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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음악!, 살아있는 캐릭터들)

밀회 3회 대본 (필사)

 

         

                       

                

 

 

              밀회 3회 대본 (필사)

 

 

1. 차 안 (밤)

 

물티슈 빼서 닦는 강교수 손.

 

2. 선재 집 앞 골목 및 계단 (밤)

 

아래로 강교수 차가 보이는 선재 집으로 오르는 계단.

막대사탕 먹으며 계단 오르는 다미와 선재 친구.

계단 오르는 소리.

 

3. 선재집 방 (밤)

 

전등이 환하게 켜진 방.

선재, 몸 숙여서 부엌 물품 들어 있는 아래에서 뭔가를 찾다가 식용유를 꺼내 들고 욕실에 들어가는 선재.

 

4. 욕실 안 (밤)

 

변기에 앉아 물 담긴 세수대야에 발을 씻으려 한쪽 다리 들고 바지 걷고 있는 혜원.

식용유 들고 욕실에 들어와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세수대야에 붓는 선재.

 

혜원 ; (의아하여) 뭐야?

선재 ; (식용유와 물 손으로 저어 섞으며) 아, 예.. 콩기름이예요, 이게.  끈끈이가 콩기름에 녹거든요. 다 녹은 담에, 비누칠, 하시면 되거든요.  (자기손을 옆의 수도에 씻고, 혜원을 발을 잡고 씻어주려 한다)

혜원 ; (놀라서 선재손을 치우며) 어머, 내가 하께. (스폰지 수세미 같은 걸로 발을 닦는다)

선재 ; (작게) 예에.. (무릎 꿇은 채 앉았다)

 

E (선재 친구) ; (작게 웅성거림) 나온다 나온다 말만 하구...

 

선재, 급히 나간다.

 

5. 선재집 방 (밤)

 

급히 나와 현관문 앞에 가는 선재.

문 열고 들어오려는 선재친구와 다미.

밖으로 그들을 밀어내며, 가라고 손짓하는 선재.

 

다미 ; (밀려 나가며 놀라서) 어어,, 왜에?

선재 친구 ; 누구?

 

친구의 입을 손으로 막고 내보내고 작게 ‘가아’하고, 현관문 닫는 선재.

 

현관문 닫고 숨 차서 숨 몰아쉬며 아래 보는 선재.

아래의 혜원 신발 보다가 신발 앞이 밖으로 향하게 가지런히 놓는 선재.

일어서는 선재.

 

6. 욕실과 선재집 방 (밤)

 

버티컬 블라인드로 구분되어 있는 욕실과 방.

버티컬 블라인드, 모아져 열려 있다.

 

혜원 ; (발 씻으며) 친구들이야?

선재 ; (현관 쪽에서 욕실 앞에 와 방에 서서 혜원 보며) 아아, 네 네, 갔어요.

혜원 ; (수세미로 계속 발 보며 닦으며) 신기하네, 깨끗이 닦아져.

선재 ; (욕실 앞에 서서 안절부절 어쩔줄 모르며) 아하, 콩기름이.. 원래.. 저.. 후우

혜원 ; (웃으며 발 닦으며) 너무 떤다 너.. 좀전엔 제법 과감하더니..허..

선재 ; (고개를 숙이며 꾸벅 인사하고) 죄송합니다. (헛기침) 흐음..

혜원 ; (선재 보며 의아하여) 뭐가?

선재 ; (목소리 떨리며) 제가 너무 과감해서요, 아니, 제가, 너무.. 떨어서요, 하아.

혜원 ; (발 닦으며) 그래 가지고 시험 어떻게 볼래?

선재 ; (심호흡) 후우.

혜원 ; (작게 혼잣말, 발 닦으며) 내가 괜히 왔나 부네..

선재 ; (강하게) 아뇨! 그건 절대 아니구요. (떨며) 그니깐.. 그건 분명히 아닌데. 후우. 잘.. 잘 모르겠습니다.

혜원 ; 허허, 뭐래는 거야.. (발 닦는)

선재 ; (자신이 한심하여 혼잣말처럼) 그러게요..

 

혜원, 잠시 미소 띠고 선재 쪽 눈길 주다가, 다시 발 닦는.

비누칠한 혜원의 발 보인다.

수세미로 발 닦는 소리.

선재, 혜원의 발에 시선 가는 자신이 못마땅하여 인상 쓰며 고개 들며 ‘아흐’ 하고 방으로 급히 간다.

 

7. 2층 선재방 (밤)

 

침대 위의 혜원 옷이며 가방 가지런히 챙겨 나무계단 내려오는 선재.

 

8. 1층 선재집 방 (밤)

 

욕실 앞에 서 있는 혜원.

나무계단 급히 내려와 혜원 앞에 선 선재.

 

혜원 ; (옷과 핸드백 보며) 뭐야? 가라구?

선재 ; (옷과 핸드백 내밀며) 예에. 얼른 가보셔야 할 거 같애서요.. 강교수님 밖에서 기다리시니까.

혜원 ; 허어, 너 치는 거 듣구 가야지이..

선재 ; 제가 내일 갈게요. 가서 들려드릴게요, 그 예비소집 끝나구. (핸드백과 옷을 내민채 있다)

혜원 ; (외투 받아 입으며) 낼 오면서 전화해에.

선재 ; 네에. 저어.. 번호 좀..

혜원 ; (목도리 하며) 강교수한테 하면 돼에.

선재 ; (작게) 아이,, 선생님 꺼요.

혜원 ; (옷 보며 마무리 하며) 니선생은 내가 아니라 강준형 교수지.

선재 ; (단호하게) 실..싫은데요.

 

혜원, 놀라 눈 크게 뜨고 선재 똑바로 보는.

 

선재 ; (혜원 얼굴 똑바로 보며) 아닌데요. 저는, 그날 서.. 선생님께에..

혜원 ; (웃으며) 하, 글쎄 내가 왜 니 선생이야아?

선재 ; (똑바로 보며) 왜냐면요오.

 

음악감독 창작곡 배경음, 들린다.

 

선재 ; 왜냐면, 제가 선생님이랑.. 처음 만났을 때. 그때 그렇게 정해졌어요. 운명적으로.

 

진지하게 선재를 보는 혜원.

 

선재 ; (손으로 뒷목 만지며) 으흠, 제가,, 퀵배달 하다 보니까, (팔 내리고) 매일매일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거든요. 뭐 가끔가다 단골손님도 있긴 하지만, 거의 다 첨보는 사람들이예요. 다 저랑 상관 없고,,제가 누군지 관심도 없어요. 뭐 저도 관심 없구요. (혜원 똑바로 보며) 근데.. 선생님께서는, 제 연주를 더 듣겠다고 하셨고,,,  제가 뭐 어떤 놈인지 관찰도 하시고,,, 어떻게 사는 지도 물어 보시고..  저랑 같이.. 연주도 해 주셨어요.  으흠.. 그니까아, 저는 그날,  다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예요. (혜원 똑바로 보며 진지하게) 제.. 제 영혼이.. 거듭난 거죠.

혜원 ; (시선 옆에 두고 웃으며) 과하다..하.. (선재 약간 장난스런 눈빛으로 보며) 말하고 보니까, 너도 오글거리지?

선재 ; (혜원 똑바로 보며 진지하게) 아닌데요. 진심인데요.

 

정말 진심이네,, 어쩌나.. 하는 표정의 혜원, ‘흐어.’

 

9. 식당 안 (밤)

 

의자에 앉아 탁자에 수저 놓고 행주로 닦는 선재 모와 친구.

옆에 앉아 냅킨통에 냅킨 넣는 다미.

 

선재 친구 ; (수저 닦으며) 진짜 잘 치나봐아. 교수님이 집에까지 막..

선재 모 ; (수저 닦으며) 글쎄에.. 운이 트이는 건지이..

선재 친구 ; (수저 닦으며) 엄마 어깨에 힘들어갔다아. (다미에게) 너 선재 뜨기 전에, 도장 콱 찍어 놔라아.

다미 ; (냅킨 모으며) 어, 콱.

선재 모 ; 콱은 무스은..

 

차소리.

일어서 문으로 걸어가는 선재 친구.

 

10. 식당 앞 (밤)

 

선재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두어개 위에서 보이는 화면.

차 지나가고 그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선재.

 

선재 친구 ; (식당 문 열고 보다 안 보며) 어, 간다.

 

식당에서 나오는 세 사람.

 

선재 모 ; (선재에게 급히 달려와 나무라듯) 에이고, 그냥 가시게 하면 어떻게 해에..? 말을 했었야지, 엄마도 인사 좀 허게에.

 

선재 친구와 다미, 선재 쪽으로 걸어 온다.

다미, 선재의 목을 끌어 안고 매달리며 입맞추려 한다

선재, 그런 다미를 힘껏 밀어낸다.

 

선재 친구 ; 허허허, 박다미 한테, 신공 가자.

선재 ; (다미 세게 뿌리치고 크게) 야아! (철재 계단으로 화난 발걸음으로 올라가 버린다)

 

선재를 두 개 정도의 계단 쫓아 올라가는 다미.

 

선재 모 ; (다미 잡으며) 쟤가 진짜아..

다미 ; (선재 사라진 위를 보며 크게) 야아!

선재 모 ; 길바닥에서 겁도 없이, 정말, 하이고.

선재 친구 ; (미소 띤 채, 팔짱 끼고 관망하듯 선재 올라간 계단 위 보며) 열라 인색하다. 입술 정돈 기양 받아주지..

다미 ; (선재 사라진 계단 위쪽 삿대질하며 크게) 선재 너, 부끄러워서 생 까면, 가만 안 둬어!! (선재 모 보며) 아줌마도.

선재 모 ; 아이구 시끄러. (두사람 밀어 식당쪽으로 향하게 하며) 가자, 어서 가, 가아.

 

가는 세 사람.

 

11. 선재방 (밤)

 

어두운 방.

침대, 그 옆의 작은 서랍장, 오래된 컴퓨터 모니터, 쇠옷걸이에 걸린 옷들, 그 옆의 이층으로 가는 계단 위로 화면 이동하면, 이층의 컴퓨터 놓인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선재.

책상 위 스탠드 불빛 켜져 있고 컴퓨터 화면 켜져 있다.

혜원의 명함 든 선재의 손, 명함을 만지고 있다.

 

12. 혜원 서재 (밤)

 

머리 풀고 있는 혜원, 목욕가운 입고 펜과 쪽지 들고 벽의 작은 게시판에 붙이려 한다.

딩동, 문자 오는 소리.

혜원, 몸을 책상 쪽으로 기울여 노트북 본다.

피아노 배경음 들리기 시작한다.

혜원, 책상 위 노트북 쪽으로 와 서서 본다.

책상에 동그란 갓 달린 부분 조명 켜져 있다.

 

E (선재) ; 막귀형, 내가 제대로 귀인을 만났어.

 

혜원, 의자에 앉아 노트북 화면 본다.

 

컴퓨터 화면 채팅창에 “나천재 : 내가 어떤 사람 앞에서 난생 처음 제대로 연주를 했는데..” 뜬다.

 

E (선재) ; 내가 어떤 사람 앞에서 난생 처음 제대로 연주를 했는데,, 그게 대박! 내가, 해석을 할 줄 안데에. 서한대 피아노과 정시 치래서,, 원서 냈어. 남편이 거기 교수. 근데 나한테는.. 그 교수님보다도, 그분이 진정 스승이야.

 

혜원, 타이핑 한다.

 

E (혜원) ; 누군데?

E (선재) ; 오혜원 실장님이라고.. 혹시 들어봤어?

혜원 ; (감격한 표정으로 놀라 입 벌리고 몸 흔들며) 하아 하하하하!

 

13. 서재 (밤, 회상)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몽타주 : 피아노 치는 선재의 손.

 

E (강교수) ; 미친놈이 피아노로..

 

강교수 ; (헤드폰 쓰고 노트북 보고 자판 치며) 개그하나아..? 쯧.

혜원 ; (강교수 의자 뒤에 기대어, 화면 보며 손, 노트북 자판으로 가져가며) 잠깐만.

강교수 ; (짜증스럽게 혜원 보며) 뭐가아?

 

*몽타주 : 피아노 치는 선재의 손.

 

E (혜원) ; 미친놈이 아니라 아픈놈이야아..

 

혜원 ; (강교수 뒤에서) 여 봐봐,

 

*몽타주 : 피아노 치는 선재의 손.

 

E (혜원) : 약지 떨리는 거. 아픈 손이야.

 

14. 혜원 사무실 (낮, 회상)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사무실 여직원, 서서 칠판을 보고 있다.

혜원,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업무 보다가 옆에 비껴 놓인 팻북 본다.

 

E (선재) ; 막귀형, 고마워. 병원 갔댔어. 낫고 있음.

 

15. 혜원 서재 (밤)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환하게 웃으며, 노트북 쪽으로 상체가 다가가는 혜원.

 

E (선재) ; 형은 전공자니까, 업계 사람들 많이 알지?

 

자판 치는 혜원의 손.

컴퓨터 화면 채팅창에 글자 쓰여진다.

 

E (혜원) ; 모름. 난 완전 허접 전공생이라.

 

16. 선재방 (밤)

 

 

배경음 들린다.

컴퓨터 자판치는 선재 모습.

 

E (선재) ; 검색 함 해봐바. 스펙이 장난이 아니야. 근데 더 죽이는 건,, 카리스마.

 

컴퓨터 화면 채팅창에 글자 쓰여진다.

 

E (선재) ; 하아 나, 그런 인종 처음 봐.

 

17. 혜원 서재 (밤)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혜원, 컴퓨터 화면 보고 있다.

 

E (선재) ; 무섭고 화끈하고 잼 있는데. 열라 우아해. 나 완전 멘붕. 심지어 발도 이뻐.

 

혜원, 책상 아래 자신의 발을 이리저리 자세히 본다.

채팅창 보인다.

 

E (선재) ; 여자 발에 꽂혔다먼 이상한 거야? 형은 그런 적 없어?

 

노트북 화면 보는 혜원 얼굴.

 

E (혜원) ; (시큰둥하게) 요점이 뭐냐? 그여자 발이야?

 

채팅창 보인다.

 

E (선재) ; 그건 아냐.

 

노트북 화면 보는 혜원 얼굴.

 

E (혜원) ; 그럼 뭐어?

 

18. 선재방 (밤)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컴퓨터 하는 선재 얼굴.

채팅창 보인다.

 

E (선재) ; 여인의 향기.

 

웃는 선재 얼굴.

 

E (선재) ; 나 지금 쓰러지기 직전.

 

19. 혜원 서재 (밤)

 

피아노 배경음.

컴퓨터 보는 붉어진 혜원 얼굴.

자기 손등의 냄새 맡아보는 혜원.

 

E (선재) ; 이거 맛이 간거지? 낼모래, 시험인데..

 

20. 선재방 (밤)

 

피아노 배경음.

자판치는 듯한 선재의 모습.

 

E (선재) ; 어 혀엉?

 

21. 혜원 선재 (밤)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자신의 손등 냄새를 맡던 혜원

 

E (선재) ; 주무셔?

 

노트북을 보다가 자판 치는 혜원.

E (혜원) ; 아니, 물 좀 마시느라구.

 

노트북과 혜원 얼굴.

 

22. 선재방 (밤)

 

피아노 배경음.

자판 치는 선재.

 

E (선재) ; 내얘기 좀만 더 들어줘.

 

23. 혜원 서재 (밤)

 

피아노 배경음.

자판 치는 혜원.

채팅창 보인다.

 

E (혜원) ; 그러니까.. 니가 지금, 어떤 여자한테, 뻑이 간 거지..?

 

노트북 보는 혜원 얼굴. 궁금한 표정.

 

24. 선재방 (밤)

 

피아노 배경음.

자판치는 선재의 얼굴.

 

E (선재) ; 에이 그렇게 말하면, 너무 싸 보이고... 뭐랄까..? 사로잡힌 영혼이랄까?

 

25. 혜원 서재 (밤)

 

피아노 배경음.

노트북 너머 보이는 궁금한 혜원의 눈빛.

채팅창 보인다.

 

E (혜원) ; 영혼?

 

26. 선재방 (밤)

 

피아노 배경음.

자판 치는 선재 얼굴.

 

E (선재) ; 아니, 몸과 마음 다, 송두리째, 아오!

 

선재, 입모양으로 ‘아오’.

 

27. 혜원 서재 (밤)

 

피아노 배경음.

혜원의 노트북 너머 보이는 궁금한 눈빛.

 

E (혜원) ; 혼자 너무 가는거 아님?

 

28. 선재방 (밤)

 

피아노 배경음.

자판 치는 선재 얼굴.

 

E (선재) ; 절대 아님.

 

하아, 하고 의자 당겨 앉아 자판 치는 듯한 선재 상체.

 

E (선재) ; 형, 여자랑 슈베르트 판타지아, 쳐 봤어?

 

29. 혜원 서재 (밤)

 

노트북 너머 보이는 혜원 얼굴

피아노 배경음.

미소 띠고 자판 치는 혜원 상체.

 

E (혜원) ; 그런 것도 했다구우?

E (선재) ; 어어.

 

노트북 너머 보이는 혜원의 궁금한 눈빛.

 

E (혜원) ; 어땠길래?

 

30. 선재방 (밤)

 

자판 치는 선재.

 

E (선재) ; 절정 그 자체. ..나 아직 동정이라 그 딴 거 모르지만.

 

31. 혜원 서재 (밤)

 

노트북 너머 보이는 혜원의 생각하는 눈빛.

 

32. 혜원집 연습실 (낮, 회상)

 

피아노 소리.

<슈베르트 : 네 손을 위한 환상곡 3악장> 클라이막스 부분 치는 선재와 혜원, 동시에 몸이 앞으로 숙였다 뒤로 갔다 강하게 움직이는 부분.

 

E (선재) ; 실제로 한다 해도, 그 이상일 수는 없을 거야. 난 다 바쳤어, 여신한테.

 

33. 혜원 서재 (밤)

 

노트북 보는 혜원의 난감한 표정.

노트북 너머로 보이는 생각에 빠진 혜원.

 

E (선재) ; 여신님이 그걸 아실까?

 

타이핑 하는 혜원.

 

E (혜원) ; 냉수 한 사발. 잠이나 자라.

 

노트북 채팅창 보인다.

 

E (선재) ; 잠깐만, 형..

 

34. 선재방 (밤)

컴퓨터 보는 선재.

 

E (선재) ; 잠깐만!..

 

아쉬워하는 선재 표정.

 

35. 혜원 서재 (밤)

 

“허우” 숨쉬고, 당황하여 가운의 매무새를 다듬는 혜원,

노트북 옆에 놓인 팻북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36. 침실 (밤)

 

어두운 침실.

침대에서 자고 있는 강교수, 화면 쭉 움직여 문 열린 옷방이 보인다.

 

37. 옷방 (밤)

 

화장대 앞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 굽혀 의자 위에 올리고 매니큐어를 바르고 손 부채질 하는 혜원, 매니큐어 뚜껑 잠그고 손거울 들어 발등을 비춰본다.

엄지발톱에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38. 침실 (밤)

 

침실에 들어와 목욕가운 벗고 눕는 침대에 눕는 혜원.

옆 침대에는 강교수, 잠들어 있다.

혜원, 누워서 고민스러운지 ‘아으’ 하다가 이불 들추고 다시 일어나 앉는다.

 

39. 옷방 (밤)

 

화장솜으로 발가락의 매니큐어를 닦는 손과 발.

화면 올라가면, 혜원이다.

 

40. 회장 침실과 옷방 (아침)

 

침실 문 열고 들어오는 이사장.

건너편으로 걸어가 옷방의 문 여는 이사장.

옷방 문 열리면 셔츠 입는 회장 모습 보인다.

 

이사장 ; (양복 받아 들며) 내가 할게요.

비서 ; (양복 건네며) 네. (침실로 나온다)

회장 ; (옷 챙겨 입으며) 릴리 여사는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아?

 

41. 회장 옷방 (아침)

 

셔츠소매 단추 채우는 회장.

 

이사장 ; (회장 옆에 서서 양복저고리 품에 안 듯 들고 서서, 애교스럽게) 점심약속 있구우.. 오후엔, 진회장댁 컬렉션, 자랑질 하는 거 봐주러 가아. 끝나먼, 스파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당신 기다릴거야아.. 단둘이 놀려구.

회장 ; (이사장 보며 흐뭇해서) 후후후, 내가 오늘 일진이 좋은 가아? 허ㅎ허허허.

이사장 ; (넥타이 하나 빼서 회장 셔츠에 대보며) 이거 어때요?

회장 ; (넥타이 받아 하며) 당신 맘이지.

이사장 ; 재단 명의 신탁, 하나 해지해도 돼?

회장 ; (이사장 보다가 엉덩이 두들기며) 뭐하시게에에?

이사장 ; (웃음 흐리며) 흐, 쪼코렛 사먹게에..

회장 ; 흐흐흐흐흐..

 

42. 학원 연습실 (낮)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 1악장> 들린다.

피아노 치는 손가락.

피아노 치는 정유라다.

옆에서 눈 감고 듣고 있는 강사, 표정이 좋지 않다.

한숨 쉬는 표정으로 먼 허공 한번 본다.

연주 멈추고 강사를 돌아보는 정유라.

 

강사 ; (피아노 가리키며) 여기 오른손. (팔짱 끼고 뒤에 가 다시 선다)

 

신중하게 다시 피아노 치는 정유라.

피아노 치는 정유라의 손, 건반 위를 움직인다.

 

강사 ; (못마땅한 표정으로 있다가 다시 피아노 가리키며) 여기 다시..

 

피아노 연주하는 정유라.

유리문 밖에 서 있는 강교수 보인다.

강사, 연주 듣다가 고개 돌려 강교수의 나오라는 고개짓 보고, 나온다.

 

43. 연습실 밖 (낮)

 

주머니에 손 찌르고,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걸어서 복도로 나오는 강교수.

뒤 따라 나와 문 닫고 손톱 보는 강사.

못 치는 피아노 소리 들린다.

 

강교수 ; (여전히 보며) 악보는 왰냐?

강사 ; (강교수 보다가 손톱 보며) 어.. 지그음.. 서너군데 집중연습 시키고 있는 중인데,,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허, 모르겠어요. 뭐 오후에는 또 예비소집이라..

강교수 ; (주머니에 여전히 손 찌른 채) 실격만 안 당하게 해줘. 민학장 전화 왔더라. 이사장이 신경 많이 쓴다고.

강사 ; (연습실 쪽 손으로 가리키며 흥분하여 목소리 커지며) 아 저런애를 어떻..! (연습실에 들리겠다 싶어 아차하여, 작게) 솔직히 너무 하지 않나요?

강교수 ; 아 한둘이야아! 야 어느 집단이나, 깔아주는 애들은 있기 마련아니냐아. 재능있는 애들 뽑아서 키우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지.

최강사 ; (주머니에 손 찌르고) 어휴.. 정말.. 쯧.

 

복도 정면의 자동문 열리고 백선생, 일식집 쇼핑백 3개 들고 온다.

 

백선생 ; (인사하면서 들어오며 반갑게) 아하, 어,, 강교수님... 흐흐..

최강사 ; (반갑게 인사하며) 아휴, 오셨어요?

강교수 ; (반갑게 인사하며) 아유, 뭘 또 여기까지..

백선생 ; 아유.. 교수님 들러주신데서요. 애 걱정도 되고.. 흐흐흐..

강교수 ; 너무 걱정 마세요. 뭐 실수만 없으면, 무난히 합격할 겁니다.

백선생 ; 아유우.. 제발 그래야 될텐데.. 허어. 아유 저 어디, 좀 들어가세요오.. (쇼핑백 가리키며) 이거 소찬이지만, 도시락 좀 가져 왔어요.

최강사 ; 아, (쇼핑백 받는다)

강교수 ; (미소 띠고) 아유.. 뭘 또 이렇게에.. 흐흐.

최강사 ; (돌아서서 미소띤 채 손으로 안내하며) 그.. 이쪽으로.. (앞서 걸어가며 쇼핑백 열어보고 표정 밝아진다.)

강교수 ; (최강사 뒤에서 백선생과 나란히 걸어가며) 최강사가, 진짜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예 흐흐..

백선생 ; (미소 짓고 걸어가며) 아유우..

 

44. 카페 (낮)

 

민학장 ; (팔짱끼고 비스듬히 앉아) 신경쓸 거 없어어.. 걘 정시정원 15명 중에 15째로 붙을 예정이거드은..

 

창 밖에 비해 약간 어두운 부분 조명된 분위기 있는 카페.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이사장 뒤쪽에 큰 그림이 있고, 팔짱 끼고 앉은 이사장.

그 앞에 물컵과 커피잔, 길게 네모난 개인접시에 과일 등 다과 놓였다.

민학장 옆에 앉은 혜원의 뒷모습.

 

민학장 ; 피아노과 1차 A그룹 시험관이 5명이고.. 조인서 말곤 다 우리쪽이야. 게다가 이번엔 든든한 방패도 하나 있잖아. 이선재.

이사장 ; (여전히 팔짱낀 채) 봤어어?

혜원 ; (꼿꼿하게 손 모으고 앉아서) 저희집에서 연주한 거, 동영상 보내 드렸거든요.

민학장 ; (강하게) 나 아주 깜-짝! 놀랐어. 큰소리 칠 수 있다고. 조인서도 반할 거야. 재단에서 그런 애 확실하게 하나 키우며는,, 그룹 광고 100개 하는 거보다 나아.

혜원 ; (미소 띠고) 하아, 그건 좀 과장이지만.. 어쨌든, 실리와 명분, 둘 다 있죠.

민학장 ; (미소 띠고) 바로 그거지이.

이사장 ; (정색하여) 설레발은. (혜원 보며) 시험 끝나면, 한번 데리고 와. 손볼 데 있으면 고쳐 주고,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 예술재단과 이 한성숙이, 그룹 이미지 격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도 보여줄 겸.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 약간 끄덕이는 혜원.

 

45. 대학교 정문 앞 (낮)

 

차 소리.

차와 사람들 많이 들어가는 정문.

정문 밖에서 대학 안으로 들어가는 선재와 선재 친구 뒷모습.

 

선재 ; 대학교다아..

 

46. 대학교 정문 안 (낮)

 

많은 사람들 걸어오는 중에 선재와 선재 친구 나란히 걸어오는 앞모습.

 

선재 친구 ; (상의 주머니에 손 넣고 걸어가며) 너 꼭 붙어라. 붙어서 도서 대출증, 크으 뭐 그런 것도 좀 빌려주고 그래봐아. 야 니네 학교 연영과 있냐아?

선재 ; (청바지 주머니에 손 찌르고, 웃는 표정으로 앞보고 나란히 걸어가며) 몰라아..

선재 친구 ; 방송연애과는?

선재 ; 몰라하아..

 

E (조교) ; 홈페이지에 나타났지만

 

47. 대 강의실 (낮)

 

조교 ; (탁자 짚고 서서 마이크에 대고) 다시 한번 확인하세요. 1차 전형은 총 4그룹으로 나뉩니다. 101번부터 150번까지는 오전. 그중에서 1번부터 25번까지는.. 대연주홀. 26번부터 50번까지는 소연주홀. 그리고 151번부터 192번까지는 오후...

 

의자에 앉아 오리엔테이션 용지 보는 선재.

선재 옆에 앉은 선재 친구, 의자 뒤쪽으로 몸을 기대어 선재 몸 너머 선재 건너편에 앉은 정유라를 본다.

책상에 놓인 정유라의 명품백과 장갑이 보인다.

 

E (선재 친구) ; 쟤는 딱 봐도, 걸친 것만 천만원도 넘겠어.

 

털모자와 귀걸이 한 패팅 차림의 정유라 모습 보인다.

 

E (선재 친구) ; 패딩 삼백, 비니 30만원, 장갑 40, 귀걸이 백, 가방 400.

 

책상에 놓인 핸드백과 장갑 보인다.

 

48. 뷰티샵 일각 (낮)

 

핸드폰 들고 걸어 들어오며, ‘칫’ 혀 차는 다미,

뒤 벽장에 매니큐어가 잔뜩 진열된 곳에 와 등 기대고 서서 핸드폰 문자한다.

 

E (다미) ; 츳, 함 꼬셔보던가아.. (잠시 생각하더니) 야아, 있다 밤에.. 우리 실장한테 전화해서 뻥 좀 쳐주라. 낼 결근하게. (깊은 숨 쉬고 팔짱 끼고 핸드폰 본다)

 

49. 학장실 (낮)

 

민학장 ; (소파에 앉아 종이 들고 미소 띠고 인서 보며) 올핸 정말 발표까지 쭈-욱, 순탄하게 갑시다. 시험 때마다.. 번호 이름 사진 다아 가리고, 녹화 카메라 돌리고 별짓 다하는데도, 매-번 시끄럽단 말이지이, 흐흐..

 

중간에 테이블 두고 소파에 둘러 앉은 민학장, 조인서, 최강사, 강교수.

 

인서 ; (소파에 앉아, 종이 보며) 별 짓 다해도, 할 짓 다한다는 게 문제죠.

최강사 ; (종이 보며) 일단 시험관 명단, 확인할게요. 그.. 타 대학 강사들 그룹별로 2명씩.

인서 ; (종이 들고 앞으로 내밀며) 저는 이것도 석연치 않습니다.

민학장 ; 뭐가아?

인서 ; 이 친구들.. 솔직히, 사정 능력도 검증 안돼 있구요. 지금 와서 말해봐야 소용없지만..

강교수 ; (흥분하여 삿대질하며) 편견을 버려! 교육자적 양심과 사명감, 그거 너만 갖고 있는 게 아니잖아?

민학장 ; (의자 팔걸이 서너번 치고 일어서며) 자 자 자자...

 

50. 대학교 캠퍼스 (낮)

 

캠퍼스 통로 건물 앞에 서서 있는 정유라와 그 옆에 선 선재 친구.

그곳에서 약간 떨어져 돌아서서 핸드폰 거는 선재.

 

정유라 ; (추운지 약간 짜증난 목소리로 통화하며) 아 앞에 대놓고 있으랬잖아아. 추워죽겠구만. 빨리 와아.

선재 친구 ; (옆에 뒷짐 지고 서서 정유라 보다가 통화 끝나자 미소 띠고 정유라에게) 음, 시험, 오전이죠? 내친구랑 거의 앞뒤로 치겠네. 걘 재수했죠.., 난 13학번 현역이고.

정유라 ; (캠퍼스 보다가 무심하게) 음대예요? (다시 핸드폰과 캠퍼스 본다)

선재 친구 ; (주머니에 손 넣고) 땡. 창조경제학과 라구, 알아? 요즘에 방송연예과를 그렇게 부르잖아. (약간 떨어져 있는 선재 보며) 선재야, 너네 교수님, 이름이 뭐랬지?

선재 ; 어, 강 준 형.

 

관심 생기는 지 선재 돌아보다가 선재 친구 보는 정유라.

 

선재 친구 ; (손으로 선재 가리키며) 얘가 그분한테 길거리 캐스팅을.. 아니다아. 뭐 이런 건 연예계에서나 쓰는 말이지. 아무튼, 둘 다 붙으면 친하게 지내에. 나도 여기 와서 좀 놀게.. 우리과 애들 진짜 말이 안 통하거든. 도대체 어떻게 몇백년동안 같은 곡을 계속 치냐? 완전 그 수준.

유라 ; 나도 그 수준. (검은차 들어와 유턴해서 앞에 선다. 차 오는 것 보고 차 쪽으로 걸어간다)

선재 친구 ; 오우. (유라에게 손 흔들며) 반말 고마워..

 

유라, 차문 열고 탄다.

 

백선생 ; (뒷자석 안쪽에 앉았다가 유라 들어오자 어깨 감싸고) 강교수 봤어?

유라 ; (차문 닫고 퉁명스럽게) 교수가 예비소집에 왜 와아.

떨어져 서 있던 선재.

핸드폰 진동음 들린다.

 

선재 ; (들고 있던 핸드폰, 환하게 웃으며) 왔다! (핸드폰 클릭하여 본다)

E (혜원) ; 끝났음, 사무실로 가아. 직원한테 말해 놨어.

 

선재 친구, 선재 쪽으로 와서 핸드폰 들여다본다.

선재, 미소 띠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친구 보고 핸드폰 터치하고 주머니에 넣는다.

 

51. 사무실 연습실 앞 (낮)

 

계단 내려오는 실장실 여직원과 선재.

 

여직원 ; (손으로 앞을 가리키고 먼저 내려오며) 과제곡.. 연습하고 있으래요.

선재 ; (뒤따라 계단 내려가며) 아아 네.

여직원 ; (계단 다 내려와 연습실문 번호키 누르고 – 번호키 소리와 열리는 소리 - 연습실 문 열고 서서) 솔리스트 전용 연습실이예요. 저녁식사는.. 지하1층 카페테리아에서 먹으면 돼요. 실장님 번호대면 그냥 줄 거예요. 저는 그럼..

선재 ; (웃는 얼굴로 꾸벅 인사하고, 작게) 네. (들어간다)

 

여직원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문 닫는다.

 

52. 카페 앞 거리 (밤)

 

눈 오는 거리.

혜원이 든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건물 앞 적은 계단 내려오는 혜원과 이사장.

건물 앞에 대놓은 차문을 여는 운전기사.

차 앞에서 차 타려는 이사장. 

 

혜원 ; (우산 씌운 채) 저는 택시 불렀어요. 차도 회사에 있고.

이사장 ; (혜원 보며) 마사지 안갈래?

혜원 ; 이선재 한번 봐주기로 했어요. 시험 경험이 전혀 없는 애라.

이사장 ; 그럼 진작 얘기하지이.. 얼른 들어가라. 컨디션 조절 잘해주고.

혜원 ; 네. 들어가세요.

 

차 타는 이사장.

차문 닫히는 소리.

눈 오는 거리 우산 들고 차 옆에 서 있는 혜원.

 

53. 조인서 서재 (밤)

 

심각한 표정으로 서재에 앉아 컴퓨터 화면 보며 헤드폰 쓰고 음악 듣는 조인서.

피아노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 3악장> 음악 들린다.

 

E (혜원) ; 어 인서야

 

54. 예술 재단 복도 (밤)

 

불 켜진 복도를 걸어오며 핸드폰 받는 혜원.

여자 구둣발소리.

 

혜원 ; (한 손에 핸드백 들고 한 손은 핸드폰 들고 귀에 대고 걸어오며) 뭘 또 봐? 허, 근데 자꾸 보고 싶지? 솔직히 민우보다 낫지 않니? 허허, 그래서 탐 나? 뺏고 싶어?

 

55. 조인서 서재 (밤)

 

인서 ; (핸드폰 귀에 대고) 딱 그러고 싶은데.. 널 봐서 접는다. 얘 강선배가 아니라 니가 키울 거잖아.

 

56. 복도 (밤)

 

혜원 ; (걸어가며) 무슨... 나야 군기나 잡는 거지이.  기분이 좋긴 해, 무척.  옛날 생각도 나구. (복도 끝 계단 올라오며, 얼굴부터 보인다) 하어, 이렇게 말하먼 좀 웃길래나? 내가 떠나온 세계... 내가 하고 싶었던 거.. 뭔 말인지 알겠지?

 

57. 인서 서재 (밤)

 

인서 ; (휴대폰 귀에 대고) 너 아주 푸욱 빠졌구나아?

 

58. 복도 (밤)

 

혜원 ; (계단 천천히 오르며) 걔가 나한테 빠졌지이.. (계단 다 올라와 다시 복도 걸으며) 아니, 흐으.. 뭐 꼭 그런 뜻은 아니구.. 왜 있잖아아.. 생애 첫 선생님한테 어떻게든 칭찬 받고 싶은 거?

 

59. 연습실 앞 (밤)

 

E (혜원) ; 그래 어찌됐든 묵과해에.

 

혜원, 복도를 돌아 휴대폰 통화하며 나오고,

맞은편 연습실쪽에서 몇 개의 계단 올라오는 두 사람의 뒷모습.

 

혜원 ; (휴대폰 하며 걸어오다가 두 사람 보고) 미안. 나중에 통화해. (전화 끊고 선재 보며) 너 또 걸렸니?

선재 ; 아 아니.. 그게 아니구요..

경비실 직원 ; (묵례하고 무전기 들고 서서) 통제실 연락 받고 왔습니다. 카메라에, 자꾸 배회하는 모습이 잡힌다고.

선재 ; 아 화..화장실 갔다 와 보니까, 문이 잠겨 있어서요.

혜원 ; (선재 보며)안에 비번 적혀 있잖아아.. 하아,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 (직원에게 묵례)

직원 ; 예에. (인사하고 간다)

 

혜원, 선재를 째려보다가 선재 옆을 지나쳐 연습실 문 해제키를 누른다.

민망한 표정으로 있다가 돌아서서 바지 주머니에 손 찌른 채 계단 두 개씩 내려가 혜원 뒤에 서는 선재.

 

혜원 ; (돌아보지 않고) 밥은 먹었어?

선재 ; 아니요, 아직.

혜원 ; (돌아서서 선재 보며, 화난 듯) 너 말 좀 안 듣는 구나아. 지금 먹어둬야, 밤에 푹 자고, 그래야 아침에 몸이 가볍지이.. 그 정도 계산도 안돼에? (반쯤 돌아서서, 단호하게) 나 좀 쉬고 있을 테니까 먹고 와. 배부르게는 말고 서른 번 씹어서 천천히. 알았어?

선재 ; 네에. (인사하고 앞의 복도로 간다)

 

가는 선재 뒷모습 한참 보다가 문 열고 들어가는 혜원.

 

60. 연습실 (밤)

 

문 열리고 들어서는 혜원, 걸어와 테이블에 핸드백 놓고 벽에 길게 부분 조명된 스탠드 옆 소파에 앉아 외투 단추를 푼다.

 

61. 식당 (밤)

 

환한 뷔페식 식당에 줄 서서 음식을 담는 사람들.

그 중간에 서서 음식을 담는 선재.

 

62. 연습실 (밤)

 

혜원, 소파에 앉아서 시계를 본다. 기다리기 지루한지 흐음.. 하더니,

핸드폰을 옆에 벗어 놓은 외투 주머니에 넣고, 테이블 위의 가방을 가져와 소파에 놓고 외투를 덮고 옆으로 눕는 혜원.

 

63. 식당 (밤)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먹으며 한참 씹고 냅킨으로 입을 닦는 선재.

 

64. 연습실 (밤)

 

문 열리고 선재 들어선다. 문을 사알짝 닫는 선재.

음악감독 창작곡 들린다.

조용히 혜원의 옆에 다가가 혜원을 보고 선 선재.

몸을 숙여, 잠든 혜원의 발에서 반쯤 벗겨져 걸쳐 있는 구두를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벗기려다 다시 일어서 머리를 긁적이는 선재.

다시 몸을 숙여 조용히 구두를 벗겨주려 한다.

 

65. 통제실 (밤)

 

여러 개의 CCTV화면이 위에 보이는 통제실.

의자에 앉아 CCTV 보고 있던 통제실 직원, 앞의 컴퓨터 화면 클릭해본다.

 

통제실 직원 ; (몸을 컴퓨터 쪽으로 바짝 다가가 연습실 보이는 컴퓨터 화면 보며) 허 허 아씨, 뭐야 이거..?

 

66. 연습실 (밤)

 

쪼그리고 앉아 신발을 벗기려다 잘 안되는 지 다시 서서 숨 몰아쉬는 선재.

망설이며 보다가 다시 앉아 신발로 손을 가져가는데, 신발이 저절로 벗겨져 툭 바닥에 떨어진다.

그바람에 놀라 일어서서 걸어가 벽쪽을 보고 선 선재.

핸드폰 진동 소리.

잠에서 깨서 누운 채 외투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는 혜원.

 

혜원 ; (힘든지 한숨) 하아,, 네 수고하십니다 오혜원이예요. 네에? (일어나 앉아) 네에에. (발은 신발 신으며 휴대폰 귀에 댄 채 벽 쪽에 서 있는 선재 보며) 아하, 아무 일 없어요. 저 친구는 연습하러 왔구요. 제가 잠깐 잠이 들어서.. 한시간쯤 뒤에 나갈 거예요. 네에.. 수고하세요. (휴대폰 끄고 선재 보며, 강하게) 너 뭐 이상한 짓 했어? 춤이라도 췄니?

선재 ;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보며) 아뇨오.

 

67. 통제실 (밤)

 

통제실 직원 ; (컴퓨터 화면 둥근 손잡이 조정하여 선재가 고개 숙이는 장면 돌려보며) 하아 새끼 이거, 진짜 웃기네에. 허허.

 

68. 연습실 (밤)

 

혜원 ; (고개로 CCTV 가리키며) 저거 안 보여?

 

천장에 달린 CCTV 보인다.

CCTV 보는 선재와 혜원.

 

혜원 ; 너 여기 처음 왔을 때도, 저거 찍혀서 걸린 거 아니니? 믿음퀵 청년으루? (선재 본다)

선재 ; (혜원 보며 여전히 떨어져 벽 옆에 서서) 저 그게 아니고 흐음, 샘 구두가 벗겨질려고 해서요. 잠 깨실까봐. 죄송합니다아. (피아노 보며) 저거 치께요. 흠. (피아노 앞에 가서 의자에 앉아 피아노 뚜껑 연다)

 

다리 위에 덮고 있던 외투 주머니에 휴대폰 넣고 소매 약간 위로 올리고 외투를 소파에 두고 일어서는 혜원.

 

E (혜원) ; 어이 나천재, 아니 너 천재, 내가 바로 막귀형이거든.

 

69. 뷰티샵 라운지 (밤)

 

다미 ; (가방을 품에 안고 울먹이면서 머리 조아리며) 죄송합니다아, 흑.

조실장 ; 할수 없지이. 얼른 가봐아. 내일 못 올거 같으먼 전화하고.

다미 ; 예에, (묵례) 흑. (간다. 가면서 얼굴이 조실장 쪽에 안보이자 만족한 웃음 띠는)

 

70. 식당 (밤)

 

탁자 앞에 앉아 꼬치에 꿴 어묵 먹는 다미.

 

선재 모 ; (떨어진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 하며) 대체 니 엄만 몇 번째 돌아가시냐아?

다미 ; (먹으며) 이왕 가신 건데 뭐어.

선재 모 ; 그래서, 내일 시험장은 따라 갈거야?

다미 ; 당근. (휴대폰 주머니에서 꺼내 보며) 연습실 여태 있나?

선재 모 ; (닦은 그릇 포개 들고 걸어가며) 그러게, 일찍 들어와 자야 될텐데.. (그릇 놓쳐 깬다)

 

그릇 깨지는 소리, 쨍그랑.

<슈베르트 : 방랑자 환상곡 D. 760 - 4악장> 들린다.

 

71. 연습실 (밤)

 

<슈베르트 : 방랑자 환상곡 D. 760 - 4악장> 들린다.

피아노 치는 선재.

그 뒤에 팔짱 끼고 서서 듣는 혜원.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다가 벽 쪽에 가서 긴 막대 들고 벽을 탁탁탁 치는 혜원.

피아노 치는 것 멈추는 선재.

 

혜원 ; (선재 보며) 너 긴장했지? 그게 얼마나 나쁜지 알어? 자세부터 엉망이 돼에에. (크게 화나서) 그러니까 뒤로 갈수록 박자가 미친 듯이 빨라지지!

선재 ; (혜운 보며 긴장하여) 때리시면 맞겠습니다.

혜원 ; (막대기 들고 선재에게 다가오며) 허리 끌러.

선재 ; (보며) 복근 맞아요?

혜원 ; (양손으로 긴 막대 들고 선재 보며) 그 아주 흑심 사심 잡심이 만발이네에.

선재 ; (의아하여) 예에?

혜원 ; 잘 치고 싶다, 꼭 붙어야 한다, 그것도 흑심이고 사심이고 잡심이야!

선재 ; (앞 보며) 네에.. 흠.

혜원 ; 그건 팬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지. 내가 배운대로 가르쳐줄게. (막대 들고 보이며) 이거 들어갈 만큼만 끌러봐.

 

돌아앉아 허리띠 풀고 다시 피아노 보며 돌아앉는 선재.

 

혜원 ; (힘든지 깊은 숨 몰아쉬고) 하아. 등 세워! (선재 목 뒤로 긴 막대를 넣는다. 잘 안 들어간다) 더 세워. 엉치뼈랑 이거랑 직각으로 만나게. (한손으로 막대기 잡고, 한손으로 선재의 어깨 펴준다, 다시 이마를 밀고) 양손 주먹. 겨드랑이 붙이고. (어깨 잡고) 어깨죽지로 이걸 잡는다 생각하고 네박자 두 번 센다. 셋 둘 셋 넷, 넷 둘 셋 넷.

 

몸을 똑바로 세우고 긴장한 표정의 선재.

 

혜원 ; 천천히 팔 내린다. 숨 내쉬고. 허파가 손바닥만 해 질 때까지 다 비운다.

강교수 ; (연습실 문 열고 가방 손에 들고 들어오며) 뭐해에?

혜원 ; (그자세 그대로) 어.

 

선재, 얼굴 돌려 강교수 보고 일어서며 인사하려 한다.

 

혜원 ; (선재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히며) 뭘 일어서, 빠져 가지고. 앉어어!

강교수 ; (다가와 웃으며) 너 제대로 걸렸다. 우리가 너만할 땐, 더 독하게 했어어.

혜원 ; (막대 구석으로 던지고 선재 양쪽 어깨 뒤로 당겨 잡으며) 어깨 펴라는데!

강교수 ; (구석에 가 탁자에 가방 놓고) 말씀 잘 들어라아아. (바지주머니에 손 넣고 미소짓고 선재 본다)

선재 ; (강교수 돌아봤다 정면 보며) 네에.

 

여전히 선재 어깨 당기고 뒤에 선 혜원, 어깨 쫙 펴는 선재.

 

강교수 ; (보며) 그래에. 그쯤은 돼야지이.

혜원 ; 방금 그거 열 번하고 다시 쳐봐. (손 놓고 선재 어깨 툭 치고, 강교수 쪽으로 걸어간다)

선재 ; 네에. 후우. (어깨 펴고 피아노 건반에 손 올린다)

 

피아노 치는 손.

<슈베르트 : 방랑자 환상곡 D. 760 - 4악장> 들린다.

강렬하게 피아노 치는 선재.

 

강교수 ; (피아노 옆에 서서 박수 치며) 여기서 끝내! (손 돌리며) 넘어갈 때 한 패달..!

 

소파에 앉아 흐뭇하게 보는 혜원.

피아노 소리.

 

E (강교수) ; (음에 맞춰 치는 박수 소리) 빰빰빰빰 빰빰빰뺨! 그렇지! 좋아.

 

피아노 소리.

혜원 모습.

 

72. 연습실 앞 (밤)

 

문 열고 나오는 강교수, 선재, 혜원.

 

혜원 ; (핸드폰 한 손에 들고 문 닫으며) 3번 연습실 지금 나갑니다.

E (직원) ; 네에.

강교수 ; (혜원 보며) 당신 먼저 가. 나 이놈 데려다주고.

선재 ; (손사례 치며) 아아뇨, 아닙니다. 저, 바로 가는 버스 있어요. (묵례하며) 먼저 가 보겠습니다. (달려서 계단 올라간다)

강교수 ; (선재 따라 가려하며) 어어?

혜원 ; (강교수 팔 잡아 만류하며) 냅 둬. 편히 가겠다는데.

강교수 ; (계단 오르며) 야 이선재, 내일도 지금처럼만 쳐.

 

혜원, 옆에서 계단 오른다.

 

73. 계단 (밤)

 

인상 쓰며 전력질주하여 계단 오르는 선재.

 

E (혜원, 울리는 소리) ; 가서 바로 자라아..

 

74. 선재 집 전경 (밤)

 

차소리.

타일이 허물어진 선재집 벽 전경.

 

E (선재) ; (기압소리) 야이 씨, 야이,,

 

샌드백 치는 소리.

 

75. 선재집 앞 옥상 (밤)

 

선재 ; (기압 넣으며 샌드백 발로 차는) 아이, 야이! 에이! 야이!

 

샌드백 발로 차는 소리.

 

E (선재 모) ; 안 자아?

 

선재 ; (여전히 기압 넣으며 발로 샌드백 차며) 말 시지키 마아. (숨차하면서 발로 샌드백 차며) 쪽 팔려서! (샌드백 차고) 죽을 거 같애! (샌드백 차며) 야이, 야이! 씨.

 

문 열고 걱정되는 눈빛으로 선재 보는 선재 모.

 

76. 선재집 방 (밤)

 

철문 닫고 선재방 이층으로 나와 다시 철재 계단 내려와 1층 방으로 내려오는 선재.

씽크대에서 컵 꺼내 들고 씽크대 옆 작은 냉장고 위에 놓고 컵에 물 따르는 선재.

 

선재 모 ; (씽크대 옆 가스렌지의 국냄비 국자로 저으며) 간이 덜 됐는지.. 고기가 적은 건지.. 왜 이렇게 슴슴하냐아? (국 뜬 국자를 선재에게 보이며) 야아, 함 먹어봐, 어. 낼 아침에 줄 거..

 

선재, 선재모 보지도 않고 물컵 들고 물 마시며 옆의 찬장 비슷한 작은 장식장 있는 곳으로 걸어가 장식장문을 열어본다.

 

선재 모 ; (그런 선재 보며 국자의 국 먹어보며) 뭐 찾어?

선재 ; 손난로.

선재 모 ; (돌아서며) 버렸지, 망가져서어.

선재 ; (화나서 선재모 보면서 장식장문 쾅 닫으며) 버렸으면, 새 걸 사놓던가아.

선재 모 ; 다미 더러 사오랠까? 낼 아침에 같이 간다고 했는데에, 어?

선재 ; (씽크대에 컵 놓고 퉁명스럽게) 됐어어. (퉁퉁 걸어 잠바 벗으며 이층방으로 올라간다)

 

77. 선재방 (밤)

 

선재 ; (계단 옆에 잠바 던져놓고 침대에 푹 엎드려 누우며) 어휴우. (옆으로 누워 한숨) 아하아..

 

E (혜원) ; 거 아주, 흑심 사심 잡심이 만발이네에..

 

선재 ; (혼잣말) 흑심.. 사심.. 잡심.. (얼굴 침대에 팍 묻으며) 어후우!

 

E (선재 모) ; (울먹이며) 엄마 말은.. 말도 아니다 이거야아..? 내가 아무리 해준 거 없이, 고생만 시켰어도 그렇지이..

 

선재 ; (일어나 앉으며 짜증스럽게) 아아! 진짜아!

 

78. 일층방 (밤)

 

선재 모 ; (섭섭한 표정으로 난관 앞에 서서 침대 보며) 내가 너 키우먼서, 기도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동네애들, 엄마 지갑 뒤져서 오락실 다닐 때, 넌 제발 그런짓 하지 말라고, 피아노도 안 팔고..

선재 ; (귀찮다는 표정과 말투로) 알어, 알어어.

선재 모 ; 근데 왜에?

 

79. 선재방 (밤)

 

선재 ; (침대에 앉아서 보며) 나 자야 되거드은.. (침대에 옆으로 눕는다)

E (선재 모) ; 알았어, 잘 자.

선재 ; (짜증나서 팔다리 흔들며 몸부림치다가 반대로 돌아 눕는다.) 아 아아아!

 

80. 혜원집 거실 (새벽)

 

소파에 다리 굽혀 몸 올리고 그 위의 창 블라인드를 여는 혜원.

새벽 어스름이 들어온다.

머릴 올려 묶으며 나오는 혜원.

 

81. 옷방 (새벽)

 

머리 올려 묶은 채 화장대 의자에 앉아 스킨병 열어 손에 스킨 따르는 혜원.

 

강교수 ; (허리 짚고 들어와 왼쪽 욕실로 들어가며) 날씨 어때? 춥지 않어?

혜원 ; (스킨 바르며) 쪼금.

E (강교수) ; 종수더러 가서, 태워 오랠까?

혜원 ; (스킨 손에 바르며) 길 막힐 거 같은데에. (스킨 뚜껑 닫고 핸드폰 든다)

 

82. 선재방 (새벽)

 

수험표 옆에 핸드폰 있다.

진동음 울린다.

핸드폰 액정 화면 밝아지며 피아노 건반 사진 뜬다.

 

E (혜원) ; 지하철 타.

 

83. 선재집 욕실 (아침)

 

변기 옆에 쭈구려 앉아 머리 감는 선재 뒷모습.

 

84. 선재집 방 (아침)

 

옆에 앉은뱅이 상 위에 반찬 놓였고, 밥통의 밥 푸는 다미

수건으로 머리 닦으며 나오는 선재.

 

다미 ; (밥 푸며) 아줌마는?

선재 ; (수건으로 머리 닦다가 멈추고) 왜에? (주위 둘러본다)

 

85. 거리 (아침)

 

비닐봉지 들고 한손에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뛰어오는 선재 모.

그 앞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차 지나가는 소리 크다.

 

선재 모 ; (밝게) 아이구 얘에, 손난로 샀다아. 아직 문을 안 열어 가지고 다 돌아 다녔어어. (뛰어간다)

 

86. 선재방 (아침)

 

선재 ; (난간 쪽 보고 의자에 앉아 휴대폰 귀에 대고 머리에 있던 수건 팽개치며) 아 나가먼 나간다고 말을 하던가아. 놀랐잖아, 아침부터.

 

87. 일층방 (아침)

 

밥 먹다가 밥 입에 한가닥 물고 위를 보는 다미와 선재 친구.

 

88. 도로 (아침)

 

선재 모 ; (한손에 비닐봉지 들고 차를 막는 시늉하며 한손으로 휴대폰 귀에 대고 큰 도로 갓길에서 도로를 무단횡단 하려 기다리고 있다가 차 지나가는 도로로 건너가며) 음 아무튼 샀으니까아.. 밥 먹고 있어어. 어?

 

차 지나간다.

차소리들.

 

선재 모 ; (핸드폰 통화하고 비닐봉지 들고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가며) 어, 금방 가께에. 막 뛰어가지이.

 

선재 모 앞으로 지나가는 차.

차소리.

경적소리

 

89. 선재방 (아침)

 

선재 ; (휴대폰 들고) 뛰지 말고 걸어와아아. 넘어져. 아 저 천천히. 여보세요, 엄마! 여보세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다) 여 엄마!

 

90. 일층방 (아침)

 

숟가락 들고 멈춘 채 놀란 표정으로 위를 보는 다미와 선재 친구.

 

91. 학교 전경 (아침)

 

학교 예술관 건물 전경.

건물 앞을 지나는 사람들.

긴장된 배경음 들린다.

화면 옆으로 움직이면, 실기 고사장 알려주는 게시판이 보인다.

 

92. 건물 복도 (아침)

 

같은 배경음 들린다.

천장의 유리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건물 실내.

2014년 정시모집 입학실기 소연주홀 적인 알림 천이 복도에 세워져 있다.

 

93. 강의실 (아침)

 

같은 배경음 들린다.

강의실에 앉은 사람들 뒷모습.

 

강교수 조교 : (칠판 앞에 서서 교탁 위의 서류 보며) 121번 김송이,

E (여학생) ; 네에.

강교수 조교 ; 122번 김영태,

E (남학생) ; 네.

강교수 조교 ; 123번 문수경,

E (여학생) ; 네.

강교수 조교 ; 124번 이선재. (대답이 없자 학생들 보며 다시) 이선재? (다시 서류 보며) 125번 정유라.. (본다)

 

외투 걸치고 빨간백 잡고 자리에 앉아 껌 씹으며, 손 올린다.

 

강교수 조교 ; 136번 최태민..

E (남학생) ; 네에.

 

94. 실기 시험장 (아침)

 

같은 배경음, 긴장되게 들린다.

앞의 연단에 놓여진 그랜드 피아노, 그 뒤쪽에 책상과 의자 있고 의자에 한 명 앉았다. 책상과 반대쪽 피아노 앞쪽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는 사람, 피아노 앞에서 서류 들고 있다가 무대에서 옆으로 걸어 단상을 내려가는 여자.

무대 앞쪽으로 화면 움직이면, 빈 좌석들 보인다.

빈 좌석 맨 위쪽의 문으로 이동하면 심사위원들 들어와 중앙 계단으로 내려와 맨 앞쪽 좌석에 나란히 (다른 교수, 조인서, 강교수, 김교수, 최강사) 앉는다.

 

조인서 ; (서류 보다가 옆의 강교수 보며) 그 친구,,, 기대 할게요.

강교수 ; 어어, 뭐 그냥 하던대로 하라 그랬어어. (서류 본다)

 

조교, 급히 들어와 좌석 중간 계단 내려와 강교수에게 뭔가를 속삭인다.

나가는 조교 뒤따라 나가는 강교수.

 

95. 실기 고사장 밖 (아침)

 

문 열고 나오는 조교. 뒤따라 나와 조교 보는 강교수.

 

조교 ; (강교수 보며) 열시에, 대기실문 닫습니다. 그때까지 안오면, 자동 실격.

 

시계 보고, 주머니에서 휴대폰 꺼내 거는 강교수.

 

96. 혜원 사무실 (아침)

 

혜원 ; (책상 앞에 앉아 휴대폰 들고, 초조한 어조로 크게) 이선재, 전화 받어, 하아. 너 이렇게 소심해에? 겁 먹었어어!? (전화기 끄고 흥분하여 팔짱끼는)

 

97. 선재집 현관 앞 (아침)

 

현관문 두드리고 흔들어 보는 혜원.

쾅쾅 소리.

 

98. 선재집 옥상 앞 (아침)

 

혜원 ; (휴대폰 귀에 대고 벽을 돌아 쇠난간 잡고 계단 내려오며, 크게) 일단 위치추적 좀 해봐. 글쎄 지금은 꺼져 있지만, 연결이 될지도 모르잖어어!!

 

99. 실기고사장 (낮)

 

난감한 표정의 최강사, 두리번거린다.

 

E (남자) ; 수험번호 백.. 이십 사번. 결시로 실격 처리합니다.

다른 교수 ; 갑자기 얼었나아? 경험이 전혀 없다더니..

김교수 ; 하긴 그런애들 있더라아.. 좀 친다 해도, 사회성 빵.점.

다른 교수 ; 그럼 의미가 없지이.

조인서 ; (강교수 곁눈질로 보며) 혹시.. 사고라도 난 거 아냐?

 

말없이 눈만 껌벅이는 강교수.

 

100. 학장실 (낮)

 

민학장 ; (유선 전화 인상 쓰고 받으며) 실 격?

 

101. 이사장실 (낮)

 

이사장 ; (유선 전화 귀에 대고, 역정 내며) 무슨 일을 그렇게 하니이?

 

102. 혜원 사무실 (낮)

 

휴대폰 들고 서 있는 혜원.

 

E (서대표); 그러니까 너네 지금... 걔 내세워서, 끼워 팔기 할려다가, 망한 꼴이다, 그치?

 

서대표 ; (사무실 한쪽에 팔짱끼고 앉아 혜원 보며) 완전 사기극.

 

구두발 소리.

 

여직원 ; (급히 문 열고 숨차 하며) 하아, 찾았어요, 하아, 하아.

 

103. 장례식장 복도 (밤)

 

화환 세워진 복도를 몇 명 걸어간다.

걸어 들어가는 여직원, 옷 매무새 가다듬으며 들어가는 조교, 그뒤에 혜원, 걸어간다.

 

104. 장례식장 (밤)

 

열린 투명 문 안에서 여직원과 조교, 혜원 들어오는 것 보인다.

장례식장 안, 위에 놓인 선재 모 사진.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방바닥 한켠에 검은 넥타이와 양복 차림으로 쓸쓸히 앉아서 사진 있는 쪽 보는 선재.

 

혜원 ; (투명 유리 밖에 서서 핸드백에서 봉투 꺼내 여직원에게 주며) 난 못보겠다.. (간다)

 

105. 장례식장 밖 (밤)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문으로 걸어 나오는 혜원.

 

E (다미) ; 으흐흐흐, 흐흐흑..

 

다미 ; (쪼그려 앉아서 우는) 내가.. 흑.. 까불어서 돌아가신 거 같애.. 흐흑

 

담뱃불 끄고 다미 옆에 쪼그려 앉는 선재 친구.

 

다미 ; 사고났다고 거짓말해서어.. 으흑 으흑흑흑 흐흐흑

선재 친구 ; 그렇게 생각하면 못자지이.. 선재는, 몇 천배 더 할텐데..

다미 ; (크게 우는) 으흐흐흐 으흑흑...

 

106. 장례식장 (밤)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얼굴 상기되어 곧 울음 터질듯한 표정으로 절하고 일어서는 선재.

 

여직원 ; (앞에 서서) 실장님도 같이 오셨는데요.. 밖에 계세요. 맘 아파서 못보시겠다고..

조교 ; (앞에 섰다가 선재에게 다가가 팔을 잡았다 놓고) 기운내라.. 다들 멘붕이지만.. 어쩌겠냐, 니가 제일 안된 걸..

 

선재 얼굴.

 

107. 화장장 (낮)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화장가마 안으로 들어가는 관.

안쪽 유리문에서 촬영한 유리문 잡고 오열하는 선재

유리문 잡고 오열하는 선재와 그런 선재 손잡고 우는 다미.

그 옆에 사진 들고 서 있는 선재 친구.

유리문 잡고 오열하는 선재.

 

108. 식당 앞 골목 (낮)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 사이로 보이는 선재 얼굴.

화면 넓어지면 트럭에 피아노 싣고 트럭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목면장갑 낀 선재.

이삿짐센터 직원, 1명은 피아노 옆에 서 있고, 한 명은 흰천을 갖고 온다. 두 명이 피아노 위에 천을 덮는다.

트럭을 내려오는 선재.

트럭 앞에 서 있는 선재 친구와 다미.

 

선재 친구 ; (상의 주머니에 손 넣고 서서 내려오는 선재 보며) 괜찮겠냐아? 

선재 ; (내려서서 피아노 보며) 뭐가?

다미 ; (안스러운 표정으로 선재 보며) 니가 저거 없이 어떡할라고오? 

E (이삿짐 직원 1) ; 어떻게? 이거 도로 내려?

선재 ; (고개 저으며) 아아 아니요오.

 

트럭에서 뛰어 내리는 직원. “어휴”

트럭과 짐 보인다.

 

이삿짐 직원 ; (트럭에서 내려와 굵은 고무줄 묶으려고 하다 선재 보면서) 혹시 밤새 맘 바뀌면 연락해요오. 이거 산 가격에 다시 팔테니까.

선재 ; 아 아니예요, 빨리하고 가세요. (보고 있기 힘든 지 식당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트럭 짐을 묶는 이삿짐센터 직원들.

보고 섰는 다미와 선재 친구.

 

109. 혜원 부엌 (밤)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식탁 앞에 머리 풀고 가운 차림으로 팔 괴고 앉아 커피잔 잡고 생각에 잠긴 혜원.

 

강교수 ; (냉장고 앞으로 걸어와 서서) 가라 그래, 띨방한 놈. (냉장고 문 열어 맥주캔 꺼내고 돌아서 혜원 쪽 보고 캔 따며) 말이 쉬워 군대지. 한창때 2년 그렇게 보내면, 재능이고 나발이고가 어딨어? 인생 그렇게 꼬이는 애들은, 어차피 안돼. 에휴. (마시며 나간다)

 

그 자세 그대로 미동없이 앉았는 혜원.

 

110. 도로 (낮)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강 건너편으로 산이 있고 강을 끼고 펼쳐진 도로.

도로를 가는 하얀 작은 트럭.

 

트럭 정면 유리 보이면, 운전석과 조수석에 탄 아저씨 2명. 트럭 정면 유리를 넘어 짐칸에 한 사람이 타고 있다.

 

돌돌 말린 현수막들 트럭에 실려 있고, 그 앞에서 트럭 철제 난간에 팔 걸치고 앉은 선재, 목면 장갑을 낀 모습이다.

 

111. 마을 주민센터 외부 (낮)

 

피아노 배경음 들리다 사라진다.

주민센터 건물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와 보인다.

지나는 사람들.

벽에 붙은 게시판에 강나루 축제 포스터를 붙이는 선재.

못치는 피아노 소리

못마땅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선재.

옆 건물에 강습생 모집 현수막이 창가 아래 벽에 붙어 있다.

내려서서 다른 포스터 하나 짚는 선재

 

E (발레 강사) ; 앙 느 뿌아, 앙 느 뿌아, 엉덩이에 힘주고.. 그래 그래 그래, 앙 느 뿌아.

 

다른 포스터 한 개 더 붙이고 내려서 옆 건물 본다.

 

선재 ; 아이.. 잘 좀 하지이... (몸 돌려 다시 벽 게시판 쪽 보며 못 들어주겠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못치는 피아노 소리.

오토바이 와서 건물 앞에 선다.

 

112. 주민센터 안 (낮)

 

사무실 문으로 손에 소포 등 우편물 잔뜩 들고 들어오면서 발로 문 여는 선재.

사무실 책상에 하나하나 놓는 선재.

사무실에 드문드문 앉아 사무보는 사람들.

 

직원 ; (앉아 있다가 선재가 우편물 놓고 가자 돌아보며) 이선재,

선재 ; (우편물 안고 돌아 보며) 예에?

직원 ; 숙직 좀 대신 해주라. 축구회 회식 있어 가지고.

선재 ; (고개 까딱하며 작게) 네에.

직원 ; 불만 있냐?

선재 ; (돌아보고) 아이 아닙니다.

직원 ; 불만 있냐고요?

선재 ; (미소 띠고) 아닙니다.. (우편물 돌리러 가다가, 손에 든 소포를 보면, 자신에게 혜원이 보낸 것이다)

 

113. 숙직실 (밤)

 

검은 화면, 검은 장애물이 서서히 열리면 스탠드 켜져 있는 방.

벽에 기대고 앉아 우편물 뜯어보는 선재.

보면, <리히테르>란 책이다.

음악감독 창작곡 들린다.

책을 펼쳐 넘긴다.

밑줄 쳐진 책.

잠시 미소짓다 보는 선재.

책장 넘기면, 밑줄 쳐진 책.

음감 창작곡 커진다.

나이든 머리 희끗한 노인의 사진이 있고 밑줄 쳐진 책.

 

E (혜원) ; 선생님의 편지에, 나는 다시 학교로 갔다. 돌아와라, 너는, 내 가장 뛰어난 제자다.

 

책장 넘기는 선재.

밑줄 쳐진 책.

 

E (혜원) ; 묵을 곳이 없었지만, 어디에서든 연습을 했다. 음악원 교실이든, 친구네 집이든, 가리지 않았다.

 

울컥하며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선재 표정.

밑줄 쳐진 책.

 

E (혜원) ; 어디를 가든, 잠자리가 불편하지도 않았다. 스승의 비좁은 아파트에서 신세를 질때, 나는, 피아노 밑에서 잤다.

 

책장 넘기는 선재.

피아노 치는 노신사의 흑백 사진.

울음 삼키는데 흐르는 눈물, 조용히 닦는 선재.

울음소리 없이 목젓이 떨리며 우는 선재.

“흑 쓰읍 아이” 눈물 닦으며 옆으로 눕는 선재.

 

114. 건물 앞 거리 (밤)

 

자동차 와서 서고 인사하는 직원들. “어서오세요”

직원이 문 열어주면, 혜원 가방 들고 나와 유리문 안으로 급히 들어간다.

차소리.

 

115. 룸 (밤)

 

웨이터 문 열어주면 룸으로 들어서는 혜원, ‘흠’ 헛기침.

웅웅하는 음악소리. 문 닫으면 음악소리 없어진다.

테이블에 과일과 양주 등 놓였고 그 앞에서 키스하고 있는 서대표와 애인.

‘아유’하며 떨어져 셔츠 단추 채우고 일어서는 애인.

 

서대표 ; (입 닦으며) 뭐 이렇게 늦어어?

혜원 ; (웨이터가 받아주는 외투 벗으며) 나오는데 강교수 전화가 와서어.

서대표 ; 애들 뎄고 엠티 갔대매?

혜원 ; (옷주머니에서 휴대폰 꺼내며) 뭐 이것저것 시키더라아. 근데 넌 꼭 여기서 봐야 돼?

 

혜원 옆을 지나쳐 나가는 애인.

 

서대표 ; 왜에? (웃으며) 겁나아?

 

문 열리고 음악소리 웅웅 나다가 없어진다.

 

혜원 ; (핸드백 들고 서대표 쪽으로 오며) 내 취향 아닌거 알면서어.. (서대표 옆에 앉는다)

서대표 ; 니취향 따윈 관심 없지이. (웨이터 보며) 애들, 델꼬 들어와.

E (웨이터) ; 네에.

 

문 열리는 소리, 웅성거리는 음악소리, 문 닫는 소리.

 

혜원 ; (물 뚜껑 따며) 뭐하자는 거야아? (마신다)

서대표 ; (혜원 보며) 널 다시 내사람 만들겠다는 거다아. 나 처럼 타락시켜서.

혜원 ; (물 마시며 웃다 사래 들린다, 손으로 입막고 기침) 컷 헛 컥컥 컥컥..

서대표 ; 웃겨어?

혜원 ; (휴지로 입 닦으며) 허이 참, 웃기지, 그러엄.

 

116. 룸살롱 밖 거리 (밤)

 

차소리.

 

다미 ; (선재 친구 보며) 나 혼자 가란 말야?

선재 친구 ; (마주 보고) 그럼 어떡해에. 오디션 잡아놨다는데.

다미 ; 오밤중에? (선재 친구 팔을 끼며) 잔소리말고 가아. 좀 있으면, 차 끊어져어.

선재 친구 ; (팔 빼며) 이게 원래 술한잔 하면서어..

E (웨이터) ; 야아 저스틴!

 

보는 선재 친구와 다미.

문 앞에 서서 선재 친구 손짓하여 부르는 웨이터 둘.

 

선재 친구 ; (다미의 어깨를 잡고 돌려 세우며) 진짜 미안한데에..

E (웨이터) ; 저스틴!

 

휴대폰 진동음.

 

다미 ; (선재 친구 손으로 가리키며) 저스틴? 니가 저스틴?

선재 친구 ; (휴대폰 꺼내 받으며, 손으로 다미 가리키고 건물 쪽으로 가면서) 끝나고 전화하께.

다미 ; (손짓으로 선재 친구 가리키며) 야아, 너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선재 친구.

 

117. 룸 (밤)

 

휴대폰 하는 혜원과 앉아있는 서대표.

노크 소리, 문 열리는 소리, 웅웅거리는 음악 소리.

보는 서대표.

 

애인 ; (문 잡은 채 몸 약간 숙이고 팔을 앞으로 내밀어 안내하듯 하며) 선수, 입장하겠습니다아. (먼저 들어온다)

 

뒤따라 들어오는 선재 친구와 호스트 4명, 앞에 나란히 선다.

문 닫는 소리. 음악소리 안들린다.

여전히 휴대폰하는 혜원과 웃으며 남자들 보는 서대표.

 

서대표 ; (혜원의 휴대폰 뺏어 자기 테이블 옆으로 놓으며) 도망갈 생각 마아. 밖에 애들 지키고 서 있다.

혜원 ; (팔짱끼고 어이없어 웃는) 허어.

애인 ; (고개 숙이며) 일동, 인사!

남자들 ; (고개 숙이며) 안녕하십니까?

애이 ; 네에. 제 후배들입니다. (옆의 남자들 손으로 가리키며) 다 예술분야에 종사하고 있구요, 하나같이 감성이 풍부하고, 고급스럽죠.

서대표 ; 음 흐흐, (팔짱 끼고 혜원 보며) 골라 봐아, 흐흐.

애인 ; 예에, 오늘 친구분도 같이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이 친구는 (선재 친구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처음 입니다.

선재 친구 ; (손 들어 보이며) 유 켄 콜미 저스틴.

서대표 ; (웃으며) 저스틴? 허 하하하, 귀엽다아, 하하하.

혜원 ; (팔짱 끼고 진지한 목소리로) 미안한데. (사이) 자리 좀 비켜주시먼 안될까요?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서대표 ; (혜원 보며) 됐고. 쯧. (남자들 보며 웃음 섞어) 그래, 특기부터 좀 보여줘봐봐.

혜원 ; (탁자 위 맥주병 들어 탁자에 깨어 들고, 남자들 보며) 나 이런 누나거든. 말 듣지.

 

움찔 놀라는 남자들.

 

서대표 ; (혜원 보며) 죽을래 너?

 

열 받아서 서대표 보더니 깬 맥주병 바닥에 탁 버리고, 화가 많이 난 표정으로 팔짱끼고 시선 돌리는 혜원.

 

118. 도로 (밤)

 

시끄러운 차소리.

공무수행 붙인 트럭을 몰고 달리는 선재.

쌩 달리는 트럭.

 

119. 룸 (밤)

 

혜원 ; (술에 취한 목소리로) 내가 맨날 말하지이? 윤리 도덕, 괜히 있는 거 아니라고, 도로교통법 어기면, 사고 난다고. 정지선은 지키라고오.

서대표 ; (술취한 목소리로) 내가 맨날 말하지이. 그딴 건 너나 지키라고오..

혜원 ; 너 저 친구 계속 만나는 거.. 이사장이 크게 한번 써 먹을거야. 허, 지난달에 사고 치고 남편한테 여권 압수 당한 건, 다행히 아직 모르지만.

서대표 ; 나도 써 먹을 거 많았-거든. 백선생 딸, 기어이 붙여 줬더라아. 그 여자 부탁은 거절도 못한대매? 개인 재산 하도 많이 불려줘서.

혜원 ; 니가 그거 건드리기 전에.. 이사장이 니 남편쪽이랑 손잡을 거다.

서대표 ; (눈감고 소파에 머리 뒤로 기대어) 안 무섭거든요오! 그것들 나보다 백배 천배 더 해.

혜원 ; (머리 쓸어 손으로 묶으며) 하어, 정리해라.  돈 주고 사는 애인이 뭐 그렇게 좋다고.. 허어. (팔짱 낀다)

서대표 ; (혜원 보며) 나도 좋지는 않어. (앞보며) 근데, 위로는 돼에.

 

서대표 보는 혜원.

 

서대표 ; (그런 혜원 보며) 다 알면서 왜그래에? (앞 보며 쓸쓸하게) 인생 단 한번인데 나도 제대로 된 사랑 해보고 싶지이.. 너 정말,,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어?

 

양주병 들고 자기잔에 술 따르는 혜원.

 

서대표 ; 어쩌다 하나 걸리면 행여나 차일까 수표부터 처바르는 내 심정,(사이) 알기나 해에?

혜원 ; (술 마시고 탁 술잔 내려놓으며) 허어, 병이야.  남자 끊고 상담 받어.

서대표 ; (슬프게 혜원 보며) 그렇게 말하지 마아. 너 밖에 없다. 하어.. (눈 감고 잠든다)

 

120. 룸살롱 앞 (밤)

 

두 명의 웨이터 몸 못 가누는 서대표 부축하여 나온다.

문 옆에 서서 보는 목도리까지 갖춰 한 혜원과 애인.

 

서대표 ; 얘 어딨니? (차에 태우려는 거 안타려 버티며, 만취한 소리로) 아 좀 놔보란 말이야. 조옴.. 얘 어딨니? 우석아, 아아 우석아아.. (힘에 의해 차에 타 누워 잔다)

혜원 ; (애인 보며)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음, 우리 서대표 당분간 만나지 말아요오. 이쪽 동네도 좀 멀리 하시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애인 ; (웃으며 고개 약간 끄덕이며) 예헤 헤헤. 알겠습니다..

혜원 ; (애인 보다가 차 옆에 걸어가 기사에게) 내일 아침 한남동 조찬날이예요. 삼성동 가자 그래도 들어주지 마세요. 댁으로 모셔야 돼.

 

애인, 약간 화난 듯 혜원 뒤로 걸어와 문 닫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차에 널부러져 자는 서대표.

 

기사 ; 너무 취하셨는데 괜찮을까요? 전무님도 귀국하셨구요.

혜원 ; 전화해 놨어요, 나랑 마셨다고.

기사 ; 네.

웨이터 ; (혜원에게) 아 저 대리 왔습니다.

여대리 ; 안녕하세요.

혜원 ;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서대표 차, 간다.

혜원 차 쪽으로 걸어가 웨이터가 문 열어주는 차에 타는 여대리와 혜원.

 

121. 차 안 (밤)

 

목도리 단정하게 하고, 꼿꼿하게 뒷자석에 앉은 혜원.

 

E (여대리) ; 참 꼿꼿하시네요..?

혜원 ; 아직 업무가 덜 끝났잖아요. 집에 들어가서 확인전화 다 돌린 담에 쓰러져야죠.

여대리 ; (운전하며) 아무튼, 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혜원 ; 제가 감사하죠. (힘든, 쓸쓸한 표정으로 창 밖 보는)

 

122. 혜원집 앞 골목 (밤)

 

높은 담벼락 옆으로 들어오는 전조등 환하게 켠 혜원의 차.

차 지나가면, 담벼락 옆에 하얀 트럭 정차해 있다.

 

123. 차 안 (밤)

 

안전밸트 푸는 여대리.

 

혜원 ; (돈을 주며) 수고하셨어요.

여대리 ; 아니예요. 팁, 받았어요.

혜원 ; 그건 그거고.

여대리 ; (받으며) 감사합니다.

혜원 ; 살펴 가세요.

여대리 ; 네에. (차문 열고 내린다)

 

차문 닫히는 소리.

혜원, 힘든 지 눈 감고 앉아 하우, 후우.. 한숨 쉰다.

술 깨려는듯 고개 절레 흔들고 안전밸트 풀고 기운 없이 차 문 열고 내린다.

 

124. 차고 안 (밤)

 

혜원 ; (열린 차 문에서 약간 비틀대며 내리며) 아아 아흐, 아아 오르네.. 하으 (차 문 닫고 벽에 기대어 차고문 리모콘 작동시키고 눈 감고 벽에 기대 서 있다)

 

차고문 닫히는 소리.

 

E (선재) ; 저예요.

혜원 ; 누구?

E (선재) ; 선재요!

혜원 ; (떨리는 목소리로) 너라고? (리모콘 누른다)

 

차고문 올라가는 소리.

차고문 올라가고 혜원 보면, 선재가 서 있다.

음감 창작곡 들린다.

차고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선재.

 

혜원 ; (벽에서 몸을 떼고 선재 쪽으로 오며 반가움을 누르는 표정) 그래 허, 너구나.  근데 좀 달라 보인다아.. 그새, 좀 컸나?  하아.

선재 ; (고개 살짝 숙였다 들며) 그건 잘 모르겠고.. 헤, 좀 달라진 거 같긴 해요.

혜원 ; 책은 받았어?

선재 ; 네에.

혜원 ; 읽어 봤니?

선재 ; 밑줄 치신 데만.

혜원 ; 어땠어?

선재 ; (진중한 표정으로 입술 깨물다 머리 긁더니) 흔들리더라구요.  다 끊었었는데.

혜원 ; 흔들렸음 됐다. 그러라고 보냈어, 니 재주가 아까워서.

 

혜원을 똑바로 보는 선재.

 

혜원 ; 아직 많이 힘들구나아?

선재 ; (약간 미소) 아니요오.. 전 너무너무 잘 지내니까아.. 앞으로 그런 거 보내지 마시라구.

혜원 ; 거짓말 하먼 못쓰지, 선생님한테.

선재 ; 네에. 거짓말이예요.  근데 상관없어요.  어차피 다 지옥이니까.

혜원 ; (안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선재의 볼을 만지며) 허어, 저러언.

선재 ; (울 거 같은, 억지로 참고 있는 표정으로 혜원 보는) 하지 마세요.  (사이)  (와락 혜원을 안으며) 내가, 돌아 버리잖아요!  하아, 허어.

혜원 ; (몸을 빼려 하며) 너어, 너어..

 

선재, 안은 거 풀고, 혜원 얼굴 보더니 목 잡고 키스한다.

혜원, 아흐허.. 아흐. 바닥에 핸드백 떨어뜨린다.

계속 키스하다가, 자신의 행동에 자신도 당황한 표정으로 혜원에게서 떨어지는 선재.

 

혜원 ; 들어가자. (바닥에서 핸드백 집어 들고, 주머니에서 리모콘 꺼내 차고문 닫는다)

 

음악감독 창작곡 들린다.

차고문 닫히는 소리.

앞서가는 혜원의 모습에서 화면 멈춘다.

음감 창작곡 소리 커진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