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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맛깔나는 대사)

상속자들 1회 <필사>

 

 

 

 

 

 

상속자들  1회 (필사, 남주=김탄, 여주=은상) 

 

 


1. 몽타주(낮)


 음악 흐르면서 이스트강의 뉴욕 전경, 헐리우드가 쓰여진 산, 거리를 꽉 매우고 걸어가는 사람들, 파도타는 장면, 해변의 사람들, 다시 남주가 파도 타는 장면이 번갈아 보인다.

화창한 날씨의 광활한 바다에서 시원하게 파도를 타는 다양한 포즈의 남주의 모습 몽타주.  자막 뜬다.

 

2. 해변(낮)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을 걷는 사람들.  바다쪽 해변에서 서프보드를 옆에 끼고 걸어오는 남주 일행과 옆에서 걷는 외국인 남녀 친구 일행.


제이 ; (비키니 입은 옆 여자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걷다가 팔을 풀고 남주 앞으로 와서 남주와 옆의 서프보드를 낀 사람에게 차례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즐거운 듯 비명) 예스, 우우 후후후, 유 우후!  (비키니 입은 여자를 목마 태우듯 높이 업는다)

남주 ; (제이에게 영어로 말하고, 자막 뜬다) 제이, 나 샤워 좀 하고 올게.

제이 ; 그래 (영어로 말하고, 자막 뜬다) (업고 있던 여자친구 내려 놓으며) 보고 싶을거야, 너 없이 이 밤을 어떻게 보내지? (키스 한다)

다른 비키니 여자 ; (남주 옆을 걷던 여자 남주에게, 영어로 말하고 자막 뜬다) 조심히 들어가. (남주를 가볍게 포옹한다)

남주 ; (가볍게 포홍 후 먼저 걸어간다)얍, 바이.


3. 해변의 개방된 샤워장(낮)


샤워기 물을 틀어 서프보드낀 채 서프복장으로 샤워를 하는 남주.


4. 해변의 개방된 샤워장(낮)


상의 탈의하고 계속 고개 약간 숙이고 물을 맞는 남주.

손으로 머리카락과 얼굴을 씻다가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된다.


E (남주) ; 유학을 떠나던 날, 형이 건넨 인사는 (사이) 쉽고, 짧고, 솔직했다.


5. 방 (밤, 회상)


형 ; (창쪽을 보고 팔짱낀 채 서 있다가 돌아서서 여전히 팔짱낀 채 앞에서 고개 숙인 고등학생 정도의 남주 보며) 공부?  열심히 안해도 돼.  영어?  귀찮으면 하지마.  그냥 먹고 놀아.  고민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고.  원래 있는집 사자들은 먹고 노는거야, 꿈을 갖는게 아니라.  그리고 가능하면.. 돌아오지도 말고.

E (남주) ; 그순간, 깨달았다. 


6. 커피숍 (낮)


창가 자리에서 생각에 잠긴 채 커피잔을 들어 커피 마시는 남주.

맞은 편에 앉아 스테이크 먹는 제이.


E (남주) ; 내가 미국에 온건, 유학이 아니라 유배라는 걸.  형은, 내가 빼앗게 될 것들을 미리 되찾고 있는 중이란 걸.


커피 마시며 생각에 잠긴 채 창 밖을 보는 남주.

          

여주 언니 ; (커피든 주전자 들고 남주 옆에 와 서서 남주 보며) 더 주까?


잔을 여주 언니 쪽으로 내미는 남주.  커피를 따라주는 여주 언니.


제이 ; (약간 흥분한 어조의 영어로, 자막 뜬다) 근데 넌 원망 안해?  널 미워하는 형이나, 널 낳은 엄마나, 단 한번도 편들지 않는 아버지나.


말없이 창 밖으로 시선 돌리는 남주.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석양.  그 석양 아래서 역광으로 비치는 공놀이 하는 사람들의 모습.

  

E (남주) ; 누군가를 원망하기엔, 난 너무 게으르다.


찻잔 든 채 창밖의 석양을 보는 남주의 옆모습, 노란 석양과 더불어 보인다.


7. 학교 강당 (낮)


 의자에 앉아 있는 영도 앞으로 또르르 굴러오는 야구공, 그 공을 잡고 벽 쪽에 서 있는 학생에게 던지는 영도.  학생 얼굴 옆 벽에 맞고 튕기는 공.  놀라서 ‘어어’ 낮은 비명하며 고개 숙이는 학생.  학생 양 옆에 1명씩 서서 웃고 있는 학생들.  다시 공을 던지는 영도.


영도 ; (벽 앞에 서 있는 학생에게) 친구야, 방학인데 뭐할거냐?  (고개를 거드름 피며 돌리더니) 어우! 이렇게 매일 보다가 안보먼은, 보고 싶겠다, 그지?


주눅 들어서 고개 약간 숙이고 그대로 있는 피해 학생.


영도 ; (공을 주우며 피해학생을 보더니) 왜? 넌 나 안보고싶어?  너무 매정한데 나한테. (팔을 풀스윙하여 공을 던지면, 피해학생의 팔에 맞는다)

피해 학생 ; (아파서 맞은 팔을 잡으며) 아앗!

영도 ; (웃으며) 어우, 미안.  안 다쳤어?

가해 학생 1 ; (한쪽에 팔짱끼고 서 있다가 웃으며) 조영도 피칭 후지네에.  조심 좀 해라.  누가 보면 우리가 쟤 괴롭히는줄 알겠다, 하하하하.

가해 학생 2 ; 하하하하.

영도 ; (정색하며 가해학생1 보며) 그래?  그럼 니가 한번 서 볼래?

가해학생 1 ; (웃던 표정 굳으며 영도보고) 어?

영도 ; (가해학생1 보고 고개짓하며) 서라고 벽에.

가해학생 2 ; 야아, 왜왜 왜그래에?  

영도 ; (진지하게 가해학생2 보며) 니가 대신 설래?

가해학생 1 ; (어설프게 웃으며 벽에 가 서며) 서 설게.  아 서 준다, 내가.  (영도에게 공 던지며) 던져.

영도 ; (공을 받으며) 내가 던진다고는 안했는데.  친구끼리 공평해야지.  (피해학생을 손짓으로 부르며) 친구야, (손짓으로 재차 부른다)


피해학생, 영도쪽으로 약간 움직여온다.


영도 ; 니차례야.  던져. (공을 피해학생에게 던져준다)

피해학생 ; (공을 받아 부들부들 떨며) 영도야..

영도 ; 그래, 뭐어?  던져도 맞고, 안던져도 맞고.  센놈한테 맞느냐, 좀 덜 센놈한테 맞느냐, 그게 문젠데..  근데 사실 더 큰 문젠, 앞으로도 니인생이 쭈욱-- 이럴거란 거지.  왜에?  우리가 커서 니 고용주가 될테니까.  선택해, 얼른.

피해학생 ; 으아! (공을 영도 옆의 거울에 던져 거울이 깨진다)

영도 ; (의자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우후 후후후.


가해학생들, 피해학생을 벽쪽으로 끌고가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친다.


영도 ; (피해학생 보며) 가난하지만, 이 자존심은 지키는 스타일이다아..?  그냥 몸이나 지켜.  (일어서서 엄지손가락 치켜 보이며) 야아, 건강이 제일이지.  (가방 들어 메며) 어우, 난 무서워서 도망가야겠다.  개학하면 보자.  부디 즐거운 방학 보내고. (나간다)

가해학생 1 ; 어 가라.


가해학생2, 피해학생의 복부를 주먹으로 친다.

가해학생1, 피해학생을 발로 찬다.

쓰러져 주저앉는 피해학생.

     

8. 오토바이 가게 (낮)


주인 ; (주황색 멋진 오토바이 바퀴부분부터 짚으며) 머플러, 라이싱 키트, 시트, 핸들, 헤드램프..  다 주문하신대로, 튜닝했습니다.  부품들이 워낙 고급랜텀들이라서 죄다, 태평양 건너왔어요.

영도 ; 그만큼 많이 남겨먹으실 거잖아요.

주인 ; 아이, 단골이신데..허허.  저 캠체인이랑 텐셔너도 교체해 드렸는데..

영도 ; (주인 똑바로 보며) 지금 제돈으로 생색내시는 거예요?

주인 ; 아 저, 그런 뜻이 아니라..

여주 ; (문 열고 치킨박스 들고 들어오며) 주문하신 치킨 왔습니다.

주인 ; 어, 저 안쪽에.  (안쪽을 향해 크게) 이거 돈 좀 줘라! 어이?

E (오토바이 직원) ; 예에!


9. 오토바이 가게 응접실 (낮)


직원 1명은 소파에 앉았고, 다른 한 명은 걸어와서 여주 맞은 편에 선다.


여주 ; (탁자 위에 상자 놓고) 만육천백원입니다.

앉아있는 직원 ; (어이없다는 듯) 허, 백원은 또 뭐야아?  까가 사먹게?

여주 ; (잔돈 내밀며) 거스름돈이요, 지폐 주세요.

서있는 직원 ; (잔돈 받으며) 오우 똘똘한데 알바.  고딩?

여주 ; (손목 시계 보다가) 영수증은 박스위에 있습니다.

앉아있는 직원 ; 알바 몇시에 끝나?  오빠가 오토바이 태워주까?

여주 ; (손 내민 채) 아뇨, 돈 주세요.

앉아있는 직원 ; 어이, 튕기지 말고오오..  오빠가 데릴러 갈게.

여주 ; (전화 걸고 전화기 귀에 대고) 아네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현재 알바중인데요.

서 있는 직원 ; 야, 어디다 전화하는 거야?

여주 ; (전화기 귀에서 떼고 직원보며) 경찰서요.

앉아있던 직원 ; (놀라서 일어서며) 어?

여주 ; (전화기 대고) 예에, 어떤 아저씨들이 저한테..

앉았다 선 직원 ; (전화기 뺏어 끄며) 학생. 아, 장난 좀 친거야, 장난.  (돈 건네며) 만칠천원, 세봐.

여주 ; (돈 받고 꾸벅 인사하며) 맛있게 드십시오.


10. 오토바이 가게 매장 (낮)


시계 보고 달려 나가는 여주.

여주를 보는 영도.


11.커피샵 (낮)


주문 받고, 얼음 넣어 여러 가지 음료를 만들고 커피를 넣어 세팅한 후, 겨우 한숨 돌리는듯 탁자에 살짝 기대서서 팔로 땀을 닦는다.  힘든 표정이다.


12. 커피샵 (낮)


한숨쉬며 쟁반과 헹주 들고 테이블 옆을 지나다가 의자에 앉아 책보는 찬영 보고 멈춰 선다.


여주 ; 언제 왔어?

찬영 ; 한 30분?

여주 ; 30분이나 그러고 있었어?  주문도 안하고?  우리 사장님은 뭐 흙퍼다 장사하냐? 

찬영 ; 보나 오며언.  거의 다 왔어.

여주 ; 아 진짜. 니들은 서울시내 커피숍이, 여기밖에 없냐?  왜자꾸 여기서 데이..


찬영, 접은 우산을 여주에게 내민다.


여주 ; 뭐어?

찬영 ; 알바 마치고 집에 갈때쯤, 비가 올거다.

여주 ; (우산 받고 앉으며) 이걸 날 주면, 니 여친은?

찬영 ; (웃옷을 돌려 머리위에 두르며) 우리 보나야, 늘 영화속 주인공이지.

여주 ; 아아 나 진짜.

찬영 ; (옷 내리며) 그러니까 너도 빨리 남친 만들어. 

여주 ; 사치스런 소리한다.  시급없이 보내는 시간은 나한텐 전부 사치거든.

찬영 ; (안스러운 표정으로 보며) 알바를 대체 몇 개를 하는거야? 

여주 ; 그럼 어떡하냐, 나한테 허락된 천국이 알바천국 하나뿐인데.

보나 ; 윤찬영, 눈깔어! (와 서서)

찬영 ; (웃음 띠고 옆 의자에서 가방을 치워주며) 왔어?

보나 ; (가방 치운 의자에 앉아 여주 노려보며) 너 자꾸 내 남친한테, 꼬리치지 말랬지?

여주 ; 넌 내가 그렇게 예쁘냐?

보나 ; 허, 예쁘다곤 안했거든.

여주 ; 그지?  근데 넌 되게 예쁘거든.  그러니까 바쁜 알바생 시간 그만 뺏고 (일어서서) 주문할래?  아님 나가줄래?

보나 ; 대박.  손님한테 이래도 돼에? 서비스 완전 엉망이네.

여주 ; 이런, 들켰네. 

보나 ; 이씨이.. (일어서며) 찬영아 가자.  너 내일 떠나는데, 얘랑 이러고있는 시간, 너무 아까워,


일어서는 찬영.


여주 ; (찬영 보며) 너 어디가?

찬영 ; 그냥 잠깐 어디..

보나 ; (손으로 찬영의 입 막으며) 안돼!  말해주지마, 말해주지마.  나만 알거야, 가자. (팔짱 끼고 나간다) (나가다가 서서 찬영을 훑어보더니) 근데 너 내가, 화이트 베이직에 레드아이템 포인트 주랬잖아?  써머 징글벨 컨셉이라니까.

찬영 ; (빨간 단화 보여주며) 이거, 레드.

보나 ; 아 이건 레드가 아니라 다크레드지.  못살아.  가자. (팔짱끼고 끌고 나간다)

찬영 ; (끌려 나가면서 은상에게 손짓으로 인사하며) 미안, 시간 뺏어서.

보나 ; 손님도 없는데 무스은..

찬영 ; (문쪽으로 걸어나가며) 문자 하자.

보나 ; 하기만 해에?

은상 ; (나가는 뒷모습 보며 혼잣말로) 어유, 저 사치덩어리들.  (창문쪽으로 보이는 찬영이 보나의 뒷머리를 쓰다듬는 모습 보고 약간 부러운 눈빛이다) 허.


13. 거리 (낮)


나란히 걸어가는 보나와 찬영.


보나 ; 차은상 싫어.  정말 싫어, 완전 싫어, 매우 싫어.

찬영 ; 그러지 말지이?

보나 ; 니가 그러지말지 해서 더 싫어.  구질구질 주제에, 나 무시하구. 내 앞에서 기도 안죽구.  내가 모르는 윤찬영 어린시절 다 알구있구.  씨, 짜증나 차은상.

찬영 ; 짜증내면 늙는다.

보나 ; (파일을 가슴에 안으며) 아 오늘은 할 수 없어어.

찬영 ; (보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에이그.

보나 ; 아 이건 반칙이지이.

찬영 ; 윤상이랑 나랑 그냥 친구야.  내인생의 절반을 친구로 지냈다.  그렇게 못믿냐, 나를?

보나 ;  웃기시네, 친구 가능한 남녀청소년이 세상에 어딨어!  (먼저 간다)


미소 띠고 따라가는 찬영.


E (은상) ; 없긴 왜 없어?


14. 거리 (밤)

  

은상 ; (전화기 들고 통화하며 밤거리를 걷는다) 꼭 저런애들이 커서 사랑과 전쟁에 나오고 그러는거야.  진짜 의붓증이야 뭐야?  완전 싫어.


15. 은상 언니 방 (밤)


옷가지들이 너저분하게 널린 방 안.


F (녹음되는 전화기의 은상) ; 매일 다른옷 입고 오는것도 싫구, 기사가 문열어주는 큰차타고 뒷자석에서 내리는 것도 싫구, 구김살 하나없이 환한 거,, 그게 제일 싫어.


은상 언니 동거남 ; (영어, 자막 뜬다. 화나서 크게) 여긴 내 집이야. 내 집에서 뭘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은상 언니 ; (영어, 자막 뜬다.  허리에 손 올리고 똑바로 동거남 보며) 내가 전에 말했지?  넌 이래서 쓰레기라고!    

동거남 ; (세게 은상언니 뺨을 때리고 은상언니, ‘아아!’ 비명 지르며 그 힘에 주저앉는다. 영어로, 자막 뜬다) 이 집에서 당장 꺼져!  (나가버린다)


뺨을 잡고 쪼그리고 앉은 채 전화기쪽 보는 은상언니.  전화기 놓인 책상으로 화면이동하면, 책상에 은상과 은상언니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작은 틀에 꽂혀 있다.


F (은상) ; 근데 언니, 이거 확인은 하는 거야?  바빠도 전화 좀 해라.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그래도 언닌 좋겠다아..  미국에서 대학도 다니고.


16. 거리 (밤)


은상 ; (걸으며 통화 중) 아무튼, 연락 줘어.  보고 싶다.  (전화기 끈다)


우르릉 쾅쾅 소리.


은상 ; 어. (하늘을 올려다 보며) 어, 진짜 비오네.  (우산을 꺼내 펼치려하나 안 펴진다) 어왜 안돼? 아  (달려가서 건물 창 앞에 선다. 창 안을 보면 드림캐처 등 여러 가지가 걸린 잡화상이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어, 드림캐처다. (우산이 펼쳐진다.  우산을 쓰고 다시 창 안을 본다)


천장에 걸린 몇 개의 드림캐처(가운데 구멍이 있는 원반이 있고 그 옆으로 솔처럼 굵은 실타래가 드문드문 연결된 것)가 보인다.


17. 집 외경 (밤)


실내등이 켜진 집 외경.


18. 부엌 (밤)


블라인드 몇개를 손으로 젖혀 밖에서 비가 오는 걸 보는 찬영.

야채 써는 소리.  돌아서서 씽크대로 간다.

준비대에 놓인 여러 가지 야채들과 음식재료들.


찬영부 ; (썬 야채를 옆 접시에 담으며) 보나 만난거 아니었어?  같이 안먹고 왜에?

찬영 ; (냄비들고 준비대의 찬영부 옆에 가져가며) 아빠랑 먹으려고.  혼자 먹으면, 진짜 홀아비 같잖아, 비도 오는데.

찬영부 ; (다시 당근을 썰며) 너 때문에 화려할뻔한 불금이, 매우 담백해졌단 생각 안드냐?

찬영 ; (썰어놓은 당근을 집어 먹으며) 아빠 여자친구 생겼어?

찬영부 ; 그걸 방해했단 생각, 안드냐고? (당근을 썬다)

찬영 ; (접시를 챙겨 식탁에 놓으며) 에이, 당근은 감자보다 작게 썰어야 한다니까.

찬영부 ; 근거는?

찬영 ; 감자가 수분의 함유량이 더 높아.  당근보다 빨리 익기 때문에, 함께 볶을 경우, 당근의 부피가 작아야, 익는 속도의 밸런스가 맞으니까.

찬영부 ; 그럼 크게 썰어서 따로 볶으면 되잖아.

찬영 ; 요리시간이 장기화되는 것에 비해, 식감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따로 볶는건, 비경제적이니까. 

찬영부 ; (불 있는 곳으로 옮겨 서서 손가락 부딪쳐 소리내며) 그말 그대로,  영어로 좀 해봐.

찬영 ; (계란 풀며) 아하, 그래 졌어요, 아빨 어떻게 이겨.  설거지하면 되지?

찬영부 ; (음식 주걱으로 저어 볶으며) 세탁기도 돌려.  오늘 너 땜에 내돈 너무 많이 썼어.

찬영 ; 비행기표 끊었어?

찬영부 ; 어.  보나한테 미국간다고 얘기했어?

찬영 ; 했지이.. 따라오겠다고 난리야.

찬영부 ; 미국에서 살림을 차리시겠다?

찬영 ; 돈 좀 보태실래요?

찬영부 ; (다른 재료 후라이팬에 부으며) 별로 믿을만한 투자처가 아니라서.  은상이한텐,  얘기했어?

찬영 ; 은상이한테 얘기 못했지.  알바하느라 정신없는데, 것다 대고 어학연수 얘긴 좀 그렇잖아.  은상이어머님은?  잘 계셔?

찬영부 ; 움,, 제국그룹 권력의 핵심이시지.  사모님이 꽈악.. 잡혀 사시거든.

찬영 ; 진짜?

  

19. 김탄집 외부 전경 (밤)


20. 김탄집 부엌 (밤)


넓고 깔끔한 부엌.

당근조각들을 큰 녹즙기에 넣고 누르는 은상모.


가사도우미 ; (은상모 어깨를 두드려 보게 한 후) 작은 사모님, (손으로 먹는 시늉하며) 식사하신데요.  (급히 가려는 은상모의 팔을 잡고) 아, 히스테리 장난 아니니까, 조심하세요.  미국에 있는 아들이 계속 전화를 안받는 모양이예요.

   

씨익 미소지은 후 은상모 나가고, 가사도우미 즙을 짠다.


21. 식당 (밤)


 벽에 큰 그림 걸렸고, 샹들리에 불 켜져 있다.  중앙에 대리석으로 된 식탁과 갈색의 가죽의자 놓였다.  식탁 위에 음식 차려져 있다.


김탄모 ; (한손에 와인잔 들고, 다른 손에 핸드폰 들고 귀에 댄 채, 초조한 어조로) 컴온온..  왜 안받아, 왜에에..


F (교환 음성) ; 연결이 되지 않아..


김탄모 ; (전화기 내리며) 허휴. (식탁에 툭 와인잔 놓고 털석 앉아서 국을 한숟갈 먹더니 인상쓰며) 국이 왜이래?  말도 못해, 간도 못 봐, 그 입은 대체 어디다 쓸건데?

은상모 ; (수첩에 달린 팬으로 글을 써 보여준다) 다시 올릴게요.

김탄모 ; (째려보며) 어느 세월에?  (숟가락으로 국그릇을 탁탁 치며) 치워요. (와인 마신다)

가사도우미 ; (달려 들어와) 사장님 들어 오셨어요.

김탄모 ; (한모금 마시던 잔을 놀라서 떼며) 벌써? (와인잔 은상모에게 보이며) 이거 어떡해? 이거 (와인잔에 입에 있던 와인을 뱉는다)

가사도우미 ; 바로 올라가셨는데..

김탄모 ; (와인잔 놓고 가사도우미 보며) 아, 왜 맨날 중한 얘기를 꼭 뒤에 해?  일부러 그러는거야? 나 들키라고?  (와인잔 들어 다시 마시고) 셰또라또르와 함께 하는 저녁따위, 내게 허락되지 않는거야? (와인 마시려는데)


와인잔을 뺏어 와인을 국그릇에 붓고, 냅킨으로 김탄모의 입을 닦아주는 은상모.


김탄모 ; 아줌마 미쳤..


와인잔을 행주치마 안에 숨기는 은상모.

문 열고 들어오는 김탄형.


김탄모 ; (미소 지으며 김탄형 보며) 왔니? 밥은?

김탼형 ; (김탄모를 보지도 않고 가사도우미에 시선 고정한 채) 점심을 늦게 먹었어요.

김탄모 ; 아유, 몸 상해. 담부턴..

김탄형 ; (가사도무미 보며) 오늘 제방 청소, 누가 하셨어요?

가사도우미 ; 제가..

김탄형 ; 다시 하세요.  물 한잔 갖다주세요, 서재로.  (돌아서 문 열고 나가버린다)


급히 달려 나가는 가사도우미.


김탄모 ; 지하가서 와인 같은 걸로 꺼내 오고, 잔 새걸로 갖고 와요, 내 방으로.

은상모 ; (쪽지에 써서 보여준다) 식사 더 하셔야지죠.

김탄모 ; 아줌마, 이 무시를 당하고도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면, 그게 첩이야아.  원래 사모님들은, 이럴 때 쌀 한톨도 못 넘기는거야.  (식탁 위 음식을 가리키면서 일어서며) 다 버려요.  (나간다)

E (은상모) ; (수첩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문쪽을 보며) 밥을 넘기나 못넘기나 첩은 첩이네요오.  (식탁 위의 음식 그릇 들어 치우며) 밥 넘기는 첩이 낫지, 술 넘기는 첩이 낫나아.  


식탁 위의 근사한 음식들 보인다.          


22. 은상집 거실 겸 부엌 (밤)

 

식탁 위, 김탄집 식탁 위에 차려졌던 음식 그대로 차려져 있다.  은상 앞에 밥그릇을 놓는 은상모의 손.

식탁 의자에 앉아 엄마를 노려보는 은상.


은상모 ; (수화로 은상 보며) 왜? 뭐? 사모님이 먹으라고 주신거야. 찍소리말고 먹어.

은상 ; (여전히 노려보며) 사모님이 주신거면 난 무조건 찍소리말고 먹어야 돼?  내가 그댁 음식물쓰레기통이야?

은상모 ; (수화로) 뭐면 어때.  먹고 사는거보다 더 중요한게 어딨어?  우리형편에 이런반찬이 가당키나 한줄 알아?

은상 ; 우리형편이 이런게 내탓이야?  혼자 많이 드셔.  (일어서서 방으로 들어가 여닫이문을 닫는다)

       

23. 방 (밤)


방에 들어와 털석 주저앉아 앉은뱅이 책상에서 수첩 하나를 들고 본다.


E (은상) ; 나쁜년.  (선반에 놓인 언니와 은상이 찍은 사진을 보며 울적한 표정으로) 지혼자 호강하고.


문 열고 손에 통장든 채 들어오는 은상모.


은상 ; (책상쪽으로 돌아 앉으며) 안먹는다니까.


책상 위에 통장을 놓는 은상모.  수첩보느라 못 본 은상, 여전히 수첩을 보고 있다.

은상의 등짝을 짝 때리는 은상모.


은상 ; (비명) 아! 아, 진짜. (짜증내며 돌아본다)

은상모 ; (수화로) 알았어.  다음부터는 안가져와.  내일 알바 몇시부터야?  은행 좀 가야 허는데.

은상 ; 허, 직접 안가고 인터넷뱅킹하면 된다고 내가 몇 번 말해.  (통장 들며) 어디 얼마?

은상모 ; 직접 가야 확실하지.  집에서 컴퓨터 뚜드린다고, 어떻게 돈이 미국까지 가아..

은상 ; 미국?  언니한테 돈보내게?

은상모 ; 거기 든 거 전부 다 보내.

은상 ; (통장을 펼쳐 보면, 830만원이 찍혀 있다. 놀라 엄마 보며) 이걸 다? 전부? 왜? 무슨 일 있대?

은상모 ; 농이라도 하나 사라고 해.  언니 결혼한대.

은상모 ; (놀라며) 뭐어? 뭘 해?


24. 유라엘모 사무실 (낮)


유라엘모 ; (사무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재혼.

유라엘 ; (그 앞에 서서) 재혼?  아빠랑 이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재혼을 해?

유라엘모 ; (책상위의 서류보며) 재혼할만큼은 됐어. 

유라엘 ; 아빠도 알아?

유라엘모 ; (여전히 서류에 시선둔 채) 알려서?  축하라도 받을까?  결혼기사 날거고, 기사보면 알겠지.  (인터폰버튼 누르고) 3차 리오도 들어간 원피스 좀 찾아갖고 와.  사이즈 스몰로. (인터폰에서 손 떼고, 유라엘 보며) 점심 먹기로 했어.  옷 갈아 입어.  피부톤 죽어보인다.

유라엘 ; 누구랑?  아빠랑?

유라엘모 ; 새아빠랑아.

유라엘 ; (흥분하여 크게) 엄마!

유라엘모 ; (일어서서 유라엘 발쪽 넘겨다 보며) 신발도 바꿔신어야겠다.  킬힐 안돼.  굽 낮은거 신어.  그사람.. 키 별로 안커.  (향수 뿌린다)

유라엘 ; 하아, 누군데?  (크게) 키 별로 안크고, 기사 나가면 알만한 그사람이 누군데에!?


25. 거리 (낮)


나란히 급히 걸어가는 은상과 모.


은상 ; 부자래?  몇 살이래?  한국사람이야, 미국사람이야?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봤어?  (은상모 팔을 잡고 앞을 가로막고 서서, 절실한 표정으로) 대답 좀 해봐.  결혼식 언젠데?  우리 초대한데?  비행기표 보낸데? 

은상모 ; (수화로) 거기가 어디라고 가, 가길.

은상 ; (옆에 지나가는 사람의 눈치보며) 밖에선 문자하라니까.

E (은상모) ; (가방에서 핸드폰 꺼내 찍으며) 미국대학까지 다니는 언니가 어련히 알아서 잘 골랐을까봐.  우리가 가먼 언니한테 흠이야.

은상 ; (정색하며) 우리가 왜 흠이야?  우리가 뭐 어때서?

은상모 ; (수화로) 착하고 성실하데.  그래서 놓치기 싫대. 그러면 됐지, 뭘 더 바래.

은상 ; (크게) 왜 못 바래?  언니 가출하고 내가 얼마나..  나 언니 결혼식 갈거야.  송금 안해.  은행가서 보낸다고 이돈이 미국까지 가겠어?  내가 직접 들고가서 전해주고 올게.  나 알바 늦었어.  간다.  (달려가 버린다)

은상모 ; (은상뒷모습에 대고 오라고 손짓아며) 어어.. 어..  (그러다 포기하고 눈시울 붉어진다)


26. 식당 (낮)


유라엘모 ; (스테이크를 한조각 썰어 입에 넣고 음미하며) 으음, 훌륭해.  수석 솁, 어렵게 데려온, 보람 있네요.


영도, 답답한 듯 물컵 들어 마신다.

영도 부 ; (와인잔 들고) 어, 매출이 확 뛰었어.  원래 셰프도 훌륭했는데.. 딴데서 러브콜 오니까, 바로 배신 때리더라고.

유라엘 모 ; 결론적으론 덕이네요..  모든일이 그래요, 이렇게 되려고 그런일이 있었던거죠.

영도 부 ; 그렇지, 결론만 놓고보면.  모두 그 결론을 위해서 달려왔던 과정들이거든.  오늘이 있을려고 그시절 그렇게 아팠구나아..  그래서 나는, 우리 두집안의 인연도, 그런 맥락이라고 본다.


무료한 표정으로 고개 삐딱하게 앉은 유라엘.

피식, 비웃는 표정의 영도.


유라엘 모 ; 맞는 말씀이세요.  각자의 상처들이 있었지만, 오늘의 인연을 위해, 더욱 단단하고 견고해진거라 생각해요.


하아, 가찮다는 표정의 유라엘.


영도 부 ; 부부의 연만큼이나 소중한게, 형제의 연이지.  (영도 본다)

유라엘 모 ; (영도 보며) 생판 모르는 사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영도가.. 라엘이보다, 생일이 더 빠르던데..

영도 부 ; (영도 보며) 정식으로 인사해라.  이제 니 여동생이다.

영도 ; (숨 한번 쉬고 라엘이 보며) 흐음.  안녕, 시스터?

라엘 ; (영도 보며 혀 찬다) 하아.

라엘 모 ; (미소 지으며) 우리 라엘이 잘 부탁해.  앞으로 오빠로서.. 잘 챙겨줘야 한다?     영도 ; 그럼요오.  여동생이 너무 제취향이네요.  그럼.  (의자 빼고 일어난다)

영도 부 ; 앉아.

영도 ; (선 채) 약속 있어요.

영도 부 ; (냅킨으로 입 닦고 일어나, 한팔로 영도의 팔을 잡고 영도의 뺨을 풀스윙으로 때린다.  놀라서 움직임 멈추는 라엘과 라엘 모) 앉아.

영도 ; (입술의 피를 훔친 후 부를 노려 보며, 비웃음 띠고) 이젠 진짜 못 앉죠.  여동생보기 쪽팔려서.  (이 악물고 낮게) 식사 맛있게들 하세요. (사이) 가족끼리.          

영도 부 ; (라엘 보며) 결례를 범했구나.  대신 사과하마.

라엘 ; (영도 부 올려보며) 아뇨.  사과는 본인한테 직접 들을께요.  (빽 들고 나간다)

영도 부 ; (성질나서 넥타이 풀더니, 삐딱한 자세로 앉아 한팔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라엘모 보며) 라엘이 성격이 꼭 너같다.         

라엘 모 ; (영도 부 보며) 영도 성격은.. 전 와이프를 닮았네요. 

영도 부 ; 두 번 다시 내앞에서 그여자 얘기...

라엘 모 ; (말 자르며) 예뻤어요, 많이?  (와인 마신다)

영도 부 ; 하아.  (미소 띠고) 이래서 니가 좋아.  아냐?

라엘 모 ; (와인잔 든 채 미소 짓고 보며) 알죠.


27. 식당 건물 밖 (낮)


시무룩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오토바이쪽으로 다가가는 영도. 오토바이에 꽂힌 헬멧을 들려는 영도.


라엘 ; (영도 뒤에서 걸어오며) 헤이, 부라더.  (영도 앞에서 영도 보며) 좀전에 보니, 매를 사서 버는 타입인거 같더라.

영도 ; (몸 살짝 돌려 라엘 보며) 그렇게 보기드문 이벤트까지 해줬는데 밥이나 먹지, 왜 따라나와아?  나 잡으러나온거며언...

라엘 ; 너 놓치러 온건데.  그래야 나도 저 거지같은 식사자리로 안돌아가지. 

영도 ; 그럼 잘 놓쳐라. (오토바이에 타고 헬멧 쓰려고 한다)

라엘 ; 나 김탄이랑 약혼한거 알지?  우리가 남매가 되면..  탄이랑 너, 처남 매제, 되는 건가?

영도 ; 근데?

라엘 ; 이결혼 너만 싫은거 아니란 얘기야.  근데, 이 결혼이 더 끔찍한 건, 나보다 너인거 같아서. 잊고 있을까봐 알려주려고.  그럼, 난 너 놓치러 간다.  (돌아서 가는데)

영도 ; 난 이결혼 싫다고 한적 없는데.

라엘 ; (서서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며) 무슨 뜻이야?

영도 ; (팔을 헬멧에 올리고 고개 옆으로 까닥하며) 이바닥 사람들 결혼이 무슨 뜻인지 몰라?  약혼까지 해놓고? 

라엘 ; 그러니까 무슨뜻이냐고오.  정확히 말해.

영도 ; 결혼을 빙자한 엠엔에이.  다른말론 인수합병.  니네 엄마가 갖고있는 제국그룹 지분, 결국 누가 갖게 될까?  그러니까 깰수있겠거든 이결혼 깨봐아.  괜히 유라엘이 최라엘 되지 말고.  (시동걸고 헬멧쓰고 오토바이 몰고 간다)

      

약간 어이없고 화난 표정으로 서 있는 라엘.


28. 식당 주방 (낮)


빠르게 양파를 자르는 칼든 손과 도마 보인다..  불꽃 올라오는 후라이팬 돌리는 남자와 밖에서 ‘어 언니, 빨리--’하는 소리들로 한창 바쁜 주방.

많은 설거지 쌓인 싱크대 앞에서 땀 흘리며 빠르게 설거지하는 종업원 복장의 은상.

종업원 복장을 한 여자, 큰쟁반에 담긴 빈그릇들 씽크대에 대충 놓고 간다.

큰쟁반이 씽크대에서 미끄러져 은상이 설거지하는 통으로 넘어지려하자, 그걸 손으로 받는 은상.  너무 속상하고 힘들고 슬픈 표정으로 큰쟁반을 받은 채 멈춘 은상.  눈물을 참는 얼굴빛.


29. 식당홀 (낮)


주인 ; (의자에 앉아 봉투를 은상에게 내밀며) 수고했어.  방학인데도 열심이네.  어디 놀러안가?

은상 ; (고개 숙여 인사하며 봉투 받고 섰다가 약하게) 가려구요..

주인 ; 어디?  아, 가기전에 휴무날짜 미리 알려줘야된다아. 

은상 ; 미국에 있는 언니가 결혼한대서, 미국 가려구요.

주인 ; 어 그래?  축하할 일이네, 얼마나 있다 오게?

은상 ; 안오려구요.

주인 ; 안온다고?

은상 ; (혼잣말처럼) 언니가 결혼을 한다는 건,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거구.. 언니가 안 돌아온다는건, 난 평생 설거지나 하면서 엄마와 둘이 살아야 한다는거고..  처음부터 내 인생은 흑자없이 세팅된건가.. 너무 억울하고..

주인 ; 무슨 열여덜이 벌써 그런 생각을 해에..?

은상 ; (주인 보며) 그래서, 미국 가려구요.  여덟살때부터 한 생각이거든요.


30. 은행 (낮)  


손에 쥔 통장 만지작거리는 은상의 손.


은행직원 ; (앉아서 맞은편의 은상 보며) 환전하시게요?

은상 ; (통장에 눈 둔 채) 네에.

은행직원 ; (책상 가리키며) 여기 통장하고 신분증 좀 놔주세요.


생각에 잠긴 은상.

은행 차임벨이 울리고 뒤쪽에 앉았던 사람, 옆 직원에게 걸어간다.

통장을 꽉 쥐는 은상의 손.


31. 은상집 외경 (밤)


32. 은상방 (밤)


책상 위의 수첩에 펜을 꽂고, 수첩과 펜들과 맨 위에 신분증을 챙기는 은상의 손.


33. 은상집 거실 (밤)

 

은상모, 작은 냉장고 문을 열린 앞에 앉아서 검은 비닐봉지에서 뭔가를 꺼내 냉장고에 챙겨 넣는 중이다.

은상방문 열리며 수첩든 은상 나온다.


은상 ; (수첩든 손 뒤에 두고 조심스럽게) 나 오늘 환전했어..  걱정마, 잘 갔다주고올게.  그래도 결혼식인데, 식구가 한명정도 앉아있으면 좋잖아.  (식탁 위에 신분증을 놓고) 여권은 내가 알아서 만들었어.  나오는데 삼일 걸린데.


말없이 멈춰있던 은상모, 비닐봉지에서 야채봉지 꺼내어 냉장고에 넣는다.

은상, 식탁 뒤쪽 tv놓인 낮은 여닫이장 앞에 앉아 여닫이문을 열고 챙겨온 수첩들을 안에 넣는다.  이미 나란히 꽂혀 있는 수첩들. 

은상, 수첩을 들고 펼쳐 본다.  수첩의 곳곳에 적힌 글들.


E (은상모) ; 큰 사모님 왔다 가셨어요 오전에

             죄송합니다 사모님

             저녁반찬 뭘로 할까요, 사모님 


울적한 표정으로 엄마를 돌아보는 은상.

수첩에 글씨 보이고, 수첩을 은상이 넘기면 또 글자 보인다.


E (은상모) ; 화 푸세요 사모님


거실의 식탁 뒤쪽 냉장고 앞에 앉아 작은 스텐레스 둥근상을 당기고 그위에 검은봉지에 담긴 콩을 쏟아붓는 은상모.


E (은상모) ; 영어는 제가 잘 몰라서 빨리 외울게요 사모님

             드라이는 영어로 DRY CLEANINING onLY


수첩을 넘기면, DRY CLEANINING onLY 반복되어 적혀있다. 

그걸 넘기며 보던 은상, 기어이 소리 참으며 운다.


은상 ; (눈물 닦고 엄마 돌아보며) 뭐해?  미숫가루 만들게?


콩을 편평하게 펴며 보고 있는 은상모, 고개를 약간 끄덕인다.


은상, 다시 울먹하며 엄마보다가 고개 돌린다.  자신이 넣어둔 수첩(펜이 묶여져 있는 수첩들이다) 열어, ‘미안해 엄마’ 라고 쓴다.


E (은상) ; 미안해 엄마.


32. 은상방 (밤)


접힌 옷이 든 짐가방에 수첩을 넣는 은상의 손.

짐가방 열려 있고 옷이며 갖가지 짐이 들었다.

그 옆에 쪼그리고 앉은 은상.


E (은상) ; 꼭 성공해서 모시러올게.  조금만 기다려.


은상,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다가 모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우는 은상.


33. 라엘방 (밤)


양손에 구두 하나씩을 들어 보이는 라엘의 손.

짐이 가득 든 가방과 그 앞에 서서 구두 들고 보는 라엘.


라엘모 ; (팔짱끼고 서서 보며) 이민가니?  왼쪽.

라엘 ; (구두를 가방에 툭 던져 넣고) 여차하면 눌러앉으려고.  (사진액자 들어 가방에 넣는다)

라엘모 ; 꼭 니가 가야해에?  걔가 오겐 못해?

라엘 ; (옷 챙기며, 비웃듯) 왜 못해?  내일 당장 청첩장 하나 찍어서 줘봐.  예비장모님 결혼식인데, 그 신기한 구경을 놓치겠어? 

라엘모 ; 우리재혼 맘에 안드는거 아는데.. 나 너 설득할 생각없어.

라엘 ; (엄마 돌아보며) 설득할 자신이 없는 거겠지.  아유 설득할 논리가 있어야지.

라엘모 ; 원한다면 호적에서 독립해에..

라엘 ; 유산가지고 협박하는거야?

라엘모 ; 가장 효과적이니까?!  늘 먹히구?

라엘 ; (흥분하여) 대체 엄만 최영도아빠가 뭐가 좋아?  소문어떤지 다 알잖아아.. 수틀리니까 바로 손나가고.  아님, 진짜 사랑에라도 빠진거야?

라엘모 ; (낮고 강하게) 유라엘!

라엘 ; 그렇게 부를때마다 아빠한테 안 미안해?  최라엘 만들려고 하면서.

라엘모 ; 도망쳐갈 약혼자도 있고.  우리딸 인생 괜찮네에.  우리 예비사위한테, 안부 전해줘오오. (당당한 걸음으로 나간다)

라엘 ; (발 굴리며) 아아, 짜증나.  소파에 앉아 전화기 들고 전화한다.


배경음 들린다.


34. 미국 김탄집 외경 (낮)


배경음 들린다.


산으로 둘러싸인 으리으리한 저택같은 김탄집 외경이 보이다가 집에 점점 가까워지면 실외수영장이 보인다.


E (김탄) ; 쫓겨나듯 떠밀려온 캘리포니아에서,


35. 김탄집 안 (낮)

  

E (김탄) ;  내가 제일 처음한 생각은, 아몬드는 실컷 먹겠네, 였다.  그리고 아주 잠깐, 유배된 서자답게, 반항이란걸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냥 형의 당부대로 먹고, 놀기로 했다.  그결과, 내 얼굴을 주시하는 경찰관이 생겼고,  학교에선 늘 주목을 받았으며, 서울에 있는 엄마를, 매일 울릴 수 있는 재주가 생겼다.  

    

 문안으로 들어가면, 주로 하얗게 인테리어된 큰 거실 보이다가 이층으로 올라가는 하얀 계단, 큰 그림들이 코너마다 놓인 긴 복도를 돌아 김탄의 방 보인다. 

창문 옆에 파도타기도구 세워져 있다.

침대에 앉아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는 김탄의 모습 보이고, 옆 선반에 놓인 작은 사진액자들.

어린 김탄과 엄마, 형과 김탄의 사진 등이다.


전화벨소리.


미국 친구 ; (핸드폰 들고 방으로 들어서 문닫고 김탄에게 전화기 던져준다, 영어로) 전화 와. 거실에 있더라. 

김탄 ; (전화기 받으며, 영어로) 생스.  (핸드폰 덮개 열고 보면 라엘인걸 보고 덮개를 덮고 침대에 던져버린다)

미국 친구 ; (양손 벌려 왜?라는 시늉하며, 영어로) 안 받아?  아까부터 징그럽게 울리던데?

김탄 ; (침대에서 일어서 나오며, 영어로) 응.  안 받아도 알거든.  (창가에 가서 파도타는기구 만지며) 내 약혼녀가 곧 미국행 비행기를 타거나, 이미 탔거나, 아니면 도착했거나 셋 중 하날 거야.  곧 우리 약혼 기념일이거든.

미국 친구 ; 셋 다 별로라는 얼굴이다?

김탄 ; (옆에 있던 모자를 집어서 쓰며) 아니 이건 그냥 잘생긴 얼굴이고.

미국 친구 ; 오케이..

김탄 ; 뭐해, 짐 챙겨.

미국 친구 ; 약혼 기념일이라며.

미국 친구와 김탄 ; (어깨 동무하여 돌아서며, 동시에) 약혼 기념일을 챙기기엔 난 너무 게을러서. (나간다)


36. 도로 (낮)   

 

차 위에 파도타기도구 두 개 올리고 도로를 질주하는 찝차.  김탄과 미국친구 차에 탄 채 함성 지르며 달리고 있다.  도로 위의 전경 보이면, 바다 옆 도로를 속도내어 질주하는 김탄의 차.


37. 몽타주


공항 근처 도로 전경.

큰 공항의 표지판 보인다.


38. 공항안 (낮)


공항의 도착지 등 적힌 표지판 보인다.

짐 끌고 나오다가 공항주변에 오는 사람을 맞이하려 쭉 모여서 늘어선 외국인을 보는 은상.


은상 ; (긴장한 표정으로 뒤에 멘 배낭을 앞으로 돌려 메며) 쫄지 말자.  전교 14등도 해본 나야.  (들고 있던 A4 보고 읽으며 걷는다) 켄아이게더스티맵?  훼얼이즈서브웨이스테이션?  우드유라잌피플오어..  아 이거 아니고. (두리번거린다)


39. 공항 앞     


공항앞을 지나가는 버스 두 대.

가방 끌고 종이 들고 문에서 두리번거리며 나오는 은상.

종이의 지도그림 보는 은상.

전화벨소리.

그쪽을 보는 은상.


라엘 ; (하얀 원피스를 차려입고 핸드폰 받으며) 어, 나아.  지금 막 도착했지.  탄이 당연히 나왔지이..  내가 혼자 있겠어?  차에 짐 실는 중이야.  못본새 더 근사해졌어.  키가 더 컸구, 얼굴은 좀 탔어.  알잖아, 캘리포니아햇빛.  탄이도 나도 예뻐졌다고 당연한 소릴 하네.


라엘을 의아하여 훑어보는 은상.  라엘 뒤로 차에 짐싣는 백발의 아저씨 보인다.  갸우뚱하다가 피식 웃는다.  그런 은상을 통화하면서 보는 라엘.


라엘 ; 호텔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게, 끊어. (전화기 끊고 가는 은상을 부르는) 헤이, 거기요.


은상, 멈춰서 놀란 눈으로 라엘을 돌아본다.


라엘 ; (은상 앞에 다가서서) 좀전에 나보고 웃었죠?  왜 웃었는데?

은상 ; (생각하더니, 일본말로 얘기하고 자막 깔린다) 아, 뭡니까?  저는 일본인입니다.

라엘 ; (일어로, 딱딱 끊기는 확실한 발음으로) 네가 일본인 행세를 하고 싶었으면, 내가 ‘거기요’ 했을 때 돌아보면 안됐지.  안 그래?

은상 ; (고개 살짝 숙이고, 일어로) 죄송합니다.  (돌아서 가는데)

라엘 ; 야!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은상.


라엘 ; (위협적으로 똑바로 서서) 왜,, 비웃었냐니까?

은상 ; 비웃은게 아니구, 통화내용이 보이는거랑 달라서, 그냥 봤어요.

라엘 ; 내가 지금 토론하자는 걸로 보여?

은상 ; (미안한 어조로) 다시 말하지만, 비웃은 게 아니라, 동질감 같은 거였어요.  여기서 나만 환영받지 못하는 건 아니구나.. 뭐 그런 생각..

라엘 ; 뭐?

은상 ; 일본인인척 한건 미안합니다.  그럼.  (묵례하고 돌아서 간다)


짐꾼 ; (라엘에게 다가와서, 영어로) 무슨 문제라도?

라엘 ; (영어로) 없어요.  차 문이나 여세요. (돌아선다)


40. 바닷가 (낮)


해변가의 사람들 전경.

큰 파도치는 탁 트인 바다.

전신 고무옷입고 파도를 시원하게 타는 김탄의 모습.

비키니 입은 여자, 일행을 영어로 부른다.


미국 친구 ; (휴대용 라디오 켜서 음악 틀고) 파티 앤 ??!  (팔 올려 앉은 채 몸을 흔든다)

비키니 차림의 3명의 여자들와 미국 친구, 해변가 모랫밭에 서서 몸을 약하게 흔들며 춤춘다.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다리 난간에 서서 이들을 내려다보는 은상.


은상 ; (혼잣말로) 내가 외국에 오긴, 왔구나아.  (자신의 웃옷깃을 들어 내려다보더니 피 하는 표정으로) 먹는게 달라 그런가?  (난간에 팔을 대고 기대어 아래 보며) 하아.


해변가에서 서핑기구 들고 상반신부분 옷 내린채 걸어오는 김탄.

비키니입은 백인 여자, 그런 탄에게 인사하고 함께 걸어간다.


백인 여자 ; (걸어가면서도 탄 보며) 탄, 너 정말 서핑 잘 탄다. 멋있었어.


걸어가며 간단히 대화하는 탄과 백인 여자.


은상 ; (종이로 부채질하며) 에휴, 팔자 좋은 사람 많구나아..  (종이 보며) 하아, 가보자!


서핑도구를 모래에 푹 찔러 세운 후 손바닥을 마주하여 모래 털고, 위를 보는 김탄.

가방 끌며 돌아서 가는 은상.


41. 거리 (낮)


바람개비 도는 가게가 있는 거리를 가방 끌며, 종이 보면서 가는 은상.


42. 해변 (낮)


함께 걸어가는 김탄, 미국 친구, 비키니 차림의 백인 여자.

(주 : 아래 대화는 영어로 진행되며, 자막이 깔린다.)


미국 친구 ; (탄과 주먹을 가볍게 마주친 후, 탄을 보며 약간 비스듬히 걸어가며) 탄, 제시네 집에서 미친 파티 있대, 타미도 온대. 


탄 ; (멈춰서서 티를 집어들고, 가볍게 미국 친구의 팔 치고 웃으며) 얼마나 더 미쳐야 그만 하겠어? 

미국 친구 ; 너와 내가 사랑에 빠질때까지?

탄 ; 하하하 (검은색 소매없는 티 입으며) 우리 집안 알잖아.  외국인은 허락 안 하실 거야.

     그리고 너 저번처럼 우리 집에 타미 애인 찾아오게 하면.. 가만 안 둔다. (목 긋는 시늉하며)

미국 친구 ; 안해, 절대.  그럼 같이 가는 거지?

탄 ; (모자 창 뒤로하여 쓰며) 미안, 나는 생각이라는 걸 좀 해야 해서.  (윙크하며) 다음에. (친구 팔을 툭 친다)


43. 주택가 (낮)


정원이 조금있는 미국의 전형적인 주택.

대문 앞으로 쪽지 손에 든 채 가방 끌고 들어서는 은상.


은상 ; (주택과 수첩 번갈아 보며) 여긴가..?  (몇개의 계단 올라 초인종을 누른다)

E (미국 백인 여자) ; (영어로) 누구세요?

은상 ; (기뻐서) 언니?  언니, 나야.  은상이야..

미국 여자 ; (급히 옷을 추스르며 문 열고 서서) 누구? 

은상 ; 저.. 여기가 차은선씨댁 아닌가요?  그.. 영어로 뭐더라..

미국 여자 ; 뭐라고 하는 거야?  (뒤를 돌아보며 부르는) 크리스!

은상언니 동거남 ; (웃옷 벗은 채 백인 여자 옆에 와 서서) 도대체 누구야?  (작은 책자 뒤지는 은상 보더니) 은상?


44. 은상언니방 (낮)


낮인데도 아주 어둡고 떨어진 그림 등 어질러진 방.

당황한 눈빛으로 천천히 걸으며 방을 둘러보는 은상.

언니와 은상이 같이 찍은 작은 액자 사진을 본다.


E (동거남) ; 진정해

E (백인 여자) ; 도대체 여자가 얼마나 많은거야? 이제 집까지 와?

E (동거남) ; 내가 어떻게 말려?

E (백인 여자) ; 쟨 또 누군데?  이젠 저렇게 어린 애도 만나?

E (동거남) ; 재 스텔라 동생이야.

45. 옆방 (낮)


백인 여자 ; 뭐든지. (나간다)


동거남, 백인 여자 뒤에서 한손을 들어 비스듬히 때리는 시늉하고 내린 후, 한손에 들고 있던 맥주캔 따서 마시면서 열린 방문으로 들어와 은상에게 다가선다.


은상 ; (눈 동그랗게 뜨고 동거남 보며, 어색한 영어로) 당신, 당신이 스텔라 남편이야?

동거남 ; (영어로) 웬 남편?  우린 그냥 동거하는 사이야.

은상 ; (혼잣말로) 립투개더.. (놀라서)동거?  결혼한다며?  웬아유게딩매리드위드스텔라?

동거남 ; (영어로) 결혼?  허허허허, 내가 스텔라랑 왜 결혼을 하지?  (소파에 앉는다)

은상 ; (영어로) 스텔라유니버시티웨어?

동거남 ; (영어로) 대학?  스텔라 학교 안 다니는데?

은상 ; (흥분하여) 학교도 뻥이었어.?     

동거남 ; 뭐?

은상 ; (영어로) 그러니까.. (한국말로, 크게 소리친다) 아 그 미친년 지금 어딨냐고오!!!


46. 카페 (낮)


바다가 보이는 창가 좌석에 앉은 김탄 앞 식탁에 다이어리와 햄버거 반쯤 남은 냉커피가 놓였다.

뭔가를 쓰다가 입술을 손으로 만지며 생각하는 김탄.


46. 카페 앞 외경 (낮)


카페 건물 앞으로 자전거 탄 사람 지나간다.


47. 카페 (낮)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고 있는 김탄. 


은상언니 ; (커피주전자 들고 김탄 앞에 와서) 넌 맨날 뭘 그렇게 써?

김탄 ; 학교 숙제요오, 에세이.

은상언니 ; (커피 더 따라주며) 숙제 잘 안하게 생겼는데..

김탄 ; (시선 다이어리에 두고) 안하게 생겼으니까, 하는 거예요.  일종의 반항이죠.

은상언니 ; 반항의 대상이 누군데?  선생님?

김탄 ; (커피잔 들고 은상언니 미소띤 채 보며, 더 이상 답하기 듯 화제 바꾸는) 커피 고마워요.

은상언니 ; 더 필요하면 얘기해에.  (간다)


만년필 양손으로 잡고 생각에 잠긴 탄.  글을 시작하는 탄.

다이어리에 만년필 촉으로 쓰여지는 글(영어)


E (탄) ; 에세이를 쓰고 있으면, 생각이라는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형이 하지 말라고 했던, 그 생각 말이다.


48. 제국그룹 회의실 (낮)


벽에 박힌 영어로 된 제국 상호에서 화면 아래로 내려오면, 위엄있게 앉아 있는 김탄형의 모습이 보인다. 


E (김탄 외삼촌) ; 2013년 상반기 현재,


아주 넓고 환한 회의실.  긴 타원형으로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김탄 외삼촌 ; (작은 탁자 앞에 서서 마이크에 대고) 상위 10%를 대상으로 오픈한, 프리미엄 쇼핑몰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한 상탭니다.

김탄형 ; (문서 보며) 그러네요, 그래서요?


앉아서 서류보며 생각에 잠긴 찬영부의 모습.


외삼촌 ; 쇼핑센터 주변 주거지역이 아직 분양단계라, 매출을 올리려면,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탄형 ; (양팔을 벌려 탁자 위에 올리고 미동 없이 위엄 있는 표정으로)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건 지속적인 홍보가 아니라 간헐적인 홍보였네요?  그러니까, 돈을 더 쓰자?

외삼촌 ; 어.. 저희가 원하는 고객층인 상위10%이상의 고객들은, 직접적인 접촉이 쉽지 않습니다.  소비패턴도 주로 해외시장..


서류의 그래프 옆에 펜을 긋고 있는 찬영부.


김탄형 ; 따라서 우리회산 앞으로, 돈 벌기 어렵다?

전무 ; 지금이라도, 고객타객층을 상위10%에서 가족단위고객으로 변경하는게,,,

김탄형 ; (화나서) 가족단위고객을 대상으로 할거였으면 애초에 놀이동산을 했어야죠, 프리미엄쇼핑몰이 아니라!  (옆의 전무 보며) 상반기 매출보고, 언제 받으셨어요?

전무 ; 최종보곤, 일주일전에 받았습니다.

김탄형 ; 그럼 전, 일주일전에 박전무님을 짤랐어야했네요?  (둘러보며) 또 그전에 보고 받으신분, 있으세요?    

찬영부 ; (펜을 놓으며) 회장님 한분 더, 계십니다.

김탄형 ; 허, 그러니까.. 집에 계신 회장님은 제가 얼마나 무능한지 일주일전에 아셨는데,  매일 출근하는 저는 이제야?  (유닐장 노려보며) 제 무능은 좀 저 혼자만, 적어도 회사내에서만 알고 있으면 안되겠습니까, 윤실장님?

찬영부(윤실장) ; 제가 보고 드렸다면, 회장님 지금 이 자리에 앉아겠셨겠죠?

김탄형 ; (주위 사람들 둘러보며) 지금도 앉아 계신거 같네요.  (화나서) 도대체 이방엔 회장님 눈과 귀가 몇분이나 계신거죠?


당황하는 사람들, 몇 명 있다.

  

찬영부 ; (사람들 보며) 농사 계속 짓고 싶으면, 지주보다 마름한테 자알 보여라. (김탄형 보며) 회장님 전언이셨습니다.

김탄형 ; (찬영부 보며) 전무, 상무, 이사, 본부장, 부장, 차장, 팀장, 실장. 윤실장님 생각엔, 어디선까지가 마름입니까?

찬영부 ; (김탄형 보며) 지주입장에선 어떠신데요?


찬영부를 뚫어져라 보는 김탄형.


49. 카페 안 (낮)


생각이 잘 안나는지 양팔을 들어 머리 뒤에 두는 김탄, 그러다 팔을 탁자위에 툭 놓고, 창밖을 보다가 누구를 발견한 눈빛으로 동작 멈춘다.


50. 카페 밖 (낮)


여행가방 손잡이 잡고 배낭맨 채 창 앞에 서서 카페 안을 유심히 보는 은상의 모습, 발끝에서 위로 훑어 보인다,

  

51. 카페 안 (낮)


그런 은상을 보고 있는 김탄.  유리창 밖의 은상의 모습과 함께 보인다.

김탄 옆을 지나쳐 가는 은상언니.

은상의 눈동자 은상언니의 모습을 따라 움직인다.


52. 창 밖 (낮)


창 안에 은상언니가 커피주전자 들고 가서 두명의 건장한 남자가 있는 테이블에 다가가서 술 취해 얼굴이 벌건 남자와 대화를 주고 받는다.

어이없어 하아, 한숨짓고 섰는 은상.


53. 카페 안 (낮)


김탄, 그런 은상을 자세히 본다.  그런다음 시선, 남자와 은상언니에게로 이동한다.


54. 카페 안 다른 곳(낮)


술취한 남자 ; (식탁에 앉아 커피 따르는 은상언니에게) 스텔라, 잘 지냈지? 오늘 좋아 보이네. (지폐를 스텔라의 반팔티 목부분에 꽂아 준다)

은상언니 ; (영어로) 고마워요. (돌아서 간다)


55. 창 밖 (낮)


은상 ; (열 받고 어이없어 한숨) 하아!  (한손으로 바람에 날리는 머리를 귀에 건다) 하아.

(눈물 글썽하여 다시 창문 안 언니를 본다)


은상언니, 기둥에 기대어 다른 남자와 가까이 서서 얘기중이다.

 

56. 카페 안 (낮)


기둥에 서서 대화하는 은상언니와 남자.

그걸 보고 있는 김탄.

그리고 창밖의 은상 모습이 한꺼번에 보인다.

다시 반대로 몸돌려 창밖의 은상을 보는 김탄.


57. 창 밖 (낮)


입술 악물고 눈물 글썽하여 안을 보고 있는 은상.


58. 카페 안 (낮)


남자 ; (영어로, 실실 웃으며) 일할 때가 제일 섹시하지.  그럼 오늘 날위해 일해보는 게 어때?


59. 창 밖 (낮)


은상 ; (화나서 씩씩 숨쉬며, 눈물 흘린다) 하아, 하아.

E (은상언니) ; 인유어드림스


60. 카페 안 (낮)


그런 은상의 모습 보며 냉커피 먹는 김탄.


61. 창 밖 (낮)

열받은 은상의 모습.

창으로 은상을 보고 있는 김탄에게 커피주전자 들고 다가오는 은상언니.


은상언니 ; 커피 더주까?  (커피를 따른다)


그런 언니를 똑바로 보며 눈물 흘리고 있는 은상.


62. 카페 안 (낮)


창 밖의 은상에게 시선 고정한 듯 보고 있는 김탄.

커피를 따르면서 그런 김탄을 보다가 창 밖을 보는 은상언니, 놀라서 커피주전자를 탁자에 툭 놓는다.

그런 은상언니를 보는 김탄.

놀란 은상언니 얼굴.


63. 창 밖 (낮)


그런 언니 보며 눈물 흘리는 은상.


64. 카페 안 (낮)


은상언니, 놀란 얼굴로 섰다가 나간다.


68. 창 밖 (낮)


은상 돌아선다.


69. 카페 안 (낮)


보는 김탄.


70. 카페 밖 (낮)


돌아서서 울고 있는 은상.

은상언니, 카페문으로 나와 급히 은상쪽으로 걸어온다. 


71. 카페 안 (낮)


유리문 밖의 은상과 은상언니 보고있는 김탄.


72. 카페 밖 (낮)


은상언니 ; (은상 뒤에 서서) 차은상


은상, 눈물 훔치고 머리카락 가다듬고 단호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은상언니 ; 어떻게 된거야?  니가 왜 여깄어?  엄마는?  엄마는 어쩌고 왔어?

은상 ; (화나서 크게, 울먹이며) 엄마는? 엄마는?  니입에서 지금 엄마얘기가 나와? 

은상언니 ; (약간 민망하여) 언제왔어어?  (머리카락 뒤로 쓸어넘기며) 연락하고 오지.

은상 ; 연락하고 왔으면, 뭐 다른꼴 보여주게?  여기가 대학교니?


창안에서 밖을 보는 김탄 모습.


은상언니 ; 나 여기서 일하는거 누구한테 들었어?

은상 ; 누구긴 누구야아, 니 잘난 동거남이지.

은상언니 ; (약간 탓하듯) 너 우리집에 갔었어?

은상 ; 그래 갔었어.  미국와서 여태껏 그딴 양아치 술값이나 대주면서 살았어?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말인데에?  뭐 결혼?  좋은남잘 만나?  대학교를 다녀?  니가 좋은 남자 말고, 진짜 좋은 남잘 만났어야지, 미친년아아!  (헉헉거리며 운다)


입에 대고 있던 손 내리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창밖 보고 있는 김탄이 창안으로 보인다.


은상언니 ; (은상손에서 가방을 뺏어들고 쪼그려앉아 은상 가방을 열고 뒤지며) 돈은?  가져왔어?

은상 ; (슬픈눈으로 언니 내려다보며) 진짜 갈 때까지 갔구나, 차은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 버리고 언니인생에 좀 얹혀가려다가, 벌 제대로 받는다, 나.

은서 ; (계속 뒤지며) 어딨는데, 어?

은상 ; 그만해라.


계속 은상의 짐 뒤지며, 수첩들 밖으로 던지는 은상언니.


은상 ; (언니의 팔을 잡아 일으켜세우며 크게, 울면서) 그만하랬지이!  인생 참, 엿같다.  언닌 내 꿈이었어.  내 거지같은 마지막 희망이었다구!  어차피 되고 안되는거 첨부터 정해진 인생.., 꿈이고 나발이고 전문대로 가방끈 매듭짓고, 월200만원 사무직이면 이 빌어먹을 세상과 합의볼 생각이었어.  왜?  언니 돌아올때까지 엄마랑둘이서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은상언니 ; (별 감동없는 표정으로) 미안해.  한번만, 한번만 봐줘.  (다시 쪼그려 앉아 가방을 뒤진다.  뒤지다가 편지봉투를 발견하고 들고 일어선다)

은상 ; (그런 언니를 보고 있다가, 놀라) 손대지마.

은상언니 ; 얼른 한국 가아.  엄마한텐 내가 전화하께. (돌아서려는데)

은상 ; (그런 언니의 팔 잡고 돌리며, 크게 울면서) 하지마!  하지말라구우!  엄마가 어떻게 번 돈인데에!   

은상언니 ; (팔 뿌리치고 봉투 메고 있던 작은 백에 넣으며) 얼른 가아.  (돌아서 작은백에 봉투 넣으며 달려간다)

은상 ; (언니 뒤를 쫓아가며, 울면서) 언니이, 언니이!  흑흑흑,  언니, 가지마아.  흑흑흑, 언니이! 아하, 언니, 아하, 언니. 아하 (멀리 달아나는 은상언니 보더니, 다시 짐가방 돌아보더니 어쩌지 못하고 울면서 가방 쪽으로 간다) 아하, 진짜, 아하..  (다시 울면서 가방쪽으로 달려온다. 주저앉아 울면서 짐 챙기며) 언니이, 흑흑, 같이가아.  아흑흑..

창 안에서 안스런 표정으로 은상보고 있는 김탄.


은상 ; (주저앉아 어깨 들썩이며 펑펑 우는) 아흑흑, 아흑흑흑, 아 언니이이이...


73. 카페 안 (낮)


창가에서 은상을 안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는 김탄.

 

미국 친구 ; (김탄의 맞은편 의자에 셔츠 단추 풀린 차림으로 앉으며, 흥분하여 영어로, 자막 뜬다) 이번 파티 진짜 끝내줄거야, 가자, (빨대 꽂힌 콜라잔 들며) 제시가 너 꼭..


김탄, 창가에 시선둔 채 검지를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듯 “쉬-“ 한다.


미국 친구 ; 왜? (창가 쪽을 본다) 오, 저 귀여운 소녀는 누구지?


74. 카페 밖 (낮)


 무릎 꿇고 앉아 짐 챙기며 울고 있는 은상 보인다.  모래 위에 널린 비닐봉지와 신발, 옷가지들 있다.

 

75. 카페 안 (낮)


미국 친구 ; 어디서 추락한 천사야?  역시 넌 언제나 한 수 위야, 뒤는 나한테 맡겨.  (콜라잔을 내려놓으며) 총이 있진 않겠지?  (급히 나간다)

김탄 ; (그제서야 상황을 알아차리고 둘러보다가) 아 저 또라이이-- (급히 서서 짐을 챙긴다)


76. 카페 밖 해변가 (낮)


미국 친구 ; (은상 맞은편에 쪼그리고 앉아, 신발 챙겨 들고 은상에게 주며) 괜찮아요?

은상 ; (양손바닥으로 급히 눈물 훔치고, 보며, 어설픈 영어발음으로)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국 친구 ; (환하게 웃으며) 당신을 만났으니 이제 신의 존재를 믿을래요.  (기도하듯 양손모으고 하늘을 보며)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은상 ; (비닐봉지를 챙겨들고, 의아하여 보며, 영어로) 뭐요?

미국 친구 ; (웃으며) 고마워요. (은상이 들고 있던 비닐봉지 뺏어 해변가로 뛰어간다)

은상 ; (놀라서) 어, 뭐야?  이 와중에 나 지금 도둑놈까지 만난거야?  (급히 잡으러 해변가로 뛰어가며, 크게) 야, 거기 서!  거기 안 서!  야아!

미국 친구 ; (해변에서 비치볼하는 사람들 쪽으로 급히 뛰어가며 장난하듯 웃는다) 하하하하하 하하하

김탄 ; (카페에서 급히 나와 소리치는) 헤이, 제시!  (주위 두리번 보더니)마약 아니야!


77. 해변가 일각 (낮)

   

미국 친구 ; (비닐봉지 들고 비치볼 하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뛰어 도망다니며)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 하하하

은상 ; (전력질주로 쫓아오며) 야! 너, 야아!

미국 친구 ; 하하하 (도망치다가 비치볼 가운데 막는 망에 걸려 벌러덩 얼굴 위로 하여 넘어진다) 어, 어.

은상 ; (미국 친구가 꽉 잡고 놓지 않는 비닐봉지를 잡고 힘껏 뺏으며) 내놔, 이 도둑놈아!  그거 우리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만든 건 줄 알아?  내놔아!  우리 언니 줄거야!  내놓란 말야아!!! (힘껏 비닐봉지를 당기자 봉지가 뜯어지며 노란가루가 미국친구의 얼굴에 쏟아진다)


 미국 친구, 몸위에 떨어진 그 가루를 한주먹 코로 가져간다.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헉헉거린다.

 모래바닥에 털석 앉아서 놀라 보는 은상.


김탄 ; (급히 와서 미끄러지듯 옆에 앉아, 미국 친구의 얼굴을 만지며, 다급하게 영어로) 헤이, 제이, 제이? 깊게 숨셔, 일어나 제이!  제이! 야, 미친놈아!  (은상 보며) 셀폰 있죠?  911 불러요, 빨리.

은상 ; 없어요, 핸드폰.  한국사람이예요?

김탄 ; 지금 그게 중요해?  (여전히 다급하게 제이 보며) 제이, 제이? 제이!

 

78. 응급실 (밤)


의사와 마주선 탄과 은상.


의사 ; (영어로) 알레르기로 인한 쇼크예요.  아마 그 가루 성분에 반응한 거 같은데

김탄 ; (영어로) 아, 예, 콩.

은상 ; 어, 빈 맞아요.  그거 미수가루예요.

김탄 ; (은상 보며) 알아아아.  (영어로) 언제쯤 깨어날까요?

의사 ; (영어로) 글쎄요.  처방했으니 지켜봅시다.  괜찮을 거예요.  작성할 서류가 있으니 따라오세요.

김탄 ; (영어로) 예 (의사 따라가려는데)

은상 ; (탄의 앞을 막아서며, 걱정스러운 듯) 친구분 괜찮은거죠?

탄 ; (약간 비난하듯) 대체 그런 건 왜에, 들고 다니는 거지?

은상 ; (황당하여) 아이,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예요?  도둑질한건 그쪽 친구거든요?  게다가 마약까지..

탄 ; 단지 취한거 뿐이야.  진짜 마약하는 애였으면, 미수가루와 마약은 구별했겠지. 

은상 ; (어이없어) 아하, 그래서 지금 이게 내 탓이라구?  지금 제일 황당한 사람은 나거든요?

탄 ; 귀찮아진 사람은 나야아. (간다)    

은상 ; (어이없어 이마에 손을 얹는다) 아유.

경찰 ; (은상에게 와서 비닐봉지 내보이며, 영어로) 이거 주인이 당신이야?


난감한 표정의 은상.


79. 응급실 앞 (밤)

 

응급실 문 앞에 마주선 경찰과 은상.


은상 ; (영어로, 자막 뜬다) 이거 미수가루예요.  (한국어로) 그러니까.. 아, (영어로, 띄엄띄엄) 아, 콩가루, 알겠어요?  (손으로 숟가락으로 음식먹는 시늉하며) 그냥 음식이예요.  그러니까, 마약이 아니란 얘기예요.

경찰 ; (영어로) 그건 조사를 해봐야 아는 거고.  보통 사람들이 음식을 코로 흡입하진 않잖아?  어디 살아?

은상 ; (영어로) 뭐라고요?

경찰 ; 주소

은상 ; (한국말로) 앗, 주소.  (영어) 나는 한국에서 왔어요,  한국 사람이예요.

경찰 ; 한국?  여권 줘봐.  어려 보이는데.  미성년자야?

은상 ; (영어로) 뭐라고요?

경찰 ; 여권.

은상 ; (한국말로) 아, 여권.  (가방에서 여권을 꺼내 준다)

경찰 ; (여권 보더니) 미국내 숙소는 어디야?  불법 체류는 아니겠지?

은상 ; (한국말로 혼잣말) 뭐래는 거야..  미치겠네..  (영어로 또박또박 느리게) 조금만 더 천천히 부탁해요.

탄 ; (갑자기 나타나서 친한 척 은상어깨에 안 듯이 팔 두르고, 영어로) 괜찮아, 달링, 이 사람은 내 여자친군데, 여기 그냥... (경찰 보더니, 난감한 표정이다)

경찰 ; 오, 탄, 오랜만이네.  역시 너랑 관련 있었네.

탄 ; (난감한 표정으로 팔 놓고 서서, 영어로) 어쨌든 그거 마약 아니예요.  당신도 알잖아요.

경찰 ; 좀 전까진 아니었대도, 이제 네가 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안그래?

은상 ; (한국말로 탄 보며) 뭐래요?  안좋은 얘기예요? 

경찰 ; 이봐,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네 여자친구 여권은 압수할게.  도망가지 않는게 좋을 거야.  (자기 명함을 탄에게 주고 간다)

은상 ; (가는 경찰 손으로 가리키며 작게) 아 저-  (탄 보며) 무슨 상황이예요?  내 여권 왜가져가는 건데?  언제 돌려준대요?

탄 ; 때 되면.

은상 ; 그때가 언젠데? 

탄 ; 시기상 적절할 때.

은상 ; 하어,  언제가 적절한데..  내 여권 왜 가져갔냐구우?!

탄 ; 근데, 은근슬쩍 말 짧게 한다아?

은상 ; 뭐 미국..에서는.. 다 반말하는거 아닌가아?

탄 ; 그건 영어일 경우고.

은상 ; 그럼 영어라고 생각하든가아..  그리고 참고로, 나 그쪽 친구 진료챠트에 적힌 에이지 봤는데, 나랑 동갑이던데..  그럼 그쪽도 나랑 동갑 아닌가?

탄 ; 으음.  계속 여기 이러고 있을거야?  묵는데 어디야?  어딘줄 알아야 경찰 연락오면 알려주지.  셀폰도 없다며.

은상 ; 그래서 말인데 핸드..,  셀폰 좀 잠깐 빌리자.  통화료 낼게.  근처에, 언니가 살아.

탄 ; 니전활 받겠냐?  그렇게 대판 싸우고?

은상 ; 다 봤어?

탄 ; 설마.. 재워달라고 전화하는건 아니지?

은상 ; 그건 니가 상관할 바 아니고.  다시 말하지만, 이건 백프로 내 잘못만은 아니니까..  너 집에 갈 때 나 좀 태워줘.  차비 낼게.

탄 ; (헛웃음) 하아, 너 자꾸 돈으로 해결할려고 한다.  돈 많냐?

은상 ; (힘없이) 너 그냥 갈까봐..  부탁할게.


안된 듯 보는 탄.


80. 주택가 앞 (밤)


하얀 집 앞에 붕- 와서 서는 빨간 뚜껑 열린 차.

탄과 은상 타고 있다.


은상 ; (차에서 내려 뒷자석에서 짐 내리며, 탄에게) 아침 8시, 낮 12시, 오후 3시, 이렇게 세 번 전화할게.  여권이 왔으면 전화 받고, 안왔으면 안받으면 돼.  부탁할게.

탄 ; (앞보며 걱정스런 어조로) 허, 가지가지 한다아.

은상 ; 데려다줘서 고마워어.  (짐 갖고 가다가 집 앞 계단에 놓고 계단을 올라 현관에 가서 벨 누른다) 언니이..  (노크한다)


집에서는 기척이 없다.

경찰차 소리.


탄 ; (운전석에서 걱정스레 은상을 보다가 안전벨트 풀고 차에서 내려 서서) 아무도 없는거 아냐?

은상 ; 오겠지이.

탄 ; 올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은상 ; 잠깐 근처에 갔을 수도 있잖아.

탄 ; 너 미국 밤거리에 대해 들어본적 없냐?

은상 ; 아 왜 무섭게..

탄 ; 돈 들고 튄 여자가, 집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은상 ; 올거야.

탄 ; 그래 그럼.  기다리던가.  (차에 타고 차몰고 가버린다)


경찰차 소리.

주위를 둘러보다가 계단을 내려와 짐앞 계단에 쪼그려 앉는 은상.

경찰차 소리.

미국 청년들 모여서 수다 떨며 집앞을 지나간다. 

계단에 잠시 몸을 숨겼던 은상, 무서운지 짐 들고 횡하니 청년들과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탄의 차, 뒤로 후진하여, 은상 옆에 와 선다.

탄, 은상을 뚫어지게 본다.

은상, 놀란 표정으로 탄을 본다.


탄 ; (은상 보며) 우리집 갈래?


놀라는 은상 표정.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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