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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 (필사)

<남자가 사랑할 때> 11회 대본 (필사)

                  <남자가 사랑할 때>  11회 대본 (필사)


1. 옥상 (낮)


코너 쪽에서 걸어와 미도가 기다리고 서 있는 곳에 서는 태상.


미도 ; (아래를 보고 있다가 태상에게로 돌아서서) 밤새 생각했어요.  사장님, 나한테 너무 고마운 사람이고.. 옆에 있어서 든든하고 좋았어.  아직도 좋아하고.  (단호하게) 하지만 나는,  내자신도 사랑해.  빚은 꼭 갚을게요.  우리 헤어져요.


안타까운 표정이다가 놀라는 태상.


2. 옥상 문 쪽 (낮)


문 열고 나와 커피든 채 옥상으로 걸어오는 재희.  앞을 보고 서서히 걸어온다.


3. 옥상 (낮)


미도 ; 내 선택을 존중해주시면 고맙겠어요.  이제 우리 그만 만나요.  (돌아서 가려 한다)


미도의 손목을 잡고 자기 쪽으로 거칠게 돌려 세우는 태상.

코너에서 보고 있는 재희.


태상 ; (분노를 억제하는 표정으로) 내가 너한테 그렇게 밖에 안되니?

미도 ; 빚은,, 무슨일 있어도 꼭 갚아요.


미도 보다가, 미도의 손목을 서서히 힘없이 놓는 태상.


태상 ; (처참한 표정으로 시선 바닥에 둔 채) 자존심 다 버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 앞에서 빌어 봤는데..

미도 ; 미안해요.

태상 ; (시선 바닥 보며) 넌 정말 내 옆에서 빚을.. 갚고 있었구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미도 쪽으로 얼굴 돌려 본다.)

미도 ; 그래서 나도 부탁했잖아.  2년만 다녀오겠다고.  나도 정말로 미안하고 죄책감 느끼지만.. 정말로 해보고 싶던 일이야.  (고개 절레절레 옆으로 흔들며) 포기하려고도 해봤는데 포기가 안됐어요.

태상 ; (시선 피하며 한숨쉬고) 나보다 런던이 중요하다면, 할 수 없지.      

미도 ; (울먹이듯) 나를... 조금도 이해못하겠어요?

태상 ; (미도 보며) 넌 날 조금도 이해 못하겠니?  꿈인지,, 허영심인지, 스스로한테 한번 물어봐.


4. 옥상 한 켠 (낮)


돌아서 가는 재희.


5. 옥상 (낮)


미도 ; (눈물 흘리며) 그때 나한테 했던 얘기 기억 안나?  이젠 너도, 근사한데 가보고, 좋은옷을 입고, 그동안 못했던 걸 다 누려보라고 했잖아?

태상 ; 내 옆에서 하라고, 내 옆에서.

미도 ; (울먹이며) 정말.. 우린 생각이 너무 다르네요.  (울면서) 고마웠고.. 좋아하려고 노력했고.. 정말로 좋아졌었는데..

태상 ; 닥쳐.  나도 좋은 추억 하나, 돈주고 샀다고 생각할께.  (돌아서 가버린다) 


울면서 서서 눈물 훔치는 미도.

옥상의 코너 돌아 단호하게 걸어 옥상문을 나가는 태상.

훌쩍이며 우는 미도.


6. 비상구 (낮)


문 열고 나와 문 닫고 문에 등 대고 서서 입을 막고 우는 태상.

울음을 참지만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양손바닥으로 훔치고, 넥타이를 가지런히 하고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가는 태상.


7. 회의실 (낮)


회의실에 둘러앉은 재희와 미도, 태상, 그리고 사람들.


태상 ; (서류 보다가) 심각한 건 아니고... 언제나 발생하는 장애물이 몇 개 생겼습니다.  투자받을 곳도 심사했는데,, 다 마땅치가 않네요.

왼팔 ; 에이,, 말도 안돼요.  투자하고 싶어서 막 줄 서 있는데, 무슨 또 마땅한 곳이 없어요오?

회사간부 ; 돈 좀 얹고, 숟가락 꽂으려는데가 너무 많아서요.  뭐 그런데 가려내면, 쓸만한 곳이 별로 없습니다.

태상 ; 그리고 백성주씨는.. 우리와 하던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태상을 보는 재희와 미도.


8. 옥상 (낮, 회상)


태상 ; 이젠 오해생길 일도 없이 다 정리했어.  절대 그런일 없을거야.


9. 회의실 (낮)


미도 얼굴이 보인다.


태상 ; 그분이 해주던 만큼, 우리 스스로 잘해 나가면 됩니다.

재희 ; (태상 보며) 백성주씨가,, 손을 뗀 이유를 여쭤봐도 됩니까? (생각에 잠긴다) 

태상 ; (재희 보며) 그냥 사업상의 이유라고 알고 계시면 됩니다.


생각에 잠겨 태상 보는 미도 얼굴.


10. 성주집 (낮)


천정에 매달린 요가 기구에 매달려 운동하는 성주.

 

E (태상) ; 우리 이제 일로서도, 친구로서도 만나지 맙시다.


11. 성주집 (밤, 회상)


태상 ;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있는데.. 그사람 자꾸 오해하고 속상해 하는게 싫어요.


12. 성주집 (낮)


천장에 달린 기구 잡고 숨 내쉬며 운동하는 성주.


E (성주) ; (크게) 당신 분명 후회할거야!  (울먹이며) 나같은 여자, 못 알아본 거.


운동기구를 손으로 잡고 생각에 빠진 성주의 얼굴.

  

13. 놀이터 (낮)


보육원이란 팻말 걸린 건물 앞의 놀이터.

미끄럼틀 앞으로 걸어오는 성주.


아이 ; (미끄럼틀으리 타고 내려와 가다가 성주에게 부딪치자 인사) 죄송합니다.


아이 보고 살짝 미소 지은 후, 베드로 보육원 간판이 걸린 건물의 열린 문으로 들어가는 성주.


14. 보육원 사무실 (낮)


큰 탁자 앞에 앉은 보육원 사무소장과 성주


성주 ; 한태민군이 사망했다는 전활,, 받으셨다구요?

사무소장 ; 네에 맞습니다.  벌써 오래됐죠오.. 

성주 ; 자신을.. 누구라고 하던가요?  

사무소장 ; 가족이라고만 했어요.

성주 ; 이런 경우가 종종 있나요?  먼저 사망사실을 알려오는 경우요.

사무소장 ; 거의 없죠오..  이쪽에서 찾다가.. 알게되는 경우는 있어도.. 먼저 알려오는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성주 ; 이상하네요.. 누군가 자신을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한국말로 했어요?


15. 사무실 (낮, 회상)


전화를 들고 돌아선 남자.


남자 ; I'm sorry, He's dead.  한태민 has gone.


자막 ; 유감입니다만,  한태민씨는 죽었습니다.


16. 사무실 (낮)


사무소장 ; 가족이고,, 한태민이 죽었다..  그렇게 짧게만 하고 끊었어요.

성주 ; 미국 양부하고는 연락이 안되네요?

사무소장 ; 양부모가 이혼을 한 뒤에,, 소식이 끊겼습니다.

성주 ; 가족이라고 전화를 건 사람은 누굴까요?

사무소장 ; 글쎄요..

성주 ; 태민이는 여기 있을 때, 어땠나요?

사무소장 ; 상처받은 아이 같았죠.  말이 없고.. 날이 서고..  하지만 아주 똑똑했어요오.. 기억력도 비상하고.


17. 거리 (낮)


거리를 달리는 흰 자동차.  자동차 안에서 약간 미소띠고 운전하며 생각에 잠긴 성주 얼굴에서 밝게 화면 사라진다. 


18. 사채업자 사무실 (낮, 회상)


소파에 팔 걸치고 앉아 화난듯 한숨 쉬는 성주.


태상 ; (문 벌컥 열고 들어와 화나서 크게) 미쳤어요?  사람한테 그렇게 저질러 놓으면 어떡합니까?  (성주 앞에 와 선다)

성주 ; 나한테 잔소리를 하잖아요.  지까짓게 뭐라고.

태상 ; 그러길래 집에 가서 얌전히 공부나 해.  보스같은 사람과 어울리지 말고.

성주 ; (가소롭다는듯 태상을 올려다보며) 하, 지금 날 야단치는 거야?

태상 ; 그런다고 집에서 당신 걱정하는 것도 아니잖아.

성주 ; 무슨 소리야?

태상 ; 전에 술취해서 한 말 기억 안나요?

성주 ; 내가 뭐라고 했는데?

태상 ; 집에 가면 투명인간이라고.

성주 ; 허, 어. 기억나.  아버지랑 새엄마에 대한 반항심으로, 형편없는 남자 만나는 거라고.

태상 ; 사랑받고 싶다고 자해하지 말고, 그냥 아버지를 용서하고 살아.

성주 ; 당신은 그렇게 살고 있어?  보스한테 얘기 들었어.  기구한 운명이라고.

태상 ; (돌아서서 창쪽으로 걸어가며) 집에 돌아가요.  다신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고.

성주 ; 말해 봐.  당신은 어머니를 용서했어?

태상 ; (여전히 등보인 채 돌아서 창을 보며) 용선 못해도.. 일부러 미워하진 않아.

성주 ; 왜?  (대답이 없자 더 크게) 왜에?

태상 ; (돌아서 크게) 미워하기까지 하면 내가 너무 힘드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그만해.  이렇게 자해하듯 막 살지마.  (다시 돌아서 창 쪽을 본다)

성주 ; (약간 큰 핸드백 든 채 일어서 가려다가, 돌아서 태상 쪽 보며) 엄마 돌아가신 후에 첨 들어봤어.  진심으로 누가 야단치고.. 위로해 주는 거.


돌아보는 태상.


19. 차 안 (낮)


운전하다가 생각에 잠겨 잠시 옆 창을 보던 성주.  다시 앞보고 운전하려는데, 놀라서 비명 지르며 핸들 꺽는다.


20. 태상 사무실 (낮)


소파에 앉아 걱정스런 표정으로 창 밖 보던 태상, 고개 돌리면 투명창으로 보이는 미도.

미도도 태상을 보고 있다.

마주 보는 두 사람.


21. 미도 사무실 (낮)


앉아서 그런 미도 보고 있는 재희.

재희 시선 돌리면, 투명창으로 미도 보는 태상의 얼굴.


22. 태상 사무실 (낮)


태상, 창으로 고개 돌린다.


23. 미도 사무실 (낮)


다시 시선 돌려 안타까운 시선으로 미도 보는 재희.


24. 도시 전경 (밤)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 전경에서 화면 위로 올라가면, 둥근 달이 보이는 밤하늘.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들린다.


25. 서씨 글방 앞 (밤)


서씨 글방이라 적힌 서점 간판에서 글자가 쓰여진 칠판으로 화면 서서히 이동한다.


E (미도 모) ; 얘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아?  너 미쳤니? 


26. 미도네 거실 (밤)


테이블 사이에 둘러 앉은 미도 가족.


미도 모 ; (흥분하여)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니가 이래?  한사장이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니가 이래?

부 ; 아빤, 너의 선택을 지지한다. 

모 ; 안돼, 절대 안돼!

부 ; (모 보며 간절한 어조로) 미도가 가고 싶다잖아아..  하고싶은 일에 도전하러 간다잖아요오..

모 ; 안돼, 못 가.  내가 니 방문에다가 런던 하고 써 줄테니까,,  거기가 런던이다 생각하고 지내.  화장실은 파리, 안방은 뉴욕.  (손바닥으로 테이블 두드리며) 내가 다 써 붙여줄테니까.

미도 ; (안타까운 표정으로) 엄마?

모 ; 열일곱에 가족을 다 잃고, 외롭게, 외롭게 살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못본척하고 떠나니?  한사장이 딱하지도 않아?

동생 ; 아, 그형님도 진짜 이해 안돼.  아니, 누나가 뭐 영원히 가나?  딱 2년인데.

모 ; (동생 보며) 야, 같은 한국땅에서도 군대간 동안 갈라서는 커플이 얼마나 많냐?  그리고 한사장이 지금 20대니?  얼른 가정을 갖고 안정감을 찾고 싶은 나이지?  그리고, 평생 춥게만 살아온 사람 아니니이..  (강하게) 왜 그 고독한 남자를 이해를 못해?

부 ; 어이구..  한집에 사는 남편도 이해 못하는 사람이, 큰소리는?

모 ; (이 악물고 부 보며) 이해를 하니까, 지금껏 버리지 않고 데리고 산 거 아냐?   

부 ; (모 보며) 어이구, 어이구.  (미도 보며) 미도야, 다녀와라.  한사장은.. 널 품어안을 그릇이 못 되는거 같다.

모 ; 사람맘 그렇게 아프게 하는 거 아니다.  죄받아 너!

동생 ; 에이 그건 아니지, 엄마아..  아 날 좋아한다고 다 받아줘야 하면, 내 인생은 뭐가 돼?

모 ; (동생 보며 흥분하여) 너 같으면, 너 좋아하는 여자가 2년 외국 간다는데 보내겠니?  니가 학비 대주고, 여자 집안 도와주고, 아버지 병원비까지 대줬는데?

미도 ; 내가 갚는다구요.  그것 때문에 발목 잡혀 살면, 내인생은 뭐예요?

동생 ; 도와줬으니까 내말에 복종해.  아, 이것도 말이 안되지이..  엄마아..

부 ; (미도 보며) 그래, 준비한 서류, 내일 그 회사에 갖다 내.

모 ; 사람간에 예의가 뭐니?  남의집가서 발 뻗구, 아무렇게나 눕고 싶어도 참는 게 예의지.  너두 한사장이 너한테 한 걸 생각해서, 니가 하고 싶은 거 한번 참는 게 예의야.

부 ; 사람간의 예의라안..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게 예의야.

모 ; (테이블에 머리대며, 양손으로 귀가리며 비명) 아휴!  나 오늘부터 단식 들어간다.  (미도 보며) 서미도, 너 가려거든, 나 밟고 넘어가.  (숨차서) 하아, 하아, 하아.

 

난감한 표정의 미도.


27. 검도실 (낮)


검도 복장으로 험하게 검도를 하고 있는 두 사람.


두 사람 ; (마루바닥에서 맨발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며 서로 검도를 휘두르고 맞붙으며 기압) 하아!  야 하아!  하아!  하아! 야아, 야하.


창희의 검도에 얼굴과 손목을 맞는 태상.  서로 보다가 묵례하고,

무릎 꿇고 마주 앉아 머리 보호장구를 벗는 두 사람.


창희 ; (태상 안되었다는듯 보다가) 힘드세요? 

태상 ; 뭐가?

창희 ; (고개 약간 숙이고) 제가 힘도 못돼 드리고,,  죄송합니다.

태상 ; 쓸데없는 소리 한다.  씻고 맥주나 한잔 하자.

창희 ; 어머니 계신곳, 그 분이 확실히 알고 계신것 같아요.  편찮으신건 거짓말 같고.

태상 ; 그럼 됐어.

창희 ; 천만원 주면, 어머니 계신델 알려 주겠대요.

태상 ; 형편이 어려운 분이야.  돈은 내가 보낼게.

창희 ; 어머니 계신곳만 확인하고 올게요.

태상 ; 난 태민이 소식만 들으면 된다.

창희 ;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보호장구와 검도 들고 일어서서 나가려는 두 사람.

먼저 나가다가 장구 놓고 갑자기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 쓰러지듯 무릎 꿇고 앉으며 신음하는 태상. 


창희 ; (놀라 태상의 양 어깨를 잡으며) 왜 이래요, 형님?

태상 ; (고통스럽게) 아아, 근육이 좀 놀랐나봐.  가끔 이래.

창희 ; (서서 안스러운듯 태상 보며) 형 이제 외롭게 살지 말아요오..  얼른 결혼하고, 어머니도 용서하고, 태민이도 찾읍시다.  형도 이제 따신데 들어가서, 몸 좀 녹이세요오.


어깨 잡고 진땀 흘리며 힘들어 하는 태상의 얼굴.


28. 커피숍 (낮)


미도 친구 ; (미도와 마주앉아 큰 빙수 앞에 놓고 한 손에 숟가락 든 채) 니가 열라 도와준 12살 연하의 남친이 있다 쳐.  넌 낼모래 마흔이고.  근데 걔가 2년동안 외국엘 가겠데.  가란 말이 쉽게 나올 거 같애?  너는 늙어가고, 걔는 푸릇푸릇 성장하는데?  팔자려니.. 생각하고오.. 눌러 앉어.  한태상 사장 사모님으로 살면서, 런던은 그냥 여행으로 드나들고.

미도 ; 넌 니가 하고 싶은 가수 오디션 준비하잖아아?

친구 ; 난 남친이 없잖아.  외롭고 돈많고 늙은 남친이 없잖아요. 

미도 ; 있었으면?

친구 ; 난 너보다 싸가지가 없으니까..  뻥 차고 떠나버리지.  히.

미도 ; 아우, 마음이 너무 무거워.

친구 ; 니가 없는집 딸이라 그래.  공양미 삼백석에 팔렸잖냐아..  아님 진심으로 그 아저씨가 좋아졌던지.


생각하는 미도 얼굴.


29. 책방 앞 (밤)


문 닫힌 책방 앞으로 걸어오는 태상.

검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긴다.

검던 책방에 환하게 불이 켜진다.

책방 유리문 안으로 마주 앉은 태상과 미도가 나타난다.


30. 책방 안 (밤, 생각)


크리스마스 트리와 전등이 켜진 포근한 빛깔의 책방.

책이 가득 쌓인 책장의 중앙 의자에 앉은 태상과 미도.


미도 ; 티티야, 나.. 꼭 하고 싶은 일이야, 응?  2년만 다녀오면 안될까?

태상 ; 다녀와. 

미도 ; (환한 미소 지으며) 정말?

태상 ; 안될 게 뭐가 있어.

미도 ; 허락 안 해 줄 줄 알았는데..

태상 ; 날 그렇게 못난 남자로 봤다면 섭섭한데..

미도 ; 고마워, 티티야.

태상 ; 괜히 나 보고싶다고 울고불고 돌아오면 안된다.  끝까지 버티고 열심히 배워봐.. 음?  (새끼손가락 내밀며) 약속.

미도 ;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엄지손가락 마주대며) 도장 꽝.  사인. (태상이 손바닥 펼치면 그곳에 손가락으로 사인을 그리고) 사인인..  (손바닥을 맞대어 스치며) 복사.  헤헤.

태상 ; 흐흐.  (미도의 양팔을 잡으며) 내가 말했지.  이제 주눅 들지 말고, 돈걱정 하지 말고, 원하는 거 다 해보라구.

미도 ; (태상의 목을 끌어 안으며) 아하, 내 남자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  


태상, 안긴 채 미도의 등을 토닥인다.


30. 책방 앞 (밤)


유리문 안의 불이 켜져 있는 책방에 안고있는 둘의 모습.

책방 안의 불이 꺼지고, 그 앞에 섰는 태상.

칠판 쪽으로 걸어가 칠판을 보다가 지우개로 지우고, 뭔가를 쓴다.

신중히 쓰고 눈물 글썽한 채 칠판을 보는 태상.  천천히 돌아서 걸어간다.

 

E (태상) ; 남자의 달력, 5월.  매운 비빔국수를 같이 먹고 싶은 달.  너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닌 달.  너를 위해 살고 싶은 달.  너 없을 봄이 두려워지는 달.  너를 기다리는 달.  너를.. 사랑하는 달.


태상이 가자 그곳의 반대편에서 지갑들고 걸어오는 미도.  칠판을 못보고 지나쳐 문 열고 집으로 들어간다.        


31. 거리 (밤)


사이렌 울리며 급히 병원으로 들어가는 구급차.


32. 병원 응급실 (밤)


이마에 거즈 붙이고 침대에 누워 눈감고 있는 성주.


창훈 ; (달려오며, 옆에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백성주씨?  (성주에게 달려와) 성주씨!

성주 ; (누운 채 눈 뜨고 한숨) 하아.. 와 달라고 부를 사람도 없구,,,  만만한 게 당신이라 부른 거야.. 희망 가질 필욘 없어.

창훈 ;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많이 다친거야?  어쩌다 이랬어?

성주 ; 정신 놓고 운전하다가.

창훈 ; (걱정스럽게) 안 아퍼?  괜찮아?  (말없이 자신을 보는 성주를 보더니) 한태상이한테 연락해 줘?

성주 ; 하지 마.

창훈 ; 왜 좋은 기횐데?  연락할 건 생겼잖아..

성주 ;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간호사 ; (이쪽으로 급히 와서) 저 보호자분 되세요?

창훈 ; 아예, 제가 이사람 보호잡니다.

간호사 ; 아, 저쪽 원무과 가셔서 접수 좀 하고 오실래요?

창훈 ; 예 알겠습니다.  (성주 보고 신나서) 갔다 올게.  보호자 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 

성주 ; (한숨) 하허.


33. 성주 집 안 (밤)


깜깜한 화면.  잠금 풀리고 문 열리는 소리.  환해지는 실내.  불을 켜고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성주.  서 있는 창훈.  곳곳에 옷이며, 술병 등 널려있는 거실.


창훈 ; 집안꼴이 왜 이래?  무슨 일 있었어?

성주 ; (등 돌린 채) 자고 갈래?  (돌아보며) 농담 아냐.  오늘밤 여기서, 자고 가겠어?

창훈 ; 백성주 오늘 왜 이래?  자해하고 싶은 거야?

성주 ; 그럴지도 모르지.

창훈 ; 무슨 일 있었어?

성주 ; 요 며칠 최악이야.

창훈 ; 최악의 순간에 정점을 찍는, 최악의 남자가 되고 싶진 않다.

성주 ; 그럼 꺼지던가.  (방으로 들어간다)

창훈 ; (바닥에 널린 물건 정리하며) 날 불러줘서 고마워.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  해 저물면 이렇게 한 집으로 들어와서, 매일 얼굴 보며 살면 좋겠다아..  (테이블의 병 치우다가 테이블에 있던 빨간 다이어리 집어들고 적힌 내용을 혼잣말로 중얼대며 읽는다) 스파,, 필라테스,,


34. 침실 (밤)


성주 ;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희망 갖지 말라고 했다아.  빨리 가아.


35. 거실 (밤)


창훈 ; (다이어리 보며) 정리만 좀 해주고 갈게.  (다이어리 뒤에서 사진 한장 빼서 보면, 어린 태상이 태민을 업고 웃고 있는 사진.  돌려보면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태상, 태민. 1992년”이라고 적혀 있다)


E (성주) ; 그런다고..


36. 침실 (밤)


성주 ; (여전히 누운 채) 멋있어 보이지 않거든.  빨리 꺼져 주세요.


E (창훈) ; 어머님.. 따스한 밥, 참.. 맛있습니다.


화나서 벌떡 일어나 앉는 성주.  나간다.


37. 거실 (밤)


창훈 ; (바닥에 앉아 옷 개며) 그집 밥 참 맛있더라.  한태상이 어릴 때, 도시락 반찬 잘 싸왔겠어.


성주, 화나서 터벅터벅 나온다.


창훈 ; (일어서서) 어쩔셈이었어?  알리지 않는 게 복직인가? 

성주 ; 그러지마.

창훈 ; 뭘?  우린 이제 한팀이야.  동생도 마저 찾자구.

성주 ; 동생이 죽었으면?

창훈 ; (가려다 돌아보며) 죽었대?

성주 ; 죽었을 수도 있잖아.

창훈 ; 그럼 가짜 동생을 만들어서 선물해야지.

성주 ; 그래서 얻는 게 뭔데?

창훈 ; 동생한테 당하게 만들어야지.  사업이건, 여자건.

성주 ; 왜 그러고 싶은건데?

창훈 ; 내 자존심을 그자식이 건드렸어.

성주 ; 그게 다야?

창훈 ; 남자의 자존심에는 여러가지가 들어 있어, 이 바보같은 여자야.

성주 ; 가라.

창훈 ; 간다. (돌아서 간다)

성주 ; 그사람 엄마한텐 해꼬지 하지 마.  (멈춰서는 창훈 보며) 그럼 너 죽여버릴거야.

창훈 ; (멈춰섰다 돌아보며) 오늘밤엔 한태상이 대신, 내 꿈을 꿔주면 고맙겠어.  (손을 입에 댔다 때며 쪽 한다)

성주 ; (어이가 없어 한숨) 허.


38. 하늘 (아침)


쨍쨍한 해가 뜬 하늘


39. 글방 앞 (아침)


미도 부, 서점 유리문으로 나와 간판을 내놓고 들어가려다가 칠판에 쓰여진 글씨를 본다.


미도 부 ; (흐뭇한 표정으로) 허어, 그녀석이 또 시를 써놓고 갔네에..  흐흐.


E (미준) ; 보일러 고장났어?  뜨거운 물이 아예 안 나와아.


40.  안방 (아침)


미도 모, 머리에 띠 묶은 채 누워 있다.


미준 ; (목에 걸린 수건을 잡은 채) 엄마, 뜨거운 물 안나온다니까.

모 ; (머리가 아픈 듯 이마에 손 얹고 누워서 찡그린 채) 아이 몰라, 말 시키지 마.

미준 ; 녹물만 쏟아지면서 더운물이 아예 안나와아, 아이. (돌아 나간다)

모 ; 아유 몰라, 말 시키지 마. 

부 ; (들어오며) 어이구우, 겨울에 말썽이더니..  아니 그 머리띠는 또 뭐야아?  아 당장 풀어.

모 ; (징징대며) 보일러 공사도 작년부터 해야 되는데..  여긴 마루천장도 한쪽 꺼지고, 여기저기 다 난리도 아냐아, 아이. 

미도 ; (문 앞에서) 다녀오겠습니다.

모 ; (약간 몸 일으켜서) 너 오늘 회사 가서 한사장한테 말해.  안가기로 한다고.


미도, 대답없이 휭 나간다.


41. 거실 (아침)


쿵쾅거리며 나가는 미도.


42. 서점 앞 (아침)

급히 나가며 시계를 보고 급히 가는 미도.


43. 차 안 (아침)

 

뒷자리에 앉아 창 밖을 보는 태상.


왼팔 ; (운전하다가 룸밀러로 태상 보며) 무슨, 고민 있으세요?

태상 ; 예술의 전당 근처에 좀 내려줄래?  회사에는 내 일 좀 보고 들어간다고 하고.

왼팔 ; 무슨 일인데요?

태상 ; (시선 창 밖에 둔 채) 개인적으로 좀 볼일이 있어.

왼팔 ; 아침부터 데이터하시려나아..  예, 알겠습니다.


전화 벨소리.

양복 윗저고리 주머니에서 전화 꺼내 받는 태상.


태상 ; 예 어머님.


44. 안방 (아침)


모 ; (머리띠 묶은 채 앉아서) 한사장?  남자가 그렇게 해맹맹하게 나오면 안돼.  미도가 아직 어려서 철모르는 저러는 거야.  못가게 해요오..


45. 차 안 (아침)


태상 ; 아, 저도 한번 더 설득해보겠습니다.


E (모) ; 아우, 설득이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못가게 해야지.


46. 안방 (아침)


모 ; (머리띠 한 채 이불에 앉아서) 부탁해요, 한사장아.  아, 나도 다 큰 딸이 연고도 없는 외국에 나가서 지내는 게 마음에 안 놓여.  날 위해서라도 못가게 해요.  (거의 우는 목소리로) 아우, 나 지금 앓아 누웠어어.


47. 차 안 (아침)


착잡한 심정으로 전화 끊는 태상.


48. 예술의 전당 (아침)


서류 들고 가서 인사하는 미도.


직원 ; (서서) 어서오세요.

미도 ; (서류 내밀며) 말씀하신 서류, 준비해 왔구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원 ; 출국은 다음달말 정도로 예상하고 준비하시면 될 거 같아요.

미도 ; 알겠습니다.


49. 예술의 전당 앞 거리 (아침)


건물을 나와 택시를 잡아 타는 미도.

창으로 모습 보이는 미도.

 

미도 ; 서문동으로 가 주세요.


예술의 전당 계단을 올라 건물로 들어가는 태상.


50. 택시 안 (아침)


그런 태상의 모습을 창문으로 보고 놀라는 미도.


51. 예술의 전당 안 (아침)


건물에 들어서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올라가는 태상.


52. 예술의 전당 안 일각 (아침)


직원 ; (다가오는 태상을 보고 일어서서) 어떻게 오셨습니까?

태상 ; 아..


53. 미도 사무실 (아침)


서류철 들고 들어오는 재희.

미도와 여러 직원 앉아 있는 사무실.


재희 ; (맞은편으로 나오는 간부직원에게) 사장님, 오전에 미팅 있으십니까?  방에 안 계시네요.

간부 ; 개인적인 일을 좀 보고 오신다고 했습니다.

재희 ; 언제쯤 오시는지 아세요?

간부 ;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전화연결도 안되고 있구요.


얘기 듣고 생각에 빠진 미도.


54. 다방 (낮)


마주앉은 창희와 사촌 형.


사촌 형 ; (통장 보며 기뻐서) 한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헤헤헤헤헤헤헷.

창희 ; 이제 알려주시죠?

사촌 형 ; 조금만 기다려요, 찾고 있으니까.

창희 ; (답답하여) 아 이미 알고 계시잖습니까아?

사촌 형 ; 모릅니다아..  찾으면 연락할테니까, 기다리쇼.  (일어서서 가려다가 멈추어) 아 찾다 보며는,, 자금이 좀더 필요할 수도 있어요오..


화난 창희, 당장 죽일듯이 사촌형의 목덜미를 꽉 쥐고 벽으로 밀쳐 누른다. 

 

사촌 형 ; 어, 어유, 야이,, 깡패 같은 놈이 사람 잡네, 경찰 불러.


앉았던 사람들, 쳐다본다.

창희, 더 벽에 꽉 밀치며, 손목을 꽉 누르며 팔도 벽에 밀친다.


55. 골목 식당 앞 거리 (낮)


같이 식당 앞으로 걸어오는 사촌형과 창희.


사촌형 ; (골목식당을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예요, 여기.  (주눅 든 목소리로) 약속한 겁니다.  내가 알려준 건 절대 비밀.  홍재 누님은 정말, 날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니까.  생긴건 온화해도, 성격은 불이예요, 불.  (급히 간다)


식당을 보는 창희.


56. 식당 안 (낮)


유리문 밖에서 유리문 열고 들어서려는 창희.


똘이 ; (창희에게 인사하고) 어서 오세요.  국밥 드릴까요?

창희 ; (들어서며) 예에.

똘이 ; (유리문 닫고, 몸 돌려 국 퍼는 태상모 보며) 국밥, 따끈하게, 말아주세요.

태상모 ; (온화한 미소 띠고) 그래요.


창희, 의자에 앉아 태상모를 본다.


E (예전 창희) ; 형, 어머닐 찾은 거 같아요.


57. 다른 식당 밖 (밤, 회상)


창희, 어두운 식당 밖에 먼저 도착하고, 약간 슬픈 표정으로 긴장한 태상, 국밥집 앞에 도착하여, 창 안으로 보이는 젊은 태상모를 본다.


창희 ; (창 안의 태상모 보다가 고개 돌려 태상 보며) 맞아요?


태상, 창 안을 보다가 눈물 한 줄기 흘린다.  그러다 눈물 훔치며 떠나는 태상.

그 모습을 보는 창희.


58. 현재 식당 안 (낮)


고개 숙인 창희, 국밥을 한숟가락 떠서 먹고는 숟갈 든 손이 떨린다.


대상모 ; (창희의 모습 의아하여 보다가) 왜요?  맛이 이상한가요?

창희 ; (고개 돌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태상모를 가만히 보다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꺼낸 지갑에서 돈을 꺼내 상에 올려두고 일어서서, 태상모에게 금방 울음이 터질듯한듯 낮게) 담에 다시 오겠습니다.  (급히 나간다)  


태상모, 뭔가 생각하는 표정이다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창희가 나간 문쪽을 본다.


59. 회사 간이 회의실 (낮)


앉아서 서류와 노트북을 번갈아 업무를 보는 미도. 


재희 ; (들어와, 미도 쪽으로 뒷짐진 채 걸어와) 왜 휴직계나 사직서, 제출 안해요?

미도 ; (재희를 보며 약간 장난치듯) 날 그렇게 보내버리고 싶으세요? 

재희 ; 어떻게 됐어요?

미도 ; 가기로 했어요.  필요한 서류들도 아침에 다 제출했구요.

재희 ; 아아 기분이.. 묘하네요.  좋기도 하고,, 매일 못본다고 하니깐, 섭섭하기도 하고..

미도 ; (선을 긋듯 단호한 어조로) 면접날 도와주신 거 감사해요.

재희 ; (씁쓸한 표정으로) 남자친구는.. 뭐래요?

미도 ; (잠시 생각하다가 재희쪽을 보며) 잘 갔다 오라고 응원해 줬어요.

재희 ; (당황하여 고개 살짝 옆으로 저으며) 다행이네요오.  (섭섭하여) 언제 떠나요?

미도 ; (서류에 시선 두고) 다음달 말쯤?

재희 ; (미도 옆 책상에 손 짚고 몸 숙여 노트북 보며) 김치 싸들고, 놀러가도 돼요?

미도 ; 김치는, 거기에도 있을 거예요.

재희 ; 김이나 멸치는?

미도 ; 그것도 거기 있을 거예요.          


재희, 섭섭한 표정으로 책상에서 손 떼고, 조용히 나간다.

미도, 재희 나간 쪽으로 고개 돌렸다가 다시 시선 노트북으로 옮기고 일을 한다.


60. 포장마차 안 (밤)


마주 앉아 술 마시는 왼팔과 창희.

벌써 약간 취한 듯 보이는데 거푸 술을 따라 마시는 창희.


왼팔 ; (의아하여 창희 뚫어지게 보며) 뭔 일 있어요?

창희 ; 그냥 요즘 하도 술을 못 마셔서.

왼팔 ; 태상형이.. 엄니 통장으로, 돈 보냈어요. 많이.

창희 ; (왼팔 보며) 좋겠다.  이제 화 다 풀렸어?

왼팔 ; (웃음 띠고) 아니 내가 무슨 화를 냈었다고 그래요오..  아니예요.

창희 ; (술잔에 시선 두고 술 따르며) 태상형 함부로 얕잡아 보지마라.  우리 머리꼭대기에 있는 사람이야.          

왼팔 ; 예에.  (웃으며) 누가 오른팔 아니랄까봐.  (창희 잔에 술 따라주며 진지한 어조로 바꿔서) 형, 김성준이가 누구예요?


창희, 표정 잠시 굳는다


왼팔 ; 형도 모르지? 

창희 ; 그게 누군데?

왼팔 ; 아 나도 모르지이..  구용갑이 부르더니, 그러는 거야아.  태상형한테 가서, 김성준이가 누구냐고 물어보라고.

창희 ; 미친 놈.  (술잔 든 채 왼팔을 검지로 가리키며) 너 또 태상형한테 가서 물어보지 마라.

왼팔 ; 안그래요.  아 혹시 형은 아나 싶어서 물어본 거지.

창희 ; 괜히 시비 걸려 그러는거야.  신경쓰지 마.  (술 마시고 생각에 잠긴다)


61. 식당 안 (밤)


가방 등에 맨 채 의자를 정리하는 똘이.


태상모 ; (싱크대 쪽에서 찬합 쌓인 보자기를 들고 오며) 늦었다, 얼른 가봐.  (똘이 앞의 상에 짐 보따리 올리며) 이거.. 가서, 고모님이랑 같이 먹고.  전이랑 밑반찬 몇 개 만들었어.  도시락도 싸가고, 고모랑 맛있게 먹어어..


감동하여 울먹이며 태상모에게 안기는 똘이.


태상모 ; 으이그, 으이그.  헤이구 (똘의 등을 토닥이며) 우리 똘이, 또 울려고 이러네.  (똘이를 떼며) 아이그 자자.  낼 보자.

똘이 ; (보자기 들고 인사하며) 감사합니다, 아줌마.  (나간다)


웃으며 문 쪽 보다 씽크대 쪽으로 돌아서는 태상모.

문 열고 들어서는 두 명의 사람.


태상모 ; (씽크대 쪽에서 행주 손에 든 채 돌아서서) 아유, 아유 어쩌죠?  오늘은 재료가 다 떨어졌는데.

남자 1 ; 유봉자씨 되십니까?  (신분증 들어 보여주며) 경찰입니다.

태상모 ; 왜, 왜 그러시죠?

남자 1 ; 여쭤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좀 앉으시죠.


의자에 앉는 태상 모.


남자 1 ; (맞은 편에 앉아) 김성준씨, 아십니까?  잘 아시죠?  지금, 이분 어디 계시는지, 혹시 아십니까?

태상 모 ; 그분 가족들이 알겠죠.  그걸 왜 저한데...

남자 2 ; 이분이 실종 상태인거, 모르고 계셨습니까?

태상 모 ; 실종이요?  실종이라뇨?

남자 2 ; (사진을 보여주며) 이분 맞으시죠?

태상 모 ; (울먹이며) 이 이사람이 왜 실종된거죠?  언제부터요?

남자 1 ; (한숨 쉬고) 휴.  실례가 많았습니다.  (일어서 나가는 두 사람)


걱정스런 표정의 태상 모.


62. 서점 앞 (밤)


미도, 퇴근하여 걸어오다가 칠판 앞에 서서, 태상이 쓴 글을 본다.


5월 매운 비빔국수를 같이 먹고 싶은 달...


63. 서점 안 (밤, 회상)

  

<몽타주>

 

- 장갑 낀 채 서서 긴 꼬지로 찍어 떡볶이를 먹다가 미도 앞이라 참다가 도저히 매워서 어쩔줄을 모르고 땀 흘리며 미도에게 주고, 페트병 째 들고 물을 마시는 태상.

         

- 미도와 함께 서점의 중앙에 낮은 탁자에 앉아 비빔국수를 먹다가 진땀 흘리며 어쩔줄을 몰라, 옆에 있는 1리터짜리 우유를 팩 채 들고 마시는 태상.  옆에 앉은 미도를 보며, 헉헉거리다가 “아아 맛있네.”하고 억지 웃음 지어보이는 태상.


64. 서점 앞 (밤)


미소 띤 채 칠판을 보고 섰는 미도.


미도 부 ; (뒷짐 지고 서점에서 나와 칠판을 보며) 허허, 멋진 녀석이지?  이정도면, 시.. 다.  어젯밤에 와서 써놓고 갔나 봐.  이재희 그녀석, 자꾸 맘에 들어어.  (미도 보며) 어, 언제 한번 집으로 초대 해.  너 가기 전에.  양다리는 관두고오..  한태상이.. 인간적으론 딱하고 어루만져 주고 싶은 사람이야.  하지만 내딸의 짝으론 싫어.  날 이기적이라 욕해도 좋지만, 그런 남잔.. 다른 여자가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 

미도 ; 이거어.. 한태상씨가 쓴 거예요.  (들어간다)    


미도 부, 칠판 보다가 싹싹 지운다.


65. 미도 방 (밤)


침대에서 이불, 머리 위까지 뒤짚어 쓰고 누워있는 미도.


미도 모 ;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급히 들어서며) 자아?  (천장 보며) 여긴 뭐 흙 떨어진거 없니? 

미도 ; (이불 덮은 채) 없어요.

미도 모 ; (천장 보며) 아후우.  지붕이 다 무너질라나아?  (이불을 확 젖혀 미도 얼굴 보며) 너 어디 아퍼?

미도 ; 아니 그냥 피곤해서 그래. 

미도 모 ; 한사장한테 말했어, 안 간다고?


이불을 덮는 미도.


미도 모 ; (그런 미도 보고 한숨 쉰 후 미도 살짝 때리고) 기집애, 말도 더럽게 안 들어, 정말. (나간다)


모 나가자, 미도, 이불 젖히고 한숨 쉰다.

일어나 앉아 한숨 쉬고 생각한다.


66. 태상 사무실 (밤)


태상,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힘없이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문자 알림 소리.

 

긴장하여 휴대폰 커버 열어 문자 알림 보는 태상.


E (미도) ; 언제 다녀간 거예요?  우리 얘기 좀 해요.


휴대폰, 책상에 던지듯 놓고 책상에 팔꿈치 올리고 두손 모아 잡고 이마에 대는 태상.


67. 미도 방 (밤)


침대에 앉아서 유대폰 손에 들고 기다리는 미도.


문자 알림 소리.


휴대폰 보는 미도.


E (태상) ; 회사 휴직이나 퇴사 절차는 담당 팀장과 얘기하시면 됩니다.


생각에 빠진 미도.


68. 태상 사무실 (밤)


몸을 뒤로 젖히다가 다시 손모아 잡고 얼굴에 대고 고개 절레절레하며 생각하는 태상.

급히 웃옷을 챙겨 들고 나가는 태상.


69. 거리 (밤)


급히 질주하여 가는 차 뒤.


70. 차 안 (밤)


태상 ; (차 안에서 운전하며 블루투스에 대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나랑 얘기가 하고 싶으면, 내가 보낸 주소로 지금 당장 나와.  (전화 끊는다)


71. 거리 (밤)


질주하는 태상의 차.


72. 이벤트 업체 건물 안 계단 (밤)


의리의리한 계단을 오르는 미도.

그 위에 선 여직원, 90도 각도로 인사하고 손으로 미도를 안내하며 계단을 먼저 오른다.


부드러운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실내.


73. 복도 (밤)


복도를 걸어가는 직원.  뒤따라 복도를 걸어가는 미도.

한 문 앞에서 멈추어 문을 열어주는 여직원.


74. 룸 안 (밤)


은은한 선율이 흐르는 실내.

문으로 들어서면 열린 문 안의 소파에 팔 벌리고 앉은 태상.

미도가 룸 안에 들어서 소파에 앉자 밖에서 90도 각도로 인사하고 문을 닫는 여직원.


태상 ; (메뉴판에 시선 둔 채) 해 봐.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미도 ; 여긴 뭐예요?

태상 ; 여기서 일이 있어서 부른 거야.  장소를 여기로 정한 이유까지 다 설명해야 돼?

(짜증난다는 듯이 미도 본다.  메뉴판 테이블에 던져놓고 뒤로 비스듬히 기대어 앉으며) 할 얘기가 뭡니까?

미도 ; 나아.. 포기할까?  이렇게 마음 무거운 채로 가고 싶지 않아서.

태상 ; 마음이 왜 무거운데?

미도 ; 그걸 몰라서 물어?

태상 ; (미도 빤히 보며) 모르겠는데.

미도 ; (언성 높여) 바보야?  아님 못돼 먹은거야?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태상, 일어서서 미도의 손목을 잡고 미닫이문 열고, 옆방으로 간다.


75. 프로포즈 룸 (밤)


테이블에 하트모양으로 꽃이 놓였고, 그 안에 켜진 촛불과 반지케이스가 있다.  그 옆엔 꽃다발과 와인 등이 놓였다.


태상 ; (미도 손 놓고 마주보며) 2년.. 보고 싶은 거 참아보께.  (테이블의 반지케이스 들고 열어서)  잘 다녀오고..  2년 후에 나랑 결혼해줘.  2년 후에 돌아올때.. 이 반지를 끼고 와.  (반지케이스 덮어서 미도손에 쥐어준다.)  (미소 띠고) 매일 문자하고, 화상 통화하고, 뭐 그러다 보면, 시간 금방 가겠지.  속좁게 군 거 미안하다.  용서해 줄거지?

미도 ; (표정 밝아지며 감동하여) 고마워.


태상, 미도 물끄럼이 보다가, 미도얼굴 잡고 끌어당겨 키스한다.

키스하는 두 사람, 풀샷으로 보인다.


76. 암전

     

77. 미도 거실 (아침)

 

조명 켜지면, 비어 있는 거실 전경.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

칼질 소리.


E (미도 부) ; 멀었니?  야, 너 무슨 볼일을 1시간씩 봐, 그래..


미준 ; (걸어가며 부엌 쪽 보며) 엄마, 밥. 

미도 ; (미준 옆으로 급히 걸어가며, 테이블에 짐가방 놓고, 현관의 녹물 위에 구두 보다가 부엌쪽 보며) 엄마, 내구두 왜이래?  (옆 신발장 위의 걸레를 잡고 구두 닦으며)

미도 모 ; (급히 나와 구두 보고, 천정 보며) 에그머니나.  아 여기서도 녹물 떨어지나?  아우 이러다 집 무너지겠네.

미도 ; (구두 닦으며 속상한 목소리로) 축축하게 젖었어어..

미도 모 ; 어휴우  어휴우  (신발장에서 분홍신발을 꺼내 현관에 놓으며) 야아, 이 이거 신구 가야겠다아..


분홍구두 보고 심각한 생각에 빠진 미도 얼굴.


78. 서점 앞 (낮, 회상)


구두 든 쇼핑백을 칠판 앞에 놓아두고, 달려가는 재희의 모습.


79. 미도네 거실 (아침)

  

미도 ; (신발 놓으며) 싫어어.

미도 모 ; 아 싫긴 뭐가 싫어?  새구두 모셔놓고 왜 안 신어, 오늘 중요한 출장 간다며?    미도 ; (신발 신으며) 싫어어.  그냥 이거 신을래.

미도 모 ; 아이구 그 축축한 걸.  아 얼룩도 졌잖어.

미도 ; (거울 보고 머리 만지며) 괜찮아. 그냥 이거 신어두 돼에.       

미도 모 ; (거실로 들어오며) 에이 차암.. 이상한 애네.  핸드폰, 충전기, 지갑 다 챙겼어?

미도 ; (뒷주머니 만져보다가 깜박한듯) 아, 맞다.  (급히 들어간다)

미도 모 ; (분홍신을 들어 테이블의 미도 가방에 넣어주며 혼잣말) 아쉬우니까..  넣어가아..


80. 미도 사무실 (낮)


왼팔 ; (커피잔 들고 서서 사람들 보며) 내가 사장님 20대 때, 그러니까 사장님이 아니라 태상이 형일때부터 쭈욱.. 봐와서 알고 있는데..  이번건 뭐 제대로 성공시킬 거예요오.. 응.


미도, 사무실로 들어와서 자기자리로 가서 짐 챙긴다.


왼팔 ; (벽에 기대어) 그 나리캐피탈 유소할때도 그 한번 봐봐요.  우리한테 넘어올거라고 그 누가 상상을 했겠어요오.. 어?  겉으로는 딱 그냥 이렇게 포기한것처럼 위장막을 깔고 있다가, 나중에 뒤에서 뒤집잖아요오.  야아 사장님 그때, 내가 24시간 거의 붙어다녔는데, 나도 전혀 몰랐어.  크으, 우리 사장님 전설은, 그 누구도 못당해요오.

여직원 ; (앉아서) 머리가 보통이 아닌 분 같아요.

왼팔 ; 뇌 속에 단백질이 충만하시니까..  무서워요, 무서워.


재희, 짐 챙기며 불만섞인 표정으로 왼팔을 본다.


남직원 ; (앉아서) 그건 배워서 되는게 아니라, 타고난 동물적 감각 같아요.

왼팔 ; 전생에 시베리아 벌판의 호랑이였다니까.  아마.. 사람도 여럿잡은 호랑이였을거야아..

재희 ; (가방 둘러매고 일어서서 나오며) 호랑이 사장님과 같이, 출장건 제대로 성공시키고 오겠습니다.  (미도 보며) 미도씨, 출장준비 잘해왔어요?

미도 ; (앉아서 재희 보며) 그럼요.  (일어선다)

태상 ; (사무실로 나오며) 자, 출발합시다.


미도 얼굴과 재희 얼굴 번갈아 보인다.


81. 기차 앞 (낮)


선글라스 낀 채 가방을 기차에 올리고 타는 태상, 그 뒤에서 기차에 오르는 미도, 재희.


82. 기차 안 (낮)


기차 안에 들어서는 세 사람. 

위에 짐을 올리고 창가에 먼저 앉는 태상.

미도의 가방을 위에 올려주는 재희, 맨 가방을 벗으며 태상의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태상 ; (미도 보며 자기 옆의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아, 여기 앉어.


미도, 재희를 힐끗 보다가 태상의 옆에 앉는다.

태상, 선글라스 낀 채 신문을 본다.

재희, 자기가방을 옆 좌석에 놓고 미도를 본다.

미도, 재희를 본다.


재희 ; (미도 보며 옆 좌석을 손으로 가리키며) 미도씨, 이쪽으로 앉을래요, 창가 쪽으로?

미도 ; (단호하게) 괜찮아요.

태상 ; (민망하여 미도 보며) 아, 하, 내가 이렇게 센스가 없네에.  서미도씨, 이쪽으로 와요.  (일어서 나오며) 여기.


미도,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를 바꿔 앉는다.

앉아서 신문을 읽는 태상.

재희, 태상 보다가 맞은편의 미도를 본다.

미도, 재희를 잠시 보다가 창가쪽으로 시선 돌린다.


83. 보석가게 (낮)


성주 ; (걸고 있는 목걸이를 만지며) 아주 화려하고 독특한 거 좀 보여주세요.  기분전환이 필요해서요.

직원 ; 네.  (장갑 낀 손으로 목걸이를 테이블에 놓아 보여준다)

성주 ; (직원이 보여준 목걸이를 보더니) 으음.. 지금 올라가서 해볼게요.


84. 프로포즈 룸 (낮)

 

바닥에 꽃잎들이 떨어져 있고 흐트러진 실내.

직원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들어오는 성주.


성주 ; 뭔일 있었나봐요?

직원 ; (일어서서 성주 앞에 서며) 아, 방금 프로포즈 이벤트를 하나 진행해서요.  (테이블 위의 음료수 따라 준다) 한잔 드세요. 

성주 ; (소파에 앉으며) 별걸 다하네요, 사람들이.

직원 ; (명단이 적힌 서류를 보여주며) 보여드릴까요?

성주 ; (서류의 맨 위에 별표하고 적혀있는 한태상, 서미도 이름을 가리키며) 이건.. 뭐죠?

직원 ; (몸을 숙여 보더니) 아하, 이건 당일날 급하게 예약하는 바람에, 마침 룸이 비어서 가능했거든요.

성주 ; (놀라고 화나서 굳은 표정으로) 프로포즈를.. 했단 말인가요?

직원 ; 네.  이번달 최고의 선남선녀 커플이셨는데.  아시는 분이세요?


성주, 놀라서 들고 있던 물컵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85. 기차 안 (낮)

잠들어 있는 미도와 재희.

커피를 사서 양손에 들고 걸어오는 태상.


태상 ; (자리 앞에 서서) 아이, 사장은 커피를 사서 나르는데 두 사람, 자는 겁니까?


대답없이 여전히 잠들어 있는 둘.


태상 ; (자리에 앉으며) 진짜 자네..  (커피를 옆의 작은 테이블에 놓고 잠든 미도를 보다가 뺨에 살짝 입맞춘다)


놀라서 깬 미도, 맞은 편을 본다.  시선을 태상에게 돌리고 입모양으로만 “하지마”라고 한다.

태상, 미소띤 채 입모양으로 “뭐어” 한다.  한손으로 미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미도, 입모양으로 “하지 말라니까” 한다.

잠에서 깬 재희, 태상을 보다 미도를 본다.

태상, 개의치않고 다시 미도의 뺨에 뽀뽀하고 정면을 보는 태상.


태상 ; (잠에서 깬 재희를 보고 민망한듯 미도 잠시 본 후 다시 재희보며) 아하, 이거 틀켰네.

재희 ;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태상 ; 아, 재희한테 제일 먼저 얘기하게 됐네, 비밀 사내 연애를.

재희 ; (놀란듯) 아 그럼 미도씨 남친이.. 사장님?       

태상 ; 미안해에.  미리 말할까 했는데.. 사장애인이면 일을 제대로 안 시킬거 같애서.  막 부려먹으라고 말 안하고 있었지.

재희 ; 아하, 아 그럼 이제부터, 일을 막 시킬수가 없겠네요.

태상 ; 아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에.

재희 ; 내 부하직원 서미도씨가 아니라, 사모님이 되시는데.

태상 ; (사모님 소리에 기분이 좋아서 미소 띠고 미도를 보다가 다시 재희 보며) 회사에는 당분간 비밀로 해줘, 재희만 알고.


재희, 웃으며 고개 살짝 끄덕이다가 얼굴 굳은 채 있는 미도 본다.  살짝 얼굴 굳어지는 재희.


86. 호텔 전경 (낮)


호텔의 정원이 보인다.


87. 호텔 로비 (낮)


재희 ; (카운터에서 키를 받아 소파에 앉아 있는 미도 쪽으로 와서, 공손히 두손으로 건네며) 여기 키 있습니다.


미도, 일어서서 키를 받으며, 재희를 본다.

태상도 재희에게서 키를 받는다.


재희 ; 아 그런데, 방 3개 잡는 건, 낭비 아닌까요?

태상 ; (재희 보며) 그럼 우리 둘이서 한방 쓰까?

재희 ; 사양하고 싶습니다.

태상 ; 서미도씨랑 난 지킬 건 지키는 사입니다.  가지.


미도, 굳은 표정으로 재희를 본다.  재희도 미도 본다.


88. 엘리베이터 앞 복도 (낮)


엘리베이터문이 열리고 나오는 태상, 미도, 재희. 


재희 ; (방키가 꽂힌 종이로 두 사람이 선 곳의 반대 복도를 가리키며) 저는 저쪽이네요.

태상 ; 음.  두사람 뭐할거야, 나는 공치러 갈건데.

미도 ; 전 온천 갈거예요.

재희 ; 저는 드라이브 좀 하려구요.

태상 ; 으음.  그럼 잘들 쉬고 이따 봅시다.  내가 저녁 맛있는거 살테니까 기대해.  이따 연락하자구.  (재희와 반대방향으로 간다)


태상의 뒤를 따라 가는 미도.

반대방향으로 가는 재희.

태상의 방은 복도 끝이고 그 옆방이 미도 방이다. 

 

태상 ; (미도 방 앞에서 방을 알려주고) 그럼 쉬어.  이따 전화할게.


방으로 들어가는 미도와 태상.

방문 열고 들어가려다가 미도와 태상 쪽을 잠시 보고 섰다 들어가는 재희


89. 도로 (낮)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지프차 한 대.


90. 차 안 (낮)


답답한 표정으로 운전하던 재희, 후우 깊은 한숨을 쉰다. 

찝찝한 표정인 채 핸들, 이리저리 돌리며 운전하는 재희.


91. 야외 온천 (낮)


티 같은 수영복 입고 둥근 온천탕에 앉아서 물 마시고 온천하는 미도.

전화벨 울린다.


미도 ; (옆에 있던 전화기 받고 표정 밝아지며) 여보세요?  예, 안녕하세요.        


E (이사) ; 서미도씨?


미도 ; 네, 말씀하세요.


92. 사무실 (낮)


이사 ;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수화기 들고) 이런 소식 전해서 미안합니다.  서미도씨 채용을, 취소해야 겠어요. 


93. 온천 (낮)

 

미도 ; 지금, 무슨 말씀 하신거죠?


94. 사무실 (낮)

 

이사 ; 런던 사무소에서 따로 원하는 스탭이 있어서요.


95. 온천 (낮)


E (이사) ;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미도 ;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말씀 전혀 없으셨고, 전 필요한 서류를 다 갖다 냈는데요.


E (이사) ; 미안합니다, 서미도씨.  저희가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미도 얼굴에서 화면 환해진다.


96. 택시 안 (아침, 회상)


미도, 차 뒷자석에서 고개 돌려본다.


97. 회사 건물 앞 (아침, 회상)


계단을 올라 회사 문 쪽으로 가는 태상.


화면 환해진다.


98. 온천 (낮)

  

미도 ; 이사님,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저 혹시, 누가 제 채용을 취소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나요?  여보세요?  듣고 계신거죠?


E (이사) ; 서미도씨, 왜그렇게 생각해요오?


미도 ; (속상하여 얼굴 빨갛게 되며) 이런 처사가 너무 이해가 안되니까요.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혹시 누군가가 제 런던 사무소 근무를 취소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나요?


E (이사) ; 그건 우리가 확인해 드릴수가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서미도씨.


속상한 표정으로 전화기 들고 있는 미도.

온천문으로 들어서는 재희, 미도를 본다.

미도, 전화를 끊고 속상해서 울다가 뺨을 닦고, 쪼그려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재희, 미도를 보다가 안스럽고 화난 표정이 된다.


99. 골프장 (낮)


골프장이 보이는 야외 식탁 앞 의자에 앉아있는 재희.


태상 ; (문에서 물통과 수건을 들고 나와 재희의 맞은편에 앉으며) 아, 드라이브 안 갔어?

재희 ; 근처 잠깐 돌고 왔어요.  끝나셨어요?

태상 ; (물통 뚜껑 열며) 아아, 좀 남았어.  근데 재희는 공 안치나?

재희 ; 잘 못합니다.

태상 ; (물 마시고 물통 탁자에 놓으며) 으음.  한국에서 사업할 때 다 필요해, 배워둬.

재희 ; 사장님, 미도씨 말입니다.  우리회사에 근무하는것보단,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태상 ; (약간 표정 굳어지며) 그런데?

재희 ; 그걸 하게 해주는게, 좋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다녀오라고 허락하신거죠?  남자친구가 허락할지 모르겠다고, 꽤 마음 쓰여 했습니다.

태상 ; (안타까운 눈빛으로) 허, 미도가 그런 얘기까지 했었어?  (의심없이 미소띠고) 흠.  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단 두사람 사이가 꽤 돈독하구나..     

재희 ; (미소짓고 보며) 허락하신거죠?

태상 ; 내가 재희라면,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을거 같애에.  근데 난 그렇게 자신감을 가진 남자가 아닌가봐.  좋아하는 여자가 외국을 간다고 하니까아.. 덜컥 두렵더라구.

재희 ; (답답하여) 사장님이 그러실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태상 ; 미도는 내가 먼저 좋아했고, 내가 더 많이 좋아하고 있어어. 

재희 ; (약간 이 악물고) 그래서, 못가게 하신 겁니까?

태상 ; (고개 숙이고 혼잣말 하듯이) 가라곤 했지마안.. 솔직히 미도가 마음을 바꾸거나 일이 틀어지거나 해서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재희 보며) 내옆에 있어주길.. 내심 바라고 있지이.  흠, 나 정말 못났지이?

재희 ; 사랑하면, 그사람의 결정도 존중해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태상 ; (미소띠고 재희 보며) 아 근데 나보다 재희가 더 미도를 걱정해주는거 같네에..   

  

재희, 피식 웃는다.


100. 미도방 (밤)


이불에 얼굴 묻고 울고 있는 미도.  고개를 들고 턱에 흐른 눈물을 닦는다.


101. 엘리베이터와 복도 (밤)


장미꽃 한다발 들고 향기 맡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재희.

복도를 지나 미도 방 앞에 서는 재희.

꽃다발을 문 앞에 놓고 가다가 다시 돌아와 앉아서 눕혀 놓았던 꽃을 문 옆에 세운다.

그때 문 열고 나오는 미도.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는 두 사람.


재희 ; (꽃다발을 미도에게 내밀며) 울지 말라구요.


울먹이는 표정으로 꽃다발을 보다가 받아드는 미도.


고맙다는 느낌으로 여전히 재희를 보며 서서히 문을 닫는 미도.

약간 열린 문을 갑자기 밀치고 안으로 들어서는 재희.


102. 미도 방 안 (밤)


문을 왈칵 열고 들어서며 미도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문 옆 벽쪽에 붙이고 키스하는 재희.

놀라 가볍게 재희를 밀치는 미도.

다시 미도를 잡고 반대쪽 벽으로 밀어붙여 키스하는 재희.


103. 엘리베이터 앞 (밤)


와인을 한병씩 양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로 걸어와서 서서 벨을 누르는 태상.  엘리베이터에 탄다.   


104. 엘리베이터 안 (밤)


12층 벨을 누르는 태상, 미소띤 채 양손의 와인을 보며 어느것이 좋을까 생각하는 표정이다.

 

105. 12층 엘리베이터 앞과 복도 (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태상.  미도 방쪽으로 복도를 걸어간다.


106. 미도 방 문 앞 (밤)


여전히 과격하게 키스하는 재희.

그런 재희의 양볼을 잡고 힘껏 밀치는 미도.  그바람에 반대편 벽에 붙어서게 되는 재희.

문 앞 반대편 벽에 등을 기대고 마주보는 두 사람.

숨을 헐떡이는 미도.

벨소리.

놀라서 문 쪽을 보는 두 사람.

마주보는 두 사람.


107. 미도 방 문 앞 복도 (밤)


와인병을 보다가 방문 앞에 떨어진 장미꽃잎을 의아하여 보는 태상.

다시 벨을 누르는 태상.

으음.. 한숨쉬며 와인병을 한팔에 끼고 한손에 든 채 문 옆 벽에 기대서는 태상.


108. 미도방 안 (밤)


E (태상) ; 미도 방에 없니?

  

문 두드리는 소리.


어쩌지하는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미도.

긴장한 표정으로 그대로 섰는 재희.


109. 미도문 밖 (밤)


휴대폰을 꺼내어 전화거는 태상.


110. 문 안 (밤)


울리는 전화벨.


전화벨 울리는 침대 쪽을 동시에 보는 두 사람.

테이블에 놓인 가방과 그 옆의 전화기.

침대 쪽으로 걸어가려는 미도.

그런 미도의 팔을 만류하는듯 잡는 재희.

멈춰서는 미도.


111. 문 밖 (밤)


귀에 전화기 대고 있다가 떼서 전화기 보는 태상.

안에서 들리는 전화벨소리.

전화기를 끄고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시 문을 두들기는 태상.


태상 ; 미도 자니?


112. 문 안 (밤)


잔뜩 긴장하여 문쪽을 보는 미도.

긴장한 재희.


113. 복도 (밤)


반응이 없자 옆의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태상.


114. 미도방 문 안 (밤)


문 닫히는 삐리링 소리.

여전히 벽에 기대어 하아... 안도의 한숨 쉬는 미도.


재희 ; (맞은 편에 서서 고개 약간 숙인 채) 미안해요.

미도 ; (재희 보며) 나가요.


재희, 나가려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망설이다가 가슴춤에서 전화기 꺼내 받는다.


재희 ; 예에.


E (태상) ; 어디야?


재희 ; 제 방에 있습니다.


긴장하여 곧 심장이 터질것 같은 표정의 미도.


E (태상) ; 와인이나 한잔 하자.  미도 통화되는대로, 내가 다시 전화할께.


재희 ; 예, 좋습니다. (전화기 끈다)

  

울리는 벨소리.


불 들어오는 미도 전화기.


115. 태상방 안 (밤)


식탁 앞에서 전화를 거는 태상.


태상 ; (한손 호주머니에 넣고 한손으로 전화기 귀에 대고) 어 어디야?  아 재희랑 와인이나 한잔하자고 전화했었는데.


E (미도) ; 방에 있어요.


태상 ; 아아, 그래. 그럼 내가 지금 미도방으로 가께.  아, 재희한테도 전화해서 좀 오라 그럴래? 어. (전화기 끊는다)


116. 태상 방 앞 (밤)


문 열고 와인 들고 나오는 태상.

거의 동시에 미도 방문에서 나와 자기 방쪽으로 가는 재희.

그런 재희 뒷모습보고 놀라는 태상.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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