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예기치 못한 순간에 햇빛 알러지를 만나는 것이다.
나는 강렬한 햇볕 아래 있는 걸 좋아한다
왠지 몸이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햇빛 알러지란 괴상한 사물이 나를 찾아 왔다.
지금 나는 뽀루지 몇개를 긁고 있는데
차창에 햇빛 가리개를 씌우고 거의 햇빛 아래 있지 않았음에도
사방 5cm 내외에서 약 10개의 직경 1mm의 뽀루지들이 살짝 가렵다
이깟것 정도야 하고 무심히 긁다 보면
어느새 벌겋게 성이 나는 것이다.
이것은 전혀 예상밖의 일로
나의 노력여하와 전혀 상관없이 생긴 알러지이므로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거니와
누군가 그러하다면
나로서는 상당히 억울한 일이다.
그렇다면 35만km를 띤 자동차에 썬팅을 해야 하는 것인가?
차창 밖은 녹색의 벼잎들이 보다 선명한 색감의 명랑한 고흐 그림처럼 정확히 펼쳐줘서 기분이 좋은데 말이다.
약간의 귀찮음을 없애기 위해 시커멓게 밖의 풍경을 가리는, 어두워지는 차창을...
현재 아주 미미한 알러지 증상이 있으므로 이까이거 긁지 않으면 가라앉을텐데
나는 긁는다
그래서 성을 내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미미할 줄 알았던 것이 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의 피부 2mm 아래서 조금 가려운 피부를 뒤로 하고
또, 엄지 발가락의 가려움을 느낀다
어느날부터 나의 미각은 내 몸을 괴롭히는 하나의 요건이 되었다
당뇨에 걸린 것이다
그래서 즐겁다고 마구 먹다 보면 여지 없이 엄지 발가락이 가려워지는 합병증 초기 증상에 시달린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하다가 얻은 병이므로
이것은 내게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그래봤자 기껏해야 내 건강이므로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나의 부주의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이 유발되어 나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일 뿐이다
인생은
이렇게
예기치 못한 사건과
예기치 못했으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예기할 수 있는 일들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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