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지금부터 보건교사 장점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하자.
난 대체로 부정적인 사고를 많이 한다, 아마도 MBTI (성격 분석 검사)상 판단의 점수가 높게 나온 이유와 맞물려 있다. 난 자꾸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을 분석하고, 이유를 자꾸 캐는 습성이 있다. 그게 인간관계를 잘 하지 못하는 원인과도 겹치는데, 친하다고 더 봐주는 게 없다. 그러니 공무원이나 판, 검사 했으면 잘했을 거 같다, 그런데 외우는 거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합격을 못할 것도 같고, 판검사는 소심해서 또 밤잠을 설칠 거 같다, 좌우간.
이황 선생의 시가 떠오른다.
은이 정을 이기면, 사가 되고,
정이 은을 이기면, 공이 된다...
내해석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은혜를 입었다, 그것이 정확함, 또는 정의로움을 이기게 되면 사사롭게 상대의 이익을 위해 공정함을 저버리게 되고, 정의로움이 감사하다는 마음을 이기면, 공정함이 되는 것이다ᆞ 참 맞는 말씀 아닌가!
대체로 나란 인간은 정이 은을 이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들이 섭섭함을 많이 느끼는 것이다, 가까움에 대한 댓가를 안주니까. 이것은 나의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대체로 그러하다. 안그런 성격의 사람도 많고 인간은 이 검사를 해보면 참 다양하다.
보건교사도 마찬가지. 어떤 학생은 보건실에 자주 와서 혜택을 많이 입고(?) 어떤 학생은 보건실을 아예 안온다, 그럼 불공평하다, 그러니 모두에게 불친절하다, 왜? 모든 학생에게 친절할 수는 없으니까. 이것은 완벽주의적인 생각과도 통한다, 자꾸 안그러려해도 완벽주의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을 좀 바꾸기로 했다, 난 그냥 보건실에 오는 학생에게만 잘해주면 된다, 난 보건교사니까. 그리고 예전엔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똑같이 대했는데 요즘은 생각을 수정했다. 인본주의적 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은 다 다르고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존재다, 그러니 지금 마음에 분노가 차 있는 학생에게는 조금 더 잘해주기로 말이다.
여튼 그러다보니, 어느순간부터 무지 힘들어졌다, 나는. 그러면서 생각의 전환점을 가지게 된다. 아니 이렇게 내가 힘든데도 나는 이 직업을 지속하고 있네, 왜에?
적성에도 안 맞는데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내가 이렇게 이 직업에 눌러 앉아 있단 말인가?
물론 다른 직업에서 이 정도 돈을 벌 수가 없으니, 있는 것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그때는 돈이 더 궁했는데도 간호사를 그만둔 걸 보면, 이 직업이 내적성에 좀 맞는 거 아닐까?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어느부분이 내적성에 맞는 지 알려주겠다, 궁금하지 않으시다고 해도.
1. 난 철저한 개인주의자다!
조직은 정말 안맞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가 실으다.
예전 경험에 비추어도, 나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족은 맨날 대화가 많았다, 형제끼리 이말 저말 나누다 보면, 새벽 3시까지 한 적도 있다, 그럼 공부할 시간과 힘은 저만치 달아난다, 좋겠는가?
그러니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혼자 가는 것보다 멀리 못간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덜 가는 사람의 보조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등산을 함께 갔는데 자기가 잘간다고 먼저 가는 사람이 싫다, 그러면 나는 그사람과 같이 안간다, 그런데 나 또한 그러하다, 그게 힘드니까, 나도 혼자 간다. 물론 맞춰주는 사람과 가면 나도 혼자보다 더 좋지만, 내가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 성향상.
그러니 일단, 보건교사는 보건실에 혼자 있다, 게다가 협조가 필요하지만 대체로 업무 자체는 아주 독립적인 일이다, 대체로. 그러니 개인주의적으로 사고하는 내적성에 아주 맞다. 물론 현실은 다소 다르지만,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그러하다.
그러니 사실 내가 정교사를 외치고 인력수급을 외치지만 나는 남과 같이 있는 게 더 불편해서 사실 싫다.
2. 나는 별로 승진에 뜻이 없다. 승진을 하면 돈은 많이 줄 지 모르지만, 그만큼 책임이 뒤따른다.
난 소심해서 그런지, 아니면 막 말하고 글쓰고 싶은데 그걸 전부 책임지라면 싫다, 그러니 책임 덜 지는 보건교사가 좋다. 비록 어느정도 응급처치 책임때문에 심장이 늘 쿵쾅거리지만, 일단 학생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책임질 만큼 심한 양상은 드물다는 걸 이제 경험으로 알겠다.
그러니, 나는 행복을 맘 편한데 둔다. 돈이 적으면 때로 맘이 더 불편해지기도 하지만,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3. 세상은 전문가를 알아주지만, 난 한가지일만 열심히 깊게 연구하는 게 재미가 없다. 보건교사가 분야가 다양하니, 힘들지만 그러니까 또 매력이 있다. 사실 그렇기땜에 안하자고 들면 또 안해도 그만이니까. 내가 그걸 선택(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하기 땜에 재밌다. 자꾸 하기 싫은 일 시키면 그 일을 망쳐버리면 된다. 책임은 내가 안 지니까. 그럼 안 시킨다 ㅋ ㅋ
4. 3번처럼 하면 사실 다른 테클이 들어오니까 많이 힘들지만,
이것저것 다 받아하는 사람보다 낫다.
즉, 나는 커트를 잘한다, 못하겠습니다 하고 말이다.
학기초에 날아오는 학교보건업무지침만 해도 책 한권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인, 거절 못하는 사람이 그거 다 하려면 조만간 머리가 터질 지도 모른다ᆞ 그러니 거절 못하는 사람은 할 직업이 못 된다.(아니 거절 못하는 사람이 해야하는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고마워서도 더 큰 일을 안 일으킬 지도 모르고 업무도 줄 지도 모른다. 그건 잘 모르겠다.)
나는 나전달요법 으로 거절 잘한다, 물론 거기에 불만 있는 사람에게 더 큰 테클을 당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5. 비리를 안 저질러도 되어서 좋다. 만일 내가 홀로인 직업이 아니라 명확히 상사가 있어서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얼마나 스트레스겠는가? 내 뜻대로 못하니.
난 고집이 좀 세다. 그래서 나는 윗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체계적으로 사람들은 체육부장이나 교장을 내 윗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난 아니다.
얼마전에도 나에게 제세동기를 구입하라고 했다, 한 100만원쯤 한다, 난 보건교사 경력 25여년이 되었지만, 한번도 제세동기를 사용할 상황에 맞닥뜨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게 왜 필요하지? 이런 생각 들어 안 샀다, 그럼 테클 들어온다, 그래도 견딘다, 난 그런 게 재밌다. 의외로 세금도둑들이 많더라고. 그걸 내가 일정정도 막는다는데 뿌듯함을 느낀다. 그 제세동기 어디 있는 지 고장은 안 날지, 실제로 사용하려면 그래서도 못 쓸거다. 게다가 나는 소심해서 중환자실에 있었지만 그 제세동기 사용은 의사가 했기 땜에 있어도 사용하기가 두렵다, 차라리 119가 그거 들고올 때까지 심폐소생술만 할거다. 그걸로도 충분할거다, 아마. 5분 이내로 119 오니까. 사실 이런 상황도 아주 드물지만 말이다, 학교에 제세동기 없다고 살릴 사람 못 살리지 않는다. 심폐소생술만 잘하면 된다.
고 난 생각한다. 근데 불안하긴 하지, 나라에서 사랬는데 안 샀는데 그런 상황 오면 왜 안 샀냐고 질책할테니까. 근데 아마 내 뒤에 오는 보건교사가 샀을 거다, 불안하니까.
여튼 나는 이런 사소한 고집의 관철이 좀 재밌다.
6. 난 게으른 편인데, 대부분 비리에 협조 안하면, 일거리를 다 가져가고 안 시킨다, 그래서 더 좋다.
7. 나는 쓸데없는 서류 작성에 힘 빼는 걸 싫어한다, 별로 실제적이지 않으니까. 물론 필요한 매뉴얼도 있다. 그럼 그런거는 그냥 잘하는 보건 장학사가 만들어 배포하고, 우리는 그거 수정해서 살면 될텐데 싶다.
그럼 공무원 되었으면 대부분이 공문서철 정리 꼼꼼히 하고 했어야 될거다. 교육계 문서 장난 아니게 복잡하다, 대부분 그거 잘해야 돈 나오고 승진하고 그럴 거 같다.
난 실제적이지 않은 그런 헛 힘 쓰는 게 싫은데, 보건교사는 대체로 많이는 안그래도 되니까 좋다.
8. 예전에는 약이 다양하지 않고 예산도 맨날 적게 주고 하니 재미가 없었는데, 요즘은 좋은 약이 많이 나오니, 그 효과를 내돈 안들이고 시험해보니 좋다.
요즘은 전자문서라서 약을 내가 직접 사니까 좋다. 다만 쓸데없이 다양한 약을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약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지나친 친절은 괜히 다국적 제약사들 돈 벌어주는 것만 되니, 적당히 예산을 사용하는 재미가 좀 생긴다.
난 상당히 경제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이므로 그런 경제적 적절한 운용에 재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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