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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음악!, 살아있는 캐릭터들)

밀회 2회 대본 (필사)

  

   

     <밀회 2회> (필사)


1. 혜원집 연습실 (낮)


어두운 연습실 문 열리고 혜원 먼저 들어온다.


혜원 ; (벽의 조명 스위치 올리면, 서 있는 큰 조명등이 켜진다.  문고리 잡고 서서 문 밖을 보며) 들어와아.


머뭇거리며 들어오는 선재.


혜원 ; (문 닫고 피아노 의자 빼주며) 앉어.


손 모으고 공손히 서서 뭔지 몰라 서 있는 선재.


혜원 ; (헛웃음) 허허.  여기 왜 왔는지 몰라아?

선재 ; 어제 일 땜에.

혜원 ; (팔짱끼고 서서) 당연히 처벌 받아야지.  쳐 봐, 어제처럼. 

선재 ; 네에?

혜원 ; 들어보고 정할거야.

선재 ; (엉거주춤 서서 어리둥절하여) 무..  얼... ..? 

혜원 ; 벌을 줄지 용서 할지.

선재 ; (약간 울컥해하며) 음.. 아니,, 제가 이해가 잘 안되는게요오. 아, 분명히 어제 그분 말씀은, 제가 현행범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봐준다고 그러셨거든요.

혜원 ; (팔짱끼고 서서) 잘 치면 봐줄까 해.  내가 책임자거든.  널 경찰서에 보낼수도 있고, 안보낼수도 있구.  (엉거주춤 서 있는 선재 보며 헛웃음) 허, 싫어?  그냥, 그리 바로 보내줘?

선재 ; 아흐, 네 치죠 뭐. 치께요. (잠바 벗어 소파에 놓고 헛기침) 으허헛.  (피아노 의자에 앉는다)

혜원 ; (리모콘 들고 피아노 향해 누르고 소파에 앉으며) 녹음 녹화한다.  증거 자료. 


피아노 위에 설치된 빨간불 들어오는 카메라 보인다.


선재 ; (카메라 보더니) 아아.. 네에.  (몸 다잡고 건반 본다)

혜원 ; (소파의 한쪽 끝에 등 기대고 팔짱끼고 앉아 앞에 보이는 선재와 피아노 보며) 시작해에.

선재 ; 네에, 으흠.  (소매 약간 올리고 자세잡고 앉았다) (사이) 으흠.

혜원 ; (치지 못하고 있는 선재 보며) 뭐하니? 


여전히 치지 못하고 있는 선재.


혜원 ; (헛웃음) 허어, 친다며?  (몸 앞으로 당겨 앉으며) 흐흐 왜 못 쳐?  어젠 허락도 없이 잘만 해놓구..


여전히 못치고 앉아만 있는 선재.


혜원 ; (잠시 보다가 일어서서 팔짱 끼고 한참 본다) 좀 친다 그래서, 직업상 한번 들어볼까 했는데, 안되겠네.  그런애들 많고도 많은데, 어떻게 다 상대하겠니?  (뒷목 만지며 문쪽으로 걸어가며) 절차대로 하자아.


선재, 눈감고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 D. 940. 1악장> 치기 시작한다.

문 앞에서 돌아서서 선재 보며 있는 혜원, 서서히 선재 쪽으로 다가선다.

팔짱 끼고 선재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반한듯 훑어본다.  한팔 풀어 뺨을 받치고 듣는다.

자신 있게 피아노 치는 선재.


선재 ; (치다가 중간에 멈추고) 하아.  어제.. (얼굴 약간 옆으로 돌려 혜원을 보며) 어제.. 여기까지 쳤습니다.  (다시 앞을 본다. 기침) 흠..

혜원 ; (팔짱 풀며) 정말 니 맘대로네.  너 원래 그렇게 쳐? 

선재 ; 아니요..

혜원 ; 악보 무시하고?  (피아노 옆으로 걸어온다)

선재 ; (혜원 봤다가 피아노 건반 봤다가 하며) 아니.. 이 원랜 이게 두명이서 쳐야 되는 곡인데에..  제가 혼자서 치다 보니까..

혜원 ; (피아노에 양팔꿈치를 얹고 선재 보며) 솔로 편곡 있잖아.

선재 ; (혜원 보며) 그건, 제가 악보를 본 적이 없어서요.  어제 그냥,, 저.. 거기서 들은대로..  제가 치면서 말씀 드릴게요. 흠. (피아노 치고 멈춰서) 아 이렇게 들렸었는데에..  (피아노 치고 멈춰서) 이렇게 바꿨구요오. 흠, (다시 피아노 강하게 치고 멈춰서 진땀 흘리듯 긴장하여) 여기 옥타블, 연타로 넣었구요.  그담에 또..

혜원 ; 편안히.. 얘기해에.  천천히.

선재 ; (진땀 흘리며) 저.. 그냥 다른 거 쳐볼게요.

혜원 ; (피아노에 기대서서) 다른 거 뭐?

선재 ; 악보 외우는 걸로요.

혜원 ; 해봐.  (소파에 가서 앉는다)


선재, 양손바닥을 허벅지 부분 청바지에 닦고 나서 피아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8번 k310. 1악장> 친다. 

음악에 빠져 눈감고 심혈을 기울여 연주하는 선재의 모습.

약간 빨라지는 피아노 선율.

그런 선재의 음악을 미소 짓고 듣다가 입모양으로만 감탄 ‘하’ 하는 혜원, 음악에 맞춰 살짝 몸을 흔들다가, 눈감고 듣는 혜원.


2.식당 (낮)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다미와 선재 친구.


선재모 ; (음식을 선반에 올려주며) 알바를 하나 더 잡은건지이...?

다미 ; (손톱 보며) 그런거면 왜 말을 못해에.

선재 친구 ; (음식 든 그릇 두개 가져와 식탁에 놓으며) 바람 났나?

다미 ; 너냐?


그릇 떨어지는 ‘쟁그랑’ 소리.


선재모 ; (놀라서) 못 산다, 내가.  아이구.

다미 ; (일어서서 선재모 쪽으로 가며) 안 다쳤어?

선재 친구 ; (음식 먹으며) 취미 활동 하셨네.

    

3. 서대표실 (낮)


서대표 책상 앞 의자에 앉았고, 여직원 그 옆에 서 있다.


서대표 ; (결재 서류 보더니) 누구 맘대로 월차?  (화나서 크게) 경의서만 내면 다야?  지 위엔 이사장밖에 없어?  대체 이게 뭘 믿고 계통을 무시해.  (일어선다)


4. 이사장실 (낮)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이사장.


서대표 ; (책상 쪽으로 걸어가 옆에 서서) 오혜원, 휴가 줬다죠?

이사장 ; 내가 하루 푹 쉬라고 했어어.  나타나면 서대표 심기 불편할까봐.

서대표 ; 당연히 불편하죠오.. 후궁이 공주 앞에서, 상궁 두둔하는데.

이사장 ; (단호하게) 너, 후궁 아니고 중전.  사극도 안 보시나?

서대표 ; 직속상관은 나예요.  징계위 넘길 거야. (팔짱 낀다)

이사장 ; (일어서며) 재고하기 바래에.  (가다가 멈추고) 아참,

서대표 ; 뭐요?

이사장 ; 재고할 거 하나 더 있다.  (서대표의 어깨 먼지 털어주며) 학교일에 너무 관여하지 마아..  니 소관 아니지?  (가다가 서서) 음대 입시는, 전적으로 교수들 권한이야.  시험 볼 때마다 압력 넣는 거 좀 그렇지 않아?  뒷말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서대표 ; 뒷말은 그쪽이 조심해야지.  피아노만 셋. 합이 여덟명이나 부탁했대매?  (크게) 서한 음대 합격증이 동네 잔치 떡접시야!?  이집 저집 다 나눠주게!?       

이사장 ; 난 부탁 아니고 추천.

서대표 ; 나도 추천권 행사하는 건데.

이사장 ; 아무나 해주먼 안되지이.  학교에서는 재능있는 인재를 뽑아주고, 예술재단은 전폭지원하고.  그게 우리 보람이고 명예 아니겠어?  다 엄격하게 예비사정수준으로, 테스트 거친 애들이야.

서대표 ; 예비사정?  누가?  댁에가?  푸웃.


5. 복도 (낮)


서대표 나오자, 뒤쪽 중앙 비서실 의자에 앉아 있던 정희, 일어선다.


서대표 ; (흥분하여 복도 앞쪽으로 따박따박 급히 걸어가며) 어디서 그런 뻥을, 씨.  (멈춰 서서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급히 뛰어간다)


6. 혜원집 거실 (낮)


도우미, 현관에 실내화를 가지런히 놔준다.

현관문 들어와 무시하고 구둣발로 거실에 들어서는 서대표.


도우미 ; 어우,, 이거,, (실내화 들고 서패표 쫓아간다)

서대표 ; (거실 들어서서 둘러보며, 명령조로) 얘, 어딨어요?  지금 뭐해?

도우미 ; (뒤에 서서) 어,, 학생이랑,,

서대표 ; (돌아서 도우미 보며) 학생 누구?

도우미 ; 아, 저도 첨봐요오.. 조교가 델고 왔던데..


서대표, 거실 지나서 연습실까지 걸어와 연습실 문을 연다.


7. 연습실 안 (낮)


서대표, 문 확 열고 들어서서 선재 본다.

혜원, 소파에 기대 앉아 듣고 있고, 선재 피아노 (슈베르트 : 네 손을 위한 환상곡 D.940-3악장) 치고 있다.

혜원, 서대표를 보고, 깜짝 놀라 서대표 밀며 연습실 나가고 문 닫는다.


8. 연습실 밖 (낮)


문 닫는 소리.

혜원, 문 닫고 한숨(하아.) 쉬며 서대표 본다.


서대표 ; (비웃는 어조로) 너, 너 이러고 놀아?

혜원 ; 오디션 중이야아. 

서대표 ; 무슨 오디션?  너 한마담 입시장사 거들어?

혜원 ; 무슨 그런 지저분한 말씀을, 고귀하신 입으로. 

서대표 ; 쉰데더니,,, 알바 중이었어어?

혜원 ; 쉬는 거 맞아.  간만에 행복하다.  귀도 즐겁구.

서대표 ; 고상한 척 하지마,,이.  쟤 또 누구집 자식이야?  붙여 주고 얼마 받어?

혜원 ; 허, 그런 거 아니야.

서대표 ; 댓가가 뭐냐고오오? 

혜원 ; (서대표 밀면서) 안되겠다.  끝나고 전화할게.  아님, 놀면서 기다리던가아..  (연습실로 들어가고 문 닫는다)

서대표 ; (거실로 밀리면서) 야아, 야아.


9. 연습실 (낮)


피아노 치는 선재의 뒷모습 일부 보인다.

선재의 연주곡이 흐르는 연습실.

들어와 문 닫고 문을 잠그는 혜원.


10. 연습실 밖 (낮)


서대표 ; (소리치는) 야아!  (문을 손으로 세게 치며) 이것들이 다 대놓고 한통속이야아.  이사장부터 민학장, 니 남편 너까지, 내 앞에 다 꿇려 버린다. (바닥에 떨어진 모피코트를 주워들고 나간다.


11. 혜원 집 대문 앞 (낮)


도우미, 대문 열어준다.


서대표 ; (통화하며 문을 나온다) 어 어디야?  잘됐네.  끝나고 좀 만나.  뭔 작당하는 지 알아야겠어.  나 당신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아.  (운전기사가 열어준 자동차문으로 타며) 한때 나마 나한테 바친 정성을 생각해서어..  


운전기사, 차문 닫고 차에 탄다.


12. 일식집 복도 (낮)


방문 열고 강교수에게 묵례하고 가는 여종업원.


강교수 ; (휴대폰 대고 짜증스럽게) 어 전화할게에.  어어?  알았어어.  (전화 끊는다)


사람들(민학장, 김교수, 그 외 2명의 교수, 식당 지배인) 들어온다.

 

강교수 ; (사람들 보고) 어유, 같이들 오시네요?

민학장 ; (문으로 들어가려 한다) 어, 강교수.

김교수 ; 일등이네.

민학장 ; (식당 지배인 보며) 우리 보안 좀.. (문으로 들어가려 한다)

지배인 ; 예, 조치했습니다.


사람들, 문으로 들어간다.


강교수 ; (들어가려는 민학장의 팔을 잡아 세우고 속삭이는) 저, 서영우가 좀 보자는데요?

민학장 ; 어제일로 성질 부리고 싶은 게지이..

강교수 ; 아이 그런 거는 제가 알아서 하는데..  아닌 거 같애서요.

민학장 ; 알았어.  (주머니에서 휴대폰 꺼내며) 통화 좀 하고 들어가게.  (전화하는)

강교수 ; 예에.  (방으로 들어간다)


13. 이사장실 (낮)


이사장 ; (이사장실 입구 복도로 통화하며 들어오며) 걔도 참 발전없다아.  수가 뻔한 게.  코털 한개 살짝 건드렸다고, 그렇게 바로 예상대로 나오니이?  (자리로 걸어가며 책상 앞 의자에 앉으며) 아유, 왜 건드리기이인..  긁어부스럼 만들어야지.  만나보라 그래에.  조심할 게 뭐 있어어?  말 많이 하게만 하면 돼요.  어.  (인터폰 누른다)

 

전화벨소리.


14. 이사장실 앞, 비서실 (낮)


정희, 자리에서 일어서 돌아 나와 문 없이 벽으로 구분된 이사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15. 이사장실 (낮)


정희 ; (양팔을 좌우로 나란히 흔들며 걸어오며) 네, 이사장님.

이사장 ; 음.  서영우가 오후 늦게, 강준형 만날거야.    

정희 ; (이사장 약간 앞쪽 옆에 서서) 아아.  네에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이사장 ; (팔꿈치 책상에 받혀 양손가락 끼고) 대답할 때 호칭 좀 빼지?  들을 때마다 오글 거려.  조폭도 아니고.  직무 상관없이이, 여기서 월급 받으면, 다 문화예술 종사잔데.

수진 ;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가며) 주의하겠습니다.


16. 일식집 안 (낮)


민학장, 김교수, 강교수, 다른 교수 1 원탁에 작은 백포도주 한잔씩 놓고, 하얀 종이들 놓고 둘러 앉았다.


강교수 ; (볼펜으로 서류 짚으며, 민학장 보면서) 얘는 아무래도 불안한데요 너무 딸려서.

민학장 ; (서류 보더니) 그냥 둬.

다른 교수 ; (물 마시고 컵 내려놓고 서류 보며) 누구?  정..유라?

김교수 ; 걔 엄마가, 백선생이죠.

다른 교수 ; 백선생이 누구야?

김교수 ; 유명하잖아요, 투자 분소과.

다른 교수 ; (생각하다가) 아하, 거의 역술인 수준으로 맞춘다는?

강교수 ; 역술인 수준이 아니라, 역술인이죠.

김교수 ; 이사장 단골. (몇명 이름에 형광펜으로 색칠된 종이의 이름에 형광펜으로 체크한다)

민학장 ; 에이 그건 와전이고오.. 발전 기금 운영에, 자문을 구하고는 있지.

다른 교수 ; 오우, 그런데 조인서 쪽에서 반발하지 않을까요?

민학장 ; 최저 최고점 제외 조항 있잖아아.

다른 교수 ; 이번에 수틀리며는, 들고 일어날 거 같은데.

강교수 ; (다른 교수 보며) 찜찜하죠.

다른 교수 ; 그쪽 젊은 친구들 분위기도 그렇고, 요즘 네티즌 수사, 무서워요오.

민학장 ; 쓸만한 애들 두엇 반드시 끼워 넣어어.  그쪽에서도 인정할 만큼.  나도 너희 못지 않게, 오직 실력이 기준이다, 그거 보여 주면 되는 거 아냐아?  조인서는.. 지민우 같은 제자가, 자산이고, 무기야아.  신경 써야지.

강교수 ; (민학장 보며) 그럼 저, 할당 한 명 더 주셔야 하는데?

민학장 ; 그런 애가 있긴 있어?

강교수 ; (몸 달아) 확인 중이예요.

민학장 ; (퉁명스럽게) 확인 되면 얘기하자고.  (다른교수들 둘러보며) 그리고 여기 명단에서 제외된.. 개인 레슨생들 말이야, 사전에 어떤 식으로든, 언질 줘야 해요.

다른 교수 ; 예, 붙을 애들 빼곤, 부모들 불러서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실력 안되니까, 낮은데 내라고.  여기저기 다 연결해줬죠.

민학장 ; (만족한 미소) 뭐 그럼 됐고.  (김교수 보며) 첼로 쪽도 제법 많을텐데?

김교수 ; 에 일찌감치 정리했어요.  이모저모 다 싹수없는 애들. 악기도 후지구.

민학장 ; 자 그럼 뭐.. 서대표 쪽이 남았지? 

다른 교수 ; 그렇죠.

민학장 ; (힘주어) 아 올해, 유난히 여럿 디밀었어.. 수시때 부터.

김교수 ; (팔짱 끼고) 짜증 나죠.  내 올케라 좋게좋게 대하지만.

다른 교수 ; (웃으며) 뭐 어쩌겠어, 지분이 있는데.

민학장 ; (웃음 띠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 그 행포를 막아 보재는 거 아냐아.  이사장이 훌륭해서가 아니라아..

다른 교수 ; 그 양쪽에서, 조금씩 양보하는 걸로 어떻게..?

민학장 ; (손 들며, 얼토당토 않다는 투로) 아니 이쪽은 줄일 수가 없지, 꽉 찼는데.


강교수, 아래를 보고 있다.

탁자 아래서 문자하는 손.


E (강교수) ; 들어 봤어?


17. 연습실 (저녁 어스름)


피아노 치는 손.

 <Listz : Libestraume Nocturne No.3 In A Flat Major> 피아노 연주 들린다.

닫혔지만, 위아래로 약간 열린 버티칼로 저녁 어스름 푸른빛이 들어오는, 부분 조명된 연습실.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눈 감고 선율에 빠져 피아노 치는 선재.

그 뒤에 서서 보다가 이동하여 창가에 뒷짐 지고 약간 기대서서 눈 감고 감상하는 혜원. 

  

18. 고급 룸살롱 (복도, 밤)


파란 빨간 조명등 벽의 중간중간 박혀 있는, 룸안의 요란한 음악소리 섞여 들리는 복도.


19. 룸 (밤)


긴탁자 놓인 넓은 룸.

탁자 위에 과일과 양주, 얼음 등 놓였다.

강교수와 서대표 기역자로 앉았다.


강교수 ; (양주잔에 얼음 넣고, 서대표 보며) 우리집엘?

서대표 ; (잔 들고) 혜원이가 웬 애 불러 하나 가르치던데..

강교수 ; (솔깃하여) 너도 들어봤어?  잘 해?  

서대표 ; 알게 뭐야아.  (술 마시며) 나야 비주얼이 우선이지.

강교수 ; 아하, 그래, 니 취향을 잠깐 잊었다.

서대표 ; (술잔 든 채) 보긴 뭐.. 꽤 그럴사 하더라.  (술잔 놓으며) 언제 한번 선 좀 보여봐. (팔짱 끼는)

강교수 ; (정색하고 보며) 꿈도 꾸지마.  내 제자가 될 수도 있어어.  (술 마신다)  

서대표 ; (가소롭다는 웃음) 풋, 당연히 그러시겠지이..  조인서는 뒷거래에서 들온 애들, 쳐다보지도 않을테니까. 

강교수 ; 뒷거래?

서대표 ; 미안하다. 현장을 봐 버려서.

강교수 ; 현자앙?


20. 술집 앞 (밤)


휴대폰, 거는 손.


자동차 안 남자 ; (휴대폰 하는) 네에.  아 그거 미리 세팅했구요, 강교수 방금 들어갔습니다.  네.


21. 룸 (밤)


서대표 ; (술잔 놓으며) 내 결론은 이래.  오혜원도 입시비리커넥션에 하부조직이다.  맞지?

강교수 ; 절대 아냐 그런 거.  너 혜원이 몰라?

서대표 ; (여전히 팔짱낀 채) 내가 오혜원 하나 잡자고 이러겠니이.?.  한성숙 민학장 그 둘 엮어서 쳐 넣고,  니들 부부 충성 되찾고.  오랜 우정을 회복하겠다는 거지이.  딜 하자.  합격내정자 명단 줘.  부모직업, 약정내용 포함해서.  너는 빼고 터트리께에.  내부고발자 보호차원이랄까

강교수 ; 야 명단 같은 게 있을리 없지.  너는 청탁자 이름, 수첩에 적어놓니?

서대표 ; 나 최소한 증거 하나는 확보했다아.  아까 걔, 니 조교가 델고 왔대매?  조교 한명쯤 포섭하는게 뭐 그리 어렵겠어어?

강교수 ; (술 마신 후 잔 놓고) 야 서영우 흠, 니가 본 그애는, 이쪽에 줄을 댈만큼 돈도 없고, 힘도 없어요오. 

서대표 ; 그런데 왜요?

강교수 ; 내가 정말 오랜만에 진심을 말하는데.. 나 지금, 나름 초조하거든.  혜원이가 그놈 연주 들어 보고, 이거 물건 돼, 그렇게 말해주기만 바라고 있어.  나도 괜찮은 애 하나, 키워보고 싶어서.  무슨무슨 커넥션 그런 거 말고, 교수 강준형, 그거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술 마신다)

서대표 ; 조인서 땜에 학장 후보 밀려날까 봐 겁나서가 아니구? (술잔 드는)

강교수 ; (잔 놓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하아, 니가 내 맘을 어찌 알겠니?  (휴대폰 꺼내 전화 거는)


서대표, 술잔 놓고 휴대폰 본다.


강교수 ; (휴대폰에) 예에 난데요.  집사람 전화가 계속 안되네요.  문자 답도 없고.


22. 혜원집 부엌 (밤)


도우미 ; (싱크대 등 뒤에 둔 채 식탁 보고 서서 휴대폰 들고) 여태 저 안에 계세요.  (식탁 돌아 나오며) 아 전화기는 위에 있구요.  (거실로 나오며) 점심도 안 드시고 하루종일.  (연습실 쪽 보더니) 인제 좀 조용한 거 같은데 전화하시라고 할까요?


23. 룸 (밤)


강교수 ; 아뇨 아뇨, 방해 말고 그냥 두세요.  나 지금 들어갑니다.  예.  (일어선다)

서대표 ; (발로 강교수 다리를 차며) 이게 그냥, 어딜?

강교수 ; 앗 (주저 앉으며) 궁금하잖아아.  여태 듣고 있다면 들을만 하다는 건데.

서대표 ; (술잔 들어 강교수 얼굴에 끼얹고 휴지 빼 던져주고 다리 꼬고 앉아) 뭐가 지금 그게 급해!?  거사를 도모하는 게 먼저지. 

강교수 ; (휴지로 얼굴과 옷의 술 닦으며) 야, 이런 너랑, 뭘 도모하냐아. 어?

서대표 ; 그럼, 지금 조인서쪽에, 한번 흘려보까?  입시문제 불거지면, 여론싸움에서 누가 이기지?  (술병 들고 잔에 술 따라주고 앉아서) 비리세력의 배후 한성숙과, 진정한 교육자를 지원하는 서영우, 누가 이겨어?  우리 아빠 한마담.. 무조건 이뻐 죽는 줄 알지?  천만에.  그 영감은,, 누구든 이기는 사람 편이야.  (낮고 강하게) 줄 갈아 타!  너는 빼주겠다 그랬잖아아.  (휴대폰 들고) 지금 조인서한테 전화하머는, 손 잡을래?  (전화하는)

강교수 ; 야아 야아.. 그건 좀..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 뺏으려 한다)

서대표 ; (휴대폰에) 어 그래, 지수야, 난데.  인서 뭐하니?     


24. 인서집 침실 (밤)


지수 ; (휴대폰 들고 문으로 들어와 방문 닫으며, 짜증나는 어투로) 이 밤에 남의 남편을 왜 찾아아..


양복 상의 들고 옷장에 넣으려고 섰는 조인서.


지수 ; (인서 보고 작게) 자요, 여보?


인서, 손 들어 아래로 내리며 안받겠단 의사 표시한다.

 

25. 룸 (밤)


서대표 ; (전화기 뺏어가는 강교수 잡으며) 야아!

강교수 ; (휴대폰 뺏어 몸 돌려 전화기에 대고) 어어 신경쓰지마.  얘 지금..

     

서대표, 강교수의 팔을 물어 뜯는다.


강교수 ; (아파서 비명) 아앗 아앗!  어후.

서대표 ; (강교수 양손으로 마구 때리며) 진짜 이거 얄미워죽겠어, 정말.  너, 왜 맨날 요리조리 피하니?  (계속 때리며) 미꾸라지, 이 박쥐야 박쥐야.  너 혜원이랑 결혼할 때 뭐라 그랬어?  어?  걔, 빈껍데기라고..      


26. 인서방 (밤)


F (서대표) ; 껍데기라고, 어..

때리는 소리.

F (강교수) ; 아, 전화나 끊고 얘기해. 아 진짜.

 

지수 ; (전화기 들고 소리 들으며 못마땅하여) 아우, 얘들 뭐하니..?

조인서 ; (허리춤에 손 올리고 별 관심없이 돌아선 채) 원래 그러고 놀잖아. (간다)

지수 ; (전화기에 때리는 시늉하며) 어휴.


F (강교수) ; 아후, 진짜..


27. 룸 (밤)


임상아의 <뮤지컬> 노래 반주 흐른다.

젊은 남자 둘과 노래 부르며 붙어서 춤추는 서대표.


서대표 ; (마이크 들고 나란히 서서 춤추며) 더 이상 간섭하지마아..  내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세상으로 (애인과 마주서서 춤추며) 난 다시 태어나려 해.. 다른건 필요하지 않아.. 음악과 춤이 있다면... 나 이대로 내가 사는 것대로 날개를 펴는 거야.. 


E (애인) ; 내 삶의 주인은 바로오.. 내가 되는..


의자에 앉아 술 마시며 혼자 생각하는 강교수.

음악과 노래 소리 작아진다.


E (민학장) ; 쓸만한 애들 두엇 반드시 끼워 넣어.  그쪽에서도 인정할 만큼.  나도 너희 못지 않게, 오직 실력이 기준이다.  그거 보여주면 되는 거 아냐.  조인서는, 지민우 같은 제자들이, 자산이고 무기야.  신경 써야지.


양주 마시며 생각하는 조인서.


28. 연습실 (밤)      


혜원, 소파에 앉았고, 선재, 피아노에 앉아 있다.


선재 ; (피아노에 시선 둔 채) 더 칠까요?

혜원 ; (일어서서 녹화테이프 끄고) 가 봐.  용서해주께.  (리모콘 테이블에 놓고, 문 쪽으로 걸어간다)

선재 ; 저, 저기.. (일어선다)

혜원 ; (문고리 잡고 비스듬히 돌아서서) 뭐?

선재 ; (머뭇거리며) 저.. 제가 좀.. 쳤는지?

혜원 ; 가보라고.  용서한다는데.  (문고리 잡은 손 놓고 바지주머니에 손 찌르고) 몇시간 집중했더니 무지 피곤하다.  쉬어야겠어.  됐니?


말없이 그대로 서 있는 선재.


혜원 ; (그런 선재 보더니, 피식 웃으며 문에 등 기대고 서서) 넌 널 모르나부다.  (선재 앞에 다가와 서서 또렷이 보며) 정말 몰라?  훗, (움직여서 피아노 앞에 선다) 하아.  몇 살 때 시작했어?

선재 ; 아아, (몸 혜원 쪽으로 돌리다가 피아노에 다리 부딪친다) 여섯살 때 쯤.

혜원 ; 누구한테 배웠어?

선재 ; (겸연쩍은 웃음) 흐, 그냥 갖고 놀았습니다.

혜원 ; 재밌든?

선재 ; 저희 어머니가.. 일 나가실 때, 문을 잠그고 나가서..

혜원 ; 허, 그래도 어떻게 집에 피아노가 있었네에. (선재쪽으로 몸 약간 돌려 피아노에 팔꿈치 얹고)

선재 ; 전에 이사간 집에 살던 사람이 버린 거.

혜원 ; 제대로 배운 적 있어?

선재 ; 초등학교 때.  동네 학원에서.

혜원 ; 지금은?

선재 ; (말을 안으로 먹듯이 작게) 유트브 

혜원 ; 어디?

선재 ; 유.튜.브.

혜원 ; 아아..

선재 ; 거기서 잘하는 사람들 거 동영상 따라 치고 그래요.

혜원 ; 악보는 어떻게 외워?

선재 ; 다운 받아서 백번쯤 치면..

혜원 ; 지겹지 않니?

선재 ; 아이 외우고 나면, 잼있어요.

혜원 ; 아픈덴 없어?

선재 ; 네에.  아, 얼마 전에, 건초염 치료했습니다.

혜원 ; 잘했네.  하아, (스피커 있는 벽 쪽으로 움직여 서서) 무슨말이 듣고 싶어어?

선재 ; 저.. 하나만 더 치면, 안될까요?


뒷목 손으로 잡고 얼굴 돌려 선재 보는 혜원.


선재 ; 어제 그거.


29. 연습실 (시간 경과, 저녁 어스름)


선재 앞씬에서 있던 대로 서 있다.


혜원 ; (들어와서 문 닫고 들고 온 악보 한 권 들어 보이더니 피아노로 오며) 이거 제대로 해보겠다는 거지?  안그럼 너 밤새 그러고 서 있을 거잖어.  (악보 펼쳐 피아노에 놓으며) 저음부 쳐 줄게, 의자 좀 붙여. 

선재 ; 네. (의자를 가지고 와 피아노 앞에 놓는) 어.

혜원 ; (의자에 앉아서 손 맞잡고 풀며) 페달은 내가..  (상체 좌우로 돌리며 푼다)

선재 ; (옆의 의자에 앉아 미소 띠고) 네에.

혜원 ; 후우..   


피아노 치는 두 사람의 손.

<슈베르트 : 네 손을 위한 환상곡 D. 940 – 1악장> 피아노 소리 들린다.

음악 소리에 맞춰 동시에 약하게 몸을 움직이며 진지하게 피아노 치는 두 사람의 모습.

피아노 치면서 선재 쪽으로 얼굴 비스듬하게 하여 보는 혜원.

피아노 치는 두사람의 손.

선재의 손이 혜원의 손 쪽 건반까지 넘어왔다가 다시 자기쪽으로 간다.

음악소리에 맞춰 두 사람의 몸이 피아노 쪽으로 동시에 숙였다 폈다 움직인다.

음악소리 강해질수록 두사람의 움직임도 커진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콰쾅” 하고 피아노 치는 것 멈춤과 동시에 두사람의 움직임도 멎는다.

힘든 일이 끝나고 쉬는 두사람의 숨소리만 정적을 깬다.  “흠으음.. 하아”

혜원, 일어서서 문 쪽으로 간다.

동시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몸 돌려 뭔가 답을 바라는 눈빛으로 혜원을 보는 선재.


혜원 ; (나가려다 멈춰 서서 몸 돌려 선재 쪽으로 걸어와 볼을 꼬집으며) 이거 특급 칭찬이야아.  (어깨 가볍게 치고) 진짜 가라 (나간다)


30. 거실 (밤)

 

연습실 문 열리고 혜원, 천천히 거실로 나온다.


도우미 ; (혜원 앞에 서며) 저 저녁은?

혜원 ; 전 됐고, 쟨 멕여 보내세요.


나무 계단을 천천히 뒷짐 지고 오르는 혜원.


31. 복도와 방 (밤)


혜원 ; (계단 올라와 복도에서 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와 나무 여닫이문을 닫고 문 바로 옆 벽에 기대서서 크게 숨 몰아 쉬는) 하아, (팔짱 끼며 낮게 웃음) 하흐 미친놈, 혼자서 허흐.  하으.


32. 대문 앞 (밤)


문 열리고 나란히 나오는 선재와 도우미

 

도우미 ; 밥 먹고 가라시는데?

선재 ; (바삐 걸어 나오다 도우미쪽으로 몸 살짝 돌리고) 아아니, 괜찮아요. (계단 2개 내려와 묵례하고, 골목을 내려간다)


도우미, 안으로 들어가 대문 닫는다.


33. 골목길 (밤)


푸른 가로등이 위쪽에 한 개 켜진 큰집 담벼락이 있는 골목길.

선재,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E (혜원) ; 특급 칭찬이야.


감동하여 달리는 선재.


34. 인도 (밤)


푸른 가로등이 있는 옆으로 차가 지나가는 도로 옆 인도.

달리는 선재.

차소리 작게 들린다.

달려와서 힘든 지 걷는다.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으로 들린다.


35. 버스정류장 옆 인도 (밤)


자동차 불빛의 번짐.

차 경적소리.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으로 들린다.

화면 또렷이 보이면 인도를 달려와 힘들어서 멈추고 눈물 닦는 선재.

허리 숙여 허벅지에 손을 얹고 숨차서 “허어 허어 허어” 하다가 환하게 웃는 얼굴의 선재.


E (혜원) ; 평균 위 칠 때..


36. 혜원집 연습실 (밤, 회상)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으로 들린다.

피아노에 앉아서 피아노 쪽 보는 선재.


혜원 ; (피아노 뒤의 소파에 앉아).. 왜 페달 안 써?

선재 ; (고개 약간 숙이고 자신없는 말투로) 어,, 소리가.. 끊어지는 게 좋아서..

혜원 ; 니 취향이 아니라 해석을 묻는 거다.

선재 ; 그게.. 이 곡은,, 그냥 그렇게 치라고 쓰여 있는 거 같애요, 음표 사이에.

혜원 ; (만족한 웃음 섞어) 그게 해석이지,, 흐,,


37. 연습실 (밤)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으로 들린다.

머리 풀고 가운 걸치고 소파에 앉아 커피 마시는 혜원의 모습.

화면에 혜원의 상체만 크게 잡힌다.


혜원 ; (커피잔 들고) 그런 거지.. (미소 띤다)


38. 다리 위 (밤)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으로 들린다.

지나가는 차들.

다리 위에서 난관에 팔을 얹고 양손 잡고 강을 보는 선재.


E (혜원) ; 열정 3악장 다시 해봐.

 

39. 연습실 (밤, 회상)


혜원 ; (소파에 앉아서 팔짱낀 채 시선 선재가 아닌 옆-창 쪽-에 두고) 아니다, 코다부터.

선재 ;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다가 혜원 쪽으로 얼굴 돌리며) 저.. 틀렸어요?

혜원 ; 아니, 한번 더 듣고 싶어서.


40. 다리 위 (밤)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 들린다.

선재, 난간에 기댄 채 좋아서 환하게 웃는다.

배경음 멈춘다.

차 휙 지나가는 소리.

선재, 손을 난관에 놓고 피아노 치듯 한다.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 3악장> 선재의 손가락 움직임에 맞춰 들린다.


41. 연습실 (밤, 회상)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 3악장> 들린다.

강렬한 몸짓으로 피아노 치는 선재.

소파에 기대 눈 감고 팔짱 낀 채 듣는 혜원.

강렬한 몸짓으로 피아노 치는 선재.


42. 다리 위 (밤)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 3악장> 들린다.

 

음악처럼 강렬하게 손가락 놀리며 눈 감고 몸을 움직이는 선재.

다리 위의 선재 뒷모습 전경, 저 멀리 강 건너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다양한 불빛.


*몽타주 ; 음악에 맞춰 피아노 건반 위의 연주하는 선재 손.


눈 감고 음악에 맞춰 흔드는 선재 얼굴

다리 위의 선재 뒷모습 전경, 저 멀리 강 건너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다양한 불빛.

음악처럼 강렬하게 손가락 놀리며 눈 감고 몸을 움직이는 선재.


*몽타주 ; 음악에 맞춰 피아노 건반 위의 연주하는 선재 손.


음악에 맞춰 난관 위를 빠르게 움직이는 선재의 손가락.

위에서 찍은 선재의 모습,

음악에 황홀하게 젖은, 눈 감고 움직이는 선재의 얼굴


*피아노와 피아노 치는 선재의 모습, 마무리 음악과 함께 보인다.


끝음 치고 멈춘 선재의 긴장한 얼굴.


E (혜원) ; 한번 더 듣고 싶어서.


감격하여 울음이 터질듯함을 참고 있는 선재의 얼굴.

난관에 팔을 기대고 눈 떠서 강 쪽을 본다.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 들린다.

차들 선재 뒤 도로로 지나간다.


43. 다리 위 (새벽, 상상)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 들린다.

푸르른 새벽.

난관에 나란히 서 있는 혜원과 선재의 뒷모습 전경.

그 뒤로 차 한 대 지나간다.

가까이 가면, 혜원과 선재가 나란히 난관 위에 손을 놓고 피아노 치듯 하고 있다.


44. 선재 방 (밤)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 들린다.

어두운 방, 낮은 옷걸이에 걸린 옷 위를 지나, 피아노 건반이 보인다.

피아노 건반을 지나면, 침대에 옆으로 팔베개하고 누운 선재의 얼굴.

생각이 자꾸 나는 듯 얼굴을 베개에 눌렀다 다시 옆으로 한다.

미소 짓다가 생각에 빠지는 표정의 선재 얼굴.


45. 선재 방 (밤, 상상)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 들린다.

옆에 스탠드 켜진 안쪽엔 책이 빽빽이 꽂힌 낡은 책장.

그 사이에 놓인 낡은 피아노 앞에 혜원과 선재, 앉아서 피아노 친다.

나란히 피아노 치는 손.

옆으로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혜원의 옆모습. 


46. 선재 방 (밤)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 들린다.  

미소 짓다가 표정 굳어지는 선재의 얼굴.

눈 감고 생각을 떨구려는 듯 베개에 얼굴을 묻는 선재. 


선재 ; 에흐..


47. 혜원방 (밤)

 

<차이코프스키 사계 – 4월> 배경음 들린다.

 어두운 방 안.

혜원 ; (옆으로 누워 팔로 베개 감싸며) 애.. 참... (눈 감으며).. 심하게 이쁘네..에.. (조금 위로 돌아 누우며) 으흠..


48. 혜원집 외경 (아침)


혜원집 건물의 위쪽 보인다.


E (혜원) ; 아홉시 인터뷰우,,


49. 혜원방 (아침)


정면에 화장대 크게 보인다.

정면 벽에 화장대 거울 있고, 화장대 의자 위에 혜원의 핸드백 놓였다.


혜원 ; (화장대 앞에서 블루투스 낀 채 반지 끼며) 열두시 후원회 플래터넘클럽 오찬.  어 멤버들 근황 확인한 거 한시간전에 나 줘야 되고..  (거울 보며) 다섯시 갤러리 초대전 테잎 커팅..  (스타킹 위 마무리하며) 아 그리고 내일 장학제도개선 토론회.. 조인서 교수가 발췌할거야.  확인 전화해 (걸어서 옆으로 가며) 오케이?  (벽에 가려 모습 안보이다가, 외투와 목도리 들고 다시 화장대 앞에 나타나 외투 입으며 아까 있던 한쪽으로 걸어가며) 어 나 지금 미용실로 가.  이사장님 거기서 만나기로 했어. 어어.  

강교수 ; (반대쪽에서 수건으로 머리 닦으며 나타나 혜원을 지나쳐 거울 앞에서 머리 닦는다 거울 보며) 나 이사장님한테, 얘기 좀 해줘. 

혜원 ; (목도리 들다가 블루투스 빼며) 어?

강교수 ; (수건 화장대 의자에 놓고 스킨뚜껑 연다) 그게 빠르겠어.

혜원 ; (블루투스 주머니에 넣고, 목도리 하며) 뭐가아?

강교수 ; (스킨 손에 따라 얼굴에 바르며) 나 할당 한 명 더 필요하거든.  이선재,, 정시 보낼려고.

혜원 ; (목도리 하다가 핸드백에 물건 챙겨 넣으며) 할당이먼,, 츠,, 걔는 안그래도 붙을텐데.  조인서도 인정할 걸?

강교수 ; (역정 내면서 혜원 보며) 아 당신은 그게 기준이야?  조인서가아?

혜원 ; (화장대 위의 지갑 핸드백에 넣고 잠그며) 됐구우.. 그런앨, 왜 굳이 그래야 하는데에?  (거울 보며 목도리 마무리 한다)

강교수 ; 불안하잖아아.  뭐 레슨도 콩쿨도 전혀 경험이 없으니까아..

혜원 ; (소매끝 마무리 하며) 시험날까지 적응할 시간 충분하지 않어?

강교수 ; (양팔 허리춤에 올리고) 거참, 내가 힘을 써서 붙여줘야, 확실히 내께 될 거 아냐아.

혜원 ; 아니 걔가 무슨 물건이야아?

강교수 ; 암튼...

혜원 ; 늦었어. (핸드백 들고 나가며) 나중에 얘기하자.

강교수 ; (혜원 뒷모습에 대고) 이사장이 한 명 양보하라 그래에.  (약간 크게) 서영우 몫은 건들지 말구우.


50. 거실 계단 앞 (아침)


혜원 ; (계단 내려오며 혼잣말) 계산 복잡해에.


도우미 유리병에 여러개 꽂힌 아스파라거스를 들고 와서 혜원에게 내민다.

혜원, 미소 짓더니 그 중 한 개를 뽑아 입에 물고 먹으며 걸어간다.


51. 서재 (아침)


서재의 여닫이문 열리는 소리.

어두운 실내에 작은 빛이 들어왔다가 문 닫히는 소리 나자 없어진다.

들어오는 혜원, 아스파라거스 입에 문 채 책장을 옆으로 민다.

책장 밀리면 드러나는 금고.

혜원, 금고 번호를 누른다.

금고 버튼 음.


F (금고에 녹음된 목소리) ; 잠금이 해제되었습니다.


문 여는 혜원.


F (금고에 녹음된 목소리) ; 문이..


52. 금고 안 (아침)


어두운 금고 안.


F (금고에 녹음된 목소리) ; ..열렸습니다.

금고 안에 환하게 보이는 혜원의 얼굴.

혜원, 아스파라거스를 씹으며, 손을 넣어 작은 상자를 꺼내어 그 안의 시계를 내고 다시 상자를 안에 넣고 문 닫는다.


52. 서재 (아침)


F (금고 녹음된 소리) ; (작게) 문이 닫혔습니다.


금고문에서 손 떼고 벽장을 당겨 원위치로 하는 혜원.

책상 위의 거치대에서 테블랫 PC와 케이스 들고 케이스 안에 태블랫을 넣는다.


53. 주차장 (아침)


대문 열고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나오는 혜원.


혜원 ; 어 지수야, 나 지금 출근.  이따 봐서 되면 봐.  전화하께.  (삑 차문 열고 탄다)


54. 뷰티샵 (아침)


노란조명이 밝고 화려한 뷰티샵 복도를 정리된 수건을 한아름 한 팔에 끼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다미.

맞은편에서 걸어가는 혜원의 뒷모습.


다미 ; (귀찮지만 형식적으로 고개 까닥, 귀찮다는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아..

혜원 ; (지나쳐 걸어 가며, 밝게) 다미씨, 안녕엉!

다미 ; (뒤돌아서 뒷모습에 꾸벅 절하며, 반가운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방에서 나오는 이사장, 뒤에 차실장.


혜원 ; (반갑게) 어머, 벌써 다 하셨어요?

이사장 ; (걸어오며) 어.  간단히 만졌어.

혜원 ; (이사장 약간 뒤에서 따라 걸으며) 잘됐네요.  오늘 스케줄 장난 아니거든요.  길도 벌써 밀리구요..


55. 차 안 (아침)


운전기사와 정희의 핸드폰 든 뒷모습 보인다.


정희 ; (낮게) 네에, 저희 이사장님 좀 늦으실거 같습니다만..

혜원 ; (문서 띄워진 태블릿 두 손으로 공손하게 이사장에게 보이며 은밀한 어조로) 예에.. 확인하시먼, 바로 폐기할려구요.

이사장 ; (보고) 그래야겠지.  민학장한테도 다시 한번 일러두고.

혜원 ; 네.

정희 ; 그쪽도.. 늦는 답니다아.

혜원 ; 잘됐네요.  인터뷰 기자가 질문지 보낸 거 중에서, 사생활 관련부분은 빼달라고 했는데요.  혹시라도 서대표 얘기 비치면..

이사장 ; 예술재단은 사심으로 되는 게 아니다.  우리 둘 다 그 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큰 문제 없다아.  사실, 난 사심 덩어린데..

혜원 ; (웃으며) 하아하, 제가 배석할 거예요.  핸들 하겠습니다.

이사장 ; (mp3와 연결된 이어폰 건네며) 어 그리고, 이거 들어봐.

혜원 ; (받아서 귀에 거는 중) 아 네.

이사장 ; 강교순 암말 안 해?

혜원 ; 영우 건들지 말라구.

이사장 ; 둘이 주접 떠는 거 왕비서가 편집했어어.  너 익히 다 아는 거라.

혜원 ; (이어폰 끼며) 그래도 현장감은 살려줘야줘

정희 ; (돌아보며) 몇군데는, 살렸어요오.

혜원 ; (반어법적으로 장난치듯) 참, 잘했어요.  (이어폰 끼고 듣는다.)


차 뒤에서 뒷모습 찍은 화면 보인다.

  

혜원 ;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모양으로만 한숨 내뱉다가 이어폰 빼며) 심플하네요.  (mp3에서 이어폰을 뺀다)


F (서대표) ; 비리세력의 배후 한성숙과, 진정한 교육자를 지원하는 서영우, 누가 이겨어어?  지금 조인서한테 전화하머는 손 잡을래에?  너 혜원이랑 결혼할 때 뭐라 그랬어? 어?  걘, 빈껍데기라 그랬지, 빈 껍데기라고,,

F (강교수) ; 아, 전화 좀 끊고 얘기해에..!


이사장 ; (앞의 정희에게) 이건 좀 지우지 그랬어어?

정희 ; (돌아보며)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혜원 ; (고개 약간 숙이고) 확실하고 좋은데요 뭐.  서영우, 조인서와 연대를 도모하다.

이사장 ; 지 씨가 붙이들, 이럴 때 써 먹겠다는 거지..  검찰 쪽에 흘려서.

혜원 ; 아무래도 이사장님이 먼저..

이사장 ; 그러자.  (정희에게) 회장님, 오늘 저녁 집에 와서 드시나?

정희 ; 네 이사장님.

이사장 ; (혜원 보며) 영우 쪽 명단 있지?

혜원 ; 네. (사이) 솔직히 전,, 다른 건 관심 없는데요, 제 이름까지 거명이 되니까, 좀 싫으네요.

이사장 ; (미소 짓더니) 나도 다른 건 관심없지이..  니 앞에서 연주하는 애가 누군든.

혜원 ; 걘 관심 좀 가지셔야 되는데.  지금 이 상황에, 매우 적절하거든요.  입시관련 의혹 같은 거, 한방에 날려줄만큼, (사이) 해요.

이사장 ; 그래?


56. 선재 집 골목길 (밤)


불 켜진 오토바이 골목길을 들어와 식당 앞에 멎는다.

보면, 헬멧 쓴 선재와 다미다.

다미, 먼저 내려 식당 문을 열어주고, 그 안으로 오토바이 타고 들어가는 선재.

뒤따라 들어가며 문 닫는 다미.


57. 식당 안 (밤)


모 ; (약간 떨어진 싱크대 앞에서 돌아서서 그릇쌓인 바구니에 헹주로 그릇을 닦아 더 엎어 놓으며) 뭐하러 끌고 와아?  사무실에 두고 오지.

선재 ; (헬멧 벗어 오토바이 손잡이에 걸면서 오토바이에 시선 두고) 늦어서어.

다미 ; (헬멧 벗고, 선재 앞에 와서 선재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선재 모 쪽으로 얼굴 돌리게 하고) 눈 좀 보구 얘기해.


선재, 다미손을 탁 뿌리치고, 입가리개 내린다.

다미, 손으로 선재의 어깨를 툭 친다.


선재 ; (치는 다미 화난 듯 보다가 피식 웃어 버린다) 하아, 허.

다미 ; (또 치며) 웃어어?

선재 ; (다시 웃으며) 허 웃지 그럼 허..

선재 모 ; 아구 얘, 걱정 많이 했어어.  밤새 잠도 설치구.

선재 ; (오토바이에서 내려 서며) 왜 설쳐어?  (다미 보며) 설치지 마아.  (헬멧 들어오토바이 뒤로 넣는다)

다미 ; 니가 행불인데, 어떻게 자아?

선재 모 ; (행주로 그릇 닦으며) 아구 말 좀 이쁘게 해라.

선재 ; (서서 엄마 보더니 그리로 가서 엄마 안으며) 사랑해에..  (다미에게 와서 다미 안으며) 사랑해..  (식당 나간다)


문 닫는 소리


다미 ; (문 쪽에 대고) 너 뭐 잘못 먹었냐?


58. 식당에서 연결되는 계단 (밤)


백열등 한 개 켜진 어두운 돌계단을 약간 뛰며 오르는 선재.


선재 ; 어휴우, 아.


59. 선재집 안 (밤)


계단을 올라서 열린 현관문으로 방에 들어오는 선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아주 작게 들린다.

밖에서 붉은 불빛이 어스름하게 들어오는 어두운 집 지나 집 밖으로 나가려는 선재.

나가다가 쌓인 물건을 몸으로 잠시 건드리게 되어 바로 잡아놓고 나가는 선재.


60. 선재집 앞 (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약간 커진다.

집에서 나와 문 닫는 선재.

문 닫는 소리.

<메인 테마 – 음악감독 창작곡> 배경음 들린다.

붉은 가로등이 켜진 문 앞에 잠시 서서 감동을 어쩌지 못해 왔다 갔다 하는 선재.


61. 선재집 전경 (밤)


<메인 테마 – 음악감독 창작곡> 배경음 들린다.

낡고 지저분한 미색 벽돌로 처리된 선재의 집 앞 전경.  현관문 옆에 가로등이 섰고, 그 옆으로 시멘트로 된 약간의 공간이 있다.  그 앞에는 절재 다리로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는 집.


62. 선재집 밖 (밤)


<메인 테마 – 음악감독 창작곡> 배경음 들린다.

철재 다리 난간에 양팔 얹어 몸 기대고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아래 보는 선재.


61. 연습실 (밤, 회상) 


<메인 테마 – 음악감독 창작곡> 배경음 들린다.

서 있는 선재.

미소 띠고 양손 모으고 천천히 선재 옆으로 다가서서 보더니 선재의 볼을 꼬집는 혜원.


혜원 ; 이거, 특급 칭찬이야.


62. 선재집 앞 (밤)


<메인 테마 – 음악감독 창작곡> 배경음 들린다.

철재 난관에 팔 걸치고 몸 기대고 선 선재.

웃더니 볼을 손으로 만지고 다시 만족스런 웃음 짓는다.

<메인 테마 – 음악감독 창작곡> 배경음 점점 커진다.


선재와 약간 헐은 벽의 집이 함께 보인다.

<메인 테마 – 음악감독 창작곡> 배경음 다시 작아진다.


63. 혜원집 계단 (밤)


계단 오르는 혜원, 그 뒤에 바로 따라 오는 강교수.


강교수 ; (안달 나서) 그래서어.. 이사장이 양보한데?  한 명 더 써도 된데?

혜원 ; 영우쪽 티오 쓰면 돼.

강교수 ; 아 그 난리를 치는데 어떻게에..?

혜원 ; (멈춰서 미소 약간 띠고 뒤에 얘기) 큰여우가 손 쓰고 있어.  (계단 오른다)


64. 회장 거실 (밤)


조명 등 켜진 실내.

소파에 앉아 책 읽고 있는 회장

약간 떨어진 소파에 앉아 있는 이사장.


이사장 ; (일어나 회장 옆 소파로 와 회장 옆에 바짝 다가 앉으며, 콧소리로 느리게) 영우..가요오..

회장 ; (책에 시선둔 채) 또 왜에?

이사장 ; (회장의 팔에 손 올리고, 콧소리) 아우, 어떡해요오..?  (가슴 부분 먼지 털 듯 문지르며, 콧소리) 내 선에선 정리가 안돼요오..

   

65. 거실 (낮)


회장과 이사장 앉았고, 맞은 편에 서대표 손모으고 앉았다.

혜원, 서대표 옆에 다이어리 들고 서 있다.


회장 ; (손에 든 서류철 흔들며, 화나서 크게) 이거 다 누구집 자식들이야!? 어?  니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청탁을 들어줘야해에!?

서대표 ; (울 듯) 왜 나만 갖고 그러세요오오..?

이사장 ; (회장 보며) 그만하세요오.

회장 ; (혜원 보며) 넌, 영우 측근들 관리를 어떡하냐?  애가 맘이 약해 거절 못하먼, 니가 막어 줘야지! 

혜원 ;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회장 ; (이사장 보며) 자네도 그렇다, 아트센터는 예술재단 산하 기관인데, 어찌 이렇게 통솔을 못해에에.


이사장 ; 제가 다 부덕한 탓이예요.  저도 마음이 약해서, 영우 입장 배려하고 양보하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됐어요.. 

혜원 ; (불만 가득하여 이사장 보며) 양보라니, 뭘? 

이사장 ; (인자한 목소리로) 내 좌우명을 양보했단 뜻이야.  원칙, 상식, 그런 거.  회장님이 어찌 만든 학굔데, 입시부터 공정해야지이.

혜원 ; (입술 깨물며 초조해 하더니) 저 이사장님, 기자 간담회..

회장 ; 먼저들 가 봐.  (혜원에게) 넌 좀 있고.


인사하고 나가는 혜원.

나가는 이사장.


혜원 ;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 으으, 정말.. 정말 믿으세요?  네?

회장 ; 앉아.

혜원 ; (억지로 앉으며 분하여 고개 뒤로 젖히며) 아우, 아우 내 미쳐 정말..  (소파에 머리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다가와 테이블에 손을 짚고, 울먹이는 말투로) 회장님, 아부지이.. 

회장 ; 잠깐 쇼 좀 했다..  (서류철 놓는다)

서대표 ; 왜에?  뭐 땜에?

회장 ; 왜 맨날 지냐?  니 새어머니랑 싸움을 붙여 놓을 때는, 맷집을 키우란 뜻인데.  총장이든 이사장이든 깜냥이 돼야지, 고작 그런 일로 책을 잽혀어?  (문 쪽 보며) 저 큰여우, 작은 여우, (서대표 보며) 보고 좀 배워라아.


서대표, 못마땅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테이블 위의 핸드백 들고 나간다.


66. 실장실 (낮)


혜원, 책상 앞에 서 있고,

서대표 그 맞은편에 들어오면서 서류를 혜원에게 던진다.


서대표 ; (크게)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씨.  (도망가는 혜원 쪽으로 쫓아간다)

혜원 ; (도망치면서 서류 피하며) 그러게 입시 청탁 같은 건, 처음부터 무시 했어야지.

서대표 ; (혜원 따라가며 손에 잡히는 물건 던지며) 어떻게 무시해, 남친 조칸데.

혜원 ; (도망가다 서서 허리춤에 손 올리고) 뭐 뭔 친?

서대표 ; 남친.  왜?

혜원 ; 민망한줄 알어, 마흔살 유부녀가!

서대표 ; (책상 앞에 서서 연필 등 던지며) 씨이, 그러는 너는, 그러는 너는!  너어, 입시레슨이 더 구려, 이 기집애야아.

혜원 ; (숨차서 헐떡이다가 서대표 쪽으로 다가오며) 내가 아무나 해주겠어?

서대표 ; 얼마나 잘하길래, 얼마나 잘하길래!?  (책상 위의 종이 집어 혜원에게 던지며) 이 씨!

혜원 ; (한 손 허리 짚고, 한 손 벽장 책꽂이 짚고 서서 서대표 똑바로 보며) 상상, 그 이상이지.  (휙 몸 돌리며) 서안 음대를 빛내 줄거다!  (한손 허리 짚은 채 돌아서서 반대쪽 옆으로 서서 강한 눈빛으로 서대표 보며 숨찬 지 헉헉 거린다)


67. 카페 (낮)


조용한 피아노 클래식 음악 들린다.

쇼핑백 들고 앞의 여종업원을 따라 들어오는 선재.


E (강교수) ; 어.


손짓으로 테이블 가리키는 종업원.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선재.


강교수 ; (맞은편 소파에 앉아 뒷모습 보이며) 앉아라.

선재 ; (쇼핑백 강교수에게 건네며 앉는) 이거, 전에 빌려 주신 옷이요..

강교수 ; 으음.  (테이블 위의 쇼핑백 안 보며 웃음) 허허.


68. 좌변기 화장실 안 (낮, 회상)


강교수, 위의 가디건을 벗어 선재에게 주며 작게 ‘입어’ 하고, 좁아서 선재 뒤의 벽을 짚고 선다.

받아서 입는 선재.


69. 카페 (낮)


조용한 피아노 클래식 음악 들린다.

강교수 ; (쇼핑백 옆 소파에 놓고, 흐뭇한 웃음 지으며) 하어.  그날이 없었으면, 오늘도 없었다, 그지?


선재, 어색한 웃음, 양손을 비빈다.


강교수 ; 흐흐, 아아 뜻깊은 날이지.  너는, 스승을 얻었고, 나는 제자를 얻었잖냐아?


선재, 꼭 동의하지는 않는 듯한 어색한 미소 짓다가 아래를 본다.


강교수 ; 어 왜 보자고 했냐면, 말이다아..  이선재,


얼굴 드는 선재.


강교수 ; 이번에, 정시 한 번 쳐봐라.. 우리 학교.


환한 표정의 선재 얼굴.


강교수 ; 일차 이차, 다 백프로 실기만 본다.  아 학비 걱정은 하지 마.  우리 재단 장학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야.  삼대 콩쿨에서 입상하면, 생활비도 나와요.  군대는 당연히 면제고.


선재, 기쁘긴 한데 내 상황에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럽고 당황한 표정.


70. 양식집 (밤)


조용한 피아노 클래식 음악 (카페에서와 같은 음악) 작게 들린다.

와인 반쯤 따른 잔과 스파게티, 여러 음식 접시 놓인 테이블. 

둘러앉은 지수, 정희, 혜원.


지수 ; (포크에 감은 스파게티면, 숟가락에 얹어 입으로 가져가며) 거의 발광이네에.. 하다하다.. (먹는다)

혜원 ; (와인 마시고 컵 놓으며) 젊은 애인 놓칠까봐 겁이 나나봐. 

정희 ; (다른 접시의 해물 스파게티 자신의 접시에 담으며) 그런 연애의 결말이 뻔하지 뭐어..  기승전 먹튀.

혜원 ; (스테이크 썰며) 허허 남친 남친 그러는데 웃기면서, 한편 짠하더라..  (지수 보며) 영우가 사는 낙이 없잖아.

지수 ; (숟가락에 담긴 음식 먹으며) 누구는, 낙이 흘러 넘쳐 사나아?

정희 ; (음식 드는 집게 들고 지수 보며) 니가 그렇게 말하먼, 야.. 난 당장 (접시 보며) 여기 코 박고 죽어야지.  똑같이 예고 나와서, 서대표님.. 오실장님.. 아휴우, 이건 뭐 완전 층층시야아.  (집게 놓는다)

혜원 ; (낮게 포크 든 채) 실장님은 빼라아..  나도 너랑 다를 게 없어, 오분 대기 조. (스테이크 접시에 포크 두고)

정희 ; 무스은.. 연봉이 다른데.

혜원 ; (정희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넌 남편 없잖아아.

정희 ; (웃긴다는 듯 혜원 보며) 시끄러 기집애야..


웃는 지수.


혜원 ; (지수 보며 한눈 찡긋 하며 포크로 지수 가리키며) 쓰으.. 제일 속편한 건 윤지수다.

지수 ; (먹으며) 나라구?

정희 ; (먹으며) 환상의 궁합.

혜원 ; 초환상의 금수울.. (포크에 음식 얹어 먹는)

지수 ; 그딴 소리 하지도 마.

정희 ; 근데 어떻게 애를 넷씩이나 낳았니?

지수 ; (번갈아 보며) 연애세포가 아우성 칠 때마다아.. 그저 만만한 남편을 덮쳤던 거 뿐이야.

혜원 ; 그게 축복이지 야아.. 어쨌거나, 애정과 우정이 있다는 건데?

지수 ; 아이구.  축복 다 가져 가시구염..  나랑 딱 한 달만 바꿔 살아볼래?

정희 ; (먹으며) 아흐..

혜원 ; 미쳤구..  이히!  하흐허허..  (와인 마신다)

정희 ; 흐흐흐..  아하하하.

지수 ; (음식 포크로 찝으며) 나 죽기 전에 너처럼 한번 살아보고 싶다..

정희 ; 나두.  비즈니스로 출장 가구.. 사모님들이랑 막 트고 지내구..  (혜원 위아래 훑어보며, 입안에 음식 먹으며) 무엇보다 너의 그, 44 사이즈.  아우. (허리 펴고 자신의 몸매를 보며)

지수 ; 나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게, 제일! 부러워.  완전 내 로망, 하.  (포크로 음식 먹는다)

혜원 ; (와인잔 들고 지수에게 몸 가까이 하여 보며, 장난스럽게) 남편이 강준형인데?  (팔 벌리고 정희 보며) 그래도 로망이야? 

정희 ; 하하하. 

지수 ; (음식 먹다가 넘어올거 같다는 듯 몸 뒤로 하며) 어우우. 

정희 ; (허리 펴며) 그 대목이 깨긴 하네에..

혜원 ; (와인 잔 들고 몸 뒤로 젖히며 통쾌하게) 허하하하하 허하하하하!

정희 ; (허리 많이 젖히고) 아이, 중이병 남편 맨날, 코 닦아 주면서 우쭈쭈..  (혜원 보며) 그것도 할 짓 아니지이.

혜원 ; 어하하하하 하하하..

지수 ; (음식 먹고 웃다가) 하하하.  아니, 아 근데 준형 선배느은.. 뭐 때문에 서영우랑 따로 만나, 노는 거야아?  에휴.  둘이 술 취해서어.. 전화로 진상 떠는데, 매-우 역하더라.

정희 ; 열 받지 않니?

혜원 ; (냅킨으로 입 가장자리 닦으며) 허어, 어쩌겠어어, 우리 부분의 영원한 갑인데.. 예고  때부터.

지수 ; (멀리 보면서 목 만지며 목소리 가늘게 가다듬고) 어, (약간 콧소리로 팔 들어 부른다) 여보오.. 


조인서 테이블로 걸어온다.


혜원 ; (뒤를 돌아 조인서 보며) 어 어어..

정희 ; (반가운 어조로 뒤돌아 조인서 보며) 너 왜 와아?

조인서 ; 셋이서어, 나 씹을까봐.  (지수 옆에 앉는다)

혜원 ; 아하하, 너만 씹었겠어어?

정희 ; (테이블 위의 접시 두 개 가리키며) 이거랑 이거 중에 하나 시켜.  이 집 다른 건 맛없더라.

조인서 ; 어 배는 안 고프고..  (지수의 포크 집어 음식 찍으며) 이거, 그냥 좀 먹지 머.

혜원 ; (포크 보다 조인서 보며) 아야야 야야야.. 먹던 걸루우..?

정희 ; (조인서 보며) 더럽게..

혜원 ; (포크 입으로 가져가는 조인서 보며, 놀라) 어머?

조인서 ; (포크 입 앞에서 든 채) 간접 키스.  (먹는다)

혜원 ; (웃음) 헛.

지수 ; (조인서 볼 꼬집으며) 아구, 그게 코팠어요오?  (턱 괴고 조인서 보며) 먹어 먹어어, 오늘밤엔.. 더 이뻐해주께에.  (컵의 윗부분 짚으며) 요기가아.. 내입술 닿은 데야 


조인서, 와인 반쯤 담긴 잔 들고 지수가 먹었다는 쪽 손끝으로 가리키며 입모양으로 ‘요기?’ 하더니, 와인잔 들어 마신다.


지수 ; (턱 괴고 조인서 보며, 애교스럽게) 어.  히, 더 맛있지?  흐흐 흐흐 흐흐..

정희 ; (허리춤에 손 올리며 보며) 놀구.. 있다아...

혜원 ; (웃으며 와인 잔 들며) 아이구 왜 아냐아.. 아이구 진짜.. 허.

조인서 ; (혜원 보며) 근데 걔, 누구야?

혜원 ; (와인 먹다 조인서 보며) 어?

조인서 ; 준형 선배가 자랑하던데.  물건 하나, 들어왔다고.

혜원 ; (생각 나서 와인잔 놓으며 환한 표정으로) 어 어!  음악제날, 몰래 치다 걸린 앤데에.. 

정희 ; (먹다가 포크 든 채 혜원 보며) 어우 걔에..?

혜원 ; 어.  (박수 치더니 핸드폰 꺼내 보며) 저기 동영상 파일 있어, 우리집에 와서 친 거.  보내 주께에.. 한번 봐바. (손가락으로 조민서 가리키며, 확신에 차서) 민서 너도 반할 거야.  허허.

정희 ; (조인서 보며) 이사장 앞에 와서, 얘가 큰소리 빵빵 치더라아..

조인서 ; 어 그래에?
지수 ; 궁금하다아아...


71. 부광실업고등학교 정문 앞 (낮)


닫힌 철문 보이다가 서서히 문에 붙은 학교 간판 보인다.


72. 교무실 (낮)


선재 ; (걸어와서 한 남교사 옆에 와 서서) 샘, 


남교사, 얼굴 돌려 선재 본다.

선재, 꾸벅 인사한다.


남교사 ; 니가 웬일이냐아?

선재 ; (미소 띠고) 저 이번에.. 졸업 되나 하구요.

남교사 ; (웃으며) 그래, 시킬거다아..  지겨워서. (앞 본다)


남교사2, 커피 마시며 선재와 남교사 있는 곳을 지나쳐 간다.


선재 ; 저 대학 갈려고 하는데..

남교사 ; (피식 웃으며, 선재 보며) 뭐어?  어딜 가아?

선재 ; 대학교요,, 저 서한 음대 피아노과.

남교사 ; (선재 보며) 뭐어?

선재 ; 간다고요오..

남교사 ; (앞 보며) 아하하하, 이게 누굴 놀리나아? 임마, 부광실고 역사에도 없는 짓이야, 임마.

다미 ; (리본 머리띠하고 멀리 교무실문 열고 보더니 선재 옆으로 급히 와서) 샘,

남교사 ; 어, 박다미..

다미 ; (선재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 허파에 바람 들었어요.

선재 ; (고개 좌우로 약간 저으며) 아아 아닌데..

남교사 ; (다미를 손으로 가리키며) 야, 너는 뭐, 월급 타면 밥 한번 산다고 하지 않았냐?

다미 ; 견습 띠면 살게요.  (선재의 팔 잡고 끌고 가며) 아 가아.  나랑 가서 얘기 좀 해.

선재 ; (다미 손 뿌리치며) 아니야, (남교사에게) 진짜예요, 샘.

남교사2 ; (옆 책상에서 칸막이 위로 얼굴 드러나 이쪽 보며) 아이참 그냥 써줘오오.. 어?  거기 쳤다가 떨어졌다고 말하며는, 여자애들한테 먹어주니까 그런 거 아냐아..  아 그런거 아냐아.. 어?

다미 ; 얘, 저랑 사귀거든요.

남교사2 ; 그래, 알았다.

남교사 ; 둘이 나가 놀아아, 농담 그만하고, 쯔.

선재 ; (어이없는 웃음 띠고) 하이 참, 진짜. (핸드폰 꺼낸다, 한숨) 하아..


옆에서 보는 다미.

 

73. 대학 복도 (낮)


핸드폰 진동 소리.


강교수 ; (강의실 나오며 핸드폰 받으며 걸어가는) 어어 선재.  어?  어, 근데?  흐흐 그래에?  바꿔 봐.  (창 밖 보며) 예.  예 제가, 강준형입니다.  예 예에, 맞습니다.  하, 잘 부탁드립니다.


74. 교무실 (낮)


주머니에 손 넣고 남교사 보는 선재.


남교사 ; (공손하게 전화 받으며) 아 예예예. 예예, 아 예에 예에..  (정말이네.. 하는 눈빛으로 보며, 전화기 선재 준다)

선재 ; (제말 맞죠하는 눈빛으로 환한 미소 지으며 남교사 보다가 뭔가 생각난 듯) 아, (안주머니에서 usb 꺼내 주며 핸드폰 받는다) 사진이요.  (주머니에 손 찌르며 좋아서) 헤헤..

남교사 ; 어, 그래.  (usb 컴퓨터에 꽂으며, 민망한 헛기침) 으험.


다미, 정말? 하는 눈빛으로 선재 본다.

미소 띠고 프린터기 보는 선재.

프린터기에서 출력되는 선재의 수험표.


다미 ; (초조한 눈빛으로 출력되는 이력서 보며, 혼잣말) 진짜다아..  (왠지 멀게 느껴지는 눈빛으로 선재 본다)


75. 제과점 (낮)


차소리.

제과점에서 빵산 봉지 들고 나오는 강교수와 바지주머니에 손 찌르고 혜원.

제과점 앞에 엿판매대 있다.


강교수 ; (판매대 손짓하며) 어, 이선재 이거 하나 사다주자.

혜원 ; 뭐얼..  저 하던 대로 하면 되지이..

강교수 ; (엿 사며) 그래도 긴장될거야아.  경험이 없잖아아.

혜원 ; 당신 제자 돼서, 좋아아?

강교수 ; (엿 골라 들고 계산하며) 한번 잘 키워 보자고오.


76. 선재방 (밤)


방을 가로지른 줄에 빨래가 잔뜩 널린 어두운 실내.


E (강교수) ; 지금 잠깐 들리께.  이틀 남았는데 예행연습 한번 해야지이..


선재, 이층방으로 가는 계단에 묶인 빨랫줄 급히 풀어 빨래 뭉치며 내려와, 아랫방 침대 밑과 이불 밑에 쑤셔 넣는다.

급히 철재문 열고 현관문 열고 밖으로 나간다.


77. 선재집 앞 (밤)


집문 앞 가로등 켜진 시멘트벽 2층 난간으로 나와, 급히 철재 계단을 내려가는 선재.

계단 다 내려와 멈춰선 차 안 본다.

정차한 차 문 열리고 엿 들고 혜원, 나온다.


E (강교수) ; 많이 했냐아?


혜원 ; (들고 온 엿 건네며) 이거어..  합격엿이래.


선재, 얼떨결에 엿 받고, 의아하여 두사람 번갈아 본다.


강교수 ; (선재의 앞에 서 있다) 이런 거 없어도 붙겠지만..

선재 ; (얼떨떨한 표정으로 혜원에게 묵례) 헌데 어떻게 두분이 같이 오셨어요?

강교수 ; (선재 보며) 어?  아 몰랐나?

혜원 ; (선재 보며) 몰랐어?

강교수 ; 하하하 이거, 재밌네.. 흐흐.  정식으로 인사해라.  여긴 우리, 집사람. 

선재 ; (인사하며) 아 처음 뵙겠습..  아 아니, 안녕하세요.

혜원 ; (고개 숙이고 웃는) 허허 허허.

강교수 ; 하하하, 자식 이거, 은근히 순진해에.  하하하.


혜원 보는, 어색한 실망한 난감한 표정의 선재.


78. 선재집 계단 (밤)


백열등 켜진 계단을 먼저 올라오는 선재.


강교수 ; (뒤따라 오르며) 어유우, 가파르네에..


그 뒤에 따라 오르는 혜원.

문 앞 위에 서서 기다리는 굳어진 표정의 선재, 강교수 올라오자, 먼저 들어간다.


79. 선재집 안 (밤)


들어와서 신발정리하고 현관문 쪽 보고 섰는 선재.

강교수 들어오며 둘러보고, 천천히 들어서는 혜원.


선재 ; (팔로 이층 오르는 계단 가리키며, 먼저 오르며) 이쪽으로..

혜원 ; (이층방으로 고개짓하며) 허어, 저기가 니방이야?


80. 이층방 (밤)


선재 ; (계단에 서서) 네에에, (남은 두개의 계단 올라 달걀판이 붙은 한쪽 벽에 받은 엿봉지 놓는다)

올라와서 둘러보는 혜원.

올라와 뒤에 서서 둘러보는 강교수.

난관에 걸린 속옷, 옆으로 치우는 선재.


강교수 ; 대단하네에..  인간승리다야, 이런데서.

선재 ; (어색한 웃음 띠고 숨차서) 허어..

혜원 ; (둘러보다 강교수 미소 짓고 보며) 역시이.. 방음은 달걀판이야, 하아?

(달걀판 만지면서 선재 보며) 이것도 유투브로 배웠어어? 

선재 ; (미소 띠고) 네에.

강교수 ; (벽면 쪽에 쌓인 악보 옆으로 가서 악보 만지며) 아 이 악보들 좀 봐아.  이거 다 싸지 아냐아.

선재 ; (미소 띠고 손으로 악보들 가리키며) 이거 다 다운 받아서 출력한 거예요.

강교수 ; (감탄하며 둘러보며) 야아 선재 넌 정말, 성공 밖에 할 게 없다.

선재 ; (민망하여 고개 숙이며) 헤헤.. 허허.. (아래 가리키며) 아, 여기 좀 앉아 계세요.  제가 마실 거라도 좀 갖다 드릴게요.

혜원 ; 아냐 됐어.  치는 거 잠깐 보고 갈거야.  (어깨에 걸치고 있던 외투 옆에 놓으며 침대에 앉는다.  목도리 풀며) 과제곡 뭐 칠거야아?

선재 ; (잠시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슈 슈 슈베르트.. 방랑.. (왠지 서러워 소리가 안으로 들어간다)

강교수 ; 방랑자 환상곡!


선재, 미소 띠고 고개 숙이는.


혜원 ; (두 손 모아 다소곳이 앉아 미소 띠고 선재 보며) 신통하네에..

강교수 ; (감격하여 선재보다 혜원 보며) 아아 나, 눈물 날라 그래.

혜원 ; (손바닥으로 옆의 침대 부분 두어번 두드리며) 울지 말고 앉아요오. (옆으로 당겨 앉다가 발 보며) 어, 어어?  (발을 양손으로 잡고 올리면 발바닥에 네모난 종이가 붙었다)

강교수 ; (앉으려 서 있다가 보더니) 뭐냐 이거?

선재 ; (놀라고 당황하여 엎드려 다가가며) 저기.. 끈 끈.. 끈끈이.  쥐 잡는...

혜원 ; (선재 보며 놀란 눈빛) 응? (다리 잡고 발 보며) 어어?

강교수 ; (급히 계단 달려 내려가며) 야, 야 야아.  나 쥐, 정말 싫어하거든.  (문 연 채 서서 위를 향해 한 손 들며) 나, 밖에서 기다릴게, 어. (나간다)


선재, 강교수 따라 급히 내려가서 현관문 앞에 섰다.


혜원 ; (아픈 표정으로 다리 잡아 발 든 채) 이선재, 뭐가 이렇게 아프니?  발바닥이 막 타는 거 같다아?

선재 ; (급히 계단 올라와, 혜원의 다리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안절부절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게 초강력이라 가지고..  (옆의 종이 집어 발 가까이 손 가져가서 잡지는 못하고) 저 주세요.  (한손으로 혜원의 발목 잡고, 한손으로 끈끈이 잡은 종이 잡고 혜원 보며, 긴장하여 숨 몰아쉬며) 하어, 엄청 아플 거거든요.  하아, 좀 만 참으세요.

혜원 ; (침대에 양손 짚고 몸무게 지탱한 채, 선재 보며) 야아, 엄청 아픈데, 조금 참으라구우?  (고개 옆으로 돌려 눈 질끈 감고 참는)


종이 구겨지는 소리.


선재 ; (힘껏 떼는데 잘 안 떨어져서 낑낑) 어우 씨, 에엣, 에엣!  (드디어 뗐다)


끈끈이 떨어지는 소리, 쫘악!


혜원 ; (반동에 의해 침대 뒤로 넘어지며 비명) 아앗!  아앗! 아아..

강교수 ; (급히 문 열고 몸 반쯤 안에 넣어 보며) 당신, 괜찮아?

혜원 ; (양손으로 발 잡고 아픈지 숨 몰아쉬며 강교수 보면서) 하아, 하아, 안 괜찮은데.. 너무 웃겨어.. 허허허허 흐흐흐. 

강교수 ; 119 안 불러도 돼?

선재 ; 하아, 하아.  (숨 몰아쉬다가 강교수 보고 손짓하며) 앗, 문 닫으셔야 되는데, 쥐 들어오거든요.

강교수 ; (겁나서) 나, 차에 가 있으께! (급히 문 닫는다)


혜원, 약간 어이없고 섭섭한 눈빛으로 아래 있는 문 쪽을 본다.


선재 ; (생각난 듯) 어, (혜원 옆에 와서 혜원의 허리와 다리를 받쳐 들어 안고, 계단을 내려간다. 숨차서) 아하, 아하..

혜원 ; (당황하여) 어머, 어머, 얘, 얘에..,


화면 멈춘다.

배경음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 3악장> 크게 들린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