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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쓰기 연습

<거장처럼 써라> 그리고 <보톡스>

        <거장처럼 써라>  

 

윌리엄 케인 지음  /  김민수 옮김 / 이론과 실천

 

 이 책은 주로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책을 쓴 거장들의 특징적인 작법을 들어주고 그것을 모방하라는 것이다. 

 

 총 21명의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 찰스 디킨스, 허먼 멜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크누트 함순, 이디스 워튼, 서머싯 몸,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프란츠 카프카, D. H. 로렌스,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거릿 미첼, 조지 오웰, 이언 플레밍, J. D. 셀린저, 레이 브래드버리, 플래너리 오코너, 필립 K.딕, 톰 울프, 스티븐 킹의 작법 특징을 열거하고 그것에서 벤치마킹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위주로 씌어진 글이다.

  위 작가 중 잘 모르는 작가는 그 나라에서만 유명한 작가가 아닐까 싶지만 상당히 배울 점이 많다.  그래서 읽어두고 모방할 수 있으면 모방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 같다.  물론 말은 쉬우나 창작은 어렵겠지만.

 

  기억나는 작가의 작법이라면 먼저, 헤밍웨이의 종속절을 쓰지 않고 짧은 단문과 단문을 그리고(AND)로 연결하고 쉼표를 찍지 않는 기법.  소설의 흐름에 독자가 속도감있게 따라 붙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마거릿 미첼(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작가)의 설득력 있는 배경 만들기. 시대 배경의 구체적 묘사(철저한 사전조사)에 주인공을 끼워 넣기.  마치 롱숏에서 클로즈업씬으로 옮겨가는 기법이다. 

 

  그리고 스티븐킹의 서스펜스 기법.  지연과 서스펜스 활용하기.  '서스펜스란 독자가 미래에 벌어질 어떤 사건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잠재적 위험을 지정하고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위험이 드러나는 결정적 순간을 최대한 미룸으로써 독자를 서스펜스 속에 가둬둔 채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 

  스티븐 킹은 서스펜스를 만들 때 항상 세단계로 구성한다. 

   1. 언급이나 단서를 흘린다.

   2.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 일'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론 언급한다. (재통보 : 예를 들면, <미저리>에서 애니가, "깨끗이 씻어야 해." 라는 말을 할 때마다 독자는 또 다시 고문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안다.)  킹은 이렇듯 재통보를 통해 독자를 안심하지 못하게 하면서 서스펜스를 증폭시킨다. 

     스티븐 킹의 서스펜스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은 그가 쓴 작법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손에 펜을 들고 그의 소설 중 한 권을 펼쳐 드는 것이다. 

   3. 전개상 공포가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에서 서스펜스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

 

  이 세 작가가 기억에 남는다.   

 

 

   '결국 모방은 자신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던 새로운 글쓰기 근육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도다. 

 

  '"저 같은 사람이 무슨 수로 카프카 같은 작가를 뛰어넘을 수 있나요?"라고 묻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샐린저도 똑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하지만 샐린저는 그 질문을 한옆으로 밀어놓고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카프카를 뛰어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글을 썼다. 

 

   거장 앞에서 느끼는 초라한 감정은 작가로서의 기교와 능숙함이 부족하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달리 말하면 다른 사람의 작품에 깃든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진정한 작가라면 좌절을 떨치고 일어날 것이며, 거장을 향한 막연한 경외감도 극복할 것이다.  거장의 작품을 계단 삼아 자신의 작품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그것이 작가의 길이다.'

 

 

  뉴욕시립대와 보스턴대에서 20년간 영문학을 가르쳐온 저자.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도 그렇고 미국에는 강의 그자체를 그대로 책으로 옮겨 놓은 책이 많고 재미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강의를 분명 재미있게 하는 학자가 있다.  그런데 그 강의를 그대로 살려 재미있게 쓰여진 책은 없는 것 같다.  책으로 쓸 때는 꼭 어떤 엄숙성을 지켜야 한다는 틀을 깨고 강의 그대로를 옮겨 놓는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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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 보니 황미나 작가가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웹툰 <보톡스>에서 차용된 기법이 있는 거 같아 적어 두고자 한다.

 

  먼저, <17장. 레이 브래드버리처럼 써라>에서  단짝 캐릭터를 활용하라는 부분이 흡사하다.  '단짝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첫 번째 이유는 두 인물을 비교하여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와 정반대다.  매우 미세한 두 인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톡스>에서 혁과 건은 형제다.  둘은 나이 많은 여주를 사랑하므로써 부모(특히, 모)와 대척점에 선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형인 혁은 상당히 현실적인 인물로 기존 관념을 답습하고 벗어나지 못하지만 동생인 건은 그런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열정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적극성 면에서 다르다. 

  이러한 단짝 캐릭터의 등장은 자칫 비현실적이라 여겨질 수 있는 건과 영숙의 사랑에 보편성을 담보해주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음으로 청소년 문학을 쓰는 방법이다.  브래드버리는 청소년 문학을 쓸 때 세가지 기법에 의존한다. 

 

  환상에 의존, 대화의 많은 사용, 마법의 세계로 밀어 넣기가 그것이다.  게임에서 주연 인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 '환상에 의존' 기법의 활용이다.  이것은 자칫 현실에서 불가능한 둘의 만남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두번째로 청소년 대화의 사용이다.  자주 등장하는 '현피'라는 단어 외 다수의 청소년 대화 사용.  

 현피를 사용하지만 실제는 전혀 현피의 실제의미와는 달라진 행동이 건의 성격적 특징 또는 영숙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다. 

  '브래드버리가 그랬듯 청소년들의 대화에서 그들 특유의 순발력 넘치는 생각과 그들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유머와 경이로움을 낚아채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다.'

 

  '축제는 놀라운 위험으로 가득하다.'  '어린 시절 '당신'이 경험했던 마법을 떠올려 보라.  그것을 작품의 배경으로 활용해보라.  그렇게 하면 청소년을 주제로 한 당신의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고 효과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한적 3인칭 시점'의 활용이다.  물론 <보톡스>는 복합시점이다.  그러나 '제한적 3인칭 시점'(이후 '제삼시점'으로 줄여쓰기로 함)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  '제삼시점은 작가가 주인공의 생각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장치다.'  '중심인물의 생각을 이렇게 속속들이 들춰냄으로써 소설은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고 독자로부터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주인공이 느끼는 것을 독자 역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느낀다.  결국 독자는 그를 걱정하고 보살피게 된다.' 

  물론 이 만화의 시점은 영숙, 건, 혁의 각각 시점으로 바뀌지만 한 인물의 생각을 표현할 때는 그 주인공의 마음 나레이션을 통하여 그 주인공만을 속깊게 따라간다.  그러므로 오글거리는 비현실적인 내용에도 독자는 공감하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책의 기법에 비추어 작품을 분석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기법을 이용하여 창작하기는 참 어려운 일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