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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짐작할수 없는 사건의 연속)

기황후 28회 대본 (필사)

 

     

          

 

 

            <기황후 28회 대본> (필사)


1. 서고 앞 (밤)


뒷짐 지고 급히 걸어오는 타환.  그 뒤에 따라오는 골타와 신하들.

 

염병수 ; (허리 굽혀 절하며) 폐하를 뵈옵나이다. 

겁설 대장의 오른팔과 신하들 ; (허리 굽혀 절하며) 폐하를 뵈옵나이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타환.


염병수 ; (타환의 앞을 막아서며)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황후마마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타환, 화가 치민 듯 염병수의 멱살을 잡아 당기며 엄한 표정으로 본다.

 

염병수 ; 소 송구하옵니다, 폐하.


안으로 들어가는 타환.


골타 ; (염병수를 똑바로 보며, 낮지만 강한 어조로) 폐하께서 말문을 여시어 죽이라고 명 했으면, 이 자리에서 목이 달아났을 것이오.


약간 주눅 든 표정으로 시선 낮추고 보는 염병수.


2. 서고 안 (밤)


양손으로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서는 타환, 살펴본다.

책상에 엎드려 의식을 잃고 있는 승냥.


타환 ; (승냥에게 급히 가서 옆의 의자에 앉아 승냥을 일으켜 목을 한손으로 만지며) 양이야! 양이야!  (승냥의 몸을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여 걱정스런 표정으로 안는다)


3. 황후전 안 (밤)


둘러 서 있는 세 명.


황후 ; 뭐라?  폐하께서 서고에 가셨단 말이냐?

연상궁 ; (살짝 고개 숙이며) 예 마마. 지금 서고에서, 기재인과 함께 계시옵니다.

황후전 상궁 ; (걱정스런 어조로) 하아, 폐하께서 기재인을 데리고 나오기라도 하신다며는?

황후 ; 앞장 서거라.  내가 가서, 막을 것이다.

연상궁 ; 네 마마.  (먼저 돌아 나간다)


4. 서고 안 (밤)


타환 ; (안고 있던 승냥이 눈을 떠자 인기척을 느껴 승냥을 보며) 양이야! 양이야 이제 정신이 드느냐?

승냥 ; (힘없이) 잠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타환 ; (일어나서 승냥의 손을 잡고 일으키려 하며) 자 일어서거라, 나와 함께 나가자꾸나.

승냥 ; (힘든지 몸을 떨면서 타환의 손을 놓고, 붓을 잡으며) 이제 몇권 안남았습니다, 마저 다 쓰고 나갈 것입니다.

타환 ; (다시 옆에 앉아서, 걱정되어 목소리 떨리며) 사흘동안 물도 한모금 안 마시고... 너 이러다가 죽을수도 있다아..


힘에 겨운지 입술이 떨리며, 붓 잡은 손목을 다른 손으로 받치고 손을 떨며 글을 쓰는 승냥.


타환 ; 양이야..  내가 널 위해서 무얼 도우면 되겠느냐?  말해 보거라.  너를 돕는 일이라면 뭐든..

승냥 ; (시선 앞에 둔 채) 하실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내훈 강령을 읽어주실 겁니까?  아니면, 제가 읽을테니 대신 써주실 겁니까?  그것도 아니면, 황제의 권위를 내세워, 저자들을 물리쳐주실 겁니까?  (곁눈으로 타환 보다가 시선 앞으로 둔다) 그나마 남아있던 황제의 모습마저 두렵다는 이유로, 다 내놓으려 하십니다.  이제 폐하께서는, 절 위해서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 또한, 폐하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안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여기서 그만 나가 주십시오.  (시선 책에 둔 채 붓으로 글을 쓴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타환의 표정.


E (황후) ; 폐하, 지금 그 안에서 무얼하고 계십니까?


벌떡 일어서는 타환, 서고 문과 글 쓰는 승냥을 번갈아 본다.


5. 서고 밖 (밤)


황후 ; (서서) 기재인은 내명부 규율을 어기고, 신첩을 능멸했습니다.  벌칙도 엄연히 훈육이거늘, 어찌 폐하께서 내명부 일에 참견하신단 말씀이십니까?  천부당만부당 합니다.  어서 나오셔서, 황제폐하의 체통을 지키시옵소서.


6. 서고 안 (밤)


E (황후) ; 폐하, 제 말이 아니들리시옵니까?  폐하!


서 있던 타환, 어깨 떨구고 문쪽으로 걸어간다.  멈춰서서 승냥을 돌아본다.  승냥, 눈물 떨구며 안간힘으로 붓을 잡고 써내려간다.

타환, 돌아 나온다.


7. 서고 밖 (밤)


타환, 문을 양손으로 확 열고 문 앞에 섰다.

앞에 선 황후 보다가 말도 없이 가는 타환.  그뒤를 따르는 골타와 신하들.

그런 타환의 뒷모습을 원망어린 눈빛으로 보던 황후, 다시 서고 문을 노려본다.


8. 궁궐 일각 (밤)


타환 ; (급히 계단을 내려오다가 멈춰 서서 시선 앞에 둔 채) 골타야!

골타 ; (뒤따라오다가 타환 옆에 서서) 예, 폐하.

타환 ; 양이를 위해서 다 버리려고 했던 내 생각이, 틀린 듯 싶구나.

골타 ; 폐하.

타환 ; 오늘부터 다시 글공부를 할 것이다.


골타, 기쁜 표정이다.

뭔가 결심한 듯한 타환 표정.


9. 서고 안 (밤)


손을 덜덜 떨며 붓을 내려놓고 글자가 빽빽이 적힌 공책을 덮는 승냥.

창백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는 승냥.


10. 서고 앞 (밤)


방문 열고 나와서 몸을 가누기 힘들어 문고리 잡고 선 승냥.


박내관 ; (작게) 마마.

승냥의 궁녀 ; (작게) 마마.

독만 ; (작게) 재인 마마님.

승냥 ; (힘겹게 계단 몇 개 내려서 황후 앞에 와 서서) 내훈강령 100권, 다 적었습니다.

황후 ; 이제, 내명부 법도의 지엄함을 알겠느냐?

승냥 ; (눈 충혈된 채) 이 모든 것이, 하회와도 같은 황후마마의 성은이옵니다.

황후 ; 내 너를 어여삐 여겨, 앞으로도 성은을 아주 후하게 내릴 것이다.  그러니, 다신 내 권위에 함부로 도전하지 말거라. (돌아서 간다)


염병수와 상궁들, 뒤따라 간다.

황후가 가는 것을 똑바로 보는 승냥.


11. 대전 안 (밤)


타환 ; (글 쓰면서) 운등지유, 하아.. (책 보고) 운등지유..

골타 ; (양손 소매에 넣은 채 급히 달려 들어오며) 폐하!  폐하, 기재인마마께서 방금, 서고를 나와 처소로 돌아갔사옵니다아.

타환 ; (안도의 한숨) 하아!  하아, (글 쓰면서) 양이에게 내가 글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거라.

골타 ; 왜 왜 그러시옵니까?

타환 ; 나도 보여주고 싶구나, 할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양이를 더욱 기쁘게 하고 싶다.

골타 ; 알겠사옵니다.  헌데, 언제까지 말문을 닫으실 생각이시옵니까?

타환 ; 대승상이 선위를 발표할 때, 그때 내 입으로 불가하다고 외칠 것이다.

골타 ; (감격하여) 예에 폐하, 그러하시옵소서!

타환 ; (붓글씨 쓰며) 운등지유..


12. 주막 마당 (밤)


여인들과 어깨 동무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손님들과 객주 안에서 시끌벅적한 사람들.


13. 주막방 안 (밤)


왕유, 눈에 눈물이 그렁하여 생각에 잠겨 있다.


F (왕유) ; 승냥아, 지금 어디 있는 게냐?  보고 싶구나.

E (점쟁이=베일 쓴 여자) ;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군요.


14. 점쟁이 방 (밤, 회상)


카드 펼쳐진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점쟁이와 마주 앉은 왕유와 승냥.


점쟁이 ; 자아, 뒤집어 보시오.


왕유, 카드 한 장을 뒤집는다.    


점쟁이 ; 아주 많이 좋아하는가 봅니다.


왕유, 헛기침 한다.


점쟁이 ; 헌데.. 여인네가 워낙 크고 진귀한 보석이라, 어디를 가도 감출수가 없겠군요.  연분을 이루려면, 두 사람이 이곳을 떠나, 아주 먼 곳으로 가야 합니다.

승냥 ; (피식 웃고, 작게 왕유에게) 푸훗.  순 엉터립니다, 그만 가시지요.


15. 산길 (낮, 회상)


말과 서 있는 사람들.


왕유 ; (뒷짐 진 채 앞에 선 승냥에게) 무슨 일인지만 알아보고, 금방 돌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다들 몸조심하거라.  (승냥의 손을 양손으로 잡는다)


배경음(ost 중 바람결) 들린다.

걱정스런 표정의 승냥.

손 놓고 돌아서 말에 올라 타고 산길로 가다가 돌아보며 손 흔드는 왕유.

걱정스런 표정으로 손 들어 인사하는 승냥, 왕유가 모퉁이로 사라지자 눈물을 닦는다.

바람결, 계속 들린다.


16. 주막방 안 (밤)


탁자에 앉아 눈물 흘리는 왕유.


점박이 ; (들어와서) 다녀왔슴매다. 

왕유 ; 무송이 소식은 들었느냐? 

점박이 ; 고거이, 방내관이 지금 촌장어른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네, 곧 소식이 당도할 겁매다.


17.매박 상단 밖 (낮)


눈 쌓인 매박 상단 마을.

보초 서고 있는 사람.

사람 고문하는 소리가 난다.


18. 고문실 안 (낮)


묶여 있는, 피로 분칠된 무송을 무지막지하게 치는 몽둥이 소리.


흑수 ; (의자에 앉아 손들어 올리며) 그만, 그만하거라.  니 주인이 누구냐?  너에게 주는 시간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무송, 기침한다.


흑수 ; (막대기 짚고 일어서 무송 앞에 가서) 다시 한번 묻지.  니주인놈이, 누구냐?

무송 ;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눈감은 채) 내 주인은..

흑수 ; 그래.

무송 ; 니 에미다.

흑수 ; 이거 찢어죽일.. (짚던 막대기 들어 패려다가 멈춘다)


기침하는 무송.


연비수 ; (남장하고 삿갓 쓴 채) 니놈이 끝내 입을 다물면, 죽기도 전에 살점이 모두 다 떨어져나가, 백골만 남게 될거다.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발설하거라.

무송 ; (피로 범벅된 얼굴로) 흐하하하핫하하, 으하하하핫하하. 으하하..


구정물을 들고 들어오는 촌장.


보초 1 ; (손으로 촌장을 막으며) 너 뭐냐?

촌장 ; 여기가 아닌가 보네에..  아 이 구정물을 어디다 갖다 놓으란 거여어?

보초 2 ; 어서 나가지 못하느냐?

촌장 ; 아예 나갑니다. (구정물 들고 나간다)


19. 나무 감옥 (낮)


나무 감옥 안에서 주먹밥을 들고 이리저리 보는 촌장.


방내관 ; (거지꼴로 바가지 들고 지푸라기 엮은 것 뒤집어쓰고 나무 감옥에 다가서 속삭이듯) 촌장어른, 촌장어른..

촌장 ; (다가가 앉으며) 왜 이렇게 늦게 와, 이 거지같은 놈아.

방내관 ; 거지고 뭐고, 그 밥 좀 주세요.  여기 들어오느라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었더니, 하늘이 빙빙 돌고 뱃가죽이 등짝에 달라 붙어가지고 숨을 못쉬겠어요.

촌장 ; (주먹밥을 주며 혀 찬다) 노예밥도 빼앗아 묵냐아.. 아이고 참.

방내관 ; (주먹밥을 먹으며) 알아 봤어요?

촌장 ; 코 크고.. 훤칠한 놈 맞지?

방내관 ; 맞아요, 맞아요.  봤어요?

촌장 ; 지금 놈들한테에, 고문 당하고 있어어.  지금 안 구하먼 죽을거 같어어.

방내관 ; 우리 무송이, 무송이...  (밥 먹으면서 돌아 간다)

촌장 ; 야, 주먹밥은 주고 가야지이. 아우 배고파. (손에 붙은 밥풀을 먹는다)


20. 술집방 안 (낮)


왕유, 생각에 잠겨 있다.


점박이 ; (둥근 탁자 앞 의자에 앉아서) 아이, 이렇게 생각만 한다고 뭐 나옵매까?  기냥 막 쳐들어가자우요.

방내관 ; (거지복장으로 의자에 앉아서) 승냥이는 나중에 생각하시고, 우선 무송이부터 구해야 되옵니다.  더 지체했다간 죽을수도 있사옵니다, 전하아.

점박이 ; 전하아?

방내관 ; 전하.

왕유 ; (일어서며) 정공법이다.  지금 놈들의 본거지로 간다.

점박이 ; 지금, 말입매까?

방내관 ; 예에?  벌건 대낮이옵니다.  기습을 해도, 해는 좀 떨어져야..


강하게 결심한 듯한 왕유 표정.


21. 매박 상단 (낮)


계단을 내려가는 흑수와 남장하고 삿갓 쓴 연비수.


연비수 ; 열 번을 죽여도, 입을 열 놈이 아닙니다.

흑수 ; (지팡이 짚고 걸으며) 그깟놈은 언제든 죽이면 되는데, 난, 딴 놈이 걸립니다. 


멈춰 서는 연비수와 흑수.


흑수 ; 화살을 날린 놈.  술통 안에 화약이 터졌으니, 분명 어떤 놈이 우리 상단에 침투를 했다는 건데..

연비수 ; 우리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겐가?

흑수 ; (연비수 보며)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흑수 부하 ; (와서 서며) 나으리!  행수 어른을 찾는 자가 있습니다. 

흑수; 누구냐?

부하 ; 고려에서 온, 왕유라는 자라 하옵니다.

흑수 ; 모르는 놈인데..

부하 ; 모르시는 놈이면, 쫓아버리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선다)

흑수 ; (손들어 제지하며) 가만.  (연비수를 보며) 고려에서 온, 왕유라는 자라면..?

연비수 ; 고려의 왕이었다가 폐위가 된 자네.  나와는, 위폐로 맞선 적이 있었지.

흑수 ; 그자가 여길 왔다면, 고려에서 우리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22. 접대실 안 (낮)


긴 탁자의 앞에 앉은 왕유와 그 옆에 선 방내관과 점박이


흑수 ; (문 열리고 들어서, 막대기 짚고 절며 왕유의 앞에 와 서서) 제가 이곳 상단의, 책임자입니다.  왕유공이라 하셨습니까? 

왕유 ; 자네가 흑순가?

흑수 ; 공의 존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지요.  헌데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왕유 ; 이곳에 잡혀있는, 내 수하를 돌려받으러 왔네에.

흑수 ; 수하?  허면, 교초를 훔쳐간 자들이?


자막 ; 교초(交抄)  원나라 화폐


왕유 ; 교초가 아니라, 위폐겠지.


23. 다른방 (낮)


엿듣고 있던 연비수 부하, 연비수에게로 온다.


연비수 ;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내려놓으며) 왕유, 저자가 실수를 하고 있다.

연비수 부하 ; 놔두면, 죽게 될 것입니다.  또 구해주실 겁니까?

연비수 ; 측은지심은, 한번으로 족하다.


24. 접대실 (낮)


흑수 ; 하핫 하핫하하.  수하를 살리겠다고 지옥불로 뛰어들다니, 베포가, 제법이십니다.

왕유 ; 자네와 더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네.  당장 내 수하를 돌려주게.

흑수 ; 밖에들 있느냐?!


밖에서 검은 복장의 부하들 들어와서 왕유와 방내관, 점박이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방내관 ; (놀라서) 아이.

흑수 ; 고려의 왕족은 목숨이, 열개라도 되는가?

왕유 ; 날 죽일수 있을 것 같으냐?

흑수 ; 여긴, 사람목숨도 거래하는 곳이다.  우리 애들을 죽이고, 위폐를 훔쳐간 놈들을, 그냥 살려둘성 싶으냐?

왕유 ; 너희들은 날 죽이지 못한다.

흑수 ; 빨리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들이구나.  싹 다, 없애라.

방내관 ; (양팔을 올리고 겁에 질려서) 저저저저저, 잠깐! 니들, 이분이 누구신줄 아느냐?

흑수 ; 뭐하느냐, 당장 죽이지 않고?

방내관 ; (절박하게 큰소리로) 이분은! 연철승상의 조카 사위시다.

흑수 ; 뭐어라?  연철대승상?!

점박이 ; 어디 한번, 털끝 하나만이라도 건드려보라우, 간나이새끼들아!  그럼, 당장 이곳이 불바다가 될끼야아!


의자에서 일어서 흑수를 노려보는 왕유.


흑수 ; 하아, 몰라 뵙고, 죽을 죄를 졌습니다, 왕유공.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왕유 ; 승산이 아주, 빠른 자로군.

흑수 ; 이분의 수하를, 어서 풀어줘라.

부하들 ; 예에. (칼을 거두고 나가는 부하들)

흑수 ; 자아 이제, 지루한 소개는 끝났으니, 본론을, 말씀하시지요.


흑수를 보는 왕유.


25. 궁궐 전경 (낮)


연못을 가운데 두고 둥근 다리로 연결된 아름다운 궁궐 전경.

새소리.


26. 승냥방 (낮)

둥근 탁자 위에 찻잔을 두고 둘러 앉은 승냥, 백안, 탈탈


백안 ; 황후에게 큰 변고를 당했다, 들었습니다.

승냥 ; 덕분에,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탈탈 ; 재인마마께서 황궁 안에 계시는 한, 황후의 악행은 계속될 것이옵니다.

승냥 ; 해서, 이번엔 제가 먼저 싸움을 걸어볼까 합니다.  손자병법에 이타위과란 말이 있더군요.


자막 ; 이타위과  잘못을 유도해 그것을 빌미로 공격하는 술수


탈탈 ; 황후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겠단 말씀이십니까?

승냥 ; 아주 큰 죄를 짓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죄값으로, 황후의 인장을 빼앗을 생각입니다.  인장은 곧, 황후의 권위이자, 권리와도 같습니다.  그 사악한 힘을, 모두 잃게 만들 것입니다.

탈탈 ; 지금 정공법을 택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좀더 준비를 한 연후에..

백안 ; (탈탈 보며) 싸울 준비는 있어도, 이길 준비란 없는 법이다.  싸움은 재인마마처럼 하는 것이다.  가장 분노했을 때, 꼭 싸우고 싶을 때, 전사는 그때, 결전을 치루지. 

탈탈 ; 하오나 숙부님..

백안 ; 이 황궁안에 위험하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출사표를 던졌으면, 꼭 이기십시오.  패배에는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승냥 ; 저 또한, 한번 시위에 건 화살을, 다시 내려놓는 일은 없습니다.  (일어나 나간다)

탈탈 ; (일어서서 인사하고 앉으며) 지금 재인마마의 입지로는, 자칫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백안 ; 능력이 의심스러웠다면, 애초에 쓰지를 말아야 했다.  이왕 썼으니, 믿어야 하질 않겠느냐?    


27. 궁궐 뜰 (낮)


승냥, 박내관과 함께 걸어 간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타환, 굴타와 신하들.

마주 서는 승냥과 타환 일행.

승냥, 무표정하게 간단히 묵례하고 지나쳐 간다.



타환 ; (섭섭한 표정으로 승냥을 돌아본다, 굴타에게) 보았느냐?  양이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이로구나.

굴타 ; 지금이라도 글공부를 한다는 걸 알리시는 게..

타환 ; 백수문에 있는 천 개의 글자를 외우고 나면, 그때 알리겠다.


자막 ; 백수문(白首文) 천자문


28. 궁궐의 다른 뜰 (낮)


박내관 ; (양손 맞잡아 앞에 둔 채 승냥 옆에서 걸어가며) 황제에게 너무 매정하신 거 아닙니까?

승냥 ; (천천히 걸으며) 내 매정함이, 폐하껜 좋은 약이 될 것입니다.  (멈춰서 돌아보며) 조급해 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릴 것입니다.

승냥의 궁녀 ; (급히 와 승냥 앞에 서며) 마마님! 방금, 후궁마마님들이 황후전으로 몰려 갔사옵니다.

승냥 ; 황후전엔, 어인 일로?

승냥의 궁녀 ; 황후마마님께, 친정에서 보내온, 선물을 드린다고 하옵니다.

승냥 ; 선물?


29. 황후전 (낮)


원탁의 의자에 앉아 있는 황후.

그 주위에 선 후궁들과 상궁.


황후전 상궁 ; (비단 뭉치가 놓인 상자를 황후의 앞에 놓으며) 오재인 마마가 보내온 비단이옵니다.

황후 ; (비단을 만지며) 곱구나.

오재인 ; 황후마마께서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옵니다.

황후 ; 이건, 우리 마하 기저귀로 쓰면 딱 좋겠다. (비단을 탁자에 던진다)

황후전 상궁 ; (청자를 들어 보이며) 이건 부재인마마가 가져온, 청자이옵니다.

황후 ; 청자? (일어서서 청자를 살펴보더니) 이건, 귀하게 생긴 것이, 우리 마하, 매화틀로 제격이구나.


자막 ; 매화틀  황제가 사용하는 이동식 변기


황후전 상궁 ; (웃음 참으며) 푸웃


인상 굳는 부재인.


황후 ; (후궁들 둘러보며) 헌데, 너희들이 무슨 변덕이 나서, 내게 이런 선물들을 다 가져왔느냐?

오재인 ; 실은.. 황후마마께, 소청이 있사옵니다.

황후 ; 말해 보거라.

오재인 ; 아침조례 때마다, 저희에게 내려주시는 탕약을, 이제 그만, 거두어 주셨으면.. 하옵니다.

후궁들 ; (고개 살짝 숙이며) 거두어주시오소서 황후마마.

황후 ; (화난 표정으로) 이것들이,, (탁자 위에 쌓인 물건들을 밀쳐 바닥에 떨어뜨린다)


물건들 바닥에 떨어지며 와장창 깨지는 소리 들린다. 

후궁들, 놀라서 ‘아악’ 약한 비명 지른다.


황후 ; (크게) 네년들이 감히 이딴 잡동사니로 나의 환심을 사려 드느냐?

오재인 ; (쩔쩔매며) 마마, 소첩들은 그저 마마님께..

황후 ; (탁자에 남아 있던 빈 상자를 오재인 옆 바닥에 던지며) 다 필요 없으니, 가져가거라. (노려본다)


30. 궁궐 복도 (낮)


후궁들 걸어온다.


부재인 ; (걸어가며) 괜한 일을 벌인 거 같습니다.

후궁 1 ; (옆에서 걸어가며) 그러게요. 황후마마께서, 오히려 역정만 나셨으니..

오재인 ; (뒤에서 걸어오다가) 한가지,


뒤를 돌아 오재인을 보는 후궁들.


오재인 ; 다른 방도가 있습니다.  연상궁이 탕약을 내오니, 연상궁을 우리편으로 만들어서 탕약을 바꿔치기 하면.. 


승냥 ; (후궁들 옆의 복도에서 나오며) 참으로 순진들 하십니다.  그깟 선물 따위로, 황후마마의 마음이 움직일 거 같습니까?

부재인 ; 자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네. (가버린다)


뒤따라 가는 후궁들.

오재인, 맨마지막에 가려는데..


승냥 ; (오재인에게)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재인 ; (냉랭한 표정으로) 난 자네에게, 딱히 들을 말이 없네. (가버린다)


보는 승냥.

승냥의 옆에 와 서는 내관과 궁녀.


박내관 ; (후궁들이 가는 쪽을 보며) 역시 폐하를, 마마님께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궁녀 ; (후궁들 가는 쪽에 시선두고) 모였다 하면, 마마님 욕을 한답니다.

승냥 ; 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박내관 ; 예, 마마님.


31. 복도 일각 (낮)


마주 서 있는 후궁1과 연상궁.

후궁1, 주위를 살피더니 상자를 연상궁에게 건넨다.

연상궁, 상자를 받아서 열어보고 닫으며 입이 벌어진다.


32. 궁궐 일각 (낮)


부재인, 연상궁 앞에서 상자를 들고 서서 상자를 열어 보인다.

상자 안에 금덩어리가 가득 들었다.

연상궁, 금덩어리를 만지며 낮은 함성 ‘하아’ 지르며 표정 밝아지고 입이 벌어진다.


33. 궁궐 일각 (낮)


후궁2의 손이 어음 같은 종이를 한뭉치 건네면, 받아 쥐고 스르륵 세보는 연상궁.


후궁2 ; 잘 좀 봐주게, 연상궁.


숨어서 이 장면을 보고 미소 짓는  박내관.


34. 궁궐 방 안 (낮)


패물들을 열어보고 만져보는 연상궁.


오재인 ; (연상궁 앞에 서서) 그 탕약을 오래 마시면, 자칫 불임이 될수도 있다고 들었네.  턍약을 내 오는건, 자네 소관이 아닌가?  몸에 좋은 걸로 바꿔치기 한들, 황후마마가 어찌 알겠는가?

연상궁 ; (여전히 패물에 시선두고 만지작거리며) 그거야 그렇죠.

오재인 ; 우릴 도와주면, 그거랑 똑같은 걸, 하나 더 주겠네.

연상궁 ; (밝은 표정으로 오재인 보며) 참말입니까?

 

35. 궁궐 뜰 일각 (낮)


패물 상자 들고 나오다가 돌계단 위에 서서 상자 위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혼잣말 한다.


연상궁 ; 황후마마께서 아시면 경을 칠텐데.. 나더러 약을 바꾸라고?  어림없는 소리지, 흥. (상자를 안고 돌계단을 내려서 간다)


연상궁 뒤에 바로 뒤따라 나와 돌계단 위에 서서 연상궁이 간 쪽을 되었다 하는 심정으로 보는 승냥과 박내관, 승냥의 궁녀.


36. 궁궐 일각 (낮)


궁궐 담벼락 옆으로 급히 걸어가는 오재인.

맞은 편에 와 서는 승냥과 박내관, 승냥의 궁녀, 오재인에게 묵례한다.

그 옆을 못본척 지나가는 오재인.


승냥 ; 큰 실수를 하셨습니다. 


멈춰서 옆의 승냥 보는 오재인.


승냥 ; (오재인 곁눈으로 보며) 어찌, 상궁을 매수할 생각을 하셨습니까?  (앞으로 가버린다)


박내관과 승냥의 궁녀, 승냥을 따라 가버린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승냥 일행을 보는 오재인.


37. 서고 (낮)


창 쪽을 보며 서 있는 승냥.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오재인.


승냥 ; (오재인 쪽으로 돌아서서 보며) 연상궁은,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 지, 잘 아는 아입니다.  후궁들과의 약조를 지키기 위해, 탕약을 바꿔치기해서 죽음을 자초하는 일따윈, 하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오재인 ; 연상궁은, 이미 우리가 준 뇌물을 받았네.

승냥 ; 마다할 연상궁이 아니지요.  나중에 혹 문제가 되더라도, 황후에게 후궁들이 준 뒷돈이 밝혀지면, 오히려 큰 상을 받을테니,,  마마님들은, 아마도 출궁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황궁 안은, 그런 곳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곳.

오재인 ; 허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자넨 분명 알고 있을 것이네, 우리가 어찌해야 하는 지.  방도를, 일러 주시게.   


승냥, 손으로 오재인의 뺨을 세게 친다.


오재인 ; (뺨을 잡고 승냥을 보며 크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

승냥 ; 방금, 제가 그 방도를 일러 드렸습니다.

오재인 ; (기가 차서) 허어.


보는 승냥.


38. 궁궐 뜰 일각 (낮)


염병수의 오른팔, 보석상자 두 개를 겹쳐 조심스럽게 들고, 염병수와 나란히 궁궐 뜰을 걸어간다.  뒤에 여러 명의 군사들, 열을 맞춰 따라온다.


탑자해와 당기세 앞을 가로막고 선다.

묵례하는 염병수.


당기세 ;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염병수 ; 매박 상단에서.. 황후마마께 드리라며 보내왔습니다.

탑자해 ; 매박?  그놈들이 왜에?

염병수 ; (편지를 펴서 당기세에게 주며) 여기, 흑수란 자가 보낸 서찰입니다.

탑자해 ; (당기세에게) 무슨 서신이요?

당기세 ; (편지에 시선두고 미소 띤 채) 황궁 안에, 내명부에 필요한 물품을 넣게 해달라는구나.

염병수 ; 큭, 황태후가 아니고 황후마마께 보낸 걸 보면.. 그놈들도 대세파악이, 아주 빠른 거 같습니다, 하하.

당기세 ; 황후마마껜 내가 전달하겠다.  이리 주거라.

염병수의 오른팔 ; (상자 건네며) 예에, 장군.


탑자해, 상자를 받는다.

당기세와 상자 옆에 낀 탑자해가 걸어 지나간다.

약간 떨어진 정자에 서서 그들을 보는 백안과 탈탈.


백안 ; 매박에 다른 지부도 많은데 왜 하필 흑수인게냐?

탈탈 ; 기재인 마마를 노예로 팔아먹은 자가 흑수가 아닙니까.  이참에 그자까지 손볼 생각인거 같습니다.

백안 ; 결과가 어찌될진 모르겠지만, 기재인 마마의 계획이, 자못 기대가 되는 구나.


39. 황후전 (낮)


황후 ; (보석이 가득 든 상자를 열며 감탄) 하우, 이게 다, 서역에서 온 물건들이란 말입니까?

당기세 ; 예에, 이들 상단이, 일칸국까지 뻗쳐 있습니다.


자막 ; 일칸국  현재의 이란

 

황후 ; 이 물건들을, 제가 가져도 되는 겁니까?

당기세 ; (의기양양한 미소 띠고) 이걸 보낸 흑수란 자가, 아버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사옵니다.

황후 ; (미소 지으며) 그래요?  잘됐군요.

황후전 상궁 ; (들어와 서서) 마마, 지금 후궁전에, 난리가 났습니다.

황후 ; 난리가 나다니?

황후전 상궁 ; 후궁들끼리, 대판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황후 ; (벌떡 일어서서) 누가 누구랑 싸운단 말인가?


40. 후궁전 (낮)


오재인, 세게 승냥의 뺨을 때린다.


승냥 ; 지금, 날 때렸느냐?

오재인 ; (노려보며) 먼저 손찌검한 게 누군데 그래?


승냥, 오재인의 뺨을 세게 친다.

후궁들, 놀라서 낮게 ‘아’ 비명한다.


오재인 ; 난 운남 행성주의 딸이다.  너같은 고려의 공녀 따위와는 출신성분이 다르단 말이다!

승냥 ; 너나 나나 같은 정오품 재인.  부모 잘 만난 것이 그리도 대수더냐?

오재인 ; 허, 이것이 보자보자 하니깐.. (손들어 치려 한다)


승냥, 오재인의 손목을 잡아 밀어 바닥에 쓰러뜨린다.

겁에 질린 후궁들은 낮은 비명. ‘어, 아아’


승냥 ; 니들도 마찬가지다.  한번만 더, 날 공녀출신이라고 손가락질하면, 그땐 그 손목들을 아예 분질러버릴 것이다.

황후 ; 웬 소란들이냐?  (들어와 서서 후궁들 둘러보며)  네 년들이 정신이 있는 게냐?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싸움질이야!

오재인 ; (고개 약간 숙이며) 억울하옵니다, 마마.

승냥 ; 먼저 시비를 건 쪽은, 제가 아니라..

황후 ; (승냥 보며) 닥치거라.  저녁때 조례를 열 것이니, 그리들 알거라.


황후전 상궁과 연상궁의 비웃는 표정.

황후 일행 나간다.

승냥, 의미심장한 웃음 띤다.


41. 궁궐 일각 (낮)


천천히 앞에서 걸어가는 황후와 뒤따라오는 상궁과 궁녀들.


황후 ; 연상궁은, 잊지 말고 탕약을 준비하게.

연상궁 ; 예, 마마.

황후전 상궁 ; 오늘도 기씨년이, 탕약을 안 먹는다고 할 터인데..

황후 ; 제발.. 그러길 바라고 있네.

황후전 상궁 ; 예에?

황후 ; (멈춰서 돌아보며, 낮게 음흉한 미소 띠고) 내탕약을 거부하면, 아예 주리를 틀어서 사지를 못쓰게 만들 생각이네.  허어, 싸움질까지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딨겠는가?

황후전 상궁 ; 아하, 제아무리 황태후라 한들, 이번엔 기씨년의 역성을 들어줄 순 없을 것이옵니다아.. 흐흐 흐흐흐 흐흐흐

연상궁, 황후 ; 흐흐 흐흐흐

황후전 상궁 ;  (연상궁에게) 잘 준비하거라.


42. 오재인 방 (저녁)


오재인, 붉어진 뺨을 거울을 들고 비춰본다.

탁자에 둘러 앉은 후궁들.


부재인 ; 아주 막 되먹은 년입니다.

후궁 1; 그냥 넘어가지 마세요.  아버님께 일러, 혼을 내줘야 합니다.


문 열고 곶감접시 얹은 나무 쟁반 들고 들어오는 승냥의 궁녀.


오재인 ; 니가 여긴 어인 일이냐? 

승냥의 궁녀 ; 기재인 마마님께서, 아까 일을 사과드린다며, 곶감을 보내 오셨습니다.

오재인 ; 필요 없으니, 당장 가져가거라.

승냥의 궁녀 ; (긴장하여) 전해 드리지 않으면, 저만 죽습니다. (쟁반 탁자에 놓고 급히 인사하고 가버린다)

후궁2 ; (돌아보며) 아니 저것이?

부재인 ; 아우, 이제 와서 사과라니요..  뻔뻔스럽기까지.


오재인, 곶감을 들고 먹는다.


후궁1 ; (어이없어 혀 차며) 허, 아 아니, 그게 지금 목에 넘어가십니까?

오재인 ; (계속 곶감을 먹으며)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어서.


43. 궁궐 뜰 일각 (밤)


황태후와 장시랑 나란히 걸어간다.  그 뒤로 궁녀들 뒤따른다.

맞은 편에서 앞서 걷는 연상궁과 탕약 든 궁녀들이 걸어오다 인사하며 멈춘다.


황태후 ; (멈춰서서 연상궁에게) 후궁들에게 아직도 그 탕약을 먹이는 게냐?

연상궁 ; 황후마마께서 명하신지라..  (급히 간다)

장시랑 ; (황후 보며) 회임을 막으려는 노력이 참으로 집요하옵니다.


44. 황후전 (밤)


양쪽 가장자리에 쭉 선 후궁들.


황후 ; (가운데서 후궁들을 쭉 훑어보며 걸어가더니 후궁2 앞에 멈춰 서서 보며) 천박하긴.  웬 화장이 그리 짙은 게냐? 

후궁 2 ; (고개 숙이며) 송구하옵니다.

황후 ; 오늘부터, (후궁들 둘러보며) 다들 눈썹들을 그리지 말거라.  왜들 대답이 없는 게야?

후궁들 ; 명을 받들겠나이다.

황후 ; (돌아서서 나란히 서 있는 오재인과 승냥에게 다가가 보며) 쯧쯧쯧쯧 쯧쯧.  나인들 앞에서 싸움질을 하다니..

오재인 ; (고개 숙이며) 송구하옵니다, 마마.

황후 ; (가만히 섰는 승냥에게) 넌, 어찌해서 반성을 안하느냐?

승냥 ; 소첩의 잘못이, 아니옵니다.


걱정스럽게 보는 승냥의 궁녀와 독만.


황후 ; 허, 방자하구나.  폐하께서, 이 내명부 안에서도 널 지켜줄 줄 아느냐? 

승냥 ; 지금껏 제 몸은, 제가 지켰습니다.

황후; 그래?  그럼, 그 잘난 몸둥아리, 어디 한번 잘 지켜보거라.


문 열리고, 연상궁 제일 앞에 서서 들어오고, 그뒤로 궁녀들 탕약 들고 들어와 각 후궁 앞에 선다.


황후 ; 뭘 새삼스럽게 긴장들을 하느냐?  어서 탕약들을 받거라.


탕약을 드는 후궁들의 손.  턍약그릇을 들고 선 오재인과 승냥.

탕약을 마시는 후궁들.

오재인, 탕약을 마시고 그릇에서 대추를 집어 먹는다.

그 옆에 탕약을 들고 있는 승냥.


F (황후) ; (승냥 보며) 제발 먹지 마라.  거부하는 순간, 네년은 죽는다. 


그릇을 들어 올리는 승냥.


F (황후) ; 마시지 말란 말이다.


탕약을 먹는 승냥.


F (황후) ; (그런 승냥 보며) 영악한!


오재인, 목을 잡으며 ‘으윽 으윽’하며 쓰러진다.

놀라 마시던 탕약을 멈추는 승냥.

놀란 표정의 연상궁과 황후전 상궁.


독만 ; (쓰러지는 오재인을 받치듯 안고) 마마!  정신 차리십시오, 마마, 마마.

황후 ; (놀란 표정으로) 대체 왜이러느냐?

황태후 ; (들어와 서서 쓰러진 오재인 보며) 이게 무슨 일이냐?

부재인 ; (울먹이듯) 오재인이 탕약을 마시고, 흐흑, 흐흑.

독만 ; (오재인 안은 채 주위 둘러싼 사람들 보며) 누가 은비녀 있으면, 좀 줘 보십시오.


부재인, 머리에 꽂은 은비녀를 뽑아 독만에게 준다.


독만 ; (건네받은 은비녀를 오재인의 입 안에 넣어 굴리다가 꺼낸다.  은비녀끝의 색이 변해 있다) 독약입니다. 독약을 먹었습니다.

후궁들 ; 아악!  아악!

황태후 ; 독이라니!  (황후를 보더니) 대체 어찌 된 겁니까, 황후?

황후 ;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 저으며)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하흐, 하흐.


연상궁, 너무 놀라 손을 입에 댄다.


승냥 ; 어서 내의원을, 내의원을 불러주십시오.

독만 ; (둘러싼 후궁들 보며) 좀 도와주십시오.


후궁들 모여서 오재인을 업고 가는 독만을 따라 나간다.

겁에 질린 연상궁과 황후전 상궁.


황태후 ; (기재인의 궁녀에게) 오재인이 마신 탕약 종지를 수거하라.


승냥의 궁녀, 꾸벅 인사하고 궁녀가 들고 있던 쟁반에서 탕약 종지를 집어 든다.


황태후 ; (황후 보며) 이 일은 내가 직접 나설 겁니다.  감찰궁녀와 조사관을 시켜, 철저히 파헤칠 것이니, 그리 아세요.  (간다)

 

승냥의 궁녀도 따라 나간다.


황후 ; (연상궁에게 다가가 보며) 어찌 된 것이냐?


연상궁, 고개만 가로 젓는다.


황후 ; 어찌 된 것이냐고 물었다.  (겁에 질린 연상궁의 뺨을 세게 친다)

연상궁 ; 아윽!  (바닥에 쓰러진 채) 저는 모르는 일이옵니다.

황후 ; 미련한 것.  대체 탕약을 어찌 관리했길래? (또 때리려한다)

황후전 상궁 ; (앞을 살짝 막으며) 마마, 고정하소서.


화난 황후의 얼굴.


45. 대전 안 (밤)


타환 ; (의자에 앉아 놀라서 크게) 뭐라?  오재인이 독이 든 탕약을 마셔?


대전 안 바닥이 온통 종이로 가득하다.


골타 ; (앞에 서서) 예 폐하.  지금 황궁 안이 발칵 뒤집혔사옵니다.

타환 ; 양이는? 양이는, 무사하다더냐?

골타 ; 탕약을 마시기 직전에, 오재인 먼저 쓰러졌다 하옵니다.


타환, 안도의 한숨 ‘하아, 하아’ 쉰다.


46. 황태후전 (밤)


의자에 앉아 있는 황태후.


장시랑 ; (급히 들어오며) 마마, 이 일이 대체 어찌된 것이옵니까?

황태후 ; (미소 띠고) 황후가, 드디어 아주 큰 사고를 치고 말았네.

장시랑 ; 허면, 탕약 안에 든 독이..?

황태후 ; 누구 짓이겠는가!  자넨 가서 모두에게 전하게.  만인이 보는 앞에서, 황후의 죄를 밝힐 것이네.

장시랑 ; 알겠사옵니다, 마마. (인사하고 간다)


미소 띠고 생각하는 황태후.


47. 황후전 (밤)


초조하게 서서 왔다갔다 하는 황후. ‘어후..하아.. 아 하아’

연철과 당기세 들어온다.


황후 ; 아버니임..!

연철 ; 황후께서 하신 일입니까?

황후 ; 하늘에 맹세코,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탕약을 담당하는 연상궁도, 모르는 일이라 했습니다아.

당기세 ; 황후마마께서, 함정에 빠지셨습니다.

연철 ; 누군지 짐작이 가느냐?

당기세 ; 감히 이런 짓을 꾸밀 자가 누가 있겠사옵니까?

연철 ; 황태후?!

당기세 ; 예에.  틀림없을 것이옵니다.

탑자해 ; (급히 들어오며) 아버님!  (숨찬듯) 하아, 하아, 방금, 행성주들이 당도했사옵니다.

당기세 ; (급히 탑자해쪽으로 몸을 돌리며) 행성주들이 벌써 이 일을 알았단 말이냐?

연철 ; (생각에 빠져 낮게 혼잣말처럼) 흠, 판을 벌려 보겠다아.. 흐흐 흐흐.

황후 ; (금방 울듯)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아버니임..

연철 ; (제지하듯) 쓰읍 으허!  침착하세요, 황후마마.  황후께서 범인이 아니라는 증자도 없지만, 범인이라는 확증도 없습니다.  끝까지 당당하세요.  만에 하나 벼랑 끝에 몰리면, 이 애비가 나설 겁니다.  흐흐흐흣 흣흣흣.  으음.(긴장한 표정)


48. 내의원 안 (낮)


눈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오재인.

침대 맡에 앉아 오재인의 손목을 의미심장하게 만지고 있는 의원.

옆에 서서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후궁들과 독만.


49. 내의원 밖 (낮)


연상궁 와서 방문에 귀를 대고 선다.


50. 내의원 안 (낮)


손을 놓고 돌아보는 의원.


독만 ; 어떠하신가?

의원 ; 다행히 맹독은 아니고, 이 삼킨 독도, 아주 소량입니다.


안심하는 표정의 독만과..

안도의 한숨 쉬는 후궁들.


의원 ; 헌데, 식사 때 드신 게, 뭔지 아십니까?

부재인 ; 하루종일, 굶었다고 했네.


51. 내의원 밖 (낮)


연상궁, 안심하고 돌아서 가려 한다.


E (부재인) ; 참,


52. 내의원 안 (낮)


부재인 ; 기재인이 준, 곶감 하나를 먹었네.

후궁1 ; 맞아.


53. 내의원 밖 (낮)


연상궁, 돌아서서 다시 방문 앞에 와 엿듣는다.


54. 내의원 안 (낮)


의원 ; 아무튼, 뭐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심려치 마십시오.


55. 내의원 밖 (낮)


엿듣고 있는 연상궁.

복도를 걸어와 연상궁 뒤에 서서 보는 박내관.


박내관 ; 여기서 뭐하십니까?


놀라 돌아보는 연상궁, 간다.


박내관 ; (미소 짓다가, 방문에 대고) 대명전으로 모이라는, 태후마마 명이십니다.


56. 대명전 안 (낮)


약간 높은 곳의 의자에 나란히 앉은 황후, 타환, 황태후.

아래쪽 탁자 앞 의자에 앉아 앞을 보는 탑자해, 당기세, 연철.

반대쪽에 앉은 백안과 탈탈.

그 앞에 앉아 앞을 보는 승냥과 후궁들.

가장자리에 열지어 선 상궁, 궁녀, 내관들.

문 열리고 들어오는 염병수와 조사관, 그 뒤의 염병수 오른팔, 위에 노란천이 덮인 물건이 놓인 탁자 앞에 와서 꾸벅 인사한다.


염병수 ; 폐하, 조사관 대령이옵니다. (옆의 조사관에게 고개짓으로 신호한다)

조사관 ; (두어발짝 앞으로 와) 황제폐하께, 문후 올리옵나이다. (고개 숙인다)

황태후 ; 다들 결과를 기다리고 계시네.  어서 시작하게.


조사관, 노란천을 벗기고 탕약이 약간 남은 종지를 들어 굴려 본다.


황태후 ; 그정도면, 독을 감별해낼 수 있겠는가?

조사관 ; 충분하옵니다.  (은구슬을 탕약에 넣어 다시 굴린다)


긴장한 표정의 사람들.

조사관, 옆의 흰천에 그 은구슬을 쏟고, 돋보기로 본다.


황태후 ; 결과가 나왔는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태후를 보는 황후.


조사관 ; (바로 서서) 예 태후마마.  이 탕약에는 독이 없사옵니다.


‘어휴‘ 안심하는 황후와 연상궁, 황후전 상궁, 밝은 표정의 염병수.


연철 ; (일어서서) 틀림없느냐?

조사관 ; 독에 반응하는 은구슬이, 하나도 변한 것이 없사옵니다.


기쁜 표정의 연철과 당기세와 탑자해.


황후 ; (미소 띠고 황태후 보며) 이제, 저에 대한 의심은, 풀리셨습니까?

황태후 ; 처음부터, 황후를 의심한다 말한 적 없습니다.

황후 ; 허, 그러시겠죠.

연철 ; (위엄을 가진 말투로 황후 보며) 황후마마, 이번일은 내명부의 일이지만, 각 행성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속히 진범을 색출하셔야 할 겁니다.


긴장하는 황태후.


황후 ; 그리하겠습니다.  (일어서서) 지금부터는 내가 이 사건을 파헤칠 것입니다.  독만 태감은, 모든 나인들의 액정궁 출입을 단속하고, 감찰 궁녀들을 새로 꾸리게.

독만 ; 예, 황후마마.


황후전 상궁,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다.

염병수, 옆의 연상궁을 보며 실실 웃는다.  연상궁, 기쁜 표정으로 염병수 쪽 보다가, 민망하여 고개를 돌린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황태후 보는 황후.

긴장한 황태후와 탈탈, 표정을 알 수 없는 승냥.

초조한 표정으로 승냥 보는 백안.


57. 접대실 (낮)


둥근 탁자에 앉은 승냥.

들어오는 백안과 탈탈, 의자에 앉는다.


백안 ; 어찌 된 일입니까?  황후를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독을 대체 어찌 썼길래..

승냥 ; 탕약에서 독이 나온다고, 황후의 지시라는 확증은 없습니다.

백안 ; 일전에 매박 상단의 이름으로 황후에게 보낸 물건이 있질 않습니까?

승냥 ; 이 황궁에서, 누가 감히 황후의 처소를 수색할 수 있겠습니까?  낙정하석이라고 했습니다.  일단 우물에 빠뜨려 놓아야, 돌로 내리 칠 수가 있습니다.


자막 ; 낙정하석 (落穽下石)

       함정에 빠진 이에게 돌을 떨어뜨림.  즉 곤경에 빠진 사람에게 해를 가한다는 뜻. 


탈탈 ; 허면, 생각해 논 방도가 무엇입니까?

승냥 ; 고육지계를 쓸 것입니다.


자막 ; 고육지계(苦肉之計) 적을 속이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여 속이는 전략.


백안 ; 재인마마께서 스스로, 희생을 무릅쓰겠단 말씀입니까?

승냥 ; 황후가 분명, 날 범인으로 지목할 것입니다.  내 한몸이 미끼가 된다면, 황후의 인장을, 빼앗아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58. 황후전 (낮)


둥근 탁자 주위에 둘러선 세 사람.


황후 ; 그게 사실이더냐?

연상궁 ; 예에 마마.  그날 오재인이 먹은 건, 기재인이 준 곶감 밖에 없사옵니다.

황후 ; 탕약에는 독이 없었으니, 곶감에 독이 들어있었다는 게 아니냐?

황후전 상궁 ; 틀림없사옵니다.  (연상궁 보며) 그래, 그 곶감은 남았느냐?

연상궁 ; 그 그것이.. 

황후 ; 왜 그러느냐?

연상궁 ; 남은 곶감을 궁녀들이 먹었다 합니다.

황후 ; 하아, 궁녀들은, 어찌 되었느냐?

연상궁 ; (불만스런 어조로) 멀쩡하옵니다.

황후 ; 뭐라, 멀쩡해에?

황후전 상궁 ; (황후 보며) 그럼 곶감에도, 독이 안 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황후 ; (의미심장한 어조,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죄는 짓는 것이지만, 죄인은 만드는 것이네.

황후전 상궁 ; 예에?

황후 ; 내 아버님 말씀이시지.  곶감이 없어졌다니, 더욱 다행이 아닌가?

황후전 상궁 ; 하옵시면..

황후 ; 기씨년을, 범인으로 만들 것이네. 


놀라는 표정의 황후전 상궁과 연상궁.


황후 ; 그날, 기씨년과 오재인이 싸움질을 했네.  목격자가 한둘이 아니지.  기씨년이 준 곶감 외에는 아무것도 먹질 않았는데, 오장육보가 뒤집혀 죽을뻔 했다아..?  허어, 이보다 더 명백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황후전 상궁 ; 예에 마마.  기씨년이, 무조건 진범이옵니다.

황후 ; (몸을 약간 숙여 황후전상궁과 연상궁을 은밀히 보며) 황궁 내에 소문을 내게.  믿는 자들이 많아지면, 소문은 진실이 되는 법이지, 흐 흐흐흐 흐흐.


은밀한 미소 띠는 연상궁.


59. 궁궐 뜰 (낮)


연상궁 앞에 궁녀 3명 서 있다.


궁녀1 ; (놀란 목소리로 연상궁 보며) 곶감 안에, 독이 들어 있었단 말입니까?

궁녀2 ; (옆의 궁녀들 보며) 그럼 독이 어디서 나왔겠어어?


궁녀들 얘기 들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의 연상궁.


궁녀3 ; (옆의 궁녀들 보며) 싸울 때 보니까, 기재인 마마가 오재인 마마를 죽일 거 같았어어..

궁녀1 ; (옆의 궁녀들 보며) 두사람이 원한 관계가 아아주 심각했데에.

궁녀2 ; 아니 그런다고 어떻게 독살을?  아, (저쪽 편에 나와 선 타환 일행 발견하고 놀라 손으로 입을 막으며) 폐하아!


고개 숙이는 궁녀와 연상궁.

무사들 타환 뒤에 서 있다.

뒷짐 지고 노려보는 타환.


골타 ; (소맷자락에 손 지른 채 궁녀들 쪽으로 급히 와서) 지금 폐하께서는 화가 많이 나셨다.  어찌해서 이리도 입들이 방정맞은 게냐?

궁녀들 ; (고개 숙여) 송구하옵니다, 폐하!


보는 타환.  고개 숙이고 긴장한 연상궁 표정.


60. 궁궐문 일각 (낮)


뒷짐 지고 걸어오는 타환.

그 뒤로 소맷자락에 양손 넣고 따라오는 골타와 뒤의 무사 2명.


타환 ; (급히 걸어오다가 큰 문 앞에 멈춰서 한숨 쉬고) 허우.  (주위 둘러보고 골타 보며 은밀히) 이러다 진짜 양이가 범인이 되고 말겠구나.  황궁 상황을 단단히 주시하고, 양이 주변을 수시로 내게 보고하거라.

골타 ; 예에, 폐하.  

타환 ; (걱정되어 한숨) 허후.


61. 궁궐 복도 (낮)


승냥과 승냥의 궁녀, 복도를 걸어온다.


E (후궁2) ; 맞다니까, 그년이 확실하다니까요.


부재인과 후궁1, 2명 모여서 이야기 중이다.


후궁2 ; 공녀 출신이잖아요.

부재인 ; 맞어, 맞어.  내가 그랬잖아요.


승냥이 걸어오자, 시선을 피하고 길을 비켜준다.

승냥과 승냥의 궁녀가 지나가자 뒷모습에 대고 손가락질하는 후궁 3명.


62. 황태후전 (낮)


절하고 일어서는 승냥.


황태후 ; (의자에 앉아) 그래, 무슨 일로 날 보자고 온 것이냐? 

승냥 ; 요즘, 황궁 안에 떠도는 소문을, 알고 계신지요?

황태후 ; 니가 오재인을 죽이려 들었다지?  헛소문 따위에, 괜한 마음 쓰지 말거라.  나도 믿지 않는다.

승냥 ; 헛소문이 아닙니다. 

황태후 ; (놀란 표정으로 승냥 보며) 헛소문이 아니라니? 

승냥 ; 오재인이 마신 독.. 제가 꾸민 일입니다.

황태후 ;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냐?

승냥 ; 제가 먹였습니다.  그 독.


황태후, 시선 피하며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승냥을 본다.

똑바른 시선으로 태후를 보는 승냥.


63. 황태후전 밖 (낮)


복도를 걸어오는 장시랑, 문 앞 궁녀들 앞에 와 서서 뒷짐 진 채 헛기침.  ‘으흠’


태후전 상궁 ; (몸 약간 숙이고) 마마!  장시랑 오셨사옵니다아.


양손 앞에서 맞잡고 안에서 나오는 승냥.

승냥에게 인사하는 장시랑.

승냥, 장시랑에게 살짝 묵례하고 지나간다.


64. 황태후전 안 (낮)


깊은 생각에 빠진 황태후.


장시랑 ; (황태후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서서) 마마, 태후마마, 방금 기재인과, 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황태후 ; (생각에 빠져 있다가 장시랑 보며 호탕하게) 으 하하하하 하핫, 하핫 하하 하하, 아핫 하하핫

장시랑 ; (의아하여) 왜 왜 그러시옵니까, 마마?

황태후 ; 아핫, 하핫하하 하하,  아핫 하핫하하. 으음.. 으음 흐흣.


65. 궁궐 일각


박내관과 궁녀들 거느리고 황태후전에서 나오는 승냥.


66. 기생집 복도 (밤)


램프등 여러개 켜져 있는 복도.

지팡이 짚고 오는 흑수와 왕유, 그리고 그 뒤에 일행, 코너 돌아 복도를 걸어 연비수 앞에 온다.

기생방문 앞에 서 있는 기생들과 기생 차림의 연비수.


연비수 ; 어서들 오십시오.

왕유 ; (뒷짐 진 채) 소개하겠네.  (옆의 흑수 보며) 여긴 매박 상단의 행수.

흑수 ; 흑수라, 한다오.

연비수 ; 연비수라 합니다.

왕유 ; (연비수 보며) 귀한 손님을 모시고 왔으니, 잘 모셔주게.

연비수 ; 술상을 봐놨으니, 어서들 드시지요.  (옆의 기생에게) 뫼시거라.


옆의 기생, 왕유 옆으로 간다.


67. 기생방 안 (밤)  


방문 열리고 연비수 들어와 선다.

중앙에 촛불 하나가 켜진 둥근 탁자가 있는 방.

뒤따라 들어와 서는 옆에 장칼 든 연비수 부하.


연비수 부하 ; (연비수 뒤에서) 저자가, 우리 매박과 손을 잡았다는 게, 사실입니까?

연비수 ; (생각에 빠진 채) 일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68. 다른 기생방 안 (밤)


여러가지 음식과 술병이 놓인 둥근 탁자를 가운데 두고 의자에 마주 앉은 흑수와 왕유.


흑수 ; 위패로, 고려에 큰- 피해를 입힌 점, 다시 한번 사죄 드립니다.

왕유 ; 덕분에 내가 이렇게, 매박과 손을 잡게 되질 않았는가?

흑수 ; 저희 수령님께서도, 크게 기뻐하고 계십니다.

왕유 ; 수령님을 언제 만날 수 있는 겐가?

흑수 ; 수령님은, 만나실 수가, 없습니다. 

왕유 ; 매박 상단에서도, 얼굴을 본 자가 없다는 소문이던데..  사실인가?

흑수 ; 흐흐, 저 역시 한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왕유 ; (술잔을 들고) 자, 오늘은 마음껏 마시는 날이네.


흑수, 잔을 들어 술을 마신다.

왕유, 술을 마신다.

 

69. 기생방 안 (밤)


생각에 잠겨 의자에 앉아 있는 연비수.


ㅌ (연비수 부하) ; 행수님,


연비수 부하 ; (문 열고) 흑두령님 이십니다.

연비수 ; 뫼셔라.


흑수, 들어와서 탁자 앞에 선다.


연비수 ; 술자린, 끝났는가?

흑수 ; 네. (지팡이를 의자 옆에 놓고 의자에 앉는다)

연비수 ; 대체 어쩌자고, 왕유를 매박에 끌어 들였는가?

흑수 ; 자초지종은 나중에 말씀 드리고, (소매 깃에서 편지를 꺼내 들고) 수령님께서 연두령님께 내린, 밀명입니다.

연비수 ; (뺏어 보고는) 나더러, 왕유를.. 죽이라 하시네.

흑수 ; 왕유는, 우리 비밀을, 너무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당연한 지령 아닙니까?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일어서 지팡이 짚고 나간다)


연비수, 보고 있던 종이를 화난 듯 구겨 쥐고, 생각에 빠진다.


70. 기생방 (밤, 시간경과)


음식이 차려진 탁자 앞에 연비수, 검은 복장으로 앉아 술잔을 들어 마시고 놓는다.

방문에 사람 그림자 생긴다.


E (부하) ; 방금 왕유 처소에, 불이 꺼졌습니다.


연비수, 다시 잔을 들어 술을 마시고 탁 놓는다.

연비수, 상 위의 단검을 집어 들어, 약간 빼 보다가 다시 칼집에 칼을 넣는다.


71. 왕유방 (밤)


복면을 한 연비수, 방문 열고 들어와 살짝 닫는다.

방을 가로 질러 침대로 다가서 보는 연비수.

왕유, 침대에서 자고 있다.


F (연비수) ; 왕유, 악연이라면, 여기서 끊는 게 옳다.  날 원망하지 말거라.  (칼집에서 칼을 빼 들고 왕유를 향해 내리친다)


누운 채 단검 잡은 손목을 잡는 왕유의 손.

왕유, 눈을 뜨고 연비수를 본다.

연비수의 양팔을 잡고 돌려 침대에 눕히고 자신은 위에서 내려다 본다.

눈이 마주치는 왕유와 연비수.


72. 궁궐 뜰 (낮)


걸어가는 연상궁과 뒤에 열을 지어 탕약종지가 올려진 나무 쟁반을 가지고 가는 궁녀들 서넛.

한 옆에서 이들을 보는 백안과 탈탈.

연상궁과 궁녀들이 가 버리자,


탈탈 ; 황후가 기재인 마마를, 범인으로 못 박은 거 같습니다.

백안 ; 조례가 끝나면, 누가 쓰러지는 지 알게 되겠지.


긴장한 백안과 탈탈의 얼굴.


73. 황후전 (낮)


후궁들이 양 옆으로 늘어선 가운데 걸어가는 황후의 뒷모습.

황후, 걸어가며 승냥을 보다가 승냥 앞에 비웃는 낯으로 서서 본다.


F (황후) ; 조례가 끝나고 나면, 네 년은 독약사건의 진범으로, 체포되고 말 것이다.


문 열리고 탕약을 갖고 와 후궁 앞에 서는 궁녀들.


황후 ; 마시거라.


탕약종지를 드는 승냥, 황후를 잠시 미소 띠고 본 다음, 탕약을 마시고, 대추를 입에 넣고 엄지와 검지를 입에 넣었다 뺀다.

승냥, 갑자기 목을 잡고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쓰러진다.

놀라는 황후.

바닥에 쓰러진 채 숨쉬기 힘든 지 목을 손으로 잡고 헐떡인다.


          (다음 회에 계속...)