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싫어서>
너구리 글 / 김혜령 그림 / 시공사 / 2017년 / 13,000원
이 책의 장점은 시처럼 짧은 글들이라 잘 읽힌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들이다.
게다가 재밌다는 것.
다 옳은 말들이라도 너무 긴 글들은 읽다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그럴 때, 이 책으로 독서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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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중 좀 긴 글을 소개하고 싶다.)
스트레스
그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평온한 직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대는 나에게로 와서
스트레스를 주었다.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스트레스와 짜증에 알맞은
감정을 누가 대신 전해주오.
당신에게로 가서 나도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스트레스를 되돌려주고 싶다.
나는 팀장님에게 팀장님은 부장님에게
잊쳐지지 않는 거대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다.
(짧은 글 하나를 소개해 보자.)
만 원
회사에 다닐 때는
한 시간 동안 아무 일을 안 해도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먹지 않으먄
만 원도 벌기 어렵다.
'만 원 버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드는 생각.
왜 회사에서 좀 더 열심히
땡땡이치지 않았을까?
(하나 더 소개해 보자.)
짜증
회사에서 생긴 짜증
회사에서 풀어야 하는데
괜히 집에 와서 푼다.
아무 잘못 없는 우리 엄마.
미안해 죽겠다.
(더 소개해 보자.)
계절
봄바람 따라 퇴사하고 싶다.
여름 더위에 지쳐 퇴사하고 싶다.
가을 파란 하늘 따라 퇴사하고 싶다.
겨울 추위 무서워 퇴사하고 싶다.
무슨
논리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니
모두 참석해."
"월급의 연장은 없으면서
무슨 논리예요?"
라고 아주 작게 말했다.
회사 불변의 법칙
하나, 다닐 만하다 싶으면
꼭 누가 건드린다.
둘, 기분 좋게 출근하면
꼭 누가 화를 낸다.
셋, 퇴근 후에 약속을 잡으면
꼭 누가 퇴근 직전에 일을 시킨다.
생각은 셀프
"회사를 위해서 뭘 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해봐."
부장님, 직원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해보라고 안 할 테니
우리 그냥 생각은 셀프로 해요.
직장인의
꿈
학생 때는 빨리 취업해서
돈 버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 내 꿈은
퇴사가 되어버렸다.
(그림 : 꿈이 없던 제게 회사가 꿈을 안겨주었습니다.
칼퇴하는 꿈, 일한 만큼 받는 꿈, 그리고 쿨하게 최사하고도 세끼 걱정 없이 먹고사는 꿈.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놓치지 않을 거예요.)
좋아하는 일의
함정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나보다 먼저 일을 시작했던 동생은 변해갔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날카로워졌다.
동생은 말한다.
그토록 좋아했던 이 일이
이제는 너무 싫다고.
좋아하는 일이 밥벌이가 되는 순간
원수 같은 일로 변해가는 아이러니.
모순
일을 떠넘기고
일을 가르쳤다고 말한다.
버티는
삶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고 말한다.
이기려고 사는 삶이
아닌데 말이다.
본전
아무리 사업을 따 와도,
매일같이 야근해도,
주말에 출근해도
한결같은 내 월급
요즘 자꾸 본전 생각이 난다.
딱
정량만큼
기대할 것도, 더 바랄 것도 없다.
받는 만큼만, 딱 정량 지켜서
그만큼의 노동을 제공하면 그뿐이다.
쥐꼬리를 주면서
내가 소가 되기를 바라는 회사.
틈틈이 카톡과 인터넷 창 켜놓고
일하는 나.
지금 우린
딱 정량만큼 주고받는 거다.
통일
좀
기껏 발표 자료 만들었더니
팀장님은 고딕체로 하라 하고
부장님은 굴림체로 하라 하네.
팀장님은 글씨 크다.
부장님은 글씨 작다.
남북통일보다 시급한
서체 통일.
미생
뒤늦게 드라마 '미생'에 빠진 우리 팀장님.
"나 완전 오 차장이랑 똑같지 않냐?
일 잘하고, 정의롭고, 직원들 챙기고."
역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일 모른다.
신입에게
TV 보지 마세요.
드라마에 나오는 회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TV를 끄세요,
지금 당장.
환상을 갖지 마세요.
밀어줄게
"김 주임, 내가 너 팍팍 밀어줄게.
열심히 해봐."
어쩐지,
눈앞이 낭떠러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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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입사해서, '나는 이토록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할만한가 보네,,도저히 이해가 안되는군...' 이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 알겠다. 처음 입사해서 몇년이 가장 힘들다. 눈치 볼 사람 많고, 일도 가장 많이 몰아주는데, 경험이 없어 일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 시기, 20대를 지나 35세를 넘어가면 그럭저럭 할만해지는 것이 일. 그런데 그때부터는 또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해 힘들다.
승진이 없이 쭉 가는 직업은 첫 발령받아서는 할만한데, 나이들수록 체력은 딸리는데 같은 업무를 계속 해야 하니 힘들다. 승진이 있는 직업은 첫 20대 때는 많이 힘들어도 위로 승진할수록 몸은 좀 편해지고 업무가 달라지니 좀 나아질 수 있다. 그러니 제일 많은 일을 하고 눈치보면서 치일 때, 작가는 그만둔 셈이다.
현재는 나이가 젊으니, 이전 벌어둔 것으로 그럭저럭 산다고 하더라도, 인생은 길고 나이가 들면 더이상 취직도 힘든 상황이 되므로, 작가의 현재 백수생활보다는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니 한 직장에서 버티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다. 물론 내 생각이 다 옳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아직 우리나라는 나이, 연공서열을 어느정도 인정하므로, 경력이 쌓일수록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작가가 그 20대를 버티고 나면, 직장에서 사는 삶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 물론 아닐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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