인스토밍 해 보라.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 넣을 수 있도록 각 목록 끝에는 반드시 빈 공간을 남겨 둬야 한다. 좋아하는 음식,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들, 짜증나는 것들...... 두려워하지 말고 재미난 목록을 만들어라.
(내생각 : 작가노트와 브레인스토밍 노트를 따로 만든다.)
불평거리 목록도 괜찮겠다.
1. -------는 나를 정말 괴롭힌다.
2. 나는 절대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등등
부드럽고 하얀 종이를 잉크와 낱말들로 덮으며 글을 쓰다 보면, 익숙했던 생각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문장들을 보며 놀라곤 한다. 이러한 글쓰기는 언제나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인도한다.
8. 추억에서 꺼내기
작가들은 추억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내라.
추억을 음미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었나를 들여다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일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보는 것까지 포함된다.
추억은 특별한 장소에서 깊이 새겨지기 마련이다. 추억을 찾고 싶으면 관련 있는 장소를 묘사해 보라.
그림이든, 여러 가지 물건이든, 기사든, 사진이든 그 주변에 여유 공간을 남겨 두는 게 좋다. 나중에 빈 공간에 그 물건들이 의미하는 것과 그로 인해 되찾은 추억을 써 놓으면 두고두고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
9. 마음을 드러내는 글쓰기
작가 노트는 일기장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자기 자신에게 완전히 정직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정확히 말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고, 엄연한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요즘 내 생활에는 활력이 없다. 열정도 없고, 생기도 없다. 놀지도 않고 춤도 추지 않는다. 파티도 없고 찾아오는 친구도 없다. 일만 하고 놀지 않는 것은 랄프를 멍청한 아이로 만든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지루해진 것일까? 어른이 되면 가질 수 있을 것 같던 그 광활한 지평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엄마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말했다. 엄마가 옳다! 나는 레드 삭스 경기 티켓을 사러 갈 것이다. 그리고 새 야구 글러브와 새 배트도 사러 갈 것이다. 낚시도 하고, 밤하늘 별빛 아래에서 캠프도 할 것이다.>
어떤 작가들은 다른 사람이 영원히 읽지 않기를 바라는 비밀을 적는데 작가 노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비밀을 쓰는 것이 대단한 작품을 쓰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비밀을 글로 적으면 최소한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데도 작가 노트를 이용할 수 있다. 설혹 그 편지를 부치지 못하거나, 아니면 부치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는 결코 부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연애편지를 쓰는 젊은 작가들을 몇 알고 있다.)
나의 가장 참된 영감은 글쓰기를 연습한 사람들의 시나 구절에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의 글을 내 작가 노트에 옮겨 적을 때 나는 약간의 죄의식을 느꼈다. 마치 뭔가를 먹어치우는 것처럼 너무 쉽고 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훌륭한 글로 내 글을 에워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함께하는 사람들에 따라 실력이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감동적이고 좋은 글들을 수집하고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글들을 작가 노트 곳곳에 적어 두라고 권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글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나는
나뭇잎과 미친 듯이 놀고,
햇살과 춤추고,
달에게 웃음짓고,
별을 쫓고,
두 팔로 바람의 어깨를 두르고,
강물과 비밀을 이야기하는 사람,
그런 홀딱 반할 일을 하다니
난 특별한 것 같아.
제인 욜런의 [부엉이와 보름달] 중
그림자는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새까맸다.
그림자가 하얀 눈을 얼룩지게 했다.
시가 남모르게 원하는 것은 바로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찰스 시믹
소설은 거미줄과 같다. 아주 가볍게 (땅에) 붙지만 또 모든 귀퉁이에 달라붙는다.--버지니아 울프
1. 내린 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모두 종이에 써 내려간 원고
2. 올린 원고-- 한 번 수정하여 내용이 향상된 원고
3. 치과 원고-- 치아를 검사하듯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본 원고
인생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주류에 녹아 버리는 것과 눈에 띄는 것. 눈에 띄기 위해서는 달라야 한다. 다르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아닌 너만이 되어야 한다.--앨런 애슐리 피트
조가비
--발레리 워스
아버지의 어머니가
조가비를 주워
주름지고 메마르고
여기저기 핏줄이 어지러운
손에 놓고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손가락들은 구겨져
손마디에
장미로 피어났다
할머니가 말하길
“어쩌면 이 작은 것이
예뻐지려고
이리도 고생을 할까?“
누구나 아빠가 필요해
누구나 아빠가
필요해. 아빠가 없는
아이들은 늘
두려움을 몰아내려
싸우려 들지.
그렇다고 아무 아빠나
고를 수는 없어.
너만을 위한
특별한
아빠여야 해.
아리조나에 사는
한 소녀가
아빠를 잘못 골라
결국엔
멀리 달아나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 만약 네가
누굴 고를지
모르겠다면
적당한 아빠를 고를 수 있는
법칙을
알려 줄게.
#1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좋은 아빠를 고르려면
영혼의 생김새를
봐야 해.
나는
잘생겨서 고른 아빠가
결국
떠나 버린
텍사스의 한 소년을
알고 있어.
그냥 떠나 버렸어.
잘 있으라는
인사도 없이
#2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골라 봐.
너와 함께
숲으로
산책 갈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너와 함께
여행을 떠날 사람.
캘리포니아를
거지반 돌아다닌
여행이
고작
10분처럼
느껴지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지.
#3 집 둘레에서
들리는
작은 발자국 소리를
좋아하고
이따금
동생과 싸우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빠를 골라 봐.
당신이 되고 싶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작품을 찾아라.
11. 작가 노트 다시 읽기
작가 노트를 읽을 때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한다. 반은 독자이고 동시에 반은 작가로서 말이다.
* 무엇이 재미있거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가? 무슨 일에 가장 깊은 관심이 생기는가? 어떤 아이디어가 계속 잡아끄는가?
* 두드러지게 눈에 띄거나 독창적인 글은 어느 부분인가? ‘기존의 글과 같지’ 않은 곳은 어느 부분인가? 신선하고 새로워 보이는 글은 무엇인가?
‘기억하라. 단풍나무시럽 1리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풍나무 수액 40리터가 필요하다.’
이 글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해 앉아 있던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했다. 단풍나무 수액은 거의 물이다. 단풍나무시럽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물을 끓여야 한다. 작가 노트에 쓴 것은 그 수액과 같다. 다른 방법이 없다. 글이라는 시럽이 짙고 걸쭉하고 달콤해지려면 많은 수액을 끓여야 하는 것이다.
밤이면 늘 침대 곁에 작가 노트를 둔다.
12.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글쓰기는 내게 있어 탈출구다. 난 스스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글을 쓴다.
작가 노트는 아침 이슬방울을 모아 두는 곳이다. 작가 노트는 해가 지는 곳이다. 바닷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내 얼굴에 불어 오는 바람이다. 작가 노트는 강아지와 함께 노는 곳이다. 무지개 위를 걷는 꿈을 꾸는 곳이다. 그리고 좋은 기분과 나쁜 기분이 함께 하룻밤을 묵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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