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밀회 (음악!, 살아있는 캐릭터들)

밀회 4회 대본 (필사)

                     

                                  

 

                                    밀회 4회 대본 (필사)

 

1. 혜원의 집 (밤)

 

불안감 고조시키는 배경음 들린다.

벽에 가려져 반쯤 보이다가 앞을 살피고 아무도 없자 복도로 나오는 혜원의 모습.

뒤돌아보았다가 다시 앞 보며 거실로 들어가는 혜원.

현관문 닫히는 소리.

벽에 가려져 서서히 보이는 들어오는 선재 모습, 머뭇거리듯 거실로 들어서 걸어간다.

 

거실을 지나며 안방문을 곁눈질로 보고 걸어가는 혜원의 얼굴.

긴장한 표정으로 뒤따라 걸어가는 선재의 얼굴.

 

연습실 앞 복도를 지나 연습실 문을 여는 혜원.

뒤에 걸어오는 선재,

문고리 잡고 서 있는 혜원.

어두운 연습실 안으로 들어서 혜원을 보는 선재.

 

혜원 ; (문고리 잡은 채 낮게) 기다려. (문 살짝 닫고 걸어간다)

 

2. 부엌 (밤)

 

4회 타이틀 뜬다.

 

걸어와서 식탁에 가방 놓고 목도리와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치면서 거실쪽 보는 혜원,

팔 걷고 씽크대 쪽 본다.

싱크대 앞으로 걸어가 컵을 씽크대 앞 조리대에 놓고, 돌아서 씽크대에서 손을 씻는 혜원.

식탁 옆 방문 열리는 그림자, 새어나오는 빛, 문 닫히는 그림자.

방에서 나오는 잠옷에 가디건 걸친 도우미.

 

E (도우미) ; (머리 매만지며) 많이 늦으셨네요오?

혜원 ; (손 씻다가 화들짝 놀라며) 허어, 허어! (행주에 손 닦으며) 왜 깼어요? 엎어가도 모르시는 양반이?

도우미 ; (조리대 앞에 서서) 교수님 전화, 여러번 왔댔어요.

혜원 ; (식탁 쪽으로 가며) 아 네에.. 묵음으로 해놓고 깜빡했더니,, (가방 열려고 가며) 주무세요, 확인할게요.

도우미 ; 저기, 보안 켜지 마세요, 곧 오신다니까.

 

멈춰선 혜원.

 

(들어가려다가 조리대 쪽 돌아보더니 혜원 보며) 손님 계세요?

혜원 ; (도우미 보며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요오.

도우미 ; 차 드실거면, 제가,,, (소매 걷어 부치고 씽크대 쪽으로 가려는데)

혜원 ; 괜찮아요, 들어가세요.

도우미 ; 네에, 그럼. (방으로 들어간다)

 

도우미 들어가는 거 본 뒤, 의자에 걸쳐진 외투 주머니 뒤져 핸드폰 꺼내어 보는 혜원.

 

E (강교수) ; 뭐하는 거야? 왜 답이 없어어? 서영우랑 여태 놀아주나? 애들, 대충 조인서한테 맡기고 나왔어. 지금 출발해.

 

휴대폰 거는 혜원.

 

혜원 ; (사이) 어 여보, 전화 못 받아서 미안. 어디야? (강교수가 큰소리로 짜증을 내는지소리가 시끄러운듯 인상 쓰며 휴대폰을 귀에서 뗀다. 다시 귀에 대고) 아침에 온다 그래서, 당신 전화 신경 안썼지이..

 

3. 복도 (밤)

 

양손 앞에 맞잡고 어쩌나 하는 표정으로 다급히 복도를 걸어가는 혜원.

연습실 문 앞에서 맘을 다잡는 표정으로 잠시 멈춰 있다 숨 한번 몰아쉰 뒤 문을 여는 혜원.

피아노 배경음 들린다.

문 열리고 연습실 안 소파에서 반갑게 혜원을 보며 일어서는 선재.

들어서는 혜원.

 

4. 연습실 (밤)

 

혜원 ; (문 닫고, 조금 떨어져 서 있는 선재에게 다가서며, 무심하게) 너 왜 여깄어?

 

뭐지? 이해 안되어 보는 선재.

 

혜원 ; 안 갔어? (혼잣말처럼) 이 시간에 널 집안에 들였을리 없는데...

 

황당하고 안타까운 표정의 선재.

 

혜원 ; (선재 눈을 피하며 한손으로 긴머리 쓸어 내리며) 허어, 미안하다, 기억이 안 나. 내가 원래 술이 한꺼번에 올랐다가 확 깨는 체질이거든. 가라. 피아노 다시 칠검 연락하고, 아니면 하지 마. 난 니가 재능 있어서 이쁜 거니까.

 

약간 고개 숙였다 들며 화난 눈빛으로 혜원 올려보는 선재.

 

혜원 ; (여전히 서 있는 선재 보며, 재촉하듯) 택시 불러 줘?

선재 ; (고개 옆으로 저으며, 하고 싶은 말 삼키며) 아니요.

혜원 ; 뭐 타고 왔는데?

선재 ; 아, 저.. 공무용 트럭이요.

혜원 ; 그럼 알아서 가아. 조용히.

선재 ; (이 앙다물고 원망스런 표정으로 보며) 저 강교수님한테 죄송하네요. 저 원래 남의 여자한테 관심 없는데.

혜원 ; (보더니 선재의 뺨을 딱 치고, 정색하며) 남의 여자라니? (사이) 선생님이지.

선재 ; (한숨) 하아. 제가 큰 실수했어요, 술도 안쳐먹고 맨정신에.

헤원 ; 말 안해줘도 돼. 난 모르니까. (돌아서서 연습실 문으로 걸어가서 문 열고 문고리 잡은 채 섰다)

 

선재, 뭔가 할말을 삼키듯 혜원 보다가, 참혹한 표정으로 나간다.

 

5. 혜원집 담벼락 옆 (밤)

 

높은 담벼락 옆을 급히 질주해서 지나가는 하얀 트럭.

그 옆에서 혜원집쪽으로 올라오는 승용차.

 

6. 차고 앞 (밤)

 

승용차, 차고 앞에 와 선다.

강교수 운전하여 열린 차고 문으로 후진하여 들어간다.

 

7. 욕실 (밤)

 

샤워장의 투명 유리창으로 샤워기 물 맞으며 샤워하는 혜원 모습 보인다.

물소리.

차소리.

 

혜원 ; 어 왔어어?

강교수 ; (욕실 문으로 몸 반쯤 내밀며) 방금 들어온 거야?

혜원 ; 좀전에. 무슨일 있었어? 엠티감 끝까지 놀아주잖어.

 

8. 침실 (밤)

 

강교수 ; (소파에 앉은 채 캔맥주 뚜껑 따고 -캔맥주 뚜껑 따는 소리- 한손 바지 주머니에 찌르며) 학과장 되고 보니까 것도 이상해. (캔맥주 한 손에 들고) 눈치 없이 앉아 있다가.. 꼰대 소리나 듣겠지. 맥주 두박스 넣어주고 그냥 왔어. 조인서 그 자식이 인격 자랑하는 것도, 꼴보기 싫고.

 

9. 화장대 앞 (밤)

혜원 ; (화장대 앞에 앉아 수건 머리에 쓴 채, 얼굴에 크림 바르며) 그래서 울적했나봐아?

 

ㅌ (강교수) ; (맥주 마시는 소리-크흐) 거 말야아,

 

혜원 ; (로션 얼굴과 목에 바르다 강교수 쪽으로 얼굴 돌리며) 으음?

10. 침실 (밤)

 

강교수 ; (여전히 소파에 앉아 캔맥주 들고) 거 어디, 전화 좀 해서, 차량통제 좀 잘하라고 해. 이시간에 웬, 고물트럭이 폭주를 하더라고. 미친놈인지, 도둑놈인지..

 

11. 화장대 앞 (밤)

 

아주 약간 슬픈 표정으로 얼굴과 목에 크림을 바르는 혜원.

 

12. 도로 (밤)

 

질주하는 트럭.

후우 참다가 새어 나오는 낮은 한숨 쉬며 눈물 고인 눈으로 차를 모는 선재의 모습.

 

13. 부엌 (밤)

 

가운 입은 채 식탁 앞에 선 혜원의 모습, 가려진 검은 화면이 점점 걷히면 뒤쪽에 걸린 국자 등과 씽크대 보인다.

 

헤원 ; (혼잣말) 허접하네. 오혜원.

 

커피잔 들어 마신다.

 

14. 면사무소 앞 (밤)

 

급히 와 서는 트럭.

후우, 한숨 쉬고 안전벨트 푸는 선재. 잠시 앉아서 또 한숨.

 

15. 선재 방 (새벽)

 

가려진 화면이 서서히 보이면 셔츠 입는 선재. 공익 셔츠와 소매 단추 채우다가 뭔가를 발견한듯 멈춰서 아래를 보다가 혜원이 준 책을 집어 올려 보는 선재. 툭, 휴지통에 넣어 버린다.

 

16. 면사무소 사무실 (아침)

 

선재 ; (핸드폰 귀에 대고 책상 사이를 대걸레질 하는 선재) 두고 나갔었어어.

 

17. 탈의실 (아침)

 

다미 ; (휴대폰 들고 들어와 옷장 여는 뒷모습) 미친거 아냐아? 한시간 기다리다, 찜질방에서 자고, 지금 출근했다아. (옷장에 짐 넣으며) 뭐가 일찍이야아 아, 내가 젤 먼저 나와야 되는데. (돌아서서 옷장에 등 기대고) 어디 갔었는데?

 

18. 사무실 (아침)

 

선재 ; (몸 약간 숙여 걸레질하며 한손에 휴대폰 잡고 귀에 댄 채) 뻘 짓 하러어.

 

음악감독 창작곡 들리기 시작한다.

 

19. 차고 (밤, 회상)

 

음악감독 창작곡 들린다.

 

파란 목도리 두른 채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선재를 보는 혜원과 애절한 표정으로 마주 보는 선재 얼굴. 양손으로 혜원의 목을 잡고 키스하는 선재. 혜원의 신음소리.

 

20. 사무실 (아침)

 

여전히 밀대 밀다가 멈춰서 생각에 잠긴 선재.

 

E (혜원) ; 미안하다. 기억이 안 나.

 

뭔가 울 거 같은 억울함을 삼키는 표정이다가 “하아” 한숨 쉬고, 손으로 입주위를 문지르는 선재.

 

21. 차 밖 (아침)

 

차 유리에 부딪치는 싸래기 눈발.

차 앞과 옆 유리로 보이는 운전하는 혜원 얼굴

 

혜원 ; (무표정하게 백밀러 보다 앞보며 운전하며 혼잣말) 절대 기억 안 나지.

 

휴대폰 진동 소리.

 

혜원 ; (귀에 꽂힌 블루투스 누르며) 네 이사장님, 아침 잘.. 네?

 

22. 이사장 거실 (아침)

 

무게감 있는 양 옆으로 둥글게 묶인 커텐 드리워진 큰 유리창 앞에 소파에 다리 꼬고 앉아서 휴대폰 하는 이사장.

 

이사장 ; (약간 불만 섞인 어조로) 영우 쟤 웃긴다아. 간만에 부부가 같이 와서어, 아침까지 먹길래, 기특하다 했더니,, 지남편 먼저 보내놓고는, 대뜸 눈물바람이야아. 울면서 지 아버지 서재로 끌고 들어가더니, 30분째 안 나와아.

 

23. 서재 (아침)

 

소파에 앉아 있는 기역자로 앉아 있는 영우와 서회장.

 

영우 ; (눈물 훔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씁, 왜 사는 지 모르겠어어..

서회장 ; 허허 참,,

영우 ; 태어나서 단 하루도 좋은 날이 없었어. 하어.. (서회장 보며) 나 희생양이잖아아. 엄만, 날 낳고나서부터 아빠가 딴 여자 보기 시작했다며,, 하어.. 하나밖에 없는 딸을 꼭 무슨 유물 보듯이. 하으, 제대로 한번 안아준 적도 없고오.. 따뜻한 눈길 한번 안주더니, 휘이잉... 먼저 가버리고..

서회장 ; 2절은 내가 해주랴?

영우 ; 몰라. (눈물 참듯 고개 들어 천장 보며) 나 너무 슬퍼어..

서회장 ; 어른이 되라아아.. 결혼해서 애를 둘씩이나 낳고도, 끄떡하먼 옛날얘기야아? 그게 그렇게 사무치먼,, 니 애들한테는 좋은 부모가 돼 줘야지?

영우 ; (서회장 흘겨보다가 눈물 훔치며 울먹이는 어조로) 애들도 맘대로 못보게 하먼서어.. 쓰읍..

서회장 ; 애들한테 간다고 나가서 사고나 치니이.. 널 뭘 믿고 내보내겠어어?영우 ; (울먹이는 표정으로 떼부리듯 아버지 보더니 서회장 쪽으로 몸 틀어 앉으며) 하어어..?

서회장 ; 원하는 게 뭐냐아?

 

24. 서회장 복도 (아침)

 

샹들리에가 분위기있게 켜진 복도.

문 앞에 서서 듣고 있다가 돌아서는 이사장.

맞은편에서 양복 입은 남자 직원이 걸어와 이사장 옆을 지나가고 복도 반대쪽으로 걸어오는 이사장.

 

25. 이사장실 (낮)

 

옷걸이 앞에서 이사장의 외투를 받아 거는 비서. 약간 떨어져 책상 앞에서, 손 앞에 맞잡고 공손히 서 있는 혜원.

이사장 ; (옷걸이 앞에서 외투를 벗어 비서에게 건네고 혜원 쪽으로 돌아서며) 고기까지 밖에 못들었어어. (책상 앞으로 걸어와 책상 위 서류 보며) 아주 감질 나. 고성능도청기를 달던가 해야지이. (고개 들어 혜원 보며) 나 여행 간 동안, 인테리어 바꾼다고 하구우.. 공사 한번 해볼래에?

혜원 ; (웃음 띠며) 하어, 그건 자신 없네요오.

 

실크 목도리를 가지고 와서 이사장 어깨에 걸쳐 주고 약간 뒤에 떨어져 똑바로 서 있는 비서.

 

이사장 ; 하긴.. 너라고 무슨 만능이겠니이? 영감 눈치 어떻게 피하겠어어.

혜원 ; 그러니까요오.

 

앞쪽으로 걸어가는 이사장.

그 뒤를 따르는 비서와 혜원.

 

26. 이사장실 안 복도

 

복도 따박따박 걸어가서 나가고 여닫이 문 닫는 비서.

 

27. 이사장 접대실

 

여닫이 문 닫히면, 소파에 마주 앉아 차 마시는 이사장과 혜원.

 

이사장 ; (차 마시고 잔 든 채 혜원 보며) 영우걔 쇼하는 거지? 이혼하고 싶어서?

혜원 ; 글쎄요. (차 마시는)

이사장 ; (차 마시고) 음, 영우애인한테 인제 만나지말라고 했다며?

혜원 ; (이사장 보며) 예에. 허어,, 뭐 제 말 듣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게 제 할 일이라.. (차 마시는)

이사장 ; 남자애가 헤어지자 그랬나? (차 마시는)

혜원 ; (잔 내려놓으며) 그랬을 수도 있어요. 영우가 더 많이 좋아하는 거 같거든요.

이사장 ; (잔 든 채 혜원 보며) 허어, 글쎄 왜 그런 티를 내냐구우.. 그건 곧 연애관계에서 권력을 포기한다는 건데.. 그럴듯한 남자도 아니구, 겨우 업소 남자애한테.

혜원 ; (손 모아 가지런히 다리 위에 놓아 잡고) 걔가 많이 외롭잖아요..

이사장 ; (잔 든 채 혜원 보며) 핑계야아. 아무리 외로워도 그렇지, 자존심은 지켜야지이.. 허, 원조교제가 다 뭐래애? 얼마나 자신이 없으먼 자기를 여자가 아닌, 돈으로 보게 만드니이? 나 봐아. 이 나이에도 오로지 나의 여자됨, 그거 하나로 승부하는 거. 그 쫌팽이 서필원한테, 초코렛값 받아내는 거 봤지? (찻잔 입으로 가져가며) 뭐 물론, 감정노동은 좀 했지만.. (차 마시는)

혜원 ; (이사장 보며) 대단하세요오. 인정합니다아.

이사장 ; 너 영우우.. 그냥 말리는 척만 하고 냅 둬. 갈때까지 갔다가 만 천하에 개망신당하게.

혜원 ; (이사장 쪽으로 몸 살짝 숙이며) 그랬다가 저 해고 당하게요오. 서영우 사생활 관리도, 제 업무 중 하난데.

이사장 ; (미소) 칫, 고생이 많다 얘. 이중첩자 노릇 하느라고.

혜원 ; 보답해야죠오. 회장님 돈으로, 유학했으니까요.

이사장 ; (차 마시며) 니 남편 교수 만들어준 건 나야아.

혜원 ; 그 보답으로 삼중첩자.

이사장 ; 너두 대단하다아, 나부다 몇배 더, 허어, (미소 띠고 차 마시는)

혜원 ; (미소 띠며 옆에 있는 탭 들며) 확인차, 다시 한번 보고 드릴게요. (탭 들고 이사장 옆으로 옮겨 앉아 탭 터치하며) 우선 이번 여행스케줄부터. (탭 같이 보며) 빠리 사흘, 아하, 베를린 이틀, 스위스 쮜리히 열흘이예요.

이사장 ; 거길 쪼금 일찍 갔으먼 좋겠는데에.. 베를린.. 하루만 잡으먼 안돼에? 재단 장학사 모임은 가고..

혜원 ; 연주회를 하루는 보셔야죠오,, 음악계 시찰인데.

이사장 ; 지사직원,, 스위스까지 따라붙는 건 아니지?

혜원 ; 네에, 거기부턴 현지 경호업체가 수행해요.

이사장 ; 음, 그럼 됐고.

혜원 ; (탭 다시 터치하여 들고 보여주며) 초코렛값은, 지금 이렇게 분산돼 있어요. 오늘 백선생님 얘기 듣고, 결정하시는 대로..

 

‘똑똑‘ 노크 소리.

동시에 문 쪽 보는 혜원과 이사장.

 

혜원 ; (문 쪽 보고 탭 끄며) 네에!

 

28. 이사장실 복도 (낮)

 

여닫이 문 열리면, 총장, 문 옆에 서서 백선생을 앞으로 안내한다.

먼저 들어서는 백선생, 미소 띠고 복도를 걸어온다.

나란히 걸어오는 총장.

 

E (혜원) ; (밝은 톤으로) 어서 오세요오.

 

밖에서 양손으로 공손히 문을 닫는 비서.

 

나란히 걸어와 서 있는 이사장과 혜원 앞에 멈춰서는 백사장과 총장.

 

이사장 ; (미소띤 채) 말씀들 잘 나누셨어요?

백사장 ; 아유, 저는 바늘방석이었죠오, 자식일이라아.. (혜원 쪽으로 가서 혜원 손, 양손으로 잡으며, 간절한 표정으로 혜원 보며) 내가 아주우.. 강교수님께 애원을 했어요오..

총장 ; (혜원 보며) 따님이 학교에 통 안와아..

이사장 ; 어우, 저런. 학교에 남을 애가 그러면 어떡해에?

백사장 ; (이사장 보며) 아우 그러니까요. 딸 하나 있는 거 교수 한번 만들어 볼려고, 언감생심 노력했는데, 아유 도무지 희망이 없네요.. 흐흐..

총장 ; (혜원 보며) 오실장도 얘길 좀 잘해줘, 강교수한테에.

백사장 ; (혜원 손 꼭 잡은 채 혜원 보며 속삭이듯) 네에 부탁드리게요.

혜원 ; (미소 띠며) 어우 저 힘 없는데... 헤헤..

백사장 ; 아우, 무슨 말씀을요오..

이사장 ; (시선 돌리며) 난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게, 자식 얘기야아.

백사장 ; (이사장 보며) 아우 죄송합니다아. (혜원 보며) 미안해요오.

혜원 ; (소파 쪽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앉으세요.

 

다들 소파 쪽으로 간다.

 

총장 ; 자 용건 처리합시다. (소파에 앉으려 하며) 돈 얘기가 제일 재밌지?

이사장 ; 왜 아니야아.

 

29. 회장집 거실 (낮)

 

회장 ; (소파에 앉아 옆에 서 있는 비서 보며) 영우, 바람 좀 쐬게 해주지.

비서 ; (손 앞에 모으고 공손히 서서) 아 저어,, 서대표 여권, 압수.. 중인데요. 분실 재발급 신청하시려는 것도, 김전무 지시로 간신히 막았구요.

회장 ; 내 주라고오. 김서방한테는 내가 긴히 심부름 보낸걸로 해둘테니.. 믿지는 않겠지만. (신문을 펼친다)

비서 ; (고개 숙이며) 알겠습니다.

 

30. 맛사지 샵 (낮)

 

은은한 조명의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맛사지 샵.

가운 차림으로 앉아 발맛사지 받는 서대표.

쪼그리고 앉아 발맛사지 하는 직원.

서대표 ; (휴대폰 들고 기대고 있는 몸을 일으키며 기쁘고 놀란 표정으로) 어머 정마알? 흐어, 아빠 땡큐! 어어. (전화기 끊고 다시 건다. 부드럽게) 어 나야아. 내친구 때문에 서운했지이? 맘 풀어어어. 빠리 쇼핑이나 가자.

 

31. 이사장 접대실 (낮)

 

백사장 ; (테이블에 놓인, 각종 한자 쓰여진 종이 바로 위에 펜 들고, 이사장 보며) 이번엔 종목을 확 바꿔셔야 해요.

총장 ; (맞은편에 앉아 옆의 이사장에게 미소띤 표정으로) 이게 전망이 있으까아?

이사장 ; (맞은편에 팔짱끼고 앉아서 신중하게) 그러게에..

백사장 ; (종이 들고 놓은 후 볼펜으로 동그라미 치며) 이여태상 혁궤라. (볼펜으로 종이 딱딱 두드리며) 지금 이게, 바로 딱 이사장님 현재 형국이거든요. (글자 부분 동그라미 치며) 이녀동거 기지불상극. 두 여자가 한 집에 사는데에.. 어, 불행히도, 서로 해친다 이겁니다. (혁 자에 동그라미 치며) 근데, 이 혁이 뭐겠어요? 바로 그걸 과감하게 바꿔주란 뜻이죠. (몸 바로 세워 앉으며) 흐어, 리스크 감수할만합니다아. 선물로 다 넣으세요. 두분 오래 신수하고도 잘 맞아서, 관재구서도 막아줄거구, 즐겁게 여행 다녀오시면, 확 불어나 있을 거예요.

혜원 ; (백사장 옆에서 탭 들고 시계 보다가 탭 덮어서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이사장에게) 잠깐 실례 좀.. 급히 처리할 게 있어서요..

이사장 ; 어 그래, 알았어. 얼른 갔다 와아.

 

32. 면사무소 마당 (낮)

 

흙 파놓고 빨간 원뿔대 세워놓은 공사 현장 있다.

곡괭이 삽 등이 담긴 손수레 끌고 그 공사현장으로 와 세운 후 곡갱이 들어 쌓인 흙 옆에 던져놓고, 삽 들고 흙을 파는 선재.

 

휴대폰 진동 소리.

 

삽을 흙에 찔러 두고, 오른손 면장갑 벗어 왼손에 삽과 함께 잡고 윗옷 호주머니에서 휴대폰 꺼내 보는 선재.

 

E (혜원) ; 잘 갔니이?

 

휴대폰 보며 생각하다가 고개 옆으로 한번 젓고 휴대폰 다시 주머니에 넣는 선재

 

33. 이사장 사무실 (낮)

 

은은한 조명의 이사장 사무실

휴대폰 보며 초조하게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문자 찍는 혜원

 

34. 면사무소 마당 (낮)

 

선재 벗었던 면장갑 끼려는데 다시 울리는 휴대폰 소리.

못마땅은 표정으로 휴대폰 보는 선재.

E (혜원) ; 내가 묻는 말엔, 대답해도 돼.

 

휴대폰을 흙 옆에 던져 놓고 삽으로 흙 떠서 수레에 담는 선재.

선재 뒤쪽에서 면사무소 현관문 입구에 주차하는 노란 유치원 차.

여전히 삽으로 단단한 흙을 파 수레에 담는 선재.

유치원 차의 문 여는 발레강사, 차에서 발레차림으로 노란 학원용 가방 들고 내리는 유치원생들.

삽으로 흙을 담다가 면사무소 건물을 힐끗 보는 선재.

듣기 싫은 못 치는 피아노 소리 들린다.

 

E (발레교사) ; (막대기 두드리며) 앙 뚜 앙 뚜 뚜아

 

흙을 파는 선재.

 

못 치는 피아노 소리 더 크게 들린다.

 

E (발레강사) ; (막대기 치며 그 소리에 맞춰) 앙 뚜 뚜아 앙 뚜 앙 뚜 뚜아..

흙을 수레에 많이 담아 삽으로 다지는 힘들고 불만스런 표정의 선재, 한숨 쉬며 고개를 하늘로 든다.

흙을 파서 담다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건물 쪽을 보는 선재.

점점 커지는 못 치는 피아노 소리.

더이상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삽을 흙에 꽂고 건물 쪽으로 급히 가는 선재

 

상사 ; (반대쪽 문에서 주머니에 손 찌르고 나오다가 급히 건물로 뛰어 들어가는 선재를 보며) 어디 가냐아?

 

35. 발레 강의실 입구 (낮)

 

달려 들어오는 선재 뒷모습.

커지는 피아노 소리.

아이들 신발이 나란히 놓였고 그 실내 안쪽에는 거울이 달렸으며, 발레복 입고 위로 손 올려 둥글게 잡고 발레하는 아이들.

뛰어서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는 선재 뒷모습.

 

E (선재) ; 나 좀 그만 괴롭혀요, 진짜아아아!

 

쾅 하는 소리.

놀라 선재 들어간 쪽을 보는 아이들, 놀라서 고함치며 밖으로 뛰어 나온다.

E (선재) : (온 힘을 다해 크게) 들어줄 수가 없어, 정마알!

 

36. 강의실 안 (낮)

 

선재 ; (흥분한 모습으로 크게) 당신이 인간이면 쪼금이라도 나아지는게 있어야지이!

반주자 ; (피아노 옆에서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이거 미친놈 아냐아!

선재 ; 이딴 거 맨날 들으면, 누구라도 미쳐어.

반주자 ; (삿대질 하며) 니까짓게 뭘 안다고오? 야, 나 체르니50번까지 쳤어어. 미칠 거 같으면 안 들으면 될 거 아냐아아아!

선재 ; (울듯한 표정으로) 나 귀 막고 살아아?!! 당신도 똑같이 한번 당해볼래? 매일 같은 시간에, 어어!!

 

다시 문 앞에 와서 보는 발레복의 아이들.

 

반주자 ; (발레 강사 보며) 언니이,, 이 놈 정신병자야, 빨리 신고해에에!

발레 강사 ; (다급하게 아이들 쪽으로 달려 가다가) 그래 그래 그래,,, 전화, 전화기이.. (반대쪽으로 다시 달려가 서랍장 위의 전화기 들고 문으로 나간다)

선재 ; 아, 신고 같은 소리 하지말고오.. (넘어져 있는 피아노 의자를 바로 세운다) 시키는 대로 한번 해봐요오, 어, 예. (옆의 반주자에게 다가가 팔을 잡고 끈다)

반주자 ; (흥분하여 선재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며) 어디다 손을 대 이 미친 놈아아! 놔, 놔아아!!! (도망가는)

선재 ; (계속 잡으려 하며) 아니 아니고, 시키는대로 한번만 해봐요..

반주자 ; (선재 손 계속 뿌리치고 악쓰며) 놔아, 놔아아!

 

37. 복도 계단 (낮)

 

경찰이 양쪽에서 선재의 팔을 잡고 끌고 계단을 내려가고, 반주자와 팔짱끼고 부축하는 발레 강사 그 뒤를 따라 내려간다.

 

선재 ; (붙잡혀 내려가며) 그게 아니라요오, 진짜 제 말 좀 들어보세요오오!

반주자 ; (계단 내려가며 경찰에게 크게) 이 미친놈이 있나아, 갑자기 나를 번쩍 들더니 집어 던지고, 피아노 의자까지 들어서 나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선재 ; (경찰들 뿌리치고 올라와 반주자의 양팔을 뒤로 젖히며, 크게) 당신이 자세가 잘못 돼 있어, 이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야아! (경찰들 다시 끌고 내려간다)

반주자 ; 아악! 이 미친놈이,, (발레강사의 부축받아 일어서며)

 

38. 경찰서 (낮)

 

경찰 ; (선재 맞은편에 앉아서 노트북에 입력하며) 공익요원이,, 시민한테 폭력을 행사하셨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도,, 계속 반항하셨고..

아이 엄마 ; (아이 엄마들 경찰서 문 옆에 팔짱끼고 서 있다, 팔짱낀 채) 삼촌! 애들이 막 울고 경기하고, 장난이 아냐아!

김주사 ; (선재 옆으로 걸어와 서서 경찰 보며) 선배님, 이 친구가아.. 평소에는 매우 얌전하고 성실해요오. 폭력성이라곤 전혀... (선재 보며) 너 임마, 뭐 정신적으로 뭐 문제 있냐아?

반주자 ; (선재와 등대고 조사 받다가 돌아보고 크게) 그냥 쳐 넣어요오!

김주사 ; (반주자 보며) 아 저 가만 있어봐요오..

경찰 ; (선재 보며) 합의 안할 거야아?

김주사 ; 안하면 너 감방 가야 돼에. 너 군인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냐아. 준공무원 신분인데 폭행? 그럼 너 임마 곱하기 1.5지이.

경찰 ; 보호자 대신 할 사람 없냐?

김주사 ; 아 참, 누구 없냐고오?

경찰 ; 없어?

선재 ; (힘없이) 없습니다.

 

39. 면회소 (밤)

 

선재 맞은편에 다미와 친구, 나란히 앉아 있다.

 

친구 ; (주머니에 손 찌른 채) 김주사란 사람이 니 핸드폰 보구서, 그래도 친할 거 같은 이름을 찾았더니, 성 없이 이름만 있는게 나랑 다미 딱 둘이더래. 전화 받고 병원에 먼저 갔다. 합의금 견적 낼라고.

다미 ; 딱 보니까 뻥이두만... 전치 6주라면서, 치맥 처먹고 막 돌아다녀.

친구 ;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하라는데,, 진짜 황당하더라, 정신 완전 건강해보이던데.

다미 ; (선재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며) 무조건 빌어야지, 바보야아.. 바라는게 돈인데.

 

40. 면회소 밖

 

뚫린 네모난 창으로 보이는 선재.

 

선재 ; (양손바닥으로 얼굴 비비며) 야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어떻 어떻게 비냐, 내가..

 

41. 면회소 (밤)

 

친구 ; 안그럼 어째? 칠백을 당장 무슨수로 만드냐고오? 너 살던 집이라도 나간다면 모를까..

다미 ; (친구 보며) 요새 누가 그런집에 들어가냐? 원룸이 넘쳐나는데..

친구 ; 야아, 저기... 그 교수한테 좀 도와달라 그럼 안되까? 자기가 먼저도 예쁘게 보고 키워주겠다고 했잖아.

다미 ; 맞어어. 대학까지 보내준다고.

친구 ; 물론 니가 시험을 쌩까긴 했지만, 뭐 그건 어쩔수 없었고.

선재 ; (생각하다가 고개 양쪽으로 약간 저으며) 아아,, 안돼에.

E (선재) ; 강교수님한테 죄송하네요오..

 

42. 혜원집 연습실 (밤, 회상)

 

마주 보고 선 선재와 혜원.

 

선재 ; (약간 비스듬히 서서 이 악물고 고개 저으며) 저 원래 남의 여자한테 관심 없는데.

혜원 ; 남의 여자라니, (선재의 뺨을 살짝 때리고) 선생님이지.

 

43. 면회실 (밤)

 

선재 ; (자기 뺨을 만지며) 아이 야, 야 너 하지마아, 절대 하지마아 너. 진짜 그러지 마.

친구 ; 임마아 밑져야 본전이지.

선재 ; (눈감고 챙피한 표정으로) 사람..사..사람이 너무 쪽 팔리고, 재수 없고 화가 나면, 심장이 그대로 멎을수도 있어어. 아하, 나 그냥 징역 살래에.

친구와 다미 ; 뭐어?

선재 ; 그게 더 좋아.

다미 ; (흥분하여) 그게가 어떤 데라고오!

친구 ; 못들었어? 별놈들 다 와서 별짓 다한다는데?

선재 ; 가만있음 되잖아, 그냥.

친구 ; 야아, 니가 드디어 미쳐가는구나..

다미 ; 야아, 정신 차려어.

선재 ; 아니야, 진짜야, 진심이야.

 

44. 공항 (낮)

 

공항의 방송 시끄럽다.

배낭 메고 짐 끌고 CIP 자동문 열리면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 서는 서대표와 애인의 뒷모습.

 

서대표 ; (선글라스 낀 채 애인의 뺨을 손으로 두드리며) 으음, 기분 좋아아?

애인 ; CIP.. ?

서대표 ; 기업인 전용 귀빈실.

애인 ; 그럼.. 몸수색 안하고 바로 들어가나?

서대표 ; 하긴 하는데 간단하지. 탑승수속 대신도 해주고.

애인 ; 클래스 죽인다..

서대표 ; 별거 아니예요오오..

 

엘리베이터 타면 엘리베이터문 닫힌다.

 

45. 공항 내 VIP룸 (낮)

 

찻잔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아 있는 이사장과 혜원.

 

이사장 ; (차 마시고 찻잔 내려 놓으며) 나 없는 동안, 영감이 너 또 불러내겠지?

혜원 ; 매운탕 설렁탕 이런거 사주시면서어, 이것저것 물어보시겠죠? 혹시라도 이사장님 애정이 식지나 않았을까..

이사장 ; 내 딴주머니가 신경쓰이는 거다아..

혜원 ; 왜그러세요오.. 여전히 사랑하시는데..

이사장 ; 그건, 유통기한 이미 지났어어.. 아무튼 적당히 알아서 둘러대고, 감시 잘해에. 엄한년 건들고 다니는 거, 나 짜증나. 여자 보는 취향이 워낙 독특해야 말이지, 영우가 그걸, 그대로 닮아서... (뭔가 보고 놀라 멈추는)

 

46. VIP룸 옆의 탑승수속대 앞 (낮)

 

유리 사이에 둔 탑승수속대 앞에 서대표와 애인이 와서 서고 여권 내미는 뒷모습 보인다.

47. VIP룸 커피숍 (낮)

 

뒤돌아보는 혜원.

 

이사장 ; (앞쪽 멀리 보며) 하이고 세상에. 저건 뭐니?

 

놀란 표정으로 급히 일어서는 혜원.

 

48. 탑승수속대 앞 (낮)

 

수속 마치고 걸어가는 서대표와 애인.

 

혜원 ; (급히 그쪽으로 걸어가며) 어머, 서대표님. (앞에 서서 애인에게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서대표 옆으로 서는)

애인 ; (웃으며 인사) 아, 예에.

서대표 ; (혜원에게 속삭이는) 어떻게 된거야?

혜원 ; (속삭이는) 너야말로 어떻게 된거야? 나한텐 미리 말을 했어야지..

서대표 ; 저여자 오늘이었냐구, 씨..?

혜원 ; 얼른 인사시켜, 사업자 동행한다구..

이사장 ; (걸어오며) 너무했다아,, 명색이 모녀지간인데, 이렇게 만나니?

서대표 ; 제가 요즘 뭐하나 구상하는게 있어서 바빠서요. (선글라스 벗으며) 소개할게요, (애인쪽을 얼굴로 가리키며) 신우성씨. 사업상 파트너예요.

 

고개 꾸벅 숙인다.

 

혜원 ; (급히) 이분은 저도 몇번 뵌 적 있어요, 패션쪽에, 무서운 신인.

이사장 ; (서대표에게) 행선지가 어디야?

서대표 ; (표 보며) 같은 비행기만 아니면 좋겠네. (얼굴 들어 이사장 보며) 빠리행 열시 사십분?

이사장 ; 하이구, 절묘 하네에..

혜원 ; (놀라 입벌리다가 애인 보며) 나중에 기회되면, 또 뵙기로 하구요, (서대표에게) 대표님 잠깐 얘기 좀..

 

앞서 걸어가는 이사장, 뒤따르는 혜원과 서대표.

 

49. 커피숍 (낮)

 

멀리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이쪽 보는 애인.

 

이사장 ; 저녁 비행기로 바꿔.

서대표 ; 내가 왜요? 싫은 사람이 바꿔야지.

혜원 ; 이사장님은 공식스케줄이라, 그쪽에 다 대기중이거든.

서대표 ; 나도 마찬가지야아.

이사장 ; 니가 욕을 번다아.. 암만 그래도, 내가 엄마고, 여기 일등석, 겨우 열 몇갠데, 고개 쪼금만 돌리면 다 보이는 공간에서, 새파랗게 젊은애 끼고, 희희낙락하고 싶어?

서대표 ; 아 진짜 정말 이상하시네,, 사업상 파트너래는데 왜 자꾸 이상한데로 몰아가 거,,

이사장 ; 우길 걸 우겨야지이... 너 지금 나한테 매달려서, 통사정을 해도 시원치 않아.

 

난감하고 곤란한 표정의 혜원, 애인 쪽으로 고개 돌려 본다.

 

E (이사장) ; 안할 말로, 쟤랑 나란히 같이 있는 거 사진 찍어 퍼뜨려봐.

 

다른 자리에 앉았는 애인 모습 보인다.

 

E (이사장) ; 옛날 같으면, 저만한 아들 장가 들일 나이에..

 

눈감고 어쩌나 하는 표정의 혜원 얼굴.

 

E (이사장) ; 돌 맞을 일이야아..

E (서대표) ; 찍으라지, 흐흐 겁 안나요, 흐흐..

 

서대표 ; (턱 괴고 앉아 미소 지으며) 내가 워낙 동안이잖아.

이사장 ; (혜원 보며) 얘, 이래도 되는 거니?

혜원 ; 그.. 글쎄요..

직원 ; (테이블 앞에 와서 양손 모아 앞에 잡고 인사 하며) 저 탑승시각..

혜원 ; 네, 알겠습니다.

 

직원 간다.

 

혜원 ; (양쪽 보며)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이사장 ; (핸드백 들고 일어서며) 난 상관없다.

서대표 ; (가방 들고 일어서며) 나도 상관없지.

혜원 ; (일어서며) 잘됐네요 그럼.

 

50. 혜원 사무실 (낮)

 

혜원 사무실 사무원, 소파에 앉아 다리 테이블에 꼬아 올리고 앉았다가 문이 열리자 놀라 일어선다.

 

이사장 비서 ; (문 닫고 사무원 보고 미소 지으며) 해방이다아.. 흐흐흐흐 흐흐흐

사무원 ; 둘다 없다아.. (비서와 손맞잡고 좋아하다가 소파에 앉는다)

비서 ; 둘다 없어어, 흐흐흐 (손맞잡고 소파에 앉는다) 아 이게 얼마만이야아 흐흐..

핸드폰 진동소리.

 

비서 ;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 받으며) 어 혜원아아. 어 너 무지 당황했지? 아이, 최기사도 여행계획 전혀 몰랐데에..

 

51. 도로 (낮)

 

자동차 운전하며 블루투스로 통화하는 혜원의 모습, 차창으로 보인다.

 

혜원 ;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아, 애인이랑 놀러가는데 기사 불러대겠어어? 24시간 컨택했어야지이. 앞으로는 더 신경쓰자아. 점심 둘이 먹어, 난 한가지 더 남았어. 어. (블루투스 빼고 심호흡) 후우우..

 

52. 비행기 이륙장 (낮)

 

이륙 준비하고 서 있는 비행기.

 

53. 비행기 안 (낮)

 

안 좋은 표정으로 좌석에 앉아 있는 이사장.

두어개 떨어진 반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서대표와 애인.

 

54. 설렁탕집 (낮)

 

식당에서 설렁탕 먹는 사람들, 설렁탕 한 그릇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여직원.

방에서 전 하나 놓고 마주 앉은 혜원과 회장.

회장 ; 허허허 허허허 거 아주 재밌네, 비행기에서 뛰어 내릴수도 없고 허허허허 허허 (소주 마시는).

혜원 ; (소주를 잔에 따라주며) 웃으실 줄 알았어요..

회장 ; (소주 받으며) 웃지 그러엄.. 영우는 싫은 일도, 싫지 않게 넘기는 법을 좀 배워야

해. 사이가 좋으냐 나쁘냐, 기분이 어쩌니 저쩌니, 그게 뭐 대수냐? 성질만 팩 했지, 그릇은 작아. (소주잔 들어 보이며) 요것만도 못하다.

혜원 ;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나름, 사업구상도 있구..

회장 ; 사업구상이 아니라 돈 까먹을 구상이겠지.

혜원 ; 저기, 뭐 이건 어차피 아실 일이라 말씀드리는데요,, 서대표 실은, 동행이 있어요.

회장 ; 뭐어? 남자야?

혜원 ; 네.

회장 ; 거 참 맹추 같기는. 아니 뭐하러 같이 다녀? 가서 만나먼 될 껄.

혜원 ; 제가 소홀했어요.

회장 ; 됐다. (전 먹는)

혜원 ; 서대표한테.. 크지 않은 거라도 뭔가, 믿고 한번 맡겨보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책임도 지워주실 겸..

회장 ; 어떻게 맡기냐? 니가 붙어서 전담해주먼 모를까?

혜원 ; 제가 사업적으로 뭘 아는 게 있어야죠.. 예술재단을 떠날 상황도 못되구..

회장 ; 뭣보다.. 성숙이가, 널 안 내놓겠지. (소주잔 들어 내밀며) 한잔 해라.

혜원 ; 운전 땜에.. (소주 따른다)

회장 ; (소주잔 받아 내려 놓으며) 그 밑에 있으믄은, 평생 실장일텐데..

혜원 ; 평생이먼 고맙죠,호.. 직함이야 어찌됐든..

회장 ; (뭔가 계속 먹으며) 한성숙이는,,, 음, 젖도 크고.. 다 좋은데, 딴 주머니가 너무 커져 버렸어. 그자리에 너무, 오래 앉혀 논거 같다.

혜원 ; 어떡하죠 회장님, 제 원칙대로라면 지금 그말씀, 이사장님께 전해야 하는데..

회장 ; 허허허 참, 나 이거, 니가 진짜 큰 영우다. 나한테 협박을 다하고.

혜원 ; 죄송합니다.

회장 ; 허허허 칭찬이야. (이빨 소리나게 이쑤시개로 쑤시며) 내가 널, 식구처럼 여기니까 하는 말인데에,, 영우는, 니 반만 돼도 걱정이 없겠다. 니가 사내라면, 사위 삼았을 거다.

 

설렁탕 들고 오는 연변 아줌마.

 

혜원 ; 아, 설렁탕 오네요.

 

연변 아줌마, 뭔가 어두운 표정으로 설렁탕 쟁반 들고와 옆에 앉아 뚝배기 놓으려 한다.

 

혜원 ; 감사합니다아..

연변 아줌마 ; (뚝배기 놓으며) 이 뚝배기 뚜겁습니다아.

회장 ; (연변 아줌마 보며) 어째 올 때마다 수심이 가득하신가? 무슨 걱정이 있길래?

연변 아줌마 ; 뭐 사는게 다 그렇지요..

회장 ; 흐흐 나도 인생걱정이 많..아요, 자식이고, 마누라고 다.. 아주.

연변 아줌마 ; 뭐 더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요..

회장 ; 그러죠.

 

가는 연변 아줌마.

 

회장 ; (뚝배기에 있는 파 설렁탕 그릇에 넣으면서도 연변 아줌마 뒷모습 계속 보며) 눈매가 맹-하고도 처연한 게, 늘 마음이 짠해. 내가 언제 한번, 품어줘야겠다. (설렁탕 국물 소리나게 마시고) 아이구 좋다, 으음. (혜원 보며) 릴리 여사 오기 전에, 소풍 한번 나가 보자, 날도 따뜻한데.

혜원 ; 알겠습니다.

 

55. 카운터 앞 (낮)

 

카운터에서 약간 떨어져 서 있는 연변 아줌마.

혜원, 그 앞에서 만원 지폐 꺼내어 아줌마 손에 쥐어준다.

 

아줌마 ; (만원짜리 받으며) 아이구야, 이거 늘, 고맙습니다아..

혜원 ; 헤에,, 별말씀을요.. 참, 둘째 네째 월요일에, 쉬시던가요?

 

보는 연변 아줌마.

 

56. 설렁탕집 앞 (낮)

 

차 안에 앉아 있는 회장.

그런 회장에게 밖에 서서 인사하는 혜원.

회장차 간다.

뒤에 있던 하얀 차에 타고 문 닫는 혜원.

 

57. 대학교 건물 앞 (낮)

 

현관 나와 앞에서 급히 걸어가는 정유라.

정유라를 쫓아오는 동료 여학생.

 

동료 여학생 ; (유라의 팔 잡으며) 야아, 정유라.

 

손 뿌리치고 앞에 서 있는 흰차 옆으로 가는 유라.

시동 걸리는 소리.

 

동료 여학생 ; (유라 팔 잡아 돌려 세우며) 오늘은 진짜 안돼, 수업 하고 가.

유라 ; 아 웃겨, 정말.

동료 여학생 ; 그럼 너땜에 나 에프 맞아? 조별 수업을 맨날 빠지면, 난 어떡하라구우?

유라 ; 니가 알아서 해라. (차에 탄다)

동료 여학생 ; 야아, (차창을 두드린다) 야아.

 

차 앞창으로 보이는 운전석의 선재 친구와 옆의 유라.

 

유라 ; (차 문 닫으며) 빨리 가. (안전벨트 하며)

친구 ; (핸들 돌리며) 누군데?

유라 ; 어, 꼭 저런애들이, 수업에 몫을 매요.

친구 ; (운전하며) 어떤 애길래?

유라 ; (안전벨트 마무리하며) 몰라, 짜증나. 대충 살지.

 

58. 김교수실 (낮)

 

여러 대의 첼로 책상 앞에 세워져 있고, 창가 쪽으로 피아노와 책상 놓였다.

 

김교수 ; (책상 앞에 서서) 어떻게 봐줘요오 출석율이 엉망인데.

혜원 남편 ; (피아노 짚고 김교수 보며) 왜그래요오? 맘만 먹으면, 방법은 다 있지.

김교수 ; 이중기 수업에 딱, 한 번 들어 왔어.

혜원 남편 ; 신경 좀 써줘요오. 나 학장한테 같은말 여러번 듣게 만들지 말고.

김교수 ; (인터폰 들고) 악기 갖다 놔. (소파 옆 의자로 걸어가 앉으며) 아이, 증말.

혜원 남편 ; 아 좋게 가자구우..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들어와서 첼로 쪽으로 가는 조교.(안녕하세요)

소파에 가 앉는 혜원 남편.

빨간 첼로 가져가려는 조교.

 

김교수 ; (그런 조교에게) 아니이, 그거 말구.

 

옆의 검은색 첼로 가지고 나가는 조교.(네에)

 

김교수 ; (다리 꼬고 앉아 혜원 남편 보며) 그렇담 무슨 반대 급부라도 확실하게 있어 주던가아?

혜원 남편 ; 있지 왜 없겠어? 거 중간고사 끝나고, 회식 자리 한번 또 만들겠데.

김교수 ; 아이, 밥이야 늘 먹는 거구.

혜원 남편 ; 아, 밥만 사겠어어?

김교수 ; 좋은 정보 있음, 좀 줘봐요. 한성숙 해외계좌설 파다하던데? 그거 다 정유라네 엄마가 빌려준거라며어. 자기네도 거기 숟가락 얹지 않았어?

혜원 남편 ; 무슨? 난 전혀 모르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아..

김교수 ; 그럼 나도 몰라요. (일어나 나간다)

혜원 남편 ; (따라 나가며) 거참, 김교수는 그런거 관심 없어도 되잖아아?

 

59. 복도 (낮)

 

앞서 걸어가는 김교수

 

혜원 남편 ; (약간 뒤따라 걸어가다 김교수팔 잡으려 하며 옆에 서서, 주위 살피며) 아무튼 그거는 학장님한테 얘기해 볼테니까아, 부탁 좀 하자구, 응?

김교수 ; 알았어요. (앞으로 걸어간다)

혜원 남편 ; (작게 혼잣말) 아이 진짜.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60. 강의실 (낮)

 

동료 여학생, 의자에 앉아 첼로 조율하고 있다.

김교수, 문 열고 들어온다.

동료 여학생, 일어난다.

 

김교수 ; (문 닫으며) 또 혼자야?

동료 여학생 ; (인사하며 힘없이) 안녕하세요. 정유라가,, 도망 가서요..

김교수 ; 그럼 다른 애라도 데려와야지, 왜 남탓을 하니이? 아이, 시간 아까워 그냥 해에. (피아노 의자에 앉아 피아노 반주한다)

 

동료 여학생, 앉아서 피아노에 맞추어 첼로를 켠다.

 

김교수 ; (피아노 치던 것 멈추고, 일어서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흐으,, (동료 여학생 옆에 가서 첼로체 뺏어 악보 짚으며) 이거 안보여? 읽어봐 뭐라고 써있나?

동료 여학생 ; 돌체.. 칸타빌레..

김교수 ; 근데 그렇게 악을 써? 아흐,. (동료 여학생 머리 쥐어 박으며) 데스 카니시 맨이히 랭아 안 허. 빈 콘테스 유바 파인? 유선 필 어겐 비전즈 아이. (어이 없다는 어투) 디 플로기 디스 아이..

 

눈물 훔치는 동료 여학생.

 

김교수 ; (그런 학생 보며) 울어? 무슨말인지 알아 듣기나 하고 우니? (옆에 세워진 첼로 가리키며) 이걸로 해 봐. (피아노 의자에 다리꼬고 앉는다)

 

일어서서 옆에 세워진 첼로 가져가서 앉는 동료 여학생.

김교수, 일어서서 피아노에 기대어 듣는다.

첼로 켜는 여학생.

 

김교수 ; (피아노 윗부분 툭툭 치며) 그마안.

학생, 첼로 켜던 것 멈춘다.

 

김교수 ; (학생 앞에 악보틀 잡고 학생 보며) 명색이 전공자라며언... 이정도는 써줘야지이. 억울하면, 악기부터 바꿔. 내 귀,, 더이상 고문하지 말구. 알았어?

동료 여학생 ; (작게) 예에.

김교수 ; 다시 해 봐.

 

61. 유라집 문 앞 (밤)

 

으리으리한 집 대문 앞에 소리내며 와 멈추는 외제차.

차 안에서 유라에게 소리나게 입맞춤하는 친구.

 

친구 ; 잘 자.

유라 ; (못마땅한듯) 이게 끝이야? 초저녁인데?

친구 ; 내가 정한 너의 귀가시간은 열시 아니니. 그만큼 널 격하게 아낀단 뜻이고.

유라 ; (안전벨트 풀며) 짱나 진짜.

친구 ; 아 참,

유라 ; 뭐어?

친구 ; 너희 어머니, 인맥 역대급이시라며? 혹시 검찰이나 경찰쪽에도 아시는분 있어?

유라 ; 뭐래 갑자기?

친구 ; 아 내친구가 지금 좀 곤란하게 됐거든. 어른들 모르시게 처리하려구. 뭐 우리집에 말해도 되긴 되는데,,, 걔네랑 무지 친해요. 아빠들끼리 친구고..

유라 ; 무슨 일인데?

친구 ; 어 뭐 별건 아니구, 없을까?

유라 ; 그딴거 몰라. 난 우리엄마가 잡혀갈까 겁나는 사람이니까, 안녕. (차문 열고 내린다)

친구 ; 어 그래. (유라가 가고 ‘휴우우’ 한숨 쉰다)

 

다시 부르릉 소리내며 가는 차.

 

E (유흥업소 형) ; 누가 니맘대로..

 

62. 호스트바 앞 (밤)

 

유흥업소 형 ; 끌고 다니래?

친구 ; 아, 급한 일이 있어서요, 카운터에 차키가 있길래..

유흥업소 형 ; 왜 맘대로 건드리냐구우? 우성이가 너한테 맡긴 것도 아닌데, 응?

친구 ; 잘못했는데요오.. 형, 혹시 주변에, 힘있는 분 없어요?

유흥업소 형 ; 됐고오. 얼른 차 집어넣고 들어가서 일 해. (간다)

 

시끄러운 음악 벨소리..

 

친구 ;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받으며 차에 타는) 어, 다미야. 어디? (차에서 뒤돌아 본다)

 

63. 건물 한 귀퉁이 거리 (밤)

차소리.

 

다미 ; (걱정되는 표정으로) 선재는 그러고 있는데에.. 넌 외제차 끌고 다니면서, 가짜 대학생 노릇이나 하고 다니냐?

친구 ; 선재일땜에 잠깐 빌려탔다아.

다미 ; 좀 알아봤어?

친구 ; 다 좌절이지 뭐어... 아 씨 기댈데가 이렇게 없나아?

 

걱정스런 표정의 다미.

 

64. 구치소 (밤)

 

드르렁 크게 코고는 소리.

잠 못들고 앉아 있는 선재.

코고는 소리 두 종류로 시끄럽게 들린다.

누웠거나 앉아서 잠든 사람 찡그리며 보는 선재.

귀를 양손으로 막는 선재.

 

선재 ; (혼잣말) 아아.. 아아.. 집중해. 좋은 것만 생각해에. 넌 할 수 있어.. 넌 그럴수 있어어.. 좋은 것만,, 좋은 것마안... (귀 막고 눈감고 고개 숙이고 있는)

 

드르렁 소리 약간 작게 들린다.

귀에서 손을 떼서 자기 허벅지 위에서 손가락을 까딱이는 선재.

 

피아노 소리 (네 개의...) 들린다.

 

미소 짓는 선재..

 

65. 혜원집 연습실 (밤, 회상)

 

나란히 앉아 네 손을 위한... 집중해서 연주하는 선재와 혜원.

위에서 보면, 피아노 위의 네 손, 중간에서 살짝 손가락이 닿는 듯도 싶다.

 

피아노 연주 소리...

 

66. 구치소 (밤)

 

여전히 들리는 피아노 소리..

 

허벅지에서 피아노치듯 손가락을 움직이는 선재.

간간이 미소 띠며 회상에 잠긴 선재.

 

67. 혜원집 침실 (밤)

 

피아노 소리...

 

옆침대에서 곤히 잠든 혜원 남편.

혜원 침대에 누워 뒤척인다.

혜원, 잠이 안오는지, 한숨 쉬다가 일어나 앉는다.

 

피아노 소리, 멈춘다.

 

68. 서재 (밤)

 

노트북 키보드 치는 혜원의 손.

인터넷 화면.

가운 차림의 혜원 키보드 친다.

노트북 화면에 클래식 갤러리 창에 나천재 검색한다.

등록된 게시물이 없다고 나온다.

걱정스런 표정의 혜원.

 

음악감독 창작곡 흐른다.

 

69. 마사지샾 (밤)

 

음악감독 창작곡 흐른다.

 

혜원 서 있고, 마사지 가운 뒤에서 입혀주는 다미 상사.

 

혜원 ; (힘없고 아파서 한숨 쉬고 가운끈 묶으며) 하우, 나, 머리가 너무 아파 가지고, 그 샴푸실에에... 지압 잘하던 친구 있죠? (상사 보다가 머리 풀며) 다미씨던가?

상사 ; 아아, 아네. 불러 드릴게요. (나간다)

 

70. 샴푸실 (밤)

 

상사와 들어오는 다미.

 

혜원; (밝게) 안녕엉..

다미 ; 안녕하세요오.

상사 ; (다미 보며) 머리 좀,, 충분히 눌러 드려.. (나간다)

다미 ; 네에.

혜원 ; (머리감는 의자에 앉아) 잘 지냈어요? 흐흠.. (목걸이 만지며 어두운 다미 표정 보며) 하, 왜에?

다미 ; (목걸이 만지다가 보여주며) 죄송해요, 이거.

혜원 ; 어어.. 아아..

다미 ; 버리라고 하셨는데,, 고쳐서 제가 해요... 이뻐서 그냥. (고개 숙이며) 죄송해요.

혜원 ; 죄송은, 기분 좋지이. 내가 하던 거 맘에 든다는데. (머리 만지며) 대신, 두통 좀 화악.. 날려줘 봐.

다미 ; 감사합니다. (패달 눌러 의자를 뒤로 젖힌다)

 

뒷목 잡은 손 풀며, 눈 감고 눕는 혜원.

뭔가 걱정스런 생각에 빠진 혜원.

 

71. 연습실 (낮, 회상)

 

선재 앞에 팔짱끼고 서 있는 혜원.

 

선재 ; (윗저고리 입은 채 서서 조심스럽게) 아니, 제가 이해가 잘 안되는게요오,,

 

72. 마사지 샾 (밤)

 

걱정하는 표정의 혜원 얼굴에 다미 수건 올린다.

 

E (선재) ; 저, 치면서 말씀드릴게요..

 

<회상 몽타주>

 

73. 연습실 (낮, 회상)

 

혜원, 피아노 옆면에 팔꿈치 대고 기대고 섰다.

 

선재 ; (폴라 차림으로 피아노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피아노 치다가 멈추고) 어,, 이렇게 들렸었는데,,, 이거를, (한 손으로 피아노 치다가 멈추고 혜원 보며) 이렇게 바꿨구요.. (또 한 손으로 피아노 치고 멈춘 다음 혜원 보며) 여길 옥타블, 연타로 넣었구요.

 

74. 연습실 (낮, 회상)

 

혜원 ; (서서 살짝 돌아보며) 누구한테 배웠어?

선재 ; (공손히 손 앞에 잡고 비스듬히 서서, 민망하여 헛웃음) 아이, 그냥.. 갖고 놀았습니다..

혜원 ; 악보는 어떻게 외워?

선재 ; (어색한 미소 짓고) 다운 받아서, 백번쯤.. 치면,,

혜원 ; (피아노에 팔꿈치 대고 기대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미소 띠고 선재 보며) 지겹지 않니?

혜원 ; (고개 젓고 미소 지으며) 아이, 외우고 나면 잼 있어요.

 

75. 선재방 (밤, 회상)

 

혜원 ; (침대에 앉아 놀라 양손 들고 발과 손 번갈아 보며) 아흐, 아흐..

선재 ; (놀라 급히 계단을 올라와 침대 옆에 서며) 아흐,, (급히 혜원의 목과 다리를 받쳐 안아 든다)

혜원 ; (놀라) 어머, 어우, 얘,, 어, 야,

 

아우, 기합하며 혜원 들어 계단 내려가는 선재.

 

혜원 ; (놀라 비명) 어우!

 

76. 화장실 (밤, 회상)

 

변기에 앉아서 발을 세수대야에 담그고 있는 혜원.

선재,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손에 든 쑤세미로 혜원을 발을 닦아주려 잡으려 한다.

 

혜원 ; (발을 빼며 쑤세미 뺏어 들며) 어머!, 내가 하께. 내가 괜히 왔나 부네에..

 

77. 거실 화장실 앞 (밤, 회상)

 

선재 ; (화장실과 거실을 구분한 벽에 서서 화장실 안 보며, 극구 부인하는 표정으로 당황하여 말 약간 더듬는) 아니요!, 그건 절대 아니구요,, 그니까,, 그건,, 분명히 아닌데,,, 저,, 자 잘.. 잘모르겠습니다.

 

78. 선재집 (밤, 회상)

 

현관 신발장 옆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는 혜원

 

혜원 ; (자기 옷 여기저기를 마무리하며 보면서) 니 선생은 내가 아니라 강준형 교수지.

선재 ; (현관에서 그런 혜원 보며 앞에 서서 공손하게 앞에서 맞잡고 있던 손 풀며, 반항적 어조로, 고개 옆으로 저으며) 싫은데요.

 

놀라서 선재 보는 혜원.

 

선재 ; (그런 혜원 똑바로 응시하며) 아 아닌데요.

 

79. 선재 얼굴 (밤, 회상)

 

선재 ; 왜냐면요,,? 왜냐면, 저.. 제가 선생님이랑, 처음 만났을 때, 그때 그렇게 정해졌어요, 운명적으로..

 

80. 채팅 화면 (밤, 회상)

 

E (선재) ; 난 다 바쳤어. 여신한테.

 

가운 입고 의자에 앉아 책상의 컴퓨터 화면 보고 있는 혜원.

 

81. 주차장 (밤, 회상)

 

혜원의 양목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하는 선재.

 

E (선재) ; 근데 상관 없어요. 어차피 다 지옥이니까.

 

혜원의 목 잡은 채 서서히 다가가 혜원에게 키스하는 선재.

 

82. 마사지 샾 (밤, 현재)

 

혜원 ; (얼굴에 수건 덮고 샴푸하는 중에 신음하며 고개를 양옆으로 젓는다) 으허, 으허, 으허,,

다미 ; (수건을 살짝 들어 젖히며) 어디.. 불편하세요?

혜원 ; 아니,, 괜찮아요..

 

수건 다시 덮고 머리카락에 샴푸 비벼서 칠하는 다미.

 

83. 미용실 (밤)

 

멍한 표정으로 거울보고 앉았는 혜원.

다미, 뒤에서 머리카락에 롤 감고 드라이 해주는 다미.

 

84. 마사지 샵 복도 (밤)

 

핸드백 메고 외투 팔에 걸치고 나가는 혜원.

 

다미 ; (급히 뒤따라 나오며) 저기요!

혜원 ; (돌아보며) 나?

다미 ; 네에. 저기.. 아줌마가 친절하셔서,, 용길 냈어요.. 힘있는 분도, 많이 아실 거 같고..

 

혜원, 뭐지? 하는 표정으로 미소 띠고 본다.

 

다미 ; (울먹이며) 제 남친이요,, 으흑..

혜원 ; 연애 상담이야?

다미 ; 그게 아니라,, 흐흑, 걔가 사람을 패서 잡혀 갔거든요.. 으 흐흐흐 흑흑 으흐흑흑,,

혜원 ; (다미손 잡으며) 잠깐 앉으까? (다미손 잡고 간다)

 

다미, 이끌려 간다.

 

85. 대기실 (밤)

 

다미 ; (울먹이며) 절대로,, 그런애 아닌데,, 흑,, 갑자기 공익을 가더니,, 흑,, 멘붕이 왔나 봐요오.. 으흑 으흑 으흑..

혜원 ; (다미손 잡으며) 천천히.. 으음

다미 ; 으흑.. 으흑,, 으흑 흐흑흑..

혜원 ; 아이구 저런, 무지 좋아하나 보다.. 아하..

다미 ; (훌쩍이며) 네에. 잠만 안잤다 뿐이지.. 저는 걔랑 꼭 결혼할건데. 인생이 꼬여도 으으흑.. 너무 꼬여요오.. 으흑 으흑 으으윽.. 흐흡,, 피아노 잘 쳐서,, 대학 갈 뻔하다가.. 흑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시더니.. 흑.. 또, 으흑 또,, 으흑 으흡흑..

상사 ; (들어와서 고개 약간 숙이며) 어머, 아직 안가셨어요?

다미 ; (훌쩍이며 일어선다) 으흡 으헉..

혜원 ; (일어서며) 네에.

상사 ; 무슨일이세요오? 애가 무슨 실수라도..?

혜원 ; 아니예요, 아니예.. 내가 맘 아픈 얘길 물어봐서.. 곧 끝낼게요, 괜찮겠죠?상사 ; 아 네. 그럼.. (나간다)

혜원 ; (입 벌리고 놀란 표정으로 앉고) 피아노를... (사이) 한다고?

다미 ; 네에. 저는 잘 몰랐는데,, 교수가 잘한다 그랬데요. 부인이랑 걔네 집에 막 찾아오고..

혜원 ; (넋나간 목소리로) 정말.. 잘하나봐..?

다미 ; 네. 서한대 장학생으로 뽑아준다 그랬데요. (울먹이며) 냅두면, 감빵 가요... 쓰흡 도와주시면, 평생 갚을 게요오.. 제발..

혜원 ; 어 알아는 볼께. 기대는 말구. 어쨌든 기운 내라.

 

86. 차고 안 (밤)

 

차 안에 앉아 생각에 잠긴 혜원.

휴대폰 꺼내 귀에 댄다.

 

혜원 ; 뭐 하나 알아봐 줘. 이선재 경위서에, 신원 적혀 있지? 그걸로 사건조회할 수 있어?

 

87. 사무실 (낮)

 

의자에 앉아 듣고 있는 혜원

 

혜원 사무실 직원 ; 폭행 협박 기물파손 공무집행 방해로, 민사 및 형사 소송, 고소 고발 돼있구요,, 관할은, 양평 경찰서.

 

책상 탁 치고 일어서는 혜원.

 

88. 경찰서 (저녁)

 

나가는 경찰.

철창 안으로 들어오는 혜원, 걸어와 구치소가 있는 안쪽으로 들어가, 창살 안에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 무릎 부분에서 까딱이는 선재 본다.

안스런 표정으로 보는 혜원.

한숨 쉬며, 벽에 머리 기대는 선재.

나가는 혜원.

 

89. 경찰서 현관문 앞 (저녁)

 

자판기에 동전 넣는 혜원.

경찰관 1명과 나오는 남자..

보는 혜원, 두사람 지나가고 나면 보다가 나오는 커피를 기다린다.

 

90. 경찰서 복도 (저녁)

 

농협 365 현금인출기 옆에서 가방 들고 벽에 기대 서서 커피를 마시는 혜원.

인출기로 와서 현금 인출하는 경찰관.

 

91. 현관 안 (저녁)

 

어두운 경찰서 현관 앞 벽에 기대 서서 빈컵 들고 있는 혜원.

지나가는 두명의 행인.

혜원, 뭔가가 생각난 듯 또는 결심한듯 빈컵 우그러뜨리고 급히 가는 혜원.

 

92. 혜원집 거실 (아침)

 

씽크대 앞에 서서 물 틀었다 끄며, 식탁에 앉아서 자기 탭북 보는 남편 흘끔 보는 혜원, 커피잔 받침에 놓는다.

 

강교수 ; (탭 보다가) 어?

혜원 ; (강교수쪽으로 걸어오며) 왜에?

강교수 ; (탭 들어올리며) 이거 뭐냐아? (‘쇼팽 콩쿨 최초 한국인 심사위원 나오나.. 조인서 사진 있는’ 탭 혜원에게 보여주며) 당신 알고 있었지?

혜원 ; (커피잔 식탁에 놓고 강교수 어깨 만지며) 저.. 열 받지 마아..

강교수 ; (탭 거칠게 식탁에 놓고 바나나 던지고 일어서서 세게 돌아서며) 아우우, 또 뒤통수야 또!

혜원 ;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닌데에.. (바나나 접시에 놓고 의자에 앉는다)

강교수 ; (돌아서서 팔 올려 탭 가리키며, 흥분하여) 거명이 된 것 자체가 기분 나쁘지이... 내가 꼭 이렇게 알아야 돼? 당신 도대체 누구랑 사니이? 이선재 일만 해도 그래,,, 당신이 쫌만 신경 썼으면, 잡아둘 수도 있었어. 걔가 조인서 밑에 있었으면 그렇게 손놓고 냅두진 않았을거다아.. 내 말 틀려?

혜원 ; (커피잔 들고 돌리며 생각에 잠겨 작게) 틀리지.

강교수 ; 뭐가 틀려어!?

휴대폰 진동소리.

 

혜원 ; (커피 마시다가 식탁 위의 휴대폰 펼쳐 보더니 약간 뒤에 서 있는 강교수에게 주며) 받으세요오.. (커피 마시는)

강교수 ; (화나서 폰 훅 뺏듯 들어 귀에 대고) 후우, 예에, 전데요. 어디요? 누구요? 예에? 저어 저.. (거실로 걸어 나가며) 좀 더 자세히 좀, 말씀해 주시죠.

 

혜원, 커피 마시며 강교수 전화 귀 쫑긋 하고 듣다가, 강교수 나가자 커피잔 놓고 미소 지으며 식탁 위의 방울토마토 하나 집어 만족스럽게 먹는다.

 

93. 국도 (낮)

 

강변 옆의 도로를 가는 강교수차.

 

E (강교수) ; 제가, 가장 아끼는.. 제잡니다.

 

94. 경찰서 (낮)

 

노트북 켜 놓고 앉은 경찰 앞에 나란히 앉은 강교수와 반주자.

 

반주자 ; 제자요? 그럼 쟤가 서한 음대?

강교수 ; 아뇨, 개인적으로 저를,, 사사 중입니다. 저랑 같이 국제대회 준비하면서,, 심적으로 크게,, 아하, 부담이 너무 컸는지,, 정신과 치료 중이었어요. 그러니까 저 친구..

경찰 ; 환자란,, 말씀이세요?

강교수 ; 아유 그렇죠오.. 저랑 의논도 없이 소집에 응하더니,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반주자 보며) 성품은 더없이 착한 애예요,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반주자에게 고개 숙이며)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반주자 ; 아유 저, 그것도 모르고오.. (경찰 보며) 김형사님.. 당장 합의요오..

경찰 ; 아이, 그 참 그.. 형사로 걸리는 게 있잖아요.

강교수 ; (김형사 보며) 아 예,, 잠깐 전화 좀.. (전화 걸고) 아예, 조청장님.. 저, 강준형입니다.. 예, 좀전에 말씀 드린것 때문에요, 예..

95. 직원 식당 (낮)

 

마주 앉아 밥 먹고 있는 혜원과 직원.

 

여직원 ; 아유 좋다아.. 흐흐, 높은 분들 안계시니까, 실장님이랑 같이 점심도 먹구..

혜원 ; (밥 먹으며) 이럴 때도 있어야지..

여직원 ; 그거 아세요오? 저 입사하면서어.. 실장님을 롤모델로 삼았었거든요..

혜원 ; 그랬어어?

여직원 ; 네. 옆에 껌처럼 딱 달라붙어서, 하나부터 열 끝까지 다 배워야지이 그랬는데, 아우 이건 실상을 보면서 완전 허걱, 허, 나 같으면 죽었다깨나도 못하겠네, 아우 깨끗이 포기했죠. 나 같으면, 일주일도 못 버티겠다 하면서요. 흐흐.

혜원 ; 너 같으먼 어떡해, 나 같아야지.

여직원 ; 그러니까요, 헤헤.

혜원 ; (포크로 음식 먹으며) 오늘 야채 진짜 싱싱하다.

여직원 ; 네. 아참, 그친구는 어떻게 됐어요?

혜원 ; 잘 풀리고 있어, 곧 나올 거야.

여직원 ; 다행이다.

 

96. 경찰서 (낮)

 

경찰이 구치소에서 선재 팔짱을 끼고 데리고 나와 구치소 앞에 혼자 두고 간다.

선재, 꾸벅 인사한다.

 

강교수 ; (선재를 포옹하여 등을 토닥이며) 아유우,, 아 이게 무슨 꼴이냐아 어?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더니,, 아유우. (떨어져서) 그래, 어머니 일은 가슴 아프고, 니 심정 다 이해하는데에.. 그래도 그건 도리가 아니지. 알만한 놈이.. 어? 결국 나한테 손 내밀게 돼 있잖아.. 사람끼리 인연이라는 게, 얼마나 질기냐아? 너 나 첨 만났을 때부터.. 어?

 

의자에 앉아 감동한 표정으로 두 명 보는 반주자.

 

97. 차 안 (낮)

 

피곤한 지 조수석에서 기대어 잠든 선재.

강교수, 운전하다가 그런 선재 흘끗 보더니 기특하여 흐흐 웃는다..

 

98. 도로 (초저녁)

 

달리는 차.

 

99. 차고 앞 (초저녁)

 

약간 어둑한 차고 앞.

차고 문이 올라가고, 차 한대 차고 안에 들어가서 브레이크등이 켜진다.

 

100. 차고 안 (초저녁)

 

효과음 : 출입문이 열렸습니다.

 

잠에서 깨 안전벨트 풀고 어리둥절 둘러보는 선재와 그런 선재를 흐뭇하게 보는 강교수 차 앞 유리로 보인다.

 

강교수 ; 잤냐?

 

여전히 어리둥절 둘러보는 선재.

 

강교수 ; (흐뭇하게 웃으며) 우리집이다아.

선재 ; (강교수 보며) 아유우 저, 저 저 근무지 이탈로.. 저 복귀해야 되는데요..

강교수 ; 안해도 돼에... 넌 지금, 환자거든.

선재 ; (어리둥절하여) 제가요?

강교수 ; 당분간 여깄으면서, 몸을 좀 풀어라. 야 그동안 손도 많이 굳었을 거야아. 들어가자, 음 (차문 열고 나간다)

선재 ; (다급한 어조로) 아니 저, 그게.. (급히 차문 열고 따라 내려 앞에 가 서서) 아뇨오.. 저어.. 그..

강교수 ; (옷 단추 여미며 선재에게) 헛, 글쎄 안가도 된다니까. 뭔 말인지 모르겠어? 너 중증이야아.. 아 시끄럽다고 사람 패는 게 정상이냐아? 그쯤 되면, 제대사유 되고도 남어어. 아 내가 알아서 손 다 써 놨어어. 그 진단서 끊어 보내면, 니 병역 문제도.. 다 처리될거다. 그냥 맡겨. (가려 한다)선재 ; (앞 막아서서 똑바로 보며) 싫은데요.

강교수 ; (놀라) 뭐어?

선재 ; 합의금 내주신 거, 그것도 실은 사양하는 게 맞지만.. (난감한) 저 제가 유치장에 있어 보니까,, 확 겁도 나구우.. 그래서 감사히 받은 건데요오. 그래도.. 병역? 그건 아닙니다.

강교수 ; 마 뭐가 아니야아?

선재 ; 왜냐하면.. (차소리에 돌아보는)

 

차고 안으로 들어오는 혜원의 차.

얼굴을 손으로 훔치는 선재.

차에서 내리는 하이힐 신은 혜원의 다리.

 

강교수 ; 여보오! 흐흣흣.. 이게 누군지 좀 봐아..

혜원 ; (바버리 코트 입고 약간 반가워 미소띤 표정으로 보며) 그러게에.

선재 ; (혜원 보며) 안녕 하신 거 같네요.

혜원 ; (시선 약간 피하며) 아 허 뭐어.. 무슨 일이야아?

강교수 ; 내가 다시 건져왔지이, 흐 얘가 손이 근질거려 아주 발광을 했던가 봐아..

혜원 ; 어쨌길래?

강교수 ; 아 글쎄 이놈이이..

선재 ; (혜원 보며) 제가 말씀 드리께요.

강교수 ; 하아하하,, 자식 이거, 은근 허세가 있네에, 하하.

선재 ; (혜원 보며) 맞는데요. 그게 전부는 아니라서요..

혜원 ; (미소띤 표정으로) 들어가.

강교수 ; 흐흐 그래 그럴 나이지이. 이해한다아. (선재의 어깨에 팔 두르고 데리고 가며) 맥주 한잔 하면서, 천천히 얘기하자아.

 

뒤따라 들어가는 혜원.

 

101. 현관 (초저녁)

 

강교수 ; (문 열고 선재 어깨에 한팔 올리고 들어서며) 이젠 너 다른 거 생각하면 안돼에. 내가 다 겪어봐서 아는데,, 재능을 배신하고서는 살 수가 없어요오.

 

긴장한 표정으로 뒤따라 들어오는 혜원 모습에서 화면 멈춘다.

음악감독 창작곡 들린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